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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一 章

 

            얼음속의 殺氣

 

 

 

-대별산맥(大別山脈)!

 

하남(河南)과 호북(湖北), 안휘(安徽)등 삼개성을 경계짓는 장대한 산맥이다.

대별산맥은 광대하기 이를데 없어 그 안에 속한 명산만해도 동백산(冬柏山), 계공산(鷄公山), 작산(雀山), 천주산(天柱山)등 십여개에 이를 정도다.

때는 겨울, 대별산 일대는 천지가 온통 눈으로 덮혀있다.

그 흰눈에 반사된 일광은 토끼의 털을 새까맣게 그을려 놓을 정도로 눈부시다.

한데...

[어 춥다 추워!]

[그러게 말이오. 올해는 유난히 추운 것같소.]

[한데 셋째는 어찌 아무 말도 없는가?]

[낄낄낄... 대형! 나는 벌써 입이 얼어붙었소이다.]

[그럼 말 나오는 데는 방귀나오는 그곳이냐?]

[우하하하하... ]

손에 지팡이를 짚은 세 노인이 눈길을 걸으며 농담을 하고 있었다.

우스개소리를 하고는 있지만 그들은 전혀 추운 것처럼 보이지 않고, 그 풍모는 마치 신선과 같아보였다.

쿡쿡 눌러짚는 지팡이질에도 불구하고 눈위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다.

답설무흔(踏雪無痕)의 경공술을 이렇게 천천히 가면서, 그리고 농담까지 해가면서 펼칠 수 있는 고수들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단 말인가?

있다면 아마 그 수효는 열을 넘지 못할 것이고, 어쩌면 그들 외에는 아예 없을 수도 있으리라.

세 노인은 모습이 마치 쌍둥이인 듯 똑같다.

모두가 빛바랜 회색 도포를 입었는데 도포자락이 길어서 발까지 덮혔다. 그 때문에 어쩌면 발이 없는 유령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정도다.

얼굴은 붉으스레하고 눈은 길고 흰 눈썹속에 거의 파뭍혀버렸으며, 석자는 못되어도 두자는 족히 될 것같은 흰 수염은 바람을 따라 춤을 춘다.

나란히 걸어가는 세 노인 중 가장 오른쪽의 노인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독왕동(毒王洞)의 갈늙은이가 우리를 보면 아마 기절초풍할거요.]

[그러면 안되지. 그럼 백로주(白露酒)를 우리가 직접 찾아먹어야 할게 아닌가? 난 이 눈속에서 땅속을 여기저기 파헤치는 건 질색이야.]

가운데 노인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러자 듣고 있던 맨 왼쪽의 노인이 버럭 소리를 쳤다.

[이 술도둑놈아! 너 때문에 세상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피하는 것아니냐? 네가 술만 적게 훔쳐먹었더라도 우리가 하려는 일들은 훨씬 쉬워졌을 것이다.]

싫은 소리를 들은 가운데 노인이 펄쩍 뛰면서 말했다.

[형님은 어찌 나만 갖고 그러시오? 정작 세상의 인간들이 제일 꺼리는 사람이 형님이라는 걸 왜 모르시오? 무림에서 제일가는 무공(武功) 도둑이 누구인데... !]

가운데 노인의 말은 중간에서 막혀버렸다. 그에게서 형님이라 불린 왼쪽의 노인이 한뭉치의 눈을 그의 입에다 쳐넣어버린 것이다.

!

벼락같은 솜씨로 가운데 눈을 가운데 노인의 입에 밀어넣은 왼쪽 노인이 그의 가슴을 가볍게 치자 꿀꺽 소리가 나며 눈덩어리가 그대로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렸다.

꼼짝없이 눈덩이를 삼켜버린 가운데 노인은 눈이 빨갛게 될 정도로 화가 났다.

[입을 막는다고 진실이 뚫고 나갈 구멍이 없을 줄 아시오?]

[어디 한번 해봐라. 눈은 대별산을 덮고도 남는다. 진실이라는 것이 나오는 구멍마다 남김없이 막아주마.]

왼쪽 노인은 정말 그렇게 할 기세다.

결국 가운데 노인은 끓어오르는 속을 삭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약간 앞서 걸어가며 속으로 말했다.

(주책바가지같으니...! 겨우 반각 먼저 태어났으면서 형이라고 밤낮...! 그래 형이니까 죽을 때도 아마 먼저 죽을 거야. 이제 그렇게 큰소리치며 살 날도 얼마 남지도 않았을 걸? 올해로 벌써 백서른한살이니까.)

가운데 노인이 당하는 것을 본 오른쪽의 노인은 아예 입을 닫고 있었다.

똑같은 모습의 세 노인이지만 왼쪽의 노인은 아마 이들 사이에서 폭군이나 마찬가지인듯하다.

한데,

휘익!

앞서 나가던 가운데 노인이 갑자기 번개처럼 물러섰다.

[무슨 일이냐?]

좌측의 노인이 물었다.

가운데 노인은 허리에서 요대를 풀어들며 말했다.

[조심하시오. 누군가 앞에 잠복하고 있소. 엄청난 고수요.]

나머지 두 노인은 앞을 주시했다.

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수백년은 묵었을 듯한 한그루 거대한 소나무만이 눈속에 푸른 그림자를 드리우며 오연하게 서있는 것이 다소 별나게 보일 뿐이다. 몇 아름이나 되어 신기(神氣)가 느껴지는 고송(古松)이다.

[거 뭐가 있다고 그러시오?]

막내인 듯한 오른쪽의 노인이 불쑥 앞으로 나서 걸어가며 말했다.

파팟!

그러나 아람들이 소나무 근처에 가자마자 그는 기세당당하게 걸어갔던 것과는 딴판으로 벼락처럼 물러나며 혈죽선(血竹扇)을 펼쳐들었다.

한 겨울에 부채가 어색하기는 하지만 그의 표정은 진지하고,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가볍게 진저리쳤다.

[작은 형 말이 맞소. 감당하기 어려운 살기였소.]

좌측의 노인, 그러니까 이들 세노인 중의 맏이가 굳어진 표정으로 외쳤다.

[어느 방면의 친구가 노부 형제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오?]

[...]

하지만 앞쪽은 여전히 조용하기만 하다.

좌측의 노인은 상대방쪽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무시당한 듯한 기분이들었다.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감히 나 동호천(董湖天) 앞에서 신비한 척을 하다니... 껍질을 벗겨버려야겠다.)

노인의 이름은 동호천이었다.

 

당금무림의 절세고수들을 꼽으라면 누구든지 이정(二正)과 삼사(三邪), 그리고 오객(五客)을 꼽는다.

그들 십인(十人)의 무공은 천하에서 상대할 고수가 없으리라고 말해진다.

그러나, 그것은 천하인들이 삼노(三老)를 제쳐놓고 말할 때 뿐이다.

젊었을 때는 삼괴(三怪)로 불리웠으며 늙어서는 삼노로 불린 인물들,

그들 중의 첫째는 무치(武痴) 동호천(董湖天)이며,

둘째는 주치(酒痴) 동복신(董福身)이고,

셋째는 보치(寶痴) 동적선(董積善)이다.

이들 삼노는 전대의 고수들로 무림에서 행동할 때 기괴하기 이를데 없었으나 어느 누구도 그들과 싸우려 하지 않았다.

주치 동복신과 보치 동적선의 무공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전혀 없지만 무치 동호천의 무공은 전설처럼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동호천은 싸우려는 상대방이 펼칠 무공을 먼저 펼쳐보이는 인물이다.

그것도 상대방보다 더욱 완벽하게 상대방의 비전절예를 펼쳐보인다.

그리하여 싸우기도 전에 상대가 기가 질려 물러나게 하고야 만다.

남과 직접 싸우는 경우가 없었기에 그를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으로 인정하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고수들일 수록 그를 두려워하고 천하제일인으로 인정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무공이 약한 사람들은 그가 보잘 것 없는 무공을 펼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천하에 손꼽히는 고수들은 동호천이 그들 자신의 절세적인 무공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삼류무공처럼 간단히 펼쳐내는 것을 보았다.

동호천은 살아있는 전설이며 숨쉬는 신화이기도 하다.

성품은 낙천적이고 소탈하지만 그의 무공은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한다.

동호천은 그런 인물인 것이다.

 

동호천은 슬쩍 몸을 흔들었다.

스읏!

그 순간 이미 그의 몸은 굵은 소나무 앞으로 다가가 있었다.

뒤에서 동복신과 동적선이 소리쳤다.

[조심하시오. 형님도 감당하지 못할 지 모르겠소.]

(저런 죽일 놈들!)

동호천은 야유하는 동생들에게 눈을 흘기고는 번개처럼 빠르게 소나무 뒤로 돌았다.

몇 아름은 되는 굵은 소나무 둥치에 가려져 동호천의 모습이 다른 두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뒤에 누가 있소?”

동복신이 소나무쪽에 대고 외쳤다.

하지만 소나무 뒤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동복신과 동적선의 비슷하게 생긴 얼굴이 서로를 돌아보며 찡그려졌다.

파팟!

잠시 더 동호천의 대답을 기다리던 동복신과 동적선이 동시에 몸을 날려 허공에 흰 선을 그리면서 소나무를 향해 날아갔다.

공력을 모두 끌어올린 두사람의 옷은 마치 철판처럼 경직되어 있었다.

나무에 다가갔을때 예의 살기가 다시 두사람의 심장을 얼릴 듯 느껴졌다.

[차앗!]

둘째인 동복신의 손에서 요대가 빳빳하게 펼쳐지며 새파란 검기를 뿜었다.

그와 동시에 막내 동적선의 부채도 허공을 갈랐다.

번쩍!

실로 귀신같은 빠르기며 태풍처럼 강한 위력을 지닌 공격들이었다.

순간,

[멈춰!]

갑자기 동호천의 음성이 소나무 뒤에서 터져나왔다.

파팍!

이어 백색원반 하나가 선을 그리며 날아와 두사람의 공격을 차단했다.

동복신과 동적선이 병기를 거두며 소나무를 돌아 옆으로 날아내렸다.

그들의 눈에 소나무를 살펴보던 동호천이 접시를 손에 받아드는 것을 보였다. 동호천은 접시로 자신들의 공격을 막아냈던 것이었다.

동호천의 눈은 여전히 한아름 가득 될 소나무에 고정되어 있었다. 살기는 바로 그 아람들이 소나무로부터 뿜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나무의 중간쯤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있는데 그 구멍은 눈이 녹아 얼은 얼음으로 막혀있었다.

그러나 동호천의 눈은 뿌연 얼음 속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얼음 속에는 불과 예닐곱 살쯤 되었을까 싶은 어린 아이가 눈을 부릅뜨고 있지 않은가?

동적선이 어이가 없어 물었다.

[이 끔찍한 살기(殺氣)를 아이의 시체가 발하고 있단 말이오?]

[아직 시체라고 말할 순 없다.]

동호천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동복신이 다시 물었다.

[심장이 멎고 피가 얼어붙을 정도인데도 시체가 아니오?]

[멍텅구리들. 그러니까 무공이 늘지를 않지. 살기를 내뿜을 수 있다는 건 정신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살기는 내공(內功)이나 마찬가지로 정신력의 결집이 아니더냐?]

동호천이 두 동생을 욕하며 말했다.

그리고 소매를 칼날처럼 세워 소나무를 베어 넘겨뜨렸다.

우두두두!

세사람의 장정이 안아도 다 안을 수 없을 것같던 우람한 소나무는 얼음으로 막힌 작은 구멍의 윗부분에서 베어져 버렸다.

또한, 아랫부분도 잘라져 어린 아이의 시체가 있는 부분만이 따로 분리되었다.

동호천은 그 통나무토막을 끌어안았다.

[살아날 수만 있다면 이 아이는 이십세 전에 천하제일인이 될 것이다. 또한, 오십세가 되기 전에 고금제일인이 될 것이다.]

동호천의 말에 동복신과 동적선이 입을 딱 벌렸다.

화라라락!

그 사이에 동호천은 이미 몸을 날리고 있었다.

[따라 오너라. 동왕동 갈영감의 손을 빌리지 않고는 아무 일도 안된다.]

 

× × ×

 

단촐하게 꾸며진 석실(石室),

탁자를 가운데 두고 네 명의 노인이 둘러앉아있다.

그런데 그 탁자위에 놓여있는 것은 음주가효도 아닌, 얼어붙은 하나의 나무토막이었다. 바로 동호천이 가지고 온 아이가 들어있는 소나무 토막인 것이다.

스으! 스으!

나무토막, 아니 그 속에 얼어붙은 아이는 여전히 가공할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동호천등 삼노의 맞은 편에는 머리카락이라고는 한오라기도 없는 독두옹(禿頭翁)이 앉아있다.

그가 바로 무림인들이 상종조차 하기를 꺼리는 독왕동(毒王洞)의 동주 독왕(毒王) 갈천상(葛天祥)이다.

 

[동대형(董大兄)한테는 미안하지만 안되겠소. 섣불리 녹이려다가는 아주 부숴버리고 말게요. 내 생각에는 양지바른 쪽에 묻어주는 게 좋을 것 같구려.]

나무토막을 살펴본 독왕 갈천상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무림인들이 가장 꺼리는 인간이라는 독왕 갈천상이지만 세상 밖의 존재같이 여겨지는 삼로 앞에서는 본래의 괴팍한 성질을 억지로라도 죽일 수밖에 없다.

묻어주라?”

독왕 갈천상을 주시하고 있던 동호천의 눈이 은은한 노기를 나타냈다.

그의 칼날같은 눈빛을 받은 갈천상이 흠칫했다.

동호천은 손을 탁자위에 얹어놓으며 나직하게 말했다.

[삼십년 전... 단혼곡주(斷魂谷主) 하삼풍(夏三馮)의 아들을 살해하고 그가 지녔던 단혼검(斷魂劒)을 챙겼던 자가 있었지. 아무도 그 흉수를 몰랐고, 또한 하삼풍이 길길이 날뛰며 조사했어도 흉수의 그림자도 볼수 없어 그 사건은 미궁속에 빠져버렸었지.]

갑자기 갈천상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의 눈빛은 경악으로 가득 차있었다.

동복신이 물었다.

[갑자기 그 무슨말이오? 단혼곡의 하삼풍의 이름이 지금 여기서 왜 나와?]

동호천은 대답대신 입다물고 있으라는 눈총을 쏘아보냈다.

그리고 계속 말했다.

[지금도 하삼풍은 아들의 흉수를 찾기위해 이를 갈고 있다더군. 어쩌면 대충 감을 잡고 있을지도 모르지. 더구나 내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말이야.]

[동대형은 내가 그 흉수란 말이오?]

갈천상은 노기를 억누르며 말했다.

동호천은 단지 입가에 미소만 지어 보였을 뿐이고 동복신과 동적선은 놀란 표정이었다.

!

갈천상이 탁자를 치며 소리쳤다.

[한번 말해보시오!]

탁자가 한자정도 내려앉아버렸다.

하지만 부서지지는 않았다.

갈천상의 내공에 의해 다리가 바닥을 뚫고 들어간 것이었다. 나무로 만든 탁자를 두드려 돌로 된 바닥을 뚫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공력이었다.

돌연, 동호천은 어깨를 펴면서 말했다.

[갈천상... 단혼검을 지녔다고 해서 큰소리치는 건가?]

느릿한 음성이다.

그러나, 동호천의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무형의 기운은 태산이 방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했다.

[!]

갈천상은 자신도 모르게 주춤 두걸음이나 물러났다.

동호천이 갑자기 너무 커보였던 것이다.

동호천이 위압적인 음성으로 말했다.

[네게 단혼검이 있음은 알고 있다. 그리고, 단혼검보다도 더 중요한 오독패혼경(五毒覇魂經)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

[그런 것들 보다는 아마도 네 목숨이 더 중요하겠지.]

갈천상은 식은 땀을 흘렸다.

설마 동호천이 아무리 무치(武痴), 만나면 숨길 수 있는 무공이 없다는 무치라고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드러내본 적이 없는 오독패혼경과 단혼검의 존재까지 알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이미 발뺌하기도 틀렸다.

갈천상은 탄식하며 말했다.

[동대형, 무엇을 원하시오?]

[처음엔 오독패혼경만을 원했다. 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그러나 자네는 말을 그르쳤네. 오독패혼경으로 이 아이를 살릴 뿐만 아니라 단혼검도 이 아이에게 주게.]

단호하게 내뱉는 동호천의 말은 하늘과 땅이 뒤집어진다고 해도 번복되지 않을 듯이 들렸다.

동복신과 동적선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대충 짐작하고 갈천상을 마치 딴사람처럼 보고 있었다.

갈천상은 그들과 친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끔 만나는 사람으로 무림의 일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 자였다.

또한, 제자도 기르지 않고 아내도 없이 언제나 혼자 사는 괴팍한 노인이다.

그런데 그가 당금무림의 십대고수(十大高手)중 삼사(三邪)에 속하는 단혼곡주 하삼풍의 아들을 죽이고 단혼검을 빼앗았다지 않은가?

동복신 등은 그럴리가 있나 하는 눈빛으로 갈천상을 바라보았다.

갈천상은 도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동대형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소만, 단혼검은 내가 보관하고 있소. 그러나 맹세하건데 하삼풍의 아들은 절대 내가 죽이지 않았소.]

동호천이 빙그레 웃었다.

[나는 자네가 내 말에 따르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세. 내 아우들도 마찬가지고.]

[그렇고 말고요.]

형의 눈빛을 받은 동적선이 제빨리 대답했다.

갈천상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일어섰다.

[아이를 들고 따라오시오.]

갈천상은 석실의 한쪽 벽으로 다가가 양손으로 밀었다.

그그긍!

갑자기 벽이 빙글 돌면서 그의 몸이 석벽안으로 사라졌다.

동호천 등은 그를 따라 들어갔다.

 

석벽 안쪽은 어두침침한 동굴이었다.

자연석동(自然石洞)을 약간 개조한 듯, 여기저기 깎여진 바위들이 보였다.

그렇지만 동굴의 낮은 천정은 허리를 숙이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약간 들어가다보니 향기로운 냄새가 동굴속에서부터 풍겨나왔다. 폐부를 시원하게 해주는 맑은 향기였다.

[갈동주는 영약을 기르는 모양이군.]

술을 밥보다도 더 좋아하는 주치(酒痴) 동복신이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내게 영약이라는 것은 오로지 독이 아니오? 지금 이 향기는 백송(白松)에서 채취한 망아독균(忘我毒菌)에서 나오는 것이오.]

심사가 꼬일대로 꼬여있는 갈천상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동복신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말했다.

[하지만 향기에 독은 없는 것같은데?]

[그것이 무서운 점이라오. 망아독균은 밖에서는 독균이라고 할 수도 없소. 하지만 복용하여 사람이나 짐승의 배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때부터 무서운 독이 되는 것이오.]

[한데 어째서 망아독균이오?]

말없이 듣고 있던 동적선이 불쑥 물었다.

갈천상은 동굴의 두갈래로 갈라진 부분에 이르러 우측의 동굴로 들어가며 말했다.

[그것을 먹는 순간부터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오. 자신을 잊는것은 물론이고 밥을 먹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잊어버리고... 심지어 움직이는 것조차 잊어버리니, 한마디로 그것을 먹는 순간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거요.]

우측 동굴의 안쪽은 커다란 석문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그그긍!

석문은 갈천상이 동굴 천정의 한곳을 지풍으로 누르자 안쪽으로 열렸다.

석문이 열리며 들어난 곳은 한칸의 넓직한 석실로써 가운데에는 석대(石臺)가 하나 놓여져 있고 사면 벽에는 선반들이 얹혀져 있는데, 그 선반 위에는 수백, 수천개에 달할 것같은 병들이 놓여 있다.

또한 선반 아래쪽에는 괴이한 기구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책들과 함께 놓여 있었다.

갈래진 두 동굴 중에서 하나는 독물(毒物)을 기르는 곳으로 사용하고 이곳은 독왕이 무공과 독을 연구하는 장소로 쓰고 있었다.

갈천상은 중앙의 석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선은 아이를 꺼내서 저기에 놓으시오.]

동호천은 수도(手刀)를 사용해서 마치 조각을 하듯이 소나무와 얼음을 베어내고 아이를 꺼냈다.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으며 눈을 부릅뜨고 꽁꽁 얼어있는 이 아이는 많아야 칠세 정도로 보이는 사내아이였다.

[!]

아이의 모습이 들어나는 순간 동복신이 감탄을 발했다.

갈천상 역시 약을 잡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아이를 쳐다보았다.

[놀랍군. 천년무골이야.]

동호천이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아름답게까지 보이는 어린 아이는 그에게 무한한 애정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비록 얼어붙어 있기는 하지만...

한데 동적선이 분노한 음성으로 말했다.

[누군가 아주 지독한 짓을 했어. 일부러 눈으로 이 아이를 덮어서 죽게 했소.]

[지금 그런 말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소.]

갈천상은 뻣뻣하게 쭈그리고 앉아 있는 소년을 모로 눕히며 말했다.

[살리고 싶다면 지금부터는 모두 내말을 들어야 하오. 일단 동대형께서 아이의 용천혈(龍泉穴)로 서서히 내공을 주입해 주시오.]

동호천은 즉시 소년의 발을 잡았다.

갈천상은 또 말했다.

[동둘째형께서는 샘물을 길어다 주시오. 동세째형은 내가 시키는 대로 금침(金針)을 꽂아주시오.]

네사람은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갈천상은 오독패혼경상의 구결을 이용하여 다섯가지의 독을 소년의 심장(心臟)에 직접 주입했다.

심장은 피마저 얼어붙었기에, 속이 빈 구리대롱을 뜨겁게 가열하여 구멍을 뚫어도 피가 나지 않았다.

그 구리대롱을 통하여 독이 흘러들어갔다.

치이이익!

마지막 독이 들어갔을때는 구리대롱마저 녹아서 소년의 가슴에 누렇게 덮혔다.

갈천상은 즉시 소년의 천령개에 손을 얹고는 오독패혼공(五毒覇魂功)을 운용했다.

피조차 흐르지 않는 소년의 몸은 두사람의 경이적인 고수의 내공이 움직이고 있었다.

먼저 용천혈에서 부터 경략을 뚫고 올라간 동호천의 공력은 거의 모든 폐쇄된 기혈을 타통시키고 있었고,

그 뒤를 따라서 갈천상의 오독패혼공이 소년의 몸속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갈천상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우리 세사람을 동시에 물속에... ]

그가 말하자마자 동적선이 공력으로 그들을 띄워올려 동복신이 준비한 큰 통속에 담갔다.

출렁!

통속에 가득하던 차가운 물이 바닥으로 넘쳐흘렀다.

갈천상의 입이 다시 열렸다.

[빨리 금침을...]

동적선은 금침합을 손에들고 뚜껑을 열었다.

갈천상이 말했다.

[천돌(天突)에 두치 이푼!]

즉시 동적선의 손에서 금침이 날았다.

파앗!

한줄기 황금빛을 뿌리며 날아간 금침은 정확하게 소년의 천돌혈에 가서 두치이푼의 깊이로 박혔다.

갈천상의 말은 계속되었다.

[화개(華蓋) 한치... 영허(靈墟)에 반푼... ]

그의 말에 따라 금침은 선을 그리며 날아가 벌거벗은 어린 소년의 몸에 차곡차곡 꽂혀들었고, 금새 소년은 고슴도치와 같은 모습이 되어버렸다.

차가운 물은 소년의 얼어붙은 몸을 녹여주고 있었고 금침과 오독패혼공의 공력은 다섯가지의 극독으로부터 소년의 몸을 보호해주고 있었다.

몸이 녹음에 따라서 피도 따라서 녹으며 얼어붙은 심장도 녹기 시작했다.

갈천상이 말했다.

[이제 동대형은 손을 떼도 좋소이다.]

동호천은 즉시 손을 뗐다.

갈천상도 손을 떼고 일어서면서 동적선의 손에서 금침을 받아 소년의 심장에 꽂았다.

[!]

동복신과 동적선이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소년의 심장에 꽂힌 금침은 무려 다섯 치나 되는 큰 것이다.

한데 갈천상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다시 그와 똑같은 침을 하나더 그 옆에 꽂는 것이었다. 그것도 더 깊이...

[이젠 거의 다 되었소. 하지만 성공할지는 오직 하늘만이 아실 것이오.]

갈천상은 중얼거리며 금침에다가 가느다란 철사를 두개 연결했다.

그리고 그 철사의 다른 끝에는 각기 이상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동라(銅螺)가 매달려 있었다.

갈천상은 그것을 동호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두개의 동라를 서로 부딛히게 하시오. 공력을 높혀서.]

...

동호천은 동라를 부딛혀 소리가 나게했다.

한데 그순간 물속에 드러누워 있던 소년의 머리가 쭈삣 서면서 몸이 펄쩍 하는 것이 아닌가?

갈천상이 놀라며 말했다.

[이런!]

그는 황급히 소년을 다시 석대위에 눕혔다.

[하마터면... 다시 한번 해보시오.]

...!

소년의 몸은 다시 펄쩍 한번 뛰었으나 여전히 아무 변화가 없었다.

갈천상의 얼굴에 초조한 기색이 어렸다.

그는 팍팍한 음성으로 말했다.

[다시!]

...!

소년의 몸이 다시 뛰었다.

동호천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소년의 생명을 구하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공력을 더욱 높혀서 동라를 울렸다.

... ...!

석실이 터져나갈 듯했다.

퍽퍽퍽!

파파파파팍!

사면 벽에 있던 병들이 일제히 터져나가며 독가루가 석실에 가득 날렸다.

하지만 그들 중에 어느 누구도 그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갈천상은 악을 쓰듯 소리쳤고, 동호천은 오성(五成)의 공력으로 동라를 두들겼다.

...!

천정의 돌부스러기가 부스스 쏟아졌다.

한데 이때였다.

푸악!

소년의 입에서 한사발은 족히 될 것같은 물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휴우...!]

소년은 긴 숨을 쉬면서 사르르 눈을 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전신에서 감돌던 무시무시한 살기도 어느새 사그라지고 없었다.

동복신이 소리쳤다.

[살았다!]

갈천상은 털썩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쏟아졌던 독물이 그의 옷에 스며들어 노랗게 변했다.

동호천은 그의 손을 잡으며 크게 웃었다.

[껄껄껄... 갈형! 정말 수고 많았소이다.]

[! 그말은 고마우나 나는 이제 동대형을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싶소. 사람을 이렇게 삶을 수가 있소? 하삼풍의 아들은 내가 죽인게 아니란 말이오.]

갈천상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동복신이 웃으며 말했다.

[갈형! 우리가 하삼풍과 특별한 친교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무얼 염려하신단 말이오? 또한 갈형이 어떤 다른 욕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소이다.]

[정말이요. 나는 하삼풍의 아들을 죽이지 않았소. 단혼검은 그야말로 우연히 내손에 들어온 것이오. 하삼풍에게 돌려줄까도 생각했었지만 그가 나를 믿어주지 않을 것같아서 그만둔 것이고....]

갈천상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갑자기 동호천이 크게 웃었다.

[허허허허... ]

[...?]

[...?]

갈천상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동대형은 내가 지금 거짓말 하고 있는 것같소?]

[아니 아니, 그게 거짓이 아니라는 건 내가 잘 알고 있지.]

동호천의 말에 갈천상이 눈을 크게 떴다.

[아니, 동대형께서 어떻게...?]

[하삼풍의 아들은 내가 죽였네.]

동호천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갈천상과 동복신 등이 아연실색을 했다.

그들은 입을 열지 못했다.

잠시 후 갈천상이 먼저 말했다.

[.... 당신도 살인을 하시오?]

그의 물음은 지당했다.

다른 무림인에게라면 우스울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최소한 동호천에게는 그러했다.

동호천은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상하게 해본 적도 없는 인물로 알려져 있는 것이다.

동호천이 말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 놈이 스스로 죽었다고도 할 수 있지. 놈은 감히 노부를 암습했어. 그게 그 망나니가 죽은 이유일세.]

동적선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형님의 호신강기(護身罡氣)에 반탄되어서?]

동호천의 머리가 끄덕여졌다.

그랬군. 어쩐지...”

갈천상이 고개를 연방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그때 절벽 아래를 지나다가 온몸이 으스러진 채 떨어지는 시체를 하나 받았는데 그 시체가 단혼검을 가지고 있었소. 나중에 알았지만 그게 하삼풍의 아들이었소. 한데 그때 그놈은 이미 내장이 조각조각나있어서 도저히 살아날 가망이 없었소. 그래서 나는 그를 묻어주고 단혼검만을 가지고 돌아왔던 것이오.]

[노부는 그때 절벽 위에 서서 갈동주가 단혼검을 얻는 것을 보고 그냥 떠나버렸지. 그때문에 내가 갈동주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이고.... 허허허]

동호천은 다시 한번 호탕하게 웃었다.

갈천상이 볼 메인 소리를 했다.

[그럼 손상된 내 오독패혼공은 어떻게 해주겠소? 동대형의 협박에 속아 넘어가는 바람에 사십년을 수행한 공력이 십년 수준으로 떨어져 버리고 말았소.]

[그것 가지고 뭘그러시나. 자 내가 좋은 술을 대접합세. 밖에 이미 준비해놨으니 나가세.]

동복신이 갈천상의 어깨를 툭치면서 말했다.

순간 갈천상의 안색이 홱 바꿨다.

[혹시...?]

[왜 아니겠소? 천일백로주(千一白露酒), 자네가 뒷쪽 석벽의 샘물 아래 숨겨놓은 천일백로주일세.]

동복신, 술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별명을 가진 그답게 어느틈에 술을 찾아서 준비해놓고 왔던 것이었다.

번쩍!

갈천상이 번개처럼 동굴을 빠져 나갔다.

동복신이 뒤에서 걸어가며 느긋하게 말했다.

[그래봤자 소용없을걸? 쏟아버리지 않는한 어느 곳에 숨기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내 별호가 주치(酒痴).]

동호천 등은 나가고 석대에는 발가벗겨진 어린 소년만이 고른 숨을 쉬면서 잠들어 있었다.

터져버린 약병에서 쏟아져 나온 독들이 석실을 떠다니는데...

 

* * *

 

동호천은 초랑초랑한 눈망울의 귀여운 소년의 손을 잡으면서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

소년은 빤히 동호천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하지만 그는 미소만 지어보일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동호천은 당황하여 갈천상을 보았다.

갈천상도 의외인 표정이었다.

소년은 이번에는 동복신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동적선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마도 똑같이 생긴 사람이 셋이나 있다는 것이 사뭇 이상한 모양이었다.

동호천이 그의 손을 살짝 끌어당겨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물었다.

[얘야, 네 이름이 무엇이냐? 네 부모님은 누구시냐?]

[?]

소년이 눈을 동그랗게 떠면서 손가락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그래.]

[나도 몰라. 모르겠는걸?]

소년은 고개를 흔들고는 갈천상을 보며 킥킥 웃었다.

갈천상의 대머리가 또 우스운 모양이었다.

동복신이 기막힌 듯이 물었다.

[이 아이가 어제 그 아이가 분명한가? 혹시 바뀌진 않았나?]

그럴리가 없다는 것은 자신도 잘 알고 있지만 물음은 그렇게 나왔다.

갈천상이 눈을 감고 고개를 비틀고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무래도 호흡을 오랫동안 하지 못하여 뇌가 손상된 것같소. 숨을 쉬지 못하게 되면 제일 먼저 손상받는 부위가 바로 머리 속의 뇌요.]

[그럼 이 아이가 바보천치가 되어버렸단 말인가?]

동적선이 놀란 음성으로 물었다.

갈천상이 탄식했다.

[아마도 우리는 헛수고를 한 것같소. 차라리 고이 죽도록 놔두는 것을...]

[함부로 말하지 말게. 이 아이의 눈을 보고도 그런말이 나오는가? 여전히 맑고 총명해. 나는 이처럼 지혜로 가득한 눈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네. 자네는 이처럼 빛나는 눈을 가진 바보를 보았는가?]

동호천이 노기띤 음성으로 말했다.

갈천상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동대형, 헛고생하지 마시오. 한번이면 족하오. 내가 독을 만지기는 하지만 의술에 대해서도 아마 동대형보다는 나을 거요. 자세히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이 아이의 뇌 기능 중의 태반은 마비되었을 것이오.]

[말씨름할 게 뭐있소? 직접 해보면 될 것을... ]

동적선이 말하며 탁자에 일자(一字)를 죽 긋고 물었다.

[얘야. 이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

[지평선(地平線)! 지평선이네.]

소년이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다. 음성이 아주 맑고 깨끗하여 듣기 좋았다.

동호천 등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동적선은 다시 일자에 한획을 더 첨가해서 이자(二字)를 만들었다.

[이건 뭐냐?]

[계단!]

소년이 재빨리 대답했다.

갈천상이 그것보라는 듯이 동호천을 힐끗 보았다.

동호천이 말했다.

[아직 어려서 글자를 배우지 않았을 수도 있지않나. 다른 걸 물어봐라.]

[그래봤자 헛소고일 것이오. 옷차림이나 골격으로 봐서 속된 가문의 자식은 아니오. 아직 글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되지 않소.]

갈천상이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나 동호천은 그의 말을 못들은 척하고 소년에게 물었다.

[두사람이 있단다. 그런데 다시 두사람이 더 왔단다. 그럼 모두 몇사람이 있느냐?]

[두사람!]

소년이 즉시 대답했다.

동호천은 다시 물었다.

[일곱개는 다섯개보다 많으냐 적으냐?]

[다섯개.]

소년은 이번에도 주저없이 말했다.

동호천은 속이 터질 듯한 것을 참으며 다시 물었다.

[일곱개는 다섯개보다 많으냐 적으냐? 많으냐 적으냐?]

[일곱개.]

소년의 대답에 동복신이 술을 들이키며 한숨을 쉬었다.

[! 형님, 이제 그만하시오. 갈형의 말이 맞는 모양이오. 천고(千古)의 인재(人才)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하늘도 무심하구려.]

동호천은 벌떡 일어서며 갈천상을 향해 물었다.

[어떤 방법이 없겠나? 영약이나 아니면 다른 어떤 거라도...]

[내가 알기론 그런 약이나 치료방법은 없소. 그러나... ]

갈천상은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건 원래의 백치와는 다르오. 만약 잘 먹고, 게다가 본인이 계속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 극복될 수도 있는 것이오.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가능할런지...]

[그정도만도 됐네.]

동호천은 소년을 앉아들었다.

그는 갈천상에게 말했다.

[언제고 다시 오겠네.]

파앗!

그는 마치 연기처럼 그자리에서 꺼져버렸다.

동복신과 동적선도 일어서며 갈천상에게 몇마디 인사를 건네고는 즉시 달려나갔다.

갈천상이 소리쳤다.

[단혼검은 가져가지 않으시오?]

[훗날 이 아이가 오거든 주게나.]

동호천이 천리전음으로 답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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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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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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