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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원의 손길

 

 

 

[크흑!]

막비강은 들끓는 욕화를 참지 못하고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운기조식을 하여 필사적으로 치솟는 욕화를 억눌러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번 불붙은 욕화는 요원의 불길처럼 그의 전신으로 번져 갔다.

막비강은 너무도 강력한 욕화에 급격히 이성을 잃어 갔다

그의 순양지물은 극한대로 팽창하여 끊어질 듯이 아팠다.

지금 이 순간 막비강의 뇌리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서 아랫배에 그득한 채 들끓고 있는 용암을 어디론가 토해내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사방이 밀폐된 이 철실에서 그의 욕화를 풀어 줄 대상이 있을 리 없었다.

[으아아아!]

그는 치미는 열기를 참지 못하고 걸치고 있던 의복을 모두 훌훌 벗어 던졌다

그리고는 끊어질 듯이 아픈 일부를 부여잡은 채 바닥을 떼굴떼굴 굴렀다.

그러면서 그는 서서히 정신을 잃어 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긍!

문득 밀실의 철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이어 하나의 날렵한 인영이 밖을 살피며 재빨리 안으로 들어와 철문을 다시 닫았다

그 인물은 한 명의 중년미부였는데 무엇이 꺼려지는지 얼굴은 수건으로 가려 알아볼 수 없었다.

[...!]

실내에 들어선 여인은 상황을 살펴보다가 바르르르 몸을 떨었다

한구석에 전라의 몸으로 벌렁 누운 채 정신을 잃은 막비강을 발견한 때문이다

완벽한 균형을 이룬 막비강의 건장한 알몸은 중년여인을 전율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순간 막비강의 몸은 전신의 혈관이 툭툭 불거진 채 끊임없이 잔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눈은 이미 까뒤집어져 허연 흰자위가 드러나 있고 입과 코에서는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욕화가 기혈을 뒤집어 놓고 있다는 증거였다.

(가엾은 아이...!)

면사 속에서 여인의 두 눈이 촉촉이 젖어들었다

그녀는 막비강을 구하려면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주춤주춤 막비강에게로 다가섰다

그리고 막비강 옆으로 가까이 다가선 그녀는 숨을 죽였다

그의 하체 중심부에 불끈 치솟아 있는 일부를 발견한 때문이다.

막비강은 금강옥액을 복용한 덕분으로 양정(陽精)이 범인의 수십 배에 이른다

그 탓에 그의 실체도 평균의 배에 가까운 크기였다.

여섯 치가 넘는 막비강의 일부는 마치 무쇠로 만든 조형물처럼 강인해 보였다

여인은 살아오면서 두 명의 사내를 경험했다

하지만 그중 누구도 막비강의 그것에는 비견될 수 없었다

특히 그 압도적인 굵기와 중량감은 상상도 못해 본 것이었다.

여인의 봉목은 갈등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네게 진 신세를 갚기 위해서다!)

여인은 입술을 깨물며 자신의 치마를 허리 위로 걷어 올렸다.

만지면 묻어날 듯이 새하얀 허벅지가 어둠 속에서 눈이 부셨다.

헌데 기이하게도 여인의 가랑이 사이의 계곡에는 성숙한 여자라면 당연히 깔려 있어야 할 음영(陰影)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백옥(白玉) 덩이같이 뽀얀 두덩과 그 아래로 탐스럽게 벌어진 균열이 보일 뿐이었다.

인은 흥분과 수치심으로 바들 바들 떨며 막비강의 몸 위에 쪼그려 앉았다.

그와 함께 떨리는 섬섬옥수가 용틀임을 보듬어 쥐었다

여인의 손안에 쥐어진 그것은 마치 뱀처럼 꿈틀대며 맥동했다.

(뜨거워!)

손안에서 요동치는 용틀임을 느끼며 여인은 바르르 몸을 떨었다.

치마를 복부와 다리 사이에 낀 여인은 그 용틀임을 자신의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

(, 정말 내가 강아와 이런 짓을 해도 좋을까?)

마지막 순간 여인은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막비강과 이런 짓을 해서는 결코 안 되는 사이였다.

인륜을 지켜야 한다는 망설임이 그녀를 마지막으로 머뭇거리게 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여인의 입술이 깨물리며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이어 그녀는 육중한 하체를 지그시 내리눌렀다.

(, 아파! 그이하고의 첫날밤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찔한 통증을 느낀 여인은 입술을 악물었다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여인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녀는 막비강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게 되었다.

[흐윽!]

여인은 막비강을 완전히 수용한 뒤 무너지듯 그의 넓은 가슴에 넘어졌다.

아랫배에 가득 들어찬 채 연신 꿈틀대는 막비강이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 내가 결국 강이와 ...!)

그 와중에도 참을 수 없는 죄책감으로 인해 흘러 넘친 여인의 뜨거운 눈물이 막비강의 가슴 위로 굴렀다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진 자신의 몸으로 순결한 막비강을 받아들인 것이 그녀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다

자신과 막비강은 완전히 한 몸이 되어 버렸다

남자와 여자로서 최후의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죄책감에 떠는 중에도 그녀는 자신이 할 일을 시작했다.

(그래! 이렇게 되었으니 네 마음껏...!)

여인은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본능에 몸을 맡겼다.

일단 분 뜨거운 열풍은 좀처럼 수그러들 줄을 몰랐다.

 

* * *

 

(누구였을까?)

막비강은 망연자실하여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지금의 그는 온몸이 개운한 상태였다

아랫배를 그득 채우며 들끓던 용암은 이미 한 방울도 남김없이 외부로 방출된 후였다

치미는 열기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벗어 젖혔던 의복도 누군가에 의해 원래대로 입혀져 있었다.

(젊은 여자는 아니었어!)

막비강의 숨결이 절로 거칠어졌다.

그는 어렴풋이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욕화로 반쯤 혼절해 있었을 때 누군가 허연 아랫도리를 드러낸 채 자신의 몸 위에 걸터앉았었다는 사실을...!

그 여인의 몸에서는 참으로 좋은 냄새가 났었다

과일 냄새 같기도 하고 백합 향기 같기도 한 그 냄새는 아직도 코끝에서 맴돌고 있다.

급한 불을 끄고 나자 막비강은 능동적으로 욕구를 채웠었다

막비강이 짐승처럼 덤벼들자 여인은 슬픈 눈빛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그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하지만 막비강이 욕구를 채우던 중 여인이 얼굴에 쓰고 있는 면사를 벗겨버리려 하자 그녀는 돌변하여 격렬하게 저항했었다

끝내 면사를 벗기지 못한 탓에 막비강은 그 여인이 누군지 알아내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을 구한 여인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몸매로 보아 제법 나이가 든 여인이었으니 혈검산장의 비녀나 하녀들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막고천의 처첩(妻妾)들 중 한 명이란 얘긴데...!)

막비강은 혈검산장의 여러 여인들을 떠올려 봤다

그러나 정조를 희생하면서까지 자신을 구해 줄 동기를 지닌 여인은 그녀들 중에는 없었다.

언뜻 막고천의 다섯 번째 첩인 냉상영의 슬픈 표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역시 막비강 자신을 위해 그토록 큰 희생을 할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언제고 알게 되겠지!)

막비강은 길게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정의 철문은 열려 있었다. 누군가 밖에서 열쇠로 연 것이 틀림없었다.

헌데 함정을 나서려던 막비강은 문간에 떨어져 있는 한 짝의 귀고리를 발견했다.

(그 여인이 흘린 것이겠구나!)

막비강은 그 귀고리를 집어 소중히 품속에 넣었다.

 

혈검산장은 텅 비어 있었다. 사람이 모두 떠난 드넓은 장원에는 괴괴한 적막만이 흘렀다

막고천은 막비강이 한철로 만들어진 철문을 부수려 하자 질겁하여 달아났고, 다른 식솔들도 겁에 질려 뿔뿔이 흩어져 버린 것이다.

서패천(西覇天)이라 불리며 서북삼성(西北三省) 일대에서 위세를 떨치던 혈검산장은 삽시에 폐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네가 어디로 숨든 반드시 찾아내고 말겠다, 막고천!)

막비강은 막고천에 대한 분노를 삭이며 혈검산장을 떠났다.

 

 

***

 

쐐액!

막고천의 암계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겼다가 정체불명의 여인의 희생으로 구사일생한 막비강은 마음속의 울분을 발설하기라도 하듯이 우주도철의 경신술 팔보간섬(八步間閃)을 극한까지 펼쳐 질주하였다.

반 자절 이상을 내쳐 달리자 수백 리를 주파하여 종남산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이윽고 종남산의 험준한 산 그림자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막비강은 비로소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길가의 바위에 걸터앉으며 제법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막비강이 멈춘 곳은 야트막한 고갯마루였다.

[이제 어딜 가서 무얼 해야 하나?]

고개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며 막비강은 넋을 놓고 중얼거렸다.

그는 혈검산장에 도착하기만 하면 모든 진상이 밝혀질 것으로 생각했었다

막고천을 생포하여 통쾌하게 원수를 갚을 수 있을 것이며 설사 그렇지는 못해도 최소한 생모 한경파를 구출하여 자기의 신세내력을 알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막고천은 놓쳤고 생모조차 어디론지 잡혀가 버린 것이다.

(막고천! 네놈이 만일 나한테 당한 화풀이로 어머니를 괴롭힌다면 기필코 사로잡아 천참만륙해 버리겠다!)

막비강은 마음이 초조해져 이를 부득 갈았다. 생모 한경파의 안위가 못내 마음에 걸린 때문이다

하지만 막고천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헌데 막비강이 길가의 바위에 걸터앉아 두서 없는 생각을 굴리고 있을 때였다.

화라라락!

고개 아래에서 하나의 작달막한 인영이 질풍같이 날아오는 것이 막비강의 눈에 들어왔다

그 인영은 한 명의 여인이었는데 단번에 고개 위로 날아올라오더니 막비강 곁을 스쳐 지나갔다.

(저 여자는 왜 저렇게 황망히 달려가는 걸까?)

막비강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본래 남의 일에 간섭하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인이 펼쳐내는 경공술이 어쩐지 눈에 익어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부인! 잠깐만 걸음을 멈춰 주십시오.]

막비강이 급히 부르자 여인은 고개는 돌리지 않았으나 예의 있게 대답했다.

[용서하세요! 가친(家親)께 위급한 일이 생겨 서둘러야한답니다.]

여인은 그렇게 외치며 전력을 다해 질주해 갔다

발끝이 가볍게 땅을 찍을 때마다 사, 오 장씩을 날아가는데 그 자태가 아주 가볍고 우아하다.

!

막비강은 여인의 이 같은 경신술에서 느껴지는 게 있어서 즉시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뒤쫓아가기 시작했다.

날 듯이 달려가는 여인의 경신술은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껏 막비강이 본 어떤 무림 고수보다도 빠르고 경쾌했다.

하지만 막비강은 경신술로 유명한 우주도철의 팔보간섬을 연마해다. 

뿐만 아니라 지난 일년 동안 수시로 공청석유를 마시고 하수오를 상식(常食)했었다. 

덕분에 공력이 전보다 배 가까이 심후해진 상태다

막비강은 오래지 않아 여인의 바로 뒤로 따라붙을 수 있었다.

여인도 막비강이 삽시에 자신을 따라붙자 놀란 듯 돌아보았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질풍같이 달리는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막비강이 가까이 따라붙어 살펴보니 상대는 사십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순후한 인상의 중년여인이었다

그다지 빼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박속같이 하얀 피부와 온유하고 부드러운 표정이 절로 호감을 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중년에 접어든 나이 탓에 비만해 보일 정도로 살이 올라 풍만한 몸에는 질박하나 깨끗한 베옷을 걸치고 있어 초탈해 보였다.

[아주머니는 남산의성(南山醫聖) 악 선배님과는 어떤 관계입니까?]

막비강은 여인과 보조를 맞추어 달리면서 물었다

그는 이 풍만한 중년여인의 경신법이 바로 남산의성 악불령의 능운신보(凌雲神步)임을 알아본 것이다.

[소협의 존함을 말해 줄 수 있겠어요?]

화락!

막비강의 물음에 중년여인은 급히 걸음을 멈추며 반문했다.

[소제는 막비강이라 합니다.]

막비강도 따라 멈춰 서며 중년여인에게 손을 모아 보였다.

[이제 보니 막 소협이었군요. 제 이름은 악소궁(岳少宮)이라고 하며 남산의성께서는 저의 가친 되세요.]

중년여인이 반색을 하며 막비강의 손을 덥석 잡았다.

[! 악 누님이셨군요.]

막비강도 반색을 했다.

그는 이 년 전 악불령에게서 의술을 배울 때 그의 가족 사항을 들어 알고 있었다

이 푸근한 인상의 중년여인은 바로 남산의성 악불령의 외동딸인 악소궁이었던 것이다.

악소궁의 나이는 올해로 마흔 세 살이다

그녀는 스무 살이 채 안되어 출가하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고 홀몸이 되었다

즉 지금의 그녀는 과부인 것이다.

자식도 없이 청상과부가 된 악소궁은 별 수 없이 친정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도와 채약(採藥)과 연단(煉丹)에 몰두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의성 어르신께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누님?]

막비강은 악소궁의 안색이 매우 초조한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악불령에게 사사(私師)한 인연이 있다

그래서 악소궁이 비록 어머니 나이뻘이었으나 스스럼없이 누님이라 불렀다.

악소궁도 막비강에 대해 부친에게서 들어 알고 있는 터라 그가 대뜸 자신을 누님이라 불렀으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건의 발단은 삼년 전 뇌강서(雷鋼鋤)를 도난당한 일이었네.]

악소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녀도 상대가 자신의 사제뻘인 막비강임을 확인하자 자연스럽게 말을 놓았다.

[소리장도(笑裏藏刀) 강용은 자기의 무공으로는 가친을 당해내지 못함을 알고 이리저리 피해 다녔지.]

막비강 역시 그 일은 알고 있다.

소리장도 강용은 위왕, 즉 조조의 무덤을 도굴할 목적으로 남산의성 악불령의 뇌강서를 훔쳤었다

그 과정에서 막비강은 소리장도로부터 도가의 상승 운기토납술인 태청정명운기법(太淸淨命運氣法)을 배우는 기연을 만났었다.

[도망다니던 강용은 가친이 경지하 강변에서 백독서생(百毒書生) 이량과 싸워 적대관계가 된 것을 알고는 많은 재물을 마련하여 그자를 찾아가 사부로 삼았다네.]

막비강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말을 받았다.

[백독서생 이량은 영존의 적수가 되지 못하는데 강용이 그런 자를 사부로 삼은 게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그건 자네가 모르고 하는 말이야. 강용이 백독서생 이량을 사부로 삼은 건 무공이 아니라 아버님을 상대하기 위한 용독절학(用毒絶學)을 배우기 위해서였거든.]

[그렇군요!]

막비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금 무림에서 남산의성의 의술에 상대될만한 것은 백독서생의 용독절학 밖에 없다.

말을 잇는 악소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게다가 강용은 전설적인 거마 천수인마(千手人魔)까지 사부로 모셔 절기를 배웠다고 하네. 그리하여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긴 그자는 복수를 하겠다며 우리 집으로 향하고 있다는데 천수인마도 강용과 동행한다더군.]

막비강의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천수인마의 무공은 천하오기(天下五奇)에 비해 어떻습니까?]

[한마디로 단언하기 어렵네.]

악소궁은 아미를 모으며 대답했다.

[천수인마는 백여 년 전부터 무림에 명성을 떨쳐 온 천(), (), (), ()의 우내사마(宇內四魔) 중 한 명이네. 강호의 일반적인 평판으로는 우내사마가 천하오기보다 좀더 강하다고 봐야겠지!]

막비강은 우내사마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 본다

하지만 우내사마가 무려 백여 년 전부터 악명을 떨쳐왔다는 설명을 듣고 그자들이 천하오기보다도 더 무서운 인물들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막비강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잘되었습니다. 소제도 영존을 만나 뵙고 어떤 사람의 행방을 물을 생각이었으니 함께 가시지요.]

[자네가 함께 가 준다면 천수인마도 감히 행패를 부리지 못할 게야.]

악소궁은 막비강이 함께 가자고 말하자 기뻐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당금 무림에서 천하오기 외에는 나를 추격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지. 그런데도 단숨에 내 뒤를 쫓아온 걸 보면 자네의 무공이 천하오기를 능가한다는 걸 알 수 있겠네!]

말하는 악소궁의 표정이 밝아졌다.

실제로 악소궁은 다른 무공은 평범하지만 경신공부만은 아주 빼어났다

막비강은 그녀의 젊은 시절 별호가 남산비연(南山飛燕)이었음을 떠올렸다.

막비강도 악소궁이 자신을 높게 평가해 주자 내심 기뻤다.

[헌데 소협은 가친에게 누구의 행방을 물으려는 겐가?]

악소궁이 묻자 막비강은 침중한 표정이 되어 대답했다.

[소제가 찾으려는 사람의 이름은 전포(田袍)라고 합니다. 혹시 악 누님은 이 이름을 들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글쎄... 금시초문이구먼. 하지만 가친께선 알고 계실 것 같네. 워낙 발이 넓으신 분이니까.]

악소궁의 대답에 막비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포가 무림의 고인이 아니라면 염라철장이 내게 전포를 만나 사정을 물어 보라고 당부할 리 만무하지.)

생각을 굴리던 막비강은 다시 악소궁에게 물었다.

[혹시 무림도상에 전()씨 성이면서 위명을 떨친 인물이 없습니까?]

[전씨라....]

악소궁은 이마를 모으며 생각하다가 눈을 반짝 빛냈다.

[그러고 보니 전씨 중에서도 무림에 명망을 떨치는 가문이 하나 있기는 하구먼!]

[그렇습니까? 그게 어느 가문입니까?]

악소궁의 말에 막비강은 급히 물었다.

[사패천 중 북패천(北覇天) 북산검호각(北山劍豪閣)이 대대로 전씨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네! 하지만 그들 일족은 중원의 북쪽 변방에 웅거한 채 외부인들과 교류가 적어 당금 북산검호각에 어떤 인물들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어!]

막비강은 악소궁에게서 더 이상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별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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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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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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