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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마군영대는 혈세사패의 발호에 대항하기 위해 구대문파가 육성하고 있는 최정예 집단이다.> 어느 절. 웅장한 건물을 등지고 아홉 명의 나이 든 인물들이 단상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중이 두 명, 도사가 세 명, 비구니가 한명, 나머지는 일반인데 일반인들 중에는 거지도 한명 있다. 덩치 좋은 이 거지는 개방의 방주다. 모두 나이가 들었고 고수들로 보인다. 이들이 구대문파 문주들이다. 가운데 서있는 깡마른 노승이 소림사 방장인 철목선사다. 여러 개의 고리가 달린 강철 지팡이를 들고 있다.

<구대문파는 한 문파에서 열 명씩, 총 구십 명의 후기지수들을 선발해서 공동으로 무공을 가르치기로 했었다. 그들이 항마군영대이며 육성 목적은 물론 혈세사패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단상 아래에 도열해있는 청년과 처녀들. 열명씩 종대로 서서 아홉 줄을 이룬다. 각 줄 앞에는 팻말이 서있는데 팻말에는 <少林> <武當> <華山> <峨嵋> <終南> <崑崙> <丐幇> <恒山> <衡山>등의 글이 적혀 있다. 구십명 중 여자들도 십여 명 끼어 있고 여자들 중에는 삼절신유 신현학의 딸 신소심도 끼어 있다. 물론 신소심은 <終南>이라 적힌 팻말 뒤에 서있다. 여자들 중에는 젊은 비구니도 두 명 끼어 있다. 비구니들은 <峨嵋>라는 팻말 뒤에 서있다. 또 청년들 중 한명이 위진천이다. 위진천은 <武當>이란 팻말 바로 뒤에 서있다. 자신만만한 표정

<구십 명의 항마군영대는 중원에서 멀리 떨어진 음산(陰山)에 설치 된 항마동천(降魔洞天)에 들어가서 무공수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 항마동천에는 구대문파가 제공한 수많은 영약과 비급들이 구비되어 있다.> 어느 계곡 철문이 달린 동굴로 줄 지어 들어가는 구십 명의 청년과 처녀들. 동굴 입구에는 <降魔洞天>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구대문파 장문인들이 동굴 입구에 서서 청년과 처녀들을 격려한다.

<항마동천은 수많은 금제로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금지이기도 하다.> 철문이 열리고 누군가 나온다. 철문 밖을 지키고 있던 중과 도사와 일반인들이 돌아보고

<오직 항마군영대 중에서 선출된 영도자 항마통령(降魔統領)만이 정기적으로 항마동천 밖으로 나와 무공 수련의 진척을 구대문파에 보고하게 된다.> 철문에서 나오는 인물은 바로 위진천이다.

 

막운비; [원래는 막모도 종남파에 배정된 열 명의 항마군영대중 한명으로 선출되었었습니다.]

청풍;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마동천에 들어가지 않으신 데에는 사연이 있겠습니다.]

막운비; [소생의 사매, 즉 사부님의 외동딸 신소심(申素心)에게 항마군영대 자리를 양보했지요.] 쓴웃음

청풍; [저런...]

막운비; [소심사매는 활달하고 자질도 뛰어나 항마군영대의 일원이 되기에 손색이 없었습니다.]

막운비; [하지만 여자라는 점이 결격사유였는데...] [너무도 간절히 원하기에 제가 양보를 하게 된 것입니다.]

청풍; [영사매가 항마군영대에 들어가려고 애쓴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의미심장하게

막운비; [역시 이형은 속일 수가 없군요.] 쓴웃음

청풍; [별 말씀을...]

막운비; [소심사매는 항마군영대로 선출된 어떤 자를 짝사랑해왔었습니다.]

청풍; [그자와 함께 있고 싶어서 항마군영대의 일원이 되려고 했군요.]

막운비; [무당파(武當派) 속가제자인 옥면신룡(玉面神龍) 위진천(威振天)이란 친구가 소심사매의 짝사랑 상대입니다.]

청풍; [옥면신룡...] [별호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미남인지 짐작이 갑니다.]

막운비; [그저 얼굴만 잘 생긴 게 아닙니다.] 씁쓸하게

막운비; [위진천은 자질도 뛰어나 항마군영대의 지휘자인 항마통령으로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한숨

청풍; (막형도 사매를 마음에 두고 있었겠지.) 쓴웃음

막운비; [어쨌거나 위진천과 가까워지고 싶어 했던 소심사매의 소원은 이루어진 것인데...] 표정이 심각해지고

 

<사흘 전, 소심사매가 기르는 소홍조(小紅鳥)라는 애완조가 돌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깨알같은 글이 적힌 천조각을 다리에 감은 채로...> 하늘에서 날아 내리는 제비만한 작은 새. 물론 신소심이 날려 보낸 소홍조다. 소홍조의 양쪽 발목에는 천이 칭칭 묶여있다. 삼절곡의 정원에 있는 정자 입구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두 손으로 소홍조를 받으려는 삼절신유 신현학. 정자 근처에 있던 막운비도 놀라 하늘을 올려다본다.

<소홍조는 크기는 작아도 하루에 천리를 날 수 있으며 아주 영특한 영조입니다. 사매는 어렸을 때부터 그 소홍조를 길러 한시도 몸에서 떼어놓지 않았었지요.> 정자 안의 탁자. 소홍조가 지쳐 쓰러져 있고 삼절신유가 소홍조의 양쪽 발목에서 풀어낸 천을 들고 읽으며 심각한 표정이 된다. 천에는 깨알같은 글들이 적혀있고

<소홍조가 가져온 천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 저는 모릅니다. 사부님은 소림사로 보내는 편지에 그 천을 넣고 밀봉했기 때문입니다.> 죽립을 쓰고 먼길을 떠날 차비를 한 막운비에게 밀봉된 편지를 내미는 삼절신유. 두 손으로 받는 막운비. 장소는 여전히 정자 안이다.

 

청풍; [외부와 단절된 항마동천에서 무슨 일이 생겼고 영사매가 그 사실을 소홍조를 통해서 알려왔겠습니다.]

막운비; [아마 그럴 것입니다.] 끄덕

막운비; [헌데 사부님은 그 내용을 제자인 제게 알려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종남파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밀로 했습니다.]

청풍; [문중에조차 알리지 않은 걸 보면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내용이 아니겠습니다.] 눈 번뜩

막운비; [종남파와 가까운 화산파나 무당파에도 알리지 말라고 분부하신 것을 보면 틀림없습니다.] 끄덕

청풍; (그래서 백살파에 쫓기면서도 지척에 있는 화산파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구나.) 깨닫고

막운비; [사부님은 누구도 믿지 말고 오직 소림사의 방장이신 철목선사에게 이 밀서를 전하라는 분부를 내리셨습니다.] 다시 편지를 보고

청풍; (점점 더 저 편지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편지를 보고

청풍; (하지만 막형도 개봉해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편지를 보자고 할 수는 없지.)

막운비; [제가 떠난 직후 백살파가 삼절곡을 습격해서 사부님을 시해한 것 같습니다.] 이를 부득 갈고

막운비; [그후 백살파는 저를 집요하게 추격하고 있고...] [이로 미루어 보건데 소심사매가 보낸 밀서는 혈세사패와 관련된 내용인 것 같습니다.]

청풍; (혈세사패가 항마군영대 내에 간세를 잠입시켰을 수도 있겠지.) 끄덕이며 칠성보도를 집어들고

청풍; [사용하시던 검이 손상되었으니 이 칼을 쓰도록 하십시오.] 손잡이를 앞으로 해서 내밀고

막운비; [보도라고 불릴만한 대단한 칼인데 제가 받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선뜻 받지 못하고.

청풍; [저는 도검을 쓰는 무공을 배우지 않아서 이 칼은 무용지물입니다.] 웃으며 내밀고. 그러자

막운비; [그럼 염치불구하고...] 두 손으로 칼을 받고.

청풍; [그리고 주제넘지만 막형에게 한 가지 무공을 가르쳐드릴까 하는데 괜잖겠습니까?] 조심스럽게

막운비; [제... 제게 무공까지...] 놀라고

청풍; [이화접목(移花椄木)이라고 적의 내공을 내 것처럼 쓸 수 있는 무공입니다.] + (은원살법은 너무 난해하니 단시간에 익혀서 쓸 수 있는 이화접목을 가르쳐주는 게 적당하겠지.) 생각하고

청풍; [그리 어렵지 않은 무공이니 속성으로 익혀서 실전에 사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막운비; [원래라면 감히 이러면 안되지만...] 무릎을 꿇고

막운비; [제 처지가 워낙 궁박한지라 이형의 신세를 거푸 지도록 하겠습니다.] 무릎 꿇고 고개 조아리고

청풍; [막형이 소림사로 가져가려는 밀서가 수많은 생명을 구할지도 모릅니다.] 마주 고개를 조금 조아리고

청풍; [무림의 일원으로서 막형에게 미력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진지하게 말하고

막운비; (일대종사!) 감격하며 청풍을 보고

<비록 나보다 한참 연하지만 이 친구는 장차 무림을 영도할 일대종사가 될 게 분명하다.> 마주 앉아 무어라 얘기하는 두 사람 모습 배경으로 막운비의 생각 나레이션

 

#101>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한 암자. #54>에 나온 암자. 위상영이 머물던. 그리 크지는 않은 절인데 비구니 암자라 비구니들만 돌아다니고 있고. 마당에는 두 필의 말이 끄는 마차도 한 대 서있다. 물론 위상영이 타고 다니는 마차다. 비구니들이 말을 돌보고 있고

어느 건물. 색목쌍교가 입구를 지키고 있다.

[!] [!] 무언가 발견하는 색목쌍교

비구니 한명의 안내를 받아 다가오는 중년의 거지 한명. 거지지만 덩치가 좋고 눈매가 날카롭다. 이 거지는 개방 외당 당주인 철각개라는 자다. 나이는 40살 정도

일교; <개방의 화자(化者;거지)가 찾아왔네.> 다가오는 거지를 보며 전음으로 이교에게 말하고

<개방 외당(外堂) 당주 철각개(鐵脚丐)라는 자인데... 뭔가 급한 제보가 있는 모양이야.> 다가오는 거지를 배경으로 색목쌍교의 대화

 

#102>

위상영; [항마군영대 말씀이신지요?] 탁자를 사이에 두고 독두신개와 차를 마시다가 찻잔을 입에서 떼며 묻는다. 비파는 옆의 의자에 얹혀져 있고

독두신개; [이번에 강호로 나온 항마통령 위진천의 장담일세.] 위상영과 마주 앉아서 술을 마시며

독두신개; [항마군영대는 늦어도 반년 안에 항마동천을 나올 예정이라는 게야.] 배경으로 나레이션. <-개방 태상장로 독두신개(禿頭神丐)>

위상영; [항마군영대 전원의 심사기준 통과가 임박한 모양이로군요.] 찻잔을 손에 든 채로 말하고

독두신개; [내공은 최소한 이(二)갑자 이상, 우리 구대문파가 선정한 백팔십종의 무공중 세 가지 이상을 정통해야하는 게 심사기준이었지.] 끄덕

위상영; [그 정도면 구대문파의 장로, 아니 문주님들에 필적하는 실력일 텐데...] 미심쩍은 표정

위상영; [불과 삼년 만에 그같은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기재들이 무려 구십 명이나 구대문파에 있을 줄은 몰랐어요.] 다시 찻잔을 입에 가져가고

독두신개; [이 늙은 거지를 포함해서 구대문파의 늙은이들 모두가 놀라고 있다네.] 쓴웃음을 짓고

독두신개; [혹자는 항마통령 위진천이 허위 보고를 한 게 아니냐? 또는 뭔가 금단(禁斷)의 수단이 사용된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낼 정도야.]

위상영; (확실히 의심이 가는 정황이다.) 말없이 차를 마시고

위상영; (항마군영대처럼 쉽게 절세고수가 될 수 있다면 누가 고생하며 수십 년 씩 무공수련을 할까?) 미간이 약간 찡그려지고

위상영; (아무래도 항마군영대의 내막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 찻잔을 입에서 떼고. 이어

위상영; [항마군영대의 결성을 처음 주창한 분이 무당파 장문인이셨지요?] 달각!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독두신개; [무당파의 장문인 함풍자(咸風子)가 처음 발의를 했었지.] 끄덕

위상영; [헌데 공교롭게도 무당파 속가제자인 위진천 공자가 항마군영대의 통령이 되었군요.]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독두신개; [그 말을 들으니 공교롭긴 하구먼.] 눈 번뜩이고

위상영; [위진천 공자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요.]

독두신개; [당연히 위진천에 대해 알아둬야지.] 히죽 웃고

독두신개; [군사의 자당(慈堂;남의 어머니)께서도 위진천을 서랑(壻郞;사위) 후보로 염두에 두신 것 같으니...]

위상영; [...] 미간을 살짝 모으며 대답하지 않고

독두신개; (이 혼담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군.) + [위진천은 하남의 대지주(大地主)인 위가장(威家莊)의 후계자라네.] 뻘쭘해져서 위상영의 눈치를 보며

독두신개; [위가장은 수억 평의 비옥한 토지를 보유하고 있어서 하남성에서는 첫 손가락에 꼽히는 부유한 가문이야.]

독두신개; [게다가 위진천은 어미가 선대 황제의 딸, 즉 공주이기도 해.] [그 덕분에 황실의 비호도 받을 수 있는 귀한 신분이기도 하네.]

말없이 듣는 위상영

독두신개; [군사도 알다시피 우리 호천맹은 삼문육가를 주축으로 이루어졌어.] [그 때문에 구대문파와는 다소 소원한 관계를 유지해왔지.]

위상영; [자존심이 남다른 구대문파는 누군가의 지휘를 받는 걸 꺼려하지요.] [물론 호법님의 개방만은 예외지만...]

독두신개; [우리 개방이야 배불리 먹게만 해주면 간이든 쓸개든 다 내주는 게 전통이지.] 껄껄 웃고

독두신개; [하지만 개방을 제외한 다른 구대문파들 간의 알력과 견제는 옛날부터 유명했어.] [알량한 자존심을 빼면 시체나 다를 바가 없는 게 소위 말하는 명문대파들이니 말일세.] 쓴웃음을 짓고

위상영; [저희 모녀도 호천맹을 만들 때 구대문파부터 접촉했지만 개방 외의 모든 문파에서는 문전박대를 당했어요.] 웃고

위상영;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호의를 보인 삼문육가를 호천맹의 주축으로 삼게 되었지요.] 한숨을 쉬고

독두신개;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세사패의 발호를 저지하려면 구대문파를 반드시 호천맹에 가입시켜야만 하네.]

독두신개; [그 일환으로 자당은 구대문파의 공동전인이라고 할 수 있는 위진천을 사윗감으로 생각하고 계신 것이야.]

위상영; (내 배필이라...) 소리없이 한숨.

위상영의 뇌리에 떠오르는 청풍의 모습.

위상영; (마음이 가는 사람은 따로 있지만... 대의를 위해서라면 어머니의 뜻을 따라야겠지.) 소리없이 한숨을 쉬는데

독두신개; [어쨌거나 조만간 항마군영대 통령인 위진천과의 면담이 이루어질 걸세.] 술잔을 내려놓고

독두신개; [자당의 의중도 있고 하니 위진천과의 혼담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나.] 말하며 문쪽을 보고. 직후

<호법님! 철각개라는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문 밖에서 들리는 음성. 그러자

독두신개; [철각이 놈이 직접 찾아온 걸 보면 뭔 일이 있구만.] + [들여보내게.] 문밖을 향해 말하고. 그러자

<예!> 덜컹! 대답과 함께 문이 열리고

문을 열어준 것은 색목쌍교중 일교. 문 밖에는 철각개가 공손히 서있다. 앞으로 모은 두 손에는 가는 천 조각이 하나 들려있다.

위상영; [어서 오세요 당주님.] 고개 좀 숙이고

철각개; [철각이 군사님을 뵙습니다.] 포권하고

독두신개; [인사는 됐고... 보고를 해라.]

철각개; [예 사숙조(師叔祖)님!] 눈치 보며 굽신. 이어

철각개; [방금 전 화산지부 소속의 화자가 날려 보낸 전서구가 도착했습니다.] 얇은 천을 두 손으로 내밀고

위상영; (화산이라면 혹시!) 눈을 좀 치뜰 때

철각개; [화산 서쪽 운두령 근처의 주점에서 이청풍 공자가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말하고. 놀라는 색목쌍교

[!] 역시 놀라는 위상영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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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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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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