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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八 章

 

                    毒門聖地, 萬毒聖府

 

 

 

자욱한 운무가 백사(白蛇)처럼 뒤엉켜 있는 단천애,

... 이런...!”

군무현은 단천애 아래를 내려다 보며 낭패의 표정을 지었다.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뻗어낸 일격에 단애로 밀려난 독황후가 단천애 아래로 떨어져 버린 것이 아닌가?

그것은 실로 예기치 못한 갑작스런 사태였다.

군무현은 망연한 표정으로 단천애를 내려다 보았다.

한데, 그때였다.

! 스슥! 문득 두 명의 인물이 군무현의 뒤로 날아내렸다.

한 명의 노인(老人)과 노파(老婆)였다. 그들은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온통 주름살로 뒤덮여 있었다.

노인장들께서는...?”

군무현은 천천히 돌아서며 노인과 노파를 주시했다. 그러자, 그들 중 백염을 기른 노인이 얼른 입을 열었다.

노부들은 독황쌍려(毒皇雙侶)라 하오. 소협은 혹시 구류지존(九流至尊)이 아니시오?”

그는 그렇게 물음과 함께 눈을 빛내며 빠르게 군무현의 전신을 살폈다.

“...!”

군무현은 대답 대신 무겁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순간, 독황쌍려(毒皇雙侶)의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그들은 격동의 표정을 지으며 곧 정중한 예를 취하는 것이 아닌가?

독노(毒老), 독파(毒婆)! 태상부군(太上)께 인사드립니다!”

갑작스런 그들의 태도에 군무현은 당황했다.

태상부군(太上)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요?”

그 말에 독파가 오히려 의아하다는 듯 반문했다.

모르고 계셨습니까? 독황후 궁주께서는 태상부군의 아기씨를 가지셨습니다. 궁주께서 이곳에서 태상부군을 만나셔서 모두 이야기하셨을 줄 알았는데...!”

순간,

... 그런 일이...!”

군무현의 안색이 대변했다.

그는 쇠망치로 뒷통수를 거세게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그의 눈앞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던 독황후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독황후가 나의... 아기를 갖다니...!)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망연히 중얼거렸다.

순간, 그의 안색이 사색으로 변했다. 그 모습에 독황쌍려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흠칫했다.

태상부군, 궁주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하나, 그들은 말을 채 끝맺지도 못하고 눈을 크게 떴다.

안돼! 안돼!”

군무현이 갑자기 미친 듯이 부르짖으며 단천애 아래로 몸을 날리는 것이 아닌가?

! 그는 독황쌍려가 미처 만류하기도 전에 단천애 아래로 몸을 던졌다.

“...!”

“...!”

독황쌍려는 일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군무현의 모습은 이미 자욱한 운무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태상부군...!”

그들은 단천애 아래를 내려다 보며 굳어버린 듯 언제까지고 몸을 움직일 줄 몰랐다.

 

쐐 액! 군무현은 비단폭 가르는 듯한 날카로운 소성이 귓전을 스침을 느꼈다.

단천애 아래로 무조건 몸을 날리고 있는 그는 돌멩이로 자신의 발 등을 찧은 듯한 뼈저린 아픔을 체험했다.

독황후...! 그녀가 나의 아기를 갖다니...!”

지금으로서는 독황후 외에는 어떤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오직 그녀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휘 익! 군무현의 몸은 자연스럽게 허공을 감돌며 절벽 아래로 날아내렸다.

실로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천야만야한 낭떠러지, 끝조차 보이지 않는 아득한 절벽을 깃털처럼 가볍게 떨어져 내리다니...!

군무현이 펼치고 있는 신법, 그것은 바로 천랑신마(天狼神魔)의 천랑비천사대식(天狼飛天四大式)이었다.

한 순간,

안돼! 죽으면 아니되오!”

휘르르...! 군무현은 절박하게 부르짖으며 급격히 하강했다.

허공을 휘돌며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그의 몸은 낙뢰가 떨어지듯 단천애의 운무를 뚫고 급격히 떨어져 내렸다.

 

단천애 아래, 흡사 지옥의 입구처럼 음습하고 퀴퀴한 악취가 풍겼다.

스으... 스으...! 주위에는 온통 자욱한 운무가 흐르고 있어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컴컴했다.

한데,

... 이럴 수가...!”

운무 속에서 문득 망연하고도 허탈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군무현, 그는 습기찬 바닥에 주저앉아 넋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형편없이 찢기고 더럽혀진 그의 의복, 뻐근하게 전신을 저며오는 통증, 하나, 그런 것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독황후, 그녀가 없었다. 그녀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지 않은가?

군무현이 주저앉아 있는 바닥, 그 앞에는 시커먼 묵수(墨水)가 가득 고인 하나의 넓은 웅덩이가 파여져 있었다.

그것은 새의 깃털조차 뜨지 못한다는 지독한 약수(弱水)가 아닌가?

독황후...!”

군무현은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그는 망연한 표정으로 넋나간 듯 눈 앞의 웅덩이만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습기로 축축한 그의 얼굴에 뜨겁고 끈끈한 것이 흘러 내렸다.

눈물, ...! 그것은 사나이의 눈물, 뜨거운 자책의 눈물이었다.

 

한편,

... ...!”

독황후는 전신이 부서지는 듯한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신음했다. 이어, 문득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뜨는 순간 그녀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갑자기 머리 속이 텅 비어 버린 듯했다. 하나, 돌연 그녀는 소스라치듯 놀라며 몸을 떨었다.

(... 아기는...!)

그녀는 숨막힐 듯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본능적으로 자신의 하복부를 감쌌다. 이어, 그녀는 급히 심맥을 더듬어 몸 속에 웅크리고 있는 태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것은 여인 본능의 강렬한 모성애(母性愛)였다.

...!”

자신의 몸 속에 숨쉬고 있는 작은 생명을 느낀 독황후, 그녀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상은 없다!)

그녀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어렸다.

전신골격이 부서져 나가는 듯한 통증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태아가 무사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족했다.

그 사실이 극심한 고통마저도 잊게 만들었다.

아가... 너만 무사하다면... 나는 어찌 되어도 좋다!”

독황후는 조심스럽게 하복부를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이윽고,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순간,

으음...!”

그녀의 안색이 절로 고통으로 찡그려졌다. 몸을 움직이자 다시 전신골격이 부서지는 듯한 엄청난 고통이 엄습한 것이다.

하나, 그녀는 잘근 입술을 깨물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문득, 그녀는 자신의 몸이 축축 젖어 있음을 느꼈다.

“...?”

그제서야 그녀는 아미를 모으며 주위를 살펴 보았다. 지금 그녀ㄴ는 차가운 동굴의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곳은 얕게 물이 고여 있는 지하수로(地下水路)가 아닌가?

독황후는 비로소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지. 나는 절벽에서 떨어져 물에 빠졌었다. 한데, 정신을 잃은 사이에 이곳으로 휩쓸려 들어온 모양이군!”

그녀가 죽지 않고 살아있음은 실로 천행(天幸)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독황후는 수로에 그대로 앉은 채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러자, 위 잉! 그녀의 몸 주위로 이내 검푸른 독강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뼈를 깎는 듯한 엄청난 통증이 수반되었다.

하나, 진기를 삼주천 하고나자 그녀는 전신이 가쁜해지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독황후는 반짝 눈을 떴다.

나를 쳐서 떨어뜨리다니... 다시 만나게 되면 용서치 않겠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원독의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 앞에 무심한 표정의 군무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 원독으로 가득차 있던 독황후의 마음이 갑자기 세차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어찌됐든 태어날 아기의 아버지이니...!)

그녀의 독심(毒心)은 이내 흐려졌다.

몸 속에 자라고 있는 아기를 생각하자 도저히 악심을 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를 두고 다른 계집과 바람을 피우다니...!”

독황후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군무현이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하나, 그녀는 군무현의 생각을 떨쳐 버리려 고개를 흔들며 문득 주위를 둘러 보았다.

우선 이 이상한 곳을 빠져 나가자!”

이어, 그녀는 물이 흘러 내려 오는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갈수록 동굴은 점점 더 높아졌다.

그에 반해, 물줄기는 더욱 가늘어지고 있었다.

이윽고, 독황후는 물이 흐르지 않는 마른 동굴 바닥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그때 문득,

“...!”

독황후의 아미가 파르르 떨림을 일으켰다.

강한 독기(毒氣)가 느껴진다!”

그녀는 독문(毒門)의 명인이었다. 그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희미한 독기까지 감지할 수 없었다.

(매우 강하다. 독성지기(毒聖之氣)에 버금가는 독기다!)

독황후의 가슴이 일순 세차게 뛰었다. 그녀는 크나큰 기대감에 사로잡혔다.

흥분을 금치 못하며 급히 걸음을 옮기던 독황후, 문득, 그녀의 눈앞에 하나의 동굴이 끝나고 또 다른 동굴의 입구가 보였다.

한데, 그 동굴의 입구에는 온통 시커먼 독무(毒霧)가 어려 있지 않은가?

독황후의 봉목이 크게 치떠졌다.

독황성령지(毒荒聖靈地)가 전면에 있다. 이것은 독황성령지(毒荒聖靈地)에서 나오는 만독응정기연(萬毒凝精氣煙)이 틀림없다!”

그녀는 온통 격동과 희열을 금치 못하며 떨리는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독황성령지(毒荒聖靈地)!

천지지간(天地之間)의 만독(萬毒)이 모여 녹아드는 곳, 그곳은 독문(毒門)의 인물들이 꿈에라도 그리는 성지(聖地)였다.

독성지신(毒聖之神)! 독문의 인물들이라면 이보다 더 큰 소원이 없다.

독황성령지의 독성지기(毒聖之氣)를 흡수하면 바로 독문지상(毒門至上)의 염원인 독성지신에 이를 수가 있는 것이다.

 

독황후는 세차게 가슴이 뛰는 것을 억제치 못했다.

그녀는 흥분되는 마음을 간신히 누르며 만독응정기연을 뚫고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만독응정기연(萬毒凝精氣煙)!

그것의 독기(毒氣)는 실로 엄청났다.

범인이라면 설사 공력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한줌 혈수로 녹아드는 것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나, 독황후, 그녀는 오히려 전신이 상쾌해지는 쾌감을 느꼈다.

독문의 절정기공을 익힌 그녀로서는 당연한 현상이었다.

동굴 안으로 얼마나 걸어들어 갔을까? 문득, 독황후는 흠칫하며 몸을 세웠다.

하나의 시커먼 석문(石門)이 그녀의 앞을 가로 막아 섰기 때문이다.

 

<만독성부(萬毒聖府)!>

 

석문의 중앙에는 그와 같은 글씨가 세 치 깊이로 뚜렷이 패여져 있었다.

순간,

... 만독성부...!”

독황후는 떨리는 음성으로 나직이 뇌까렸다.

석문에는 또한 다음과 같은 글씨가 분명히 명시되어 있었다.

 

<독문(毒門)의 제자가 아니면 열지 말라!>

 

독황후는 마음을 가다듬고 경건한 자세를 취했다.

독문의 전대고인께서 이미 이곳에 이르셨던 것 같다!”

그는 곧 석문을 향해 공손히 일배했다.

독황궁(毒皇宮)의 제자 제약란(製葯蘭), 성부에 들겠습니다!”

이어, 그르릉! 그녀는 석문을 가볍게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순간,

...!”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탄성을 발했다. 석문 안은 한 칸의 넓은 석실이었다.

석실의 중앙, 시커먼 액체가 가득 고여 있는 이 장 넓이의 웅덩이가 파여 있었다.

스으... 스으... 만독응정기연은 바로 그곳에서부터 꾸역꾸역 치솟아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독황후는 격동을 금치 못하며 떨리는 음성으로 나직이 부르짖었다.

만독성령지...!”

독문 최대의 성지(聖地)!

마침내 그녀는 만독성령지를 찾아낸 것이었다.

만독(萬毒)의 정화가 모여 드는 만독성령지. 그것은 실로 하늘이 독황후에게 내린 최대의 기연이었다.

만독성령지의 옆, 시커먼 흑옥석(黑玉石)으로 만든 하나의 석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석상 위, 하나의 큼직한 옥함이 놓여져 있었다.

독문 선배님의 유물이리라!”

독황후는 나직이 중얼거리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이어, 그녀는 석상을 향해 정중히 삼배한 후 옥함을 집어들었다.

옥함 안, 몇가지의 물건이 들어 있었다.

한 장의 양피지와 역시 양피지로 만든 한 권의 책자, 그리고 검은 가죽에 싸인 작은 보검(寶劍) 한 자루가 그것이었다.

독황후는 먼저 양피지를 집어들었다.

 

<만독노조(萬毒老祖)가 독문(毒門)의 후진에게 남긴다.>

 

양피지의 첫머리에는 그와 같은 글씨가 용사비등한 서체로 적혀 있었다. 순간,

... 만독노조(萬毒老祖)!”

독황후는 대경하며 부르짖었다.

 

만독노조(萬毒老祖)!

독문 사상 최강자(最强者)로 손꼽히는 인물, 그는 천지십강 중의 당당한 일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천년(千年) 이전의 인물, 고금을 통틀어 최초로 독성지경(毒聖之境)에 올랐던 독종지존(毒宗至尊)이었다.

 

만독노조의 유지를 접하다니...!”

독황후는 그 사실이 꿈만 같이 느껴졌다. 하나, 그녀는 이내 정신을 수습하고 정중한 자세를 취했다. 이어, 그녀는 석상을 향해 황급히 구배를 올리는 것이었다.

만독노조(萬毒老祖)! 그는 바로 독문(毒門)이 조종(祖宗)으로 섬기는 지존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바친 독황후는 다시 양피지로 눈길을 돌렸다. 양피지의 글은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中略... 이제 풍진(風塵)을 떠나며 본조(本祖)의 일신재학을 한 권의 독경(毒經)으로 기록하여 만독청명검(萬毒靑冥劍)과 함께 남긴다. 후진은 본조의 유지를 이어받아 독문지학(毒門之學)을 가일층 발전시키도록 노력하라!

만독노조(萬毒老祖) 절필(絶筆)!>

 

독황후는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독문 최대의 영광을 그녀가 이어받게 된 것이 아닌가? 그녀는 양피지를 내려 놓고 떨리는 손으로 비급을 집어 들었다.

 

<만독살황독강경!>

 

비급의 표지에는 고전체로 그와같이 적혀 있었다.

... 만독살황독강경...! 천지십강의 유급을 얻다니...!”

독황후는 엄청난 희열과 감격에 몸을 떨었다.

스스스... 우르르! 끝없이 솟아오르는 만독응정기연, 그 속에서 또 한 명의 절대자(絶對者)가 탄생하고 있었다.

여인으로서 최초로 독성지신(毒聖之身)을 지니게될 독문최대의 절대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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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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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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