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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 章

 

                     潛龍飛翔

 

 

 

군무현의 안색이 역시 엄숙했다.

적룡어강살은 일반 어검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신의 강기를 화산이 터지는 듯 일시에 폭출시키므로 뇌전(雷電)보다 빠르며 검강기공보다 배 이상 강하고 날카롭다. 먼저 진기를 단전(丹田)에서 이끌어 내어...!”

그는 적룡어강살의 구결을 강술하기 시작했다.

“...!”

“...!”

일백적룡검대는 눈빛하나 흐트리지 않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온 정신을 모아 경청하는 그 자세는 엄숙하기 그지 없었다.

그들이 어떤 인물들인가? 적룡세가의 투혼을 다시 천하에 불러일으킬 적룡검사들이었다. 또한 , 무공이라면 밥 먹기보다 더 좋아하는 인물들이 아닌가?

군무현이 구결을 두 번 강술하자 그들은 각자 그 오의(奧義)를 깨우치기 시작했다.

군무현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신뢰의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적룡어강살까지 익힌다면 적룡검대 만으로도 과거 적룡세가의 성세를 능가할 수 있다!)

그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한데, 그때였다.

휘 익! ... 돌연 곡구(谷口)에서 초색화전(五色火箭)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 광경에 천용학은 급히 몸을 날리려 했다. 하나,

천대장! 본인이 가보겠소.”

군무현이 그를 막으며 말했다.

다음 순간, ! 그는 곡구를 향해 가볍게 몸을 날렸다.

거의 동시에, ! 스슥! 군무현의 뒤를 따라 두 명의 인영이 몸을 날렸다. 남궁혜미와 빙백염후였다.

군무현 등은 순식간에 자하천류대진을 벗어났다. 그러자, 곡구의 광경이 환하게 눈에 들어왔다.

뜻밖에도 곡구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는 것이 아닌가?

삼천여에 달하는 인물들, 그들의 선두에는 몸에 꼭 끼는 흑색경자을 입은 한 명의 여인이 서 있었다.

첫눈에 상대의 전신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매력을 지닌 미인.

군무현이 나타나는 순간,

지존!”

그녀는 황급히 부복하여 외쳤다. 그에 이어,

지존!”

삼천 명의 장한들이 일제히 외치며 군무현의 앞에 부복하는 것이 아닌가?

흑의경장녀. 그녀는 바로 환밀부주인 극밀환후(極密歡后)였다. 그리고, 그녀가 이끌고 온 삼천 명의 장한들은 바로 구류천종 칠십이파에서 선발되어 온 정예들이었다.

일어나라!”

군무현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감사합니다!”

극밀환후를 비롯한 삼천 명의 장한들은 입을 모아 외치며 다시 질서정연하게 도열했다.

그때,

상공... 이분들은...!”

남궁혜미가 의아한 눈빛으로 군무현을 바라보았다.

군무현은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혜미가 다시 수고를 해주어야 하겠소. 자하별부의 영약들과 신공비급으로 이들을 초정예화시켜 주시오!”

...!”

남궁혜미는 지혜로운 혜안을 빛내며 나직한 탄성을 발했다.

군무현은 문득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우리가 상대해야할 적은 천마궁의 십배가 넘는 강적일지도 모르오. 그들을 상대하려면 매우 강한 힘이 필요하오!”

명심하겠어요. 천첩의 미천한 재간을 모두 쏟아넣어 상공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노력하겠어요!”

남궁혜미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군무현은 신뢰어린 눈빛으로 남궁혜미를 주시했다. 이어, 그는 문득 극밀환후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부주(府主)! 이 쪽은 본존의 내자(內子)이네!”

순간, 극밀환후의 아들다운 봉목에 언뜻 실망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나, 이내 그녀는 그런 눈빛을 지우며 남궁혜미를 향해 예를 취했다.

천비, 주모(主母)를 배알합니다!”

그녀의 인사에 이어,

주모를 뵙습니다!”

삼천 명의 장한들도 남궁혜미를 향해 정중히 대례를 올렸다.

구류지존(九流至尊)!

구류천종의 수하들에게 있어 구류지존은 절대적인 존재였다. 따라서, 그런 군무현의 아내인 남궁혜미 역시 그들의 눈에는 하늘처럼 보이는 것이다.

갑작스런 상황에 남궁혜미는 약간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여러분의 예를 감당할 수 없어요. 일어들 나세요!”

그녀는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제서야 장한들은 입을 모아 대답하며 몸을 일으켰다.

군무현은 묵묵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어, 그는 극밀환후를 향해 지시했다.

자하곡은 삼천 명의 인물들을 수용할 수 없다. 자하곡 뒤에 대둔곡(大屯谷)에 연무장을 설치하도록 하라!”

분부 거행하겠습니다!”

극밀환후는 즉시 대답하며 허리를 굽혔다.

삼천정영을 이곳까지 집결시키는 데는 천하의 이목을 속였을 줄 믿는다. 대둔곡에 연무관을 세우는 일도 극히 은밀히 행해야 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군무현의 당부에 극밀환후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군무현은 이번에는 남궁혜미를 바라보았다.

혜미가 부주 일행을 대둔곡으로 안내해 주겠소?”

!”

남궁혜미는 살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극밀환후를 비롯한 삼천 명의 장한들은 다시 군무현에게 예를 취했다. 이어, 그들은 앞장서는 남궁혜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군무현은 몸을 돌렸다.

“...!”

빙백염후가 모호한 미소를 띄운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미소는 실로 기이했다. 그것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도 했으며 아무 것도 모르는 의미없는 표정인 것 같기도 했다.

군무현은 그녀의 그런 미소를 대할 때마다 흠칫 놀라곤 한다.

이지를 상실한 실혼녀, 그녀가 늘 입가에 머금고 있는 미소는 너무도 황홀했기 때문이다.

염후! 들어갑시다!”

군무현은 빙백염후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며 말했다.

그러자, 빙백염후는 군무현의 넓은 가슴에 사르르 몸을 기대오는 것이 아닌가?

군무현은 고소를 지었다.

(누가 염후를 영혼이 없는 강시라고 믿겠는가?)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그는 가볍게 빙백염후의 어깨를 안은 채 자하천류대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구 우! 문득 허공에서 한소리 새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신응방의 연락인가?)

군무현은 내심 중얼거리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휘 익! 허공으로부터 한 마리 신응이 쏜살같이 떨어져 내렸다.

천리신응(千里神應)! 역시 신응방의 전서구였다.

천리신응은 가볍게 날개를 접으며 군무현의 어깨에 날아 내렸다. 군무현은 천리신응의 다리에서 하나의 천조각을 풀어냈다.

 

지존께 아뢰옵니다.

천마궁에서 천신보(天神堡)의 정의맹(正義盟)을 공격할 기세입니다. 그 선봉은 빙백궁(氷魄宮)으로 노산(魯山)의 사하(沙河)로 접근 중입니다.

신응(神應).

 

천조각에는 간략한 서체로 그와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빙백궁!”

군무현의 두 눈이 번득 빛났다.

문득, 그의 무심한 두 눈에 차가운 한광이 솟았다.

난설홍예...!”

그는 간교한 계책으로 자신을 함정으로 몰아 넣은 난설홍예의 요염한 모습을 떠올렸다.

난설홍예... 만년빙지를 얻지 못해서가 아니다. 한 번은 따끔한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릴 계집이다!”

그는 차가운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과연 난설홍예는 보통 여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교묘한 술책으로 군무현을 이용한 다음 빙백궁을 떠나 중원으로 들어갔다.

물론, 만년빙지는 그녀가 모두 취하여 지니고 온 것을 말할 나위도 없었다.

문득, 군무현은 품 속에서 봉황옥소를 꺼내들었다.

삐 익! 다음 순간 높고 날카로운 소성이 천공을 찢으며 멀리 메아리쳤다.

그 직후, 구워 억! 대천붕의 웅후한 붕명이 자하곡을 뒤흔들었다.

그와 함께, 콰아아...! 창천의 일각을 가리며 거대한 대천붕이 모습을 드러냈다.

!”

군무현은 그 순간 힘찬 장소와 함께 허공으로 날아 올랐다.

그러자, ! 빙백염후 역시 그림자처럼 뒤따라 몸을 띄웠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대천붕의 등에 올라탔다.

그때, 걸음을 옮기던 남궁혜미는 문득 아미를 모으며 허공을 올려다 보았다.

어디로 가시는 걸까?”

군웅들 역시 한 개 점으로 화해 사라지는 군무현의 모습을 주시했다. 그 순간 남궁혜미는 들을 수 있었다.

노산(魯山)에 다녀오겠소!”

그녀의 귓전에 파고 드는 군무현의 전음을,

 

X X X

 

천신보(天神堡)!

 

적룡세가의 겁멸 후 중원일패(中原一覇)로 군림하는 대파(大派), 삼척동자라 해도 천신보의 위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을 정도였다.

 

현의천신(玄衣天神) 위지강(慰遲岡)!

 

이것이 당금 천신보의 보주(堡主)의 이름이었다.

그의 나이 육십(六十), 호신기공의 제일로 손꼽히는 천신강기를 십이성까지 익혔다.

천신보는 천마궁과 싸워 패하지 않은 단 하나의 문파였다.

 

천신군림신강(天神君臨神强)!

천신풍뢰검세(天神風雷劍勢)!

 

천신보 비전의 그 두 가지 무공은 천지십강의 무공에 육박한다고 알려졌다. 하나, 천신군림신강은 이미 백년 이전에 실전되어 위력조차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신보의 성세는 중주(中州)를 떨어울릴 정도였다.

 

노산(魯産)!

강서성(江西省)에 위치한 험산, 그 산을 끼고 도는 황하(黃河)의 지류가 있다.

사하(沙河)! 그 지류를 일컬어 그와 같이 부른다.

사하(沙河)는 노산의 험봉 사이를 가르며 넓은 백사장을 만들어 돌고 있다.

사하 연변, 멀리 노산의 최고봉인 강신봉(降神峯)이 바라다 보이는 곳이었다.

평소 그곳은 인적이 거이 없는 절지(絶地)였다.

한데, 넓은 구릉 위, 때아니게 수많은 인영들이 모여 있었다.

헤아릴 수조차 없는 수많은 군웅들, 그들 중에는 사내들도 있었다. 하나, 대부분 그들은 여인들이었다.

얼음처럼 싸늘한 안색을 지닌 이십대 전후의 미인들, 그녀들의 수는 족히 천여 명이 넘어 보였다.

그녀들은 일신에 모두 백의를 걸쳤으며 키가 훤칠하게 컸다.

지금, 그녀들은 거대한 환원(環圓)을 이루며 포진하고 있는 상태였다.

환원의 중앙, 호환의 극을 달한 한 대의 향차가 서 있었다. 향차를 장식한 것은 온통 눈부시도록 화려한 보옥(寶玉)들이었다.

황후(皇后)의 마차인들 이처럼 호화로울까? 향차는 잡털하나 섞이지 않은 눈부신 백설총이 끌고 있었다.

그때, 스슥... 문득 한줄기 선풍이 일며 향차의 앞으로 한 명의 인물이 날아내렸다.

삼십대로 보이는 장항, 그는 일신에 가쁜한 청색경장을 걸쳤으며 출중한 용모에 강인한 인상이 물씬 풍기는 인물이었다.

첫눈에도 그는 뛰어난 호웅(豪雄)처럼 보였다.

그는 오른손에 한 자루의 강궁(强弓)을 들고 있었다.

그 장한이 나타나는 순간,

호호... 천궁패왕(天弓覇王) 곡맹주께서 이곳에는 웬일이시죠?”

문득 향차 안에서 농염하기 이를데 없는 여인의 교성이 울려나왔다.

철석간강을 녹이는 교태로운 옥성, 한데, ! 천궁패왕(天弓覇王)!

이 장한이 바로 천궁패왕이란 말인가?

 

천궁패왕(天弓覇王) 곡강(曲剛)!

약관의 나이로 남북녹림(南北綠林)을 일통한 대호웅(大豪雄), 한 자루 진천신궁(震天神弓)으로 숱한 녹림거효들을 굴복시키고 당당한 녹림칠십이채를 수하로 거둔 인물이었다.

그의 사문(師門)은 어떤가?

진천궁신(震天弓神)!

사백 년 전 천지십강 중 일대천인 현천신모(玄天神母)와 마지막까지 맞서 싸우다 장렬히 분사한 진천궁신의 후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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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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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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