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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녀를 부르는 퉁소소리

 

 

 

 

 

현천록과 장군묵이 달려갔을 때 그곳에는 노삼과 뚱뚱한 중이 싸우고 있었다.

노삼은 천산육유장(天山六喩掌)을 펼쳐서 뚱뚱한 중을 몰아부치고 있었고 뚱뚱한 중은 합장을 한 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겨우 피하는 중이었다.

뚱뚱한 중은 현천록을 보자 반색을 하며 말했다.

[도장! 여기 있었구려. 어디 말좀 해주시오. 내가 그런게 아니라고.]

현천록은 그가 계명사에서 만났던 포두화상이라는 걸 알아보았다.

포두화상은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노삼의 천산육유장을 상대했다.

노삼이 소리쳤다.

[이 중놈아! 네가 그러지 않았어면 도깨비라도 그랬단 말이냐?]

장군묵이 버럭 고함쳤다.

[입닥쳐라!]

[...]

노삼은 귀속이 윙하고 울려 잠시동안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동굴 속도 노삼의 귀속처럼 한참동안 웅웅거렸다.

현천록은 장군묵의 소리에 기침을 크게 했을 때처럼 뼈마디가 시큰거리는 느낌이었다.

장군묵의 공력은 정말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공력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고강했다.

포두화상이 말했다.

[젊은 시주의 공력이 아주 놀랍네 그려. 사자후(獅子吼) 못지 않았네.]

장군묵은 포두화상을 상대하지 않았다.

현천록이 노삼에게 말했다.

[다른 분들은 어디 가셨소?]

노삼은 장군묵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제각기 흩어져서 출구를 찾는 중이오.]

현천록이 말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힘을 쓰면 금방 뚫을 수 있는 곳이 있소.]

노삼은 그의 말은 듣지 않고 어떻게 장군묵의 손에서 아직도 현천록이 무사한지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포두화상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도장! 늙은 중이 약속에 좀 늦었소. 하지만 이렇게 만났으니 그만 용서하시오.]

현천록이 말했다.

[나는 대사와 싸우지 않겠소. 여기서 나가는데 힘을 모읍시다.]

포두화상이 껄껄웃었다.

[진작부터 그랬어야 옳은 일이오. 도장이 이제야 깨달았구려. 노납은 중이라 부처님이 계신 서방극락은 가보고 싶어도 옥황신전인가 하는 곳은 가고 싶지 않았다오.]

말을 끝맺기도 전에 포두화상은 머쓱해졌다.

현천록은 노삼에게 말하고 있었다.

[이제 검을 돌려 주시오.]

노삼은 원래부터 자기 것이 아닌지라 현천록에게 순순히 진무검을 돌려주었다.

현천록은 검을 받아 칼집에 넣으며 물었다.

[아까 있던 그 네 사람은 어떻게 되었소?]

노삼이 말했다.

[노대가 시키는 대로 동굴을 조사하는 중이오.]

장군묵이 말했다.

[아니. 그들은 모두 이곳으로 오고 있다.]

과연 바람소리가 들리더니 노대와 노이가 연이어 도착하고 금전표 곽기와 수리전 형가운이 그 뒤에 도착했다.

노이가 말했다.

[틀렸다 틀렸어. 노삼! 우린 아주 지독한 놈한테 걸렸다. 꼼짝없이 여기서 죽을 때를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됐어.]

노삼이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아니! 무슨 소리요. 길이 없으면 뚫으면 돼고 무너진 건 치우면 언젠가는 나가게 될 텐데 재수없는 소릴하는거요?]

노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번에는 노이의 말이 옳다. 우린 기주인지 뭔지 하는 독한 놈한테 당해버렸다. 재수가 없어 남의 무덤에 들어와 죽는거지.]

현천록이 노대를 채근했다.

[자세히 말해보시오.]

노대가 섭선을 확 펼치며 말했다.

[늙은 도사야! 네놈을 쫓아왔다가 이지경이 됐으니 일단 네놈부터 죽여야 좀 들 억울하겠다.]

학이 날개짓을 하듯 섭선이 화려하게 춤을 추었다.

하지만 마치 예리한 도끼날 같은 기운이 팔방에서 현천록을 애워싼 채 몰려왔다.

현천록은 검이 없었다. 창졸간에 백금퉁소를 휘둘러 연달아 이검을 펼쳐 노대의 공격을 막았다.

추잇!

노대의 섭선이 더욱 변화를 부렸다.

하지만 갑자기 섭선은 걷히고 노대가 풀죽은 얼굴로 물러섰다.

현천록이 돌아보니 장군묵이 두 눈에 불을 켜고 쏘아보고 있었다.

포두화상이 노대를 알아보고 말했다.

[천산육유장에 천산백학선법! 시주들은 고명한 천산삼로들이셨군. 무슨 영문으로 우리가 나갈 수 없는지나 알아봅시다.]

그때 금전표 곽기가 말했다.

[이 종이가 바로 해답입니다.]

스윽!

포두화상은 소매를 흔들었다.

곽기의 손에 있던 종이가 포두화상의 손으로 빨려들어갔다.

포두화상이 큰소리로 읽었다.

[무너진 흙과 바위 더미 속에는 벽력탄이 들어있다. 함부로 치우려하다가는 폭사하고 말 것이다? 시주! 이건 누가 쓴 거요?]

뒤에 말은 종이에 없는 말이었다.

곽기가 의기소침한 어조로 말했다.

[대사님! 기주가 쓴 것입니다. 왼쪽 아래쪽에 보면 작은 깃발이 하나 그려져 있을 것입니다.]

포두화상이 곽기를 보더니 불쑥 말했다.

[왕년에 삼상에서 이름을 날렸던 금전표 곽시주로군. 이 몇 해동안 금전표에 죽은 시체들이 한해에 여섯 구식 꼭꼭 발견되더니 곽시주가 범인이오?]

곽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해마다 곽기는 기주의 명령에 따라 여섯 명씩을 죽여왔다.

하지만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어떤 시체는 태우고 어떤 시체는 바다에 가라앉혔으며 어떤 시체는 산짐승에게 던져주기도 했는데 포두화상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정곡을 찔려버리자 부인조차 할 수 없었다.

[... 소인이 범인입니다.]

포두화상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들은 모두 곽시주와 일면식도 없던 사이였는데... 쯧쯔... 안타깝군.]

수리전 형가운은 포두화상의 눈이 자기를 훑자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포두화상이 말했다.

[시주는 수리전 형시주구먼. 형시주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한해에 여섯 식 죽였소? 수리전이 심장에 박히긴 했지만 등을 뚫고 나오지도 않고 가슴에 뒤가 남아있지도 않았으니 그런 수법은 오직 형시주만이...]

수리전 형가운도 고개를 끄덕였다.

포두화상이 말했다.

[죄과를 어찌 다 거두려고 그런 짓을 다 하셨소? 나무아미타불...]

금전표 곽기가 말했다.

[저희는 기주의 명을 어길 수가 없어 그런 죄를 저질렀습니다.]

포두화상이 또 말했다.

[석년에 구화산 명경곡(明鏡谷)에서 장씨 모자(母子)를 죽인 것도 명령 때문이었소?]

금전표 곽기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파랗게 변해버렸다.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숨조차 쉬지 못했다.

수리전 형가운도 포두화상이 저승의 사자처럼 두려워졌다.

곽기와 형가운이 포두화상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포두화상이 나직하게 말했다.

[무슨 수로 그대들은 그대들의 죄과를 씻으려는고?]

곽기가 오른손으로 자기의 천령개를 내리쳤다.

!

수박이 깨어지는 소리가 나며 곽기의 머리가 깨어져 골수가 피와함께 흩어졌다.

형가운도 입술을 질끈 깨물고 쓰러지더니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그의 심장에는 수리전이 박혀 있었다.

노대가 냉소하며 말했다.

[신통력이 대단한 중이군. 몇 마디 말로 두 사람을 자결케 했어.]

노이가 말했다.

[그 신통력으로 막힌 동굴도 뚫어보시오.]

포두화상이 나지막하게 경을 외우고 나서 말했다.

[세상이 원래 헛된 것이니 선과 악도 다 헛된 것이오. 자기의 진면목을 보는 것이 두려울 따름이니 이들은 자기를 대할 수가 없었던 거요.]

노삼이 불쑥 말했다.

[나도 적지 않게 죽였소. 기분이 나빠 죽인 놈도 있고 힘도 없이 도전하길래 죽여버린 것도 있소. 어디 나도 한 번 죽게 해보시오.]

포두화상이 껄껄 웃었다.

[시주는 노납에게 감정을 갖지 마시오. 노납도 사람인지라 불쑥 객기가 치밀었던 거요. ! 어서 동굴을 빠져나갈 궁리나 합시다.]

신궁 오무한과 철연화 마춘보가 횃불을 들고 왔다.

오무한의 손에는 종이가 한 장 들려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무슨 내용이 적혀잇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노대가 포두화상에게 말했다.

[화상! 저 두사람도 죽여야 하지 않소?]

오무한과 마춘보는 그제서야 포두화상의 앞에 있는 두구의 시체가 곽기와 형가운의 것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포두화상이 말했다.

[노납은 살생을 즐기지 않소. 내말이 틀렸소 진인?]

[! 옳고말구요.]

현천록은 골똘히 생각에 빠져있다가 건성으로 말했다.

목소리는 진양진인의 목소리지만 말하는 투는 영락없이 어린아이의 말투였다.

노대가 말했다.

[당신이 기주라는 사실이 들통나지 않으려면 그 두사람도 빨리 죽여야지.]

오무한과 마춘보의 얼굴이 굳어졌다.

포두화상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시주는 노납이 그들의 죄를 알고 있다고 해서 의심하는 모양이구려. 그건 사실 그들이 말해준 것이오.]

노삼이 말했다.

[죽은 놈들은 계집처럼 입이 하나씩 더 달려있었소? 아니면 화상이 귓구멍이 하나 더 달려있어서 하지도 않은 말을 들었소?]

포두화상이 말했다.

[후자가 옳소. 노납은 종종 마음 속의 귀로 남의 마음을 옅듣곤 한다오.]

노대가 차갑게 말했다.

[소림사의 포두화상이 혜광심어를 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지. 남의 마음 속에 말을 하는데 그 마음 속에 있는 걸 듣기도 당연히 들을 수 있겠지.]

포두화상이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나무관세음.]

[하지만 그걸로 화상 당신이 기주가 아니라는걸 증명할 수 있을까?]

노대가 은근히 비위를 건드리는 투로 말했다.

장군묵이 말했다.

[천산삼로의 첫째는 머리가 아주 총명하다고 들었는데 그럴 듯한 말을 하는군.]

포두화상은 자기의 등에 박히듯 하는 힘을 느꼈다.

[진양진인! 노납을 위해서 한 마디 변명도 해주지 않을 테요?]

현천록이 말했다.

[대사는 철인연맹(哲人聯盟)에 속해있는 분이시니 기주일리는 없겠지요. 더구나 이곳을 봉쇄하면서 남아있을 바보는 더더욱 아닐테고.]

포두화상이 호탕하게 웃었다.

[도우는 역시 노납을 잘 알고 있네 그려. 도우가 노납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면서도 이따금씩 만나는 것처럼 노납 또한 도우를 통해 옥황신전을 조금이라도 알까 싶어서 멀리가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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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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