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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폭풍탑은 1994년에 박스본으로 출간했던 작품입니다.*** 

 

 

와룡강 기정무협소설

 

     천신폭풍탑 天神暴風塔

 

 

 

卷頭 蛇足

 

이번 작품은 옥총서생(玉葱書生;옥수수)같은 내용이다.

껍질을 하나씩 벗겨가다 보면 점점 거대한 그 무엇에 만나게 되고 전체를 통괄하는 커다란 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설정된 하나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주인공의 우여곡절과 운명을 만나게 될 것이다.

주인공은 분명히 강하다.

하지만 그보다 강한 자도 존재한다.

신비하기 이를데 없는 천신폭풍탑(天神暴風塔)을 만든 폭풍무존(暴風武尊)의 무공은 고금제일이며, 그는 천년의 시간을 격하고도 여전히 살아있다.

폭풍무존뿐만 아니라 독존패왕궁의 궁주인 혁련무적(赫連無敵) 역시 주인공보다 강하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다.

정신적인 불구를 딛고 일어서면서도 오직 무림의 평화라는 하나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청년의 정열(情熱)이 그에게는 있다.

자신의 신념을 결코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보다 강한 적에 맞서는 청년의 패기(覇氣)가 있다.

정체를 모르는 여인과의 사랑에 자신을 내맡기는 무모함이 있다.

때로는 소중한 시간을 무심코 흘려버리는 어리석음을 보일 때도 있고, 주어진 상황에 끌려가는 소극성을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는 자신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어리석을 때는 자신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고, 소극적일때는 소극적이라는 것을 안다.

능력이상으로 자만하지도 않으며, 능력이상의 과욕도 부리지 않는다.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그의 의지가 자신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종국에 이르러서는 무림의 흐림을 바꾸어 놓는 대역사를 이룬다.

부분적으로 흥미를 돋구기 위한 내용도 들어있음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관대한 독자라면 작은 것에 치우쳐 창의성을 비웃는 그런 일은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본저자는 과분하게도 어떤 칭찬같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무협이란 전적으로 재미를 만들기 위해 쓰는 것이고, 독자는 재미를 위해 읽는 것이기 때문이다.

간혹 저자의 생각이 독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어도 세권의 책에 단 한마디의 말도 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본 저자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독자제현께서 이 작품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모든 복잡한 것을 잊어버리고 재미있게 봐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 작은 바람은 어느 정도 충족되리라 기대하면서 독자제현에 대한 인사를 마친다.

 

 

 

 

 

 

序章

 

           恩世正劍會 獨尊覇王宮

 

 

 

<은세정검회(恩世正劍會)!>

 

그것은 환상(幻想)의 전설이다.

아니, 절대의 의미를 지닌 하나의 신앙체(信仰體).

이른바 무림평화의 암중수호전(暗中守護殿)이라는 은세정검회.....

전설은 그들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정도무림(正道武林)의 힘으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극강의 사마(邪魔)가 창궐하여 천하가 수습할 수 없는 위기에 빠져들 때... 그때 비로소 은세정검회는 나타난다.

 

-대정수호(大正守護)의 대명(大命) 아래, 이름없는 범인(凡人)으로 세상 곳곳에 숨어있는 은세정검회의 은자(隱者)...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들이며, 하나같이 진정한 무예를 일신에 지닌 개세고수들이다.

 

이같은 전설은 이미 천년 이전부터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은세정검회에 대해서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과연 그들이 현실로 존재하고 있는지 조차 자신있게 장담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은세정검회란 그저 환상처럼 아스라이 떠도는 전설속의 이름일 뿐이고... 이제는 그같은 전설이 있었다는 사실마저도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독존패왕궁(獨尊覇王宮)!>

 

사마(邪魔)의 창궐을 막으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은세정검회라면,

그러한 은세정검회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리는 신비한 세력이 있으니 바로 독존패왕궁이다.

완벽한 무림지배의 힘을 갖추어 놓고서 그들의 숙적인 은세정검회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독존패왕궁...

먼저 나서는 자는 필연적으로 당하게 된다.

그러하기에 독존패왕궁은 길고도 오랜 세월을 은세정검회를 대비하며 그늘 속에 숨어있었다.

하지만 세상사람들은 은세정검회마저 잊어버렸거늘 어찌 독존패왕궁을 기억할 수 있겠는가?

천하를 어둠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가공할 힘이 존재하고 있음을 세상은 모르고 있었다.

 

-은세정검회!

-독존패왕궁!

 

이들은 과연 지금도 존재하는가?

아무도 대답해줄 수 없다.

무림에는 무수한 세력과 고수들이 명멸해 갔지만 그들은 아직 한번도 그 전모를 들어내보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 * *

 

그곳은 죽음의 마역(魔域)이다.

오직 죽음 밖에 존재하지 않는, 오직 죽음의 귀기만이 자욱이 흐르고 있는...!

사시사철 항상 짙은 운무에 뒤덮여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으며 낮에는 죽음의 열기(熱氣), 밤에는 죽음의 한기(寒氣)가 뿜어져 나와 접근하는 일체의 생명체를 사체로 만들고야 마는 그야말로 절대의 사역(死域)이다.

 

<이기소혼곡(二氣燒魂谷)>

 

대자연의 신비한 힘이 만들어놓은 지상의 지옥(地獄)!

그러나, 그곳이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단지 그같은 곳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빛바랜 옛 고서에 간간히 보일 뿐이다.

하물며 그 절대의 사지 속에 인간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고오오오...!

문득 여명의 아침 하늘을 갈가리 찢어내며 장엄한 붕조(鵬鳥)의 울음소리가 신비롭게 울려퍼졌다.

안휘성(安徽省) 외곽에 자리한 구화산(九華山),

칼끝같이 늘어선 구화산의 수천 군봉 위로 한 마리 거대한 붕조의 자태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전설의 만금지왕(萬禽之王)인 묵령신조(墨翎神鳥)였다.

묵령신조는 오백여 년 전에 존재했던 마도(魔道)의 하늘 마중천(魔重天)의 상징이었으며, 대대로 마중천의 지존인 마중천주(魔重天主)와 영()으로 통해있다는 전설속의 신조다.

콰아아아!

묵령신조는 자태를 드러냄과 동시 불가사의한 속도로 이기소혼곡으로 내려 앉았다.

“....!”

깍아지른 듯한 양쪽 절벽이 하늘까지 가리운 채 침침한 어둠을 형성하고 있는 이곳에 내려선 묵령신조의 등에는 마치 태양같은 신위를 보이고 있는 인물이 우뚝 서있었다.

붉은 얼굴에 배꼽어림까지 늘어뜨린 검은 수염은 그를 미염공(美髥公)이라 칭할수 있을 만큼 기품이 있어보였다.

미염의 노인은 묵령신조의 등에서 천천히 내려섰다.

그의 품에는 어린 소녀가 안겨 있었다. 곤히 잠들은 듯 보이는 그소녀는 정말이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소녀는 입가에 화사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불과 열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아이지만은 몸매의 조형미는 완벽, 아니 그 이상이었다.

뿐인가?

만지면 묻어나기라도 할 듯 곱고 투명한 피부하며... 한 나라도 위태롭게 만든다는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바로 이런 아름다움을 두고 생겨난 말이리라.

미소녀를 안은 미염공은 무거운 긴장이 감도는 시선으로 협곡 저편의 자욱한 홍무가 감도는 곳을 주시했다.

"이기소혼곡... 이곳이다."

 

-이기소혼곡!

 

그렇다. 묵령신조가 내려선 이 협곡의 저편이 바로 이기소혼곡이었다.

개벽(開闢)의 혼돈(混沌)이 아직 살아숨쉬고 있다는 전설속의 그 비역이 바로 이곳 구화산에 자리하고 있엇던 것이다.

미염공은 비감한 표정으로 자신의 품안에서 잠들어있는 미소녀를 내려다 보았다.

"자(紫鳳)! 네 아버지의 말이 사실이라면... 너는 저곳에서 새롭게 태어나야만 한다. 이제 너는 이십세가 될때까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마중천...! 오직 마중천에 이르러야만 진정한 너를 되찾게 된다."

소녀는 대답이 없다. 달콤한 꿈에 젖었는지 얼굴 가득 미소만 지으며 곤히 자고 있을 뿐이었다.

미염공의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품에서 자그마한 백색 화살을 꺼냈다.

"은세초혼전(隱世招魂箭)! 자봉아! 너를 마굴(魔窟)로 던져야 하는 이 할애비를 용서하거라."

미염공의 음성은 가늘게 떨렸다.

!

갑자기 은세초혼전이 소녀의 심장에 깊이 박혔다.

“....!”

순간 소녀는 눈을 부릅떴으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이내 축 늘어져 버렸다.

 

잠시후,

꾸우!

묵령신조는 소녀의 곁에서 구슬픈 듯이 울었고, 노인은 인간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경공을 펼쳐 이기소혼곡을 벗어나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죽어버린 소녀의 손에는 뜯어진 서찰이 하나 쥐어져 있었다.

그 서찰의 내용은 이러했다.

 

<마중천주(魔重天主) 황자강(黃自强)이 삼가 존귀하신 독존패왕궁(獨尊覇王宮)의 지존께 만배를 올리오며...

-중략(中略)-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

-중략(中略)-

부디 은세정검회(恩世正劍會)을 멸하여 사무친 복수를 해주시기를... (下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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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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