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21. 07:23 와룡강의 만화 시나리오/자객일지
[자객일지] 제 52장 동굴 속의 시체
#242>
아주 깊은 절벽 아래 밑바닥. 높직한 바위 위에 두 팔로 청풍을 안은 패소정이 서서 멀어지는 독수리를 보고 있다. 가슴이 궤뚫린 청풍은 기절한 상태고. 패소정은 키가 청풍과 비슷하거나 좀 더 크다.
패소정; (무서운 늙은이... 모든 새들의 왕이라는 천년신응을 일격으로 떨어트리다니...) 위태무가 생사교로 천년신응의 날개를 궤똘던 장면 떠올리며 공포에 질리고
패소정; (아니, 그 늙은이가 사용하는 생사교가 무서운 것인가?)
패소정; (어쨌든 천년신응이 유인해서 데려가지 않았다면 우린 그 늙은이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청풍을 내려다보고.
패소정; (부디 무사히 그 늙은이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길 바란다 천년신응!) 청풍의 가슴 보며 생각하고.
청풍의 가슴 부위가 피로 물들어 있고
패소정; (이상하다.) 찡그리고
패소정; (이자는 생사교에 심장이 관통 당했으니 당연히 죽어야만 한다.)
패소정; (헌데 맥박과 호흡이 살아있는 사람처럼 안정되어 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은 생사교의 무시무시한 살기에 혼백이 놀란 때문일 텐데...) 한손으로 청풍을 안고 한손으로 청풍의 가슴 부위 옷을 젖혀보고.
쿵! 피부에 피가 묻어 있지만 청풍의 심장 부위는 거의 다 아물었다.
패소정; (이미 상처가 거의 다 아물었다.) 놀라고
패소정; (어떻게 말도 안되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당혹해하다가
패소정; (궁금증을 해소하려면 이 사람이 깨어나는 수밖에 없다.) 둘러보고
패소정; (방해받지 않을 곳으로 데리고 가서 깨어나길 기다리자.) + [!] 눈 반짝이고
한쪽 절벽 아래 동굴이 있다.
패소정; (마침 알맞은 동굴이 있구나.) 휘익! 동굴 쪽으로 바위에서 뛰어내리고
패소정; (소수마녀... 그 잘난 척 심한 여자와 거래를 한 덕분에 별일을 다 겪게 되는구나.) 한숨 쉬며 동굴 쪽으로 걸어간다.
패소정; (평소라면 발가락 때만큼도 여기지 않던 사내를 내 팔로 안기도 하고...) 청풍을 흘깃 보고
패소정;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소수마녀 나유타, 그 여자가 어머니의 유품을 숨기고 있으니...) 동굴 입구에 거의 이르렀고
패소정; (어머니는 내가 어린 때문인지 당신의 유품을 내가 아닌 언니의 딸인 소수마녀에게 맡겼다.)
패소정; (남의 눈에 띠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신 걸 보면 어머니가 남긴 유품들에는 뭔가 비밀이 있는 게 분명하다.)
패소정; (그 유품들을 손에 넣으려면 짜증나지만 소수마녀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패소정; (이자의 뒤를 밟다가 혹시 위험에 처하면 도와주라는 것이 소수마녀의 조건이었다.) 동굴로 들어가고
패소정; (어머니의 유품만 손에 넣으면 두 번 다시 소수마녀와는 얽히지 않...) + [!] 생각하다가 눈 부릅뜨고
쿵! 동굴은 그리 깊지 않은데 그 끝에 누군가 벽에 기대 앉아있다.
패소정; (선객(先客)이 있다!) 긴장하고
#243>
여전히 종남산. 이제 밤이 되었다. 하늘에는 그믐달이 떠있다.
청풍이 추락할 뻔 했던 절벽. 절벽 위에는 이제 아무도 없고
깊은 절벽 아래. 너무 깊어서 어둡다. 달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패소정이 청풍을 안고 들어갔던 동굴.
어두운 동굴 바닥. 입구에서 멀지 않은 그곳에 반듯이 누워있는 청풍.
똑!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톡! 청풍의 이마에 떨어지는 물방울.
움찔! 하며 깨어나는 청풍. 하지만 눈을 뜨지는 않고
청풍; (등으로 느껴지는 돌의 냉기...) 눈 감은 채 생각하고
청풍; (이번에도 죽지 않았구나.) 생사교에 가슴이 관통 당하던 장면 떠올리고
청풍; (하루에 두 번씩이나 심장이 궤뚫리기도 하고... 대단한 하루였다.) 쓴웃음
청풍; (그나저나 이번에는 어떻게 산 것일까?) 이마 조금 찡그리고
청풍; (심장이 관통당한 거야 천약탈태술 덕분에 금방 회복되었다 쳐도 까마득한 절벽에서 떨어졌으니 피 곤죽이 되었어야 하는데...)
청풍; (정신을 잃은 사이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것같구나.) 생각하는데
흑! 흑! 갑자기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청풍의 귀에 들린다.
청풍; (어떤 여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울고 있다.) 소름이 오싹 끼치고.
청풍; (대체 누군데 저토록 서럽게 울고 있는 것일까?) 눈을 조금 뜨고 훔쳐본다.
[흑! 흑!] 동굴 안쪽을 향해 무릎을 꿇은 거구의 여자가 등을 들썩이며 울고 있다. 물론 패소정이다.
청풍; (목소리는 분명 여자인데 덩치는 나보다도 큰 것같다.) 곁눈질하며 놀라는데
패소정; [미안해요 유타언니! 미안해요!] [내 아버지가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어요.] 서럽게 울고
청풍; (유타라면 소수마녀의 이름!) 놀라고
청풍; (저 여자는 소수마녀의 친척인 것일까?)
패소정; [아버지! 아니 기절초괴! 당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가요?] 쾅! 주먹으로 바닥을 치며 울부짖고
청풍; [기절초괴!] 깜짝 놀라며 일어나고
[!] 움찔하며 정신 차리는 패소정
청풍; [암흑마가의 가주 기절초괴가 소저의 아버지요?] 일어나 앉으며 묻고. 그러자
패소정; [맞아요! 나 패소정은 기절초괴란 사람의 하나뿐인 딸이에요.]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말하고.
청풍; (이 엄청난 거구의 여자가 소수마녀의 사촌동생이었구나.) + [소저가 소생을 구해주신 거요?] 정좌하며 묻고
패소정; [그렇긴 하지만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요. 소수마녀... 유타언니와 거래를 한 것뿐이니까요.] 새침하게
청풍; (흡정마고 때는 독검사랑을 딸려 보냈던 소수마녀가 이번에는 사촌누이를 동원했구나.) + [거래든 무엇이든 구명지은을 입은 건 사실이오.] 포권하고
청풍; [오늘 소저에게 입은 은혜, 반드시 보은하도록 하겠소.] 고개 좀 숙이고
패소정; [마음대로 해요.] 소매로 눈물 닦고
패소정; [대신 지금은 날 방해하지 말아요. 당신을 상대할 기분이 아니니까.] 새침하게 말하고
청풍; [무슨 일로 그리 상심하시는지 모르겠지만...] + [!] 말하다가 눈 부릅뜬다.
쿵! 패소정이 무릎 꿇고 앉아있는 앞쪽. 동굴 막다른 곳에 시체 한구가 동굴 벽에 기대는 자세로 놓여있다. 입고 있는 옷은 원래 흰옷이었지만 누렇게 바랜 상태. 헌데
청풍; (맙소사! 저 시체는...)
<소수마녀의 아버지 살인대작이다!> 시체의 얼굴 크로즈 업. 바로 소수마녀의 아버지인 살인대작이다.
청풍; (오래전에 타계했지만 내공이 심후했던 덕분에 생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 [살인상단의 단주께서 어떻게 이런 곳에서 최후를 맞으셨는지 모르겠소.] 신음하며 말하고. 그러자
패소정; [이분이 누구신지 안다는 건가요?] 흘겨보고
청풍; [소수마녀님의 거처에서 저 분의 초상화를 본 적이 있소.] 고개 끄덕이고
패소정; [확실히 당신은 유타언니에게 특별한 존재인 모양이네요. 자기 아버지의 초상화를 보여주기도 하고...] 눈 흘기고
청풍; [오해를 받을만한 사이는 아니오.] 쓴웃음
청풍; [그런데... 소저는 어째서 영친을 탓하신 거요?]
패소정; [왜냐하면...] 입술 깨물고
패소정; [이분... 살인대작님을 시해한 게 내 아버지 기절초괴이기 때문이에요.] 참담한 표정으로 말하고
[!] 놀라는 청풍
패소정; [당신은 유타언니와 각별한 사이인 것 같으니 알 자격이 있겠지요.] 옆으로 물러나 앉고
패소정; [살인대작님이 남기신 유서예요. 읽어보세요.] 살인대작 앞의 바닥을 가리키고. 그곳에 천 조각이 한 장 놓여있다. 옷을 찢어 만든 천인데 표면에 글이 적혀있다. 크기는 대학 노트 두 장 정도
청풍; (이게 살인대작의 유서...) 놀라며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집어들고
패소정; [운명하시기 전에 당신의 옷을 찢어서 혈서를 남기셨더군요.]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말하고
청풍; (살인대작을 시해한 게 동서인 기절초괴란 말인가?) 두 손으로 천을 들고 글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청풍; (하긴 동기는 충분하다. 손위 동서인 살인대작만 사라지면 기절초괴 자신이 암흑마가의 가주가 될 수 있었으니...)
이하 유서 내용
<내 이름은 나뢰(那雷), 살인상단의 단주이며 암흑마가의 당대 가주다. -중략- 나를 죽인 자는 손 아래 동서인 기절초괴 패륵이다.> 청풍이 읽는 천을 배경으로 유서의 내용 나레이션.
<내가 암흑수라(暗黑修羅)님의 뒤를 이어 암흑마가의 가주가 된 그해의 일이었다. 패륵이 은밀히 살인상단을 방문하여 신선 김가기의 유물을 얻을 방도를 찾았다고 말했다.> 어둑한 밀실에 마주 앉아 음산하게 웃으며 뭔가 말하는 기절초괴. 당시는 20대 후반이라 젊었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살인대작도 놀라고 흥분한 표정을 짓는다. 살인대작은 흰옷을 입었다.
<김가기가 우화등선한 독룡곡은 치명적인 독장에 덮여있어 누구도 접근할 수 없다는 게 무림에 전해지는 정설이었다. 패륵의 말은 바로 그 독룡곡 중심부와 연결된 비밀스러운 동굴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패륵이 뭔가 설명하는 모습 배경으로
<무림맹을 쓰러트리고 마교를 부흥시킬 방도를 골몰하던 내게 신선 김가기의 유물을 얻는 것은 떨쳐버릴 수 없는 유혹이었다.> 흥분하는 표정의 살인대작
<그래서 나는 주저하지 않고 패륵을 따라 종남산으로 왔다. 물론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아내에게도 행선지는 말하지 않았다.> 어느 깊은 계곡. 계곡 끝에 있는 동굴을 들여다 보는 살인대작. 그 옆에서 살인대작의 표정 살피며 히죽 웃는 패륵. 오른손을 왼쪽 소매에 넣고 쇠꼬챙이를 뽑으려 한다.
<하지만 모든 게 패륵이 꾸민 음모였다. 놈은 방심하고 있던 나를 암습하여 치명상을 입혔다.> 등 뒤에서 꼬챙이로 살인대작을 찌르며 웃는 패륵. 쇠꼬챙이의 끝은 살인대작의 심장 부분 가슴으로 뚫고 나온다. 경악과 고통으로 이그러지는 살인대작의 얼굴
<패륵은 암흑마가의 가주 자리를 노리고 날 암살하려 한 것이다.> 가슴을 움켜쥐고 비틀거리는 살인대작. 그 앞에서 두 손 벌린 채 웃으며 뭐라 말하는 패락
<필사적으로 현장을 빠져나오긴 했지만... 심장이 궤뚫리는 중상을 입은 터라 살아서 살인상단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 피를 흘리며 날아가는 살인대작. 그 뒤에서 웃으며 따라오는 패륵
<어쩔 수 없이 천도(天道)가 존재하길 바라며 이곳에서 최후를 맞게 되었다. 아무쪼록 나 나뢰의 유서가 살인상단에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 동굴 끝에 앉아서 옷을 찢은 천에 손가락을 뭉개서 흐르는 피로 글을 적는 살인대작의 모습
청풍; (천도...) 두 손으로 천을 든 채 살인대작의 시체를 보며 생각하고
청풍; (저분이 간절히 바랐던 천도는 엄존(儼存)하는구나. 우리가 넓고 넓은 종남산에서 저분의 유해를 발견한 걸 보면...)
패소정; [아버지... 아버지가 선한 인간이 아니라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요.] 고개 떨군 채 눈물 뚝뚝 흘리고
패소정; [하지만 이 정도로 극악무도... 구제불능의 악인인 줄은 몰랐어요.] [아니 알면서도 믿고 싶지 않았다고 하는 게 옳겠지요.] 쾅! 쾅! 주먹으로 바닥을 찍으며 이를 갈면서 울고. 패소정이 주먹으로 때릴 때마다 돌바닥이 푹푹 파인다.
청풍; (참담하겠지. 아비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악해질 수 있는 말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한숨
패소정; [무슨 낯으로... 이제 무슨 낯으로 유타언니를 볼 수 있겠어요?] [차라리 이게 다 꿈이길 바랄 뿐이에요.] 뚝뚝 눈물을 흘리며 울고
청풍; (착한 여자다.) 그런 패소정을 보며
<기절초괴같은 악인에게서 어찌하여 이토록 착한 딸이 태어난 것일까?> 동굴 내부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244>
<-살인상단> 밤
살인상단을 휘감고 있는 늪지.
늪지 가에 불빛이 어른거린다.
늪지 옆의 절벽 아래에 난 좁은 길. 귀파파가 등을 들고 앞장 서서 걷고 그 뒤를 소수마녀가 걸어간다. 소수마녀는 두 손으로 쟁반을 하나 들고 있는데 쟁반에는 술병과 술잔, 몇 개의 향을 하나로 묶은 것이 얹혀져 있다. 제사 지내러 가는 모습이고
곧 길이 끝나고. 까마득히 높은 절벽 아래쪽에 세워진 건물이 보인다. 사당 건물이다. 입구 처마에 <祠堂>이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들고 온 등을 사당 입구에 돌출한 못에 거는 귀파파
끽! 이어 사당의 문을 경건한 자세로 여는 귀파파. 기다리는 소수마녀
먼저 사당으로 들어가는 귀파파. 직후
팟! 어둡던 사당 안에서 불이 켜진다.
불이 켜져 드러나는 사당 안은 전형적인 사당. 여러 개의 위패들이 죽 놓인 신단이 있고. 신단 앞에는 제단이 있다. 제단 위에는 향로 하나와 향로 좌우에 두 개의 촛대가 있는데 촛대에 꽂힌 굵은 초에 불이 붙었다. 귀파파는 신단에서 위패 하나를 집어들고 있다.
그 위패를 향로 뒤에 내려놓는 귀파파.
위패에는 <先妣 尤乳羅神位>라는 글이 적혀있다.
귀파파; [준비 되었네 단주.] 위패를 내려놓고 사당 밖을 보는 귀파파
소수마녀; [고마워요 파파.] 안으로 들어가고
소수마녀가 들고 온 쟁반을 받는 귀파파
쟁반을 귀파파에게 건네주며 향 묶음을 집어드는 소수마녀
향 묶음을 촛불에 대어 붙이는 소수마녀. 귀파파는 술잔을 제단에 내려놓고
향 묶음에 붙은 불을 손으로 흔들어 끄는 소수마녀. 귀파파는 술 주전자를 집어들고 쟁반은 신단 모서리에 얹어놓고
향을 두 손으로 들고 기도하는 소수마녀. 술 주전자를 들고 옆에서 대기하는 귀파파
향을 향로에 꽂는 소수마녀. 이어
술잔을 두 손으로 집어들고
쪼그르! 그 잔에 술을 따라주는 귀파파
술잔을 제단에 놓는 소수마녀. 이어
위패에 대고 여자 식으로 절하는 소수마녀. 이어
소수마녀; (이모...) 무릎 꿇은 채 제단의 위패를 보고
소수마녀; (저는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아요.) (이모의 유품을 소정이에게 전해 주는 게 옳은 결정일지...) 한숨
소수마녀; (이모의 유품을 전해주면 소정이가 비참해질 테지만... 전해주지 않으면 이모의 삶이 너무도 불쌍하군요.) 한숨
소수마녀; (어느 경우든 내키지 않지만... 이제 결단을 내려야할 때가 된 것같아요.) 합장하고
<그저 소정이가 엄청난 충격을 견딜 수 있길 바랄 뿐이에요.> 사당의 모습을 밖에서 본 배경으로 소수마녀의 생각 나레이션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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