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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 章

 

            二覇滅絶

 

 

 

"흐흐흐...!"

돌연, 음침한 웃음소리가 일었다.

"!"

철문영과 여섯 노인은 흠칫 하며 몸을 멈추었다.

휘익!

동시에 두 명의 괴인이 그들 앞에 날아내렸다.

두 괴인은 일신에 적포를 걸치고 있는데 얼굴전체가 불덩어리같이 시뻘겠다.

그들을 본 여섯 노인의 안색이 홱 변했다.

"... 열화쌍괴(熱火雙怪)!"

노인들의 경악성에 철문영도 흠칫 했다.

 

열화쌍괴(熱火雙怪).

 

그자들은 삼마(三魔), 삼괴(三怪)가 활동하던 일갑자 전의 괴인들이다.

성격들이 제멋대로들이라 상대하기 극히 까다로운 자들이다.

거기다가 그들의 열화소천신공(熱火燒天神功)을 극양의 기공으로 적수가 드문 공력이다.

죽었는 줄 알았던 그 노괴물들이 돌연 구련산에 나타난 것이다.

 

"애송아, 신호하면 먼저 약속장소로 달려가거라."

한 노인이 전음을 보내자 철문영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한 노인이 열화쌍괴에게 포권을 해보이며 입을 열었다.

"두분 선배님께서는 무슨 분부가 있으셔서 후배들을 부르셨는지요?"

노인의 말에 오른쪽의 괴인이 눈을 부릅떴다.

"흐흐... 잔소리는 듣기 싫다. 순순히 말로 할 때 열양만정과를 내놓아라!"

노인은 시침을 뚝 떼었다.

"후배는 선배님들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괴인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듣기 싫다. 우리는 저 애송이 놈이 열양만정과를 지니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열양만정과는 본 어르신네들께서 독염마강(毒炎魔罡)을 익히는데 사용할 것이다. 잔말말고 내놓아라!"

괴인의 호통에 노인들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빙혼신군, 그 육시를 할 놈이 이 노괴물들을 불러내었군.)

노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랏!"

뒤미처 한 노인이 철문영을 향해 일갈했다.

스스스

즉시 철문영은 허공으로 뛰어 올랐다.

"이놈들!"

열화쌍괴가 대노하여 철문영을 덮쳐가려고 하였다.

"어딜!"

여섯 노인이 폭갈하며 열화쌍괴를 막았다.

그사이 철문영은 이미 맞은편 숲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이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 모조리 태워죽이리라!"

철문영이 사라지자 열화쌍괴는 길길이 날뛰며 여섯 노인을 휘몰아쳐갔다.

 

한편, 철문영은 몇 개의 산봉을 넘어 이윽고 한 채의 다 쓰러져가는 토지묘에 이르렀다.

삐걱!

그와 함께 토지묘 안에서 두 명의 청년이 걸어나왔다.

한 명은 울긋불긋한 화의(花衣)를 걸친 계집같이 생긴 자였다.

비록 용모는 곱상하지만 미간사이가 거뭇한 것이 호색한(好色漢)임을 알 수 있었다.

다른 한 자는 팔척의 키에 떡 벌어진 체구를 한 청년이었다.

탁탑거웅(托塔巨雄)만은 못하나 우람한 체구를 지닌 자였다.

"귀하가 적화장에서 온 사자요?"

곱상한 청년이 두눈을 희번뜩이며 물었다.

철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귀하들은 낙일곡에서 온 분들이오?"

곱상한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본 공자가 낙혼옥랑(落魂玉郞)이오. 그리고 이쪽은 본곡의 수석호위인 흑웅신수(黑熊神手)라고하오."

철문영은 무표정하게 손을 내밀었다.

"예물을 먼저 주시오."

"친구, 의심이 많구려!"

낙혼옥랑은 불만스런 표정으로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옥함을 내밀었다.

철문영은 옥함을 받아 열어 보았다.

옥함 안에는 몇 알의 희귀한 명주가 놓여 있었다.

"좋소. 적화장의 예물은 여기있오!"

철문영이 작은 옥갑을 내밀자 낙혼옥랑은 빼듯이 옥갑을 받아들었다.

옥갑을 열어본 낙혼옥랑은 해벌쭉하니 웃었다.

"물건은 분명히 인계했오. 그럼 본인은 이만..."

철문영은 즉시 몸을 날렸다.

"매우 오만한 놈이군... 흐흐 열양만정과를 전해준 놈만 아니었다면 쓴맛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낙혼옥랑은 음침한 시선으로 사라지는 철문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철문영은 오십여 장쯤 가다가 은밀한 곳으로 몸을 숨겼다.

그는 우선 낡은 백포를 벗었다.

백포 안에서 청색 경장이 나타났다.

그것은 빙심마혼 역이한이 걸쳤던 것과 똑같은 색의 옷이었다.

이어, 그의 안면근육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변천환술(易變千幻術)을 펼치는 것이다.

곧 그의 모습은 또 다른 엉뚱한 모습으로 변했다.

그 얼굴은 바로 빙심마혼 역이한의 모습이었다.

"후훗! 누구라도 속지 않을 수 없겠지?"

철문영은 음산하게 웃었다.

그의 모습은 실제로 역이한 자신이 보아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역이한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휘익!

, 철문영은 바람같이 몸을 날려 나갔다.

잠시 후, 그는 좁은 협곡위 절벽에 몸을 숨겼다.

이곳은 낙일곡으로 들어가지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야 하는곳이다.

그때, 철문영의 눈에 협곡으로 들어서는 두 명의 청년이 보였다.

그들은 바로 낙혼옥랑과 흑웅신수였다.

"흐흐... 안되었지만 어쩔 수 없다."

철문영은 음산하게 웃으며 천천히 공력을 끌어 모았다.

, 그의 전신은 싸늘한 기류도 뒤덮였다.

", 급히 연마하여 육성밖에 안되는 빙백음강(氷魄陰罡)이지만 한두 명 얼려 버리기에는 충분하지."

살계를 열기로 결심한 철문영의 눈에서 차가운 한광이 번뜩였다.

빙백음강(氷魄陰罡)은 음혼빙백경상 최고의 기공이다.

사실 빙혼신군 역검성도 팔성 정도밖에 익히지 못한 극음기공이다.

"하하... 아버님께서 기뻐하시겠는걸!"

낙혼옥랑이 희희낙락하여 철문영이 숨어있는 절벽 밑으로 다가왔다.

쐐애액!

순간, 철문영은 독수리가 내려덮치듯이 절벽 밑으로 덮쳐내려갔다.

퍼엉!

"끄아악!"

즉사하였다.

피하고 어쩌고 해볼 수도 없었다.

육성의 빙백음강은 낙혼옥랑의 배심을 박살내었다.

무웅!

짓이겨져 꽁꽁 얼어붙은 낙혼옥랑의 몸이 삼사 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어느 놈이냣?"

흑웅신수가 대경하여 쌍장을 휘저었다.

파르르...

불길이 크게 일었다.

흑웅신수의 쌍장에서 화염이 일어난 것이다.

"낙일산화신공(落日散火神功)!"

철문영은 일갈하며 재차 빙백음강을 쏟아내었다.

"으흡!"

흑웅신수는 안색이 새파래져 두 걸음 물러섰다.

"역이한... ... 네놈이..."

흑웅신수가 이를 부드득 갈았다.

"흐흐흐..."

철문영은 음소하며 덮쳐들어갔다.

"차핫!"

흑웅신수도 전력을 다해 쌍장을 떨쳤다.

파앙!

우르르

굉음이 터졌다.

흑웅신수의 몸이 쓰러질 듯이 비틀거렸다.

그 순간 철문영의 좌수가 독사같이 흑웅신수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크아!"

흑웅신수가 눈을 부릅뜨며 신음을 터뜨렸다.

파앗!

쿠웅!

철문영이 좌수를 뽑아내자 흑웅신수의 거구가 둔중하게 넘어갔다.

짙은 혈향을 풍기며 선혈이 분수같이 치솟았다.

"!"

철문영은 다소 착잡한 표정으로 흑웅신수를 바라다보았다.

(좋은 자질을 지닌 기재였었는데...)

철문영은 고개를 젓고는 급히 낙혼옥랑에게로 다가가 열양만정과를 회수했다.

휘익!

한줄기 선풍이 이는 순간 철문영의 모습은 장내에서 사라져갔다.

그리고, 철문영이 사라진지 얼마 안되었을 때였다.

"아아!"

돌연, 거창한 장소성이 터졌다.

그와 함께 저쪽에서 십여 줄기의 쾌영이 협곡으로 날아들었다.

선두에는 잔혹해 뵈는 인상의 초로 노인이 달려오고 있었다.

"영아!"

초로의 노인은 죽어 넘어진 낙혼옥랑의 시신으로 덮쳐가며 짐승같이 부르짖었다.

그자가 사패 중 남곡 낙일곡의 곡주인 낙혼유사(落魂幽士)인 것이다.

"... 빙백음강(氷魄陰罡)! 빙혼궁 놈들이..."

낙혼유사는 대성통곡하다가 이를 부드득 갈았다.

낙혼옥랑을 즉사시킨 것이 빙백음강임을 알아본 것이다.

"곡주님, 홍웅신수의 숨이 붙어 있습니다."

함께 온자 중 한 명이 다급히 외쳤다.

과연, 흑웅신수는 실낱같은 숨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누구냣? 어느 놈이 영아를 저 모양으로 만들었느냐?"

낙혼유사는 죽어가는 흑웅신수를 붙잡고 흔들며 악을 썼다.

"... ... 마혼... 역이... ... 갑자기... ... 습을 하여... ... 양만정... 과를... 탈취..."

여기까지 들은 낙혼유사는 흑웅신수를 팽개쳤다.

"역이한! 이놈! 갈가리 찢어죽이리라! 아니... 빙혼궁을 쑥밭으로 만들어 놓고 말리라!"

낙혼유사는 길길이 악을 쓰며 협곡을 날아갔다.

"곡주님!"

나머지 인물들도 급히 그 뒤를 다라갔다.

그와 함게, 협곡 위의 절벽에서도 한 줄기 청영이 소리없이 그 뒤를 따랐다.

 

낙혼유사는 삽시에 십여 리를 날아갔다.

그때, 낙혼유사의 전면에서 한 명의 청삼청년이 수십 명의 인물들과 달려오고 있었다.

"이놈!"

청삼청년을 보자 낙혼유사는 눈이 홱 뒤집혀 미친 듯이 덮쳐 들었다.

"! 낙혼유사(落魂幽士)!"

청삼청년은 기겁을 했다.

그는 바로 진짜 빙심마혼 역이한이었던 것이다.

위잉!

콰르르

폭풍같은 극양의 경기가 밀려 들었다.

"차핫! 빙백음강!"

"차핫!"

빙심마혼 역이한과 빙혼궁도들은 사력을 다해 낙혼유사의 낙일산화신공(落日散火神功)을 막아갔다.

콰릉

"끄아악!"

"흐윽!"

칠팔 명의 빙혼궁도가 삽시에 불길에 싸여 튕겨져 나갔다.

역이한도 낭패의 기색으로 나뒹굴었다.

"육시를 내리랏!"

낙혼유사는 광란하듯이 역이한에게로 짓쳐들어갔다.

콰르릉휘익

낙혼유사의 인장이 지면을 뒤집었다.

간일발의 차이로 몸을 피한 역이한은 급급히 몸을 띄워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놈! 어딜 달아나느냐!"

낙혼유사는 폭갈하며 몸을 띄웠다.

휘익!

삽시에 장내는 텅 비게 되었다.

부스럭!

, 한 그루 고목 뒤에서 본면목을 회복한 철문영이 걸어나왔다.

"이것으로 되었다. 낙일곡과 빙혼궁은 상잔하며 쓰러지리라."

철문영은 낙혼유사 등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이제 낙일산화경(落日散火經)을 회수해야 겠구나."

철문영은 낙일곡쪽으로 몸을 날렸다.

스스스...

그 직후, 한 개의 바위 뒤에서 한 명의 노파가 일어섰다.

그 노파는 일전 선풍마존의 손에서 빠져나간 무영괴파였다.

"놀라운걸, 그 사람에게도 이런 독한 면이 있었다니... 그보다도 그의 또 다른 분신이 바로 선풍마존(旋風魔尊)이었다니... 강호가 홀딱 뒤집힐 사실인걸."

무영괴파는 노파답지 않은 낭랑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일은 점점 재미있게 되어가는군. 호호, 어디, 그 사람의 화좀 돋우어주어 볼까?"

스스스...

무영괴파의 모습은 안개와 같이 사라졌다.

 

은밀한 절곡, 스스스...!

한 줄기 귀신같은 인영이 질곡을 빠져나왔다.

인영은 몸을 멈추고 곡을 돌아보았다.

그의 한 손에는 낡은 비급이 한권 들려있었다.

그는 바로 철문영이었다.

"이제 돌아가서 음혼빙백경도 회수해야지."

철문영은 중얼거리며 비급을 품속에 넣고 앞으로 나갔다.

그가 좁은 소로의 모퉁이를 돌아갈 때였다.

돌연, 한 명의 촌로가 뛰어나왔다.

"어이쿠!"

철문영이 피하려고 하였으나 그는 어이없게도 노인을 피해내지 못했다.

"아이쿠! 젊은 놈이 늙은이를 친다... 아구... 나죽네..."

노인이 벌렁 나자빠지며 바락바락 악을 썼다.

"죄송합니다. 노인다, 어디 많이 다치지는 않으셨는지요?"

철문영은 당황하여 얼른 노인을 일으켜 세웠다.

그는 노인의 손목이 이상하게 야들야들하다고 느꼈으나 경망중이라 깊이 생각지 않았다.

"아이쿠... 허리가 부러졌나?"

노인은 몇 마디 철문영에게 닥달을 놓아 철문영의 넋을 빼놓고는 소로를 따라 절뚝거리며 사라졌다.

"거참, 사람 하나 피하지 못하다니... 내가 어떻게 된 건가?"

철문영은 머리를 긁적이며 돌아섰다.

그때였다.

철문영은 가슴이 허전함을 느꼈다.

"... 이런!"

철문영은 기겁을 했다.

어느틈엔가, 그의 가슴에서 몇 가지 기물들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방금 회수한 낙일산화경은 물론이고 그가 팔절 중 사절을 스러뜨리고 회수한 비급들이 몽땅 사라지고 없었다.

또한, 파천마륜, 옥령신필등, 무림천년기전의 고수들이 남긴 신병들도 사라지고 없었다.

"무영괴파! 이 못된 늙은 도둑의 짓이군!"

철문영은 멍청한 표정으로 촌로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는 촌로가 무영괴파의 환신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러나, 이제 어쩔 수 없었다.

필시 장안은신술을 펼쳐 몸을 숨겼을 터이니 아무리 철문영이라도 찾아낼 수는 없었다.

"이 늙은 할망구 다음에 만나면 죽도 살도 못하게 만들어 주겠다."

철문영은 땅을 구르며 사라졌다.

"호호..."

철문영이 사라지자 커다란 고목에서 한 명의 소녀가 스르르 빠져나왔다.

"당신이 그래보았자 평생가도 날 잡지는 못해요."

여인은 교소를 지었다.

스스스

뒤미처 그녀도 장내에서 사라져갔다.

 

X X X

 

드덟은 황원(荒原).

지금, 그곳에는 한 폭의 지옥혈도(地獄血圖)가 그려져 있었다.

갈가리 찢긴 육신들이 대지를 덮고 있다.

피가 흘러 내를 이루었다.

죽어 넘어진 시신은 쌓여 산을 만들었다.

부러져 나간 무리들.

잘려져 떨어진 팔다리가 핏속에 잠겨 있다.

처참,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죽음, 죽음만이 황원을 뒤덮고 있었다.

헌데, 돌연 무엇인가 꿈틀거렸다.

"... 크으..."

쌓여진 시체 사이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렸다.

!

그것은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끔찍한 모습이었다.

전신이 피로 목욕한 듯이 시뻘겋게 피칠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신의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특히 그의 옆구리는 무엇인가 예리한 것에 찢겨 꾸역꾸역 재장이 터져 흐르고 있다.

하지만, 그자의 눈을 보라.

육신은 초죽음의 상태지만 두눈만은 무서운 빛를 발하고 있었다.

그것은, 하늘이 무너져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끔찍한 원광이었다.

"크으..."

괴인은 일어나려다가 휘청하며 주저앉았다.

"으으..."

그때, 시체 사이에서 또다시 무엇인가 꿈틀거렸다.

"흐흐흐..."

그 물체는 지옥에서 들려오는 듯한 목소리로 음소를 터뜨렸다.

놀랍게도, 그 물체도 사람이었다.

그자의 몰골은 앞서 일어난 자에 못지 않았다.

그자의 한 팔은 강맹한 힘에 짓이겨져 너덜거리고 있었다.

또한 그의 눈도 앞서 일어난 자 못지 않게 원광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크크... 낙혼유사(落魂幽士)! 네놈도 살아 있었구나."

! 낙혼유사(落魂幽士)!

그럼, 팔이 짓이겨져 나간 자가 낙일곡주인 낙혼유사란 말인가?

그럼, 먼저 일어난 자는 누구란 말인가?

그때, 낙혼유사가 이를 갈며 뇌까렸다.

"빙혼신군! 네놈이 살아있는데 내가 어찌 죽겠느냐?"

빙혼신군(氷魂神君)!

사패 중 북궁 빙혼궁의 궁주.

그럼, 황원을 뒤덮은 시선들은!

그렇다. 빙혼궁과 낙일옥의 전 수하들의 시신인 것이다.

구련산에서 낙혼유랑이 격살당한 것이 십여일 전의 일이다.

그 직후, 이로인해 양파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고... 결과는 양파의 전멸로 나타났다.

아들들을 잃은 두 효웅에게 전후를 생각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

결국, 이런 처참한 결과로 결말이 난 것이다.

두 효웅도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원한의 불길이 양인의 목숨을 끈질기게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네놈을 죽이기 전에는 쓰러질 수 없다."

낙혼유사가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그의 손에는 한 자루 보도(寶刀)가 피에 젖은 채로 들려 있었다.

"크흐흐...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빙혼신군이 빠져나온 내장을 덜렁이며 일어섰다.

그의 손에도 싸늘한 빛을 발하는 소도(小刀)가 들려 있었다.

"흐흐..."

"크크..."

두 효웅은 비틀거리며 다가섰다.

그들의 두눈은 원광으로 번들거리고 꽉 거머진 무기들에서 피가 흘렀다.

"크크크... 죽어랏!"

푸욱!

조금 길이가 긴 낙혼유사의 보도가 빙혼신군의 가슴으로 박혀들었다.

그러나, 빙혼신군은 고통도 모르는 듯 자신의 가슴으로 파고든 보도를 꽉 움켜쥐어 잡아당겼다.

파악!

그러자, 낙혼유사의 몸이 힘없이 빙혼신군에게로 쓰러졌다.

그 순간, 빙혼신군의 손에 들린 소도가 낙혼유사의 목을 꿰뚫었다.

동시에 낙혼유사의 보도도 빙혼신군의 가슴을 관통했다.

"흐흐... 결국... 이렇게 끝나는가...?"

"흐흐... 아무튼 좋다. 네놈과 함께 지옥으로 갈테니..."

두 효웅은 한 치의 틈도없이 맞붙어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점차 그들의 눈에서 빛이 사라져갔다.

휘르르...

그때, 돌연 멀리서 한 줄기 인영이 다가왔다.

그는 커다란 피풍을 펄럭이고 있었다.

그는 죽어가고 있는 낙혼유사와 빙혼신군의 옆으로 다가왔다.

"... 의도한 바대로 되기는 했으나, 너무나 처참하구나."

그 인물은 씁쓸히 중얼거렸다.

그의 발밑에서는 두 인물이 죽어가고 있었다.

한때는 천하를 호령하던 인물들.

그러나, 죽어가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바 없었다.

휘르르

스산한 바람이 혈향(血香)을 몰고 지나갔다.

문득, 한 줄기 비장한 노랫소리가 광막한 황원을 뒤흔들며 울려퍼졌다.

 

<천세(千世)의 고혼이 구천(九泉)에 떠돌다, 장검(長劍)에 이는 일진선풍(一陣旋風)으로, 잔혼(殘魂)의 외로운 넋을 달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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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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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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