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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三 章

 

                    大悲神尼

 

 

 

으 윽!”

금붕천왕이 걸치고 있던 화려한 금포는 완전히 시커멓게 타버렸다.

그자는 안색이 시뻘겋게 변한 채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으음...!”

군무현 역시 충격을 받은 듯 나직한 신음성을 발했다.

금붕천왕 한 사람만의 공격이 아니라 위지사영까지 합세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경악의 눈으로 위지사영을 바라보았다.

대비불광참(大悲佛光斬)...! 대비신니(大悲神尼)의 무공이 나타나다니...!”

그는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대비신니(大悲神尼)!

공문제일인(空門第一人), 전 무림의 추앙을 받은 희대의 여고수였다. 그녀는 천축(天竺), 중원(中原), 서역(西域)의 불공을 통합하여 광대하고 현오한 불문선공으로 집대성했다.

그 업적이 길이 무림사(武林史)에 남을만한 공문(空門)의 재녀(才女), 그녀는 지금으로부터 이백 년 전부터 백 오십 년 전까지 무림을 행로하다가 소리없이 잠적했다.

천지십강(天地十强) 중 최근세의 인물이기도 하다.

 

군무현이 놀라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천지십강 중 일인인 대비신지(大悲神尼), 백 오십 년 전에 실종된 그녀의 무공이 위지사영의 손에 의해 펼쳐진 것이 아닌가?

그때, 위지사영은 차가운 살기가 이는 눈으로 군무현을 쏘아보았다.

눈은 제대로 박혀 알아보는군! 하나 죽어줘야겠다!”

그녀는 냉갈과 함께 재차 번쩍 교수를 쳐들었다.

순간, 위 잉! 눈부신 금광이 회오리치듯 장내를 휩쓸었다.

그 광경에 금붕천왕도 신속히 합세했다.

죽어랏! 금붕뢰(金鵬雷)!”

꽈 릉! 실로 가공할 압력을 지닌 공격이었다.

하나,

어리석은 짓!”

군무현은 안면을 냉혹하게 굳히며 번개같이 손을 휘둘렀다.

수라혈영파천무!”

그 순간, 실로 가공할 일이 벌어졌다.

파파파 팟! 콰 콰쾅...! 천지사방이 온통 아수라(阿修羅)의 혈기(血氣)로 뒤덮이는 것이 아닌가?

! 그것은 실로 섬뜩한 전율의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직후,

!”

위지사영은 자신의 호신강기가 여지없이 깨짐을 느끼며 뾰족한 비명을 토했다.

그녀가 아무리 대비신니의 무공을 지녔다고는 하나 결코 군무현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절대절명의 순간,

아미타불...!”

돌연 나직하나 한소리 청렴한 불호성이 장내를 울렸다.

그와 동시에, 콰콰콰 쾅! 폭죽 터지듯 대폭발음이 장내를 뒤집어 엎었다.

마치 천지의 종말을 예고하듯... 쿠쿠쿵... 꽈릉...!

경기가 충돌하며 생긴 거대한 돌풍은 무려 백 장을 치솟아 올랐다. 그 여파는 실로 엄청났다.

(으음...!)

군무현은 일순 해연히 놀란 기색을 지었다.

그의 앞, 어느새 한 명의 승포여인이 바람처럼 조용히 서 있지 않은가?

그녀는 머리에 죽립을 눌러쓰고 있어 용모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나, 일점도 흔들림없는 잔잔한 자태와 은은한 분위기가 범상치 않은 기도를 느끼게 했다.

그때,

사저!”

승포여인을 발견한 위지사영은 반갑게 외치며 몸을 날렸다.

군무현은 그제서야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이 여인이 대비신니(大悲神尼)의 직전 전인이겠군...!)

문득, 승포여인은 죽립을 살짝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구 워억! 대천붕의 쩌렁쩌렁한 붕명이 장헌령을 온통 뒤흔들고 있었다.

그와 함께, 케 엑! 한 마리 금붕이 처절한 비명과 함께 지면으로 내리박히듯 떨어졌다.

대천붕의 억센 발톱이 금붕의 등판을 박살낸 것이었다.

쿠 우...! 쐐 애 액! 대천붕의 활약은 실로 찬탄할 정도였다.

그 놈은 만금지왕(萬金之王)답게 십여 마리의 금붕을 힘들이지 않고 압도해가고 있었다.

대천붕과 금붕의 싸움! 그것은 마치 독수리와 참새의 싸움처럼 아예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쐐 액! 대천붕은 거대한 날개를 떨치며 전면으로 덮쳐오는 금붕을 잡아챘다.

그 순간, 파파파 팍! 대천붕의 등에 타고 있던 빙백염후의 옥수(玉手)에서도 새하얀 빙백강기가 쏟아졌다.

직후, 꽈르릉... 콰쾅! 허공은 대폭발을 일으키며 벌컥 뒤집혔다.

그 가공할 폭음에 이어, 카 악! 크악... 마지막 안감힘을 쓰듯 금붕의 처절한 비명이 잇달아 터져올랐다.

검붉은 선혈은 무지개같이 허공으로 퍼져 오르고... 한 마리 금붕이 대천붕에 의해 머리가 박살났으며, 또 한 마리의 금붕은 얼음덩이가 되어 급속히 떨어져 내렸다.

금붕천왕은 그 광경에 안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 저럴 수가...!”

그자는 부르르 몸을 떨며 진저리를 쳤다. 그때,

아미타불...!”

회의여승의 입에서 문득 크고 해맑은 불호성이 터졌다.

순간,

(...!)

군무현은 안색이 일변했다. 그는 마치 일만 개의 범종이 한꺼번에 귓전을 두드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대비범자후(大悲梵慈吼)!”

그의 입에서 놀라움에 찬 나직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때, 실로 기이한 광경이 벌어졌다. 허공을 온통 수라장으로 뒤덮었던 대천붕과 금붕이 즉시 싸움을 멈추며 갈라서는 것이 아닌가?

군무현은 회의여승을 주시하며 놀랍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비범자후가 만생(萬生)의 살기를 없앤다더니... 그 말이 허언이 아니었군!”

아미타불...!”

호의여승은 다시 마음을 씻어낼 듯 청정한 불호를 외었다.

그때, 위지사영이 회의여승의 승포를 잡아끌며 분노의 음성으로 말했다.

사저! 저자예요. 저자가 소매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살인귀(殺人鬼)예요!”

그녀는 온통 원한과 분노가 뒤엉킨 눈으로 군무현을 노려보았다.

회의여승, 그녀는 잔잔하고 조용한 눈빛으로 군무현을 주시했다.

아미타불... 빈니는 보타암(菩陀庵)의 청하입니다!”

그녀는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그 음성으로 미루어 나이가 젊은 여승임을 알 수 있었다.

군무현은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외사천(世外四天) 중 동천(東天)의 대비신니(大悲神尼)의 후예였군...!)

이어, 그는 무심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본인은 군무현이오!”

그 말에 회의여승, 청하의 고개가 아래 위로 끄덕여졌다.

문득 그녀는 청아하고도 잔잔한 음성으로 말했다.

시주께서 사영 사매에게 독수를 쓴 까닭은 시주의 가문과 천신보(天神堡) 사이의 원한 때문이었군요!”

아셨으면 되었소!”

군무현은 무심한 어조로 짤막하게 대꾸했다. 이어, 그는 힐끗 금붕천왕을 주시했다.

(...!)

금붕천왕은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며 일보 뒤로 물러났다. 군무현은 그런 그 자를 향해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본인의 실수로 계집을 다치에 하였으니 더 이상 손을 쓰지는 않겠다. 하나, 다음에 만날 때는 오늘같이 끝나지 않을 것이을 명심하라!”

말을 마침과 함께, 그는 무심히 몸을 돌렸다.

하나 그때, 스슥! 위지사영이 재빨리 몸을 날려 군무현의 앞을 막아섰다.

못간다! 내 얼굴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무사할 줄 알았느냐?”

그녀는앙칼지게 소리치며 군무현을 쏘아 보았다. 그런 그녀의 두 눈에는 구슬같은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고여 있었다.

비켜랏!”

군무현은 차가운 음성으로 일갈했다.

순간,

“...!”

그의 냉담한 태도에 위지사영은 움찔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회의여승 청하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시주... 잠깐만!”

스슥! 그녀도 가볍게 몸을 날려 군무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스님까지...?”

군무현은 눈썹을 꿈틀했다. 하나, 청하는 군무현에게 정중히 합장하며 말했다.

시주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해 보시오!”

군무현은 뜻밖이었으나 무심한 어조로 대꾸했다.

청하는 맑고 잔잔한 음성으로 설득력있게 말을 꺼냈다.

세속의 여인들에게 있어 용모란 생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

그의 말에 군무현은 일순 움찔했다.

(설마 이 여승은...!)

청하는 차분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사주께서는 물론 본의는 아니셨겠으나 사영 자매의 용모를 손상시켰어요.”

스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은 무엇이오?”

군무현은 침중한 안색으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청하는 나직한 불호성을 외우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아미타불... 사영 사매의 장래를 시주께서 책임져 주셔야겠어요!”

“...!”

군무현의 안색이 일순 굳어졌다.

(역시 그렇군!)

그는 자신의 추측이 틀리지 않은 것을 깨달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위지사영, 그녀는 복잡한 눈빛으로 군무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눈빛 속에는 미움과 갈등, 그리고 안타까운 갈망이 마구 뒤엉켜 떠올랐다.

여심(女心)! 실로 오묘하기 이를데 없는 여심이었다.

하나, 군무현은 그녀의 기대를 저버리며 고개를 저었다.

스님께서는 현의천신(玄衣天神)과 본인이 세불양립(世不兩立)의 처지임을 잊으셨구려!”

하나, 청하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원한이란 풀어야지 맺어서는 아니되는 법, ()는 피를,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이지요!”

하지만 군무현은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스님은 지나친 요구를 하고 계시오. 겁멸의 화()를 당해보지 못한 스님께서 어찌 본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소?”

순간,

“...!”

갑자기 승포에 싸인 청하의 교구가 격렬한 떨림을 일으켰다. 그와 함께, 그녀의 몸에서 강맹한 강기가 회오리치듯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에 군무현은 흠칫했다. 그는 비로소 자신이 말을 잘못했음을 깨달았다.

(이 여승도 무엇인가 깊은 한()을 간직한 신세란 말인가?)

한순간 죽음같은 침묵이 무겁게 장내를 짓눌렀다.

군무현과 청하, 그들은 아무말없이 서로를 주시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금붕천왕과 위지사영, 그들 역시 목이 조여드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문득, 청하가 먼저 침묵을 깨며 입을 떼었다.

시주께서 기절하신다 해도... 빈니는 사영 사매를 시주께 맡기고 말 것입니다!”

그녀의 의사는 분명하여 결코 흔들림이 없었다. 하나, 군무현 역시 그녀에 못지 않았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시오?”

혈영천종의 마공을 너무 믿으시는군요!”

청하의 그 말에 군무현의 안색이 냉담하게 변했다.

본인이 믿는 것은 혈영천종의 마공이 아니라 이 적룡검(赤龍劍)과 삼천적룡지혼의 투혼일 뿐이오!”

쩌 엉! 일순 삼엄한 검망이 일며 적룡검이 군무현의 손에 들려졌다.

그 순간, 우 웅! 청하의 일신에서도 지극히 강하고 웅장한 경기가 일어났다.

군무현의 안색이 침중하게 변했다.

(대비신니의 신공은 장중함이 특징이다. 불완전한 적룡천종(赤龍天宗)의 절기로 상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그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위 잉! 츠츠츠... 적룡검의 검신에서는 찬란한 검강이 전율처럼 퍼져 일어났다.

그 검강의 여파는 실로 엄청났다.

파파파팟! 콰릉...! 십장 내의 모든 것을 삽시에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지켜보던 금붕천왕, 그자는 전권 밖으로 물러나 관전하며 내심 경악을 금치못했다.

(... 적룡검제 만큼 강하다!)

그는 한차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때, 위 이 잉! 청하의 교수가 번쩍 쳐들리며 그녀의 교수에서 반투명한 강기가 엄청난 진동을 일으키며 회오리쳤다.

순간, 군무현의 두 눈이 번뜩 빛났다.

(모니항마강수!)

그와 함께,

조심하시오!”

... 츠츠츠! 번 쩍! 적룡검이 벼락같이 휘둘러지며 천지를 밝힐 듯한 눈부신 검광이 작렬했다.

직후,

아미타불...!”

대비범자후의 범창이 뇌성같이 장내를 울렸다.

그와 동시에, 우 웅! 꽈르릉... 청하가 쪼개내는 교수에서 반투명한 항마강기가 노도처럼 쏟아졌다.

다음 순간, 콰콰 쾅! 쿠쿵... 양인의 공세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천번지복의 굉음이 터져나왔다.

그와 함께,

!”

아악...!”

금붕천왕과 위지사영은 노도같은 경기의 파동에 휘청 밀려났다.

군무현과 청하, 그들 역시 충격을 받고 서로 물러났다.

!”

...!”

휘몰아치는 흙먼지 속에서 문득 두 마디의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이윽고, 스스스... 위 잉! 흙먼지가 가라앉자 양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들은 각각 일보씩 물러나 있었다.

군무현, 적룡검을 쥔 그의 우수에서 한줄기 선혈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반면, 청하는 쓰고 있던 죽립이 박살난 채 벗겨져 있었다.

죽립 속에 드러난 그녀의 얼굴, ! 실로 아름다웠다.

경국경성(傾國傾城)의 절륜하고 그지없는 용모, ()으로 조각한 듯 섬세하고 뚜렷한 윤곽을 지닌 그녀의 얼굴은 희디 희어 슬프기까지 했다.

그녀의 나이는 삼십 전후 정도, 완숙한 아름다움의 절정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한데, 촤르르...! 문득 그녀의 머리를 맨 끈이 풀어지며 삼단같은 머리가 물결치듯 그녀의 어깨위로 흘러내렸다.

뜻밖에도 그녀는 걸치고 있는 승포와는 달리 삭발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승포 아래로 치렁치렁하게 드리워진 수발, 그것은 기이한 매력과 함께 슬프도록 아름답게 느껴졌다.

청하는 깊고 그윽한 눈으로 군무현을 바라보았다.

문득, 그녀의 맑은 시선이 복잡한 빛으로 흔들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때, 철 컥! 군무현은 무심한 표정으로 묵묵히 적룡검을 거두어 들였다.

이어,

!”

한차례 무심하게 장내의 인물들을 일견한 그는 이내 몸을 돌렸다. 천공을 떨어 울리는 웅후한 창룡음,

그와 함께, 스슥! 군무현의 신형은 화살처럼 허공으로 쏘아졌다.

바로 그때, 구워억! 상공(上空) 백여 장에서 군무현을 기다리고 있던 대천붕이 크게 울부짖으며 그를 맞이했다.

쐐 애 액! 군무현을 태운 대천붕은 순식간에 백수호 쪽으로 까마득히 사라져갔다.

“...!”

청하는 망연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주시했다. 문득, 그녀의 눈빛이 아득하게 변했다. 그런 그녀의 눈앞에 지극히 인자한 인상의 노니(老尼)의 모습이 떠올랐다.

 

청하야... 사부가 네 머리를 깎아주지 않는 이유는 아직 세속광의 인연이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설마... 내가...!”

청하는 그 말을 떠올리며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 어찌하랴? 군무현의 차갑고 무심한 얼굴, 그러나 지극히 영준하고 인상적인 그 얼굴은 이미 그녀의 뇌리 속에 가득차 버리고 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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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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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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