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제 2장

 

                       바람을 부르는 가공할 돌머리 (2)

 

 

풍랑은 사흘 동안 계속되었다.

푸르던 동정호는 물이 뒤집혀 뻘겋게 변해버렸고 물가에는 파선되어버린 배들의 잔해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바람이 봄눈녹듯 잦아지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하나둘 호변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들 중에는 금의청년도 있었다.

약간 오만한 듯하면서도 의협심은 있어보이는 이 인물은 나직하게 뇌까렸다.

[풍래고... 풍래동자... 반드시 그 껍질을 벗기고 말겠다. 사악한 자를 제거하여 세상을 편안케 하는 것이 무공을 배운 사람의 도리...]

멀리 수평선 처럼 가물거리는 곳에 풍래동자가 있다는 부주가 가물가물하게 보였다.

 

[물로 나갈 것이오?]

금의청년은 직접 배들을 찾아다니며 물어보았다.

그러나 열이면 열 모두 배를 손봐야 되기 때문에 지금 물로 나갈 수는 없다고 한다.

금의청년이 실망하며 돌아설 때였다.

[이보시오! 물로 나가시려오?]

누군가가 헐레벌떡 달려오며 소리쳤다.

금의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럼 잘됐소. 나도 소문을 듣고 달려왔다오.]

달려온 사람은 몸이 떡 벌어진 전형적인 사공이었다.

그는 금의청년의 손을 잡아끌면서 말했다.

[지금 다른 배들은 아마 움직이지 못할 거요. 하지만 내 배는 다르오. 당장 출발할 수 있소. 한데 어디로 가실 거요? 군산(群山)?]

[아니오. 저곳이오.]

금의청년은 멀리 호심(湖心)에 아스라히 보이는 부주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순간 사공의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그는 금의청년의 손을 놓고 뒷걸음질 치면서 말했다.

[저곳은 갈 수 없소. 내가 사람을 잘못보았소. 그럼 이만... ]

그의 음성에는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기다리시오!”

금의청년은 성큼 다가서며 사공의 손목을 잡았다.

[놓으시오. 나는 아직 죽고싶은 생각이 없소. 저곳엔 풍래동자가 있는 곳인데 어떻게 간단 말이오?]

사공은 말을 하면서 손을 뿌리쳤다.

그러나 금의청년의 손은 마치 쇠갈쿠리처럼 사공의 손목을 조이고 있었다.

사공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금의청년은 그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손목을 놓아주며 말했다.

[당신이 직접 갈 필요는 없소. 배만 빌려주면 나혼자 가겠소.]

그는 한덩어리의 은을 꺼내서 손목을 주무르는 사공의 품속에 집어넣었다.

 

사공의 배는 정말 튼튼한 것이었다.

천년은 묶었을 법한 굵은 나무 하나를 통째로 깍아서 만든 배였다. 그러니 풍랑이 아무리 거세도 어디 부서지고 말고 할 곳도 없어보였다.

금의청년은 천천히 노를 저어서 부주를 향해 나아갔다.

선창가에서는 사공들이 두려움에 떨면서 수근거리고있었다.

[어쩌면 또 바람이 불지도 모르겠군. 빨리 피하는게 좋을 것같아.]

한데, 그 무렵 하나 둘... 호수가에 모습을 드러내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사공도 아니고 또한 유람객도 아니었다.

각양 각색의 무림인들...

그들의 수효는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 × ×

 

휘익!

금의청년은 부주에 가까이 이르자 경신술을 발휘하여 사뿐히 내려섰다.

기둥에 매인 커다란 북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저 북소리가 이 넓은 동정호 곳곳까지 퍼져나간단 말이지? 보통 공력으로는 어림도 없을 텐데... )

금의청년은 북을 힐끗 보고는 발소리를 죽이면서 부주 위에 지어진 집으로 다가갔다.

창가에 몸을 붙이고 안쪽의 동정을 옅보려는 데 갑자기 안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공아! 공아!]

노인의 창노한 음성이었다.

금의청년은 호흡을 멈추고 긴장했다.

 

두공은 자기 방에서 사부인 동호천의 방으로 후다닥 달려가면서 대답했다.

[사부! 무슨일입니까?]

[내 손을 잡아다오.]

동호천은 일어나려고 하면서 손을 뻗었다.

두공은 그를 안아 앉히면서 말했다.

[뒤를 보시게요?]

[그게 아니다. 오랫만에 밖을 보고 싶구나.]

동호천은 힘없이 말했다.

두공이 창문을 밀며 말했다.

[날씨가 화창해요. 사부!]

[아니다. 아니다. 밖에 나가서 보겠다.]

동호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두공은 염려스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비온 뒤라 바람이 차가운데...]

[이놈아! 내가 나가겠다는데 왠 잔말이냐?]

갑자기 동호천이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두공은 눈을 찔끔 했으나 이내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잠시동안만입니다. 금방 들어와야 해요.]

[이놈이 내가 늙었다고 그사이에 나를 괄시하려는구나.]

동호천은 노기서린 음성으로 소리쳤다. 그러나, 그 음성에는 이미 기운이 서려있지 않았다.

두공은 그를 업고 나가며 말했다.

[사부도 참... 세상에 저와 사부 두사람 뿐인데 제가 어떻게 사부를 괄시해요? 사부야 날 늘 괄시하시지만...]

[...]

동호천은 무슨 영문에서인지 그의 말을 받지 않고 묵묵히 있었다.

두공에게 엎혀 밖으로 나가자 찬바람이 순간적으로 그를 떨게 만들었다.

창밖에 있던 금의청년은 재빨리 문뒤로 몸을 숨겼다.

후우...!”

밖으로 나온 두공은 상쾌한듯 숨을 들이켰다.

[저리로 가자!]

동호천은 손가락으로 풍래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북을 치면 안되요.]

두공은 걸어가면서 다부지게 말했다.

그는 북이 울리면 사람들이 바람이 오는 것으로 오해할까 싶어 염려스러웠던 것이다.

동호천은 두공의 등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북에 다가서면서 북을 쓰다듬었다.

[공아! 이 북이 아마도 수백 명의 목숨은 구했겠지?]

[헤헤... 그정도까지야...]

두공은 숙스러운지 머리를 긁으며 얼굴을 붉혔다.

동호천은 북을 주먹으로 통통 두드렸다.

[그런데 네가 얻은 것은 무엇이냐? 풍래동자라는 요상한 이름?]

[뭘 바라고 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냥 이상하게 미리 알 수 있으니까 알려준 것뿐인데... ]

[그래... 그런데 너와 나 외에는 아무도 그걸 모르는구나. 오히려 네가 바람을 불러오는 것으로 생각할 뿐...]

[전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요. 사부께서 오래 사시기만 한다면...]

두공은 동호천이 혹시라도 넘어질까봐 바싹 다가서며 말했다.

동호천은 그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착한 녀석! 하지만 너의 그 행동으로 인해 너를 죽이려는 자가 왔구나. 이런 것이 세상이란다.]

숨어있던 금의청년은 기절초풍했다.

(저 노인은 내가 온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구나.)

[그러니 이 북은 깨어버려야겠다.]

동호천은 말을 하면서 갑자기 손바닥을 북에 밀착시키고 가볍게 눌렀다.

순간 두공은 맑은 눈으로 동호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부의 뜻이 그렇다면 하는 수 없겠지요. 하지만 저를 죽이려 온 사람은 기회를 놓쳤어요. 그는 이미 제가 쳐놓은 덧에 걸렸거든요.]

!

거대한 북이 약간 흔들리는가 싶더니 가루가 되어서 날았다.

동정호에서 공포를 던져주던 명물 풍래고는 바람을 부르지 못하고 바람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숨어서 지켜보던 금의청년은 놀라 눈을 부릅떴다.

더구나 자신이 이미 덧에 걸렸다는 말은 그의 심장을 멎게 만들 것만 같았다.

급히 자신의 몸 주위를 돌아보았으나 어디에도 덧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동호천의 음성이 그의 귓가로 들려왔다.

[그자를 죽이지는 말아라. 복우파(伏牛派)의 중강면장(重剛綿掌)을 제대로 익혀낸 것을 보니 쓸만한 인재인 것같다.]

[저는 사람을 죽이지 않아요. 염려마세요.]

두공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금의청년의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맹세코 그는 나와 눈도 한번 마주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복우파 출신으로 중강면장을 익힌 것까지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때 두공이 버럭 소리쳤다.

[아직도 그곳에서 나오지 않을 생각이요?]

금의청년은 얼굴이 붉어지며 문뒤에서 나왔다.

한데 그가 걸어온 뒤에는 검은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는 것이 아닌가?

동호천은 두공을 보고 허허 웃었다.

그는 두공이 펼쳐놓았다는 덧이 무엇인지 그때서야 알아본 것이었다.

금의청년은 그의 웃음에 더욱 당황하며 포권했다.

[소생은 복우파의 금사종(琴思鍾)이라고 하며 별호는 혼장서생(渾掌書生)이오. 노선배께서는 명호가 어떻게 되...]

[서생? 그럼 책을 잘 읽겠군요.]

두공은 금사종의 말을 재빨리 가로챘다.

금사종은 얼떨결에 답했다.

[그렇소. 왠만큼은 읽소.]

[잘됐어. 아주 잘됐어.]

동호천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때 두공이 다시 물었다.

[한번 보면 잘 잊어버리지도 않겠군요?]

[대충 그런 편이오. 한데 소형제는... ]

금사종은 도깨비에 홀린 심정이 되어 되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동호천의 말이 그의 물음을 막아버렸다.

[두공아! 안으로 들어가자구나!]

[! 사부님... ]

두공은 동호천을 업으며 금사종에게 말했다.

[맨발로 들어오세요.]

금사종은 그제서야 자신의 발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의 신발이 검게 변해 있었다.

또한 그가 지나온 곳마다 검은 발자국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혼이 달아날 것만 같았다.

(... 독이었구나. 바닥에 독을 발라놓았어.)

그렇다. 그것이 바로 두공이 설치한 덧이었던 것이다.

두공은 침입자가 숨을 곳은 구석진 곳이고, 구석진 곳은 주인의 발이 닿을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꺼리낌없이 그런 곳마다 독을 발라놓았던 것이다.

금사종이 황급히 신발을 벗어던지는데 두공의 말이 들려왔다.

[일곱걸음인가? 여덟걸음인가? 그렇게만 걸으면 죽게 되요.]

음성은 벌써 집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 × ×

 

호변(湖邊),

검과 도를 비롯한 갖가지 병기들을 휴대한 형형색색의 무림인들이 몰려서있다.

그들은 심각한 신색으로 멀리 호수 가운데 떠있는 부주를 바라보면서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무려 천 수 백여 명을 헤아리는 무림인들,

그들은 무리를 지어온 자들도 있었으며 독불장군으로 혼자서 온 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무리를 지어왔다고 해서 강한 것도 아니며, 혼자 왔다고 해서 약한 자인 것은 결코 아니었다.

 

잔잔한 호수물에 바위가 내리비치는 곳에 학창의(鶴氅衣)를 입은 한사람의 노인이 서있었다.

키는 불과 오척의 단구이나, 그 사람만을 바라본다면 태산인양 거대하게 보이는 인물...

백발에 백염, 그리고 백미인데 눈에는 마치 보석처럼 형형한 빛이 감돈다.

“....!”

그는 그 눈으로 멀리 부주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의 형형한 눈으로 부주위에 있던 마지막 한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스라히 보였다.

사르르르...

오척단구의 노인은 눈을 내리감으며 말했다.

[환사(幻死)와 섬쾌(閃快) 거기 있느냐?]

순간, 아무것도 없는 허공 중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이며 두사람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종들은 여기 있습니다. 하명하십시오. 주인님.]

[이곳에 온 자들은 누구누구인가?]

노인은 여전히 눈을 내리감은 채 물었다.

그러자 그의 뒤쪽에서 나직한 음성으로 누군가가 말했다.

[검성(劒聖)과 독비신검객(獨臂神劒客)을 제외한 십대고수(十大高手)가 다 모였습니다.]

[단혼곡주 하삼풍도 왔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

노인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어떻게 하여 소문이 이처럼 날 수 있었단 말인가? 당금의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인 무치(武痴) 동호천 노선배의 은거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단 말인가?]

[...!]

환사와 섬쾌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주인이 모르는 것을 그들이라고 알리가 없다.

그때였다.

휘이이익!

한줄기 백영이 빛살처럼 노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순간,

번쩍!

파아아앗!

백색검광이 허공중에서 그어지며 백영을 향해 짓쳐갔다.

그때 노인이 소리쳤다.

[무례하지 마라!]

그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검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백영이 유유히 그의 뒤로 날아떨어졌다.

[허허허허...!]

웃음을 터뜨리는 그자는 긴 수염을 휘날리는 네모난 얼굴의 각진 턱을 가진 사자같은 인물이었다.

[만박노조(萬博老祖)께 두 사람의 귀신같은 비밀호위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명불허전이오.]

만박노조...

그렇다.

오척단구의 노인은 바로 만박노조였던 것이다.

이정삼사오객(二正三邪五客) 중 이정(二正)에 속한 인물로, 무림의 고수들을 논할때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사람이 이 신비(神秘) 속에 감춰진 기인 만박노조인 것이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단혼곡의 하삼풍, 하곡주이신가? 노부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 왕림하셨나?]

단혼곡주,

그렇다면 삼사(三邪)의 우두머리로 불리우는 그가 아닌가?

만박노조의 두 하인이 말한 대로 진정 이곳에는 당금의 고수중 열에 아홉은 모인 곳이란 말인가?

단혼곡주 하삼풍은 얼굴을 실룩실룩했다. 자신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 만박노조에게서 모욕을 당한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분노를 억누르고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노조께서 방금 전에 본좌의 소식을 묻지 않으셨소?]

(그때 이자는 적어도 삼백장 밖에 있었는데... )

만박노조는 내심 하삼풍의 공력에 놀라움을 금치못하며 뒤로 돌았다.

하삼풍의 입가에 뜻모를 미소가 걸렸다.

그가 말했다.

[이 하삼풍은 수완을 부리는 데는 둔한 사람이오. 단도직입적으로 말합시다.]

[그대가 내게 할말도 다 있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고 하지 않았소?]

하삼풍은 눈쌀을 찌푸렸다.

[허허허허...]

만박노조가 허탈한 듯 나직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 웃음 속에는 가공할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

(이런...! 허무살소(虛無殺笑)! 이 늙은이가...)

하삼풍은 심장이 바늘로 찔리는 듯한 충격을 순간적으로 받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

만박노조가 허무살소를 그치고 입을 열었다.

[이곳에 온자들 중에 고수가 아닌 자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하곡주와 나를 능가할 인물은 아마도 없겠지? 그래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이곳에 온 자들 중에는 아마 없겠지만 저곳에 있는 자는 우리가 힘을 다 합친다 해도 상대가 안될 거요.]

하삼풍이 동정호의 호심에 떠있는 부주를 가리키치면서 말했다.

만박노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치 동호천 선배를 이길 순 없겠지.]

[그렇소. 동선배는 나와 출신을 달리하기는 하지만 내가 극히 존경하는 분이오. 그러나 이제 곧 고인(故人)이 되실 것이오.]

하삼풍은 말을 하면서 만박노조의 표정을 살폈다.

만박노조는 그의 말에 수긍하는지 묵묵히 있었다.

하삼풍의 말이 이어졌다.

[동선배의 무공은 고수들 중에서도 군계일학이오. 이정삼사오객이라 불리는 우리가 그다지 큰 충돌을 벌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사실 동선배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는 뜻이 있었음을 노조께서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오.]

만박노조는 머리를 끄덕였다.

[사실 그렇지.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지리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하곡주부터 말일세.]

[아마 그럴 것이오.]

하삼풍은 겸면쩍게 웃었다.

그는 야심(野心)을 속으로 감추는 인물이 아니었다. 적어도 남이 짐작하는 야심은...

[하지만, 노조께서도 들었을 것이오. 동선배께 바보같은 제자가 하나 있다는 말 말이오. 그자가 동선배의 무공을 그대로 이었다면 향후의 무림은 오로지 그자의 뜻에 따라 좌우될 것이오.]

[...!]

하삼풍이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했다.

[어리석은 자의 손에 무림이 좌우된다는 것은 위험하기 이를데 없을 것이오.]

[만약 그대같은 자의 손에 조종되지만 않는다면 그다지 염려할 것도 아니지.]

만박노조는 하삼풍을 쏘아보면서 말했다.

하삼풍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어쨌든 앞으로 우리들의 충돌은 아마 피할 수 없게될 것이오. 이정의 일인으로서 노조께서는 무림의 안위가 염려스럽지 않소?]

만박노조는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하곡주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고 하고서도 말을 돌리기만 하는군. 그럼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하하하하... 그것도 좋겠소. 내뜻에 꼭 맞는 말이오.]

하삼풍의 의도는 분명했다.

그는 자신이 할 말을 만박노조가 하는 것도 좋다는 말을 하면서 그것이 자신의 뜻에 맞다고 했다.

이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서로가 힘을 합친다는 것이리라.

만박노조가 말했다.

[이번 만은 하곡주와 힘을 합치도록 하지. 그러나, 그 댓가는 분명히 정해야 할걸세. 나는 동선배의 제자를 데려가겠네. 그 나머지는 뭐든지 자네가 차지하게.]

[이의없소이다.]

하삼풍의 포권을 하면서 말했다.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