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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九 章

 

               地獄密室

 

 

 

소양(邵陽)!

 

동정호(洞庭湖) 남단에 위치한 아담한 시진, 소양 입구에는 자그마한 주루 하나가 있었다.

아담하나 그런대로 형식을 갖춘 주루, 그 주루의 창가, 한 명의 백의청년이 병째로 화주(火酒)를 들이키고 있었다.

몇날 며칠을 깎지 않은 듯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청년, 그는 바로 군무현이었다.

며칠 사이 그의 안색은 눈에 뜨이도록 핼쓱해져 있었다.

! 군무현은 탁자 위에 소리나게 술병을 내려놓았다.

퀭하게 변한 그의 두 눈, 그것은 짙은 고뇌의 빛으로 가득차 있었다.

가엾은 황후...!”

문득 그의 입가로 미약한 탄식성이 새어 나왔다.

세상에 태어나 보이지 못하고... 천길 약수에 묻힌 나의 분신...!”

그는 갈가리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다시 독한 술을 들이켰다. 하나, 극고한 내공으로 인해 술기운은 쉽사리 오르지 않았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화르르...! 문득 향긋한 한줄기 화향(花香)이 이는가 싶더니 주루 안으로 한 명의 왜소한 인영이 날아들었다.

소녀(少女). 그 왜영은 이제 십사오세 가량 되어 보이는 미소녀였다. 상당한 미모에 앙증맞은 색기(色氣)를 뇌살적으로 풍기고 있는 소녀, 그녀는 이마에 땀을 흘리며 다급히 주루 안을 둘러 보았다.

그러다 문득, 그녀의 눈빛이 반짝 빛을 발했다.

병째 술을 들이키고 있는 군무현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 순간, 소녀의 교구가 군무현을 향해 날아갈 듯 미끄러져 갔다.

... 공자님! 소녀를 좀 숨겨주세요!”

그녀는 다급한 음성으로 군무현에게 부탁했다.

바로 그때, ! ! 주루 밖에서 분분히 옷자락 날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소녀는 사색이 되어 다급히 군무현의 등 뒤로 숨어 들었다.

“...!”

군무현은 소녀의 가냘픈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 순간, 주루의 입구로 두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시뻘건 혈포가사를 걸친 라마승들, 그들은 흉흉한 살기를 폭사하며 음침한 괴소를 터뜨렸다.

크크크... 어딜 갔나 했더니... 기껏 여기까지 달아났느냐?”

쿵쿵...! 두 명의 혈포라마는 주루 바닥을 거칠게 울리며 사나운 기세로 소녀를 향해 다가섰다.

순간,

... 공자님!”

소녀는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며 군무현의 팔에 매달렸다. 그 모습에 혈포라마들은 군무현을 노려보며 음험하게 웃었다.

흐흐... 이놈아! 냉큼 그 계집을 본 보살에게 넘겨라!”

“...!”

군무현은 그제서야 술병을 놓으며 혈포라마들에게 무심한 시선을 던졌다.

순간,

“...!”

군무현과 시선이 부딪힌 혈포라마들은 안색이 일변했다.

돌아가라!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아 살려준다!”

군무현은 지극히 냉담한 어조로 잘라 말했다.

순간,

... 뭣이라고?”

... 감히 혈륭마찰의 보살들을 능멸하다니...!”

혈포라마들은 분노로 안면을 일그러뜨리며 잡아먹을 듯 군무현을 노려 보았다.

이어,

죽어랏!”

꽈릉...! 그 자들은 다짜고짜 무지막지한 장을 휘둘러 군무현을 짓쳐드는 것이 아닌가?

!”

그들의 갑작스런 공세에 소녀는 안색이 하얗게 질려 비명을 내질렀다.

하나,

피를 보지 않으려 했거늘...!”

군무현은 싸늘하게 안색을 굳히며 중얼거렸다.

순간, 화르르르! 그의 우장에서 시뻘건 극양지기가 폭출했다.

직후,

케 엑!”

!”

처절한 두 마디의 비명과 함께 두 명의 혈포라마는 그대로 재로 화해 산화해 버렸다. 실로 너무도 끔찍하고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엄청난 광경에,

... 이럴 수가...!”

보고 있던 소녀는 눈망울을 한껏 확대하며 교구를 바들바들 떨었다.

그 순간, 군무현은 어느 새 휘적휘적 주루 밖을 나서고 있었다.

아연하여 입을 딱 벌리고 있던 소녀, 그녀는 흠칫 정신을 차리며 다급히 군무현을 따라 나섰다.

공자님!”

그녀는 빠르게 군무현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이어, 그녀는 돌연 군무현의 앞에 무너지듯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닌가?

공자님! 우리 아씨를 구해 주세요!”

그녀는 간절한 음성으로 애원했다.

“...!”

군무현은 눈썹을 찌푸리며 소녀를 내려다 보았다. 그런 그의 눈길은 황폐하고 무심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어린 계집이 벌써 동정을 잃었다니...!)

그는 소녀가 이미 처녀지신이 아님을 알아보고는 내심 쓴 웃음을 지었다. 불과 십사오세의 소녀가 사내를 알고 있다는 것, 그것은 보는 이를 결코 유쾌하게 만드는 일은 아니었다.

네 아씨가 누구냐?”

군무현은 지극히 무심한 어조로 물었다. 순간, 소녀는 안색을 펴며 얼른 대답했다.

소녀는 취취(翠翠)라 하옵고... 저희 아씨는 만화천요(萬花天妖) 황보영혜(皇甫慧)라 하옵니다!”

... 화천요(萬花天妖)!”

천하제일염(天下第一艶)으로 불리우는 여인, 그녀는 천성적으로 지독한 색기를 타고 태어나 일찌감치 천하제일탕녀라는 명성을 획득한 바였다.

만화부(萬花府)의 당대부주인 만화요희(萬花妖姬)의 막내 사매가 바로 그녀였다.

 

만화천요가 네 아씨라고?”

!”

소녀 취취(翠翠)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한데... 부주께서 혈륭마찰의 혈륭대법사(血隆大法師)에게 아씨를 제물로 주려고 합니다. 혈륭대붕천마공(血隆大崩天魔功)을 연마하는 제물로...!”

그녀는 애절한 눈길로 군무현을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제발... 아씨를 구해 주세요. 혈륭대붕천마공은 순음지기를 흡수하여 익히는 것으로 아씨는 죽고 말거예요!”

무심한 표정으로 취취의 말을 듣고 있던 군무현, 문득 그는 나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만화부(萬花府)로 가자!”

순간,

... 공자님!”

취취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활짝 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공자님, 고마워요!”

그녀는 진정어린 감사의 빛을 띄우며 기쁨을 금치 못했다.

군무현의 깊고 무심한 눈에 순간적으로 미세하나마 웃음기가 떠올랐다.

(아직 치기를 벗지 못한 어린 소녀다...!)

이어, 그는 취취의 가냘픈 팔을 잡았다.

동시에, 스 악!

!”

깜짝 놀라 경호성을 재니르는 취취의 교구를 안아든 채 그는 섬전같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X X X

 

한칸의 밀실, 밀실 중앙에는 화려하고 넓은 침상이 놓여 있다. 한데, 침상 위,

아아...!”

한 명의 전라여인이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며 가쁘게 숨을 할딱이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침상의 네 모서리에 사지가 결박당한 상태였다.

여인이 묶여 있는 침상 옆, 하나의 커다란 향로가 놓여 있었다.

스스스... 그 향로에서는 분홍빛 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 그것은 강렬한 최음약이 아닌가?

아아... 흐윽...!”

여인은 뜨거운 신음성을 발하며 사지를 비틀고 있었다.

음약의 약효가 미미 퍼질대로 퍼진 듯... 욕화를 이기지 못해 쉴새없이 온 몸을 뒤틀며 몸부림치는 여인, 결박당한 그녀의 손목과 발목에는 참혹한 혈선이 그려지고 있었다.

한데, 전라여인, ...! 그녀는 실로 아름다웠다.

()의 완벽한 걸작품이라고나 할까? 섬세하고 아름다운 용모에 그린 듯 단아한 윤곽의 얼굴.

그녀의 피부는 대리석보다 더 희고 매끄러웠다.

가냘픈 듯 하면서도 풍만한 몸매, 그것은 놀랍도로 뇌살적인 염색(艶色)을 폭출해내고 있었다.

타고난 천성(天性)일까? 여인의 아름다움은 뇌색적이고도 아찔한 염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것은 가히 폭발적인 매력에 가까운 것이었다.

아아... ... 제발...!”

여인은 풍염하고 미끈한 나신을 비틀며 자극적인 비음을 흘려냈다. 안타까운 욕망을 갈구하는 자극적인 몸짓, 그것은 숨막히도록 선정적이었다.

그때였다. 문득 침실의 문이 열리며 두 명의 인물이 실내로 들어섰다. 일남일녀(一男一女). 삼십대의 요염한 나의미부와 일신에 혈포가사를 걸친 음악한 표정의 노라마승이었다.

그들은 음탕한 미소를 흘리며 침상의 여인에게로 다가섰다.

노라마의 팔에 매달려 걷는 나의미부, 그녀는 풍만한 둔부가 자극적으로 흔들렸다.

호호... 대법사(大法師)! 어때요?”

아미타불... 훌륭하오. 훌륭해!”

혈포라마는 음침한 시선으로 침상의 여인을 살피며 대꾸했다.

이제껏 본 어떤 여시주보다 음기(陰氣)가 강하오. 물론 아직 원음지체(元陰之體)이겠지요?”

호호호... 물론이예요!”

혈포라마의 물음에 나의미부는 탕기어린 눈웃음을 던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호... 대공(大功)을 이루시면... 첩신이 사흘 밤낮을 모시겠어요!”

그녀는 혈포라마를 향해 뇌살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어, 그녀는 혈포라마 혼자만을 남겨놓고 침실을 나갔다.

혈포라마, 그 자는 음침한 눈을 번득이며 침상가로 다가섰다.

이어,

아미타불...!”

순간,

아흑...!”

자신의 예민한 부위에 사내의 손길이 닿음을 느낀 전라여인은 숨넘어 갈 듯한 교성을 발하며 봉목을 한껏 치떴다.

그때, 화르르르... 스스스슥! 혈포라마의 전신으로 시뻘건 기류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츠츠츠츠...! 전라여인의 국부에서는 극음지기(極陰之氣)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아흑... 흐윽...!”

그때마다 여인의 입에서는 기묘한 쾌락성이 새어 나왔다.

동시에, 파르르...! 그녀의 전신에 세찬 경련이 일어났다.

츠츠츠...! 혈포라마의 몸 주위로 일어나는 혈기는 더욱 더 짙어지고 있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아아악!”

돌연 침실 밖에서 처절한 여인의 비명이 들려왔다.

뒤이어, 콰 당! 침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한 명의 인물이 당당한 자세로 들어섰다.

! 그는 바로 군무현이 아닌가? 그는 한손에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여인의 목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것은 혈포라마를 이곳으로 안내했던 예의 마의미부의 목이 아닌가?

군무현은 두 눈에 강렬한 살광을 폭사했다.

불자(佛者)의 탈을 쓰고서도 음행(淫行)을 서슴치 않다니...!”

순간, 파파파 팟! 그의 손에서 나의미부의 수급이 재로 화해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죽어랏!”

그의 쌍장이 맹렬한 기세로 뻗었다.

콰르르르...! 시뻘건 불기둥이 가공할 위세로 혈포라마를 휩쓸어갔다.

태양천뢰폭(太陽天雷爆)! 그 가공할 열양공(熱陽功)이었다.

그 순간,

우웃!”

혈포라마는 용수철이 튕겨지듯 벌떡 일어서며 마주 쌍장을 격출했다.

직후, 콰콰 쾅! 천붕지열의 가공할 폭음이 들썩 밀실을 뒤흔들었다.

그와 함께,

크 윽!”

콰 쾅! 콰르르.. 혈포라마는 답답한 신음성을 발하며 침실의 뒷벽을 뚫고 날아갔다.

혈륭대법사! 살려보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임을 명심해라!”

군무현은 날아가는 혈포라마의 뒤에 대고 싸늘한 음성으로 외쳤다. 그때,

아씨!”

소녀 취취가 얼른 달려들어와 침상 위의 여인을 얼싸안았다.

침상 위의 전라여인, 그녀는 바로 천하제일염(天下第一艶)이라 불리는 만화천요(萬花天妖)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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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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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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