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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一 章

 

                    地獄牢秘密

 

 

 

군마대전(群魔大殿)!

 

천마궁의 중심부를 차지한 거대한 대전각, 사십팔개의 계단, 그리고 백팔개의 석주(石柱)로 이루어진 호화롭고 웅대한 대전, 그 주변은 온통 살기로 가득한 군마(群魔)들이 철통같이 둘러싸고 있었다.

청포노인, 그는 거령마신과 함께 군마대전(群魔大殿) 안으로들어섰다. 순간, 그의 두 눈에서 강렬한 안광이 번뜩 떠올랐다 사라졌다.

(으음... 생각 이상으로 천마궁의 위세가 엄청나군. 신중히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대사(大事)를 그르친다!)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청포노인! 그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윽고, 청포노인과 거령마신은 사십 팔개의 계단을 오르기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클클... 환령(幻靈)! 오랫동안 보지 못했네!”

돌연 대전의 문에서 모골이 송연해지는 음산한 괴소가 들려왔다. 순간, 청포노인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대전의 문으로 시선을 던졌다.

(구루혈면마(九淚血面魔)...!)

그는 흠칫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구루혈면마(九淚血面魔)!

그 자의 모습은 마치 지옥염라부에서 금방 뛰쳐나온 듯했다. 생혈(生血)을 바른 듯 시뻘겋고 섬뜩한 얼굴, 송곳같이 예리하게 뻗어 나오는 두 눈의 괴괴한 녹광(綠光)!

그 모습은 가히 지옥나찰을 방불케 했다.

백 년 전, 천음황(天音皇)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진 거마 중의 거마(巨魔). 한데, 그 자가 멀쩡히 나타난 것이었다.

 

(으음...!)

청포노인은 구루혈면마의 전신에서 풍겨져 나오는 싸늘하고 사악한 마기에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하나, 그의 맑은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으며 지극히 태연스러워 보였다. 그때,

대호법(大護法) 삼가 거령(巨靈)과 환령(幻靈)이 뵙습니다!”

구루혈면마를 발견한 거령마신이 먼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청포노인은 그 모습에 재빨리 따라 고개를 숙였다.

청포노인! 그는 바로 환령마신(幻靈魔神)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환령마신의 신분으로 위장한 군무현이었다.

마침내 그는 천마궁에 잠입한 것이었다. 그때, 구루혈면마는 대전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 거령마신과 군무현 사이를 지나갔다.

클클... 환령! 운남에서의 일은 잘 되었는가?”

!”

그 자의 물음에 군무현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대답하며 그는 심중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으음... 거령마신이 왠지 의도적으로 나를 도와주는 인상이 풍기는 구나.)

그가 내심 염두를 굴리는 사이, 구루혈면마는 두 사람 사이를 지나 멀리 사라져 갔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대전 안으로 들어섰다. 군무현은 군마대전의 호화로운 내부에 저으기 놀랐다.

대전 안, 중앙으로 취의청(聚議廳)이 있었고 좌우로는 석주(石柱)가 도열해 있었다. 붉은 융단이 깔린 바닥과 현란하고 정밀한 수많은 조각상들... 실로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 광경이었다.

한데, 대전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군무현은 정면의 상좌에 누군가 앉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저 자는...!)

군무현은 그 인물을 주시하며 일순 흠칫했다. 그때,

총관! 오제를 데려 왔습니다!”

거령마신이 상좌 앞으로 다가가 깊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러자, 상좌의 인물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수고했네. 자네는 물러가 쉬도록 하게!”

!”

거령마신은 대답과 함께 즉시 대전 밖으로 물러갔다.

혼자 남게된 군무현, 그는 상좌의 인물을 향해 즉시 고개를 숙여 보였다.

총관을 뵙습니다!”

백포노인, 나이는 팔순 가량 되었을가? 천마궁의 총관이라면 그 무공이 필경 경지를 넘었으리라.

으음... 이곳까지 오느라고 수고했소!”

구누현이 예를 취하자 총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와 함께,

지존! 어서 속하를 따라 오십시오!”

문득 군무현의 귓전으로 총관의 전음성이 파고들었다.

군무현은 이미 그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었다.

(이 인물이 바로 천마궁에 파견된 구류천종의 밀사로군!)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그렇다. 천마궁의 총관으로 불리는 백포노인, 그는 바로 구류천종에게 파견된 인물이었다.

그때,

, 어서 따라오게!”

총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나갔다.

“...!”

군무현은 말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한데, 총관은 군무현을 이끌고 대전의 후문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후문 밖, 그곳은 아늑하게 꾸며진 후원으로 통하고 있었다.

 

후원. 그곳은 온통 수많은 종류의 수목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 수목 가운데, 한 채의 전각이 그림같이 자리하고 있었다. 총관은 군무현을 그 전각 안으로 안내했다.

이 전각은 바로 속하가 기거하는 곳으로 은밀한 곳이니 염려를 놓으셔도 됩니다!”

그는 먼저 전각 안으로 들어서며 군무현에게 설명했다.

군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총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총관은 지극히 공손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속하는 천마분타의 총책을 맡고 있는 잔심염황수입니다. 지존을 알현하게 되어 무상의 영광으로 여깁니다!”

그럼 그대가 천마궁의 구류천종도를 지휘하는 총사인가?”

군무현은 잔심염황수를 주시하며 물었다.

잔심염황수는 어느 새 군무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잔심염황수!

그는 바로 마도의 십대고수 중 한 명이 아닌가? 그는 구루혈면마, 우내사천황 등과 동대(同代)의 거마로서 염황의 일맥을 잇고 있는 인물이었다.

 

잔심염황수는 공손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전각의 주변에는 모두 구류천종도(九流天宗道)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으니 심려하실 필요 없습니다!”

으음... 그대는 본존이 천마궁까지 온 이유를 알고 있는가?”

군무현은 어느 새 구류지존으로서의 위엄을 되찾고 있었다.

모르옵니다.”

군무현의 물음에 잔심염황수는 고개를 저었다.

군무현은 침중한 안색으로 말했다.

본존은 바로 천마황의 행방을 알려고 온 것이다. 본존이 알기로는 천마황이 천마제일궁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그렇습니다. 천마황은 이미 수십 년 전 제거되었고 천마제군(天魔帝君)이 자리를 이었습니다.”

잔심염황수는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 천마제군도 제 삼의 인물에게 조종되는 허수아비에 불과합니다!”

순간, 군무현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 삼의 인물에 대해서 아는가?”

하나, 잠심염황수는 고개를 저었다.

모릅니다. 그 자는 극히 신비하여 그림자조차 볼 수 없습니다. 다만...!”

다만 무엇인가?”

그 자는 혈문(血門)과 관련이 있는 듯 합니다. 속하의 추측이지만...!”

혈문(血門)...!”

군무현의 입에서 나직한 경악성이 흘러 나왔다.

 

혈문(血門)!

천외쌍비(天外雙秘)의 하나, 바로 천외마도(天外魔道)의 성지라고 알려진 전설 속의 금역(禁域)이 아닌가?

 

잔심염황수는 다시 공손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천마제군 뿐만 아니라 대천성자(大天聖子)의 배후에도 혈문(血門)과 연관된 것 같습니다!”

군무현은 그의 말을 들으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혈문에서 비롯되었단 말인가?)

그의 안색은 침중하게 굳어졌다.

잔심염황수는 그런 군무현의 안색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천마대전(天魔大戰)에서 패한 백도의 세력이 대천성자에 의해 무섭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

하지만 천마제군은 백도세력을 좌시하고 있습니다. 속하의 미천한 생각으로는 제 삼의 인물의 조종으로 흑백양도가 동패구상의 길로 치닫는 것 같습니다!”

순간, 군무현의 안광이 번득 빛났다.

(그렇군. 흑백양도가 동패구상한 후에 제삼의 세력이 나타나면 너무나 쉽게 천하를 얻을 수가 있겠지.)

그것은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으음... 우선 천마황이 제거된 것이 확실한 이상...”

군무현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잔심염황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 어딘가 감금되어 있을 것입니다!”

군무현도 그 말에는 수긍이 갔다.

마도의 지주였던 천마황, 그를 결코 쉽게 죽일 리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그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했다.

천마황이 유폐되었다면 어디에 갇혀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가?”

그 자가 감금될 만한 곳이라면...!”

잔심염황수는 눈을 빛내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그러다,

있습니다!”

문득 그는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지옥뇌(地獄牢)! 바로 그곳이라면 분명히 천마황이 감금될 만한 곳입니다!”

그는 학신에 찬 음성으로 말하며 지옥뇌(地獄牢)에 대해 설명했다.

 

지옥뇌(地獄牢)!

들어갈 수는 있으나 나올 수는 없는 마()의 뇌옥, 그곳은 천마궁에서 영원히 제거되는 인물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한 번 닫히면 천만근의 화약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문과 방벽, 또한, 서른 여섯겹의 철통같은 기관은 가히 나는 새조차 침범을 불허할 정도였다.

 

잔심염황수는 조심스럽게 군무현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혹시 지존께서 지옥뇌에 잠입하실 생각이십니까?”

“...!”

군무현은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의 뇌리 속에는 어떤 결심이 세워진 듯했다.

(),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천마궁에서 멀지 않은 곳, 그곳에는 깎아지른 듯한 천장단애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접근치 앟은 금역(禁域).

문득, 스슥! 천장단애 앞에 하나의 은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군무현! 바로 그가 아닌가?

(지옥뇌(地獄牢)...! 불회뇌(不回牢)라고도 불리는 죽음의 뇌옥... 그러나 신기황 어르신네의 재간 이상의 기관이 펼쳐져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군무현은 내심 염두를 굴리며 기광을 번득였다.

그의 전면, 끔찍한 아수라의 형상을 한 지옥뇌의 문이 보였다.

고오오...! 온통 사악한 마기가 흐르고 있는 거대한 철문,

(후훗... 신기황 어르신네의 재간에 비교하면 마치 어린애 장난같군!)

군무현은 내심 중얼거리며 철문을 노려보았다. 이어, 그는 문득 아수라의 눈 부위를 슬쩍 어루만졌다.

그러자, 그르르릉...! 흡사 악귀가 울부짖는 듯한 섬뜩한 음향과 함께 철문이 좌우로 쩍 갈라졌다.

스슥! 군무현은 열려진 철문 안으로 유령같이 들어섰다.

통로, 철문 안은 음랭한 기운이 가득한 음산한 통로였다.

휘이 잉... 고오...! 섬뜩한 음풍과 질식할 듯한 악취가 통로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스슥! 군무현은 미끄러지듯 통로 안을 전진해 들어갔다.

얼마나 들어갔을까? 문득, 군무현은 멈칫 몸을 세웠다.

그의 앞에 흑강옥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석문이 나타난 것이었다.

하나,

후훗! 어리석은 짓!”

군무현의 입가에 한가닥 기소가 피어 올랐다.

다음 순간, 파파파 팍! 그의 십지(十指)에서 뇌전과 같은 열가닥의 지력이 쏟아졌다.

그와 동시에, 콰르릉...! 석문의 상단이 폭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이제 저 구멍을 통해 문을 열기만 하면 된다!)

군무현은 내심 중얼거리며 흑강옥의 석문을 열었다.

그그긍...! 문이 열리는 순간, 휘이잉! 숨이 콱 막히는 지독한 악취와 습기가 쏟아져 나왔다.

군무현은 절로 오만상을 찌푸렸다.

(지독하군. 아무리 공력이 높아도 이 지경에서 일년만 지내면 사지가 썩고 말겠군!)

그는 쓴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어, 스슥! 그는 유령같이 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그르릉...! 석문은 다시 굉음을 일으키며 저절로 닫혔다. 한데 그 순간, 군무현은 흠칫하며 몸이 굳어졌다.

그의 전신으로 터질 듯 강렬한 살기가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암울한 어둠, 그 속에서 마치 피에 굶주린 맹수의 눈빛과 같은 소름끼치는 안광이 무수히 뻗어 나오고 있었다.

군무현은 일순 움찔했으나 이내 태연한 신색을 회복했다.

(아마 천마황을 따르다가 함께 감금된 마도의 명숙들이겠군!)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암흑과 숨막히는 악취, 그 속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숨을 죽인 채 무서운 눈으로 군무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의 형상은 실로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알몸이나 다름없는 참담한 몰골, 바닥까지 끌리는 머리카락과 피골이 상접한 흉직한 모습들, 군무현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앉은 그들을 향해 담담한 어조로 외쳤다.

천마황(天魔皇) 곡노선배는 어디 계시오?”

이어, 스슥! 군무현은 서슴없이 뇌옥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하나의 석동(石洞) , 군무현은 그곳에 이르러 우뚝 멈추어 섰다. 그때,

환령(幻靈)인줄 알았더니... 아니었군!”

문득 석동 안에서 한 줄기 창노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그 창노한 음성에는 감히 범접키 어려운 기도가 실려 있었다.

(천마황(天魔皇)!)

군무현은 단번에 그 음성의 주인을 알아차렸다.

적룡천종(赤龍天宗)의 후예 군무현이 곡노선배를 뵙기를 청하오!”

그는 석동 안을 향해 정중한 어조로 외쳤다.

순간,

으음...!”

석동 안에서 경악이 깃든 나직한 신음성이 흘러 나왔다. 하나, 석동 안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문득,

들어오게!”

마침내 석동 안에서 예의 창노한 음성이 다시 흘러 나왔다.

감사하오!”

군무현은 답례와 함께 곧장 석동 안으로 들어섰다.

석동 안, 십여평 남짓한 그곳은 온통 칠흑 같은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죽음같이 암울한 어둠 속,

“...!”

한 명의 괴인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칠척의 거구를 지닌 노인, 그의 일신에서는 태산같은 무형의 기도가 풍겨져 나왔다.

한데, 그 노인의 옆, 한 명의 청년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누굴까?)

군무현은 미간을 모으며 중얼거렸다.

일견하기데도 범상치 않은 기도의 청년, 그 순간, 군무현은 기광을 번득이며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이 청년이 바로 천마묵룡(天魔墨龍)이었군!)

그는 어렵지 않게 청년의 정체를 간파해냈다.

 

천마묵룡(天魔墨龍) 혁세민(赫世民)!

그는 바로 천마제군의 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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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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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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