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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

어느 도시. 청풍이 독각철개와 헤어졌던 도시. 밤. 아직 아주 깊은 밤은 아니라 불야성

그 도시 외곽의 사당. 도시와 달리 사당의 건물들은 불이 꺼져 있어 어둡고. 사당 안팍에 수많은 거지들이 거적을 덮고 자고 있고.

사당 안쪽의 건물. 사당의 건물들 중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그 건물 주변은 조용하다. 헌데 건물 앞에는 독각철개가 나와서 누구를 기다린다.

독각철개; [도착할 때가 되었는데...] 하늘 보며 중얼. 직후

<과연 개방의 정보망은 대단하군요.>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 독각철개가 흠칫! 할 때

청풍; [제 딴에는 은밀하게 움직였는데 행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스륵! 독각철개 앞으로 내려서며 유령익의 모자를 젖혀 얼굴을 드러내는 청풍. 유령익이 펄럭여서 다리도 드러나고. 몸의 다른 부위는 윤곽선으로 보인다

독각철개;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포권하고

독각철개; [세상에 널려있는 게 거지들이다보니 공자께서 잠깐 잠깐 모습을 드러내실 때에도 알아볼 수가 있었을 뿐입니다.]

청풍; [그렇게 단편적으로 모인 정보를 취합하여 추론하는 능력이 대단한 것 아니겠습니까?] 유령익을 등 뒤로 돌려 몸을 완전히 드러내며 다가서고

독각철개; [구화산에서 서둘러 오시느라 식사를 못하셨겠지요?] 돌아서고

청풍; [마음이 급하다 보니 쉴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가고

독각철개; [간단하게 식사를 준비해두었습니다. 들어가시지요.] 덜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라 권한다

청풍; [신세를 지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가고. 헌데

 

스으! 근처 나뭇가지 위로 내려앉는 커다란 나비 한 마리. 물론 이 나비는 용운영의 분신이다.

청풍과 독각철개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고. 나비 시점. 늦게 들어간 독각철개가 문을 닫는 중이다.

탁! 닫히는 문

[...!] 무언가 생각하는 나비

 

#351>

[!] 흠칫! 건물 안으로 들어서다가 놀라는 청풍. 독각철개가 따라 들어오며 문을 닫고 있고

건물 안은 깔끔한 거실. 중앙의 탁자에 음식이 차려져 있는데. 어떤 젊은 여자가 등을 보인 채 음식을 살피고 있다. 탁자 중앙에는 화로가 있고 화로에는 찌개가 끓고 있어서 그걸 살펴 보는 중인데

청풍; (저 여자... 뒷모습이 눈에 익다.) 여자의 뒷모습 보며 들어서고. 그 뒤에서 독각철개가 문을 닫으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고. 그대

[오... 오셨어요?] 여자가 수줍어하며 돌아본다. 바로 당아연이다.

청풍; (사천일교(四川一嬌) 당아연(唐娥姸)...) + [오랜 만입니다 당소저.] 다가가고

청풍; [몸은 좀 어떠십니까?] 당아연 앞에 멈춰서며

당아연; [진... 진신의께서 봐주신 덕분에 쾌차하였사옵니다.] 수줍어 어쩔 줄 몰라하고

청풍; [그러시다니 다행입니다.] + (섭혼술의 후유증에서도 벗어난 것 같군.)

당아연; [술... 술을 더 내오겠사옵니다.] 후다닥! 청풍을 지나쳐서 문쪽으로 가고

문을 열고 뛰어나가는 당아연. 돌아보는 청풍. 독각철개도 탁자로 가며 돌아보고

탁! 문이 닫히고

청풍; [당소저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문을 보며

독각철개; [이게 다 당소저가 준비한 음식들입니다.] 탁자의 음식들을 가리키며

청풍; [명문가의 말괄량이인 줄만 알았는데 이런 재주가 있다니... 의외로군요.] 의자에 앉고

독각철개; [사실은 사천당문의 문주께서 며칠전부터 간곡히 부탁을 하셨었습니다.] 마주 앉고

청풍; [팔비나타 당천성 문주가?]

독각철개; [자기 막내딸을 공자와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술병을 들고

독각철개; [탈퇴했던 삼문육가(三門六家)를 다시 무림맹에 합류시켜야하는 문제가 걸린지라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두 손으로 술병을 내밀고

청풍; [사저가 허락했겠습니다.] 한숨 쉬며 술잔을 집어들고. 진상파의 쌀쌀 맞고 도도한 모습을 떠올린다

독각철개; [오늘 낮에 맹주님의 허락이 최종적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당소저가 저희 개방에서 머물게 되었습니다.] 꼴꼴! 청풍의 눈치 보며 술을 따라주고

청풍; (당천성도 인물인지라 자기 딸이 이미 처녀의 몸이 아닌 줄 알아차렸을 것이다.) 술을 받으며 쓴웃음

청풍; (그리고 당아연은 내가 자기 처녀를 차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생각하는 청풍의 술잔에서 술병을 거두는 독각철개

청풍; (당천성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딸을 내게 보냈겠지.) 술잔을 입에 가져가고

청풍; (그렇게 하는 것이 사천당문의 명예는 물론이고 딸의 인생을 위해서도 최선이라 판단 하에...) 쓴웃음 지으며 술을 마시고

눈치 보며 자기 잔에도 술을 따르는 독각철개

청풍; (사저로서도 사천당문을 포함한 삼문육가를 무림맹에 합류시킬 수 있는 기회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테지.) 술잔 입에서 떼고

독각철개; [구화산에 다녀오시는 동안 벽세황에 대한 감시에 만전을 기했습니다.] 다시 술병을 청풍에게 내밀고

청풍; [벽가는 여전히 신장궁쪽으로 가고 있겠습니다.] 꼴꼴... 독각철개가 따라주는 술을 받으며 말하고

독각철개; [벽세황이 신장궁으로 돌아가 뭔가를 도모하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술을 따라주며

독각철개; [그리고 아마도 그 일은 화룡부인 뇌옥경과 관련이 있을 듯합니다.]

청풍; [그렇게 판단하신 이유가 있겠습니다.]

독각철개; [벽세황의 심복인 신행태보 종선이 천마련으로 복귀하면서 굳이 남쪽으로 크게 우회하여 신장궁 근처를 지나갔는데...]

독각철개; [그자가 벽세황의 측근을 만나서 무언가를 화룡부인에게 은밀히 전한 정황이 포착되었기 때문입니다.]

청풍; [그런 일이 있었군요.] 끄덕이고

독각철개; [신장궁의 대를 이을 예정이었던 벽세준이 실종된 이후로 신장궁의 인간들 중 벽세황에게 줄을 서는 자가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독각철개; [그래서 저희 개방에서도 신장궁 내 세력 판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으며...] + 청풍; (하여간 개방의 능력은 대단하구나.)

청풍; (다른 문파의 내밀한 사정까지 손금 들여다보듯 알고 있으니...) + [벽세황과 관련하여 염두에 두어야할만한 상황은 또 없습니까?]

독각철개; [신장궁 양주지점장인 뇌정치도 벽세황과 거의 같은 시기에 양주를 떠난 것을 확인했습니다.]

청풍; [뇌정치... 그자가 양주를 떠나 향하고 있는 곳이 혹시...]

독각철개; [신장궁 방향입니다.] 끄덕

독각철개; [가는 길은 벽세황과 다르지만 거의 비슷한 시기에 구강(九江) 근처에 자리한 신장궁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청풍; [뇌정치까지 가세한 걸 보면 신장궁에서 한바탕 사달이 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겠습니다.] 눈 번뜩이고

독각철개; [나름대로 준비에 만전을 기한 듯하니 벽세황이 신장궁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말하고

술 마시면서 고개만 끄덕이는 청풍

독각철개; (물론 초공자가 주목한 이상 벽세황의 운명은 정해져있지만...) 그런 청풍을 보며 약간 웃는 독각철개

<그게 누구든 이 기린아에게 찍히면 결코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실내의 모습 배경으로 독각철개의 생각.

 

#352>

건물 밖. 기둥에 기대 서있는 당아연. 얼굴이 발개져서 한손으로 가슴을 누르고 있다

당아연; (두...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아.) 두근 두근 심장이 뛰고

당아연; (어렴풋이 기억이 나긴 했지만... 직접 보니 너무도 늠름하게 생기셨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얼굴이 화끈 화끈

당아연; (무림맹의 맹주이신 검후 언니의 사제라고 하니 신분도 범상치 않은 것 같고...)

당아연; (험한 일을 겪긴 했지만 말 그대로 전화위복이지 뭐야?)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 법한 멋진 분과 맺어지게 되었으니...> 좋아 죽으려는 당아연의 모습 배경으로 당아연의 생각 나레이션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나비

[...!] 이상의 장면을 보며 뭔가 생각하는 나비

 

#353>

<-금릉> 역시 아직은 깊은 밤이 아니라 불야성

<-한왕부> 한왕부의 모습

주첨탄; [아버지의 우유부단함에는 정말 질려 버렸소.] 누군가와 마주 앉아 술을 마시는 주첨탄. 배경으로 나레이션 <-한왕의 차남 주첨탄(朱瞻坦)>

주첨탄; [황태자와 주첨기, 두 부자가 함께 있었던 건 그야말로 천재일우!] [일거에 둘을 쓸어버렸으면 제위는 저절로 아버지의 손에 굴러들어왔을 거요.] 분해하며 원샷하는 주첨탄 앞에 수수한 문사 복장의 사내가 앉아있다. 두손으로 술잔을 들고 있지만 만지작거리기만 하고 마시지는 않는다. 이 사내는 위극겸이지만 뒷모습만 보여준다.

주첨탄; [그런데 혈육의 정에 져서 그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시기나 하고...] 술잔 입에서 떼고

주첨탄; [결국 오늘 아침에 주첨기가 북경으로 떠나버렸으니 두 부자를 함께 처치하긴 틀려버렸소.] 탁! 얼굴 이지러트리면서 술잔을 거칠게 내려놓고

위극겸; [전하의 분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외다.] 말하는 뒷모습

위극겸; [하지만 기회라는 건 또 있게 마련이외다.] [그때는 전하께서 한왕전하를 움직여 일을 성사시키시면 되지 않겠소이까?]

주첨탄; [사부(師傅) 말씀대로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소?] 꼴꼴... 빈 잔에 다시 술을 채우고

주첨탄; [하지만 주첨기가 북경으로 떠나면서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같은 예감이 드외다.] 술병을 내려놓고

주첨탄; [황태자를 해치우더라도 제위는 황태자를 건너뛰어 주첨기에게 전해질 테니 말이오.] 술잔을 잡고

위극겸; [발상을 바꿔보시길 권하겠소이다.]

주첨탄; [발상을 전환하라?] [어떻게 말이오?] 술을 마시려다가 흠칫! 하고

위극겸; [황태자가 살아있더라도 주첨기가 영락폐하와 함께 변을 당하면 어떻게 되겠소이까?] 히죽

주첨탄; [옳거니!] 탕! 술잔 들지 않은 왼쪽 주먹으로 탁자를 치며 흥분하고

주첨탄;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황태자가 제위를 잇겠지만 병약해서 오래 그 자리를 보전하진 못할 게 분명할 터!]

주첨탄; [황태자가 뒈지면 그 다음 제위는 자연스럽게 아버지에게 돌아오겠군.] 흥분하고

위극겸; [영락폐하와 황태자 부자만 사라지면 하늘 아래 누가 감히 한왕전하에게 맞설 엄두를 낼 수 있겠소이까?]

주첨탄; [맞는 말이오만...] 찡그리며 술잔 내려놓고

주첨탄; [문제는 북원정벌에 나선 영락폐하와 주첨기를 동시에 지워버린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거요.] 심각

위극겸;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전하를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소이다.]

주첨탄; [생각해둔 계획이 있으시오 사부?] 흥분하여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위극겸;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제법 쓸만한 복안이 여기에 들어있소이다.]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가리키고

주첨탄; [과연 사부는 천하제일지(天下第一智)이고 우리 한왕부의 장자방(張子房)이오!] 포권을 하고

위극겸; [과찬이시오.] 마주 포권하고

주첨탄; [사부의 계획이 뭔지 맛 뵈기로 보여주시지 않으시겠소?] 흥분

위극겸; [그건...] + [!] 말하다가 움찔

<얘기 좀 해.> 누군가의 생각이 위극겸의 뇌리에 울리고.

위극겸; (용설약!) + [계획을 언급하는 건 자칫 천기를 누설하는 셈이 될 수도 있소이다.] 내색하지 않고

위극겸; [답답하시더라도 저를 믿고 잠시만 더 기다려주시오.] 포권하고

주첨탄; [사부가 그리 말하는데 어쩔 수가 없지.] 실망하며 몸을 뒤로 기대고

위극겸; [잠깐 실례 하겠소이다.] 슥! 일어나고

주첨탄; [천천히 다녀오시오.] 술잔을 집어들고

방에서 나가는 위극겸. 그걸 보며 집어든 술잔을 입에 가져가는 주첨탄

주첨탄; (강호의 인간이던 인물을 스승으로 삼을 때 이런 저런 논란이 많았었지.) 탁! 닫히는 문을 보며 생각

주첨탄; (하지만 십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때의 선택이 탁월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사부의 장기적인 책략에 의해 둘째인 내가 형을 밀어내고 환왕부의 세자(世子)가 되었으니...) 만족스러운 표정

주첨탄; (한왕부의 후계자가 된 나의 다음 목표는 당연히 천자의 자리!) (처음에는 허황된 목표라고 생각되기도 했었지만...)

<사부가 지금처럼만 이끌어주면 나 주첨탄이 대명제국의 주인이 되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 건물 뒤로 돌아가는 위극겸의 뒷모습 배경으로 주첨탄의 생각 나레이션

 

#354>

여전히 한왕부

한적한 곳에 이르는 위극겸. 주변을 둘러보며 오른손 검지 손가락으로 관자노리를 누른다

위극겸; <어인 일로 이 밤중에 접촉을 해오신 거요 숙모(叔母)?> 관자노리를 손가락으로 누른 채 전음을 보내고

<지금도 금릉 근처에 머물고 있어?> 누군가의 음성이 이어지고

위극겸; <그렇소이다. 숙부(叔父)의 역천지계(逆天之計)를 지원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실기(失機)하여 진천이를 돕지는 못했소.>

 

#355>

용설약; <진천이와 관련된 건으로 연락했어.> 지잉! 어둑한 실내. 대야를 들여다보고 있는 용설약. 두 눈에서 빛이 나서 대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두 손으로는 물이 가득 찬 대야의 모서리를 잡고 있고

용설약; <진천이가 사실은 상공의 씨라는 게 들통이 났고... 어쩔 수 없이 위태무를 제거하려 했지만 실패했어.> 대야를 들여다보며 전음으로 말하고

 

#356>

[!] 눈 부릅뜨며 놀라는 위극겸. 눈 부위만 보여주고

<위태무는 혈교성역으로 달아날 생각일 거야. 곧 금릉 근처를 지나갈 테니 자기가 그 인간을 처리해줘.> 관자노리를 누른 위극겸의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키는 배경으로 용설약의 말이 이어지고

위극겸; <알겠소이다!> 한숨

<내 딴에는 만전을 기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인간을 완전히 끝장 내지 못했어!> 이어지는 용설약의 전음

위극겸; <기왕에 벌어진 일이니 너무 자책하진 마시오. 내가 알아서 마무리를 지을 테니...> 슥! 손가락을 관자노리에서 떼고

<고마워. 난 자기만 믿겠어.> 대야를 들여다보는 용설약의 모습이 위극겸의 뇌리에 떠오르고

위극겸; (어리석은 계집...) 한숨을 쉬며 관자노리에서 손을 떼고

위극겸; (일을 벌였으면 알아서 마무리를 지을 것이지...) (이래서 계집에게는 대사(大事)를 맡기면 안되는 것이다.) 이를 부득 갈며 걸음을 옮기고

<용설약! 조상의 핏줄 하나만 믿고 분에 넘치는 욕심을 부려온 그 계집 때문에 나만 바빠지게 생겼구나.> 스스스 사라진다.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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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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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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