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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아침. 어느 도시

고급스러운 객잔. 아침이라 손님이 많지는 않다.

창가 자리에 앉아서 밥 먹는 독불군. 탁자에 음식이 가득. 독불군은 식탐이 있다. 허리 춤에는 검을 한 자루 차고 있다

<소성주님은 돌연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여산(廬山)쪽으로 가시는 중이라고 합니다.> 누군가 전음으로 하는 말 소리가 들리고

독불군; <사매는 금릉에서 남동쪽 방향인 황산(黃山)으로 가는 거 아니었나?> 게걸스럽게 음식 먹으면서 역시 전음으로 묻고

<성주님께서 황산을 떠나 서쪽으로 가신다는 표식을 남기셨습니다. 그 사실을 보고 받고 소성주님도 서쪽으로 방향을 트신 것같습니다.>

독불군; <황산에서의 회합은 불상사 없이 끝난 모양이지?> 먹고 물으면서 뒤를 곁눈질. 구석진 자리에 죽립을 눌러쓴 어떤 여자가 음식을 깨작거리고 있다. 이 여자는 배교의 소교주인 환요지만 죽립을 눌러쓴 탓에 얼굴이 자세히 안보인다. 환요의 얼굴로 돌아갈 때까지 그냥 <여자>로 표기

<워낙 무서운 분들의 모임이라 속하들로서도 감히 가까이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해서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들리는 음성

<광명정을 떠날 때 성주님 일행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하니 별 일은 없었던 듯합니다.> 이어지는 음성

독불군; (그건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로군.) + <사부님 일행이 서쪽으로 가는 이유는?> 입술 삐죽거리며

<본성의 책사(策士)들이 분석한 바로는 현재 여산에 머물고 있는 한 인물이 표적이 아닌가 합니다.>

독불군; <여산에 누가 머물고 있는데?> 곁눈질로 다시 뒤쪽의 환요를 보며

<우내사천 중 야차서시의 종적이 얼마 전부터 여산 근처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독불군; <대충 어떤 일이 벌어지려는지 짐작이 가는군.> + (패륵은 야차서시를 제거할 작정이다.) 끄덕이고

<소성주님에 대한 추적을 지속할지요?>

독불군; <내가 직접 만나봐야겠으니 사매의 행로는 수시로 보고해.> 탁!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전음으로 지시하고

<존명!> 어디선가 들리는 음성. 그 배경으로 독불군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건물 밖에서 건물을 등지고 멀어지며 돌아보는 사내. 독불군의 졸개다.

졸개; (소성주님의 주변에서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고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겠지.) 좀 얼굴 벌개지고

졸개; (소성주님의 뒤를 밟는 형제들이 전서구로 보내온 바에 의하면 소성주님 몸에서 야릇한 기운이 흘러넘쳐 가는 곳마다 사내놈들이 구름처럼 꼬이고 있다는데...)

졸개; (어릴 때부터 보아 와서 친근하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그 야릇한 기운에 사로잡힐 뻔 했다던가?)

졸개; (대체 소성주님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침 꿀꺽! 삼키며 멀어지고

 

다시 객잔 내부. 자리에서 일어난 독불군이 몸을 돌린다. 죽립을 쓴 여자쪽으로

독불군; [그럭저럭 배도 채웠으니 여흥을 즐겨볼까?] 웃으며 죽립을 쓴 여자에게 다가가고

움찔! 젓가락질하던 여자의 손이 경직되고

독불군; [내가 잘 생긴 건 아는데...] 다가서며 웃고

독불군; [그렇다고 대놓고 훔쳐보는 건 질색이야.] 팟! 여자의 죽립을 재빨리 낚아채서 벗긴다. + 여자; [악!] 죽립이 벗겨지면서 비명 지르고

주변 사람들 놀라 돌아보고

독불군; [네년 누군데 어제부터 내 뒤를 밟....] + [!] 벗긴 죽립 들고 말하다가 눈 치뜨고

여자; [죄... 죄송해요 공자님.] 울상 지으며 올려다 보는 여자. 전체 얼굴은 환요인데 코가 들창코다. 돼지 코라서 인상이 확 변했고 그 때문에 독불군은 환요를 알아보지 못한다, 원래 얼굴로 돌아올 때까지 여자로 표기

여자; [공자님이 너무... 너무 잘 생기셔서 제가 그만 주제넘게 따라다니고 말았어요.] 울먹이며 말하고

독불군; [그거 참...] 내려다 보면서 난감한 표정

<몸매는 끝내주는데...> 여자의 쭉쭉 빵빵한 몸매 배경으로 독불군의 생각

독불군; (얼굴이 확 깨서 입맛이 싹 사라지는구만.) + [허락도 없이 죽립을 벗겨서 미안해 아가씨.] 죽립을 들고

독불군; [역시 아가씨는 밥 먹을 때도 죽립은 쓰고 있는 게 좋을 것같아.] [다른 사람들 밥맛 떨어지게 만드니까.] 죽립을 다시 여자의 얼굴에 얹어주며 비웃고

여자; [죄... 죄송해요.]

독불군; [암컷의 본능으로 잘 생긴 수컷에게 끌리는 건 죄가 아니야.] 죽립에서 손을 떼고

독불군; [하지만 원치 않는 대상에게 관심을 받는 건 피곤하고도 불쾌한 일인 것도 사실이야.] 눈을 부라리고

독불군; [그러니까 다신 내 뒤 밟지마!] [다시 한 번 눈에 띄면...] 고개 숙인 채 속삭이고

독불군; [사창가에 확 팔아버린다!] 여자의 귀에 대고 으름장을 놓고. 그자의 말에 놀라 눈 부릅뜨는 여자

독불군; [사창가에 드나드는 인간들 중에는 여자 얼굴 안보고 잡아먹는 놈들도 많으니까 말이야.] 사악하게 웃으며 속삭이고

여자; [용... 용서해 주세요.] 겁에 질리며 몸을 웅쿠리고. 하지만

슥! 탁자 아래의 여자 손이 독불군의 다리쪽을 스치며 작은 풍뎅이 한 마리를 붙여놓는다.

독불군; [다행히 말귀는 알아듣는군.] 웃으며 숙였던 몸을 다시 일으키고

독불군; [그럼 우리 다시는 보지 않도록 하자.] 손 흔들며 입구 쪽으로 간다.

그런 독불군의 다리 쪽에 작은 풍뎅이가 붙어있는 것 크로즈 업

여자; (독불군!)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독불군의 뒷모습을 죽립 아래에서 노려보는 여자의 살벌한 눈

<드디어... 드디어 네놈을 찾았다.> 객잔을 나가는 독불군의 모습 배경으로 여자의 생각. 객잔 밖을 지나가던 여자들이 독불군을 보며 뿅 가고

여자; (나 환요(幻夭)를 농락하고 아버지와 우리 배교의 교도들을 학살한 죄!) 우두둑! 죽립 아래에서 여자의 코가 움직이고. 그걸 옆 자리의 사내들이 보며 눈 부릅뜨고

환요; (기필코 치루게 해줄 테니 기대하거라.) 쿵! 환요의 원래 얼굴이 되고. 이하 환요로 표기. 그걸 옆 자리에서 보며 뿅 가서 젓가락 떨구는 사내들

 

#226>

낮. 산속의 어느 마을. 그리 크진 않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는 마을인데

그 마을로 고개 떨군 채 터덜터덜 걸어 들어오는 이군악. 생각에 골몰. 오랫동안 먹지도 쉬지도 못해서 노숙자같은 모습이 되었다. 수염이 거뭇. 머리는 떡 졌고. 옷도 먼지 투성이.

지나가던 여자들 오만상 쓰며 이군악을 피하고. 이군악의 몸에서는 냄새가 풀풀 난다. 하지만 이군악은 자기 생각에 빠져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모른다.

이군악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17년전 신풍보에서 벌어진 참극. #3>의 장면들. 강간당하는 엄마. 고문당하는 아버지. 사내들에게 뒷목이 잡혀서 쳐들린 채 그걸 보던 어린 시절의 자신의 모습. 강간당한 엄마의 몸뚱이가 불구덩이에 던져져 타 죽던 모습. 아버지의 배가 뚫려서 내장이 흘러나오던 모습. 자신도 불구덩이에 던져지던 모습 등등

이군악; (사흘...)

이군악; (그후로 사흘이 지났는데... 악몽같은 기억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이군악; (어쩌면 나는 평생 이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한숨

이군악; (과연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덜 괴로울 수가 있을까?) (단 한시도 끔찍한 기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니 지옥이 따로 없는데...) 입술 깨물고. 그러다가

꼬르륵! 배에서 소리가 나고

이군악; (마음은 죽을 만큼 괴로운데 몸은 허기를 느낀다.) 쓴웃음

이군악; (피붙이들이 개, 돼지처럼 학살당한 기억이 생생함에도 입은 먹을 걸 원하니...) (인간이란 얼마나 비참한 존재인가?)

꼬르륵! 꼬륵! 그 사이에도 배에서는 연신 소리가 나고

이군악; (알았다 이놈들아! 그만 좀 칭얼대!) 손으로 배를 쓸고

이군악; (억지로라도 뱃속에 뭔가를 집어넣어줘야 식충이들이 잠잠해지겠지.) 그러면서 주변을 두리번. 그러다가

흠칫! 하며 앞을 보는 이군악

 

어느덧 이군악은 마을 중심부에 이르렀는데 사람들, 정확히는 사내들이 길을 가득 메운 채 어떤 가게를 들여다보고 있다. 가게는 객잔이고. 그 객잔의 입구와 창가에 수십명의 사내들이 몰려있다. 노인부터 어린 아이까지. 이 마을의 사내들은 모두 모여든 모습. 반면 여자들은 멀찍이 돌아가면서 눈 흘기고 손가락질한다. 주변 건물에서 밖을 내다보며 화를 내는 여자들도 있고

이군악; (뭐지?) 찡그리며 다가가고

객잔의 입구에 <酒>라는 글이 적힌 깃발이 걸려있는 게 보이고

이군악; (저긴 이 마을의 유일한 객점인 모양인데... 마을의 모든 사내들이 몰려든 것같다.) 사람들 뒤로 다가가고

이군악; (여자들은 질색하고 있고...) 눈 흘기며 지나가는 여자들을 보며 사내들이 모여선 곳으로 가고. 이어

이군악; [무슨 일인데 이 가게 앞에 몰려와있는 거요?] 사람들 뒤로 다가가 맨 뒤의 사람에게 묻지만

사내들은 이군악의 말이 들리지 않는 표정을 한 채 앞쪽만 보고 있다

이군악; (내 말을 씹어?) 불쾌해서 사람들 노려보며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고. 그러다가

이군악; (싸가지가 없는 인간들이로구만.) + [!] 불쾌해하다가 흠칫! 하며 사람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는 이군악

객점 안쪽을 들여다보는 주변 사내들의 눈이 풀려있다. 입을 헤 벌리고. 뭔가에 넋이 나간 표정. 젊은 사내들 뿐 아니라 노인이나 아이들까지

이군악; (이 사람들...) 놀라고

이군악; (뭔가에 완전히 넋을 빼앗긴 모습이다.) 어리둥절하면서도 사람들 헤치고 객점 입구로 가고

이군악; (대체 객점 안에 뭐가 있기에 꿀물을 발견한 개미떼처럼 모여 있는 것인가?) 열려있는 객점 입구로 들어간다. 사람들은 객잔 밖에 모여 있을 뿐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있다

 

#227>

[!] 객점으로 들어서다가 찡그리는 이군악

객점 내부. 손님은 딱 한명 있다. 바로 아나타. 입구를 보는 쪽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 중인데. 객점 안의 점원과 주방장, 주인들도 넋이 나가서 아나타가 밥 먹는 모습 보고 있다. 주방장은 냄비 안의 음식이 타고 있는데도 넋이 나가 있고. 아나타는 허리춤에 휘어진 칼을 한자루 차고 있다. 그리 긴 칼은 아니다.

이군악; (이건 뭐지?) 피곤하고 짜증나는 표정으로 객점 안으로 들어가고

이군악; (객점 안에서 딱히 구경거리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사내들의 넋이 나가 있다니...) 안으로 들어가서 창을 등지고 아나타를 마주 보는 자리에 앉는다. 그러다가

[...!] 눈 번뜩이며 앞을 보는 이군악.

밥 먹는 아나타의 앞 모습 크로즈 업. 좀 짜증나는 표정으로 음식을 먹고 있다.

이군악; (저 여자 때문인가?) 아나타를 지긋이 보고

<예쁘긴 하지만 야차서시나 독고설지를 알고 있는 내 기준으로 보자면 그렇게 대단한 미녀는 아닌데...> 밥 먹는 아나타를 배경으로 이군악의 생각. 그러다가

이군악; (그러고 보니...) 흠칫!

<저 여자 몸에서 야릇한 기운이 흘러넘친다. 마치 아지랑이같은...> 짜증난 표정으로 음식 먹는 아나타의 몸 주위로 아지랑이같은 기운이 넘실거린다.

두근! 이군악의 가슴이 뛰고

이군악; (저 여자의 몸에서 흘러넘치는 야릇한 기운이 몸 속의 피를 들끓게 만든다.) (사내들을 미치게 만드는 색기(色氣)의 일종인 것같은데...) 얼굴이 좀 벌개지고. 하지만

이군악의 뇌리에 또 떠오르는 엄마가 강간당하고 아버지가 배가 갈라져 죽은 모습

이군악; (쯧!) 고개 젓고

이군악; (저 여자의 몸에서 흘러넘치는 야릇한 색기도 내 머릿속에서 악몽을 지우지는 못하는구나.) 한숨 쉬고. 그리고

 

아나타; (짜증나!) 밥 먹으면서 샐쭉거리는 아나타

아나타; (역시 아버지가 소녀환희밀법과 함께 남긴 옥녀진액(玉女眞液)을 먹는 게 아니었다.) 아극파의 금고에서 꺼낸 상자에서 유리병을 꺼내 들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아나타; (영원한 젊음을 주고 심후한 내공까지 얻을 수 있다고 해서 별 생각없이 마셔버렸는데...) 위 장면의 연속. 유리병의 내용물을 마신다

아나타; (그후 혹시나 해서 의서(醫書)를 뒤져 옥녀진액이 뭔지 알아보고는 한시진 가까이 구역질을 하고 말았다.) 치를 떨고

아나타; (옥녀진액이란 것은 여자들이 처음 한 월경혈을 모아서 정제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악물고

아나타; (물론 만드는 방법은 끔찍하지만 효과는 엄청나다고 의서에 적혀있었다.) (처녀의 첫 월경혈을 모아 정제한 때문에 여자로서의 매력을 극대화시켜준다는 것이다.)

아나타; (그래서 옥녀진액을 마신 여자의 몸에서는 저절로 사내들을 끌어들이는 기운이 흘러넘친다고 한다.)

아나타; (어떤 사내도 옥녀진액을 마신 여자의 매력에 저항을 못한다는데...)

아나타; (혹시나 했던 의혹은 황금성을 떠나자마자 해소되었다.) (어딜 가나 사내들이 구름같이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한숨

아나타; (이제 손가락질 한번으로 사내들을 종처럼 부릴 수 있게 된 건 좋지만...) 주점 입구쪽을 곁눈질로 보고

<내 몸뚱이를 끊임없이 훑어대는 저 끈적한 시선들은 아무래도 익숙해질 수가 없다.> 열린 문과 창문 밖에 빼곡하게 모여서서 들여다보는 사내들의 풀린 표정 배경으로 아나타의 생각.

아나타; (뭔가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난 평생 사내들의 눈요기 감으로 살아가야한다.)

아나타; (물론 눈요기 감으로 끝나면 다행이다.) (내가 힘을 잃거나 방심하면 개떼같이 달려들어 겁탈하려 들 게 뻔하니...) 분노하고. 바로 그때

[뭐하는 거야? 손님 들어온 거 안 보여?] 갑자기 큰 소리가 나서 눈 부릅 뜨는 아나타

이군악; [장사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빨리 와서 주문 안 받아?] 탕탕! 손바닥으로 탁자를 치며 호통을 치고. 깜짝 놀라 돌아보는 점원과 주인, 주방장. 아나타도 놀라 고개를 들어 이군악을 보고

[죄... 죄송합니다 손님!] 허둥대며 달려오는 점원

점원; [무... 무얼 드시겠습니까?]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표정으로 굽신 거리고. 시선은 자꾸만 아나타를 향하면서. 아나타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이군악을 보고 있고

이군악; [국수 한 그릇하고 홍소육(紅燒肉) 넉넉하게 한 접시 만들어와.] [술도 한 병 가져오고.] 철컹! 몇 개의 동전을 탁자에 던지며 퉁명스럽게

점원; [국수와 홍소육과 술...] 허둥대며 동전을 집어들고

점원; [잠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곧 만들어 올리겠습니다.] 굽신 굽신

다시 주방쪽으로 달려가는 점원. 그러면서도 눈으로는 아나타를 곁눈질하고

아나타; (저 사내....) 눈빛이 야릇해지고

<다른 사내들과 달리 내 몸에서 흘러넘치는 색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무어라 궁시렁대는 이군악의 모습. + 이군악; [이 따위로 장사할 거면 때려치우든가.]

아나타; (어떻게 옥녀진액의 마력에 걸려들지 않는 걸까?) (수컷이라면 결코 피할 수 없는 마력이라고 의서에 적혀있었는데...) 여전히 궁시렁 거리는 이군악을 보며 당혹. 의아. 호기심을 느끼고. 그러다가

예쁜 코를 벌름거리는 아나타

아나타; (이 꼬질꼬질한 냄새...) 소매로 입을 가리고

아나타; (차림새를 보면 거지는 아닌데... 대체 언제부터 씻고 닦는 걸 그만 둔 걸까?) 이군악을 흘겨보고. 그때

서둘러 쟁반을 들고 이군악에게 달려오는 점원. 쟁반에는 국수와 술병이 얹혀져 있다

점원; [국... 국수와 술부터 내왔습니다.] 국수 그릇을 이군악의 앞에 내려놓고

점원; [먼저 드시고 계시면 홍소육도 곧 준비해올리겠습니다.] 술병도 내려놓고

이군악; [음...] 끄덕이며 젓가락 통에서 젓가락을 꺼내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는 점원. 곁눈질로 아나타를 보고 아나타는 이군악을 보고 있고. 주방에서는 주방장이 요리를 하면서 역시 곁눈질로 아나타를 보고 있고

이군악; [이게 대체 몇끼만에 먹는 음식이냐?] 젓가락으로 국수를 뜨고

후루룩! 국수를 먹는다

아나타; (이거 은근히 자존심 상하네.) 샐쭉

아나타; (나같은 절세미녀가.... 그것도 옥녀진액을 먹어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풍기게 된 내가 그깟 국수 한 그릇만 못하다는 거야?) 본격적으로 국수를 먹기 시작하는 이군악을 노려보고. 그때

후루룩! 쩝쩝! 배가 고팠던 이군악은 국수 그릇에 얼굴을 쳐박고 게걸스럽게 먹어댄다. 국물이 튀지만 상관하지 않고. 그러자

아나타; [하여간 배워먹지 못한 천박한 것들이란...] 샐죽

[!] 국수 먹다가 그 말 듣고 움찔! 하는 이군악

아나타; [아주 주둥이가 그릇에 쳐박히겠네. 개, 돼지가 쳐먹는 꼴과 다를 게 없잖아.] 코웃음치며 비웃고

이군악; (저 계집이...) 화가 나지만 여전히 국수 먹으면서 노려보고

아나타; [냄새까지 꼬릿하고... 진짜 돼지새끼라고 해도 믿겠어.] 코를 쥐며 찡그리고. 이군악에게 눈을 흘기면서

이군악; (저년이 왜 저렇게 배배 꼬였지? 내가 뭘 잘못했다고?) 아나타를 노려보면서도 계속 국수를 먹는데

아나타; [이래서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한 거야.] [국수 한 그릇 처먹는 데에서도 아비 어미 없이 자란 티가 팍팍 나는 걸 보면!] 비웃지만

[!] 눈 부릅뜨며 젓가락질 멈추는 이군악

이군악의 뇌리에 다시 떠오르는 장면. 엄마가 강간당하고 불에 타죽고. 아버지가 배가 갈라져서 창자가 줄줄 흘러나오는 모습

아나타; [하긴 제대로 된 아비 어미가 있었다면 저렇게 막 자라게 두지는 않았겠지.] 냉소. 결정타를 날리고. 하지만 그 직후

콱! 이미 아나타의 앞에 나타나 아나타의 멱살을 쥐고 있는 이군악.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을 풍기고 부릅뜬 눈에서 벼락이 일어난다

아나타; [악!] 멱살이 쳐들리며 비명

이군악; [다시 한 번 씨부려 봐라.] 우둑! 이를 갈며 아나타의 멱살을 틀어쥐고. 그 배경으로 점원과 주인과 주방장 기겁하고

아나타; (다... 다가와서 멱살을 틀어쥐는 게 보이지도 않았어.) + [놔...!] 경악하면서도 손을 번쩍 쳐들어서

아나타; [누구 몸에 손을 대는 거야 거지새끼가!] 쾅! 쳐들었던 손으로 이군악의 가슴을 후려치지만. 이군악의 몸은 바위같이 꿈쩍도 않고

아나타; (가... 가공할 고수!) 전율

이군악; [다시... 다시 한 번 씨부려 보라고 하지 않았느냐?] [뭐 아비 어미가 어쩌고 어째?] 답싹 쳐들어 멱살을 틀어쥐며 이를 갈고

아나타; [하... 하라면 못할 줄 알아?] 악에 바쳐서 몸부림치며 이군악의 목을 조이려 하고

아나타; [너같이 천박한 새끼를 싸지른 년놈들이 어떤 종자들일지 안봐도 뻔해.] [종살이를 하던 것들이거나 거리에서 몸 파는 년이 어미겠지.] 악에 바쳐서 외치고.

이군악; [크아!] 분노하여 악을 쓰며 아나타를 휘둘러 머리부터 바닥에 쳐박으려 하고. + 아나타; [악!] 머리가 아래로 향한 채 비명. 버둥대며

확 다가오는 바닥. 그걸 올려다 보는 아나타

아나타; (죽었다!) 공포 절망. 그때

<무고한 살생은 안된다.> [!] 눈 부릅뜬 이군악의 뇌리에 혈나한의 모습이 떠오르고

이군악; [크왓!] 홱! 팩! 바닥에 아나타의 머리를 쳐박으려다가 옆으로 홱 돌리고

[!] 눈 질끈 감은 아나타의 몸뚱이가 바닥을 스치면서 옆으로 홱 돌아가고

이군악; [꺼져라!] 쾅! 옆으로 돌린 아나타의 몸을 던진다. 역동적으로 몸을 틀면서. 그리고 날아간 아나타의 몸뚱이는 객잔의 벽을 박살내고 퉁겨져 나간다

콰당탕! [악!] [컥!] 객잔 안에서 세차게 퉁겨져 나온 아나타의 몸뚱이가 벽을 박살내며 객잔 밖으로 퉁겨져 나가면서 객잔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던 사내들과 충돌. 십여명의 사내들도 뒤로 날아간다

콰당탕! 퍼억! [아이쿠!] [컥!] 길바닥에 패대기쳐지는 아나타와 사내들. 박살난 객잔의 벽 잔해도 흩어지고. 놀라 사방으로 흩어지고 물러서는 사내들

[끄윽...] 박살난 벽의 잔해와 충돌한 사내들의 몸뚱이 위에 누워 벌벌 떠는 아나타.

아나타; (이게... 이게 무슨...) 정신이 없어서 헐떡이며 객잔 쪽을 보고

박살난 벽을 통해서 드러나는 객잔 내부의 모습. 이군악이 노려보며 다시 자기 자리로 가고 있다. 점원과 주인이 사색이 되어 벌벌 떨고 있고

이군악; [계집으로 태어난 걸 감사해라.] 털썩! 다시 자기 자리에 앉는 이군악

이군악; [사내놈이었다면 방금 전에 머리통이 박살나서 삼도천을 건너갔을 것이다.] 술병을 쥐고. 이어

이군악; [못된 년같으니... 할 게 없어 부모 욕을 해?] 꼴꼴! 병채로 나발을 불며 궁시렁 거린다

아나타; (죽... 죽일...) 바닥에 쓰러져 벌벌 떨며 이를 갈고

아나타; (감히... 감히 황금성의 소성주인 날 능멸하고 패대기까지 쳐?) 일어나려 하고

아나타; (눈깔에서 피눈물이 나게 해주겠...) + [!] 눈 부릅.

쿵! 아나타의 몸을 더듬는 자들. 바로 함께 나뒹군 자들이다. 쓰러져서 피를 흘리면서도 눈이 풀린 채 아나타의 몸을 더듬는다

아나타; [꺅!] 비명 지르며 사내들의 손 뿌리치면서 벌떡 일어나 앉는다

[!] 객잔 안에서 병나발을 불다가 돌아보는 이군악

아나타; [네놈들이 감히 누구에게...] + [!] 분노하다가 눈 부릅

쿵! 사방에서 사내들이 몰려든다. 눈이 충혈되고 침을 흘리면서. 순간

아나타; [안돼!] 팟! 비명 지르며 날아오른다.

[소... 소저!] [한... 한번만 만지게 해주시오.] [가지 마시오.] 날아오르는 아나타를 향해 손을 뻗으며 좀비떼처럼 몰려가는 사내들

아나타; [흐윽!] 휘릭! 근처 건물 지붕 위로 내려서며 사색이 되는 아나타

건물 아래로 몰려들어 좀비떼처럼 아우성치는 사내들

아나타; (위... 위험해!) 진저리 치고

아나타; (예상했던 대로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자 겁탈하려고 몰려들고 있어.) 팟! 이를 갈며 날아오르고

[소저! 가지 마시오.] [잡... 잡아라!] 개떼처럼 몰려가는 사내들

아나타; (빌어먹을 옥녀진액...) 날아가며 뒤를 돌아보는 아나타

부서진 객잔의 벽을 통해서 이군악이 다시 병나발을 불며 자기 쪽을 보는 게 아나타의 시야에 들어오고

아나타; (헌데 저 인간은 어째서 옥녀진액의 마력에서 벗어나 있는 것일까?) 이군악의 모습 크로즈 업 배경으로 아나타의 생각

아나타; (원인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이를 갈고

<저놈은 날 능멸한 대가로 곧 저 세상으로 가게 될 테니...> 새처럼 날아가는 아나타. 아나타가 날아가는 쪽으로 좀비떼처럼 몰려가는 마을 사람들

 

이군악; (꼴 좋구나 싸가지 없는 년...) 아나타가 멀어지고 마을 사람들이 쫓아가는 걸 보며 술을 마시고

이군악; (아무리 원수 진 사이라도 부모 욕은 삼가는 법이거늘...) 코웃음. 그러다가

멈칫! 하는 이군악

이군악; (기분 탓일까? 저 싸가지 없는 년의 얼굴이 어쩐지 눈에 익다.) 갸웃

이군악; (분명 저 계집과 비슷한 인상과 분위기의 여자를 전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갸웃거리는 이군악의 모습. 그리고

 

객잔 건너편의 골목에 숨어서 그런 이군악을 보는 사내 한명. 눈빛이 예리하고

사내; (저자는...) 눈 번뜩이며 품속에서 작은 수첩 같은 것을 꺼내고

사내; (분명 우리 황금성에서 작성한 요주의 인물 용모파기에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이다.) 수첩을 넘긴다. 수첩에는 사람의 얼굴과 작은 글씨들이 빼곡하게 차있다.

사내; (찾았다!) 수첩 넘기는 것을 멈추고

<저자는 바로 혈나한의 여섯 번째 제자 이군악이다!> 쿵! 그자가 보는 수첩에 이군악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얼굴 옆에는 작은 글씨들이 빼곡한데. 상단의 좀 큰 글씨로는 <李君岳>이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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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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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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