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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四 章

 

                  赤龍第三劍訣

 

 

 

큰일이군. 아버님의 유품을 망치다니...!”

군무현은 대천붕의 등 위에 앉은 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쐐 애 액! 대천붕은 거대한 날개를 저으며 그림같이 수려한 백수호 위를 날고 있었다.

군무현의 오른손을 피가 엉겨붙어 엉망이었다. 그 모습에 빙백염후는 안색을 기이하게 찡그리고 있었다.

초점이 없는 그녀의 두 눈에 안타까운 빛이 어리고 있지 않은가? 하나, 군무현은 지금 자신의 상처에 신경 쓸 형편이 아니었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적룡검을 바라보았다.

적룡검의 손잡이 부분의 온옥(溫玉)이 길게 금이 가 비틀려 있었다.

청하의 모니항마강수와 격돌할 때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금이 간 것이었다.

적룡검은 아버님께서 남기신 유품이거늘 함부로하여 손상을 입혔으니...!”

군무현은 죄책감을 느끼며 안타까운 기색을 지었다. 이어, 그는 그것을 어떻게든 원상태로 해보려는 마음으로 적룡검의 손잡이를 잡고 가볍게 비틀었다.

그 순간, ! 온옥의 손작이가 쩍 갈라지며 부서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 이런...!”

군무현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한데, ! 무엇인가 그의 무릎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온옥 속에서 떨어진 양피지 조각이 아닌가?

이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군무현은 눈썹을 모으며 조심스럽게 양피지 조각을 펼쳐 보았다.

순간,

... 이것은...!”

그의 안색은 일변했다. 적룡검의 손잡이 속에서 떨어진 양피지 조각, 그 속에는 깨알보다 작은 글씨가 빽빽이 적혀 있었다.

 

강적(强敵)을 만나야 적룡제삼검결(赤龍第三劍訣)을 얻으리라...!

 

글의 첫 줄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군무현은 경악과 흥분을 금치못했다.

... 적룡제삼검결(赤龍第三劍訣)! 온옥이 부서진 것은 적룡천종의 안배였단 말인가?”

그는 심하게 가슴이 격탕되는 것을 느꼈다. 양피지에 적힌 글의 내용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본 천종(天宗)은 검()으로 천외삼대천(天外三大天)을 능가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팔만사천검종(八萬四天劍宗)을 연구하게 되었고, 시험적으로 만든 것이 바로 적룡팔대식(赤龍八大式)과 적룡어강살이었다.

 

군무현의 두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적룡팔대식과 적룡어강살이 시험적으로 만든 초식에 불과하다고...”

그것은 실로 믿을 수 없는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적룡팔대식과 적룡어강살!

그 두 가지 검결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적룡대제를 존재하게 했으며, 그 무명(武名)을 만방에 떨쳐 역사(歷史)의 한 기록을 장식하게 만들었다.

한데, 그 위력적인 검법이 적룡천종의 시험작에 불과한 것이라니...!

군무현은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실로 어이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곧 그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시 양피지의 글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中略... 본종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천하무림은 적룡팔대식과 적룡어강살마저도 견디지 못했다. 강적을 찾아나선 본종은 크게 실망하여 은거지로 되돌아 왔다. 그후 본종은 다시 천외삼대천을 능가할 검공절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결론적으로 이른 것은 전설상의 심검(心劍)이다.

 

심검(心劍)!

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

마음()만으로 천리(千里) 밖의 적을 격살할 수 있다는 전설의 절학, 이는 다만 전설로만 내려오는 상상의 무학이었다.

살심(殺心)이 이는 순간 마음의 검(心劍)이 적을 살상해 버리는 가공할 검학, 그것은 이미 인간의 한계와 형()이라는 무학의 궤()를 벗어난 신인(神人)의 경지였다.

양피지의 글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하나... 이는 천외삼대천조차도 이르지 못한 경지였다. 본종은 백 년을 고심참담했으나 심검의 그림자도 찾지 못했다. 인간의 수명이란 인위로 어쩔 수 없는 것... 마침내 본종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찾아들었다. 죽음이라는 불가항력의 적을 대하자 본종은 체념에 가까운 허허로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러자 불현 듯 심득(心得)이 일어나며 일평생 동안 찾아온 현의(玄意)가 확연히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군무현은 침음성을 발했다.

죽음을 맞이하여 심득을 얻으시다니...!”

그는 절로 숙연한 신색이 되었다. 그는 기대와 흥분이 앞서던 마음을 경건하게 가다듬었다.

양피지의 글은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이에... 본종은 급히 깨달은 바를 적어 애검(愛劍) 적룡검(赤龍劍) 안에 비장한다. 아마 그대는 적룡어강살의 검법으로 쓰러뜨릴 수 없는 강적과 겨룬후에야 이 글을 보게 되리라. 이제 신검의 검결을 기록하거니와 부디 심검(心劍)으로 인해 하늘의 호생지덕을 거스리는 일이 없게 되기를 바란다.

 

그 글 밑으로, 양피지의 아래 부분에 깨알보다 작은 글이 일천자나 적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심검(心劍)의 구결이었다.

“...!”

군무현은 흥분과 격동의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떨리는 가슴을 억제하며 기대의 눈빛으로 심검의 구결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심어초극류(心御招極流)!

 

이것으 그 심검의 이름이었다.

이는 사상 초유의 심극검(心極劍)이었다. 마음() 하나로 천리 밖의 적을 살상할 수 있는 절학의 검학,

 

심어초극류(心御招極流)의 구결을 살펴 본 군무현, 그는 감탄을 금치못하며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적룡천종께서는 천외삼대천 이상이시다. 비록 그 경지가 죽음을 직면했을 때 도래했지만...!”

그는 적룡천종에 대해 절로 경외감이 일어났다.

천외삼대천은 형()이 극()에 달했을 뿐이다. 하나, 적룡천종께서는 형()을 넘어 의()가 극의 경지에 이르셨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와 함께, 그는 점점 강렬한 의욕과 함께 흥분이 고조됨을 느꼈다.

그의 눈빛이 이순간 뜨겁게 빛나고 있었다.

그때,

“...!”

빙백염후는 흥분된 표정을 짓고있는 군무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군무현은 벅찬 격동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조용한 곳으로 가서 참수해야겠군!”

그는 빙백염후의 가는 허리를 굳게 끌어 안았다. 이어, 그는 대천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천웅! 서둘러라!”

그 말이 떨어진 순간, 구 워억! 대천붕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듯 길게 울부짖었다.

군무현의 귓전에 대천붕의 울부짖음이 오늘따라 유난히 큭 느껴짐은 무슨 까닭일까?

 

X X X

 

백파진(白波鎭), 백수호(白水湖) 연안의 작은 어촌, 얼마 되지 않은 촌가(村家)들이 듬성듬성하게 늘려 있다.

그 광경은 지극히 평화스럽고 운치있는 느낌을 준다. 또한, 백파진에는 풍광이 수려한 백수호를 연하고 있어 제법 여러개의 객잔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파향객잔(派香客棧).

 

백파진에 있는 주루와 객잔 중 가장 크고 깨끗한 객잔, 특히, 이곳은 싱싱한 어물(魚物)로 만든 요리가 유명하여 백파진을 찾는 풍류객들은 반드시 파향객잔에 들르기를 잊지 않았다.

파향객잔의 가장 깊은 곳, 월동문(月洞門)을 지나면 이런 한촌답지 않게 잘 정돈된 정원이 나타난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기화이초들이 다투어 방향(芳香)을 뿌려대는 정원, 그곳에 서면 멀리 백수호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잘 정돈된 정원의 중앙, 그곳에는 한 채의 화려한 누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 또한 백파진에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호화로운 누각이었다.

누각 안, 한 명의 백삼문사가 단정히 탁자에 앉아 있다.

깎은 듯 수려한 얼굴, 잔잔하고도 무심한 눈빛, 그는 하나의 작은 양피지 조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내용에 깊이 몰두하고 있는 그의 눈빛은 일점 흔들림도 없이 진지하고 신중해 보였다.

백삼문사! 그는 바로 군무현이었다.

이곳 파향객잔은 다름아닌 구류천종 소속이었다.

천하각지에 구류천종의 세력이 분포되어 있지 않은 곳이란 한군데도 없었다.

이미 밖은 어둑어둑해 지고 있었다. 군무현은 꼬박 반나절을 양피지와 씨름한 터였다.

문득, 사르르...! 가볍게 옷자락 끌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미끄러지듯 방 안으로 들어섰다.

빙백염후, 바로 두 손에 단정히 향차를 받쳐든 그녀였다.

비록 영혼이 없는 그녀이건만 여인의 본능 때문인지 군무현의 시중을 드는 일만은 치밀하기 이를데 없었다.

이윽고, 빙백염후는 조심스럽게 군무현의 앞에 향차를 내려놓았다. 그제서야 군무현은 고개를 들었다.

염후, 고맙소!”

그는 비로소 양피지에서 눈을 떼며 향차를 들었다. 그런 그의 안색은 어두웠다.

(심어초극류(心御招極流)는 인간 능력 이상의 바탕을 요구한다. 내공이 십갑자를 넘어 심령이 천지(天地)를 교회(交會)하는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연마가 가능하다!)

그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또한 그 중의 이치는 대해(大海)와 같아서 도저히 깊이를 추측할 수 없을 정도다. 결코 일시에 깨달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문득, 화르르...! 군무현의 손 끝에서 한줄기 불길이일어났다.

그와 함께, 스스스... 그가 들고 있던 양피지는 한줌의 재로 부서져 내렸다. 군무현은 문득 고개를 흔들며 내심 중얼거렸다.

(나의 내공은 겨우 오갑자(五甲子)... 천지현관(天地玄關)을 타통하기는 요원한 일이다. 태양천화굉염신공과 만겁빙백명공강을 합일시키기 전에는 감히 익힐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의 옆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빙백염후도 따라 일어났다.

군무현은 문득 피로감을 느꼈다. 심어초극류의 구결에 너무 몰두해 있었던 까닭이다.

염후, 오늘은 일찍 쉬고 싶소. 자리를 부탁하오!”

“...!”

군무현의 말에 빙백염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어, 그녀는 거실에 연한 침실로 들어갔다.

은은한 연청빛 휘장이 드리워진 침상, 그것은 넓고 안락하게 꾸며져 있었다.

빙백염후는 정성스러운 손길로 침상 위에 비단금침을 깔기 시작했다.

“...!”

군무현은 그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문득 그는 빙백염후가 다정한 아내처럼 느껴졌다.

이윽고, 자리가 다 정돈된 것을 본 그는 침실로 들어섰다.

그러자, 사르르... 빙백염후도 걸치고 있던 백의를 벗고 속이 은은히 비쳐보이는 나삼 차림이 되었다.

군무현은 무심코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리다가 흠칫했다.

나삼 속으로 드러나 보이는 빙백염후의 완벽한 몸매, 그것은 너무도 선명한 굴곡을 이루고 있어 후끈한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과연... 고금일미(古今一美)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몸매다...!)

군무현은 내심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빙백염후의 그 완벽한 몸매를 본 순간,

(내가 무슨 생각을... 염후는 영혼이 없는 염시일 뿐이다!)

그는 이내 고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 빙백염후도 조심스럽게 침상으로 올라왔다.

염후, 잘자오!”

군무현은 자신의 옆에 눕는 빙백염후에게 한쪽 팔을 내어준 후 고개를 돌렸다.

한데 그때,

으음...!”

문득 빙백염후가 나직한 비음을 발하며 군무현의 가슴으로 깊이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뭉클한 여체의 감각이 가득 느껴졌다.

군무현은 일순 의아한 기색을 지었다.

염후, 불편하오?”

고개를 돌려 빙백염후를 바라보던 군무현, 그는 흠칫했다.

빙백염후의 봉목이 뜨겁게 빛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무엇인가 강하게 요구하는 눈빛이었다.

(설마... 염후가...?)

군무현은 그럴리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나, 빙백염후의 몸은 이미 뜨거워지고 있었다.

“...!”

그녀는 뜨거운 교성을 발하며 그대로 군무현의 품을 파고 들었다.

뜨겁게 호소하듯 몸을 비벼대는 여체, 순간, 군무현의 젊은 피가 후끈 끓어 올랐다.

염후...!”

그는 자신도 모르게 빙백염후의 끊어질 듯 가는 허리를 힘껏 끌어안았다.

...!”

빙백염후는 오랫동안 갈증을 견디며 목말라왔던 사막처럼 뜨겁게 군무현을 받아 들였다.

군무현은 그녀의 풍염한 몸을 으스러지도록 끌어안으며 입술을 더듬었다. 그러자, 빙백염후도 백사같은 팔을 뻗어 군무현의 목을 굳게 끌어 안았다.

한 순간, 스르르...! 매미껍질처럼 얇은 빙백염후의 나삼이 침상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와 함께, ...! 침상 위에 밝혀둔 황촉이 꺼지며 침실 안에는 어둠이 찾아들었다.

 

< 五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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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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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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