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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후> 험준한 산을 배경으로. 낮

<-종남산(終南山)> 위의 산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험한 산길을 누군가 올라가고 있다. 심마니같은 복장

바위 사이의 좁고 험한 산길을 올라가는 사람 크로즈 업. 바로 청풍인데 전형적인 심마니 복장을 하고 있다. 수염과 구렛나룻이 덥수룩하고 죽립을 쓰고 있어서 본래 모습과는 좀 다르다. 수척해지기도 했다. 등에는 배낭을 메었고 손에는 지팡이를 들었다. 짊어지고 있는 배낭에는 자루가 긴 호미가 들어있다.

청풍; (종남산까지는 무사히 왔다.) 곁눈질로 산길 주변을 살피면서 걸어간다. 100여 미터쯤 위에 고갯마루가 있다.

청풍; (지금쯤이면 무제궁에서도 내가 신장궁의 배달 행렬에 섞여 포위망을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알아 차렸을 것이다.)

청풍; (하지만 난 그걸 대비해서 마치 배를 타고 황하(黃河)를 따라 내려간 것처럼 꾸며놓았다.) 비웃고

청풍; (그 때문에 무제궁의 인간들은 황하 하류쪽을 뒤지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좀 힘에 부치는 모습으로 산길을 올라가고. 산길은 좁은데다가 바위와 돌로 덮여 있어 울퉁불퉁하다.

청풍; (무제궁의 추적을 따돌리고 종남산까지 무사히 온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과연 등선곡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청풍; (내가 읽은 기록에 의하면 등선곡은 일종의 술법으로 방호되고 있다고 한다.)

청풍; (그 때문에 세한삼우의 허락을 받지 않은 인간은 그 누구도 등선곡에 들어갈 수가 없고...) 생각하고

청풍; (세한삼우... 세상에 한을 품은 세 명의 괴짜...)

청풍; (그들 중 출신이 확실히 밝혀진 자는 독심귀의(毒心鬼醫)뿐이다.) 한손에는 지팡이 다른 손으로는 주변의 나무뿌리와 나뭇가지를 잡고 경사 급한 산길을 올라가며 생각하고

 

<-독심귀의 최구(崔九)! 그는 의술로는 천하제일의 문파인 의선동(醫仙洞)의 제자였다.> 무릉도원 같은 계곡에 수많은 약재가 자라고 있고. 그걸 관리하는 의사들. 건물들도 도처에 있다. 건물에서는 약이 만들어지거나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다. 마차를 타고 계곡으로 들어오는 환자들도 있고. 전원에 자리한 거대한 병원같은 분위기

<그것도 평범한 제자가 아니라 의선동 역사를 통틀어도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탁월한 의술을 지닌 인재였다.> 어느 건물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젊은 시절의 독심귀의. 꼽추에다가 추괴하게 생겼다. 한쪽 눈을 찌그러졌고 뻐드렁니다. <건곤일척 자료집 제18페이지>에 나오는 독심귀의 캐릭터. 이 화면에서는 20대의 청년으로 묘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심귀의는 의선동에서 파문을 당하고 말았다. 색마라는 치욕적인 누명을 뒤집어쓴 채...> 폭행을 당해 피투성이가 된 채 기다시피 의선동 입구로 나오는 독심귀의. 그 뒤에서 삿대질을 하는 의사들. 의사들 중에는 젊고 예쁜 여자도 한 명 끼어있다. <투천환일>의 <매화부인>의 젊은 시절 모습. 이 여자의 이름은 매약음.

<독심귀의가 의선동에서 쫓겨난 원인은 복합적이었다. 먼저 독심귀의는 최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출신이 천했으며 용모까지 아주 추괴했다.> 피투성이가 된 채 이를 갈며 걸어오는 독심귀의의 앞모습 배경으로

<천한 출신과 추악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경이적인 의술을 지닌 그를 의선동의 제자들 대부분이 질투했고...> 매약음과 나란히 서있는 거만한 인상의 청년을 배경으로. 청년은 <건곤일척> <투천환일>등에 나온 <주첨탄> 비슷한 분위기로 묘사. 중요한 캐릭터는 아님. 이자는 의선동 동주의 아들인 최부천이라는 자.

<결국 색마라는 누명을 씌워 문중에서 축출해버렸던 것이다.> 계곡의 물가에서 거의 알몸인 채 기절한 매약음. 무릎 꿇은 채 그런 매약음을 살피다가 돌아보는 독심귀의. 최부천을 비롯한 의선동의 젊은 제자들이 달려오며 삿대질을 하고 있다.

<그때의 일로 세상과 인간에게 환멸을 느낀 독심귀의는 온갖 기행과 잔인한 짓을 하고 다녔다.> 건장한 사내를 철제 침대에 묶어놓고 수술칼을 들어 보이며 잔인하게 웃는 나이 든 독심귀의. 공포에 질리는 사내. 장소는 동굴 속에 마련된 밀실인데 사방의 벽에 사람의 뼈와 신체 일부 등이 걸려있어 공포스러운 분위기다.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죽이고 죽어야할 사람은 살아있게 해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걸 보며 즐기는 만행을 자행한 것이다. 독심귀의라는 별호는 그 때문에 생긴 것이다.> 위 장면의 연속으로 수술 칼로 살아있는 사내의 몸을 해부하는 독심귀의. 비명 지르는 사내

<그같은 만행이 수십 년 간 이어졌으며 당연히 숱한 사람들과 문파로부터 원한을 샀다.> 역시 위장면의 연속인데 문이 열리며 문 밖에서 무사들이 삿대질하고 있다. 그걸 돌아보는 독심귀의. 침대에 묶인 사내는 복부가 해부되어 창자가 흘러나온 채 죽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독심귀의를 응징하지는 못했다. 의술 뿐 아니라 각가지 독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독심귀의를 어쩌지 못한 것이다.> 동굴 밖에 수많은 무사들이 독에 중독되어 죽어 가고 있고. 동굴을 등지고 서서 그걸 둘러보며 웃는 중년의 독심귀의. 손에는 알라딘의 램프같은 향로를 들고 있다. 향로에서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고

<결국 독심귀의의 만행을 보다 못한 천마성과 무제궁에서 나서 추적을 시작했으며... 그제서야 두려움을 느낀 독심귀의는 이곳 종남산의 등선곡으로 숨어들기에 이르렀다.> 짐을 지고 산속을 도망치는 노인이 된 독심귀의. 그 뒤를 검은 옷의 천마성 무사들이 날아서 추격하고 있다.

 

청풍; (종남산 깊은 곳에 자리한 등선곡은 원래 도가(道家)의 성지(聖地)였다.) 산길을 헐떡이며 올라가면서 생각하고

 

<그 옛날 신라(新羅)에서 유학을 왔다가 신선이 되어 승천했다는 김가기(金可紀)가 수련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신선같은 중년인이 허공으로 승천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무릎 꿇고 올려다보며 기도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청풍; (등선곡은 김가기처럼 우화등선(羽化登仙)하는 걸 원하는 방사(方士)들의 발걸음이 사시사철 끊이질 않았었다.)

청풍; (하지만 십여 년 전부터 등선곡 일대는 강력한 금제에 의해 외부와 차단 되어버렸다.) 좀 숨이 거칠어진 채 산을 올라가며 생각

청풍; (등선곡 주변에 금제를 설치하여 사람들의 발길을 막아버린 인물이 세한삼우중 한명인 야차선녀(夜叉仙女)다.)

 

<야차선녀의 출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저 막연히 모든 술법의 본가인 무산(巫山) 신녀문(神女門) 출신이 아닐까하는 추측이 나돌 뿐이다.> 마귀할멈 같이 추악한 외모를 지닌 노파가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우고 있다. 주변에서 소용돌이가 일어나며 바닥에서 돌기둥들이 마구 솟아난다. 이 여자는 <투천환일>에 나온 용운영 캐릭터다.

<야차(夜叉)와 선녀(仙女)라는 상반된 의미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별호는 그녀의 특별한 외모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깊은 밤. 산중의 작은 집. 집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도둑들. 두 놈은 밖에서 망을 보고

<즉, 야차선녀는 깨어있을 때의 용모는 늙고 흉측하지만 잠들었을 때는 선녀처럼 아름답다는 것이다.> 어둑한 침실의 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있는 절세미녀의 모습. 그녀를 보고 놀라는 도둑놈들 세 놈. 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 있는 절세미녀는 <아랑힐월>에 나온 신녀문의 후계자 우유라다. 이 작품에서도 진짜 이름은 우유라. 신녀문의 사선녀중 둘째였다. 절세미녀지만 좀 새침하고 발랑 까진 인상이다. 노파일 때는 야차선녀로 표기하고 잠들어서 아름답게 변했을 때는 우유라로 표기

<야차선녀는 어떤 저주에 걸려서 깨어있을 때는 늙고 추하지만 잠이 들면 원래의 용모로 돌아간다고 한다.> 위 장면의 연속. 마귀할멈같은 야차선녀로 변해서 눈을 부릅뜨는 야차선녀. 그 야차선녀의 몸에서 일어나는 촉수같은 기운이 침대 주변에 서있던 세명의 밤손님을 휘감는데 그자들의 몸이 연기를 내면서 미이라로 변해간다. 무영신투의 집인 전가장에서 사내들이 미이라가 된 것과 같은 형상으로

<혐오스럽게 변한 용모때문인지 모르지만 야차선녀는 사내들을 지독히 혐오하여 보는 족족 죽여버렸었다.> 집에서 나오는 야차선녀. 망을 보던 도둑이 달아나려 하지만 그녀의 몸에서 나온 촉수같은 기운이 이미 휘감아서 몸을 마르게 만들고 있다. 몸에서 연기가 나며 비명을 지르는 도둑. 열린 문을 통해서 방안에 미이라가 된 도둑들이 쓰러져 있는 게 보인다.

<사내들을 대상으로 벌인 야차선녀의 무차별 살인행각은 마침내 천마성과 무제궁의 분노를 사기에 이르렀다.> 수많은 사내들이 죽어있는 거리. 그 가운데 서서 돌아보는 야차선녀. 멀리서 검은 옷을 입은 무사들이 날아오고 있다.

<독심귀의보다 먼저 천마성과 무제궁의 표적이 된 야차선녀는 등선곡으로 도망쳐 들어가 금제를 설치했으며 평소 안면이 있던 독심귀의도 그녀를 따라 등선곡으로 숨어들었다.> 투명한 장벽같은 것으로 덮여있는 계곡 입구. 손에 든 지팡이를 쳐든 여차선녀의 몸 주위로 빛이 나고. 그쪽으로 날아오며 뒤돌아보는 독심귀의. 독심귀의 뒤로는 검은 옷의 무사들이 날아오고 있다.

<세상에 한을 품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남자들을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야차선녀도 독심귀의만은 등선곡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야차선녀를 따라 투명한 장벽 안으로 들어가며 돌아보는 독심귀의. 투명한 장벽으로 돌진하다가 벼락에 맞아 감전당하며 비명 지르는 검은 옷의 무사들

 

청풍; (세한삼우의 마지막 한명은 주취광생(酒醉狂生)이라는 인물이다.) 산길을 올라며 생각을 이어가고. 이제 고갯마루와는 20-30미터쯤 남았다.

청풍; (어쩌면 주취광생이 세한삼우의 실질적인 우두머리일지도 모른다.) 눈 번뜩이고

 

<별호 그대로 주취광생은 못 말리는 술주정뱅이이며 미치광이다.> 봉두난발에 술벼을 나발 불며 거리를 지나가는 중년인. 이 중년인은 <마면기정 자료집 20페이지>에 나온 <삼절신개> 캐릭터를 차용. 사실 주취광생의 정체는 숙부에게 황제 자리를 빼앗기고 실종된 건문제다. 복수를 위해 독심귀의와 야차선녀를 이용하고 있는 중이다

<야차선녀처럼 출신 내력이 밝혀지지 않은 주취광생은 늘 술에 취해 살면서 온갖 기행을 저질렀다.> 발가벗고 춤추는 주취광생. 주위를 지나가던 여자들 기겁하며 도망치고

<하지만 주취광생은 독심귀의나 야차선녀처럼 사람을 해치거나 하진 않았다. 그저 제멋대로 사는 미치광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알몸으로 대로에 누워 자는 주취광생. 사람들이 눈 흘기며 주변을 돌아간다.

 

청풍; (그런 주취광생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등선곡으로 들어가 세한삼우의 일인이 되었다.) 고갯마루까지는 이제 20여미터 남았다.

청풍; (그리고 아버지가 남기신 기록에 의하면 등선곡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영약의 재료는 대부분 주취광생이 조달해왔다.)

 

<술주정뱅이에 어울리지 않게 주취광생은 막대한 재물을 동원하는 능력이 있었으며...> 탁자에 얹어놓은 커다란 상자를 열어 보이는 주취광생. 상자 안에는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있고. 그걸 보면서 놀라는 사내는 대륙상단의 단장인 냉혈전호 황보륜이다. 장소는 화려한 거실이고

<수백만 냥의 재물을 풀어 희귀한 약재들을 수집한 것이다.> 냉혈전호가 웃으며 설명하고 있고. 그 앞에 서서 큼직한 나무 상자를 열어보는 주취광생. 나무 상자 안에는 사람 모습을 한 산삼이 들어있다.

 

청풍; (세한삼우가 영약을 만드는 데는 저마다 목적이 있을 것이다.) 헐떡이며 산길을 올라가고. 이제 고갯마루까지는 10여미터 남았다.

청풍; (독심귀의는 환골탈태하여 용모를 번듯하게 만들고 싶을 테고...) 독심귀의의 추악한 용모를 떠올리고

청풍; (야차선녀는 자신의 몸에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 영약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야차선녀가 잠을 잘 때 미녀가 된 모습을 떠올리고

청풍; (하지만 주취광생이 영약을 원하는 이유는 짐작이 가지 않는다.) 술 마시는 주취광생을 떠올리며 찡그린다.

청풍; (주취광생은 과연 무엇 때문에 영약이 필요한 것일까? 자신의 목적을 위해 독심귀의와 야차선녀를 이용해온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그러다가

[!] 찌릿! 무언가를 느끼고 감전되는 모습이 되는 청풍. 눈 치뜨고

청풍; (섬뜩한 살기...) 숨을 멈추고

청풍; (냉혹한 살의를 담고 있는 시선이 날 지켜보고 있다.) 천천히 고개 돌리고

쿵! 청풍이 올라가고 있는 산길 옆의 크고 높은 바위 위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는 위진천. 음산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허리춤에는 귀희가 건네준 보검을 차고 있고

청풍; (저자는...) 위진천을 알아본다

<칠지무제 진무량의 둘째 제자 운중신룡(雲中神龍) 위진천(威振天)!> 위진천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저자가 무슨 일로 종남산에...) + [안녕하십니까 공자?] 굽신거리고

청풍; (설마 내 종적이 벌써 발각된 것일까?) + [날씨가 참 좋습니다요.] 비굴한 표정으로 눈치 살피며

위진천; [심마니인가?] 지긋이 그런 청풍을 내려다보고. 위진천은 청풍의 초상화를 본 적이 있지만 지금은 초췌한데다가 수염과 구렛나루로 얼굴이 엎여 있어 금방 알아보진 못한다.

청풍; (내가 누군지는 모르고 있다.) +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약초꾼입죠.] 내심 안도하며 굽신거리고

위진천; [이름이 뭐냐?]

청풍; [진충(眞忠)이라고 합니다요.]

위진천; [진충이라...] + (저 심마니 놈...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인데...) 찡그리며 생각하고

위진천; [오늘 산행에 수확은 좀 있었는가?] + (내공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무림인은 아니고...)

청풍; [아직 본격적으로 채약을 하지 않아서 얻은 게 없습지요.]

위진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찜찜한 느낌을 주는 놈이다.) + [그거 유감이로군.] 음산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청풍; (이거 위험한데...) + [산삼이나 오래 묵은 하수오라도 한 뿌리 만나길 바래봐야겠지요.] 비굴하게 웃으며 말하고

<저 놈 내게 살기를 품고 있다.> 쿠오오! 내려다보는 위진천의 몸 주위로 일어나는 칙칙한 기운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저 놈이 살수를 쓰면 지금의 내 몸 상태로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 [더 분부하실 일이 없으시면 소인 이만 가보겠습니다요.] 굽신거리며 다시 걸음을 옮기고

위진천; [...] 힘겹게 산길을 올라가는 청풍을 노려보는 위진천

위진천; (무공을 지니지 않은 것처럼 꾸미는 건 아니다.) 찡그리고

<저 놈은 분명 일초무학의 버러지다. 하지만...> 힘겹게 산을 올라가는 청풍의 뒷모습 배경으로 위진천의 생각. 이제 청풍은 고갯마루까지 5미터쯤 남겨 두고 있다.

위진천;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에다가 자꾸만 찜찜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런 청풍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청풍; (절체절명의 위기로군.) 곁눈질로 위진천을 보면서 고갯마루를 향해 걸음 옮기고

청풍; (날 죽일까 말까 갈등하고 있는 게 생생하게 느껴진다.) 꾹! 지팡이를 든 손에 힘이 들어가고

위진천; (갈등하고 자시고 할 문제는 아니다.) 콱! 오른손으로 왼쪽 허리에 찬 검 손잡이를 움켜잡는다. 왼손으로는 검의 칼집을 잡고

위진천; (죽여 버리면 간단해질 일이니...) 스릉! 검을 조금 잡아 뽑는 위진천의 오른손

청풍; (최악!) 이를 악물며 뒤쪽을 보고.

청풍; (놈은 날 죽이기로 결심했다!) 퍽! 퍽! 좀 더 빨리 걸음을 옮기고.

스릉! 그 뒤에서 검을 완전히 뽑는 위진천

청풍; (검을 완전히 뽑았다.) 식은 땀

청풍; (지금 이 상황에서는 저 언덕 너머로 피해 보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구명지책(求命之策)이다!) 위를 올려다보고. 이제 고갯마루까지는 2미터쯤 남았다.

위진천; (날 원망하진 마라 버러지야!) 히죽 웃으며 검으로 그런 청풍을 겨누는 위진천.

위진천; (이렇게 만난 게 악연일 뿐이니...) 징! 위진천의 손에 들린 검이 진동한다. 마치 생명이 있는 물체가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처럼.

청풍; (제발...) 파팟! 사력을 다해 고갯마루로 올라가고. 이제 고갯마루에 올라서기 직전.

징! 청풍을 겨눈 위진천의 검이 진동하고. 바로 그때

[소교주님!] 휘익! 외치면서 날아 내리는 신행태보. 청풍에게 검을 날리려다가 흠칫! 하며 돌아보는 위진천.

청풍; (천우신조!) 팟! 마침내 고갯마루로 올라서고.

신행태보; [조가놈이 드디어 종남산에 나타났습니다!] 휘익! 흥분하며 위진천 앞에 날아내리고. 바로 그 직후

팟! 고개마루에 올라선 청풍이 고갯마루 뒤쪽으로 뛰어내리고

위진천; [어림없는 수작!] 투쾅! 눈 부릅뜨며 손을 옆으로 젓는 위진천. 그자의 손에서 진동하던 검이 미사일처럼 고갯마루를 향해 날아간다

[!] 신행태보가 뒤늦게 청풍의 존재를 알고 눈 부릅 뜰 때

퍼억! 고갯마루 너머로 몸을 날리던 청풍의 등을 가르며 지나가는 보검. 보검에 청풍이 등에 짊어진 배낭과 옷과 옷 아래의 살이 함께 베어진다. 몸을 숙여서 관통당한 건 아니고 등에서 어깨 쪽으로 깊이 가르고 지나가는 모습이다

[크아아악!] 청풍의 모습이 고갯마루 너머로 고꾸라지면서 비명이 들리고

신행태보; [이런...] 스팟! 고갯마루를 향해 질풍같이 날아가고. 직후

쩌엉! 고갯마루 너머로 휘어지며 날아갔던 검이 다시 허공으로 치솟고

찡그리며 손을 쳐드는 위진천

슈우! 그런 위진천의 손으로 날아드는 보검. 고갯마루로 날아 내리고 있는 신행태보의 머리 위를 지나서

팟! 보검의 손잡이를 잡는 위진천의 오른손

왼손으로 검날을 받히는 자세로 들면서 검날을 살핀다.

검날에 약간 묻어있는 피와 기름기

위진천; (검날에 피와 약간의 기름기가 묻어있는 것을 보면 놈을 베긴 베었는데...) 찡그리며 생각하고. 그때

신행태보; [소교주님! 와보셔야겠습니다!] 고갯마루에 서서 말하고. 흠칫! 고개 돌리는 위진천

팟! 날아오르고

위진천; [무슨 일이오 종총관?] 휘익! 신행태보 옆으로 날아 내리며 말하고. 검을 왼쪽 허리에 찬 칼집에 넣으면서

신행태보; [보시지요.]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키며 말하고. + 위진천; [!] 함께 보다가 흠칫! 하는 위진천

고갯마루 너머로 이어지는 길. 헌데 한쪽이 절벽이다. 그리고 그 절벽으로 피가 뿌려져 있고. 절벽 끝에는 청풍이 들고 있던 지팡이와 짊어지고 있던 배낭이 떨어져 있다. 배낭의 한쪽 끈이 매끈하게 잘려 있다

위진천; [핏자국...] 절벽 끝으로 가고

신행태보; [소교주님의 어검술에 당한 그놈이 절벽 아래로 떨어진 것같습니다.] 위진천 뒤에서 눈치 보며 말하고

[...] 대답하지 않고 지팡이를 집어 드는 위진천, 시선은 절벽쪽으로 향한 채

신행태보; [속하가 절벽 아래로 내려가 시신을 확인해보겠습니다.] 눈치 보며 절벽 끝으로 다가서지만.

위진천; [그럴 필요까진 없소.] 지팡이를 들고 절벽 끝으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절벽은 깊어서 바닥이 안 보인다. 중간에 구름이 걸려있고

위진천; [웬지 찜찜한 기분이 드는 놈이라 살수를 쓴 것뿐이니...] 절벽 아래를 살피면서

신행테보; [예...]

위진천; [그보다 무영신투의 종적에 대해서 말해보시오.] 휙! 지팡이를 절벽 아래로 던지며 말하고.

신행태보; [무영신투 조천행이 종남산 초입에 나타났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포권하며 대답하고

위진천; [그자의 발걸음이라면 이미 잔석평(殘石坪) 근처에까지 접근했겠군.] 눈 번득이며 고개 끄덕이고. 여전히 절벽 아래를 살피면서

신행태보; [잔석평 주변에 수백명의 교도를 동원해서 천라지망을 구축해뒀습니다.] [조가의 경신술이 제 아무리 신묘하다 해도 쉽사리 빠져나가진 못할 것입니다.]

위진천; [그랬으면 좋겠지만...] 절벽을 내려다보고

위진천; (무공도 없는 놈이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졌다면 확실하게 죽었겠지.) + [갑시다!] 돌아서고

위진천; [오늘 무영신투를 잡지 못하면 만사휴의(萬事休矣;헛수고로 돌아감)가 될 테니...] 팟! 날아오르고

신행태보; [옛!] 휘익! 날아오르고

위진천; (그 심마니 놈...) 날아가면서 청풍의 얼굴 떠올리고

위진천; (분명 전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놈이다.) (그래서 찜찜한 마음에 무공도 없는 놈에게 살수를 쓴 것인데...) 날아가며 생각하고

<놈의 시신을 확인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별일이야 없겠지.> 휘익! 멀리 날아가는 위진천과 신행태보의 모습 배경으로 위진천의 생각 나레이션. 헌데 그 직후

[허억!] 참았던 숨을 확 토하며 근처의 바위 뒤쪽에서 고개를 쳐드는 청풍. 위진천과 신행태보가 서있던 곳에서 3미터쯤 떨어진 곳에 놓인 바위다. 청풍은 그 바위와 다른 바위 사이의 좁은 공간에 하늘을 보는 자세로 누워있었다.

청풍; [위... 위험했다.] 헉헉! 떨리는 손으로 근처의 바위를 끌어안고 억지로 일어나며 헐떡이는 청풍. 그런 청풍의 등에 옷과 함께 갈라진 상처가 나있다. 등에서 어깨 쪽으로 길게 나있는 상처. 피가 철철 흘러나와 옷과 몸을 적시고 있다. 물론 짊어지고 있던 배낭은 없다. 절벽 근처에 떨어트려서

청풍; [놈... 놈들이 서둘러 떠나지 않았다면 숨소리 때문이라도 들킬 뻔 했다.] 헉헉! 대며 상처 난 등을 바위에 기대며 앉는다

청풍; (천우신조였다.) 그러면서 떠올리는 장면. 고갯마루에 올라서자마자 등을 새우처럼 굽히고. 그 등을 스치며 지나가는 위진천의 보검

이하 방금 전의 장면 회상

 

<반응이 조금만 늦었어도 치명상을 입을 뻔했었다.> 청풍의 생각 배경으로 몸을 등부터 뒹굴며 절벽 쪽으로 가는 청풍. 지팡이는 놓치고. 배낭도 한쪽 끈이 잘려서 반쯤 벗겨진다.

후두둑! 등의 상처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바닥에 흩뿌려지면서 절벽 쪽으로 핏자국이 죽 난다. 이어

재빨리 배낭의 나머지 한쪽 끈을 팔에서 빼내 벗으며 돌아서고. 주변 두리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바위와 바위 사이의 좁은 공간이 보이고. 청풍이 숨어있는 바로 그곳이다.

팟! 몸을 날려 바위와 바위 사이로 뛰어드는 청풍. 그 배경으로 신행태보가 고갯마루쪽으로 날아온다

털썩! 바위 뒤의 좁은 공간에 하늘 보는 자세로 몸을 던져 누이는 청풍. 직후

휘익! 고갯마루에 내려서며 절벽쪽을 보는 신행태보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면서 신행태보쪽을 곁눈질로 보는 청풍

회상 끝

 

청풍; (그자는 분명 경신술로 천하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신행태보 종선이란 자였다.) 바위에 기대 앉아 헐떡이며 신행태보를 떠올리고

청풍; (어떤 세력에도 속하지 않고 천하를 종횡해온 것으로 알려진 신행태보 종선이 위진천을 소교주라 불렀다.)

청풍; (그렇다는 건 위진천에게 다른 신분이 있고 신행태보는 위진천이 속한 그 조직 소속이라는 뜻인데...) 생각하다가

[!] 깨닫는 청풍

청풍; (당금 무림에서 교(敎)라 불리는 세력은 몇 안된다.) (그렇다면 설마...) 눈을 부릅뜨며 흥분하고

<칠지무제의 둘째 제자인 운중신룡 위진천이 사실은 혈교의 소교주란 말인가?> 위진천의 음산한 얼굴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혈교는 우리 천마성과 무제궁의 협공을 받아 삼십 년 전에 멸절되었다.) (아니 멸절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청풍; (하지만 본성의 첩보망에는 혈교의 명맥이 당대에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증거가 여러 번 포착되었었다.)

청풍; (실제로 혈교의 마지막 교주 십면혈신(十面血神) 용극(龍極)의 손녀중 하나의 종적이 끝내 밝혀지지 않았었다.)

청풍; (만일 내가 추측하는 대로 위진천이 혈교의 소교주라면...)

청풍; (칠지무제 진무량은 품속에 독사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비웃고

청풍; (게다가 그 독사 새끼는 이곳 종남산에서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다.)

청풍; (우내십대고수의 일인이며 천하제일의 대도인 무영신투 조천행과 관련된 일인 것같은데...) 힘겹게 일어나고

청풍; (지금의 내 몸 상태로는 위진천이 꾸미고 있는 일을 훼방 놓을 수가 없다.)

청풍; (위가놈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있으니 가능한 빨리 여길 이탈해야만 한다.) 비틀 거리며 걸어가고

청풍; (무공을 상실한 탓에 평소라면 발가락 때만도 못하게 여기던 놈들을 피해 숨어 다녀야하는 신세가 되었다.)

<무공을 다시 되찾더라도 오늘의 이 수치를 결코 잊으면 안될 것이다.> 절벽 위의 길을 비틀비틀 걸어가는 청풍의 뒷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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