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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六 章

 

                  天狼洞府奇緣

 

 

 

군무현의 앞을 가로막은 열 세 명의 인물들, 그들의 선두에 선 인물은 지극히 음독한 인상을 지닌 노인이었다.

일신에는 피처럼 섬뜩한 혈포를 걸쳤으며 한 손에는 낭아곤(郎牙棍)을 들고 있었다.

그 자의 두 눈은 끔찍하게도 시뻘건 핏빛을 띠고 있었다.

일견하기에도 잔인하고 흉폭한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모습, 그 자의 뒤로, 역시 혈포를 걸친 열 두 명의 노인들이 음침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한결같이 음독하고 잔악한 인상을 지닌 자들, 군무현은 서늘한 한기가 일렁이는 눈으로 선두의 혈포노인을 주시했다.

그대가 혈랑왕(血狼王)인가?”

그 말에 혈포노인, 즉 혈랑왕은 물씬 살기가 풍기는 기괴한 괴소를 터뜨렸다.

크크... 구류지존이란 놈이 어떤 놈인가 했더니 겨우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애송이였군!”

그 자는 군무현이 아직 약관에 불과한 것을 보고 가소롭다는 듯 비웃음을 흘렸다.

하나, 군무현을 혈랑왕의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혈랑왕이 틀림없는 듯 하군! 그렇다면 죽어주어야겠다!”

말을 마치는 순간, ... 츠츠츠! 시뻘건 수라혈도가 혈광을 그으며 번쩍 날았다.

순간,

!”

여유만만하던 혈랑왕은 대경실색했다.

군무현의 발도(拔刀)가 너무도 빨랐기 때문이었다.

위잉! 그 자는 일수 당황하며 반사적으로 낭아봉을 휘둘러 수라혈도를 막아갔다.

직후, 콰 쾅! 카가각! 격렬한 파열음과 폭음이 뒤섞여 터져 올랐다.

그와 동시에,

크윽...!”

혈랑왕은 가슴에서 피를 뿌리며 휘청 물러섰다. 그 순간을 놓칠 군무현이 아니었다.

죽어랏!”

그는 숨돌릴틈도 없이 재차 수라혈도를 휘둘렀다.

츠츠츠...! 가공할 혈기(血氣)가 온통 주위를 휘감아 올랐다.

그 순간,

어딜!”

받아랏!”

혈랑왕의 뒤에 대치하고 있던 열 두 명의 혈포노인들이 일제히 군무현을 덮쳐들었다.

그 자들은 바로 혈랑십이살(血狼十二殺)로 불리는 혈랑곡의 최고 고수들이었다.

직후, 콰콰콰 쾅! 따다당! 군무현의 수라혈도는 혈랑십이살의 낭아곤에 부딪혀 공격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 순간, 스스슥...! 혈랑십이살은 기민하게 몸을 움직여 군무현을 포위했다.

그 모습에 혈랑왕은 시뻘건 눈을 희번덕이며 득의의 괴소를 터뜨렸다.

흐흐흐... 애송아, 혈랑혈살진(血狼血殺陣)을 아느냐?”

그 자는 진속에 포위된 군무현을 주시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때, 위 잉! 츠츠츠... 진세가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쐐 액! 사위에서 벼락같이 낭아곤의 공세가 짓쳐들었다.

군무현은 대노했다.

물러나랏!”

번 쩍! 일순 수라혈도가 섬뜩한 혈선(血線)을 그으며 허공을 갈랐다.

그 순간, 파파팍! 콰릉...! 열 두 개의 낭아곤은 거대한 쇳덩이리에 부딪힌 듯 급격히 튕겨졌다.

하나,

(!)

군무현도 일순 신형을 휘청했다. 그의 수라혈도 역시 강력한 반진력에 의해 튕겨지는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혈랑왕은 그 광경에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혈랑혈산진에 갇히고도 살아난 자는 아직까지 한 명도 없었다!”

그 자는 득의만면하여 자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본인이 그 전례를 깨어주지!”

군무현은 냉혹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와 함께, 위 잉! 돌연 혈랑혈산진 속에서 창창한 핏빛 강기가 퍼져 올랐다.

그 광경에 혈랑왕은 흠칫했다. 그 자는 뭔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그것을 느낀 순간 그 자는 혈랑십이살을 향해 다급히 외쳤다.

위험하다!”

하나, 그 자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라혈영파천무!”

이미 진속을 뒤덮은 혈강 속에서 군무현의 대갈이 터져 나왔다.

다음 순간, 콰르르릉! 쿠쿵...! 거대한 폭죽이 터지듯 뇌성벽력이 천지를 벌컥 뒤집어 엎었다.

그와 함께,

으 악!”

크윽... !”

케 엑!”

회오리치는 핏빛 그림자 속에서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잇달아 터져 올랐다.

오오... 보라! 끔찍하게도 혈랑십이살의 몸뚱이는 갈가리 찢겨 사방으로 튕겨져 나간 것이 아닌가?

그 자들은 흔적조차 없이 처참하게 허공에서 분시되고 말았다. 그 충격적인 사태에 혈랑왕은 안색이 시커멓게 질렸다.

... ...!”

그자는 공포에 질린 안색으로 사시나무 떨 듯 전신을 떨었다.

다음 순간, ! 그 자는 죽을 힘을 다해 몸을 날렸다.

혈랑곡의 끝에는 절벽이 가로놓여 있었으며 그 절벽 중앙에는 하나의 석동(石洞)이 뚫려 있었다.

혈랑왕은 허공을 가로질러 벼락같이 그 석동 안으로 뛰어 들었다.

군무현은 그런 그 자를 차갑게 노려 보았다.

후훗...!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는 막 석동 안으로 뛰어드는 혈랑왕을 향해 수라혈도를 겨누었다.

순간,

수라도천파(修羅刀天破)!”

파파팟! 한소리 냉혹한 외침과 함께 핏빛 그림자가 번쩍 혈랑왕을 쫓았다.

어검술과 일백상통하는 이기어도술!

혈랑왕은 사색이 되어 다급히 몸을 피했다.

하나 그 순간,

!”

피보라가 확 퍼져오르며 그 자의 오른쪽 팔이 어깨에서부터 싹둑 잘려나갔다.

파파 팍! 수라혈도는 그 여력에 못이겨 절벽의 석벽으로 파고들었다.

그때, ! 혈랑왕은 팔이 잘린 채 그대로 동부 안으로 달아났다.

교활한 놈!”

군무현은 눈썹을 꿈틀하며 분노의 표정을 지었다.

다음 순간, ! 그는 망설임없이 석벽 중앙의 동부를 향해 몸을 날렸다.

 

천랑동부(天狼洞府)!

 

절벽의 중앙에 뚫려 있는 동굴, 그 입구에는 그와 같은 글씨가 굵은 서체로 새겨져 있었다.

천랑노인(天狼老人)이 적룡천종에 패하고 자결한 후 그의 제자였던 천랑신마(天狼神魔)가 천랑노인의 원수를 갚기 위해 만들었다는 동부,

어디로 달아나든 놓치지 않는다!”

천랑동부의 입구에 내려선 군무현, 그는 냉막한 안색으로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다음 순간, ! 그는 망설임없이 천랑동부 안으로 날아들었다. 동굴 안은 어두운 통로로 이어졌다.

군무현은 신광을 빛내며 동부의 암로를 따라 들어갔다.

오십여 장 장도 들어갔을까? 문득, 군무현은 몸을 멈추었다. 그곳에서부터 통로는 십여 갈래의 복잡한 미로(迷路)로 갈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무현은 미로의 입구에 우뚝 선 채 잠시 멈칫했다. 하나, 이내 그는 눈을 감고 온 신경을 청각으로 집중했다.

천이통(天耳通)의 공력을 펼치는 것이었다. 순간,

(이쪽이군!)

군무현은 두 눈을 번쩍 뜨며 중얼거렸다.

삼십 장 밖에서 미약한 호흡소리가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측의 한 미로를 택했다.

순간, 스스... 그는 수라혈잠영의 경공을 펼쳐 연기처럼 그곳으로 빨려들어 갔다. 하나,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그가 막 한 굽이의 통로를 꺾어 도는 순간, 그의 코 끝에 매캐한 화약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것이 아닌가?

(아차!)

군무현은 흠칫하며 급급히 몸을 되돌리려 했다. 하나,

크크... 늦었다!”

혈랑왕의 음악한 괴소가 그의 귓전을 때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혈랑왕! 네놈이...!”

군무현의 눈썹이 휙 거슬러 올라갔다. 하나, 그의 노성은 뒤이어 터져 오른 굉렬한 폭음 속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꽈르르 릉... 쿠쿠쿵...! 거대한 화약이 일시에 폭발하는 가공할 붕괴음,

그와 동시에, 콰콰쾅 퍼엉! 군무현이 들어간 석동은 완전히 박살나며 무너져 내렸다.

그때,

크크크... 제놈이 죽지 않는다면 인간도 아니지!”

무너진 암동 옆의 동굴에서 혈랑왕이 득의의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나왔다.

 

문득, 우르릉... 콰쾅! 집채만한 바위가 박살나며 그 틈에서 한 명의 인영이 걸어 나왔다.

온통 먼지투성이의 백의청년, 바로 군무현이었다.

그는 비록 먼지를 흠뻑 뒤집어 쓰기는 했지만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는 분노의 표정으로 안색을 이지러뜨렸다. 하나, 이미 혈랑왕의 모습은 그의 눈 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의 주위에는 온통 부서진 바윗덩이와 흙먼지로 사방이 막혀 있었다.

군무현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나저나... 일시의 실수로 꼼짝없이 갇혀 버렸으니...!”

그는 고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어딘가 출로(出路)가 있겠지!”

이윽고, 그는 몸을 돌려 동굴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가 흙먼지를 헤치며 통로의 두 굽이를 돌았을 때였다.

그의 앞에 이끼 낀 하나의 석벽이 가로막아 섰다.

막다른 길이란 말인가?”

군무현은 낭패함을 금치 못했다. 다음 순간, 그는 발길로 석벽을 힘것 걷어차 보았다.

! 하는 음향이 석동 안을 울렸다.

그와 동시에, 우 웅! 석벽 안쪽에 또 다른 공간이 있음을 알려주는 미미한 진동음이 전해오는 것이 아닌가?

또 다른 동굴이 있나보군!”

군무현은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번쩍 우수를 쳐들었다.

순간, 콰르릉! 쿠쿵! 가공할 폭음이 터져 오르며 석벽은 완전히 박살나 버렸다.

그 순간, 음습한 습기가 군무현의 얼굴로 확 끼쳐들었다.

군무현은 가볍게 미간을 모으며 석벽 안으로 성큼 발을 들여 놓았다. 뜻밖에도 그곳은 하나의 넓은 석실이었다.

사면 벽이 온통 이끼로 뒤덮여 있는 밀폐된 공간, 군무현은 눈을 빛내며 주위를 살펴 보았다.

석실의 중앙, 잔뜩 이끼 낀 하나의 석상(石床)이 놓여 있었다.

그 석상 위, ! 끔찍하게도 그곳에는 이미 썩어 부폐해 버린 인골(人骨)이 한 무더기 쌓여 있지 않은가?

천랑신마(天狼神魔)가 만든 석실인가?”

군무현은 무심코 중얼거리며 천천히 석상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 중 한구의 시신, 그것은 지극히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워낙 석실 안이 습하여 거의 뼈의 형태마저 흩어질 정도로 부폐되어 있었다.

한데, 그 시체의 옆, 기형(奇形)의 채찍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검은 교룡근(交龍筋)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기이하게도 채찍 끝에는 여러개의 낭아(郎牙)가 박혀 있어 섬뜩한 느낌을 풍겼다.

그것을 본 순간, 군무현은 짐작이 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군. 이것은 천랑신마의 독문병기인 천랑신편(天狼神鞭)이 분명하다!”

그는 다시 시선을 돌려 주위를 살펴 보았다.

석상의 밑에는 역시 다 문드러진 우람한 골격의 짐승의 뼈가 뒹굴고 있었다.

이것은 천랑노조와 천랑신마 사제(師弟)를 모시던 천년백랑(千年白狼)의 뼈이겠군!”

군무현은 나름대로 추측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에는 별다른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

무엇인가 남겨놓은 것이 있을 텐데...!”

군무현은 무심히 중얼거리며 면밀히 석실 안을 둘러 보기 시작했다. 문득, 그의 시선이 이끼 낀 사면의 벽에 고정되었다.

그는 눈을 빛내며 석상 뒤의 석벽으로 다가갔다. 이어, 그는 그곳의 무성한 이끼를 손으로 뜯어냈다. 이끼가 벗겨지자 드러나는 광경,

! 그 속에서는 석벽을 깎아만든 조각품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한 마리의 핏빛 늑대가 네 다리를 엇갈려 뻗은 채 하늘을 나는 모습이었다.

비랑(飛狼)! 그것은 너무도 생생하여 실제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순간,

(현기가 있다!)

군무현의 눈빛이 강렬하게 빛났다.

그는 급히 나머지 세 벽면의 이끼도 모두 뜯어내기 시작했다. 실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세 벽면의 이끼를 모두 뜯어내고 나자, 그곳에는 역시 생생한 비랑도(飛狼圖)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 광경이 드러난 것이 아닌가?

훌륭하다. 하나같이 초절한 경공절기들이다!”

군무현의 안색이 거듭 변했다.

그는 단번에 알아보았다. 네폭의 비랑도, 그것은 모두 초절정의 경공신법을 나타낸 도해임을, 그것은 천랑신마가 창안한 경공이었다.

그는 사부 천랑노조가 적룡천종에 패한 원한을 갚기 위해 무려 일갑자 동안 고심참담하여 마침내 네폭의 비랑도를 완성했다.

주로 경공을 위주로 창안한 그것은 경공 속에 잔독흉랄한 공격수법을 내포하고 있었다.

군무현은 감탄과 함께 기쁨을 금치 못했다.

경공으로서는 단연 일절(一絶)이다. 천랑비천사대식(天狼飛天四大式)이라 이름 짓자!”

그는 당장 네폭의 비랑도에 이름을 붙였다. 실로 뜻하지 않은 기연을 얻은 그는 다소 흥분되는 심정은 어쩔 수 없었다. 하나, 이내 그는 네폭의 비랑도에 온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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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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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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