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第 二 章

 

             神龍決心

 

 

 

소주(蘇州).

유유히 흐르던 장강이 크게 한 굽이 돌아가 생긴 첨형의 넓은 분지.

그 분지 위엔 한 채의 장원이 서 있다.

강쪽을 제외한 삼면이 모두 깎아 지른 듯한 절벽이다.

매우 조용하고도 아늑한 장소에 장원이 서 있는 것이다.

 

소주별원(蘇州別院).

장원의 이름이다.

소주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 장원의 주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신궁태자(神弓太子) 철문영(鐵文英).

 

당금 천하에서 황실을 제외하면 가장 큰 철사왕부(鐵師王府)의 소주인.

게다가 황상의 두분 공주 중 첫째 공주인 빙향공주(聘香公主)의 부마(駙馬)이기도 한 인물이다.

그러나, 신궁태자는 바깥 줄입이 극히 드물어 그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젊은 미공자이고 천하의 기재라고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때는 초하(初夏)의 오후.

이곳은 장강의 굽이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이다.

울창한 수림이 들어 찬 숲속에 한 채의 정자가 서 있다.

정자 중앙에는 넓은 포단이 갈려 있었다.

포단 위에는 두 명의 남녀가 앉아 있었다.

여인은 이십 육칠 세 정도 된 궁장 여인이다.

여인은 눈에 확 뛸만한 빼어난 미모로 몹시도 정이 많은 듯한 모습이었다.

지금, 여인은 자기 무릎 위에 한 명의 소년 공자를 누이고 있었다.

여인의 무릎을 베고 누운 소년.

십 육칠 세 정도 되었을까?

한 번 본 사람이면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영준한 소년이었다.

여인이 무색할 지경으로 뽀얀 피부와 섬세한 얼굴의 선 등이 마치 절세미녀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한 가지 흠은 소년의 몸이 매우 허약하다는 것이었다.

뚜렷한 병색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유약해 보였다.

소년은 궁장미인의 섬섬옥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문득 궁장미인의 입에서 조심스런 옥음이 흘렀다.

"왕부를 떠나신지 일 년이 넘었사옵니다. 왕야내외분들과 황상께서 심려 하심이 크실터이니 환부 하심이 어떠시온지요?"

소년은 잠시 무심한 시선을 강상으로 던지다가 입을 열었다.

"회희, 다른 일이라면 다 화희의 말을 따르겠으나 환부하는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아줘."

소년의 말에 화희라는 여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불쌍하신 분...)

여인의 눈길이 안타깝게 소년을 훑어 보았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렇게 고우신 분에게 불치의 병이라니... 이분의 연세가 벌써 십칠 세. 약으로 버틴다고 해도 오년 후면...)

여인은 생각하기도 싫은 듯이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이냐?"

소년이 약간 짜증스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한 명의 시녀가 정자로 다가와 시립하였기 때문이다.

"... 사대선생께서 급히 태자(太子)님을 뵙고자 하십니다."

태자(太子)!

! 그럼 소년이 바로 신궁태자(神弓太子)였던가?

그렇다.

소년이 바로 소주별원의 주인인 신궁태자였다.

헌데, 부마도위(駙馬都尉)인 그가 어째서 혼자 이 소주에 내려와 있는 것일까?

 

철문영은 몸을 일으켰다.

"사대선생께서 돌아오셨단 말이냐?"

". 하오나..."

시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오나라니! 무슨 일이 있느냐?"

"사대선생께선 심하게 다치셔서 돌아오셨사옵니다. 급히 치료는 해드렸지만 매우 중하십니다."

철문영은 벌떡 일어섰다.

화희라는 여인이 따라 일어나 부축했다.

 

정자를 떠난 철문영은 곧 조용한 전각에 이르렀다.

몇 명의 시녀가 시립해 있다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물러섰다.

철문영과 화희는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전각 안에는 수많은 서적들이 쌓여 있었다.

산더미같이 쌓인 책들 사이에 작은 침상이 놓여 있다.

지금, 그 침상 위에 안색이 밀랍같이 창백한 노인이 누워 있었다.

"사선생!"

철문영이 급히 다가섰다.

"... 전하..."

노인의 입가에 안도의 미소가 떠올랐다.

"... . 일어나 인사를 못드림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철문영은 노인의 앙상한 손을 잡으며 침상 옆의 의자에 앉았다.

"괜찮습니다. 헌데 사대선생께선 어쩌다 이 지경으로 다치셨습니까?"

철문영이 묻자 노인은 손을 저었다.

이에 방에 있던 시녀 몇 명이 밖으로 물러났다.

"전하. 언젠가 이 늙은이가 천세문(千世門)에 대해서 말슴드린 적이 있지요?"

철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헌데 왜 그런 말씀을 지금...?"

소년 철문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노인의 진짜 신분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노인은 철문영에게 있어 부모 다음으로 중요한 두 인물 중 하나이다.

그들은 바로 화희(花姬)라는 여인과 노인이다.

 

화희(花姬).

그녀는 고아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그녀를 철문영의 생모가 거두어 길렀다.

그녀가 열살 때 철문영이 태어났다.

그리고, 철문영의 생모는 그를 낳은지 얼마 안 되어 신병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생모를 잃은 철문영을 길러준 것이 화희, 그녀였다.

그런 그녀이기에 철문영에게는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여인인 것이다.

그녀는 철문영에게 있어 누이이고 어머니이며 자기가 필요로 할 때 항상 옆에 있어주는 여인이었다.

따라서 그녀는 철문영에게 있어 아버지 철사왕(鐵師王)만큼이나 소중한 여인이다.

 

사대선생(士大先生).

십여 년 전부터 철문영을 가르쳐 온 노문사였다.

그의 신분내력은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

그러나, 노인의 학문은 만박통지(萬博通知).

모르는 분야가 없는 기인이었다.

철문영의 끝없는 학구 의욕을 채워준 인물이 사대선생이었다.

노인은 비단 학문을 통탈했을 뿐 아니라 무림에 대해서도 소상히 알고 있어 종종 철문영에게 무림사를 이야기 해 주었다.

천세문(千世門)에 대해서도 언제인가 이야기 한적이 있었던 것이다.

 

"전하... 이 늙은이가 바로 당시 천세문(千世門)의 기전(奇殿)을 맡았던 늙은이옵니다."

노인의 말에 철문영은 흠칫 놀랐다.

노인이 천세문에 대해 너무도 소상히 알고 있었던 것이 의아스럽기는 했다.

그러나, 노인이 바로 천세문 기전전주일 줄이야,

"허허... 그동안... 전하를 본의아니게 속여... 왔습니다. 용서... 하여주십시오."

사대선생, 아니 기전주의 말에 철문영은 고개를 저었다.

"용서라니 당치 않으신 말씀입니다. 상세가 중하시니 우선 조리를 하신 뒤에..."

기전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 니다. 지금이 아니면 말슴드릴... 기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늙은이의 말을... 들어... 주십시오."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철문영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천세비동에서... 이 늙은이가... 배신자 모용인... 그자에게 암습을... 당한 것을 말씀드렸지요?"

"그렇습니다. 말씀하셨습니다."

기전주의 안색이 침중하게 변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대 이 늙은이는 무방비 상태에서 모용인의 공격을 맏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목숨을 건지기 위한 속임수였습니다."

"속임수라니요?"

철문영이 의아한 듯이 물었다.

"허허... 기문(奇門)의 기공(奇功) 중에 쇄맥대법(鎖脈大法)이라는 것이 있지요. 이는 일시적으로 모든 신체 기능을 중단시키는 방법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죽은 듯이 보이지요. 그러나 그 상태에서는 전신이 갈가리 찢기기 전에는 죽지 않습니다."

기전주는 가빠지는 호흡을 가다듬은 뒤 말을 이었다.

"당시 중독되어 있던 몸인지라 모용인 그자를 상대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문주님께서 능히 천세비동을 지키실 것으로 기대하고 후일을 오모키 위해 구차한 목숨을 연명한 것입니다."

기전주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대신 그의 얼굴에는 점차 죽음의 기운이 짙게 드리워졌다.

하지만 철문영으로서는 기전주의 말을 중단시킬 수 없었다.

"과연 문주님께서는 천세비동을 봉쇄기키는데 성공하셨습니다. 이 늙은이 역시 목숨을 구했지요.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문주님께서 천세비동과 함께 최후를 같이 하신 것입니다."

철문영은 침중한 기색으로 기전주의 말을 들었다.

"그후, 노부는 천신마고 긑에 육성정도의 공력을 되찾고 강호로 나왔습니다. 강호에 나온 노부는 우연한 기회에 전하의 교육을 맡았으며 틈틈이 강호에 나가 몇 가지 일을 알아 보았습니다. 먼저 천세문이 화를 당할 때 천세문을 탈출하신 주모(主母)님과 아기씨의 행방을 찾아 보았습니다."

기전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찾지 못하셨군요."

"그렇습니다. 주모님과 아기씨 뿐 아니라 삼대신파와 삼십육 소녀위대의 행방마저 묘연해졌습니다."

기전주는 암울한 신색으로 말을 이었다.

"노부가 두 번째로 한 일은 본문의 뒤를 이을 인재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천세문은 붕괴되었으나 천세비동이 존재하는 한 천세문의 맥은 끊이지 않습니다."

"이해하기 힘들군요. 천세비동은 내부에서 봉쇄되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철문영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세인은 모르는 또 다른 밀로가 있습니다. 그 밀로는 문주와 수석전주밖에 모르며 그 밀로를 열 수 있는 것 또한 수석전주와 문주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언제라도 노부는 천세비동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철문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천세문을 이을만한 인재를 구하셨습니까?"

기전주는 암연히 고개를 저었다.

"구하지 못했습니다. 만일 노부가 이대로 눈을 감는다면 본문의 역대 문주님들의 영령을 어찌 뵈올지..."

기전주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세번째로 노부는 본문을 친 자들을 조사했습니다. 물론 본문을 친 자들의 주력은 마교(魔敎)였습니다만, 반수 이상은 중원무림의 고수들이었습니다. 이것은 성과가 있어서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철문영은 긴장하며 귀를 기울였다.

"먼저 당시 본문을 친 마교는 두 가지 속셈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중원제일의 거파인 본문을 무너뜨려 중원제패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그자들은 본문의 한 가지 무공을 노렸습니다."

"마교라면 천세문과 걷는 길이 다를 터인데 무엇을 노렸단 말입니까?"

철문영이 물었다.

"본문에는 문주님만이 보실 수 있는 두 권의 비급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가히 하늘을 가르고 바다를 뒤집어 엎을만한 신공절기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천세절전(千世絶典)상의 광무천세결(廣武千世訣)은 본문 이천 년의 정화가 집결된 구결(口訣)입니다. 이는 한가지 신공의 구결로 지금은 미완성이나 완성되면 고금제일기공(古今第一奇功)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마교에서 군침을 흘릴만도 하지요."

철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으로 알아낸 것은 당시 천세문이 붕괴될 때 탈출에 성공한 자들에 대한 것입니다. 당시 수십 명의 인물들이 본문의 대붕괴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그중 다른 자들은 별로 주목할 만한 자들이 못되나 열두명의 인물들은 누목할 만한 자들입니다. 그자들은 당시 천세비동에서 무림천년기전의 비급을 갖고 나와 지금은 무림의 최절정고수들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자들은 통칭하여 팔절(八絶), 사패(四覇)라 불리고 있습니다."

"팔절(八絶)과 사패(四覇)..."

철문영이 중얼거렸다.

"팔절(八絶)이란, 고죽검신(枯竹劍神), 신필수사(神筆秀士), 경천신도(驚天神刀), 혈사신마(血沙神魔), 무영괴파(無影怪婆), 천음인(天音人), 신풍도객(神風盜客), 혈륜비마(血輪飛魔)입니다. 그리고 사패(四覇)란 동보(東堡), 서장(西莊), 남곡(南谷), 북궁(北宮)이라 불리는 네 개의 문파입니다. 동보(東堡)란 산동(山東) 천양보(天楊堡), 서장(西莊)은 협서(陜西) 제왕장(帝王莊), 남곡(南谷)은 호남(湖南) 낙일곡(落日谷), 북궁은 하북(河北) 빙혼궁(氷魂宮)을 말합니다."

기전주의 얼굴은 완전히 죽음의 그림자로 뒤덮였다.

그러나, 기전주는 말을 멈추려하지 않았다.

"노부는 이번에 동보 천양보(天楊堡)가 마교와 은밀히 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그래서 천양보로 숨어들어가 천양보주인 천양신군(天楊神君)의 주위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철문영이 침중한 기색으로 물었다.

"그럼 천양신군이란 자가 사선생을 다치게 하셨습니까?}

기전주는 고개를 저었다."

"비록 노부의 공력이 육성 정도밖에 안되는 상태지만 그자 정도에 당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어쩌다가 이런 중상을 입으셨습니까?"

철문영이 궁금한 듯이 물었다.

"천양봉 마교에서 나온 자가 있었습니다. 그자는 마교의 최고고수들인 팔대마령(八大魔靈) 중 한 자인 강령마왕(罡靈魔王)이라는 자였습니다."

기전주의 안색이 검게 변했다.

이미 사신(死神)이 그의 전신을 뒤덮고 있는 것이다.

철문영은 안타까웠으나 어떻게 손을 써볼 수가 없었다.

"... 그자의 녹주환혼마강(碌柱換魂魔)... 정말로 강했습니다. 사력을 다했으나... 공력이 모자라... 그만 당하고 말았습니다."

기전주는 급히 가슴을 눌렀다.

""

기전주는 힘겹고 고통스런 기침과 함께 한 사발은 됨직한 사혈(死血)을 토해냈다.

"사선생"

철문영이 안색이 변해 외쳤다.

그러나, 기전주는 손을 저었다.

"이 늙은이 걱정은 마십시오. 이미 전신의 심맥이 모두 석어 문드러져 가망이 없습니다."

"사선생."

철문영은 기전주의 앙상한 손을 꼭 쥐었다.

(, 이분에게 힘든 짐을 지워야 할까? 그렇지 않아도 육체를 지탱하시기도 힘든 분인데...)

기전주는 착잡한 시선으로 철문영을 바라보았다.

"... , 이 늙은이가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지요?"

철문영은 기전주의 말에 기전주의 야윈 손을 힘주어 쥐었다.

"말씀해 보십시오. 사선생께서는 본인에게 많은 것을 주셨습니다만 본인은 사선생께 아무것도 못해드렸지 않습니까? 본인의 능력으로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해드리겠습니다."

철문영의 말에 기전주의 혈색가신 노안에 미소가 감돌았다.

"고맙습니다. 부탁이란 다름이 아니라 저희 천세문의 대통을 전하께서 이어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철문영은 흠칫 했다.

그리고, 이내 그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사선생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본인은 천라태양신맥(天羅太陽神脈)을 지니고 있어 이십 세를 넘기기 힘들다는 것을..."

철문영이 암담히 중얼거렸다.

듣고 있던 화희도 암울한 표정이 되었다.

 

천라태양신맥(天羅太陽神脈).

 

일반인에게는 알려지지도 않은 희귀한 절맥이다. 천 년에 한 번 날까 말까할 정도로 극히 드물게 나타는 증세이기 때문이다. 이 절맥을 지닌 인물은 천하에서 가장 강한 양강지기(陽剛之氣)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하니 천하에 존재하는 어떠한 극음지기(極陰之氣)로도 치유가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나이가 듬에 따라 그 양기가 더욱 강해져 이십세를 넘기지 못한다. 그 양기가 너무 강해져 전신의 심맥이 완전히 타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 이 절중을 치료하는 방법이 한가지 있기는 있다. 본시 하늘의 안배는 오묘한 것. 천라태양신맥이 세상에 나타나면 그와 함께 천고에 드문 극음지체(極陰之體)가 나타나는 것이다.

 

구절태음천라경(九絶太陰天羅經).

 

이것이다. 이 절맥만이 천라태양신맥의 양강지기를 융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넓고 넓은 천하에서 단 한 명의 상대자를 찾는다는 것은 실로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철문영도 그런 까닭에 자포자기하고 있는 것이다.

 

"전하... 전하께서는 단명하실 분이 아닙니다. 필시 인연이 닿아 천라태양신맥을 치유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천라태양신맥만 치유되신다면 전하께서는 능히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이 되실 수 있습니다."

철문영이 괴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사선생. 지금까지 본인은 자포자기 상태로 있었습니다만 이제 마음을 바꾸겠습니다. 필히 천라태양신맥을 치유하고 천세문의 혈한을 갚아 드리겠습니다."

죽음이 드리운 기전주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고맙습니다, 전하. 전하께서 본문의 대통을 이어 주신다면... 이 늙은이는 안심하고 눈을... 감겠습니다."

기전주는 힘겹게 오른손에서 큼직한 보석이 박힌 지환(指環)을 뻬서 철문영의 손에 쥐어 주었다.

"... 이것이 밀로를 여는 열쇠입니다. 그밖의... 일에... 대해에서는 서가... 맨 아래칸의 비책(飛冊)... 기록해... 놓았으니 참고... 하십시오."

돌연 기전주의 얼굴에 반짝 하고 생기가 돌았다.

이는 생명의 불길이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회광반조(廻光返照)의 현상이었다.

"천세... ... 수천의... ... 령들이 전하...를 비호...하여 주시길..."

말을 하던 기전주의 머리가 힘없이 떨어졌다.

"사선생(士先生)!"

철문영이 비통하게 부르짖었다.

그러나, 이미 기전주는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

회희가 섬섬옥수로 옥안을 가렸다.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