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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 章

 

                 사년만의 出道

 

 

“으하하하!”

창룡(蒼龍)의 울부짖음인가?

천지를 뒤흔드는 우렁찬 장소가 북안탕을 뒤흔들었다.

휘―― 익!

돌연, 자욱한 신무애의 신무 속에서 한 줄기 인영이 폭사되어 날아 올랐다.

그 인영은 석벽을 따라 수직으로 날아 오르는데 그 빠르기가 전광같았다.

휘――르르!

삽시에, 그 인영은 신무애의 단애 위로 치솟아 까마득히 삼십 장 허공으로 치솟았다.

실로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천하에 누가 이런 경공을 펼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염연히 그 인영은 절세의 경공으로 신무애를 날아 오른 것이다.

위―― 잉!

허공에서 멈칫 하던 그 인영은 방향을 틀어 단애 위로 떨어져 내렸다.

스스스!

마침내 그 인영은 단애 위로 내려섰다.

물론, 그 인영은 제연연을 등에 업은 적연흥이었다.

“우하하핫!”

지면에 내려선 적연흥은 털썩 지면에 무릎을 꿇으며 대소를 터뜨렸다.

얼마만에 밟아 보는 지면인가?

발밑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지면의 감촉이 비로소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좀체 흥분하지 않는 적연흥이건만 이 순간만은 가슴이 터지는 듯한 감흥이 솟구침을 어쩔 수 없었다.

“흑……!”

적연흥의 등에서 내린 제연연의 눈에서 뜨거운 이슬 방울이 흘렀다.

입은 분명히 웃고 있으나 눈에서는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 내리는 것이다.

“……!”

적연흥의 두 눈에서도 자기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상공!”

제연연이 눈물을 닦으며 다가섰다.

“누님!”

“상공!”

두 남녀는 으스러져라 서로를 끌어 안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가슴이 크게 요동을 침을 느낄 수 있었다.

꼭 끌어 안은 두 남녀는 떨어질 줄을 몰랐다.

영원히 그대로 있을 듯이,

이윽고, 적연흥은 고개를 들어 제연연을 바라보았다.

제연연은 촉촉히 젖은 맑은 눈으로 적연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상……상공…… 꿈이…… 꿈이 아니겠지요?”

제연연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다는다는 듯이 묻자 적연흥은 빙그레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누님, 꿈이 아닙니다. 우리는 저 신무애를 빠져 나온 것입니다.”

제연연의 봉목에 다시 핑그르 물기가 돌았다.

“상공! 사랑해요! 상공!”

제연연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적연흥의 가슴으로 파고 들었다.

“누님!”

적연흥도 영원히 놓지 않겠다는 듯이 제연연의 교구를 끌어 안았다.

뜨거운 애정의 격류가 두 사람의 가슴을 요동치며 흘러갔다.

잠시 후, 양인은 아쉬운 표정으로 떨어졌다.

“이제 그만 내려 가셔야지요. 어머님께서 어찌 지내시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제연연이 큼직한 짐보퉁이를 집어 들며 말하자 적연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감히에 찬 눈길로 신무애를 내려다보았다.

신무애에서는 여전히 꾸역꾸역 신무가 솟구치고 있었다.

‘신무애…… 너는 사년 동안 나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저 평범한 산촌의 아이였던 나에게 천하를 짊어질 만한 힘을 주었다.’

‘돌아올 것이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 오리라.’

적연흥은 천천히 돌아섰다.

“누님! 가십시다.”

“네!”

두 남녀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파――앗!

휘――잉!

일진선풍이 부는가 싶었는데 두 남녀는 이미 백 장 밖을 달리고 있었다.

천하에서 가장 빠른 경공 중의 하나인 비천어기신법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초춘(初春)이건만 견디지 못할 정도로 덥군요.”

제연연이 달리며 말하자 적연흥은 미소를 지었다.

“사년 동안 극음빙천의 한기를 쏘이며 살아 왔기 때문입니다. 다소 시간이 지나면 몸의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적연흥의 말에 제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야앗!”

제연연이 맑은 일갈을 터뜨렸다.

“하하하핫!”

적연흥의 호탕한 장소가 그 뒤를 따르며 두 남녀는 오십여 장 높이의 절벽을 날아 내렸다.

“그 가죽 주머니에는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적연흥은 제연연이 등에 메고 있는 가죽 주머니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것은 한령토황우(寒靈土黃牛)의 정수를 추출하여 만든 한령지황유(寒靈地黃油)예요. 한령토황우 천근을 써서 만든 것이에요.”

적연흥은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하하……언제 그런 것을 만드셨습니까?”

“출곡하면 은하궁의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만든 것이었는데 예상 외로 빨리 출곡하게 되어 이것 밖에 만들지 못했어요.”

“하하……역시 누님의 성품은 참으로 치밀하십니다.”

두 남녀는 밟게 웃으며 북안탕의 험준한 산령을 날아 내렸다.

 

***

 

“으음…….”

적연흥의 입에서 침중한 신음이 흘렀다.

적연흥의 앞에는 퇴락한 초옥이 한채 서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오랜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이 바로 적연흥과 그의 어머니가 살던 초옥이었다.

“상공, 어머니께서 오래 전에 이곳을 떠나신 것이 아닐까요?”

제연연이 안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렇게 밖에 생각이 되질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떠나셨다면 도대체 어디로 가셨는지…….”

적연흥은 침중히 말하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도 역시 오랜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낡을대로 낡아 있었다.

적연흥은 쓸쓸한 심정과 어머니에 대한 걱정으로 무거운 발길을 집밖으로 떼어 놓았다.

“아버님께 문안을 드려야 겠습니다.”

적연흥은 집뒤의 둔덕으로 올라갔다.

의외로 분묘만은 깨끗이 다듬어져 있었으며 전에는 없던 비석마저 서 있었다.

“아버님, 소자 연흥, 이제야 문안 드리옵니다.”

적연흥은 묘앞에 절을 올리고 꿇어 앉았다.

제연연도 적연흥을 따라 절을 올린 뒤 그의 뒤에 시립했다.

적연흥은 한동안 묘앞에 앉아 회상에 잠겼다.

옛날의 일들이 주마등 같이 스쳐 지나가며 그럴 수록 그의 마음은 점점 더 침중해져만 갔다.

“아니…… 웬 분들이십니까?”

문득, 한 명의 노인이 둔덕으로 올라오며 말을 건넸다.

적연흥은 천천히 일어나 돌아섰다.

그의 시선에 좀 더 주름이 늘었으나 눈에 익은 한명 노인의 모습이 띄었다.

“선우 할아버님이 아니십니까?”

적연흥이 반색을 하며 정중히 허리를 굽히자 노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치 신선(神仙)같이 청수한 청년이 아는 듯이 인사를 했기 때문에.

“귀인께서 뉘신데 이 늙은이를 알아보시오?”

적연흥은 미소를 지었다.

“소자, 이 아래의 초옥에서 살던 연흥이옵니다.”

적연흥의 말을 들은 노인의 두 눈이 크게 치켜떠졌다.

노인은 처음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으나 이내 적연흥의 얼굴에서 옛날의 모습을 찾아 내었다.

노인은 덥석 적연흥의 손을 잡았다.

“그렇구먼, 우리 마을의 호신(護神)이셨구먼, 그래 그동안 어디 있었기에 마을에 한 번도 들르지 않으셨는가?”

노인이 격동에 차 말하자 적연흥도 미소를 지으며 노인의 손을 잡았다.

“소자 한곳의 절지에 빠져 이곳에 들를 수가 없었사옵니다. 하온데 저희 어머님께서는…….”

노인은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이 늙은이가 잠시 잊었군. 사년 전 자네가 산중에서 변을 당했다는 소문이 난 직후, 한분의 신선께서 마을에 오셔서 자당을 어디론가 모셔가셨네.”

적연흥의 뇌리에 퍼뜩 모산독군이 떠올랐다.

“틀림없이 모산의 할아버지이시리라. 모산의 할아버지께서 모셔가셨다면……무고하시겠구나.”

“그후 일 년만에 돌아 오셔서 자네 선친의 묘에 제사를 지내셨네. 그때 보니 자당께서도 마치 여신선같이 변해 계시더구먼, 그후 매년 자네 선친의 기일에 이곳에 들르셨다네.”

적연흥의 얼굴이 펴졌다.

‘모산 독성곡(毒聖谷)에 가면 어머님을 뵐 수 있겠구나.’

그는 노인에게 포권을 했다.

“할아버지. 여러 가지로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그러자 노인이 완고하게 그의 소매를 잡았다.

“무슨 소린가? 오랜 만에 마을에 돌아와서는 금방 훌쩍 떠나려는가? 자! 마을로 가세. 마을 사람들이 자네가 무사한 모습을 보면 기뻐할 걸세.”

노인이 잡아끌자 적연흥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었지. 사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구나.’

적연흥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폐를 끼치겠습니다.”

“허허…… 폐라니…… 무슨 섭섭한 말인가? 자 가세 어서……”

적연흥은 노인에게 잡아끌리다시피 마을로 들어갔다.

제연연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적연흥과 노인의 뒤를 따랐다.

산중의 한촌에서는 때아닌 잔치가 벌어졌다.

 

***

 

휘르르――

언뜻, 두 줄기 인영이 허공을 가로 질렀다.

정오 무렵이었다.

“누님. 잠깐 쉬어 가십시다.”

두 줄기 인영 중 하나가 표표히 지면으로 내려서며 말했다.

휘르르――

뒤미처 한 줄기 왜영이 그 뒤를 따라 내려섰다.

그들은 물론 적연흥과 제연연이었다.

그들은 사년 동안 걸치고 있던 헌옷을 벗어 버리고 새 옷을 입고 있었다.

삼베로 만든 검소한 의복을 걸쳤으나 두 남녀의 뛰어난 용모는 조금도 감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깨끗한 계류가의 바위에 걸터앉아 발을 계류에 담갔다.

“총망중에 만든 옷이라 엉성하지만 산을 내려갈 때까지만 참아 주세요.”

제연연이 살짝 볼을 붉히며 말했다.

그들이 걸치고 있는 의복은 제연연이 지난밤에 밤을 새워 만든 것이다.

그녀는 엉성하다고 말하지만 산촌의 노부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빠르고도 정확히 만들어진 의복이다.

“하하……아닙니다 누님, 누님이 만들어 주신 이 옷이 너무도 잘 맞습니다. 평생 입고 있으라고 해도 입을 수 있습니다.”

“고마워요, 상공.”

두 남녀의 시선이 따스하게 뒤엉켰다.

두 사람은 물가에 앉아 마을 사람들이 마련해준 건량으로 요기를 했다.

문득, 건포를 씹고 있던 제연연이 입을 열었다.

“몇년 후면 북안탕에 고수(高手)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생기겠군요.”

제연연의 말에 적연흥은 빙긋이 웃었다.

적연흥은 자신이 살던 산촌의 청년들에게 내공심법과 만절철환연(萬絶天幻連)의 초식을 가르쳐 주었다.

마을에 생길지도 모를 우환을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지금 당장에야 별 성과가 없지만 몇년 지나면 청년들이 만절천환연의 초식을 능숙히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무림에 나가도 일류고수로 통하게 될 것이다.

“그 사람들은 큰 욕심이 없고 착한 사람들이라 아마 무림에 나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제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요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였다.

“아―― 악!”

어디선가 처절한 비명이 들렸다.

매우 멀리서 인 비명인지라 극히 낮았으나 적연흥과 제연연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이런 평화스러운 곳에 혈풍(血風)이라니!”

적연흥의 검미가 찌푸려졌다.

이곳은 아직 북안탕의 권역이다.

적연흥은 이 북안탕에서 무림인들의 분규가 이는 것이 내심 못마땅했다.

“상공! 가보시겠사옵니까?”

“가보십시다. 누님!”

“네!”

양인은 즉시 몸을 날렸다.

두 남녀의 신형은 한 줄기 선풍같이 수림 위를 날아 나갔다.

 

***

 

창! 차창……

펑…… 펑―― 펑!

“아악! 으아악!”

두 사람은 삽시에 어지러운 싸움이 벌어지는 소성이 들리는 곳에 이르렀다.

“잠시 몸을 숨기고 동태를 살펴보는 것이 좋겠사옵니다.”

강호 경험이 많은 제연연이 적연흥의 소매를 잡아 당겼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군요.”

적연흥도 고개를 끄덕였다.

휘르르……

두 사람은 가지가 무성한 소나무 위로 날아 올랐다.

소나무 가까이에 여러 명의 고수들이 있었으나 누구도 두 사람이 나무 위로 날아드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만큼 두 남녀의 신법이 은밀했던 것이다.

적연흥은 은신한 채 장내를 내려다보았다.

펑――펑!

“아――악……”

“크―― 윽!”

그 순간에도 몇 명의 인물이 피를 뿌리며 튕겨져 나가고 있었다.

이십여 명의 청의검수(靑衣劍手)들이 다섯 명의 혈인(血人)들과 싸우고 있었다.

한데 한눈에 보아 숫적으로 몇 배 우세한 청의검수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혈인(血人)들은 무슨 기공을 익혔는지 전신이 칙칙한 혈무(血霧)에 휩싸여 있었다.

‘저 혈무는 일종의 강기(罡氣)구나.’

적연흥은 침중한 안색으로 혈의인들을 노려보았다.

청의검수들의 검세가 혈무에 닿기만 하면 맥없이 튕겨 나가는 것을 본 것이다.

“으음!”

제연연의 몸이 문득 부르르 떨렸다.

그녀는 놀란 눈빛으로 장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님! 저들을 아십니까?”

적연흥이 전음으로 묻자 제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전음으로 대답했다.

“검세를 보건대 청의인들은 호남(湖南)의 명문인 신검장(神劍莊)의 제자들이예요. 그리고 저 혈무에 뒤덮여 있는 자들은 전설 속의 사파인 혈무곡(血霧谷)의 인물들이예요!”

“혈무곡!”

“네, 이백 년 전에 한번 무림에 나타나 전 무림을 혈풍으로 몰아넣었던 자들이예요.”

제연연의 말을 들은 적연흥의 눈이 번뜩였다.

“아――악!”

그 순간에도 신검장의 수하들이 혈인들에 의해 속절없이 쓰러지고 있었다.

“안되겠습니다. 이대로 가면 신검장의 검수들이 몰살당할 것 같으니 제가 도움을 주어야……”

적연흥이 일어서려하자 제연연이 황급히 제지했다.

“잠깐 기다려보세요. 이 주위에 저희 말고도 또 다른 고수가 있어요. 그가 곧 몸을 드러낼 것이예요.”

제연연의 제지에 적연흥은 물러 앉으며 급히 청력을 기울였다.

“역…… 역시……”

적연흥은 감탄의 눈으로 제연연을 바라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막강한 내공을 지닌 한 명의 인물이 은신해 있었다.

분명 적연흥의 공력이 제연연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적연흥이 발견하지 못한 것을 제연연이 발견한 것이다.

“무림에서 살아 나가는 데에는 무공보다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될 경우가 많아요. 항시 주위 환경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만해요.”

“알겠습니다. 누님.”

적연흥이 전음으로 대답할 때였다.

“호호호홋!”

돌연, 한 줄기 여인의 교소가 장내를 뒤흔들었다.

“엇?”

“앗! 누구냣?”

장내의 인물들은 황급히 손을 멈추고 물러섰다.

그때,

휘――익!

한 줄기 백영이 허공을 가르며 장내로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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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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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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