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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 章

 

             茅山毒君

 

 

 

그때였다.

흐흐…… 어린 놈이 심보가 악독하기 이를 데 없구나.”

갑자기 음산한 일갈이 일었다.

적연흥은 흠칫 하며 몸을 일으켰다.

―― ――

일진 선풍과 함께 한 명의 백포인이 장내로 날아 내렸다.

적연흥은 검미를 찌푸리며 날아 내린 자를 주시했다.

그자는 일신에 백포를 걸친 문사차림의 중년인물이었다.

위로 치켜떠진 눈매가 싸늘하고 얄팍한 입술을 지닌 것이 무척이나 냉혹해 보이는 자였다.

이자 또한 그리 좋은 인물은 못되는군.’

적연흥은 내심 염두를 굴렸다.

그때, 냉혹해 보이는 문사는 힐끗 죽어 넘어진 악도부를 바라보았다.

흐흐…… 어느 못난 놈팡이가 사냥꾼의 화살에 맞아 죽었나 했더니 악도부란 못난 놈이었군.”

그자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적연흥은 십여 장 밖에 서있는 고목으로 다가가 도끼를 빼들었다.

도끼를 빼들고 돌아서던 적연흥의 검미가 찌푸려졌다.

그 문사는 말아 놓은 백호피를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리 주시오.”

적연흥은 도끼를 옆에 차고 다가가 백호피를 집어 들려고 했다.

흐흐……

그러자 그자는 음침하게 웃으며 먼저 백호피를 집어 들었다.

이놈아, 이것은 본 서생이 가져다가 침상깔개로 써야겠으니 그리 알아라.”

그자는 말을 하며 품속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 적연흥의 발 앞에 던졌다.

황금 열 냥이다. 은자로는 이백 냥 정도되니 백호피의 댓가로는 충분할 것이다.”

그자는 말을 하며 돌아섰다.

멈추시오.”

돌아서던 그자는 돌연 적연흥이 버럭 고함을 지르자 다시 돌아섰다.

그자는 싸늘한 시선으로 다가서는 적연흥을 바라보았다.

용건이 무엇이냐? 설마 대가로 모자란다는 거냐?”

그자의 말에 적연흥이 냉갈했다.

본인이 언제 그것을 당신에게 판다고 했오? 그건 팔 물건이 아니니 그 자리에 내려놓으시오.”

!

적연흥은 황금이 든 주머니를 그자에게 던졌다.

…… 이놈 봐라.”

그자는 어이가 없는지 자기 손안에 잡힌 주머니와 적연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흐흐…… 감히 나 낭심수사(狼心秀士)가 사주겠다는데 거절하다니……

그자가 음소를 터뜨렸다.

 

-낭심수사(狼心秀士).

 

그자는 당금 무림의 최절정 고수들인 무림오사(武林五士) 중 한 명이다.

손속에 악랄하고 냉혹하여 무림인들 사이에 사갈같이 경원을 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적연흥이 그자를 알 리 없다.

당신이 누구든 관심 없소. 백호피나 그 자리에 내려놓으시오.”

적연흥의 말에 그자는 어이없는 듯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이놈! 악도부를 이겼다고 해서 간덩이가 부은 모양이구나. 하지만 본좌을 악도부 정도로 보았다면 큰 착각이다.”

당신과 다투고 싶은 마음은 없소. 호피나 놓고 볼일 보시오.”

적연흥의 말을 들은 낭심수사의 두 눈에 은은히 살기가 돌았다.

―― !

백호피가 적연흥 앞으로 떨어졌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보아라! 네놈이 호피를 잡을 수 있다면 본좌도 더 이상 네놈과 티격태격하지 않고 물러 가겠다.”

그자가 팔짱을 낀 채 냉소를 했다.

적연흥은 그 자의 두 눈에 언뜻 살기가 도는 것을 발견했으나 말없이 허리를 굽혀 호피를 집어갔다.

그리고 적연흥의 손이 막 호피에 닿으려는 순간이엇다.

흐흐……

휘익!

살기어린 음소와 함께 낭심수사의 오른발이 적연흥의 숙인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그자의 오른발은 섬뜩한 파공음을 일으키며 날아들었다.

그대로 맞는다면 성치 못할 위력적인 발길질이었다.

하앗!”

하지만 적연흥은 그럴 줄 짐작 했다는 듯이 재빨리 호피를 집어들며 왼팔로 그자의 뻗어오는 발을 막아갔다.

―― ――

둔탁한 소성이 터졌다.

낭심수사의 발과 적연흥의 왼팔이 부딪힌 것이다.

―― !”

적연흥은 왼팔이 부러지는 듯한 충격을 받고 뒤로 나뒹굴었다.

―― !

적연흥은 모질게 넘어지면서도 호피를 놓치지 않았다.

흐흐…… 제법 뼈대가 굵은 놈이군.”

낭심수사가 음침하게 웃으며 적연흥을 향해 다가섰다.

적연흥은 왼팔이 부서지는 듯한 통증을 누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흐흐…… 눈에 벗어나는 놈은 상대가 누구건 살려두지 않는 것이 본좌의 신조다. 네놈도 마찬가지다.”

낭심수사는 일신에서 냉혹한 살기를 발하며 적연흥에게 다가섰다.

이 자가 기어코 나를 해칠 작정을 했구나!’

적연흥은 흠칫 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

―― ――

그는 호피를 멀찌감치 내던졌다.

이제는 호피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호피를 집어던진 적연흥은 도끼를 움켜쥐었다.

흐흐……

한순간, 낭심수사가 음악하게 일갈하며 불쑥 좌장을 내밀었다.

이얍!”

적연흥도 지체없이 도끼를 마주 후려쳐 갔다.

그러나 확실히 낭심수사는 악도부와 수준이 다른 고수였다.

흐흐……

음산한 음소와 함께 낭심수사의 신형이 흔들 하자 갑자기 그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

적연흥은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맹렬히 몸을 휘둘러 뒤쪽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 ――

―― !”

하지만, 무지막지한 경력이 손목을 후려치는 것을 느끼며 적연흥은 도끼를 떨어뜨렸다.

흐흐…… 쓰러져랏!”

동시에 낭심수사의 신랄한 일장이 적연흥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

적연흥은 다급히 마주 일권을 쓸어 내뻗었다.

―― ――

―― ――

적연흥은 거창한 충격을 받고 일 장 밖으로 날아갔다.

―― !

적연흥은 모질게 지면에 나뒹굴었다.

흐흐…… 이것으로 네놈의 골통을 뽀개주마.”

낭심수사는 적연흥이 떨어뜨린 도끼를 집어들고 음산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으음……

적연흥은 낭심수사가 살기를 띄며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가슴이 뽀개지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엄습했다.

흐흐흐…….”

낭심수사는 냉혹하게 웃으며 도끼를 쳐들었다.

적연흥은 본능적으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낭심수사는 살기에 찬 미소를 지으며 도끼로 적연흥을 겨누었다.

적연흥의 이마에 자기도 모르게 주르르 식은땀에 흘렀다.

그때였다.

!

갑자기 낭심수사의 두 눈이 크게 치떠졌다.

그의 두 눈은 경악과 두려움으로 물들고 전신은 격렬하게 떨렸다.

적연흥은 흠칫 했다.

낭심수사가 갑자기 공포에 질린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적연흥은 낭심수사의 공포에 질린 두 눈이 자기 뒤를 주시하고 있음을 알고 고개를 돌렸다.

!”

고개를 돌리던 적연흥은 흠칫 했다.

마치 유령처럼 언제부터였는지 적연흥 뒤에 한 명의 노인이 서 있었다.

마치 서리가 내린 듯이 하얗게 센 백발,

그 반대로 마치 어린아이의 볼같이 불그레 혈색이 도는 얼굴.

온화한 표정이기는 하나 두 눈에서 쏟아지는 무서운 광채.

한눈에 봐도 비범한, 신선갈은 풍모의 노인이었다.

당금 무림의 절정고수들인 무림오사 중 한 명이라는 낭심수사건만 그 노인을 바라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다.

……!’

문득, 적연흥을 훑어본 노인의 시선이 강렬하게 번뜩였다.

그러나 노인의 시선은 이내 서늘하게 빛나며 낭심수사를 노려보았다.

어느덧 낭심수사는 완전히 사색이 되어 보기에도 애처롭게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대체 이 노인이 누구란 말인가?

누구이기에 낭심수사같은 자를 고양이 앞에 선 쥐같이 만드는가?

낭심수사의 얼굴에 비 오듯 식은땀이 흘렀다.

…… 하필…… 저 사신(死神)같은 늙은이를 만나다니…… 자칫하면 꼼짝없이 한 줌의 독수(毒水)로 변하고 말것이다.’

낭심수사는 공포에 떨며 염두를 굴렸다.

―― !

그의 손에 들렸던 도끼가 요란하게 바닥에 떨어졌다

―― !

이어 낭심수사는 노인 앞에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 노선배님, 후배…… 노선배님이 보고 계신 줄 모르고 죽을죄를 지었읍니다. 부디…… 부디…… 용서를…….”

낭심수사의 비굴한 모습을 본 적연흥은 구역질이 치밀어 고개를 돌렸다.

그때, 노인이 한 손을 들었다.

―― !

그러자, 지면에 떨어졌던 도끼가 마치 요술같이 노인의 손아귀로 딸려 들어갔다.

……!’

적연흥은 크게 놀랐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뚜벅―― 뚜벅…….

노인은 천천히 낭심수사 앞으로 다가갔다.

낭심수사는 노인이 가까이 다가오자 사시나무 떨 듯이 떨어대었다.

이윽고, 노인의 입이 열렸다.

낭심수사란 아이야. 너는 방금 이 도끼로 저 아이를 어떻게 한다고 했느냐?”

노인이 온화하게 물었음에도 낭심수사는 걷잡을 수 없이 떨었다.

예예…… 도끼로 저…… 소년의 머리를……

노인이 말허리를 잘랐다.

머리라고 그랬던가?”

노인의 말에 낭심수사는 기겁을 하였다.

…… 아니옵니다. …… 골통을 뽀…… 뽀개주겠다고…….”

, 골통을 뽀갠다? 거 흥미있는 일이구나. 어디 우선 너의 골통을 이 도끼로 뽀개 보거라.”

노인은 도끼를 낭심수사의 손앞에 떨어뜨렸다.

……노선배님……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용서…….”

낭심수사가 사색이 되어 빌었다.

닥쳐랏!”

갑자기, 노인의 입에서 북안탕을 쩌렁쩌렁 울리는 노갈이 터졌다.

노인의 태도가 삽시에 서릿발 같이 변했다.

네놈의 목숨은 귀한 줄 알면서 타인의 목숨은 초개보다도 못하다는 말이냣! 어서 네 놈의 골통을 뽀개지 못하겠느냐?”

일단 노인이 화를 내자 산천초목이 다 벌벌 떨 정도였다.

낭심수사는 감히 지체 못하고 도끼를 집어 들었다.

만일 명을 어길시 죽지도 살지도 못할 고통이 가해진다는 사실이 뇌리에 떠오른 때문이다.

…… 노선배님의 은혜에 감사드립…… 니다…… 그럼……

낭심수사는 부들부들 떨며 도끼를 자기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이 노인이 그토록 무서운 인물인가?’

적연흥은 의아해 하면서도 급히 앞으로 나섰다.

낭심수사가 자기 머리를 도끼로 뽀갤 기세였기 때문이다.

도끼를 이리 주시오.”

적연흥은 급히 낭심수사의 손에서 도끼를 빼앗아들었다.

적연흥이 도끼를 잡아채자 낭심수사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며 얼른 도끼를 놓았다.

순간 노인의 두 눈에 의미모를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노인은 짐짓 노한 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아이야, 너는 저놈이 너를 해치려한 사실을 잊었느냐?”

노인의 물음에 낭심수사는 사색이 되어 적연흥을 주시했다.

적연흥의 한 마디가 자신을 죽이고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적연흥은 도끼를 옆구리에 차며 공손히 말했다.

늦게나마 위경에서 구해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다행히 소자 아무런 피해 입지 않았으므로 굳이 제 도끼에 사람의 피를 묻힐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옵니다. 감안하여 주십시오.”

적연흥의 공손하고도 정기어린 말에 노인은 감탄한 듯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낭심수사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무섭게 외쳤다.

꺼져랏! 그러나 다시 한 번만 못된 짓을 하다가 노부의 눈에 걸리면 그때는 살도 죽도 못하게 만들어줄 것이니라.”

낭심수사는 살았다는 안도감에 헤벌쭉 웃으며 수없이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노선배님의 은혜 백골난망이옵니다.”

노인이 하얀 백미를 찌푸렸다.

웬 주접이 이렇게 기냐? 냉큼 사라져랏!”

예예…… 그럼…….”

낭심수사는 굽신거리며 일어섰다.

적연흥과 단둘이 있을 때와는 천양지차로 틀린 모습이었다.

――!

낭심수사는 꽁무니가 빠지게 달아났다.

쯧쯧…… 요즘 젊은 놈들이라는 것이 하나같이 저 모양들이니…… 중원무림의 앞날이 걱정이로다. 저놈의 사부였던 냉면살객(冷面殺客)은 그래도 줏대가 있는 아이였건만……

노인은 혀를 끌끌 찼다.

이어 노인은 적연흥에게로 눈을 돌렸다.

노인의 시선은 다시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아이야, 너는 이곳 북안탕에 살고 있느냐?”

적연흥은 공손히 대답했다.

그렇사옵니다. 하온데 소자에게 하교하실 일이라도 있으시온지요.”

적연흥의 공손한 대답에 노인의 두 눈이 신비하게 빛났다.

역시, 예사 아이가 아니다. 이제 많이 되어야 십칠 세 정도밖에 아니 된 아이가 맹수 사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뿐 아니라, 저아이 언행을 보니 결코 북안탕같은 한촌에 있을 아이가 아니다. 게다가 저 아이 근골이란…… 백년 이상 강호를 돌아다닌 노부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양재(良材)아닌가?’

이어, 노인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적연흥에게 말했다.

노부는 모산독군(茅山毒君)이라 불리는 늙은이다. 네 이름을 알수 없겠느냐?”

노인의 말에 적연흥은 공손히 말했다.

소자는 적연흥이라 하옵니다.”

적연흥은 대답하면서도 내심 염두를 굴렸다.

모산독군(茅山毒君)이라. 독군(毒君)! ()에 있어서는 왕()이란 뜻 아닌가? 아까 낭심수사의 태도를 보건대 아마도 이분은 천하에서 가장 무서운 기인 중 한 분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적연흥이 내린 나름대로의 추리는 정확했다.

 

-모산독군(茅山毒君).

 

이 노기인은 당금 천하에서 가장 배분이 높은 기인(奇人)이다.

그 나이가 이미 백살 하고도 서른 살을 훌쩍 넘겨서 당금의 구대문파 장문인들이라 해도 모산독군 앞에서는 증손뻘 밖에 되지 않을 정도이다.

그는 백 년 전의 절대고수들인 천하삼대고수(天下三大高手)들과 같이 활동하던 노강호인이다.

모산독군은 본래 모산파(茅山派)라는 무명문파의 장문인이었다.

그는 젊었을 때 아내와 자식을 녹림도적들에게 잃었었다.

그 일로 인하여 그의 성격은 극히 악랄하게 변하여 무자비한 살수로 무림을 휩쓸었다.

그 때문에 그는 모산일살(茅山一煞)이라 불리었고 무명의 모산파는 단번에 무림의 우수한 문파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후 모산독군은 우연히 한 부의 절대독경(絶代毒經)을 얻어 수십 년을 연구한 끝에 마침내 독문제일인(毒門第一人)이 되었다.

그는 비단 자신이 얻은 절대독경을 완벽히 연구하였을 뿐 아니라 스스로 각고 연구 끝에 가히 천하무적이라 할만한 독공에의 진전을 얻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모산독군이 젊었을 때의 과격한 성격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그가 한번 화가 나면 천하가 발칵 뒤집힌다.

한번 손을 쓰면 일시에 수만 명이라도 죽일 수 있는 그였다.

일단 그의 눈에 나면 아무리 절대최강(絶代最强)의 고수이고 강대문파라도 그것으로 끝이나 버리는 것이다.

그 예로, 천하삼대고수(天下三大高手) 이래 최강이라던 이제(二帝) 중 한 명이 모산독군의 손에 처참한 최후를 마친 비사는 너무나 유명하다.

이제(二帝),

 

――천성음제(天聲音帝),

――구유마제(九幽魔帝).

 

천성음제(天聲音帝)는 천년 내 최고의 음공(音功)을 지닌 기문제일고수(奇門第一高手)였다.

그는 하나의 고금(古琴)만으로 천하를 석권했던 인물이다.

구유마제(九幽魔帝)는 대단한 야심을 지녔던 인물이다.

그는 천하삼대고수가 돌연 실종되자 공석이 된 천하패권(天下覇權)의 권좌를 노렸다.

그는 천하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마두들을 끌어 모았으며 한편으로 장애가 될 고수들을 은밀히 제거하려고 했다.

그 때문에 구유마제와 함께 이제로 불리던 천성음제가 모살 당하는 참사가 일어 났었다.

이 일로 구유마제는 모산독군의 눈밖에 났다.

거기까지도 좋았다.

되도록 살수를 펼치지 않을 결심을 한 모산독군은 구유마제의 행동을 관망하기만 했다.

한데, 구유마제의 입장에서 보면 천하삼대고수와 함께 활동하던 모산독군이란 존재는 참으로 눈에 거슬리는 존재였다.

눈에 거슬리기도 하고 두렵게도 느껴지던 모산독군.

구유마제는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천하의 패권을 위해서는 모산독군과의 일전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구유마제의 생각이었고……

마침내 그는 모산독군을 모살하러 살수들을 은밀히 모산으로 보냈다.

그러나 모산독군이 누구인가?

설령 무공이 없다 해도 독() 한 가지로 천하를 쓸어버릴 수 있는 모산독군이 아닌가?

한번 모산으로 간 살수들은 돌아올 줄 몰랐다.

아니, 오기는 왔다.

다만 이미 숨이 끊어진 시체로 말이다.

모산독군이 살수들의 시신을 들고 구유마제를 찾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구유마제의 모든 것은 끝이 났다.

모산독군이 구유마제를 방문하고 돌아간 다음날, 구유마제의 근거지로 갔던 무림인들은 아연실색 하였다.

구유마제의 근거지 마유곡(魔幽谷)에는 누가 누구인지 구별할 수 없는 천여 구의 새파란 해골들이 누워 있을 뿐이었다.

구유마제 이하 천 명의 마졸들이 남김없이 몰살당한 것이다.

구유마제의 참살사건으로 모산독군은 신화적인 인물이 되었다.

누구도 감히 구유마제의 전철을 되밟을 엄두를 꿈도 꾸지 못한 것이다.

이제(二帝) 이후, 강호에는 수많은 고수들이 나타났고 여러 차례 혈란이 있었다.

그러나 어떤 경우, 어떤 고수, 어떤 방파도 감히 모산독군을 건드리지 못했다.

아니 모산독군을 건드리지 못할 뿐 아니라 모산파의 비위를 건드리지 못했다.

모산독군의 비위를 건드리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누가 감히 파멸이 명약관화한 우를 범하려 하겠는가?

그리고 모산독군도 가능한 무림사에 대해선 관여를 하지 않았다.

남이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남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신조였다.

하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도 무림의 발전을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무림에 깊이 관여하여 무림이 경직될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만일, 그가 무림에 독패군림(獨覇君臨)하겠다고 선언한다면 감히 반발할 인물이 없을 것이다.

그는 이러한 일을 하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무림인들이 자신을 크게 의식하여 활동함에 있어 경직됨이 있을 것까지 저어했던 것이다.

그래서 무림의 대변란이 아니면 관여치 않았고 남이 자신이나 모산파에 시비를 걸지 않는한 살수를 펼치지도 않았다.

모산독군(茅山毒君)은 바로 이런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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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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