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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환타지, SF로 위장한 영어교재입니다.
일천 개의 영어 표현이 작중에 나옵니다.
천개의 검은 영어를 정복할 수 있는 일천개의 키워드, 문장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상황에 맞게 이 표현들을 구사할 수 있다면 일상적인 회화나 영어 테스트가 보다 수월하게 가능할 것입니다.
웹소설을 도구로 쓰게 된 것은 영어공부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입니다.
반복해서 몇번 읽게 되면 어느덧 영어 표현에 익숙해지리라 자신합니다.
재미와 공부를 결합하려는 시도가 읽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천개의 검- 이것은 영어교재!

 

 

 

1화

 

                    이름을 묻는 꿈

 

 

 

"이름이 뭐야?"

"진대성"

 

꿈을 꾸고 일어나면 기억나는 것은 딱 이것뿐이었다.

모든 것이 몽롱하고 흐릿했다.

이 꿈은 삼 년이 넘도록, 하룻밤에도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대성은 그 기간 동안에 자기 머리가 돌로 변해간다고 느꼈다.

눈을 떠도 항상 머릿속에서는 자기 이름을 묻고 대답하기를 반복했다.

관성이었다.

가을이 시작되고, 마당에는 노랗고 빨간 단풍잎이 바람 따라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성이 자기 속에 머무르는 동안 계절이 또 바뀐 것이다.

하지만 대성의 무공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삼년 전에 비해서 키 만 더 컸지 실력은 떨어진 감도 있었다.

한심하게도 그 사이에 잘하게 된 것은 오직 헛웃음을 씨익 짓는 것뿐이었다.

유쾌하고 재미나게 살려했고 그렇게 살았던 자기 자신은 이제 없다.

 

"에이 씨…. 바보같다."

 

영소가 얼굴을 찡그렸다.

대성은 열여섯 살,

사부의 딸이자 사매이자 대성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인 영소는 열다섯 살이었다.

늘 붙어 지내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둘의 관계는 좀 더 복잡한 계산이 필요했다.

대성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렇게 보이라고 웃는 거야."

 

영소는 화를 내고 가버렸다.

싸우더라도 주로 함께 있었는데 가버렸다.

가끔은 못되게 저런다.

대성도 화가 났다.

비무에서 졌기 때문도 아니고, 지고 나서 바보 같이 웃었기 때문도 아니고, 영소한테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들어서도 아니었다.

영소가 가버렸기 때문도 아니다.

그저 아프면 쉽게 화가 난다.

대성은 혼자 중얼거렸다.

 

"뭔가 내 머리를 쪼개려 드는 거 같단 말이야."

 

머리는 속에 누가 들어있어서 망치와 정으로 쪼는 것처럼 아프다.

아프다 못해 혼미하다.

대성이 바보처럼 웃는 까닭은, 그렇게 웃으면 머리가 좀 맑아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대성이 풍림원에 들어온 것은 5년 전, 열한 살 때였다.

그 전에는 시장을 돌아다니며 글을 써서 팔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어린 대성이 글을 팔았다면 어리둥절하며 묻는다.

 

"책을 판 게 아니고?"

 

그러나 그들은 대성이 쓴 글을 한 번 보면 바로 수긍했다.

대성은 큰 붓이나 작은 붓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었고, 어떤 글자든 쓸 수 있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게 몇 살 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단지 대성이 기억하는 것은 시장에서 글을 써주고 돈을 받아서 먹고 살고 있었다는 것뿐이다.

 

"뭐든 잘 기억하는 녀석이 자기가 언제부터 그걸 했는지 모른다는 게 말이 돼?"

 

그런 소리도 들었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돈은 벙어리 할아범이 관리했다.

할아범은 대성을 손자처럼 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하는 모습을 평생 보였다.

대화는 수화로 했다.

할아범을 따라서 시장에 가면, 할아범이 자리를 잡고, 대성이 이전에 쓴 글을 몇 개 펼쳐 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펼친 글들 중에는,

 

-어떤 글이든 원하는 글을 써줍니다.

 

하는 것도 있었다.

대성이 무릎을 꿇고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 먼저 구경꾼부터 모여들었다.

어린 아이가 큰 붓 작은 붓을 마음대로 다루면서 종이 위에 신통해 보이는 글을 쓰는 것은 요술이나 다름없었다.

 

"He’s an infant prodigy. 신동이네."

 

하면서 그렇게 쓴 글을 바로 사가는 사람도 있었고,

이런 저런 내용을 이따만한 크기로 써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게 뭔 내용이요? 뭐라 쓴 거요?

 

하고 묻는 까막눈이도 있었다.

까막눈들은 대체로 자기 자식 이름 같은 것을 써달라고 했다.

대성의 글은 헐값에 팔렸지만 원가가 낮았다.

할아범과 대성이 생활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글 쓰는 것이 좋기도 했고, 시장에서 사람들이 감탄하고 우러러 보는 것도 좋았다.

할아범이 죽지 않았더라면 대성은 여전히 시장에서 글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대성이 좋아하는 떡을 잘 만들어주던 할아범은 떡매에 맞아서 죽었다.

이 세상에서 사람이 죽는 다양한 방법 중의 하나였다.

아무런 연고도 없고 힘없는 노인이라면 별 이상할 것도 없는 사망 방법이었다.

어느 밤 불쑥 들이닥친 불한당 네 명은 매우 솔직하게 할 말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돈 내놔!

 

그 한 마디로 모든 게 설명되었다.

아무도 온다는 사람이 없었기에,

 

“Who could that be? 누구일까?"

 

하며 문을 열어주었던 대성과 할아범의 행동은 그 말에 구속되었어야 했다.

할아범은 벙어리라서 말도 못하고 손짓이며 고개 짓으로 돈이 없다고 했고,

벙어리라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맞았다가 죽었다.

불한당들은 할아범을 단매로 바로 때려죽이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때리다가 대성을 때리며 협박했고, 대성도 많이 맞았다.

하지만 할아범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온 집을 다 뒤지고 뒤엎은 불한당들은 할아범이 죽은 것처럼 보일 때까지 때렸다.

그리고는 재수 없이 시간만 낭비했다며 침을 뱉고 사라졌다.

불한당들이 가고 난 후 할아범은 잠시 정신을 차리고 어눌한 음성으로 쥐어짜듯 대성에게 말했다.

 

"도련님, 많이 아팠지요?"

 

대성은 그 순간에 강도들이 왔을 때보다 더 놀랐다.

벙어리 할아범이 말을 했던 거였다.

대성이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였고, 처음 듣는 호칭이었다.

대성은 펄쩍 뛰었다.

 

"말할 수 있는 거였어요?"

 

벙어리 할아범은 끊어질 듯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누런 이를 보이면서 웃음을 지었다.

떡 만들기만 했지 자기가 피 떡이 되어 죽을 줄은 몰랐다는 말을 하는 걸 보면서, 대성은 할아범의 입이 금방 트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말은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는 사람이나 할 만한 말이었으니까.

할아범이 이전에 말할 수 있었다면 입을 다물고 살았을 리가 없었다.

맞아서 벙어리 된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벙어리가 맞고 나서 말문이 트이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할아범은 이말 저말 횡설수설했다.

대성은 할아범이 너무 맞아서 그러는 거라 생각했다.

말문은 트였는데 이제는 돌아버렸구나 싶었다.

그동안 모은 돈이 절구 밑에 숨겨져 있다고 할아범이 말했다.

대성은 그 돈 줘버리지 왜 이렇게 되도록 했냐고 물었다.

할아범의 대답은 간단했다.

 

"돈 줬으면 우리 둘 다 죽었습니다. 그런 놈들은 기분 좋으면 사람 죽입니다."

"안 주면 죽이는 거 아니야?"

"Mark my words, young master 잘 기억하세요, 도련님. 나쁜 놈들, 특히 힘없이 나쁘기만 한 놈들은 기분 나쁠 때는 잘 참는 버릇이 있습니다. 안 그러면 저들도 누구한테 금방 맞아죽거든요. 더구나 도련님은 어려서 그놈들이 기분 나쁠 때는 안 죽입니다. 애새끼 죽이면 재수 없다는 말이 있으니까 참는 거지요."

 

입이 트인 할아범은 유쾌한 사람이었다.

새벽녘에 숨을 거둘 때까지, 할아범은 쉬지 않고 말을 했다.

마지막으로 말을 길게 늘이다가 할아범은 자는 듯이 죽었다.

그 얼굴에 맞은 상처는 많았으나 회한은 없었다.

평생 벙어리로 살다가 죽기 전 두 시간 쯤 수다 떨고 죽은 것만으로도 할아범은 후련해보였다.

혼자 남겨진 대성을 딱히 걱정하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어쩌면 신나게 말하는 데 정신이 팔려서 그럴 틈이 없었을 수도 있었다.

대성은 할아범을 생각할 때마다 자기는 재미있게, 유쾌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만큼 할아범이 마지막에 보여준 유쾌함은 인상에 깊이 남았다.

그리고 최소 2년은 유쾌하게 살았다.

 

***

 

대성은 절구통에 줄을 묶고 당겨 넘어뜨렸다.

절구통 아래에 숨겨져 있는 작은 항아리에 담긴 돈과 할아범의 편지를 볼 수 있었다.

편지를 읽고서야 꼭 필요한 말은 할아범이 이미 편지에 다 써놓았다는 것을 알았다.

편지에는 풍림원으로 가서 돈을 바치고 제자가 되라는 말이 있었다.

He did as told 대성은 그대로 따랐다.

무공을 배우는 건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고, 그냥 의탁할 곳이 필요해서였다.

이런 이야기를 풍림원에 들어간 지 사흘 째 되던 날 같이 놀다가 영소에게 이야기 했다.

 

"그래서, 편지에는 또 뭐라고 적혀 있었는데? 우리 풍림원은 또 어떻게 알았대? 벙어리 할배가."

 

영소가 호들갑을 떨었다.

한꺼번에 여러 개의 질문이 이어졌기 때문에 대성도 여러 개의 답을 이어야 했다.

 

"별 거 없어, 내가 꼭 해야 할 것들만 적혀 있었어. 풍림원은, 그야 난 모르지. 할아범도 죽었는데."

"So, what’s that 그러니까 그게 뭔데?"

 

편지 내용을 묻는 말이다.

 

"일찍 일어나서 이불 개고 세수하고 양치하고, 단정하게 차려입고 허리 꼿꼿하게 펴고, 음식 먹을 때는 흘리지 말고 양쪽으로 꼭꼭 씹고……..남하고 다투지 말고……"

"때려 치워. 말해주기 싫으면 싫다 할 거지! 넌 나한테 아무 것도 말해준 게 없어. 엄마 아빠도 몰라, 글을 언제 배웠는지도 몰라. 뭐든 다 그래! 넌 뭐 하늘에서 뚝 떨어졌어?"

 

영소는 신경질을 내면서 팩 돌아서 가버렸다.

그때나 5년이 지난 지금이나 영소의 성미는 바뀐 게 없다.

하지만 대성은 진짜 더 말해줄 게 없었다.

자기도 꽤나 신기하게 여겨졌다.

 

***

 

이름을 묻는 꿈이 시작되기 전 2년 동안은 매우 즐거웠다.

할아범이 죽으면서 유쾌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좋아하는 떡도 많이 얻어먹었고 무공도 재미있었다.

그러나 삼년 전, 즐거움은 끝이 났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잠시 세상이 일그러지는 착각 같은 것이 있은 후부터 꿈은 시작되었다.,

 

"포트 열렸습니다. 접속 완료. 로그인 성공. 다운로드 시작합니다."

 

이상한 이 음성은 이후 꿈에서 이름을 묻는 그 음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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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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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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