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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一 章

 

           千世門崩壞

 

 

 

동천목산(東天目山).

기이절륜한 형상의 군봉들이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눈앞의 손가락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지독한 어둠이었다.

스스스

돌연, 대지를 짓누른 암천(暗天)으로 한 줄기 검은 그림자가 날아갔다.

그것은 놀랍게도 사람의 그림자였다.

이 깊고도 험한 천목(天目)에 웬 야행인인가?

휘르르!

! 한 명이 아니다.

어둠 속에서 또다시 검은 인영들이 허공으로 날아 올랐다.

십명... 이십명... 백명... 오백...

! 수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영들, 마치 소리없이 밀려드는 조수(潮水)와 같았다.

수천 명의 인영이 움직인다.

헌데, 놀라운 것은 그 많은 인영들이 움직이는 데에도 조그만 소성하나 일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뭇가지 하나 꺾이지 않고 조각들 하나 구르지 않았다.

이를 보아 야행인들이 모두 최상승이 내공을 지닌 인물들 임을 알 수 있었다.

휘익!

문득, 선두의 야행인이 높직한 바위 위로 날아올라 전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널직한 곡구였다.

헌데 허둠 속에서도 곡구전체가 부연 안개에 휩싸여 있는 것이 보였다.

안개 사이사이로 수많은 돌무더기들이 보인다.

언뜻 보기에는 자연히 쌓인 돌무더기로 보일 정도로 무질서하다.

하지만, 기문진학에 조예가 있는 사람이라면 즉시 돌무더기들이 오묘한 현기를 내포한 진을 이루고 있음을 알 것이다.

스스스

그대 십여 명의 몽면인이 앞으로 나와 조심조심 곡구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반각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돌연, 곡구에 깔렸던 현무가 소리없이 사라졌다.

휘익!

그와 함께 선두의 야행인이 곡구로 날아들어갔다.

스스슥스슥!

뒤이어 수천의 고수들이 곡구로 날아들어갔다.

이미 진식(陣式)은 그 힘을 잃은 듯, 야행인들의 전진에 장애가 되질 못했다.

"...!"

"...!"

곡구를 빠져나온 야행인들은 발길을 멈추었다.

휘이잉!

한 줄기 밤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야행인들 앞에 방대한 분지가 어둠에 잠긴 채로 나타났다.

헌데, 수만 장이나 되는 분지에는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고루거각들이 장엄하게 벌려있지 않은가?

깊디 깊은 천목산중(天目山中)에 이런 거창한 고루거각들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못한 일이다.

야행인들의 시선이 긴장으로 번뜩였다.

"시작하랏!"

야행인 중 한 명이 나직이 소리쳤다.

휘익휘익!

그러자 백여 명의 야행인들이 허공으로 날았다.

그들은 각기 커다란 뭉치를 안고 분지를 둘러싼 절벽 위를 달려갔다.

이를 본 중인들은 즉시 무엇인가를 입안에 털어넣었다.

뒤이어, 분지의 사방절벽에서 흐릿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연기들은 기이하게도 불어오는 산풍에 흩날리지 않고 분지로 깔려들어갔다.

삽시에, 분지는 흐릿한 연기로 가득 채워졌다.

그 연기들은 마치 악마의 손길같이 전혀 흩어지지 않으며 스물스물 분지의 곳곳으로 스며든 것이다.

"...!"

"...!"

중인들은 연기가 분지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보며 미동도 않고 서 있었다.

이윽고, 다시 반각 정도가 지났다.

그때는 점차 연기도 사라지고 있었다.

"가랏!"

선두의 야행인이 나직이 외치며 분지로 날아들었다.

스슥스스슥!

그 뒤로 수천의 야행인들이 소리없이 분지로 뛰어들었다.

"누구냣?"

우렁찬 폭갈이 터졌다.

야행인들이 분지에 내려서는 순간 사방이 대낮같이 환해졌다.

여기저기서 많은 횃불들이 일어났다.

"쳐랏!"

한 소리 일갈과 함게 야행인들은 전면으로 덮쳐들었다.

"와아"

"적이닷! 적의 내습이닷!"

창창!

"크아악"

"아악!"

삽시에, 조용하기만 하던 분지는 아수라지옥으로 변해갔다.

수천의 야행인들은 질풍노도같이 휩쓸어 나갔다.

"크흑... 이럴 수가... ... 독이..."

분지를 지키던 인물들이 눈을 부릅뜨며 쓰러져갔다.

이미 자기도 모르게 중독당한 분지 내의 고수들은 변변히 싸워보지도 못하고 쓰러져 갔다.

그 무렵, 곡구부위의 절벽에는 한 명의 백포인이 나타났다.

전신에 하얀 백포를 걸친 그 인물은 초로에 접어든 중년인이었다.

그는 이미 공력이 초극에 이른 듯이 눈에서 신광이 사라져 있었다.

"천세문(千世門)... 안되었지만 그대들의 이천 년 기업은 이것으로 끝이다."

중년인이 중얼거렸다.

아 천세문(千世門)!

분지의 대장원이 바로 천세문(千世門)이란 말인가?

이천 년 동안 신비 속에 싸여있던 천하제일비문(天下第一秘門).

구류만상경(九流萬象經)을 만들었다는 신비대파!

지금, 그 신비의 대파가 무너지고 있다.

영문도 모른 채 말이다.

"마음 내키는 일은 아니나 별 수 없다. 천하제패를 위해서는 필히 무너뜨려야 할 장애물이니까... 그리고 본교가 겪은 치욕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천세문에는 안된 일이지만 그들의 이천 년 정화가 모인 천세광무결(千世廣武訣)이 필요하다."

배포인은 중얼거렸다.

효웅(梟雄)으로서의 갈등이 그자의 얼굴에 떠올랐다.

휘익한 줄기 인영이 백포인의 앞으로 날아내렸다.

그자는 문사차림의 중년인이었다.

심기가 깊게 생긴 모습의 인물이다.

그자는 즉시 백포인에게 한 무릎을 꿇어 예를 올렸다.

"제자, 교주님을 뵙습니다."

백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용인, 상황은 어떤가?"

중년유사가 공손히 대답했다.

"구대전주(九大殿主)라는 늙은이들과 그들의 직속 정예들이 제법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하오나 그자들도 모두 단명미심향(斷命迷心香)에 중독 되어있는지라, 오래 저항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천세비동(千世秘洞)을 열 수 있는 방법은?"

"수석진주인 기전주(奇殿主)만이 천세비동을 열 수 있습니다."

"좋다. 본 교주가 친히 가보겠다."

백포인은 몸을 날렸다.

스스스곧 중년유사도 그 뒤를 다랐다.

 

쾅콰르릉!

"크아악"

검광이 번뜩이며 혈화가 허공을 수놓았다.

수천의 군웅들은 질풍노도같이 밀려들어갔다.

외곽의 일진(一陣) 전각군들이 단번에 무너져 내렸다.

"크아악"

촉망중에 대항하던 천세문도들은 허공을 거머쥐며 쓰러져 갔다.

이미 중독된 상태인지라 변변히 싸워보지도 못하고 무너지는 것이다.

"!"

군웅들은 단번에 최초의 방어선을 돌파, 곧장 오십여 장의 뒤쪽으로 서 있는 전각군들을 향하여 밀려갔다.

그들이 오십여 장 넓이의 공지를 가로지를 때였다.

슉슈슉

"으아악!"

갑자기 지면으로부터 수많은 강전(强箭)들이 튕겨졌다.

지면에 함정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한 때문에 군웅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단번에 수백의 고수가 쓰러져 갔다.

그러나, 공지가 시신으로 뒤덮이자 강전은 더 이상 날아오지 않았다.

"천세문의 용사들이여! 죽음으로 자기 위치를 고수하라."

한 마디 창노한 일갈이 터졌다.

뒤이어 한 명의 백발동안의 노인이 날아오며 소매를 휘둘렀다.

촤르르

수백 송이 화광(火光)이 노인의 소매에서 떨쳐졌다.

"아악"

단번에 군웅들의 전열이 무너졌다.

"그자가 천세문 기전주요. 하지만 그자도 중독된 상태이니 두려워할 것 없오."

중인들 사이에서 음교한 일갈이 터졌다.

"와아"

주춤 하던 군웅들이 벌떼처럼 밀려들었다.

"!"

그러나 비록 중독된 상태라 하여도 기전주라는 노인의 공력은 무서웠다.

"케엑"

수십 줄기 강기가 노인의 소매에서 튕겨지며 군웅들이 무더기로 쓰러져 갔다.

"수석전주! 저희들이 왔습니다."

기전주가 군웅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데 두 줄기 인영이 날아들었다.

칙칙한 회인과 섬칫한 혈의를 걸친 노인들이었다.

"마전주(魔殿主), 사전주(邪殿主), 다른 곳의 상황은 어떻소?"

기전주가 쌍장을 휘두르며 두 노인에게 물었다.

"어협!"

마전주가 기합을 지르며 군웅들을 휩쓸어가 기전주는 사전주와 뒤로 물러섰다.

"사태가 심각합니다. 유전(儒殿) 휘하 백팔유사(百八儒士)와 불전(佛殿)휘하 칠십이금강(七十二金剛)은 장렬히 전사했습니다. 나머지 칠개 전 휘하의 정예들은 폐사림(廢死林)에 최후의 저지선을 펴고 있읍니다만... 아무래도 폐관중이신 문주님을 출관하시도록 하여야할 것 같습니다."

기전주의 안색이 침중해졌다.

"주모님과 아가씨는 어찌하고 계시오?"

[, 두 분께선 사대신파와 소녀위대(少女衛隊)의 호위를 받아 비로(秘路)로 곡을 빠져 나가셨습니다."

", 다행이구려. !"

말을 하던 기전주의 안색이 홱 변했다.

어느틈엔가 수십 명의 흑의인들이 세 사람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들은 일종의 진을 이루고 있는데 그 진세가 심상치 않았다.

"! 억겁파라진(破羅陣)!"

마전주의 인상이 사색으로 변했다.

그와함께 기전주와 사전주도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억겁파라진(破羅陣).

 

이는 마교(魔敎) 최대의 걸진이다.

소림의 백팔나한진과 버금간다고 이야기될 정도의 위력을 지녔다.

그러나, 이는 이미 수백 년 전에 실전되었던 진식이었다.

실전된 줄 알았던 마교 최대의 절진이 이곳에서 재현되었던 것이다.

"... 역시 본문을 친 것은 마교였군."

사전주가 부드득 이를 갈았다.

반면 마전주의 표정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누구보다도 억겁파라진의 위력을 잘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오늘은 길보다 흉함이 많겠소. 수석전주께서는 곧 천세비동으로 가서 문주님을 출관시켜야 하겠습니다. 이 상태라면 천세비동(千世秘洞)마저 위험합니다."

마전주가 침중히 말했다.

"알겠오. 허나 억겁파라진을 뚫고 나가기가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오."

기전주의 말에 마전주의 눈에 한 줄기 결연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활로는 제가 열겠습니다. 그 뒤는 사전주가 막아주십시오."

기전주는 흠칫했다.

"설마, 마전주께선 최후인..."

마전주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헛허... 사내 대장부로 태어나면 죽어야할 때에 죽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마전주의 말에 기전주는 침통한 표정이 되었다.

위잉위잉!

그무렵 삼인을 포위한 억겁파라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삼인은 무형의 압력에 몸을 떨었다.

"수석전주 가십시오! 사전주 뒤를 부탁하오."

마전주가 이를 악물고 전면으로 뛰쳐나갔다.

"마전주!"

기전주가 처연히 불렀다.

"핫하... 내세에서나 보십시다."

마전주가 우렁차게 웃으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와함께 억겁파라진의 신형이 일시에 마전주를 무찔러갔다.

"크하하핫! 옥쇄마혼(玉碎魔魂)!"

마전주의 폭갈이 터졌다.

그리고

콰르릉파우웅 꽝!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한 굉음이 터졌다.

"크아악"

삽시에 억겁파라진의 일부가 허물어지며 허공으로부터 뜨거운 선혈이 쏟아져 내렸다.

"마전주!"

기전주는 침통히 부르짖으면서도 무너진 억겁파라진세 사이로 몸을 날렸다.

그의 노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우우웅

그러나, 주춤 하던 억겁파라진이 다시 이어지려 했다.

"이곳은 제게 맡기시고 어서 가십시오."

사전주가 홱 돌아서며 외쳤다.

"사전주, 미안하오! 살아 남는다면 다시"

기전주가 분루를 흘리며 진세로 부딪혀갔다.

"크하핫! 사혼광멸(邪魂狂滅)!"

사전주가 미친 듯이 부르짖었다.

콰르릉

끔찍한 사기(邪氣)를 띄운 기류가 억겁파라진을 휩쓸었다.

"크으윽!"

단번에 십여 명의 마존이 즉사했다.

휘이익

그사이로 기전주는 쾌첩하게 전면으로 쏘아나갔다.

제 이전각군을 빠져나가면 빽빽이 들어찬 고사림(枯死林)이 나타난다.

지금 그 고사림에서 처절한 난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서로 다른 일곱 무더기의 무사들이 자신들보다 수십 배나 많은 군웅들을 맞아 분전하고 있었다.

휘익!

기전주는 그 모습을 부면서도 이를 지그시 물며 앞으로 나갔다.

"저자가 기전주입니다."

문득, 두 명의 인물이 폐사림 앞에 내려섰다.

그들은 폐사림을 날아넘는 기전주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교주라는 자와 모용인이라는 중년유사였다.

"저 늙은이는 아마 문주를 불러내기 위해 가고 있는 중일 것입니다."

", 좋다. 네가 가서 저자를 속여 비동(秘洞)의 금제를 열도록 하라."

"!"

중년유사는 쾌첩하게 쏘아나갔다.

그뒤로 교주라는 자도 신속히 따라나갔다.

 

기전주는 거대한 철문 앞에 섰다.

이곳이 천세문 이천 년 역사가 비장된 천세비동이다.

"누구냣?"

막 철문으로 다가서던 기전주는 홱 돌아섰다.

"수석전주, 접니다."

한 명의 중년유사가 기전주 앞으로 날아 내렸다.

기전주의 안면에서 긴장의 빛이 사라졌다.

", 유전주였구려. 마침 잘왔소. 빨리 비동으로 들어가 문주님을 출관시키겠오."

"걱정마십시오."

기전주는 돌아서서 문고리를 이리저리 돌렸다.

찰칵

이어 그는 자기 오른손에 낀 지환(指環)을 철문의 흠에 끼워넣었다.

쿠르릉

둔중한 굉음이 일며 문이 열렸다.

그들 앞에는 야명주로 환하게 밝힌 깊은 동굴이 나타났다.

"유전주, 부탁윽!"

기전주는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유전주가 돌연 기전주의 등에 일장을 후려친 것이다.

"모용인... ... 네놈이..."

기전주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이를 갈았다.

"흐흐흐... 수석전주, 본인은 배신한 것이 아니오. 본인은 마교 팔대마령(八大魔靈) 중 일인일 뿐이오."

"... 네놈이 마교의 첩자..."

기전주가 실색을 하였다.

"크흐흐... 문주도 뒤따라 갈터이니 늙은이 먼저 지옥에 가 기다리시구려!"

유전주는 일장을 후려쳤다.

기전주는 속수무책으로 날아오는 장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퍼엉!

"크악!"

가슴에 일장을 맞은 기전주는 붕 떠올랐다가 모질게 나뒹굴었다.

"흐흐..."

유전주는 음악하게 웃은 뒤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십여 장을 들어가니 또 다른 철문이 나타났다.

끼이익

그곳에는 별반 금제가 없는 듯 철문은 둔중하게 열렸다.

"으음"

모용인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떠올랐다.

그곳부터는 완전히 만년한철로 주조한 길 통로였다.

사방의 벽이 모두 철벽으로 되어 있어 어떤 압력에도 견딜 수 있게 되어있다.

"흐흐... 고맙게도 금제가 모두 해체 되어있군!"

모용인은 눈알을 굴리며 긴 통로를 빠져나갔다.

곧 그는 넓은 광장에 이르렀다.

헌데, 그곳에는 두 개의 웅덩이가 있었다.

일 장 넓이의 웅덩이는 맑디맑은 옥수가 고여있고 십 장 넓이의 웅덩이에는 푸르스름한 물이 고여 있었다.

모용인은 푸르스름한 물이 극히 두려운 듯이 조심조심 그곳을 빠져나갔다.

광장 맞은편에는 또 다른 석문이 있었다.

끼익!

석문이 열리자 종이냄새가 확 끼쳤다.

그곳은 방대한 서고(書庫)였다.

족히 수백만 권은 될 듯한 분량의 서적들이 삼 장 높이의 수백 개 서가에 가득히 꽂혀 있었다.

모용인은 수백만 권의 장서에 일별도 주지않고 앞으로 나갔다.

곧 그는 또 다른 석문에 이르렀다.

그다음에 나타난 석실은 그리 크지 않았다.

석실 중앙에 높은 석대가 놓여 있다.

그리고 한쪽 벽면에 십단 높이의 서가가 하나 만들어져 있었다.

서가를 훑어본 모용인의 눈에 탐욕의 빛이 번뜩였다.

서가는 하나같이 천하를 울리던 인물들의 신공비급들로 가득차 있었다.

"아니 유전주, 어쩐 일로 예까지 왔는가?"

문득 맞은편 석벽이 갈라지며 한 명의 중년인이 걸어나왔다.

매우 청수한 모습의 인물이다.

모용인은 즉시 무릎을 꿇었다.

"사태가 위급하여 대죄를 무릅쓰고 비동에 들어왔아옵니다."

중년인, 즉 천세문주의 얼굴에 가벼운 격동의 빛이 떠올랐다.

"아니, 무슨 일이 있기에 사태가 급하다는 얘기인가?"

", 본문의 전 제자들이 암중에 중독된 상태에서 마교를 중심으로한 수천의 적들로부터 공격을 받았아옵니다."

천세문주는 경악의 빛을 띄웠다.

", 알겠다. 곧 금제를 발동시키고 나가보자!"

천세문주는 급히 마지막 밀실로 들어갔다.

그곳은 그리 넓지 않은 석실이었다.

중앙에 작은 석탁이 하나 덩그라니 놓여있었다.

끼이익

천세문주는 벽에 난 벽장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는 두 권의 비급이 나타났다.

천세문주는 비급들을 한쪽으로 밀쳤다.

그러자 벽장 뒷면에 두 개의 홈이 드러났다.

천세문주는 자신의 손목에 걸린 청홍쌍환(靑紅雙環)을 그 홈에 끼우고 지그시 눌렀다.

쌍환이 반즘 들어갔을 때였다.

슈슈슈

"!"

천세문주는 골수까지 에이는 살기에 기겁을 하며 돌아섰다.

동시에 그의 우장에서 시뻘건 혈기(血氣)가 폭사되었다.

"으악!"

"흐읍!"

선혈이 튀었다.

유전주와 천세문주는 똑같이 튕겨져나갔다.

천세문주의 가슴에는 어느사이엔가 손바닥만한 륜()이 박혀있었다.

"탈명비륜(奪命飛輪)! 네놈이 감히 본문을 배신하고..."

천세문주는 중상을 입었으면서도 대갈을 터뜨렸다.

위잉!

무지막지한 강기가 쓰러진 유전주는 박살낼 듯이 쏟아졌다.

콰릉!

간일발의 차이로 모용인은 천세문주의 일장을 피했다.

!

그자는 이어 민첩하게 두 번째 석실로 달아났다.

"능지처참하리라!"

천세문준가 이를 갈며 쫓아갔다.

위이잉!

천세문주의 장력이 두 번째 석실을 빠져나가려는 모용인의 등으로 밀려갔다.

쾅콰르릉!

다음 순간. 또 다른 장력이 밀려와 천세문주의 장력과 충돌하였다.

"으윽!"

천세문주는 둔중한 신음을 토하며 비칠비칠 물러섰다.

그의 가슴에선 끊이지 않고 선혈이 흘러내렸다.

스스스

어느사이엔가 교주라는 자가 석실에 들어와 있었다.

"미친 수작 말아라!"

천세문주는 대갈했다.

그러나 내심으로 그는 오싹한 한기가 끼침을 금치 못했다.

마교주는 결코 자기보다 하수가 아니다.

게다가 자신은 치명적인 암습을 받지 않았는가?

(어떻게 하든 마지막 금제를 발동시켜야 한다.)

천세문주는 속으로는 얼음장같이 냉정해지고 있으나 겉으로는 대노한 것같이 보였다.

"받아랏!"

한 줄기 담담한 향기를 띄운 강기가 폭사되어 갔다.

마교주도 지체않고 마주 일장을 쳐내었다.

콰르릉

석실이 뒤흔들렸다.

중앙의 석대가 박살이 나며 서가에 곶힌 비급들이 산지사방으로 흩어졌다.

(읏강하다.)

양인은 동시에 휘청하였다.

천세문주는 마음이 급해졌다.

"타핫! 굉천참살강(轟天斬殺罡)!"

천세문주의 쌍장에서 시퍼런 강기가 폭음을 내며 쏟아졌다.

"! 천마혈인(天魔血印)!"

마교주도 지체않고 쌍장을 쳐들었다.

콰릉파앙!

석실바닥이 움푹 패여 날아갔다.

삽시에 오십여초가 지났다.

"와아"

양인이 대치하고 있는데 수십 명의 군웅들이 밀려들어 왔다.

"! 이것은 무림천년기전(武林千年奇典)! 낙일산화경(落日散花經)이닷!"

한 무림인이 바닥에서 한 권의 비급을 줏어들고 외쳤다.

"끄악"

다음 순간 그자는 피곤죽이 되어 즉사했다.

수십 줄기 장경이 그자를 후려친 것이다.

단번에 석실을 아수라지옥으로 변했다.

무림인들은 서가를 마구 뒤지고 무림천년기전 중의 비급을 탈취하려고 서로를 죽였다.

"괘씸한 놈들!"

천세문주는 대노했다.

콰르릉!

"아악!"

막 태령진해를 집어들던 자가 가슴이 뽀개져 즉사했다.

그러나, 고수들 사이의 사움에서 한눈을 파는 것은 승패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

"으흑!"

천세문주는 마교주의 일장을 가슴에 맞았다.

!

그는 그대로 마지막 석실로 튕겨져 들어갔다.

휘익!

그러나 천세문주는 사력을 다해 몸을 뒤집으며 반쯤 박힌 쌍환을 힘껏 눌렀다.

우르릉!

그러자 비동이 금시라도 무너질 듯이 뒤흔들렸다.

쉬이잉

백포인은 다급하게 천세문주의 등으로 일장을 후려쳐내었다.

퍼엉!

"크윽!"

천세문주가 다급히 막았으나 그의 왼팔이 으스러져 나갔다.

"실례하오!"

마교주는 급히 허공섭물의 공력으로 두 권의 비급을 끌어당겼다.

"어림없다!"

천세문주는 사력을 다해 오른팔을 휘둘렀다.

쩡쩡

거의 고형화된 검은 강기가 폭사되었다.

콰릉

"으음!"

마교주는 쌍장이 뽀재기는 듯한 통증에 비칠비칠 물러섰다.

천세문주도 가슴이 으스러져 쓰러졌다.

우르릉

그러나, 금제가 거의 발동한지라 마교주는 다급히 석실을 빠져나갔다.

콰릉콰르릉!

천지개벽.

천세문이 서 있던 분지 전체가 뒤흔들렸다.

콰릉쩌적

기어코 지면이 갈라지고 땅이 뒤집혔다.

휘익!

그사이로 수십 줄기 인영이 암천을 가르며 분지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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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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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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