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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 章

 

          예기치 못한 殺人

 

 

 

!”

적연흥의 눈이 번뜩였다.

이곳은 북안탕의 깊은 산중.

인적이 닿아 본적이 없는 원시림으로 꽉 들어찬 험지였다.

적연흥의 전신은 무엇 때문인지 팽팽히 긴장되어 있었다.

그는 전면의 한 지점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로부터 백여 장쯤 되는 거리일까?

한 마리 거구를 지닌 백호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백호(白虎)는 호랑이 중에서도 매우 희귀한 종자이다.

몸 크기가 보통 호랑이보다 한배반이나 되는 거구를 지닌 것이 보통이며 지극히 영민하면서도 사납다.

그 백호가 적연흥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일진이 좋군. 몇달 동안 찾아 다녀도 발견할 수 없었던 저놈을 산에 들어오자마자 발견하다니……

범인이라면 백호의 모습만 보고도 오금이 저려 사족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적연흥은 야릇한 흥분을 느끼면서 침착하게 은신한 곳에서 움직이지를 안았다.

이윽고, 백호는 오십여 장 앞으로 다가왔다.

적연흥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손을 전통(箭筒)으로 가져갔다.

강전(强箭)을 써야겠군.’

그는 전통에 들어있는 화살 중 굵기가 가장 굵은 화살을 집어 들었다.

이는 특별히 사나운 맹수를 잡기 위해 마련한 화살이다.

화살 끝에 달린 한 치 정도의 날카로운 화살촉을 쓰다듬어본 적연흥은 화살을 강궁(强弓)에 걸었다.

이어, 그는 천천히 힘을 주어 강궁의 시위를 잡아 당겼다.

―― ――

기분 좋은 탄력감이 손끝에 느껴진다.

그는 강궁을 들어 백호의 정수리를 겨누었다.

시위는 궁()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졌고 그와함께 궁은 반월형으로 굽어져 갔다.

이백보……

백오십보……

백이십보……

적연흥의 이마로 한 방울 땀이 흘렀다.

그때였다.

휘르르……!

갑자기 변덕스런 산풍(山風)의 방향이 역류(逆流)하였다.

적연흥의 검미가 꿈틀 하였다.

이런…… 이 중요한 때에……

이제 바람의 방향이 적연흥쪽에서 백호가 오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맹수 사냥을 하는 사냥꾼들에게 이토록 갑작스런 풍향의 역류는 치명적이다.

맹수에게 사냥꾼의 존재를 알려주는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백호의 거구가 흠칫 했다.

그와 함께 백호의 호안(虎眼)이 무섭게 부릅떠졌다.

자신의 노리고 있는 자가 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크르―― !

백호의 입에서 북안탕 전체가 뒤흔들리는 포효성이 터졌다.

재미없군!’

적연흥은 백호가 자신을 발견했음을 깨닫고 벌떡 일어섰다.

은신해 보아야 소용없음을 잘 아는 때문이다.

―― !

백호의 거구가 허공을 갈랐다.

동시에, 적연흥의 눈이 번뜩이며 강전의 날카로운 촉이 영민하게 떠오른 백호의 거구를 따라 이동하였다.

―― !

―― !

강전이 대지를 찢으며 허공을 날았다.

―― !

―― !

백호가 날아오는 강전을 발견하고 머리를 트는 순간 강전은 백호의 어깻죽지에 깊숙이 파고 들었다.

―― !

백호의 거구가 둔중하게 지면으로 나뒹굴었다.

그러나,

―― !

백호는 뒤미처 용수철 튕겨지듯이 뛰쳐 일어나 허공으로 뛰어 올랐다.

대단히 강한 놈이군.’

적연흥은 그 상황에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자신이 사냥꾼이긴 했으나 그는 맹수들을 사랑한다.

힘없이 거꾸러지는 놈은 맹수축에 들지도 못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의 손이 신속하게 전통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실로 눈 깜짝할 사이에 또 하나의 강전(强箭)이 시위에 매겨졌다.

그사이, 백호는 이미 오십 오보 앞으로 쇄도해 들어오고 있었다.

산역을 뒤흔드는 포효성(咆哮聲)!

부릅뜬 호안, 날카로운 송곳니, 일 장은 됨직한 거구.

아무리 수십 년간 사냥을 해온 노련한 사냥꾼이라도 오금이 저릴 상황이다.

하지만 적연흥은 너무도 침착했다.

무표정한 중에서도 신속히 시위가 당겨졌다.

―― !

―― !

또 하나의 강전이 허공을 갈랐다.

백호와 적연흥 사이의 거리는 삼십여 보.

이번의 강전만큼은 백호라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백호는 참으로 영민했다.

시위 튕겨지는 소리를 듣자마자 그대로 몸을 지면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 !

―― !

피보라가 일었다.

강전(强箭)이 백호의 등어림을 스치고 헛되이 멀리로 날아간 것이다.

―― !

지면으로 몸을 떨구었던 백호가 재차 도약했다.

정말 영민한 놈이다.’

적연흥은 감탄하면서도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도끼를 사용할 것이냐? 다시 활을 쏠 것이냐?’

이는 어쩌면 생사를 가를 중대한 결정일지도 모른다.

다시 활을 사용하여 실패한다면 목숨을 내걸고 백호와 맨손으로 싸워야 한다.

그러나, 기왕에 활로 시작한 것, 굳이 도끼로 바꾸고 싶지 않았다.

―― !

그의 손이 다시 신속하게 전통을 더듬었다.

―― !

백호는 이미 이십여 보 앞으로 덮쳐 들어오고 있었다.

강궁에 강전이 매겨지고 시위가 크게 당겨졌다.

백호의 거구가 바로 눈앞으로 치솟아 덮쳐 들었다.

―― !

―― !

적연흥의 손이 지체없이 시위를 놓았다.

―― !”

동시에, 그는 활을 집어 던지며 덮쳐드는 백호에 마주쳐 갔다.

화살이 어찌 되었는지는 살필 겨를도 없었다.

최악의 상태로 화살이 빗나갔다는 가정하에서 백호에 마주 덮쳐간 것이다.

파파팟!

백호의 거구와 적연흥의 몸이 맞부딪혔다.

이겼다!’

백호와 맞부딪히는 순간 적연흥은 쾌재를 불렀다.

두 개의 몸이 서로 부딪히자마자 적연흥은 백호의 몸에 생명의 탄력이 없음을 느낀 것이다.

―― !

백호의 거구가 적연흥이 뻗은 일격에 둔중하게 뒤로 넘어갔다.

휴우――

적연흥은 나직이 한숨을 쉬며 몸을 세웠다.

쓰러진 백호의 체구는 엄청나게 커보였다.

마치 거상(巨象)이 쓰러져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백설같이 하얀 백호의 복부에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혈흔이 번지고 있다.

마치 소복이 쌓인 백설 위에 빨간 물이 스며들 듯이……

적연흥이 마지막으로 날린 강전은 백호의 복부 깊숙이로 박혀 있었다.

적연흥의 팔 힘이 워낙 강한데다가 거리가 가까웠던 탓으로 강전은 반 이상이 백호의 복부로 파고 들어가 있었다.

이제껏 잡아본 그 어떤 놈보다도 훌륭한 놈이다. 족히 천 냥 이상 나가겠는걸……. 당분간 어머님 공양해드릴 걱정은없게 되었구나.’

적연흥은 집어던진 강궁을 회수하여 전통에 집어넣었다.

!”

이어 그는 백호의 몸에 팔을 뻗쳐 기합을 질렀다.

그러자, 수백근은 나갈 백호의 거구가 번쩍 들려졌다.

그는 백호의 거구를 어깨에 짊어지고 걸음을 옮겼다.

, 그는 맑은 계류가 흐르는 옥계에 닿았다.

―― !

백호의 거구를 바위 위에 내려놓은 그는 계류에 손을 담그었다.

시원하군!”

한 차례 물을 끼얹어 땀을 씻은 그는 품속에서 날카로운 비수(匕首)를 꺼내들었다.

이어, 그는 능숙한 솜씨로 백호의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귀한 백호의 가죽이라도 잘못하여 흠을 내면 가치가 반감한다.

그는 세심한 주위를 기울이면서도 신속하게 비수를 움직였다.

반각 후, 드디어 백호의 가죽이 벗겨졌다.

그는 백호의 가죽을 물에 담그어 피가 빠지도록 두고 백호의 시신을 매장했다.

그는 맹수의 가죽을 얻는 것으로 만족했다.

맹수를 잡으면서도 자유롭게 사는 맹수를 사랑하는 그는 맹수의 고기만큼은 먹질 않았다.

보면 볼 수록 훌륭하군.”

백호의 가죽을 물에서 꺼내어 바위에 펼쳐 널며 적연흥은 감탄했다.

백호의 가죽은 보통의 호피보다 배나 클뿐 아니라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털로 뒤덮여 있어 지극히 훌륭했다.

팔기 아까운 물건이군. 어머님이 사용하시는 황호피(黃虎皮)와 바꾸어 어머님이 사용하시도록 해야겠군.”

적연흥은 백호피의 몇 군데를 가다듬은 뒤 한쪽 바위에 걸터 앉았다.

이미 태양은 중천을 지나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적연흥은 흘깃 올려다보았다.

백호를 만나는 통에 너무 시간을 소비했군. 자칫하면 신무애를 살펴 보지 못할지도……

적연흥은 검미를 슬쩍 모으다가 가죽 주머니를 열었다.

주머니 안에는 약초캐는 호미 하나와 연잎으로 싼 건량이 들어 있었다.

적연흥은 건량을 꺼내 천천히 먹으며 발밑의 계류를 바라 보았다.

, 서둘러야겠구나.”

반각 후, 적연흥은 백호의 가죽이 어느정도 말랐으므로 걸을 심산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

자리에서 일어서던 적연흥은 흠칫 했다.

예기(銳氣)!

섬칫한 예기를 느낀 것이다.

본시, 맹수사냥에 몰두해온 적연흥인지라 누구보다도 민감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는 주위 환경의 조그마한 변화도 극히 민감하게 감지해내는 능력이 있었다.

이러한 능력은 맹수사냥에서 더할 수 없이 중요한 것으로, 이러한 능력 때문에 적연흥은 몇 번인가 맹수와 부딪히고도 결정적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데, 지금 이순간 적연흥은 자기 주위에 심상치 않은 예기(銳氣)가 번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결코 맹수가 풍기는 원시적인 살기같은 것은 아니었다.

비록 흉폭함은 맹수보다 덜하나 무엇인가 섬칫한 느낌을 주는 그런 예기였다.

적연흥은 쾌첩하게 몸을 돌렸다.

일순, 적연흥의 검미가 찡긋 하였다.

어느 사이엔가?

“...!”

적연흥으로부터 오장여 떨어진 곳에 한 명의 인물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얼굴이 시커먼 털로 뒤덮이고 무척이나 험상궂게 생긴 자였다.

그자도 적연흥이 의외로 아직 치기를 못다 벗은 소년임을 알고 흠칫 했다.

이내 그자의 입가에 음악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흐흐흐…… 저놈이 어떻게 저런 희귀한 백호의 가죽을 얻었는지 모르지만 오늘 나 악도부(惡屠夫)가 생각지도 않은 횡재를 하겠는걸.’

그자는 탐욕스런 눈길로 바위 위에 널린 백호의 가죽을 쓸어 보았다.

백호의 가죽은 좀체 구하기 힘든 귀중한 것으로 부르는 것이 값인 물건이다.

그자는 백호의 가죽을 보자 걷잡을수 없는 탐욕이 솟았던 것이다.

흐흐…… 본래 보물 때문에 이곳 북안탕에 왔으나, 천하에 내노라하는 인물들이 모두 몰려 왔으니 내차지가 되기는 힘들다. 저 어린 놈의 백호피나 빼앗아 실속 차려야겠다.’

그자 악도부는 무림에서도 이름난 망나니였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잔악한 이를 데 없는 간교하고 음악한 자였다.

반반한 여인들을 보면 처녀이건 유부녀이건 가리지 않고 범하고, 마음에 드는 기물(奇物)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무림의 기생충 같은 자였다.

그자는 북안탕에 광세의 영물이 출현한다는 소문을 듣고 북안탕에 왔다가 적연흥이 잡아놓은 백호의 가죽을 보자 그 못된 버릇이 동한 것이다.

그자는 음충하게 웃으며 천천히 다가섰다.

무림인인 모양이군. 결코 심성이 제대로 박힌 자는 아니군.’

적연흥의 봉목에 냉기가 흘렀다.

원시적이긴 하지만 상대가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를 영민하게 알아내는 능력이 적연흥에게 있었다.

귀하, 소생에게 용무가 있으시오?”

적연흥이 냉막하게 말했다.

엇 이놈 봐라. 산골 촌놈같지 않게 뻑뻑한걸……

악도부는 흠칫 했다.

그자도 무림에서 눈치보며 지금껏 살아온 인물이다.

본능적으로 적연흥의 일신에서 범상치 않은 기개가 풍김을 느낀 것이다.

아니, 그자가 지금껏 보아오지 못한 기개를 적연흥에게서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악도부는 적연흥이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음악하게 웃었다.

흐흐흐…… 이봐, 자네 백호피를 내게 팔지 않겠는가?”

그자는 영악하게 적연흥의 표정을 살폈다.

미안하오. 이것은 팔 물건이 아니외다.”

적연흥은 냉막하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백호피를 걷기 시작하였다.

악도부의 눈길이 악독하게 번뜩였다.

흐흐흐……!”

그자는 음악하게 웃으며 몸을 날려 적연흥앞으로 날아내렸다.

적연흥의 검미가 꿈틀 했다.

악도부가 백호피의 한끝을 밟고 섰던 것이다.

적연흥은 몸을 일으키며 냉막한 시선으로 그자를 바라보았다.

적연흥의 눈길을 받은 악도부는 흠칫 하다가 험악하게 웃었다.

흐흐…… 촌놈아, 네놈이 바라보면 어쩌겠단 말이냐? 감히본 악도부께서 백호피를 사주겠다는데 거절하다니……

그자는 한 술 더떠서 아예 백호피 위로 올라섰다.

내려서시오!”

적연흥이 버럭 일갈을 질렀다.

그의 일갈은 마치 맹호의 포효같이 우렁찼다.

악도부는 흉흉한 살기를 띄우며 음산하게 말했다.

본 악도부께서 사주시겠다면 네놈에게는 무상의 영광이거늘…… 감히 거역하다니…… 흐흐…… 이제는 본인이 생각을 바꾸었다. 목숨이 아까우면 순순히 백호피를 놓고 사라져랏!”

적연흥은 내심 대노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냉랭한 신색을 유지하며 침중히 입을 열었다.

억지 쓰지 마시오. 더 이상 얼굴 붉히기 싫으니 물러가시오!”

적연흥은 백호피를 잡아 당겼다.

흐흐……

악도부도 음소하며 발에 힘을 주었다.

적연흥의 검미가 꿈틀 했다.

비키시오!”

적연흥이 버럭 일갈과 함께 백호피를 뒤집었다.

!”

악도부는 기겁을 했다.

적연흥의 손힘이 상상외로 막강하여 악도부는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던 것이다.

…… 이놈아. 촌놈이……

악도부의 얼굴이 썩은 돼지 간빛으로 변했다.

적연흥은 냉랭히 그자를 바라보며 백호피를 말았다.

이놈! 뒈져랏!”

악도부는 버럭 고함을 지르며 일장을 후려쳤다.

―― !

한 줄기 강맹한 장풍이 적연흥을 짓쳐 왔다.

!”

적연흥도 더 이상 노기를 참을 수가 없었다.

―― !

적연흥의 바윗덩이 같은 주먹이 마주 날아갔다.

―― !

먼지가 확 일었다.

!”

악도부는 안색이 홱 변하여 비칠 하며 물러섰다.

!”

적연흥도 주먹을 만지작거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 이놈의 주먹이 마치 돌덩이 같다니……

악도부는 경악했다.

사실, 적연흥의 주먹은 거웅(巨熊)도 일격에 쓰러뜨린 적이 있는 강한 것이었다.

악도부가 비록 무공을 익혔다고 하지만 정면으로 부딪히자 적연흥의 신력에 밀린 것이다.

이놈!”

악도부는 길길이 날뛰었다.

―― !

그자는 메고 있던 귀두도를 빼들고 적연흥에게 덮쳐들었다.

쐐애―― !

귀두도가 허공을 가르며 적연흥의 미간을 향해 날아 들었다.

!”

적연흥도 지체않고 도끼를 휘둘렀다.

―― ! ―― !

불꽃이 튀었다.

!”

악도부는 호구가 찌르르 울림을 느끼고 안색이 홱 변했다.

맹수를 잡던 적연흥의 손도끼는 정확하고도 강했다.

이놈! 죽어랏!”

악도부는 흠칫 하다가 재차 미친 듯 귀두도를 휘둘렀다.

―― ――

―― ―― !

그자의 도세는 신랄하고 악독했다.

!”

적연흥은 안색이 대변했다.

그가 상대한 것은 속임수를 모르는 맹수들이다.

비록 강하기는 하지만 직선적인 맹수들을 상대하던 적연흥이었다.

사방을 뒤덮으면서 덮쳐드는 도세를 대하자 적연흥은 일시에 당황하였다.

―― !

적연흥은 다급히 도끼를 휘둘러 도세를 막아갔다.

―― !

―― !”

그러나, 어느 한순간 적연흥은 가슴이 화끈함을 느끼고 신음을 토했다.

어느 틈엔가 악도부의 귀두도가 파고 들어온 것이다.

―― !

적연흥은 가슴을 누르며 밀려났다.

뜨거운 선혈이 손가락 사이로 흘렀다.

크흐흐…… 이번엔 목을 잘라주마!”

―― !

귀두도의 도신이 악귀의 호곡성을 끌며 날아들었다.

―― !”

적연흥은 이를 악물고 전력을 다해 도끼를 집어 던졌다.

―― !

휘르르――

손을 떠난 도끼가 맹렬하게 악도부의 정면으로 날아 들어갔다.

이얍!”

악도부는 다급히 귀두도를 쪼개 내었다.

―― !

귀두도가 부러질 듯이 휘어졌다.

―― !

귀두도에 부딪힌 도끼가 튕겨져 나가 멀리 서 있는 고목에 박혀 들었다.

흐흐…… 이놈! 이제는 네놈을……

득의하며 적연흥을 바라보던 악도부는 흠칫 했다.

어느 틈엔가, 적연흥은 한 손에 강궁(强弓)을 들고 악도부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물러가시오. 더 이상 덤비면 본인의 화살이 그대의 피를 볼 것이오.”

적연흥의 말에 악도부는 냉소했다.

적연흥은 화살을 재지 않은 채 강궁을 내리고 있었던 것을 본 때문이다.

흐흐…… 네놈이 화살을 쏘기 전에 네놈의 머리를 뽀개주겠다.”

적연흥이 냉갈했다.

모험하지 마시오. 본인의 화살이 더 빠를 것이오.”

악도부의 눈길이 흔들렸다.

비록 화살을 재고 있지는 않지만 적연흥의 침착한 기세에 움찔한 것이다.

그러나 그자의 눈이 악독하게 빛났다.

뒈져랏!”

악도부가 악독한 일갈과 함께 귀두도를 쓸어 내었다.

하지만, 그자의 기세가 빠르다고 해도 백호가 덤벼드는 기세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사사삭――

적연흥의 손길이 섬전같이 전통을 더듬었다.

―― !

―― !

악도부가 십보 앞으로 쇄도하는 순간 강전이 쏘아 나갔다.

!”

악도부는 꿈에도 적연흥의 동작이 이토록 빠를 줄은 몰라 기겁을 했다.

――!

그자가 전력으로 휘두른 귀두도가 강전을 잘라 내었다.

이겼다!’

악도부는 요행히 강전을 막아내자 쾌재를 부르며 적연흥에게 쇄도하였다.

그러나 그자가 이보를 움직이기 전에 두번째 강전이 강궁에 매겨졌다.

―― !

악도부가 채 오보를 움직이기 전에 강전이 강궁을 떠났다.

!”

악도부는 기겁을 하며 귀두도를 휘둘렀다.

그러나,

―― !

―― !”

피가 튀었다.

처절한 비명이 일면서 가슴에 부러진 화살이 박혀 나뒹굴었다.

거리가 너무 가깝고 화살이 날아가는 힘이 강한 탓으로 중간을 잘랐으나 그대로 가슴에 박힌 것이다.

…… …… 내가…… 네놈…… 에게……

악도부는 가슴을 부둥켜 안고 적연흥을 노려보다가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

적연흥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가슴을 누르며 주저앉았다.

…… 내가 사람을 죽이다니……

그는 망연히 중얼거렸다.

본의는 아니었으나 평생 사람을 해쳐본 적이 없는 적연흥인지라 악도부의 죽음에 망연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 ……

적연흥은 귀두도에 맞은 상처를 누르며 일어나 악도부의 시신 곁으로 다가갔다.

본인을 원망하지 마시오. 당신 스스로 부른 화이니까.”

적연흥은 악도부의 가슴에 박힌 반도막의 화살을 뽑아내었다.

피가 확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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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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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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