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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아주 깊은 절벽 아래 밑바닥. 높직한 바위 위에 두 팔로 청풍을 안은 패소정이 서서 멀어지는 독수리를 보고 있다. 가슴이 궤뚫린 청풍은 기절한 상태고. 패소정은 키가 청풍과 비슷하거나 좀 더 크다.

패소정; (무서운 늙은이... 모든 새들의 왕이라는 천년신응을 일격으로 떨어트리다니...) 위태무가 생사교로 천년신응의 날개를 궤똘던 장면 떠올리며 공포에 질리고

패소정; (아니, 그 늙은이가 사용하는 생사교가 무서운 것인가?)

패소정; (어쨌든 천년신응이 유인해서 데려가지 않았다면 우린 그 늙은이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청풍을 내려다보고.

패소정; (부디 무사히 그 늙은이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길 바란다 천년신응!) 청풍의 가슴 보며 생각하고.

청풍의 가슴 부위가 피로 물들어 있고

패소정; (이상하다.) 찡그리고

패소정; (이자는 생사교에 심장이 관통 당했으니 당연히 죽어야만 한다.)

패소정; (헌데 맥박과 호흡이 살아있는 사람처럼 안정되어 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은 생사교의 무시무시한 살기에 혼백이 놀란 때문일 텐데...) 한손으로 청풍을 안고 한손으로 청풍의 가슴 부위 옷을 젖혀보고.

! 피부에 피가 묻어 있지만 청풍의 심장 부위는 거의 다 아물었다.

패소정; (이미 상처가 거의 다 아물었다.) 놀라고

패소정; (어떻게 말도 안되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당혹해하다가

패소정; (궁금증을 해소하려면 이 사람이 깨어나는 수밖에 없다.) 둘러보고

패소정; (방해받지 않을 곳으로 데리고 가서 깨어나길 기다리자.) + [!] 눈 반짝이고

한쪽 절벽 아래 동굴이 있다.

패소정; (마침 알맞은 동굴이 있구나.) 휘익! 동굴 쪽으로 바위에서 뛰어내리고

패소정; (소수마녀... 그 잘난 척 심한 여자와 거래를 한 덕분에 별일을 다 겪게 되는구나.) 한숨 쉬며 동굴 쪽으로 걸어간다.

패소정; (평소라면 발가락 때만큼도 여기지 않던 사내를 내 팔로 안기도 하고...) 청풍을 흘깃 보고

패소정;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소수마녀 나유타, 그 여자가 어머니의 유품을 숨기고 있으니...) 동굴 입구에 거의 이르렀고

패소정; (어머니는 내가 어린 때문인지 당신의 유품을 내가 아닌 언니의 딸인 소수마녀에게 맡겼다.)

패소정; (남의 눈에 띠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신 걸 보면 어머니가 남긴 유품들에는 뭔가 비밀이 있는 게 분명하다.)

패소정; (그 유품들을 손에 넣으려면 짜증나지만 소수마녀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패소정; (이자의 뒤를 밟다가 혹시 위험에 처하면 도와주라는 것이 소수마녀의 조건이었다.) 동굴로 들어가고

패소정; (어머니의 유품만 손에 넣으면 두 번 다시 소수마녀와는 얽히지 않...) + [!] 생각하다가 눈 부릅뜨고

! 동굴은 그리 깊지 않은데 그 끝에 누군가 벽에 기대 앉아있다.

패소정; (선객(先客)이 있다!) 긴장하고

 

#243>

여전히 종남산. 이제 밤이 되었다. 하늘에는 그믐달이 떠있다.

청풍이 추락할 뻔 했던 절벽. 절벽 위에는 이제 아무도 없고

깊은 절벽 아래. 너무 깊어서 어둡다. 달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패소정이 청풍을 안고 들어갔던 동굴.

어두운 동굴 바닥. 입구에서 멀지 않은 그곳에 반듯이 누워있는 청풍.

!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 청풍의 이마에 떨어지는 물방울.

움찔! 하며 깨어나는 청풍. 하지만 눈을 뜨지는 않고

청풍; (등으로 느껴지는 돌의 냉기...) 눈 감은 채 생각하고

청풍; (이번에도 죽지 않았구나.) 생사교에 가슴이 관통 당하던 장면 떠올리고

청풍; (하루에 두 번씩이나 심장이 궤뚫리기도 하고... 대단한 하루였다.) 쓴웃음

청풍; (그나저나 이번에는 어떻게 산 것일까?) 이마 조금 찡그리고

청풍; (심장이 관통당한 거야 천약탈태술 덕분에 금방 회복되었다 쳐도 까마득한 절벽에서 떨어졌으니 피 곤죽이 되었어야 하는데...)

청풍; (정신을 잃은 사이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것같구나.) 생각하는데

! ! 갑자기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청풍의 귀에 들린다.

청풍; (어떤 여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울고 있다.) 소름이 오싹 끼치고.

청풍; (대체 누군데 저토록 서럽게 울고 있는 것일까?) 눈을 조금 뜨고 훔쳐본다.

[! !] 동굴 안쪽을 향해 무릎을 꿇은 거구의 여자가 등을 들썩이며 울고 있다. 물론 패소정이다.

청풍; (목소리는 분명 여자인데 덩치는 나보다도 큰 것같다.) 곁눈질하며 놀라는데

패소정; [미안해요 유타언니! 미안해요!] [내 아버지가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어요.] 서럽게 울고

청풍; (유타라면 소수마녀의 이름!) 놀라고

청풍; (저 여자는 소수마녀의 친척인 것일까?)

패소정; [아버지! 아니 기절초괴! 당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가요?] ! 주먹으로 바닥을 치며 울부짖고

청풍; [기절초괴!] 깜짝 놀라며 일어나고

[!] 움찔하며 정신 차리는 패소정

청풍; [암흑마가의 가주 기절초괴가 소저의 아버지요?] 일어나 앉으며 묻고. 그러자

패소정; [맞아요! 나 패소정은 기절초괴란 사람의 하나뿐인 딸이에요.]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말하고.

청풍; (이 엄청난 거구의 여자가 소수마녀의 사촌동생이었구나.) + [소저가 소생을 구해주신 거요?] 정좌하며 묻고

패소정; [그렇긴 하지만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요. 소수마녀... 유타언니와 거래를 한 것뿐이니까요.] 새침하게

청풍; (흡정마고 때는 독검사랑을 딸려 보냈던 소수마녀가 이번에는 사촌누이를 동원했구나.) + [거래든 무엇이든 구명지은을 입은 건 사실이오.] 포권하고

청풍; [오늘 소저에게 입은 은혜, 반드시 보은하도록 하겠소.] 고개 좀 숙이고

패소정; [마음대로 해요.] 소매로 눈물 닦고

패소정; [대신 지금은 날 방해하지 말아요. 당신을 상대할 기분이 아니니까.] 새침하게 말하고

청풍; [무슨 일로 그리 상심하시는지 모르겠지만...] + [!] 말하다가 눈 부릅뜬다.

! 패소정이 무릎 꿇고 앉아있는 앞쪽. 동굴 막다른 곳에 시체 한구가 동굴 벽에 기대는 자세로 놓여있다. 입고 있는 옷은 원래 흰옷이었지만 누렇게 바랜 상태. 헌데

청풍; (맙소사! 저 시체는...)

<소수마녀의 아버지 살인대작이다!> 시체의 얼굴 크로즈 업. 바로 소수마녀의 아버지인 살인대작이다.

청풍; (오래전에 타계했지만 내공이 심후했던 덕분에 생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 [살인상단의 단주께서 어떻게 이런 곳에서 최후를 맞으셨는지 모르겠소.] 신음하며 말하고. 그러자

패소정; [이분이 누구신지 안다는 건가요?] 흘겨보고

청풍; [소수마녀님의 거처에서 저 분의 초상화를 본 적이 있소.] 고개 끄덕이고

패소정; [확실히 당신은 유타언니에게 특별한 존재인 모양이네요. 자기 아버지의 초상화를 보여주기도 하고...] 눈 흘기고

청풍; [오해를 받을만한 사이는 아니오.] 쓴웃음

청풍; [그런데... 소저는 어째서 영친을 탓하신 거요?]

패소정; [왜냐하면...] 입술 깨물고

패소정; [이분... 살인대작님을 시해한 게 내 아버지 기절초괴이기 때문이에요.] 참담한 표정으로 말하고

[!] 놀라는 청풍

패소정; [당신은 유타언니와 각별한 사이인 것 같으니 알 자격이 있겠지요.] 옆으로 물러나 앉고

패소정; [살인대작님이 남기신 유서예요. 읽어보세요.] 살인대작 앞의 바닥을 가리키고. 그곳에 천 조각이 한 장 놓여있다. 옷을 찢어 만든 천인데 표면에 글이 적혀있다. 크기는 대학 노트 두 장 정도

청풍; (이게 살인대작의 유서...) 놀라며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집어들고

패소정; [운명하시기 전에 당신의 옷을 찢어서 혈서를 남기셨더군요.]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말하고

청풍; (살인대작을 시해한 게 동서인 기절초괴란 말인가?) 두 손으로 천을 들고 글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청풍; (하긴 동기는 충분하다. 손위 동서인 살인대작만 사라지면 기절초괴 자신이 암흑마가의 가주가 될 수 있었으니...)

이하 유서 내용

 

<내 이름은 나뢰(那雷), 살인상단의 단주이며 암흑마가의 당대 가주다. -중략- 나를 죽인 자는 손 아래 동서인 기절초괴 패륵이다.> 청풍이 읽는 천을 배경으로 유서의 내용 나레이션.

<내가 암흑수라(暗黑修羅)님의 뒤를 이어 암흑마가의 가주가 된 그해의 일이었다. 패륵이 은밀히 살인상단을 방문하여 신선 김가기의 유물을 얻을 방도를 찾았다고 말했다.> 어둑한 밀실에 마주 앉아 음산하게 웃으며 뭔가 말하는 기절초괴. 당시는 20대 후반이라 젊었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살인대작도 놀라고 흥분한 표정을 짓는다. 살인대작은 흰옷을 입었다.

<김가기가 우화등선한 독룡곡은 치명적인 독장에 덮여있어 누구도 접근할 수 없다는 게 무림에 전해지는 정설이었다. 패륵의 말은 바로 그 독룡곡 중심부와 연결된 비밀스러운 동굴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패륵이 뭔가 설명하는 모습 배경으로

<무림맹을 쓰러트리고 마교를 부흥시킬 방도를 골몰하던 내게 신선 김가기의 유물을 얻는 것은 떨쳐버릴 수 없는 유혹이었다.> 흥분하는 표정의 살인대작

<그래서 나는 주저하지 않고 패륵을 따라 종남산으로 왔다. 물론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아내에게도 행선지는 말하지 않았다.> 어느 깊은 계곡. 계곡 끝에 있는 동굴을 들여다 보는 살인대작. 그 옆에서 살인대작의 표정 살피며 히죽 웃는 패륵. 오른손을 왼쪽 소매에 넣고 쇠꼬챙이를 뽑으려 한다.

<하지만 모든 게 패륵이 꾸민 음모였다. 놈은 방심하고 있던 나를 암습하여 치명상을 입혔다.> 등 뒤에서 꼬챙이로 살인대작을 찌르며 웃는 패륵. 쇠꼬챙이의 끝은 살인대작의 심장 부분 가슴으로 뚫고 나온다. 경악과 고통으로 이그러지는 살인대작의 얼굴

<패륵은 암흑마가의 가주 자리를 노리고 날 암살하려 한 것이다.> 가슴을 움켜쥐고 비틀거리는 살인대작. 그 앞에서 두 손 벌린 채 웃으며 뭐라 말하는 패락

<필사적으로 현장을 빠져나오긴 했지만... 심장이 궤뚫리는 중상을 입은 터라 살아서 살인상단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 피를 흘리며 날아가는 살인대작. 그 뒤에서 웃으며 따라오는 패륵

<어쩔 수 없이 천도(天道)가 존재하길 바라며 이곳에서 최후를 맞게 되었다. 아무쪼록 나 나뢰의 유서가 살인상단에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 동굴 끝에 앉아서 옷을 찢은 천에 손가락을 뭉개서 흐르는 피로 글을 적는 살인대작의 모습

 

청풍; (천도...) 두 손으로 천을 든 채 살인대작의 시체를 보며 생각하고

청풍; (저분이 간절히 바랐던 천도는 엄존(儼存)하는구나. 우리가 넓고 넓은 종남산에서 저분의 유해를 발견한 걸 보면...)

패소정; [아버지... 아버지가 선한 인간이 아니라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요.] 고개 떨군 채 눈물 뚝뚝 흘리고

패소정; [하지만 이 정도로 극악무도... 구제불능의 악인인 줄은 몰랐어요.] [아니 알면서도 믿고 싶지 않았다고 하는 게 옳겠지요.] ! ! 주먹으로 바닥을 찍으며 이를 갈면서 울고. 패소정이 주먹으로 때릴 때마다 돌바닥이 푹푹 파인다.

청풍; (참담하겠지. 아비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악해질 수 있는 말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한숨

패소정; [무슨 낯으로... 이제 무슨 낯으로 유타언니를 볼 수 있겠어요?] [차라리 이게 다 꿈이길 바랄 뿐이에요.] 뚝뚝 눈물을 흘리며 울고

청풍; (착한 여자다.) 그런 패소정을 보며

<기절초괴같은 악인에게서 어찌하여 이토록 착한 딸이 태어난 것일까?> 동굴 내부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244>

<-살인상단>

살인상단을 휘감고 있는 늪지.

늪지 가에 불빛이 어른거린다.

늪지 옆의 절벽 아래에 난 좁은 길. 귀파파가 등을 들고 앞장 서서 걷고 그 뒤를 소수마녀가 걸어간다. 소수마녀는 두 손으로 쟁반을 하나 들고 있는데 쟁반에는 술병과 술잔, 몇 개의 향을 하나로 묶은 것이 얹혀져 있다. 제사 지내러 가는 모습이고

곧 길이 끝나고. 까마득히 높은 절벽 아래쪽에 세워진 건물이 보인다. 사당 건물이다. 입구 처마에 <祠堂>이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들고 온 등을 사당 입구에 돌출한 못에 거는 귀파파

! 이어 사당의 문을 경건한 자세로 여는 귀파파. 기다리는 소수마녀

먼저 사당으로 들어가는 귀파파. 직후

! 어둡던 사당 안에서 불이 켜진다.

불이 켜져 드러나는 사당 안은 전형적인 사당. 여러 개의 위패들이 죽 놓인 신단이 있고. 신단 앞에는 제단이 있다. 제단 위에는 향로 하나와 향로 좌우에 두 개의 촛대가 있는데 촛대에 꽂힌 굵은 초에 불이 붙었다. 귀파파는 신단에서 위패 하나를 집어들고 있다.

그 위패를 향로 뒤에 내려놓는 귀파파.

위패에는 <先妣 尤乳羅神位>라는 글이 적혀있다.

귀파파; [준비 되었네 단주.] 위패를 내려놓고 사당 밖을 보는 귀파파

소수마녀; [고마워요 파파.] 안으로 들어가고

소수마녀가 들고 온 쟁반을 받는 귀파파

쟁반을 귀파파에게 건네주며 향 묶음을 집어드는 소수마녀

향 묶음을 촛불에 대어 붙이는 소수마녀. 귀파파는 술잔을 제단에 내려놓고

향 묶음에 붙은 불을 손으로 흔들어 끄는 소수마녀. 귀파파는 술 주전자를 집어들고 쟁반은 신단 모서리에 얹어놓고

향을 두 손으로 들고 기도하는 소수마녀. 술 주전자를 들고 옆에서 대기하는 귀파파

향을 향로에 꽂는 소수마녀. 이어

술잔을 두 손으로 집어들고

쪼그르! 그 잔에 술을 따라주는 귀파파

술잔을 제단에 놓는 소수마녀. 이어

위패에 대고 여자 식으로 절하는 소수마녀. 이어

소수마녀; (이모...) 무릎 꿇은 채 제단의 위패를 보고

소수마녀; (저는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아요.) (이모의 유품을 소정이에게 전해 주는 게 옳은 결정일지...) 한숨

소수마녀; (이모의 유품을 전해주면 소정이가 비참해질 테지만... 전해주지 않으면 이모의 삶이 너무도 불쌍하군요.) 한숨

소수마녀; (어느 경우든 내키지 않지만... 이제 결단을 내려야할 때가 된 것같아요.) 합장하고

<그저 소정이가 엄청난 충격을 견딜 수 있길 바랄 뿐이에요.> 사당의 모습을 밖에서 본 배경으로 소수마녀의 생각 나레이션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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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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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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