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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二 章

 

                       魔中至尊, 天魔皇復活

 

 

 

군무현, 그는 천마묵룡 혁세민에게서 시선을 떼며 괴노인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인사드리겠소!”

그는 괴노인을 향해 일례를 표했다.

아아! 그렇다. 이 괴노인이야말로 그 명성이 삼산오악을 뒤흔드는 천마황(天魔皇)인 것이다.

헛허... 적룡세가(赤龍勢家)와 적룡대제(赤龍大帝)라는 후진에 대해서는 이 아이에게 들었지. , 앉으시게!”

천마황은 호쾌하고 밝은 음성으로 말했다. 하나, 일말의 허무한 기운은 감출 수가 없었다.

천하마도를 일통하여 호령하던 천마황의 말로가 이렇듯 비참할 줄이야... 군무현은 그런 천마황의 모습에 내심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내공이 극고한 천마황의 피부가 썩어 들어가는구나. 적어도 감금된지 삼십 년이 지났겠구나!)

천마황의 피부는 한겹이 벗겨져나간 상태에서 다시 썩어 고약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결국... 신기황과 천음황 두 어르신네를 위해한 것은 천마황 본인이 아니었다!)

군무현은 확신을 갖고 추측했다.

“...!”

“...!”

군무현과 천마황은 잠시 말없이 시선을 교환했다.

그 무언의 대화 속에 무슨 말이 오고 갔는지... 시대를 달리한 두 노소(老少)의 영웅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윽고,

헛허! 정말 거목(巨木)이로군. 신기황과 천음황 두 노형이 거목을 길렀어!”

천마황은 군무현의 찬사로 치묵을 깨뜨렸다.

과찬이십니다. 다만 인연이 닿아 두 분의 진전을 얻었을 뿐입니다!”

그래, 두 분 노형은 무고하신가?”

천마황은 크게 궁금한 듯 군무현의 얼굴을 뚫어질 듯 바라보며 물었다.

순간, 군무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신기황 어르신네께서는... 비참한 생명을 유지하고 계십니다!”

신기황 노형이...?”

천마황의 음성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럼 천음황 노형은?”

그 분은 타계(他界)하셨습니다!”

... 그럴 수가! 천음황 노형이...!”

천마황은 장탄식을 터뜨렸다.

일세(一世)를 진동시켰던 천마황의 최후가 그의 싸늘하게 식은 영혼을 비통하게 만드는 것이다.

군무현은 천마황의 비통한 심경을 피부로 느끼는 듯했다.

바로 노선배님의 형상을 가장한 자에게 암습 당하셨습니다!”

나의 형상!”

천마황은 두 눈 가득 경악의 빛을 지었다.

온 몸이 터져 버릴 듯한 극심한 분노. 그러나, 그는 분노를 억제시켜야 하는 자신의 입장이 더욱 안타까울 뿐이었다.

모두가 노부의 탓일세. 사람을 잘못 거둔 탓에 참혹한 꼴을 당하신 것이라네.”

“...!”

군무현은 묵묵히 천마황의 탄식을 듣고 있었다.

이제와서 천마황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천마제군! 모두 그 자의 짓임이 분명합니다!”

저곳에도 노부의 탓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이 계시네!”

천마황은 석실의 한쪽을 가리켰다.

석동 안의 한쪽 구석, 그곳에는 시퍼런 인광을 발하는 한무더기의 인골이 쌓여 있었다.

군무현은 인골더미를 바라보며 심중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독고을 익힌 독문고인의 유골이다. 그렇다면...!)

그의 검미가 일순 꿈틀했다. 인골이 시퍼런 인광을 발하고 있는 것은 독공을 익힌 탓이었다.

그런 그의 귓전으로 다시 천마황의 탄식성이 들렸다.

독천황(毒天皇)의 유해일세!”

! 독천황이 한무더기의 인골로 화해 군무현의 눈 앞에 나타날 줄이야... 군무현은 독천황의 인골 앞에 경건한 심정으로 구배지례를 올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천마황은 문득 의아한 듯 물었다.

독천황 노형과는 어떤 관계인가?”

군무현은 단천애에서 떨어진 도건후가 떠올라 마음이무겁기만 했다.

바로 내자(內子)의 조부되시는 분입니다!”

그런가? 허허... 그래도 독노형은 행복하시군. 자네같은 손자사위를 두시다니...!”

천마제군이 혈문(血門)의 허수아비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군무현은 화제를 바꾸었다.

그렇다네. 노부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만성독약이 골수까지 뻗힌 상태였지!”

천마황은 잠시 회상하는 듯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천마제군은 바로 혈문을 의도적으로 천마황에게 접근시킨 인물이었다.

천마황이 천마제군을 거둔 것은 벌써 육십 년 전의 일인 것이다.

육십 년 전, 천마황은 천마제군의 재질을 사랑하여 자신의 모든 재간을 모두 전수했다. 하나, 천마제군이 노린 것은 천마황의 무학이었다.

바로 천마황의 천마궁과 모든 것을 노린 것이다. 결국, 천마황은 천마제군의 암습을 받아 지옥뇌에 갇히게 되었고... 천마궁은 혈문(血門)의 수중에 들어가고 만 것이다.

천마화은 길게 탄식했다.

세인들은 모르나 혈문은 천년의 세월 동안 선부(仙府)와 암투를 벌여왔네!”

당대이전(當代以前)에 혈문이 무림에 들어오지 못했던 것은 바로 선부의 저지 때문이 아닙니까?”

그렇다네. 한데 당대에 들어서 혈문이 암중에 천하를 집어삼키려고 하는 것이지.”

천마황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휴우... 바로 팽팽하기만 했던 천외쌍비의 금형이 깨진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군무현은 천마황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천외쌍비... 그 연관이 어찌되기에 천세무림(千世武林)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단 말인가?)

그때, 천마황의 침중한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혈문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바로 무엇입니까?”

군무현은 눈을 빛내며 말을 재촉했다.

바로 천지십강(天地十强)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네!”

...!”

혈문이라해도 천지십강 만큼은 경시할 수 없는 때문이지. 그리고!”

천마황은 문득 말을 끊고 군무현을 뚫어지도록 주시했다. 문득 그의 입가에 한가닥 미소가 피어 올랐다.

그들의 이런 태도만큼은 옮았다. 헛허... 적룡천종의 진전을 이은 자네가 이럴진대... 천지십강의 후예가 서넛만 더 나타나도 그들은 감당치 못할 것이네!”

그는 흐뭇한 듯 통쾌한 음성으로 말했다.

오랜 세월을 지옥뇌 속에서 비참한 말로를 보내야 했던 그로서는 드물게 통쾌한 심정이었다. 하나, 군무현은 씁쓸하기만 했다.

(천마황... 이 노인은 아마 몇십 년 만에 처음으로 저렇게 미소를 지어볼 것이다!)

그는 착잡한 심정을 금할길 없었다. 이윽고, 그는 안색을 바꾸며 다시 입을 열었다.

노선배님께서는 무공을 회복하실 수가 없습니까?”

그런 말을 하는 자네의 눈에는 노부가 어떻게 보이나?”

천마황은 오히려 군무현에게 담담하게 물었다. 하나, 그 눈빛 속에는 한 가닥 경악의 빛을 엿볼 수 있었다.

(과연 보기드문 기재 중의 기재다. 단번에 그것을 간파해 내다니...!)

그렇다. 천마황은 이미 무공을 회복한 것이다.

헛허... 자네의 눈을 속이지 못하겠군!”

그는 유쾌한 표정으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천마제군이 실수를 한 것이지. 노부가 한줌의 공력만 남았어도 소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잊은 것이다!”

천마지체(天魔之體)!”

그렇다네. 노부는 천마지체인 덕으로 무공을 회복할 수 있었다네!”

군무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혹시 그 사실을 아시는지...!”

무엇인가?”

천마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 군무현은 웬일인지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면 묻지 않겠네.”

다행히 천마황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군무현은 침중한 안색으로 내심 중얼거렸다.

(혈문에 천지십강의 무공 중 최소한 두 가지가 있다는 사실... 그것을 말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이분은 천지십강에 버금갈 정도로 강해지셨다!)

군무현의 눈은 틀림없다.

천마황은 과거의 그가 아니라고 볼 정도로 무서운 무학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하나, 문득 천마황은 깊이 탄식하며 말했다.

노부 스스로 만든 지옥뇌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는 신세라니...”

그렇다. 지옥뇌(地獄牢)! 이 죽음의 뇌옥은 바로 천마황 자신의 걸작이었다.

천마황의 운명은 자신도 상상할 수 없는 비참한 신세였다.

자신이 만든 지옥뇌에 자신이 갇히게 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군무현은 천마황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이 노인의 운명은 참으로 비참하구나. 자신이 키운 천마제군에게 암습을 당하고 이제는 자신이 만든 지옥뇌에 갇히다니...!)

하나, 이내 그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염려? 그런 것은 이미 잊었다네. 노부는 다만 죽을날만 기다릴 뿐이지!”

천마황은 허탈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하나, 군무현은 그런 그에게 용기를 주려는 듯 미소와 함께 다시 말을 이었다.

지옥뇌의 안배는 이미 후배가 풀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그 말에도 천마황은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다만, 천마황의 옆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천마묵룡 혁세민만이 크게 기뻐했을 뿐이었다.

... 정말입니까?”

그렇소.”

군무현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아! 지옥뇌를 빠져 나갈 수 있게 되다니 꿈은 아닐런지요?”

천마묵룡은 기쁨을 금치 못하며 격동했다. 하나, 천마황의 표정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천마묵룡은 의아한 빛을 지었다.

왜 그러십니까? 기쁘지 않습니까?”

순간, 천마황은 버럭 노갈을 내질렀다.

너는 지옥뇌가 어떤 곳이라는 것을 모르느냐?”

순간, 천마묵룡의 안색이 금방 참담하게 이지러졌다.

... 그렇군요. 지옥뇌는 한 번 들어올 수는 있으되 나갈 수는 없는 곳이라는 것을 잊었습니다!”

그는 실망의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렇다. 지옥뇌야말로 살아 들어와 죽은 뒤 영혼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불회뇌(不廻牢)가 아니었던가?

하나,

후훗...!”

군무현은 여유있는 표정으로 나직한 기소를 발했다.

후배가 신기황의 진전을 얻었다는 것을 잊으셨습니까?”

순간,

... 신기황...!”

천마황은 비로소 안색이 대변하며 격동하여 부르짖었다. 그는 군무현의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우둔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신기황 노형의 진전을 이었다면 자네에게는 지옥뇌가 치졸하게 보일 것이네!”

핫하... 그러나 역시 노선배님의 걸작인 지옥뇌는 천하에 보기드문 곳입니다.”

군무현은 겸손하게 말하며 천마황을 추켜 세웠다.

다만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말해 보게나.”

천마황은 그답지 않게 들뜬 음성으로 말했다.

후배가 지옥뇌의 모든 습독(濕毒)을 제거해 드리겠습니다.”

정말인가?”

대신 노선배님께서 당분간 지옥뇌에 계시면서 같이 계신 분들의 상세를 호전시켜 주십시오!”

따르겠네. 자네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천마황의 두 눈에는 생기가 돌았다. 그는 무릎을 치면서 호쾌하게 웃어댔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 왔는지 모르네. 잠시 지체된다고 싫어할리 있겠는가?”

핫하...!”

더구나 나와 인고(忍苦)를 같이해온 수하들의 상세를 치료하는 일인 것을...!”

군무현은 미소를 지으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천마황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천마묵룡 또한 격정을 이기지 못했다.

아아... 이제 햇빛을 보게 되었군.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천마황은 유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핫하! 역시 신기황의 후예답군. 혈문은 자신들 내부에 노부가 눈을 부릅뜨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를 것이네!”

군무현은 천마황의 얼굴을 주시하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후훗... 벌써 나의 의도를 궤뚫어 보셨군. 과연 천마황이시다!)

그의 의도란 무엇일까? 그렇다. 천마황은 군무현의 심중에 하나의 변수(變數)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혈문을 혼란시킬 하나의 가공스럽고 상상치 못할 변수,

군무현, 그의 가슴 속에는 치밀한 계략이 이미 가득차 있었다.

조용한 그의 표정, 그의 모습이 바로 또 하나의 엄청난 계략은 아닌지...

 

으하하하핫!”

천마황은 그의 평생에 다시는 웃어 보지 못할 정도의 호쾌한 대소를 터뜨렸다.

가슴 속에 쌓이고 쌓였던 모든 울분을 토해내듯이, 그리고, 천마묵룡도 미친 듯이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핫! 이제 때가 온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때가 바로 눈앞에 온 것입니다!”

군무현은 천마황과 천마묵룡의 웃음을 지켜보며 확신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아아! 때는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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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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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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