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第 九 章

 

               영약쟁탈전

 

 

 

돌연 나타난 이 서생으로 인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어갔다.

(후훗!)

주루 안으로 들어가서 한 바퀴 돌아본 서생은 미미하게 웃었다.

몇 명의 인물들을 본 것이다.

(후훗, 낙일곡이 빙혼궁을 견제하기 위해 깨나 고심하겠군. 이제 낙일곡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으니 빙혼궁에서는 전력을 다해 나를 저지 하려하겠지?)

청년은 미소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는 철문영이었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빙혼궁이 집요한 추적이 있었으나 낙일곡에서 철저히 철문영을 호위하였으므로 별다른 일은 없었다.

철문영은 음식을 시켜먹기 시작했다.

그의 태평한 태도에 몇 명의 인물이 안달이 나서 어쩔 줄 몰라했다.

물론, 그들은 낙일곡의 고수들이었다.

"..."

"..."

돌연, 주루 안이 물 끼얹은 듯이 조용해졌다.

철문영은 식사하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주루 입구에 한 명의 청년이 우뚝 서 있는 것이 철문영의 눈에 들어왔다.

(빙심마혼(氷心魔魂) 역이한!)

철문영의 눈길이 한순간 강렬하게 번뜩였다.

청삼에 냉막한 표정의 청년.

그는 북궁(北宮) 빙혼궁의 소궁주인 빙심하혼 역이한이란 자였다.

빙혼궁은 본시 빙혼마신이란 자가 세운 문파였다.

건립될 당시만 하여도 빙혼궁은 구대문파를 능가하는 강대한 문파였다.

특히 그들의 비전암기인 빙호추명사(氷魂追命糸)는 강호일절(江湖一絶)이라 불릴 정도로 악랄하기 이를데 없는 암기였다.

그러나, 빙혼마신의 사후 후계자 문제로 내분이 일어 빙혼궁은 쇠토일로를 걷게 되었다.

그러다가, 당대 궁주인 빙혼신군(氷魂神君) 역검성이 천세문에서 음혼빙백경(陰魂氷魄經)을 갖고 나와 지난날 보다도 더 융성해진 것이다.

음혼빙백경상의 무공은 낙일산화경상의 무공과는 상극이다.

그 때문에 같은 사패에 속하면서도 양파는 사이가 좋지를 못했다.

어느 한쪽이 강해지면 필연적으로 다른 한쪽이 움추려 들리 때문이다.

일전, 구화에서 음양정령과가 나타났을 때만 해도 낙혼곡의 끈질긴 견제로 음양령정과가 빙혼궁의 손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 일로 인해 양파의 반목을 더욱 심해진 것이다.

자연, 빙혼궁도 전력을 다해 열양만정과가 낙일곡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저지하고 있는 것이다.

 

빙심하논 역이한은 냉기를 담은 시선으로 주루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일순, 그의 눈길이 철문영에게 고정되며 냉랭하게 번뜩였다.

뚜벅 뚜벅!

역이한이 곧장 철문영에게로 다가왔다.

주루 안에 진을 치고 있던 낙일곡의 고수들이 손에 땀을 쥐었다.

"이봐! 친구, 자네 이름이 무언가?"

역이한 철문영의 옆에 멈춰서며 물었다.

철문영은 힐끗 역이한을 올려다 보고는 모른 척 하며 다시 음식에 손을 가져갔다.

역이한의 안면이 보기 흉하게 이지러 졌다.

"건방진 자군!"

역이한이 냉갈하며 철문영을 잡아갔다.

그래도 철문영은 태연했다.

그 순간, 쉬잇!

"!"

역이한은 신랄한 도세(刀勢)가 등으로 파고 들어옴을 느꼈다.

"차핫!"

역이한이 일갈하며 몸을 띄웠다.

와장창

애꿎은 식탁만이 부서져 나갔다.

휘익휘익!

그와함께 팔인의 장한이 날아들며 역이한을 포위했다.

"핫하... 잘먹고 가네."

철문영은 은자 한 조각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몸을 띄웠다.

파악!

뒤이어 창눔니 부서지며 철문영은 주루 밖으로 날아 나갔다.

위잉! 츠츠츳!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두 줄기 싸늘한 경기가 철문영을 짓쳐왔다.

"하하... 이럴 줄 알았지! 역이한 혼자 주루에 들어오더니만 쥐새끼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군."

철문영은 대소마혀 풍차처럼 몸을 휘 돌렸다.

휘익!

"!"

철문영은 단번에 오륙 장을 날아 올랐다.

위잉!

그러자, 두 명의 백포인도 전력을 다해 철문영을 따라 올라모며 장을 내쳤다.

"흐흣! 가랏!"

철문영의 얼굴에 살기가 서렸다.

그와함께 산악같은 경기가 밀려 내려갔다.

꽈릉!

"크윽!"

"!"

두 줄기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한 명은 양팔이 박살이 나서 뒹굴고 다른 한 자는 가슴이 터져 즉사했다.

와장창

그때, 창문이 부서지며 역이한이 날아 나왔다.

"흐흐... 알고 보니 숨은 고인이셨군!"

역이한이 살기로 뒤덮인 시선으로 철문영을 노려보며 덮쳐들었다.

철문영도 지체않고 일장을 내밀었다.

콰릉

"으음!"

양인은 휘청하며 내려섰다.

물론 철문영이 전력을 다했다면 역이한은 피곤죽이 되어 즉사했을 것이다.

휘익휘익!

뒤미처 주루에서 팔인의 낙일곡 고수들이 날아 나왔다.

"이곳은 우리에게 맡기고 빨리 약속 장소로 가시오."

한 장한이 역이한을 가로 막으며 말했다.

"하하... 잘들 해보시오."

철문영은 껄걸 웃으며 돌아섰다.

휘익!

철문영은 모습은 삽시에 멀리 사라졌다.

"크악!"

여기 저기 은신했던 빙혼궁의 궁도들이 저지하려 했으나 역부족.

철문영의 장이 허공을 가르면 일 장도 못받고 나가 떨어졌다.

 

일다경쯤 후, 철문영은 구련산 깊숙이에 이르러 있었다.

그가 막, 우거진 수림을 지날 때였다.

시잉!

돌연, 전면에서 극히 미세한 파공음이 일었다.

"!"

철문영은 대경하며 급급히 몸을 휘둘렀다.

"크윽!"

그러나, 폭사되어온 암기가 극히 미세하여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호신강기까지 단번에 꿰뚫어지며 그의 어깨에 가느다란 금속줄이 관통하였다.

"빙혼추명사(氷魂追命糸)!"

철문영은 이를 지그시 물며 힘껏 빙혼추명사를 뽑아내었다.

그의 손에는 싸늘한 한기를 뿜는 금속의 줄이 들렸다.

이것이 빙혼추명사다.

신체의 일부에 닿기만 해도 전신이 얼어 붙는 음란한 암기다.

(빙혼추명사가 있다는 것을 잊고 방심했군.)

철문영은 자책하며 눈을 번뜩였다.

스스스!

뒤미처 십여 가닥의 빙혼추명사들이 폭사되어 왔다.

"어림없다."

철문영은 맹렬히 몸을 휘둘렀다.

휘르르

강맹한 선풍(旋風)이 일며 날아오던 빙혼추명사가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죽어랏!"

빙혼추명사를 튕겨내며 철문영을 전면의 숲을 향해 강맹한 장력을 휩쓸어 내었다.

"크악!"

"아악!"

선혈이 튀고 육신이 찢어져 나갔다.

은신하고 있던 자들은 어찌 해보지도 못하고 피를 토하며 즉사한 것이다.

휘익!

단번에 십여 명을 참살한 철문영은 전광같이 전면으로 폭사되어 갔다.

"흐흐... 돌아가랏!"

그러나, 그가 채 이십 장을 못나갔을 때 전면에서 수십 줄기 경풍이 짓쳐왔다.

퍼엉콰릉!

"!"

철문영은 검미를 찌푸리며 날아내렸다.

스스스...!

그와함께 철문영의 주위로 사십팔 인의 장한들이 나타났다.

"빙혼사십팔혼(氷魂四十八魂)!"

철문영이 검미를 찌푸렸다.

나타난 자들은 빙혼궁 최고의 정예들이었다.

그들 개개인이 일류고수로서 이들이 펼치는 빙백음혼살진(氷魄陰魂煞陣)은 무적이다.

"흐흐... 순순히 열양만정과를 내어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무리 발악해보아야 빙백음혼살진을 벗어날 수는 없다."

우두머리인 듯한 자가 음산하게 말했다.

차앙!

그러나, 철문영은 대꾸하지 않고 허리에 차고 있던 장검을 뽑아 들었다.

우두머리의 눈빛이 음랄하게 변했다.

"끌끌...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들겠단 말이지? 좋다. 네놈에게 빙혼궁의 무서움을 싫도록 맛 보여 주마."

그자는 음소를 터뜨리며 오른손을 들었다.

스스스...

철문영을 포위하고 있던 빙혼사십팔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와함께, 철문영은 골수까지 스미는 한기를 실은 암경이 밀려옴을 느끼고 흠칫 했다.

위잉... ... !

빙혼사십팔혼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아울러 무형의 암경도 점점 더 가중되어 갔다.

보통사람이라면 암경에 실린 한음지기 만으로도 막대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철문영에게 한음지기는 별 문제가 못 되었으나 밀려오는 암경은 어쩔 수가 없었다.

(곤란하게 되었군. 이 진을 깨뜨리려면 적어도 굉천참살강(轟天斬煞罡)정도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러다가는 신분이 드러난 위험도 있으니...)

철문영은 검미를 찌푸렸다.

(별 수 없지. 곧 낙일곡의 지원군이 올터이니 그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철문영은 장검에 힘을 주었다.

"쳐랏!"

진중에서 일간이 터졌다.

위잉!

시잉!

강맹한 경기와 서너 줄기의 빙홍추명사가 파고 들었다.

"차핫!"

철문영은 맹렬히 장검을 휘둘렀다.

파파팍

파웅!

날아오던 경기가 산산이 흩어지고 빙혼추명사가 퉁겨져 나갔다.

"달마검법(達磨劍法)! 네놈은 소림의 문하였던가?"

진중에서 약간 놀란 듯한 음성이 흘렀다.

달마검은 소림칠십이예 중 한 가지다.

그리 독랄하거나 패도적인 위력은 없으나 그 웅후한 기세는 독보적이다.

위잉

스스스

빙혼사십팔혼의 공세는 파상적으로 밀려왔다.

막강한 암경에 짓눌려 있는 상태인지라 철문영은 행동하기가 거북했다.

파파팟!

 

"으음!"

철문영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미처 완전히 마지못한 빙혼추명사가 서너 군데 글고 지나간 것이다.

(제길... 낙일곡의 굼벵이들은 왜 이리도 느리지?)

철문영은 내심 투덜거렸다.

파파팍!

또 다시 십여 줄기 빙혼추명사가 튕겨져 나갔다.

그때였다.

"와아...!"

돌연, 구련산을 뒤흔드는 함성이 터졌다.

갑자기 숲속에서 수백 명의 적의인들이 몰려 나온 것이다.

"이제야 왔군!"

철문영은 쾌재를 불렀다.

빙혼사십팔혼은 갑자기 들이닥친 적의인들을 막느라 자연 빙백음혼살진을 허술히 하게되었다.

"크크크... 빙혼궁의 졸개들아, 감히 어디까지 와서 망동을 부리는 것이냐?"

특히 열 두 명의 적포노인들이 맹위를 떨치며 빙백음혼살진을 유린하여 갔다.

삽시에 빙백음혼살진의 한 모퉁이가 무너졌다.

"크흐흐... 애송아, 어서 가자!"

열두명의 적포노인 중 여섯 명이 철문영 옆으로 날아내리며 재촉했다.

휘익!

철문영은 지체않고 몸을 날렸다.

빙혼사십팔혼은 철문영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펑펑!

"아악크으..."

조용하기만 하던 숲속은 삽시에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렸다.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