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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一 章

 

                    恐怖太陽天火宏炎神功

 

 

 

천궁패왕(天弓覇王) 곡강, 향차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일순 미묘한 갈등으로 흔들렸다.

하나,

궁주! 그동안 안녕하셨소?”

그는 이내 향차를 향해 정중히 포권했다.

그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강직했다.

그 순간, 촤르르... 옥구슬이 갈라지는 매끄러운 음향과 함께 향차의 주렴이 걷혀졌다.

이어, 화사한 분홍궁장을 차려입은 한 명의 여인이 사뿐 지면으로 내려섰다.

...! 천상(天上)의 선녀가 하강한 것일까? 향차 속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주위마저 화사한 빛으로 물들었다.

화려하고도 요염한 미태를 지닌 여인, 그녀의 뇌살적인 자태는 사내의 철석간담을 녹이고도 남을 정도였다.

난설홍예! 궁장여인은 바로 난설홍예가 아닌가?

공석(公席)중에 있는 빙백궁주의 자리를 스스로 차지한 빙백궁의 제일공주(第一公主)!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

천궁패왕 곡강의 강직한 얼굴에 걷잡을 수 없는 격동의 빛이 떠올랐다.

(아름답다. 수많은 녹림의 미희(美姬)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나 곡강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그는 내심 기이한 흥분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그것은 걷잡을 수 없이 빨려드는 마력(魔力)과도 같았다.

그때, 난설홍예는 춘풍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곡강을 응시했다.

호호... 맹주께서 내일이나 되어야 도착할줄 알았는데 뜻밖이군요!”

고혹하기 이를데 없는 자태, 한마디 한마디에 달콤한 교태가 뚝뚝 흘러내렸다.

곡강은 그제서야 흠칫 정신을 차렸다.

밤을 도와 달려온 덕분에 이 시각에 이를 수 있었소. 강적의 소굴로 궁주를 보내고 어찌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있겠소?”

그의 말에는 진심이 깃들어 있었다.

“...!”

난설홍예는 부드럽고 달콤한 눈빛으로 곡강을 응시했다.

(마음에 드는 사내야. 하지만... 본궁주의 미래를 맡질만큼 큰 그릇은 되지 못하다!)

그녀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중얼거렸다. 하나, 곡강의 마음은 뜨거웠다. 그는 진심으로 난설홍예의 일신을 염려했다.

녹림칠십이채의 사십팔걸(四十八傑)과 오백(五百)의 용사들이 이미 천신보의 보하(堡下)로 집결했소. 내일이면 혈륭마찰과 흑도십팔절의 후원군이 도착할 것이오!”

곡강의 말에 난설홍예는 고혹적인 자태로 살짝 머리를 쓸어 올렸다.

천신보의 정의맹(正義盟) 따위를 치는데 제국(帝君)께서는 너무 조심하시는군요. 정의맹 정도는 본 빙백궁의 힘으로도 괴멸시킬 수 있거늘...!”

그녀는 오만한 여인이었다. 그녀 특유의 오만함으로 곡강의 신중성을 비웃는 것이었다.

하나, 곡강은 안색을 침중하게 굳히며 고개를 저었다.

정의맹을 경시해서는 아니되오. 정의맹도들의 수는 얼마 안되지만 하나같이 백도의 최절정을 달리는 정예들이오. 특히, 정의맹을 이끄는 자는 자전신군(紫電神君)의 무공을 지녔음을 경각해야 하오!”

그 말에 난설홍예는 느닷없이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호... 맹주께서도 한 가지 잊고 계신 것이 있군요!”

“...?”

곡강은 미간을 모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난설홍예는 자부심이 깃든 오만한 어조로 말했다.

본궁의 조상께서는 바로 천외삼대천(天外三大天)의 일인이신 빙백염후(氷魄艶后)세요. 자전신군의 무공 따위가 빙백무공을 능가할 수 있다고 믿으세요?”

알고 있소. 하나...!”

바로 그때였다.

구 워억! 돌연 한소리 거창한 붕명이 사위를 뒤흔들었다.

순간,

... 대천붕(大天鵬)!”

난설홍예는 안색이 하얗게 질리며 다급히 부르짖었다.

그때, 쐐 액! 남천일천(南天一天)을 가리며 한 마리 거대한 붕조가 난설홍예를 향해 곧바로 쏘아져 왔다.

... 설마... 그자가...!”

난설홍예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두 눈앞에 한 명의 미청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희디 흰 피부에 조각같이 단아한 용모를 지닌 미청년, 그의 모습은 너무도 선명하여 결코 뇌리 속에서 지울 수 없을 정도였다.

난설홍예는 그 모습을 떨쳐버리려는 듯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때,

대천붕...!”

곡강의 강인한 얼굴도 일순 굳어졌다.

콰르르... 휘 잉! 대천붕이 날개를 휘저을 때마다 가공할 소용돌이가 사위를 휩쓸었다.

순간,

어멋!”

!”

곡강과 난설홍예는 비명을 발하며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궁주! 조심하시오!”

곡강은 난설홍예를 향해 황급히 외쳤다.

바로 그때, 휘 익! 대천붕의 등에서 한 명의 백의청년이 바람처럼 날아내렸다.

군무현 바로 그였다.

천신(天神)이 하강하듯 표표히 날아내리는 그 모습은 실로 찬탄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대천붕은 허공 백여 장 높이에 떠 있었다. 하나, 군무현은 허공 백 장 위에서 깃털이 떨어져 내리듯 유유히 하강하고 있는 것이다.

군무현의 얼굴을 확인한 난설홍예, 그녀는 교구를 부르르 떨며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 역시...!”

그때, 스스슥...! 군무현은 무심한 표정으로 장내를 내려섰다.

난설홍예와 곡강의 앞에 우뚝 내려선 군무현, 그를 일견한 순간 난설홍예는 단번에 알아보았다.

(강해졌다.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해(北海)에서 처음 군무현을 만났을 때로 그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데, 지금 도저히 그때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군무현의 시선은 제일 먼저 곡강을 향했다. 그는 곡강의 인물됨을 첫눈에 파악했다.

(장부다운 친구다. ()을 메고 있는 것으로 보아 천궁패왕이겠군!)

한순간,

“...!”

“...!”

군무현과 곡강의 시선이 정면으로 부딪혔다.

파팟...! 불꽃을 튀기듯 강렬하게 부딪히는 눈빛,

순간,

(으음...!)

곡강은 내심 무거운 신음성을 발했다. 그는 마치 군무현의 눈빛 속으로 사정없이 빨려드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것은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강렬한 마력(魔力)같은 것이었다.

한데 그때, 스스스...! 삼인의 주위로 빙백궁의 여인들이 소리없이 모여들었다.

군무현은 무심한 눈빛으로 힐끗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이어, 그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난설홍예에게 눈길을 고정시켰다.

그의 눈길이 닿는 순간 난설홍예는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나, 이내 그녀는 안색을 부드럽게 바꾸며 고혹한 미소를 지었다.

호호... 당신이 구류지존(九流至尊)인 줄은 몰랐어요!”

그녀의 말에 군무현의 눈빛이 가볍게 변했다.

(구류지존(九流至尊)의 전설을 알다니... 의외로군!)

하나 그의 시선이 차갑게 식으며 서늘한 한기가 뻗어 나왔다.

나의 신분이 무엇이든지 상관치마라. 본인은 그대에게 두 가지 볼일이 있을 뿐이다!”

그는 냉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난설홍예는 보통여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군무현의 차가운 태도에도 관여치 않고 더욱 교태로운 모습으로 찰싹 달라붙었다.

호호... 무엇인지 말씀해 보세요!”

교태가 뚝뚝 흐르는 요염한 자태, 그 모습에 곡강의 안색이 일그러졌다.

그는 가슴 속에서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불끈 치밀어 오르는 것을 눌러 삼켰다.

군무현은 다시 냉담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첫째는 빙백궁의 궁규를 어긴 죄를 묻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만년빙지(萬年氷芝)를 가져가기 위해서다!”

그 순간, 보고 있던 곡강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섰다.

구류지존! 너무 광망스럽지 않은가?”

군무현은 힐끗 곡강을 응시했다.

실망했군. 천궁패왕이 그래도 대장부(大丈夫)인줄 알았더니 소사(小事)에 얽매이고 감정에 날뛰는 졸장부였다니...!”

... 무엇이...?”

곡강은 분노와 수치를 참지 못하며 안색이 시뻘겋게 변했다.

무기를 들어라! 천궁파(天弓派)의 절기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리라!”

군무현은 일점의 동요도 없는 무심한 눈으로 곡강을 응시했다. 오히려 그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좌절을 당해보아야 더욱 강해지리라!)

이어, 그는 냉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대의 보잘 것 없는 실력으로 본존에 도전하려 하는가?”

으으...!”

곡강의 강인한 얼굴이 무섭게 씰룩거렸다. 그는 극심한 분노와 모멸감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하나, 그러면서도 그는 명망되어 군무현에게 먼저 덤비지는 않았다.

그것을 본 군무현의 눈빛이 일순 빛났다.

(되었다. 향후 백년의 녹림을 짊어질 재목감이다!)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그는 짐짓 싸늘한 눈빛으로 곡강을 주시했다.

소원이라면 한 수 가르쳐 주지!”

다음 순간, ! 한무리 눈부신 광휘가 장내를 뒤덮었다.

! 어느새 군무현의 손에는 적룡검이 들려있지 않은가?

그것을 본 곡강의 눈빛이 일순 격력하게 흔들렸다.

으음... 적룡검(赤龍劍)! 그대는 바로...!”

군무현은 서늘한 한광이 이는 눈으로 곡강을 주시했다.

적룡어강살을 아는가?”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위 잉! 적룡검의 검신에서 감히 마주볼 수 없는 강렬한 광채가 번쩍 폭사되었다.

동시에, 우르릉! 파파팟! 낙뢰같은 검강이 그의 가슴을 질타했다.

우 웃! 진천패왕뢰(震天覇王雷)!”

곡강은 다급한 신음을 발하며 반사적으로 궁()을 당겼다.

진천신궁의 위력은 가히 엄청났다.

콰릉 위잉! 폭풍같은 경기가 일시에 사위를 뒤집어 엎을 듯 몰아쳤다.

다음 순간, 양인의 공격이 벼락치듯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르릉... ! 파파파팍! 천붕지열의 폭음이 들썩 장내를 뒤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크 윽!”

곡강은 고통스런 신음을 토하며 뒤로 나뒹굴었다.

그의 가슴은 온통 피범벅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군무현, 그는 옷깃 하나 흔들리지 않고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겨우 이 정도인가? 그러고도 녹림칠십이채를 이끌어 갈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지극히 무심한 눈빛으로 곡강을 주시하며 말했다.

...!”

곡강의 안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호목(虎目)에서는 피눈물이 흘렀다.

군무현의 지극히 무심한 한 마디 한 마디가 화살이 되어 그의 가슴에 박히는 것이었다.

그때,

호호... 정말 대단하군요!”

문득 난설홍예가 요염한 교소를 터뜨려 장내의 무거운 분위기를 깨뜨렸다. 그녀는 이미 전권 밖으로 물러나 있었다.

또한, 군무현의 주위에는 어느 새 일백여 명의 빙백궁도들이 빙 둘러선 채 포위해 있지 않은가?

하나, 군무현은 그녀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는 힐끗 난설홍예를 응시했다. 그 눈빛을 접하는 순간 난설홍예는 내심 뜨끔했다.

(이자는 도대체...!)

그녀는 은은한 두려움을 느끼며 가볍게 아미를 찌푸렸다.

난설홍예! 구유현대진(九幽玄大陣) 정도로 본인을 어쩔 수 있다고 믿는가?”

군무현의 지극히 무심한 그 태도에 난설홍예는 고혹적인 표정으로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 글쎄요? 길고 짧은 것은 대 보아야 알겠죠!”

이어, 그녀는 군무현을 포위한 백여 명의 여인들을 향해 말했다.

호호... 구류지존(九流至尊)을 모셔라!”

그녀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위 잉! 스스스... 진세가 맹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지극히 강맹하고 음유한 경기가 소름끼치듯 일어났다. 범인이라면 그 음산한 경기에 여지없이 심맥이 얼어붙고 말 것이다.

츠츠츠... 위잉! 삽시에 주위는 온통 뼈를 얼릴 듯한 투명한 얼음으로 뒤덮혀 버렸다.

하나, 군무현은 여전히 태연한 모습이었다.

그는 맹렬히 회전하는 진세 안에 우뚝 선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진세는 극()에 이르렀다.

꽈르 릉! ... !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가공할 극음기류가 방원 오십 장을 뒤덮었다.

순간,

천외천(天外天)이 있음을 보여주리라!”

위 잉! 화르르...! 군무현의 입에서 차가운 일성이 떨어짐과 함께 그의 몸이 맹렬히 회전했다.

직후,

... 아니...!”

난설홍예는 눈을 크게 뜨며 소스라치듯 놀랐다.

보라! 군무현의 전신으로 태양같은 열기가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전신이 불덩어리에 휩싸여 버린 것 같은 엄청난 광경!

태양천화굉염신공이다!”

그 속에서 군무현의 싸늘한 일성이 터져나왔다.

순간, 화르르... 파파파 팍! 노도같은 태양지기가 온통 사위를 집어삼킬 듯 거세게 회오리쳤다.

난설홍예는 일순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며 다급히 외쳤다.

안돼! 극성(極性)이다! 물러나라!”

하나,

늦었다!”

화르르... ! 콰콰 쾅...! 군무현의 전신이 일순 화산처럼 폭발하며 가공할 폭음이 짓터져 올랐다.

그와 함께,

!”

아 악!”

높고 날카로운 여인의 비명이 잇따라 터져 올랐다.

천만 개의 화산이 일시에 폭발하듯 가공할 극양지류가 한순간 천지를 뒤덮었다.

그때,

!”

...!”

전권 밖으로 물러서 있던 곡강과 난설홍예도 그 여파에 휩쓸렸다. 그들은 전신이 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비틀 뒤로 물러섰다.

태양천화굉염신공의 위력! 그것은 도저히 인간의 능력으로 펼칠 수 없는 신위(神威)였다.

삽시에, 태양천화굉염신공의 극양지기는 오십 장 내의 모든 것을 휩쓸어 태워버렸다.

그 엄청난 광경에 난설홍예는 새파랗게 질려 사색이 되었다.

... 태양천제의 태양무공이 나타나다니...!”

그녀는 흡사 벼락을 맞은 듯 교구를 부르르 떨었다.

요요하던 그녀의 안색은 안전히 흑빛으로 질려 버렸다.

한 순간,

“...!”

“...!”

갑자기 장내에는 정적이 찾아들었다.

모든 것이 끝이었다. 구유현현대진을 이루던 일백 명의 여인들, 그녀들의 자위는 아예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모두 한 줌의 재로 화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가?

! 폐허, 주위는 완전히 폐허로 변해 있었다.

군무현, 장내를 바라보던 그의 안색이 일순 무겁게 굳어졌다.

(지나쳤다. 육성(六成)의 태양천화굉염신공의 위력이 이 정도라니...!)

그것은 그로서도 미처 상상치 못한 엄청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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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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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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