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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七 章

 

              瑤芝花園

 

 

 

당금무림.

또다시 평온이 찾아왔다.

중원을 한바탕 휩쓸던 선풍마존의 혈풍도 지금은 가라 앉아 있었다.

비록, 언제 다시 혈풍이 불어닥칠지는 모르나 일단은 평화가 돌아온 것이다.

그 무렵, 그들은 뛰어난 무공으로 단시일 내에 거대한 명성을 날렸다.

 

<무림오영(武林五英).>

 

무림인들은 그들을 무림오영이라 불렀다.

 

철익비룡(鐵翼飛龍) 표운(飄雲).

 

오영(五英) 중에서도 일인자.

그는 지난 일년 사이 발군의 무공으로 중원을 위진했다.

북육성 녹림도의 본거지인 녹림십팔채가 그의 한 자루 장검에 굴복했다.

그 뿐이 아니다.

청해일대를 본거지로 일단의 집단이 있었다.

청해마궁(靑海魔宮).

 

삼마(三魔), 삼괴(三怪)와 동배의 마두들인 청해삼마신(靑海三魔神)이 세운 마문(魔門)이다.

그들은 각지의 마두들을 모아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였다.

그 세력이 구파에 못지 않아 어느 누구도 건드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연, 청해마궁은 청해와 감숙일대를 휩쓸며 갖은 못된 짓을 자행하였다.

살인, 방화, 약탈은 예사였고 수많은 아녀자들이 능욕을 당했다.

그러던 청해마궁이 돌연 잿더미로 화한 것이다.

그것도 단 한 명의 청년고수의 손에 말이다.

그 청년이 바로 철익비룡이었다.

청해삼마신이 철익비룡의 검에 쓰러지고 청해마궁이 무너지자 무림인들은 환호하였다.

그 일로 철익비룡은 단연 신진제일고수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후에도 그는 몇 가지 커다란 일을 해치웠다.

특히 그 중에서도 무림의 두통거리이던 천효사십팔흉(天梟四十八凶)을 베어 버린 일은 너무도 유명하다.

무림에는 천효방(天梟幫)이라는 단체가 있다.

천효방은 마중효신(魔中梟神) 갈천중이라는 자가 세운 방파였다.

세워진지는 십여 년밖에 되지 않은 신흥방파다.

그러나, 그들의 세력은 사패(四覇)에 못지 않은 강대한 문파였다.

그런 천효방의 주력이 바로 천효사십팔흉이었다.

그들은 뛰어난 무공과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간악한 성품을 지닌 자들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무림의 두통거리가 되었으나 누구하나 선뜻 나서서 그들의 만행을 저지하지 못했다.

그때, 사소한 분규가 철익비룡과 천효방 사이에 벌어졌다.

결국, 철익비룡은 단신 천효사십팔흉을 모두 베어 버리고 말았다.

이 쾌거로 철익비룡의 성가는 더욱 높아졌다.

또한 그는 특이한 철익(鐵翼)을 사용한다고 알려졌다.

그의 경공 역시 중원제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의 명성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적은 늘 묘연하였다.

그러자 무림인들 사이에선 이런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는 어디에도 있고 아울러 어느 곳에도 없다

절정신유(絶丁神儒).

 

오영 중 두 번째 인물이다.

그는 가장 신비로운 인물이다.

그도 무림에 나타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천하인이 가장 존경하고 선망하는 인물이 바로 그다.

그의 명성은 오히려 철익비룡을 능가하는 것이다.

비록 그의 정체가 구름 속의 신룡같더라도 말이다.

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화제가 많다.

먼저, 그는 당금의 천하제일미남자(天下第一美男子)라는 것이다.

그의 용모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한 번 대한 여인들은 만사를 제쳐두고 그를 찾아 다닌다.

이것은 마치 이십여 년 전에 있었던 하나의 사건과 비슷한 일이었다.

그를 한 번 대한 여인들에게 절정신유에 대해 물어보라.

그러면 즉시 그녀들의 눈빛이 달라질 것이다.

여인들은 누구도 절정신유의 용모에 대해 말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묘사가 절정신유의 인상을 해칠까 두려워 해서이다.

또한 그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소중한 것을 잃는다는 생각이 앞서기 대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절정신유는 천하제일의 거부(巨富)이다.

그는 얼마만큼의 재산을 지녔는지 모른다.

그가 단지 부자이기만 하다면 천하인들의 존경을 받을 리 없다.

그는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활불과 같은 존재이다.

큰 재난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절정신유의 모습이 나타나곤 한다.

그러면, 그 즉시 상상키 어려운 거금들이 난민들에게 풀어지는 것이다.

그외에도 그는 만박통지의 재사이다.

또한 그의 무공도 신비막측하여 그 깊이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옥면유협(玉面遊俠) 임백천.

 

그는 명문의 후손이다.

, 강호제일의 명문인 청룡검문(靑龍劍門)의 소문주인 것이다.

오십여 년 전까지 중원에 군림하던 쌍존(雙尊) 중 청룡검존(靑龍劍尊)이 그의 주부이다.

훌륭한 가문.

영준한 외모.

뛰어난 무공.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젊은 기재가 바로 옥면유협이다.

자연 그의 주위에는 수많은 미녀들이 들끓었다.

그것은 기분 좋은 정도를 지나쳐 골치아픈 지경에 이른 상태였다.

 

탁탑거웅(托塔巨雄) 맹청탁.

 

천생신력을 지닌 거한.

능히 한 손으로 만 근을 든다는 신력을 지녔다고 전한다.

그는 어려서 한 이인으로부터 절정의 외공을 배웠다.

그의 외공은 극에 달해 도검(刀劍)이 통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러 있다.

또한, 그의 무기인 백근 대력감산도(大力坎山刀)로 펼쳐지는 진천사십팔로(震天四十八路)의 도법(刀法)은 거세무적(擧世無敵)이다.

 

비천옥호(飛天玉狐) 상관초령.

 

오영(五英)의 유일한 여인이다.

 

그녀는 미()와 재()를 겸비한 기녀(奇女)이다.

그녀의 미모는 당금 중원의 뭇 여협들 중 첫째 둘째를 가릴만큼 뛰어나다.

그러나, 그녀의 무공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아니, 무시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다.

당금 무림네 있어서 그녀를 제압할 만한 고수는 많지 않다.

그녀의 사문이 어디인지는 자헤시 알려진바 없다.

그녀의 무공이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녀는 당금의 무림여걸들 중의 일인자이다.

또한 그녀는 지금껏 단 한 번 패했을 뿐 져본적이 없다.

그 단 한 번의 패배는 철익비룡(鐵翼飛龍)에게서 맛보았다.

그녀는 녹림십팔채 중 태호(太湖)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흑호채(黑狐寨)의 주인이다.

그 때문에 철익비룡과 충돌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십초가 못되어 패배를 자인하고 무기를 버렸다.

그후, 철익비룡과 상관초룡은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이상이 무림오영(武林五英)이다.

무림인들은 이들 오인이 앞으로의 무림을 이끌어 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무림인들이 꿈에도 모르는 일이 있으니...

그것은 철익비룡(鐵翼飛龍)과 절정신유(絶丁神儒)가 동일인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몰랐다.

물론 철익비룡과 절정신유란 철문영(鐵文英)의 분신이었다.

동천목을 떠난 그는 우선 천세문의 복수에 착수하였다.

그래서 지금은 마교와 사절, 사패만 남기고 천세문의 혈한에 관계된 자들은 모조리 제거되었다.

또 한편으로 그는 구절태음천라경(九絶太陰天羅經)을 지닌 여인을 찾아야 했다.

철익비룡이란 그 목적을 위해 만들어낸 분신인 것이다.

하여간, 지금 그는 어느 정도 초조한 상태였다.

자신의 찬라태양신맥(天羅太陽神脈)은 이년 이내에 발작한다.

그 전에 구절태음천라경을 지닌 여인을 찾아내어야 하는 것이다.

과연 그가 그 여인을 찾아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X X X

 

금릉(金陵).

남경(南景)으로 불리던 강남(江南)의 중심(中心).

대명(大明)의 시조 태조홍무제(太祖洪武帝)가 처음 도읍으로 정했던 고도이기도 하다.

지금은 황성(皇城)으로 도성이 바뀌었으나 금릉은 여전히 강남의 중심으로 군림하고 있는 대도(大都)이다.

중추가절(中秋佳節).

더할 수 없이 맑게 개인 날이다.

각양각색의 의복을 걸친 선남선녀들이 물결을 이루며 흘러간다.

금릉전체가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인파 속에는 기이하게도 병장기를 지닌 무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무인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금릉이다.

그러나, 이 무렵이면 금릉은 각지에서 몰려든 무림인들로 시끄러워진다.

그것은 금릉에서 벌어지는 한 가지 성회(盛會) 때문이다.

금릉에는 전체 무림인이 잘 아는 한곳의 단체가 있다.

이름하여,

 

<요지화원(瑤芝花園)>

 

이는 구성원 전부가 여인들인 특이한 문파이다.

또한, 그 여인들의 거의 전부가 기녀(妓女)들이다.

바로 진회하(秦淮河)에서 술과 웃음을 파는 여인들이다.

요지화원이 성립하는 데는 사연이 있다.

 

이십여 년 전이었다.

무림에는 한 명의 절세미녀(絶世美女)가 나타났다.

그녀의 미모는 경국지색(傾國之色), 바로 그것이었다.

얼마나 뛰어난 미모였는지 전무림인이 상사병에 시달릴 지경이었다.

 

요지선자(瑤芝仙子) 약시란(若施鑾).

그 여인의 이름이다.

그녀의 미모는 완벽, 바로 그 자체였다.

그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그런 경세의 미녀였던 것이다.

자연, 그녀의 주위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들끓게 되었다.

여러 무림세가의 귀공자들이나 한 지방을 웅패하고 있던 지존들, 명문대파의 제자들이 그녀의 사랑을 얻으려 필사적으로 경쟁하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왕후장상의 귀인들과 고관거부들의 자제까지 약시란의 주위를 맴돌았다.

유사이래 어느 여인도 겪지 못한 갈 등을 약시란은 겪어야했다.

그녀는 섣불리 어느 한 사람에게 정을 주지 못했다.

만일 그녀가 어느 누구에게 지나친 정감을 표시하면 그즉시 피보라가 인다.

누구 손에 죽었는지 모르게 상대방 남자는 사살되고 마는 것이다.

자연, 그녀는 천하인의 정인이면서 동시에 누구의 여인도 아닌 묘한 입장이 되었다.

이것은 가슴 뜨거운 젊은 여인에게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그녀도 때로는 뜨겁게 마음을 불태울 상대를 원했다.

그러나... 그런 인물은 좀채 없었다.

천하인의 걸시를 극복할 만한 인물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사람이라는 눈속으로 빠져들었다.

상대는 이름도 없던 백면서생이었다.

그에게는 재산도 권력도, 힘도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남다른 인품의 유생일 뿐인 평범한 인물인 것이다.

아니 평범하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그는 고금이래의 모든 학문에 능통한 은사였다.

동시에 춘추전국시대의 송옥, 반안 등이 무색한 영준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하여튼, 약시란과 서생은 만나자마자 뜨거운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약시란은 자신들의 애정이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은 어렴풋이 짐작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감수할 각오로 그녀는 정인과의 결혼까지를 강행하려고 했다.

불안한 속에서 비교적 순조롭게 결혼 준비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결혼식 전날.

약시란은 죽음과도 같은 충격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불안한 예감이 적중한 것이다.

그녀의 정인이 처참하게 난도질 당해 참살당한 것이다.

늘 경계의 눈빛을 소홀히 하지 않았으나 잠깐 눈을 뗀 사이에 벌어진 참사였다.

이 사건은 약시란에게 감당키 어려운 충격이었다.

그녀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산문(山門)으로 은신했다.

강호와 인연을 끊고 죽어간 경인의 명복을 빌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십여 년이 지났다.

어느날, 그녀는 소복을 벗고 강호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강호에 선언했다.

자신은 평생 독신으로 지내겠노라고.

그후, 그녀는 자신의 여생을 자신과 같이 불우한 여인들을 도우며 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그녀는 웃음과 몸을 파는 불우한 여인들을 모아 돌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를 사모하던 남성들은 힘을 모아 그녀를 도와주었다.

여기에는 흑백양도 문파의 구분이 없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진회하가의 수십만 평 대지에 화려한 장원이 세워졌다.

이는 황제가 기거하는 자금성이 무색할 정도로 화려한 장원이었다.

 

요지화원(瑤芝花園).

 

바로 요지화원이 그것이다.

그후, 무림에는 한 가지 불문률이 생겼다.

, 요지화원의 십 리 이내에서는 여하한 분규를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불문률은 흑백양도에 구별하지 않고 통용되는 철칠이었다.

요지선자 약시란에 대한 무림인들의 예우인 것이다.

요지황원이 자리가 잡혀가자 요지선자는 매년 가을에 한 번씩 요지화원을 전무림인들에게 개방하였다.

자연 그때만 되면 요지화원은 무림인들로 번잡하게 변한다.

아울러 약시란은 여러 가지 행사를 마련하였다.

그중 무림인들의 인기를 가장 끄는 행사는 군영대회와 군방대회(群芳大會)였다.

군영대회는 젊은 무사들이 서로의 무공을 비교하는 대회다.

그리고 군방대회는 무림여협들이 재지를 겨루는 모임인 것이다.

무림인이라면 누구라도 명예를 얻기 위해서는 목숨이라도 던짐에 서슴지 않을 것이다.

군영대회와 군방대회는 무림 전체가 공인하는 공인된 명예획득의 관문이다.

그러니 자연 젊고 영기 넘치는 젊은 남녀들이 모여들어 성시를 이루게 마련이다.

오늘.

드디어, 요지화원이 개방되고 군영대회와 군방대회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미 요지화원은 수많은 무림인들로 크게 붐비고 있었다.

 

정오가 막 지났을 무렵,

문득, 흘러가는 인파 속에서 한 명의 청년이 걸어나왔다.

청년의 용모는 평범했다.

단지 신비롭도록 유현하게 빛아는 눈빛만이 인상적일 뿐이다.

그는 전신에 흑색경장을 하고 있으며 어깨 뒤로는 매우 넓은 피풍을 두르고 있었다.

아직 피풍을 두를 시기는 안되었다.

그러나, 피풍을 한 청년의 모습이 그렇게 부자연스럽지는 않았다.

또한, 알게 모르게 청년의 일신에서는 남다른 기개가 풍기고 있었다.

그것은 일대종사로서의 기개같은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청년의 허리에 걸린 청강장검(靑剛長劍)이 인상적이다.

청년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럽은 광장으로, 지금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헌데 그들은 대부분 병장기를 소지한 무림인들이었다.

문득 청년의 발길이 멈추어 졌다.

"요지화원(瑤芝花園)..."

청년은 전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요지화원(瑤芝花園)!

그렇다.

이곳은 요지화원 앞의 광장이었다.

잠시 서 있던 청년은 요지화원의 정문으로 다가갔다.

청년이 다가가자 정문에 서 있던 네 명의 미녀가 청년을 맞았다.

그녀들은 하나같이 빼어난 미모의 여인들이었다.

특히 그중 맨 우측의 여인은 고아한 기품까지 지닌 미녀였다.

청년의 모습을 본 여인의 눈길이 맑게 빛났다.

"저히 화원을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방명록에 서명을 하시겠는지요?"

여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청년에게서 벙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것이다.

청년은 멈칫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은 재빨리 탁자 위의 두툼한 방명록을 청년 앞에 내밀었다.

청년은 붓을 들어 일필휘지로 내려썼다.

 

철익(鐵翼) 표운(飄雲).

 

여인들의 눈길이 확 변했다.

"! 철이기룡 표대협이셨군요. 대협께서 찾아주신 것을 알면 선자께서 크게 기뻐하실 거예요."

예의 여인이 환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주위에 서 있던 무림인들은 놀란 표정으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는 바로 철문영이었다.

"소녀가 안내해 드리겠아옵니다."

예의 여인이 재빨리 철문영의 앞으로 나섰다.

"폐를 끼치겠오이다."

철문영이 말하자 여인은 미소를 지었다.

"폐라니오. 소녀가 할 일을 하는 것 뿐이옵니다. 소녀의 천명은 도화(挑花)라고 하옵니다."

여인의 말에 철문영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 가시는 분. 표형(飄兄)아니세요?"

그때, 돌연 뒤쪽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 철문영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한 명의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눈에 확 띄는 늘씬한 미녀로 일신에 하늘색의 연무복을 걸치고 있었다.

덤덤하던 철문영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초령(草苓), 오랜만이오."

철문영이 환히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표형, 반가와요. 이게 얼마만이예요?"

여인은 대담하게 사내같이 철문영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이를 본 도화라는 여인의 눈길이 잠시 흔들렸다.

"어머, 혹시 소저께선 비천옥호 상관소저 아니신가요?"

여인의 말에 철문영이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철문영과 마주 서 있는 여인은 바로 무림오영 중 유일한 여성인 비천옥호 상관초령이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여인답지 않은 호협한 성품을 지닌 여장부였다.

철문영은 그녀의 그런 성품이 마음에 들어 각별한 교제를 하고 있었다.

"두분, 이리 오세요. 두 분께 저희 화원에서 특별히 마련한 객사로 안내해 드리겠어요."

도화라는 여인이 앞장섰다.

"호호... 표형과 함께 있으니 이런 대우도 받는군요."

상관초령은 매끄러운 철문영의 손을 잡고 흔들며 도화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도화라는 여인의 안내를 받아 진회하가 내려다 뵈는 관목 숲 속의 객사 앞에 이르렀다.

객사들은 관목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 매우 운치있고 조용했다.

도화라는 여인은 나란히 붙어있는 두 개의 객방 앞에 섰다.

"두 분께서는 이 방들을 사용하세요. 불편하신 점이 있으시면 시녀들에게 말씀하여 주세요. 그리고 교기대회는 미시부터 시작되니 참석하시려면 풍림원으로 오세요."

"수고하셨소이다."

철문영이 치하하자 도화는 미소를 지어보이고 물러갔다.

"표형, 잠깐 시간을 내주실 수 있어요? 사실은 표형께 한 가지 부탁 드릴 것이 있어서요. 며칠 동안 표형을 찾아다녔어요."

자기방으로 들어가려던 철문영은 멈칫 했다.

"우선 안으로 들어와서 이야기합시다."

철문영이 방으로 들어서자 상관초령도 따라 들어갔다.

두 사람은 탁자를 사이에 하고 마주 앉았다.

"그래, 초령이 하고 싶은 부탁이 무엇인지 들어봅시다."

상관초령은 생긋 웃었다.

"우선 약속해요. 제 부탁을 들어준다고 말예요."

상관초령이 어거지 스듯이 말하며 철문영의 식지에 자신의 식지를 걸었다.

"초령, 말해봐요. 아무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해주지 않으려 하겠오?"

철문영의 말에 상관초령의 얼굴이 활짝 피어났다.

"좋아요. 말씀드릴께요. 표형도 얼마전 구화(九華)에서 음양정령과(陰陽精靈菓)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으셨을 거예요."

철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음양정령과란 음령정과(陰靈精菓)와 열양만정과(熱陽滿精菓)를 말하는 것이지요. 이들은 극양, 극음의 서로 다른 영효를 지닌 영약이면서도 한 가지에 달린다고 하지않소? 헌데 음양정령과가 어찌되었단 말씀이오?"

상관초령은 어두운 신색이 되었다.

"음양정령과는 어느 약초채집꾼에게 발견되었어잖아요. 그 직후 음양정령과는 한 분의 무림명숙이 거금을 주고 사갔어요. 그분은 바로 적화장(赤花莊)의 적화신검(赤花神劍) 상관형양대협이세요."

철문영은 검미를 찌푸리며 들었다.

상관초령은 계속 이야기를 했다.

 

상관형양에게는 한 명의 딸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상관옥봉.

강남일미(江南一美)라 불리는 미녀였다.

헌데 그녀는 선천적으로 잔음결맥증이라는 난병을 지니고 있었다.

상관형양이 거금을 주고 음양정령과를 사들인 이유는 바로 상관옥봉의 고질을 치료하기 위해서 였다.

그리고, 상관옥봉의 고질은 음양정령과 중의 음령정과로 치유가 되었다.

헌데 문제가 생겼다.

사패(四覇) 중의 낙일곡에서 열양만정과를 노린 것이다.

낙일곡에서 얻은 무림천년기전은 낙일산화경(落日散花經)이다.

헌데 낙일곡주인 낙혼유사(落魂幽士)는 나이가 들어 낙일산화신공(落日散花神功)의 연마에 들어간 까닭에 신공의 화후가 구성(九成) 수준에 멈춰 있었다.

그래서 그는 열양만정과의 극양한 양기를 빌어 신공을 대성하려고 한 것이다.

만일, 낙혼유가가 정당한 대가를 치루고 열양만정과를 요구했으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낙혼유사는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한 것이다.

상관옥봉을 자기 며느리로 맞을 터이니 그 예물로 열양만정과를 보내라는 것이다.

원래 낙혼유사에게는 낙혼옥랑(落魂玉郞)이라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이자는 지독한 망나니로 자기 아버지의 위세를 빌어 수많은 양가집 규수들을 범한 색골이다.

그자가 언제인가 상관옥봉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음심을 품은 것이다.

낙혼옥랑같은 자에게 딸을 준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상대는 천하를 쥐고 흔드는 사패 중 한 문파다.

그러니 정면으로 거절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낙일곡과 견원지간인 북궁(北宮) 빙혼궁에서도 압력이 왔다.

빙혼궁의 무공과 낙일곡의 무공은 상극이다.

헌데, 만일 낙혼유사가 열양만정과를 얻으면 빙혼궁으로서는 더할 수 없는 타격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던 방법으로든 열양만정과가 낙혼유사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 하였다.

그러니 빙혼궁의 압력이 적화장에 가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렇게 되니 적화신검 상관형양은 진퇴유곡의 지경에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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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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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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