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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3.16 [고독천년] 서장 신마풍운록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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룡강 무협소설

 

             고독천년 -孤獨千年

 

 

서장

 

            신마풍운록의 음모

 

 

 

-신마풍운록(神魔風雲錄)!

 

이것은 무림인들의 이름을 적어놓은 인명부(人名簿)다.

하지만 특별할 것도 없는 이 인명부로 인해 무림역사상 최악의 살겁이 벌어지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수많은 생명이 허무하게 스러진 대참사가 어이없게도 그저 이름을 나열해놓았을 뿐인 한 권의 책자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

 

-신마풍운록!

 

제목 그대로 당금의 무림에서 천신(天神)과 마귀(鬼魔)처럼 풍운(風雲)을 일으키고 있는 고수들의 이름을 적어놓은 인명부다.

물론 무림인이라고 해서 누구나 신마풍운록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한 지방의 패주(覇主)이거나 어떤 방면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인물들만이 신마풍운록을 장식할 수 있다.

즉, 신마풍운록에 이름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무림의 정세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유력자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마풍운록이 누구에 의해 작성되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 한 권의 인명부는 어느 날 문득 천하 각지에서 발견되기 시작했을 뿐이다.

누군가에 의해 작성되어 남칠성(南七省) 북육성(北六省)에 거의 동시에 배포된 신마풍운록은 무림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신마풍운록에 이름이 오른 인물들은 득의해 마지 않았다. 신마풍운록에 기록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이 당금 무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임이 증명된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득의는 오래지 않아 공포와 의혹으로 돌변하였다. 신마풍운록에 이름을 올린 명숙들이 무참하게 살해되는 참사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무림명숙들을 살해한 범인이 누구인지는 이내 밝혀졌다.

 

신마풍운록-!

 

도처에서 일어난 참사의 원흉은 바로 신마풍운록이었다.

물론 신마풍운록이 직접 살인을 한 것은 아니다. 신마풍운록은 그저 살인의 원인을 제공했을 뿐이다.

문제가 된 것은 신마풍운록에 올려진 이름들에 서열(序列)이 매겨져 있었다는 점이었다.

신마풍운록의 작성자는 대단한 통찰과 분석력으로 무림인들의 능력을 분석하여 서열을 매겨 놓았는바, 그것이 재앙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제삼자가 보기에 신마풍운록 상의 서열은 수긍이 갈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서열이 매겨진 당사자들의 생각까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데 혈겁의 단초가 숨겨져 있었다.

 

-내가 왜 그 작자보다 서열이 낮은가?

 

신마풍운록에 이름이 오른 대부분의 무림인들이 그같은 불만을 품었으며 급기야 자기보다 상위 서열로 기록된 인물들에게 격렬한 질시와 살의를 느끼게 되었다.

 

-만일 그자가 사라진다면 내가 그자의 서열을 차지할 수 있지 않은가?

 

그같은 악마의 속삭임이 불만을 느낀 무림인들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대참극의 시발점이었다.

신마풍운록의 서열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자기보다 윗 서열의 인물을 암살하는 사태가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최초의 희생자는 신마풍운록에 서열 칠십이위(七十二位)로 기록 된 상강조수(湘江釣搜)란 인물이었다.

한 자루 낚싯대만 있으면 고래라도 낚아 올릴 수 있다는 고수임에도 불구하고 상강조수는 세상의 욕심과 명예 따위는 하찮게 여겨왔었다.

그런 그가 자신보다 하위 서열로 기록 된 몇 명의 인간들에게 합공을 당해 비참한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그것이 피 빛 회오리의 시작이었다.

상강조수의 죽음이 도화선이 되어 신마풍운록의 서열에 불만을 품은 자들이 자기보다 윗 서열의 고수들을 암살하는 일이 도처에서 발생했다.

질투가 원인인 이같은 추악한 암살극은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갔으며 일단 일어난 피바람은 일거에 전 중원을 휩쓸었다.

피는 피를 부르고 죽음은 또 다른 죽음을 낳았다.

신마풍운록의 고수들은 서로를 죽이기에 혈안이 되었다. 살아남으려면 먼저 상대를 죽여야만 했기 때문이다.

의심은 공포를 낳고 공포는 무자비한 살육으로 이어졌다.

이제 평화란 말은 사라지고 살육과 피비린내만이 강호를 휩쓸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림에 퍼진 한 가지 소문에 의해 신마풍운록이 일으킨 혈풍은 절정에 이르게 되었다.

 

<고독마야(孤獨魔爺)가 혈마대장경(血魔大藏經)을 얻었다!>

 

이같은 소문을 접한 무림인들은 공포와 경악으로 전율해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문에 언급된 한 인물의 이름과 비급의 제목이 너무나도 끔찍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고독마야 연남천(燕南天)!

 

그가 누구인가?

자타가 공인하는 당금의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 아닌가?

신마풍운록의 첫 장을 차지하고 있는 서열 일위(一位)의 절대고수가 바로 고독마야 연남천인 것이다.

고독마야 연남천은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 이래 육십여 년의 세월을 실로 고독하게 살아 왔다.

그에게는 친구는 물론이고 적수도 없었다.

하늘과 땅 사이의 그 누구도 고독마야의 삼초지적(三招之敵)이 되지 못했다.

적수조차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고독하고 불행한 일인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너무나 강했기에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을 수밖에 없었던 고독한 절대자!

그가 바로 고독마야 연남천이었다.

 

-혈마대장경!

 

그 이름은 고독마야 연남천보다 오히려 더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혈마대장경은 무림 역사상 최강자들인 고금오대고수(古今五大高手)중 한 명이 남긴 비급이었다.

 

-흡혈마조(吸血魔祖)!

 

사파(邪派) 무림에서 종가로 숭배받는 혈교(血敎)의 창시자이기도 한 그는 인육(人肉)을 즐겨먹고 인혈(人血)을 술 대신 마셨다는 전설 속의 마인이었다.

흡혈마조는 천인공노할 악행을 숱하게 자행하였으나 일백 수십 살의 천수를 누린 후 죽었다. 너무도 강한 그자를 세상 그 누구도 죽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염라대왕마저도 두려워서 끝까지 살려두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로 흡혈마조는 막강했으며 공포 그 자체였다.

흡혈마조가 창안한 저주받을 마공들이 수록되어 있는 비급이 혈마대장경이다.

바로 그 혈마대장경이 고독마야 연남천의 수중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소문을 접한 무림인들은 공포와 전율을 금치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천하무적으로 여겨져 온 고독마야가 혈마대장경까지 연마한다면 그 결과는 삼척동자라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고독마야에게 혈마대장경을 연마할 기회를 주어서는 안된다! 그가 혈마대장경마저 익힌다면 이 세상 그 누구도 영원히 고독마야를 능가하지 못한다!

-혈마대장경의 마공 중 한 가지만 얻어도 독패군림(獨覇君臨)할 수 있다!

 

두려움과 함께 추악한 탐욕이 전 무림을 열병처럼 휩쓸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수많은 무림인들이 고독마야 연남천의 거처인 곤륜산(崑崙山) 고독애(孤獨崖)로 몰려갔다.

그때까지 살아남은 신마풍운록 상의 고수들 거의 전원이 곤륜산으로 운집한 것이다.

하지만 이 모두가 천하를 집어 삼키려는 음모에 의해 비롯된 것임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치밀하고도 잔혹한 음모의 그물이 전 무림을 옥죄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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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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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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