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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八 章

 

              神機谷一戰

 

 

 

황산(黃山),

안휘성(安徽省)에 위치한 명산(名山)이다.

시신봉(視神峯)!

황산칠십이봉(黃山七十二峯) 중에서도 특히 그 웅장함이 돋보이는 거봉이다.

한데,

스스스...!

정적을 깨며 시산봉 밑으로 메뚜기같이 밀려드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다.

회의장한들, 하나같이 사기(邪氣)가 물씬 풍기는 음침한 인상들이었다.

그들의 선두, 역시 회포를 걸친 오순 정도의 노인이 귀광을 번득이며 몸을 날리고 있었다.

크크크... 신기곡 샌님들의 안색이 똥빛이 되겠군!”

그자는 음험한 음성으로 득의의 괴소를 터뜨렸다.

! 그자는 바로 사멸황(死滅皇)이 아닌가?

세외사천 중 남천(南天)이 사망림(死亡林)의 천주(天主),

크흐흐... 신기곡을 치는데 본 사멸황이 직접 나서는 것이 불만이기는 하지만... 하나 그 대가를 신기곡 샌님들에게서 갑절로 받아내리라!”

사멸황은 음산하게 중얼거리며 사망림의 마도들을 이끌고 분분히 옷자락을 날렸다.

신기곡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었다.

스슥... ! 회의장한들은 일사불란한 태도로 삽시에 빨려들 듯 시신봉의 우측으로 꺾어져 사라졌다.

 

시신봉의 정상(頂上)!

, 이제야 오는군!”

한명의 흑의청년이 무심한 표정으로 시신봉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군무현! 바로 그였다.

그는 대천봉을 타고 사망림의 인물들 보다 한걸음 빨리 황산에 도착한 것이다.

그때,

사숙! 천마제국의 저 무지막지한 마도들만 보낸 것이 기이하군요. 저자들은 간단한 반오행진(返五行陣)도 통과하지 못하는 형편없는 자들인데 말입니다!”

군무현의 뒤에서 한 명의 중년인이 의아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청수한 인상을 지닌 신선풍의 중년인,

 

천현우사(天玄羽士)!

그는 바로 당대의 신기곡주(神機谷主)였다.

신기황의 사손(師孫)뻘 되는 인물, 군무현은 신기황을 정식 사부로 모시지는 않았다.

하나, 천현우사는 군무현을 신기황의 제자로 기꺼이 받들어 모셨다. 군무현은 천현우사(天玄羽士)의 말에 기광을 번득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소. 이 일에는 음모(陰謀)의 냄새가 나오. 천마제군(天魔帝君)이 제자들만 보낸데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오!”

“...!”

하나 그자가 무슨 꿍꿍이속을 지니고 있든 상관할 것 없소. 천마궁(天魔宮)은 크게 좌절을 맛볼 것이오!”

군무현은 두 눈에 강렬한 신광을 발산하며 말했다.

천현우사는 신뢰의 눈빛으로 군무현을 바라보았다. 하나, 그는 염려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저자들을 돌려보내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그의 물음에 군무현은 무어라 대답을 하려 했다.

하나 그 순간, 그는 갑자기 검미를 꿈틀하며 고개를 돌렸다.

구 우! 돌연 허공으로부터 한 마리 천리신응(天里神應)이 빛살처럼 날아와 꽂히는 것이 아닌가?

천리신응은 삽시에 군무현의 어깨 위로 살며시 내려앉았다.

군무현은 눈을 번득 빛내며 이내 천리신응의 다리에 묶여있는 천조각을 끌러냈다.

 

대천성자(大天聖子)의 종적이 황산(黃山) 근역에 나타났습니다!

신응(神應).

 

천조각에는 간략한 서체로 그와 같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구류천종(九流天宗)의 칠십이파와 연락을 담당하고 있는 신응방에서 보내온 소식이었다.

대천성자가 황산근역에 나타났다고...?”

군무현은 검미를 꿈틀하며 중얼거렸다.

기이한 일이었다. 그가 뇌리에 순간적으로 천마제군(天魔帝君)과 대천성자(大天聖子)의 이름이 동시에 떠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군무현은 잠시 침음하며 생각에 잠겼다.

이어, 그는 무엇인가 짐작한 듯 안색이 일변했다.

어쩌면...!”

그의 뇌리로 한줄기 직감이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사숙! 무엇입니까?”

그의 그런 모습에 천현우사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군무현은 천현우사에게 등을 보이고 있는 상태였다.

문득, 그는 가볍게 자신의 얼굴을 쓱 문질렀다. 이어 몸을 돌리는 군무현,

이 얼굴은 어떻소이까?”

그는 천현우사를 향해 빙긋 웃으며 물었다.

순간,

...!”

천현우사는 일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군무현, 그는 어느새 청수한 중년인의 모습으로 변해있는 것이 아닌가?

... 대단한 역용술이십니다!”

천형우사는 이내 감탄을 금치못하며 탄성을 발했다.

군무현의 입가에 한줄기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청수한 중년인으로서의 그 미소는 고아하고 기품있게 느껴졌다.

당분간 만박기사(萬博奇士)라는 이름으로 사용할 것이오!”

만박기사... 실로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천현우사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의 눈빛을 지었다.

군무현은 한가닥 신비한 미소를 머금으며 다시 시신봉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나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천하는 철저히 우롱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의미모를 중얼거림을 발하며 두 눈을 강렬하게 빛냈다.

 

스스슥... 스스... 사멸황이 이끄는 사망림의 마도들은 이윽고 넓은 계곡으로 접어들었다.

사멸황은 선두를 지휘하면서 계곡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 끝이 신기곡의 입구다! , 어서 가자!”

!”

회의장한들은 모두 힘있게 대답하며 최대한의 경곡을 발휘했다. 하나, 사멸황은 미처 주의하며 보지 못했다.

절곡의 주위 여기저기에 난석(亂石)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그것을 발견치 못한 그자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막 계곡을 빠져나가려 할 때였다.

!”

사멸황은 일순 몸을 멈추며 대경성을 발했다.

갑자기 천지사방이 짙은 운무로 뒤덮이며 앞이 캄캄해지는 것이 아닌가?

... 이게 어찌된 일이냐?”

!”

... 아니...!”

사망림의 마도들은 눈을 부릅뜨며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자욱한 운무 뿐이었다.

그들은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방향의 중심을 잃은 그들은 일시지간 혼란지경에 빠져들었다.

한데, 그때였다.

우르르릉! 콰 쾅...! 돌연 멀쩡하던 하늘이 온통 시커먼 먹장구름으로 뒤덮이더니 뇌성벽력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뿐만이 아니었다.

꽈르르릉... 쏴 아!

때마침 광풍폭우가 천지간을 질타했다. 그것은 실로 예기치 못했던 돌연한 사태였다.

사멸황은 당황을 금치못했던 수하들을 향해 목이 터져라 외쳤다.

정신들 차려라! 자기 위치를 고수하라!”

하나,

...!”

크 악!”

마도들은 갈팡질팡하며 서로 부딪쳐 충돌하며 나가 떨어지는 등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사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우히히히...!”

켈켈켈!”

돌연 광풍속에서 끔찍한 형상의 악귀들이 미친 듯이 너울거리며 그들을 덮쳐드는 것이 아닌가?

에 잇!”

... 비켜랏!”

콰릉... ! 회의장한들은 앞 뒤 분간도 없이 마구 장을 휘둘러댔다.

하나, 눈앞을 어지럽히는 악귀들이 사라지기는커녕 그럴수록 더욱 더 극심하게 달려들었다.

으아 악!”

크윽...!”

사망림의 수하들은 미친듯한 혼란 속에서 피를 뿌리며 나가떨어졌다. 이 모든 것은 모두 기문진세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하나, 경력이 일천한 사망림의 마도들은 걷잡을 수 없는 심마(心魔)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장내는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는 처절한 비명, 자욱한 피보라가 허공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사멸황은 그 광경에 벼락같은 노성을 내질렀다.

병신같은 놈들!”

그자는 눈을 부릅뜨며 발을 굴렀다. 하나, 상황은 더욱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았다.

그때였다.

죽어랏!”

돌연 한명의 회의장한이 미친 듯이 사멸황에게 덤벼들었다.

빌어먹을...!”

사멸황은 어이가 없었다.

콰릉! 그자는 신경질적으로 일장을 떨쳐내며 물러섰다.

다음 순간, !

케 엑!”

달려들던 회의장한은 피곤죽이 되어 나뒹굴었다.

사멸황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어느 놈이냐? 어떤 놈이 이따위 수작을 부리느냐?”

그자는 두 눈을 찢어질 듯 부릅뜨며 주위를 향해 폭갈을 내질렀다.

그 순간,

그대가 사멸황(死滅皇)인가?”

갑자기 사멸황의 등 뒤에서 지극히 무심하고 차가운 일성이 들려왔다.

순간,

!”

사멸황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그자는 반사적으로 홱 돌아섰다. 언제부터였을까?

지극히 초탈하고 기품있는 용모의 한 명의 중년문사가 사멸황의 일장 뒤에 표표히 서 있지 않은가?

... 네놈이냐?”

사멸황은 안면을 씰룩이며 눈을 부릅떴다.

다음 순간, 쿠 쿵! 그자의 손에서 벼락같이 강맹한 강기가 쏟아졌다.

그것은 중년문사의 가슴을 향해 정통으로 가격되었다.

직후, 콰쾅! 요란한 폭음이 들썩 장내를 뒤흔들었다.

(죽였다!)

사멸황은 그것을 확인하며 내심 쾌재를 불렀다. 하나, 그 짧은 순간의 쾌감은 느낄 때보다 더 빨리 내던져야 했다.

그 정도로 세외사천에 들다니... 쯧쯧...!”

문득 차갑고 냉혹한 일성이 사멸황의 귓전을 울렸다.

그와 함께, 스스슥... 사멸황의 눈앞에 서 있던 중년문사의 모습이 돌연 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중년문사, 물론 그는 만박기사로 변신한 군무현이었다.

... ... 귀신이냐?”

사멸황은 눈이 튀어나올 듯 놀라며 공포에 질린 음성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외쳤다.

신기곡은 너희들같이 하찮은 마도가 드나들 곳이 아니다!”

군무현은 냉혹한 눈빛으로 사멸황을 직시하며 잘라 말했다.

... 이놈! 없어져랏!”

콰쾅 펑! 사멸황은 안면을 거칠게 일그러뜨리며 미친 듯이 쌍장을 휘둘렀다.

하나, 이것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사멸황이 일장을 후려칠 때마다 군무현의 모습이 점점 하나씩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 으아아!”

사멸황은 미친 듯이 발악했다.

어느새 군무현의 모습은 수십명으로 늘어나 사멸황을 완전히 에워싸고 있지 않은가?

더 쳐보아라!”

피를 식히는 싸늘한 군무현의 일성이 주위를 울렸다.

그와 동시에, 스스슥...! 군무현의 분신들은 유령같이 사멸황을 포위해 왔다.

으아... 다가오지 마라!”

사멸황은 온 몸이 쇠사슬에 조여지는 듯한 극심한 공포로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군무현의 분신들 역시 환상에 불과했다.

그는 보법(步法)과 기문진의 원리를 이용하여 환상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하나, 그럼에도 절정고수인 사멸황은 쉽사리 그 함정이 휘말려 들었다.

그 자는 마도(魔道)에 빠져 심력이 약하기 때문이었다.

으으... ...!”

그자는 식은땀을 비오듯 흘리며 연신 뒤로 밀려났다.

한데 어느 순간, 스스스... 모든 것이 깨끗이 사라졌다.

...!”

사멸황은 공포에 짓눌려 정신을 차리지도 못한 채 사위를 둘러보았다.

순간,

... 살려줘...!”

그자는 부르르 전신을 떨며 애원하듯 외쳤다. 그자의 두 눈에 들어온 광경은 실로 처참하기 이를데 없었다.

지옥도(地獄圖)! 그곳에는 한폭의 지옥도가 생생하게 펼쳐져 있었다.

온통 죽고 다치고 극도의 공포에 넋이 나간 사망림의 마도들이 주위에 제멋대로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 중에는 한 명도 온전한 자가 없었다.

그때,

사멸황!”

한소리 싸늘한 음성이 사멸황의 귓전을 때렸다.

사멸황은 질검하며 황급히 돌아섰다.

!”

그자의 두 눈이 한껏 부릅떠지며 벼락을 맞은 듯 전신을 부르르 경련했다.

협곡의 절벽 뒤, 군무현이 표표히 옷자락을 날리며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돌아가서 천마제군에게 전하라! 신기곡은 무림의 세파에 들기를 원치 않노라고!”

그는 사멸황을 향해 싸늘한 음성으로 잘라 말했다.

사멸황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아니, 대꾸를 하고 싶었으나 입이 열리지 않았다.

군무현은 그런 그자를 바로보며 냉담한 어조로 덧붙였다.

그대를 죽일 수도 있으나 살려보내는 이유는 천마궁과 굳이 싸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 !”

돌연 사멸황은 미친 듯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성을 발했다.

그와 함께, 휘 익! 그 자는 필사적으로 몸을 날려 달아나는 것이 아닌가?

네놈과 상종하느니 차라리 지옥의 악귀들과 살겠다!”

달아나면서 그자는 저주스러운 음성으로 그렇게 외쳤다.

어디서 그런 힘이 생긴 것일까? 사멸황은 세상에 난 이후 가장 빠른 경공으로 달아났다.

그자가 미친 듯이 곡구를 빠져나가자, 넋을 잃고 멍하니 굳어있던 사망림의 마도들은 그제서야 소스라치게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으악...!”

우우...!”

살아 남은 인물들은 정신을 차린 순간 꽁무니가 빠져라 앞을 다투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군무현은 이윽고 천천히 돌아섰다. 문득 그는 절벽 뒤쪽에 있는 바위를 주시했다.

귀하! 이제 그만 나오시는 것이 어떻소?”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허허... 신기곡에 잠룡(潛龍)이 도사리고 있었을줄은 몰랐구려!”

스슥...! 한줄기 창노한 웃음소리와 함께 문득 한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바위 뒤에서 유령처럼 나타나 군무현의 앞으로 다가서는 인물, 그는 도골선풍의 백의노인이었다.

(드디어 나타나셨군!)

군무현의 무심한 두 눈에 일순 기광이 스쳤다.

백의노인, 그는 나타나자마자 겸연쩍은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노부는 대천성자(大天聖子)라는 늙은이오!”

그 말에 군무현은 짐짓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 소용장주셨군요! 후배가 실례한 점이 있다면 용서하십시오!”

그는 포권을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

허허... 용서라니 당치않소!”

백의노인 대천성자는 가볍게 손을 저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고아한 기품이 흐르는 청수한 용모, 부드러운 눈빛과 호인다운 웃음, 어디를 보아도 인자한 인상의 노인이었다.

하나, 군무현의 내심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무서운 인물...! 한올의 예기도 흘러나오지 않다니...!)

그는무심한 표정이었으나 대천성자의 모습을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문득, 대천성자는 관심있는 눈빛으로 군무현을 바라보고 물었다.

젊은이는 신기황과 어찌되는가?”

어느새 그의 어조는 자연스럽게 변해 있었다.

군무현은 정중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신기황께서는... 후배의 선사(先師) 되십니다!”

... 그렇군!”

짧은 순간 대천성자의 잔잔한 두 눈에 한줄기 기광이 스쳤다. 한데, 그때였다.

스슥! 문득 두 사람의 옆으로 천현우사가 다가왔다.

사숙! 사망림도들은...!”

군무현을 향해 말을 꺼내던 그는 대천성자를 발견하고는 이내 입을 닫았다. 그러자 군무현은 그를 대천성자에게 소개했다.

사질! 인사하시게, 이분이 바로 선사님과 동대에 영명을 날리시던 소요장주시네!”

그 말에 천현우사는 짐짓 놀라는 기색을 지었다.

이어, 그는 대천성자를 향해 정중한 태도로 예를 취했다.

수배 황보인(皇補仁), 노선배님을 뵙습니다!”

허허! 예를 거두게!”

대천성자는 턱 밑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인자하게 웃었다.

천현우사는 존경의 눈빛으로 대천성자를 주시하며 정중한 어조로 권했다.

바쁘시지 않다면 폐곡에 들어가심이 어떻겠습니까?”

그 말에 대천성자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노부는 급히 볼일이 있다네. 그보다...!”

문득 그는 말끝을 흐리며 군무현을 주시했다.

젊은이는 당금 천하의 정세를 어떻게 보는가?”

갑작스런 그의 물음에 군무현은 짐짓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 이내 그는 정중한 어조로 대답했다.

천마궁의 발호가 심하다고는 들었으나 자세히 알지 못하오이다!”

대천성자는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천하가 도탄에 빠져있네, 천마궁이 오랑캐들까지 끌어들여 천하를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네!”

그는 누가에 근심의 빛을 드리우며 슬쩍 군무현의 안색을 살폈다.

군무현 역시 묵묵히 안색을 굳히고 있었다. 이어, 그는 대천성자의 뜻을 헤아린 듯 입을 열었다.

선배님께서도 신기곡이 천마궁의 예봉을 제지하여 주시기를 분부하시는 것이오이까?”

그 말에 대천성자는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분부라니 당치않네. 다만 천하를 안정시키는데 힘을 써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네!”

그의 어조는 지극히 정대하고 겸허했다. 하나, 군무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신기곡은 강호정세에 관여치 않는 것이 전통으로 되어 있소이다!”

허허... 그것은 모르는 바 아니나 그대 선사이신 신기황께서 평생 천하의 안위를 염려하셨네!”

군무현이 뜻을 굽힐 의사를 보이지 않자 대천성자는 설득력 있는 어조로 말했다. 하나, 군무현의 의사는 분명했다.

후배 개인이라면 모르는 일이나 신기곡의 강호사(江湖史)에 개입할 수는 없소이다!”

헛허... 아무튼 기다리겠네. 천신보(天神堡)에 정의맹(正義盟)의 총단이 있으니 언제라도 찾아주게!”

대천성자는 인자한 눈빛으로 군무현을 주시하며 당부했다.

그 말을 마침과 함께, 스슥...! 그는 한줄기 연기처럼 군무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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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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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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