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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다시 만난 마두들

 

 

 

동녘에선 어느덧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낙성신마와 천수인마는 밤을 새워 막비강을 추격했다.

남악 형산은 이미 쫓고 쫓기는 세 사람 뒤로 아득히 멀어진 후였다.

낙성신마와 천수인마가 속한 우내사마의 서열은 천하오기보다 앞에 있다.

하지만 밤새 추격했음에도 그자들은 막비강과의 거리를 조금도 단축시키지 못했다.

물론 막비강도 두 마두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강호일절이라는 우주도철의 경신술로도 우내사마에 드는 두 마두를 떨쳐버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물론 막비강은 청구절학을 한 몸에 지닌지라 우내사마라 해도 그리 두렵진 않았다.

다만 그자들이 방향을 바꿔 악소궁을 추격할까 저어하여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헌데 문득 희미하게 밝아오는 아침 안개 속을 헤치고 전면에서 두 개의 인영이 달려오는 것이 막비강의 시야에 들어왔다.

달려오는 두 사람은 일신에서 사이한 기운을 풍기는 자들인데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신법의 쾌첩함은 전광석화 같아서 눈 깜빡할 사이에 막비강의 십 장 전면에 도착했다.

(저자들은...!)

거리가 가까워지자 두 인물의 모습을 알아본 막비강은 가슴이 덜컹했다.

그자들은 막비강이 일전 곤욕을 치른 바 있는 인물들이었던 것이다.

 

화색쌍요(花色雙妖)!

 

그렇다! 그자들은 육요 중 둘인 분면색마(粉面色魔)와 도화요희(桃花妖姬)였던 것이다.

삼년 전 막비강은 그자들이 뿌린 최음제 때문에 헌원여호에게 동정을 빼앗겼었다.

그때의 일이 생각나자 막비강은 분노와 부끄러움이 치솟았다.

생각 같아서는 두 탕부탕녀를 당장 때려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강적에게 쫓기는 입장인지라 그자들과 시비를 걸 여유가 없었다.

(오냐! 다음에 보자!)

막비강은 내심 이를 갈며 급히 옆으로 몸을 날려 그들을 비켜가려 했다.

그러나 막비강을 발견한 쌍요 중 분면색마가 질풍같이 앞을 가로막으며 제지했다.

[크크! 애송아! 너는 왜 도망치느냐?]

그자는 당연히 막비강을 알아보지 못했다.

분면색마가 청련사에서 막비강과 만났을 때 막비강은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분면색마가 막비강을 제지하는 사이 이마가 가까이 이르렀다.

[흐흐흐! 애송아! 네놈이 도망가면 어디까지 갈 테냐?]

화라락!

낙성신마는 막비강의 머리 위를 뛰어넘어 앞을 가로막으며 징그럽게 웃었다.

막비강을 제지하던 분면색마는 비로소 낙성신마와 천수인마를 발견하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제 보니 사마 중의 두 분 선배 아니시오?]

[! 당신들은 화색쌍요...!]

천수인마와 낙성신마도 놀란 표정이 되었다.

(첩첩산중이로군!)

막비강은 쌍방이 서로 아는 사이임을 알고 내심 다급해졌다.

[비켜라!]

그는 화색쌍요 중 앞을 막고 있는 분면색마를 향해 맹렬히 일장을 격출했다.

[! 어린놈이...!]

분면색마는 강맹한 장풍이 엄습해 오자 코웃음을 날리며 맞받아쳤다.

퍼펑!

[어억!]

분면색마는 막비강을 과소평가한 나머지 전신의 공력을 사용하지 않아 비틀거리며 연달아 다섯 걸음이나 후퇴했다.

화색쌍요 중 다른 한 사람인 도화요희가 안색이 일변하여 고함을 질렀다.

[거기에 털도 안 난 놈이 기습을 하다니!]

파팟!

그녀는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오른손을 뻗어 막비강의 어깨를 잡아 왔다.

[요망한...! !]

막비강은 코웃음을 치며 반격하려다가 질겁했다.

도화요희는 여전히 속이 훤히 비치는 나삼을 걸치고 있었다.

문제는 그 나삼 속에 아무 것도 걸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나마 나삼은 앞과 옆이 다 터져 있어 움직일 때마다 속살이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가슴에 매달린 한 쌍의 젖가슴은 움직일 때마다 세차게 상하좌우로 출렁거린다.

그리고 몸을 날림에 따라 갈라진 치마 사이로 미끈한 다리와 허연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다.

농염하고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는 여자의 몸에다가 무자비하게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독한 심보를 지닌 사내는 드물다.

하물며 도화요희는 고의적으로 비스듬히 몸을 날리며 다리를 활짝 벌리기까지 했다.

그 바람에 막비강은 본의 아니게 그녀의 치부를 그대로 보고 말았다.

(!)

막비강은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그 사이에 도화요희의 날카로운 손톱이 어깨의 혈도를 움켜쥐려 했다.

막비강은 다급히 몸을 틀어 겨우 그녀의 공격을 벗어날 수 있었다.

!

하지만 완전히 피하지 못해 어깨의 옷이 도화요희의 손톱에 걸려 길게 짖어진다.

화락!

(, 위험했다!)

위기를 넘긴 막비강은 찬바람을 들이키며 뒤로 멀찍이 내려섰다.

[! 여기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직후 뒤쪽을 막고 서있던 천수인마가 괴성을 지르며 공격해왔다.

[오냐! 내 탕마일초(蕩魔一招)를 받아 봐라, 노마!]

일전을 피할 수 없음을 깨달은 막비강은 벼락같이 쌍장을 뻗어내며 외쳤다.

초식은 평범한 것이었지만 치우강기가 실린 탓에 강맹하기 이를 데 없는 장력이 뻗어나갔다.

[! 이놈 봐라!]

청구절예는 과연 비범하였다.

퍼펑!

천수인마같은 전대의 거마도 막비강의 일장에 정면으로 마주치자 전신이 찌르르 울림을 느끼며 비틀 물러섰다.

천수인마를 물러서게 한 막비강이 주위를 돌아보니 전후 좌우가 강적들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있었다.

막비강은 오늘의 상황이 결코 좋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마음을 가다듬은 후 호방한 웃음을 터뜨렸다.

[으핫하하! 비겁한 요마들! 오늘 내가 천벌이 어떤 것인지 알려 줄 테니 전부 덤벼라!]

천수인마가 음산하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흐흐흐! 이것은 네놈이 청구상인의 제자 된 벌이다. 사부 대신 네놈이 당년의 빚을 갚아야 한다.]

천수인마는 나이가 이 갑자가 넘는다.

그래서 젊은 시절 청구상인과 만났던 적이 있었고 또 못된 짓을 하다가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었다.

옛날의 원한을 떠올린 천수인마는 두 눈에서 살기를 발하며 말을 이었다.

[노부는 네놈에게 삼 초를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말을 한 이상 약속을 지킬 테니 어서 출수해 봐라!]

막비강도 검미를 치켜 올리며 차갑게 코웃음을 날렸다.

[! 나야말로 선사의 유지를 받들어 네게 삼 초를 양보해야 마땅하다.]

[건방진 애송이놈!]

천수인마는 막비강을 노려보며 이를 부득 갈았다.

막비강 역시 위압당하지 않고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크왓! 천수벽력장(千手霹靂掌)을 받아 봐랏!]

꽈르르릉!

천수인마가 사나운 고함을 지르며 쌍장을 내쳤다.

순간 사방이 수많은 손그림자에 뒤덮였다.

과연 천수인마라는 별호에 어울리는 장공이었다.

[잘 왔다!]

우박처럼 쏟아지는 손그림자 속에서 막비강도 고함을 치며 마주 양손을 찔러 냈다.

쩌러렁!

순간 요란한 금속성과 함께 막비강의 양손에서 금색(金色)과 벽색(碧色)의 광망이 터져 나가 천수인마의 공격을 산산이 부숴 버렸다.

이 수법은 세 권의 청구단서 중 연형편에 수록된 수공(手功)으로 전문적으로 호신강기를 파해하는 위력을 지녔다.

[허억! 청구상인의 벽금산수(碧金散手)!]

퍼펑! 꽈다당!

요란한 폭음과 짙은 모래먼지가 확 일어나는 중에서 천수인마의 신음 소리가 터졌다.

이어 천수인마가 방금의 일전에서 심대한 타격을 받은 듯 쓰러질 듯 휘청이며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

벽금산수에 의해 호신강기가 무너지며 기혈이 뒤집힌 것이다.

[이것도 받아랏, 노마!]

쐐액!

승기를 잡은 막비강은 사나운 외침 소리와 함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공중으로 십여 장이나 솟구쳤다.

[붕천멸압장(崩天滅壓掌)!]

꽈르르릉!

이어 허공에서 몸을 뒤집은 그는 쌍장을 아래로 내리쳐 천수인마의 머리 위로 극히 막중한 압력을 가해 갔다.

[!]

스팟!

천수인마는 깜짝 놀라며 발끝을 힘껏 굴러 뒤로 육칠 장 가량 날아 나갔다.

하지만 정작 막비강의 장력은 천수인마가 섰던 곳에 이르자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변해 버렸다.

막비강의 이 일초는 진력이 들어가지 않은 허초였던 것이다.

막비강은 바닥에 사뿐히 내려선 후 얼굴에 경멸의 웃음을 가득 머금었다.

[난 분명 삼 초를 양보한다고 했는데 노마는 어찌하여 일격도 받아내지 못하고 후퇴하느냐?]

비로소 자신이 놀림을 당한 것을 알아차린 천수인마의 안색이 썩은 돼지 간처럼 변했다.

낙성신마는 옆에서 이 광경을 보고 이마를 찌푸렸다.

(청구상인이 남긴 금강옥액이 아무리 신묘하기로서니 이갑자 이상의 공력이 실린 천수인마의 일장을 받아내지 못해야 정상인데...! 그렇다면 저 어린 놈이 벌써 치우강기를 대성했단 말인가?)

생각을 굴린 낙성신마는 직접 확인해 볼 요량으로 막비강 앞으로 나섰다.

[애송이놈! 노부는 네게 먼저 손을 쓸 기회를 주겠다.]

바로 그때였다.

[! 도저히 눈뜨고 봐줄 수가 없구나! 비겁한 늙은이들 같으니...!]

화라라락! 스슷!

코웃음 소리와 함께 돌연 두 개의 가냘픈 인영이 나무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 둘은 각기 푸르고 붉은 옷을 걸친 십팔구 세쯤 된 소녀들이었다.

두 소녀는 같은 핏줄을 타고난 자매인 듯 전체적인 모습이 비슷했는데 한눈에 보아도 눈앞이 훤해지는 절색의 소유자들이었다.

두 자매 중 녹의소녀(綠衣少女)는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듯 가냘픈 몸매에 쌀쌀맞은 인상이었다.

반면 홍의소녀(紅衣少女)는 나이답지 않게 몸매가 풍만한데다가 얼굴도 도화빛으로 화사했다.

[늙은 것들이 떼를 지어 젊은 사람을 괴롭히다니, 보아하니 너희들은 명성을 떨친 인물 같은데 어찌 이렇게 수치심도 없느냐?]

두 자매 중 녹의소녀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날카롭게 외쳤다.

천수인마는 마음속에 쌓인 울분을 발설할 길 없던 중 이런 말을 듣자 눈을 부릅뜨며 노성을 질렀다.

[사타구니에 날 것도 안 난 어린년들이 감히!]

막비강도 두 소녀를 힐끗 돌아보았다. 녹색 경장과 홍색 의삼을 입고 등에 장검을 멘 두 자매의 모습은 매우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그러나 막비강 정도의 고수가 보기에 그녀들의 신법은 별로 고명한 편이 못되었다.

이에 막비강은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두 소녀의 신법을 보아하니 자기들의 안위도 보호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남의 일에 간섭하는구나. 그녀들의 출현으로 나는 도주하기가 더욱 어렵게 되었구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막비강은 침중하게 말했다.

[두 분 낭자는 어서 물러가시오! 이 마두들은 매우 무서운 자들이오.]

그러자 홍의소녀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코웃음을 날렸다.

[! 당신은 뭐가 대단하다고 그런 말을 하세요? 얌전히 우리 자매의 솜씨나 구경하세요.]

파팟!

그녀는 말을 끝내자마자 쌍장을 휘둘러 마치 눈꽃이 날리는 듯한 장풍으로 천수인마를 공격했다.

천수인마는 홍의소녀의 장법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급히 옆으로 피했다.

[지마(地魔) 사도봉(司徒鳳)의 지라신장(地羅神掌)이로구나! 아이야! 우린 한 식구나 마찬가지니 어서 손을 멈추어라!]

막비강은 천수인마가 외치는 말을 듣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소녀도 우내사마의 후손인 모양이군! 한 통속인 늑대와 여우가 어울려 싸우면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되겠는걸!)

그는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노마와 어린 마녀의 혈전을 관전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것은 막비강이 뭘 모르고 하는 생각이었다.

 

천마(天魔) 황보룡(皇甫龍)!

지마(地魔) 사도봉(司徒鳳)!

 

그들이 우내사마의 나머지 둘이다. 그리고 이들 두 남녀는 부부 사이다.

비록 같은 사마의 서열에 들긴 했으나 천지이마(天地二魔)는 천수인마나 낙성신마와는 천양지차로 격이 다른 인물들이었다.

왜냐하면 천지이마는 마도무림인들에게 종가(宗家)라고 할 수 있는 마교(魔敎) 출신이기 때문이다.

천지이마는 단지 마도에 속한 인물이라 낙성신마, 천수인마 등과 함께 우내사마로 불릴 뿐이다.

게다가 그들 부부는 낙성신마와 천수인마보다 나이가 한 참 어려 처음 강호에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오십여년 전이다.

비록 나이는 오십 살 이상 어리지만 천지이마의 무공 실력은 낙성신마나 천수인마가 감히 상대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자들 뿐만 아니라 일선(一仙) 이불(二佛), 삼도(三道)까지도 천지이마에게는 한 수 양보할 정도였다.

홍의소녀가 방금 펼친 장법은 바로 그 천지이마 중 지마 사도봉의 절기였다.

지마 사도봉은 마교의 마공 중에서도 아녀자들에게 적합한 마공만을 전수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가 지마 사도봉의 무공을 사용하자 천수인마는 절로 꺼려지는 바가 있어 맞서 싸울 수가 없었다.

본래 지마 사도봉은 무공이 빼어날 뿐 아니라 성격이 아주 표독하여 자신에게 터럭만한 죄라도 지은 자는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삼십 몇 년 전, 백도 무림의 대명사인 구파일방의 인물들이 오인하여 지마 사도봉의 친인(親姻)을 해친 적이 있었다.

이에 지마 사도봉이 무자비한 살수를 펼쳐 무려 열 배나 많은 구파일방의 제자들을 살해한 사건은 아직도 무림에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아무리 천수인마가 일세를 풍미한 거마이긴 하지만 감히 지마 사도봉에게 죄를 지을 용기는 없다.

그래서 억지로 웃는 얼굴을 지으며 물러서려 했다.

[! 늙어빠진 영감아! 똑똑히 보고 주둥아리를 놀려라! 지마 사도봉만 마교의 무공을 사용하는 줄 아느냐?]

헌데 의외로 홍의소녀가 차가운 코웃음을 날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홍의소녀가 지마 사도봉과의 관계를 부인하는 것은 당연히 천마 황보룡과도 관련이 없다는 말이다.

천수인마는 홍의소녀가 지마 사도봉과의 관계를 부인하자 어리둥절해했다.

방금 전 홍의소녀가 사용한 장법은 분명 지마 사도봉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 참 잘되었군!]

그러자 쌍요 중의 분면색마가 앞으로 나서며 음탕하게 웃었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이 채화음적은 두 자매가 나타나자마자 회가 동해 침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두 계집이 스스로 천지이마와 관계도 없다니 소생이 요리하겠소.]

듣고 있던 녹의소녀가 손가락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너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무엇 하는 작자냐?]

[소생의 성은 관()가고 이름은 지()라고 하오.]

막비강은 나이 오십이 넘은 작자가 자칭 소생이라 칭하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녹의소녀는 상대방의 이름을 듣고 처음에는 얼굴을 약간 붉히더니 곧 창백하게 변했다.

그녀는 비로소 상대가 누군지 알아본 것이다.

[네놈이 죽일 놈의 채화음적 분면색마였구나!]

!

그녀는 이를 갈며 벼락같이 검을 뽑아 휘두르며 분면색마를 덮쳐 갔다.

하지만 관지는 허리를 비틀며 녹의소녀의 검망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보기 좋게 펑퍼짐한 엉덩이를 살짝 만지며 음탕한 웃음을 머금었다.

[흐흐흐! 탄력이 매우 좋구나! 재미볼 때 요분질을 잘하겠어!]

[... 이 악적!]

녹의소녀는 부끄러움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얼굴빛이 새파랗게 변했다.

쩌저정!

다음 순간 갑자기 그녀의 검끝에서 길이가 한 자 가량 되는 서릿발 같은 광채가 뻗어 나왔다.

바로 전설 속의 검강(劍罡)이었다.

그것을 본 관지는 안색이 일변하며 경악의 함성을 질렀다.

[그건 북산검호각의 추상검강(秋霜劍罡)!]

(북산검호각! 저 소녀들이 사패천 중 북패천으로 불리는 북산검호각의 제자란 말인가!)

막비강의 눈도 번쩍 빛을 발했다.

그는 악소궁에게서 북패천 북산검호각의 일족이 전()씨라는 말을 들은 기억을 떠올렸다.

북패천 북산검호각의 위명은 실로 대단하여 그 음탕하던 분면색마도 이 순간만큼은 심각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츠츠츠!

그자의 손바닥은 어느덧 백옥(白玉)처럼 희게 변했다.

아마도 북산검호각의 검법에 대항하기 위해서 필생의 절기를 끌어올린 모양이었다.

그사이에 녹의소녀의 검법도 신묘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쩌러렁!

서릿발 같은 기운이 그녀의 검에서 번져 나와 분면색마를 무찔러 갔다.

! 퍼펑!

분면색마는 연달아 몇 장을 발출하여 녹의소녀의 검기를 흩뜨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녹의소녀의 검기는 더욱더 날카롭게 변해 분면색마를 공격했다.

막비강은 더 이상 궁금증을 참지 못하여 옆에서 관전하고 있는 홍의소녀에게 물었다.

[낭자, 당신들의 성은 전()씨요?]

홍의소녀가 흘겨보며 차갑게 대꾸했다.

[전씨면 어쩌겠다는 거예요?]

[뭘 어쩌겠다는 것이 아니오. 낭자의 성이 전씨라면 내가 당신들을 도와 주겠소.]

막비강은 두 자매의 성이 전가라고 말하자 혹시 염라철장의 유서에 적힌 전포(田袍)란 인물과 모종의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두 자매를 도와 싸운 후 그녀들에게 전포의 행방을 묻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홍의소녀는 가소롭다는 듯이 차가운 코웃음을 날렸다.

[! 웃기지 마세요. 당신이 우리를 돕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신을 돕고 있는 거예요.]

막비강은 그녀와 다투고 싶지 않아 빙긋 웃었다.

[누가 누굴 돕든 지금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운명입니다.]

그러자 홍의소녀가 눈을 흘기며 차갑게 외쳤다.

[누가 당신과 같은 배를 탄 운명이란 말이에요?]

낙성신마가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애송이놈아! 아부를 하려면 똑똑히 해라!]

낙성신마는 히죽거리며 홍의소녀를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이 계집애는 너의 호의를 받아들일 것 같지 않으니 우리도 한바탕 놀아 보자! 노부는 너를 인질로 삼아 악불령을 유인해야 하므로 죽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마라!]

홍의소녀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외쳤다.

[늙은 작자야! 우선 나와 먼저 고하를 가늠하자!]

!

그녀는 말을 끝내기 무섭게 일장을 격출했다.

낙성신마는 홍의소녀의 성격이 불같은 것을 알고 있던 터라 어깨를 살짝 비틀어 공격을 피해 버렸다.

물론 홍의소녀는 낙성신마의 적수가 못 된다.

그래도 낙성신마는 그녀가 혹시 지마 사도봉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어 손을 쓰는 것이 꺼려졌다.

대신 그는 벼락같이 막비강을 덮쳐 왔다.

막비강은 그렇지 않아도 홍의소녀가 낙성신마를 당해내지 못할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내 일장부터 받아랏!]

꽈르르릉!

그는 상대방이 초식을 발출하기도 전에 먼저 오른손을 뒤집어 일장을 뻗어냈다.

청구절학은 펼쳐내기만 하면 광풍이 휘몰아치고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위력이 있었다.

즉시 짙은 먼지가 안개처럼 피어올라 펼치는 사람이 어디 있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허엇! 광풍진천장(狂風振天掌)까지...!]

낙성신마는 깜짝 놀라 연달아 여덟 걸음이나 후퇴하였다.

그런 후에야 가까스로 막비강의 흉맹한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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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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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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