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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 (깨알을 다시 열 개로 쪼갠 정도 크기의 글씨다.) (너무 작아서 나 정도의 공력을 지닌 사람이 아니면 읽을 수 없다.) (그리고...) 눈을 부릅뜬 채 광명륜을 들여다보고

청풍; (무공비결!) 흥분

청풍; (이 글자들은 어떤 무공을 수련하는 비결이다.)

청풍; (무공의 이름은...) 정신을 집중하여 광명륜 속 용의 비늘에 적혀있는 글을 읽고

청풍; (광명법신(光明法身)!) 흥분하고

청풍; (광명법신이라는 무공인데...) (수련하면 몸속 경맥의 모든 장애와 적폐를 일소하여 무한정으로 공력을 쓸 수 있게 해준다.)

청풍; (흡정마고에게서 흡수한 막강한 내공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내게 안성맞춤인 무공이다.)

청풍; (광명법신이라는 이 무공만 익히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수가...) + [!] 생각하다가 흠칫! 하고

<이쪽이 극락전입니다 시주.> <감사하옵니다 스님!> 저벅 저벅! 말소리와 함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청풍; (나 말고도 참배하러 온 사람이 있다.) ! 광명륜을 급히 왼쪽 손목에 끼우고

청풍; (광명법신은 다른 곳에 가서 제대로 살펴보자.) ! 두쪽으로 분리했던 위패를 양손으로 집어들며 일어나고

달칵! 위패를 합치며 신단으로 다가가는 청풍. 그때

[어머나.] 극락전 안으로 들어서다가 청풍을 보고 좀 놀라는 중년부인. 나이는 5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데 머리는 반백이고 인자한 인상이다. 전형적인 귀부인 인상. 진상파의 나이 든 모습. 사실 이 여자는 진상파의 생모인 대려군. 한 두 번 나올 캐릭터. 하지만 신분은 대단하다. 혈전마가의 가주였던 무적혈신 대각의 딸이었다. 양손에 중지에 각기 하나씩의 가락지를 끼고 있다. 붉은 옥으로 다듬은 가락지.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는 가락지다

문 밖에는 청풍을 안내했던 중과 키가 훤칠하게 큰 젊은 여자가 서있다. 젊은 여자 이름은 환설. 다른 작품의 환설 캐릭터. 손에는 보자기로 싼 쟁반을 들고 있다. 쟁반에는 술병도 있는 게 보이고.

대려군; [선객이 있으셨군요. 방해가 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두 손을 아래로 모으며 고개를 숙이고.

청풍; [아닙니다.] 고개를 조금 돌려서 마주 숙이며 위패를 원래 장소에 놓고

청풍; [고인께 문안 올리고 나가려던 참이었습니다.] 입구쪽으로 오는데

[!] 다가오는 청풍을 보며 무언가 놀라는 대려군.

[!] 환설도 놀라는 표정이고. 이어

대려군; (이 아이는 설마...) + [실례지만 공자의 이름을 들을 수 있을까요?] 청풍의 얼굴을 빤히 보며

청풍; (이 부인이 왜 내게 관심을 보이는 건가?) + [이청풍이라고 합니다.] 츠으! 눈이 약간 빛을 내고. 그러자

<중동(重瞳)!> 빛을 내는 청풍의 눈동자 크로즈업 배경으로 대려군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의 눈동자 안에 원형의 테두리가 하나 더 있다.

대려군; (틀림없다!) + [이공자셨군요.] 뭔가 생각하는 표정으로 청풍을 지긋이 보고

청풍; (나를 왜 저렇게 뚫어져라 보는 건가?) + [소생에게 가르침이 계신지요?]

대려군; [초면에 가르침이라니 가당치도 않아요.] 고개를 좀 숙이며 웃고

대려군; [다만 주제 넘는 참견이겠으나...] [제수(祭需;제사에 쓰는 물품)없이 참배를 오신 것 같군요.] 청풍의 빈손을 보고

청풍; [지나가던 길에 들른지라...] 멋 적게

대려군; [그럼 고인께서 서운해하시지요.] [마침 제가 술을 넉넉히 준비해왔으니 고인께 한잔 올리시는 게 어떨까요?] 미소 짓고

청풍; (확실히 지나친 참견이지만 거절할 수도 없군.) + [염치없으나 폐를 끼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대려군; [폐랄 게 있겠어요?] [오히려 함께 계시는 영령들이시니 기꺼워하실 거예요.] [준비 하거라 환설(煥雪).] 밖에서 기다리던 환설에게

환설; [예 마님!] 대답하며 들어오고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 대려군. 그 옆에 쟁반을 내려놓고 보자기를 푸는 환설. 환설이 푸는 보자기 안에는 술병과 술잔, 안주와 과일들이 들어있다.

청풍; (어쩌다 보니 다른 사람의 제사에 참석하게 되었구나.) 두 손 모은 채 공손히 서서 보고. 환설이 안주와 과일들을 제단에 진설하고 있다.

 

#192>

극락전을 밖에서 본 모습. 주변에 사람은 없다. 안내했던 중도 다른 곳으로 가버렸고. 시간이 좀 지났다. 헌데.

절의 다른 건물 뒤에 숨듯이 서서 극락전을 보고 있는 음침한 인상의 사내. 족제비같은 인상이고. 이자는 기절초괴의 수하인 교칠. 그리 중요하지 않은 조연인데 경신술이 뛰어나다. 별호는 섬전비호

교칠; (혈모(血母)의 참배가 오늘 따라 길어지는군.)

교칠; (짜증이 나지만 참아야만 한다.) (혈모의 일거수일투족을 기절초괴님께 보고해야 하는게 나 섬전비호(閃電飛狐) 교칠(喬七)의 사명이니...) 하품하고

 

#193>

극락전 내부. 두 개의 위패가 제단에 놓여있고. 제단 앞의 향로에서는 향이 연기를 내며 타고 있고. 그 향로 앞쪽에 청풍과 대려군이 마주 앉아있다. 청풍은 술잔을 한손에 들고 있다. 음복하는 중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쟁반에 안주들이 얹혀져 있고. 대려군 옆쪽 조금 뒤에 환설이 무릎을 꿇고 앉아서 청풍을 유심히 보고 있다.

청풍; [오늘이 부군의 기일(忌日)이었군요.] 위패를 보고.

제단에 놓인 위패중 하나는 <先父 龍公神位)라 적혀있고 다른 위패에는 <先夫 皇甫公神位>라고 적혀있다.

대려군; [정이 많고 한없이 착한 분이셨지요.] 함께 위패를 보며 우울한 미소.

대려군; [함자가 황보륜(皇甫倫)이셨는데...] [마음도 약하셔서 하나뿐인 딸이 남에게 해꼬지를 당하자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셨답니다.] 위패를 보고

청풍; [따님이 화를 입으셨군요.] 놀라고

대려군; [딸아이의 이름은 황보혜(皇甫惠)로 이공자보다는 한 살 많은데...] [막 돌이 지났을 무렵 악의를 품은 자가 납치를 해갔어요.] 애잔하게 한숨

청풍; [어떤 자가 그런 천인공노할 만행을...] 분노

대려군; [이 계집의 아비는 어떤 문파의 수장이셨어요.] [다만 자식복은 없으셔서 아들들은 모두 요절하고 핏줄이라고는 이 계집 하나만 남았었답니다.]

대려군; [결국 원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딸인 제가 대를 잇게 되었지요.]

청풍; [문파의 수장 자리를 노리는 자가 부인을 협박하기 위해서 따님을 납치한 것입니까?]

대려군; [참담하고도 부끄러운 이야기지요.] 한숨

청풍; (문파 내의 누군가가 이분의 딸을 해꼬지 했구나.) 깨닫고

대려군; [딸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우리 부부는 상속을 포기해야만 했어요.]

대려군; [그렇게 모든 걸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딸은 끝내 제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답니다.] 애잔한 표정으로 한손을 가슴에 대고

청풍; [흉수가 따님을 시해한 것입니까?] 눈 번뜩. 분노. 눈에서 빛이 나고

대려군; (또 눈 속에 중동이 나타나네.) + [납치한 자의 변명에 의하면...] 청풍의 빛이 나는 눈을 마주 보면서

대려군; [함께 납치당했던 딸의 유모가 딸을 데리고 탈출했다가 실종되었다는군요.]

청풍; [실종된 게 아니고 부인을 두고두고 옥죄기 위해 따님을 감춰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대려군;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요.] 한숨

청풍; [주제 넘는 말이지만 제가 보기에 부인은 복이 많으신 분입니다.]

청풍; [흉수에게 여전히 인질로 잡혀있든 정말 실종되었든 따님은 잘 자라고 있을 것입니다.]

대려군; [큰 위로가 되는 말씀이에요.] 웃고

청풍; [인연이란 모르는 법 아니겠습니까?] [혹시 제가 강호에서 따님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 따님을 분간할 수 있는 특징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대려군; [말씀은 고맙지만...] 난감

환설도 찡그리고

청풍; [부담은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개 숙이고

대려군; [그리 말씀하시니 알려드리지요.]

대려군; [제 딸의 가슴에는 나비 모양의 반점이 있답니다.] 의미심장하게 웃고

청풍; (... 가슴 사이에 반점...) 얼굴 벌개지고

청풍; (그래서 알려주는 걸 망설였구나.) 쓴웃음

환설이 샐쭉하며 흘겨보고

대려군; [공짜로 신세를 질 수는 없지요.] ! 왼손 중지에 끼고 있는 가락지를 뽑는다. 붉은 색이 도는 가락지인데 얼룩덜룩 무늬가 있어서 고급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 왠지 놀라는 환설

대려군; [이 가락지를 보답으로 드리고 싶어요.] 두 손으로 가락지를 내밀고

청풍; [... 아닙니다.] 당황하며 손사래를 치고

청풍; [받을 수 없으니 거두어주십시오.] 고개 조아리는데

대려군; [보시면 알겠지만 얼룩진 옥으로 깎은 가락지라 그리 귀한 게 아니랍니다.] 더 내밀고

대려군; [별 가치는 없어도 제 성의라 생각하고 받아주세요.] 간절하게

청풍; (확실히 고급스러운 가락지는 아니다.) + [그럼 염치없지만...] 두 손으로 가락지를 받고

가락지를 왼손 중지에 끼우는 청풍.

스륵! 청풍의 중지에 끼워지는 가락지

청풍; (이상하군.) (저 부인의 중지는 나보다 훨씬 가는데 이 가락지는 내 중지에도 거뜬히 맞는다.) 가락지를 살피며 갸웃하고

대려군; [늙은 계집이 주제넘게 참견해서 공자의 귀한 시간을 빼앗았군요.] 웃고. 퍼뜩 정신 차리는 청풍

대려군; [이 계집의 이름은 대려군(代麗君)이라고 해요.] [소주(蘇州)의 피진장(避塵莊)이라는 곳이 거처이니 지날 때 한번 들러주세요.] 청풍을 지긋이 보며 말하고.

 

#194>

극락전을 밖에서 본 모습. 근처 건물의 벽을 등지고 앉아서 하품하는 섬전비호.

섬전비호; (젠장할... 제사를 도대체 얼마나 오래 드리는 거야?) 하품하며 극락전을 곁눈질하고

섬전비호; (이래서 계집을 감시하는 일은 피곤하단 말이야. 뭐 하나 빠릿빠릿하게 하는 일이 없으니...) 궁시렁. 곁눈질. 그러다가

[!] 무언가 발견하고 급히 건물 뒤로 숨는 섬전비호.

극락전에서 나오는 청풍.

섬전비호; (맙소사! 저자는...) 놀라며 품속에 손을 넣고

그 사이에 청풍은 극락전을 등지고 걸어가고 있고

섬전비호; (여기로 오기 직전에 손에 넣은 게 있었지.) 다시 꺼낸 섬전비호의 손에는 두 번 접힌 종이가 한 장 들려있다.

접힌 종이를 펼치며 청풍을 훔쳐보는 섬전비호

섬전비호; (틀림없다!) 흥분하며 종이를 보고

섬전비호; (저자는 황금전장에서 십만 냥의 현상금을 건 이청풍이란 놈이다!) ! 종이에는 청풍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종이 아래 위에는 <兇手 李淸風> <褒賞金 十萬兩>이란 글이 적혀있다.

 

#195>

극락전 내부. 청풍이 나가서 이제 대려군과 환설만 남았다. 대려군은 제단을 보고 있다. 제단에도 <先夫 皇甫公神位>라 적힌 위패만이 놓여있다. 환설은 대려군 뒤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데 좀 불만스러운 표정

대려군; [그 아이 말대로 알다가도 모르는 게 인연이로구나.] 남편의 위패를 보고

대려군; [실종되었다던 그 아이를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다니...] [아마 먼저 가신 분들이 다리를 놓아주셨을 것이다.] 신단에 놓인 다른 위패들을 보고

환설; [마님께서는... 이청풍이란 자가 정말로 구천마존님의 핏줄이라 생각하시는지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하고

대려군; [내가 구천마존님을 마지막으로 뵌 건 열아홉 살 때였다.] [뭔가를 착각하고 오인할 어린 아이는 아니었다.]

환설; [세상이 넓으니 비슷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 않는가요?] 여전히 불신

환설; [단지 닮았다는 사실만으로 본가의 보물인 혈왕환(血王環)을 맡기신 건 우려가 되옵니다.] 삐진 표정

대려군; [솔직히 말하자면 이청풍은 구천마존님을 아주 빼닮지는 않았다.] 웃고

환설; (이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 난감할 때

대려군; [구천마존님은 마주 보는 게 어려울 정도로 패도적인 용모를 지니셨던 데 반해 이청풍은 책상 물림같은 분위기를 지녔기 때문이다.]

환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청풍을 구천마존님의 핏줄이라 확신하신 이유가 있으시겠어요.] 새침

대려군; [천마의 후손들에게는 오직 천마일족에게만 전해지는 특징이 있다.] 끄덕이고

환설; [천마일족의 특징이라면...] 놀라고

대려군; [집중하거나 분노할 때 중동(重瞳)이 나타나는 게 그것이다.] 눈을 가리키고

환설; [중동이라면 한눈에 눈동자가 두 개가 들어있다는 전설 속의 겹눈 아닌지요?] 눈 치뜨며 놀라고

대려군; [눈 하나에 눈동자가 두 개라는 건 과장된 얘기고...] 웃고

대려군; [정확히는 눈동자 속에 또 눈동자가 들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눈을 중동이라고 한다.] 청풍의 얼굴의 눈 부위를 떠올리고. 청풍의 눈동자가 두 겹으로 보인다. 큰 눈동자 안에 작은 눈동자가 또 들어있는 듯 보이는

환설; [이청풍이 그 중동을 지니고 있었는지요?] 놀라고

대려군; [내가 본 바에 의하면 틀림없다.] 끄덕

환설; [천마... 천마의 핏줄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군요.] 흥분 두려움

대려군; [우리 혈전마가(血戰魔家)는 삼십여 년 전 구천마존께서 위기에 처했을 때 모른 척하는 불충(不忠)을 저질렀었다.]

대려군; [혈전마가 대씨일족의 대가 끊기게 생긴 것은 아마도 그 응보인 것같구나.]

환설; [마음 약하게 잡숫지 마세요.] [이청풍의 말대로 아가씨는 어딘가에서 분명 잘 자라고 계실 거예요.] 위로하고

대려군; [그러기를 기도해야겠지.] 한숨 쉬며 남편의 위패를 보고

<부디 우리 딸을 지켜주세요 상공.> 극락전 내부 모습 배경으로 대려군의 생각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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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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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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