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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원의 손길

 

 

 

추명염왕은 막비강이 적수공권으로 다섯 명의 노개를 상대로 싸우는 것을 보고 무공이 대단하다고 느끼긴 했었다.

하지만 강장을 손에 끼고 발출하는 공세에 거의 일 갑자의 공력이 함유되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해 흠칫 놀라며 급히 마주 일장을 뻗어냈다.

!

한차례 굉음이 울려 퍼지고 추명염왕은 몸을 약간 휘청했지만 막비강은 연달아 세 걸음이나 밀려나갔다.

[또 한 번 받아 봐라!]

그러나 막비강은 재차 여력을 돋우어 재차 일장을 발출했다.

추명염왕은 먼지가 자욱하여 상대방의 상황을 보지 못하고 있던 중 갑자기 또 한 줄기 강맹한 경기가 엄습해 오자 내심 깜짝 놀라며 급히 쌍장을 휘두르고 비석 뒤로 피했다.

헌데 그가 막 두 개의 크지 않은 비석으로 형성된 협도(夾道)까지 물러나갔을 때였다.

[차앗! 받아랏!]

돌연 머리 위에서 차가운 외침 소리와 함께 한 줄기 예리한 강풍이 벼락처럼 떨어졌다. 그것은 예의 소녀가 발사한 단전이었다.

[요 망할 계집년이...!]

추명염왕은 대로하여 어깨를 비틀어 단전을 피한 후 쏜살같이 몸을 솟구쳐 큰 비석 위에 내려섰다.

이때 하나의 조그만 인영이 작은 비석 뒤로 내려서는 것이 보였다.

콰르릉!

추명염왕은 부리나케 추격하여 노성과 함께 장력을 격출했다.

그러나 그 조그만 인영은 몹시 영활하여 경기가 엄습해 오자 허리를 비틀어 비석에 몸을 바짝 붙이며 손목을 뒤집어 한 줄기 경풍을 뻗어냈다.

추명염왕은 이 일장이 반드시 격중되리라 믿었었다. 헌데 의외로 소녀가 공중에서 허리를 비틀어 몸을 석벽에 붙이며 반격을 가하자 오히려 추명염왕 자신의 몸이 허공에 뜨는 결과가 되었다.

그는 상황이 다급해지자 어쩔 수 없이 한바퀴 곤두박질을 하여 오 장 밖으로 날아 나갔다.

추명염왕은 본래 성격이 흉악한데다 연달아 기습까지 받자 더욱 화가 치밀어 만면에 짙은 살기를 가득 머금었다.

하지만 그가 바닥에 내려선 후 주위를 살폈지만 이미 그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어린 계집년이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나가는구나.)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중 비석 모퉁이에 조그만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음을 발견하고 급히 덮쳐 갔다.

꽈르릉!

그러나 그자가 미처 비석 모퉁이에 도착하기도 전에 한 줄기 강맹무비한 장풍이 엄습해 왔다. 추명염왕은 깜짝 놀라 허리를 비틀어 옆으로 피했다.

다음 순간 그는 비석 모퉁이에서 기습을 가한 사람이 막비강임을 보고 괴소를 터뜨리며 재빨리 그의 퇴로를 차단했다.

[낄낄낄! 어린 녀석아, 너는 그래도 비급이 숨겨져 있는 장소를 말하지 않겠느냐?]

[!]

막비강은 차가운 코웃음만 날릴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추명염왕은 그를 일장에 격살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입을 통해 비급이 숨겨진 장소를 알아내야 하는지라 눈에서 흉망을 발산하며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이놈아! 솔직히 내가 일장을 때리면 네놈은 뼈도 남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비급이 숨겨진 장소만 말한다면 나는 너를 제자로 맞이하여...!]

헌데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이었다.

[킬킬, 헛소리 마라! 곽가야!]

돌연 한소리 음침한 일갈과 함께 막비강의 몸이 선 자세에서 갑자기 뒤로 확 끌려갔다. 어느 틈엔지 난쟁이 삼촌정이 나타나 막비강을 낚아챈 것이다.

[이 난쟁이놈이...!]

추명염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급히 경공신법을 전개하여 달아나는 난쟁이를 추격했다.

 

삼촌정은 비록 무예가 고절하지만 옆구리에 사람을 끼고 있는지라 곡구까지 나와선 곧 추명염왕에게 추격 당했다.

삼촌정은 할 수 없이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징그럽게 웃었다.

[낄낄낄! 네가 앞으로 한 걸음만 더 다가오면 나는 이 어린 녀석부터 먼저 죽여 버리겠다.]

추명염왕은 어리둥절하더니 곧 뒤따라 괴소를 터뜨렸다.

[낄낄낄! 죽일 테면 죽여라. 그러면 누구도 비급을 얻지 못하게 되겠지.]

바로 그때였다.

[으핫하하! 이 교활한 늙은이들 같으니! 너희들은 나를 그 할망구와 싸우게 하고는 여기 와서 어린 녀석을 붙잡아 보물의 행방을 추궁하고 있구나!]

거석 위에서 우렁찬 광소 소리와 함께 한 명 노인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바로 소면호 고금이었다.

[참가한 사람은 누구나 비급을 차지할 권리가 있다. 소문에 의하면 청구단서는 상, , 하 세 권으로 나뉘어졌다니 우리 세 사람이 각각 한 권씩 나누어 가지자.]

추명염왕은 혼자 삼킬 수 없음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찬성이다. 난쟁아, 너는 우선 그 어린 녀석의 혈도를 풀어 주어라! 그래야만 비급의 행방을 물을 수 있을 게 아니냐.]

[알았다.]

삼촌정이 막비강의 허리 부위를 살짝 꼬집었다.

[죽엇!]

헌데 막비강은 혈도가 풀리기 무섭게 오른손에 낀 강장으로 삼촌정의 가슴을 공격했다. 동시에 왼손의 신녀비로는 추명염왕의 옆구리를 공격했다.

삼촌정은 연마혈(軟痲穴)이 찍힌 상태에서 막비강이 반항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어억!]

퍼펑!

쌍방의 거리가 너무 가깝고, 또 갑작스럽게 발생한 변고인지라 삼촌정은 막비강의 일장에 왼쪽 옆구리를 격중당하고 몸을 휘청거렸다.

추명염왕도 막비강이 일초이식(一招二式)으로 자기를 공격할 줄은 미처 예측하지 못해 한광이 번뜩하는 것을 보고서야 급히 뒤로 후퇴했다. 그러나 이미 신녀비 끝이 스쳐 장포 자락이 찢어졌을 뿐 아니라 허리띠까지 끊어져 급히 뒤로 일 장 가량 후퇴한 후 흘러내린 바지춤을 끌어올렸다.

화라라락!

막비강은 일초를 성공하자 수중의 신녀비로 검화를 형성한 채 급히 도주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핫하하하. 어린 녀석아, 도망칠 필요 없다.]

회색 인영이 번뜩하더니 한 노인이 막비강의 면전에 도착하여 일장을 격출하며 대소를 터뜨렸다. 바로 소면호 고금이었다.

막비강은 부득불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노부는 너와 아무런 원한이 없으니 비급이 숨겨진 장소만 말하면 노부는 책임지고 널 보호해 주겠다.]

소면호의 말에 막비강은 화가 치밀어 노성을 질렀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어 신녀비를 휘두르며 앞으로 덮쳐 나갔다.

[낄낄낄!]

소면호는 괴소를 터뜨리더니 눈에서 짙은 살염을 발산하며 번개같이 일장을 반격했다.

막비강은 상대방의 징그러운 표정에서 살수를 펼쳐내려는 것을 알고 급히 강장을 마주 뻗어냈다. 그러나 그가 강장으로 내친 기운을 뚫고 여전히 한 줄기 강맹무비한 잠경이 엄습해 왔다.

(이제 끝장이구나.)

막비강은 자신의 능력으로는 소면호의 일장을 막을 수 없음을 깨닫고 절망의 표정이 되었다. 바로 그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꽈르릉!

돌연 옆에서 한 줄기 강맹한 경풍이 휘감아 나와 막비강을 일 장 밖으로 날려보냈다.

[고 영감, 너는 우리 일을 방해할 생각이냐?]

막비강이 막 몸을 가누었을 때 뒤에서 우렁찬 음향과 삼촌정의 음성이 전해 왔다. 난쟁이 삼촌정이 소면호를 급습한 것이었다.

난쟁이의 외침을 들으며 막비강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한 놈도 사람 같은 놈이 없구나! 이 틈에 달아나자!)

생각을 굴린 막비강은 즉시 몸을 솟구쳐 날아 나갔다.

[핫하하하! 또 재주를 부리려느냐?]

하지만 추명염왕이 한차례 광소를 터뜨리더니 몸을 솟구쳐 그의 머리 위를 뛰어넘었다. 이어 그는 양팔을 휘둘러 열 줄기 경풍으로 막비강의 전신요혈을 공격했다.

막비강은 일년 넘게 네 명 무림 고수의 무학을 연마했는지라 이미 무공이 상당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그는 즉시 구로략파(鷗鷺掠派) 초식을 펼쳐 옆으로 비스듬히 삼 장 가량 날아 나가 추명염왕의 십지구혼(十指句魂) 일초를 간신히 피해냈다.

바로 그때였다.

[늙은 것들이 정말 염치가 없구나!]

화라락!

한소리 날카로운 일갈과 함께 하나의 인영이 유성처럼 막비강의 면전에 내려섰다.

막비강이 고개를 들어 보니 그 인영은 한 명의 백발노부인이었다.

 

나타난 백발의 노부인은 나이는 육순이 넘어 보이고 머리카락은 눈이 내린 듯 하얗다. 하지만 얼굴에는 주름이 거의 없으며 또 이목구비는 수려하기 이를 데 없다. 젊었을 때는 대단한 미인이었던 듯 여전히 미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이 할머니를 전에 어디서 봤을까?)

막비강은 이 아름다운 백발의 노부인 얼굴이 왠지 눈에 익어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는 막비강이 알고 있는 누군가와 흡사했으나 일시적으로 그게 누구였는지는 생각나지 않았다.

[아이야! 노신 날수선랑(辣手仙娘)이 여기 있으니 두려워하지 마라.]

노부인은 한 손에 괴장(拐杖;지팡이)을 들고 막비강의 앞을 가로막았다.

(날수선랑! 이분이 바로 칠절 중의 한 분인...!)

막비강은 노부인의 이름을 듣고 흠칫 놀랐다.

 

날수선랑!

 

성이 송()씨라고만 알려진 그녀는 바로 백도의 고인들인 강호칠절 중 한 명이다. 성격이 불같고 불의를 보면 참지 않아 흑도와 사마외도의 무리들은 그녀를 야차나 나찰보다도 더 무서워했다.

막비강이 놀랄 때였다.

[너희들 세 사람의 나이를 합하면 이백 살도 넘거늘 아직 약관도 안된 어린 아이를 괴롭히는 게 부끄럽지 않느냐?]

백발노파는 괴장으로 추명염왕을 가리키며 차갑게 외쳤다.

추명염왕이 차가운 코웃음을 날렸다.

[() 노파! 노부가 노파를 무서워할 줄 아느냐? 아까는 우리 세 사람이 오랫동안 싸움을 하여 허점을 보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틀리니 내가 독수를 펼쳐내도 무정하다고 탓하지 마라!]

삼촌정이 옆에서 웃으며 부채질을 했다.

[흐흐흐, 당신들은 한 명은 선랑(仙娘)이고 한 명은 염왕(閻王)이니 고하를 가름해야 옳지. 고 노인과 노부가 증인이 되어 주겠다.]

날수선랑이 차가운 코웃음을 날렸다.

[! 난쟁아, 노신는 너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이때 막비강이 얼른 말했다.

[노선배님! 그들의 간계에 걸려들지 마십시오. 염왕은 후배가 상대하겠습니다.]

[너는 그의 독장이 두렵지 않느냐?]

[후배는 백독이 불침하니 그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습니다.]

헌데 그때였다.

[! 허풍떨지 마! 나는 아까 네가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 것을 똑똑히 보았어.]

머리를 길게 땋아 내린 소녀가 범개선과 함께 장내에 도착하여 냉소를 날렸다.

방금 전 막비강은 추명염왕이 독장으로 개방 제자들을 살해할 것이 염려되어 비석 아래의 구멍에서 뛰어나갔었다. 소녀는 그것을 보고 막비강이 도주한 것이라 오해하고 있었다.

막비강은 그녀의 이 말에 검미를 치켜 올렸다.

[내 말이 믿어지지 않으면 두고 보아라!]

이어 한 걸음 나서며 강장을 낀 손으로 한 줄기 강맹한 경풍을 격출했다.

추명염왕은 이미 막비강과 싸운 적이 있는지라 막비강의 공력이 자기보다 별로 약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해서 자기의 진력을 보존해 두기 위해 얼른 옆으로 피했다.

[송 노파! 너는 후배를 대신 죽게 만들 생각이냐?]

날수선랑은 냉랭히 쏘아붙였다.

[노마는 이 아이가 무서우면 빨리 꼬리를 감추고 도주해라!]

이어 그녀는 막비강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아이야, 내가 여기 있는 이상 그는 너를 어떻게 하지 못할 테니 마음놓고 싸워라!]

막비강은 대답을 함과 동시에 검장(劍掌)을 동시에 발출했다. 그는 소녀 앞에서 실력을 과시하기로 결심했는지라 처음부터 염라철장과 무협제원의 절학을 펼쳐냈다. 순간 검풍이 세찬 파공성을 일으키고 장풍이 곧장 추명염왕에게로 쏘아져갔다.

[이놈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추명염왕은 비록 이렇게 고함을 질렀지만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그는 즉시 쌍장을 비벼 손바닥을 암흑색으로 변하게 한 다음 장풍검영의 빈틈으로 초식을 뻗어냈다.

곧 두 노소는 치열하게 얽혀 돌아갔다.

소녀는 막비강이 추명염왕과 대등하게 싸우는 광경을 보고 만면에 부러운 빛을 띠었다.

그때 옆에 서 있던 삼촌정과 소면호가 몇 마디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동시에 몸을 솟구쳤다.

[송 노파! 한가하게 구경만 하지 말고 같이 놀아보자!]

날수선랑은 얼굴을 굳히며 괴장을 휘둘렀다.

[연아(燕兒)! 빨리 후퇴해라!]

소면호와 삼촌정은 날수선랑의 실력을 잘 아는지라 뒤로 각각 한 걸음씩 후퇴하며 동시에 병기를 뽑아 들었다. 흑도팔흉의 실력은 아무래도 강호칠절보다 손색이 있는 것이다.

날수선랑은 상대방에게 기선을 제압당하면 손녀 연아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서 즉시 괴장을 휘두르며 상대방 두 사람에게 맹공을 가했다.

일순 편영(鞭影)이 난무하고 장풍(杖風)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세 사람은 한데 어울려 치열한 격전을 벌였다.

연아라 불린 소녀는 손에 길이가 한 자 가량 되는 소궁(小弓)을 들고 짧은 화살을 활줄에 걸어 소면호와 삼촌정을 겨냥했다. 하지만 세 고수가 워낙 빠르게 돌아가며 싸우는 바람에 발사하지는, 못했다.

!

그러자 연아는 갑자기 목표를 바꾸어 추명염왕에게로 화살을 발사했다.

추명염왕은 막비강을 생포하기 위해 허초만 발출한 탓에 별로 우세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시위를 놓는 예리한 소리가 들리자 급히 몸을 비틀었다. 그러자 짧은 화살이 세찬 바람을 대동한 채 간발의 차이로 그의 뱃가죽을 스치고 지나갔다.

막비강은 이 틈을 이용하여 강장으로 추명염왕의 왼쪽 어깨를 격중시켰다.

!

[크흑!]

순간 추명염왕은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뒤로 일 장 가량 후퇴했다.

[요 쥐방울만한 놈이!]

일격을 당한 추명염왕은 독이 올라 한 자루 금륜(金輪)을 뽑아 들고 막비강을 향해 덮쳐 왔다.

막비강은 상대방이 금륜을 휘두르자 번뜩이는 금광과 함께 사면팔방에서 강맹한 장영이 눌러 옴을 느끼고 내심 깜짝 놀랐다.

(야단났구나!)

추명염왕은 맹공을 가하며 괴소를 터뜨렸다.

[낄낄낄. 이놈아! 빨리 병기를 버리고 항복하지 않으면 이 전륜차(轉輪車)로 네놈의 몸뚱이를 걸레조각으로 만들어 버리겠다.]

[노마! 아무리 협박해도 나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어린놈이 보통 고집이 아니구나! 그렇다면 네놈을 염라대왕 앞으로 보내 주마!]

헌데 추명염왕이 말을 막 끝냈을 때였다.

! !

예리한 파공성과 함께 단전(短箭)이 연달아 날아오더니 이어 하나의 조그만 인영이 번개같이 덮쳐 왔다.

원래 연아는 자기가 단전을 발사한 때문에 오히려 막비강이 궁지에 몰리자 다급해진 나머지 연달아 단전을 발산한 것이다.

[어린 계집년! 너부터 수습해야겠구나!]

추명염왕은 눈에서 무서운 살염을 발산하며 연아를 향해 흉험한 일장을 격출했다.

[!]

날수선랑은 이 광경을 보고 경악의 함성을 질렀다. 그녀는 급히 수중의 괴장으로 상대방을 후퇴시킨 후 연아 곁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이때 그녀보다 더욱 빠른 사람이 있었다.

[받아랏!]

위기일발의 순간 막비강이 함성을 지르며 전신의 진력을 뽑아 올려 추명염왕을 향해 일장을 격출했던 것이다.

퍼펑!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이 울려 퍼지며 막비강은 추명염왕과 일장을 주고받아 몸이 허공으로 날려 나갔다.

추명염왕은 막비강이 전륜차를 돌파하고 나와 연아를 구출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하여 뒤로 세 걸음 가량 밀려났다. 다행히 연아는 부상을 입지 않고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멍청히 서 있기만 했다.

[연아! 너는 먼저 가거라!]

날수선랑은 공중에서 한바퀴 맴돌아 튕겨져 나온 막비강의 몸을 받은 후 급히 고함을 질렀다.

[크크! 가긴 어딜 가느냐?]

하지만 세 마두가 막비강 등 세 사람을 포위했다.

헌데 그 직후였다.

[개방 제자들은 모두 공격 준비를 갖추어라!]

범개선이 고함을 질러 상세가 완쾌된 십여 명의 개방 제자가 세 마두를 첩첩이 포위했다.

[!]

추명염왕은 경멸의 코웃음을 날리더니 날수선랑에게 냉랭히 말했다.

[송 노파! 몇 년 더 살고 싶거든 어린 녀석은 남겨놓고 손녀만 데리고 꺼져라!]

쌍방이 잠시 입씨름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틈을 이용하여 막비강은 날수선랑의 품속에서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추명염왕을 향해 사정없이 살초를 발출했다.

날수선랑은 괴장을 휘두르며 삼촌정과 소면호를 공격했다.

연아 역시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없어 범개선에게 손짓을 했다.

[당신들은 나의 할머니를 도우세요. 나는 저 어린 녀석을 도우겠어요.]

그녀는 말을 끝내기 무섭게 검끝으로 추명염왕의 등뒤 명문사혈(命門死穴)을 향해 찔러 갔다.

이리하여 싸움의 국면은 두 조로 나뉘어지게 되었다. 한 조는 막비강과 연아가 합세하여 추명염왕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고, 또 한 조는 날수선랑과 개방 제자들이 삼촌정과 소면호를 포위 공격하는 것이었다.

추명염왕은 비록 위력이 강맹무비한 전륜차를 지니고 있지만 소년 소녀가 절묘하게 배합을 이루어 공격하자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

삼촌정과 소면호는 날수선랑 한 사람을 상대할 땐 약간 우세했었다. 하지만 범개선이 이끄는 개방 제자들이 측면과 배후에서 공격을 가하자 판도가 뒤바뀌어 간신히 자기들의 몸만 보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쌍방이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을 때였다.

화라라락!

문득 장내에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팔괘도포(八卦道袍)를 입은 노도사(老道師)가 나타났다. 이 노도사의 신법은 실로 유령 같아 장중의 고수들 누구도 그가 나타난 줄 모르고 있었다.

[...!]

그 노도인은 눈에서 형형한 광망을 발산하며 쌍방의 격전을 잠시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돌연 가가대소를 터뜨렸다.

[으핫하, 여기서 여러 고인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소. 그런데 여러분은 무슨 일로 이렇게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소?]

(저자는...!)

날수선랑은 나타난 사람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오봉도인(五峯道人) 왕존일(王尊一)!)

(저 노마가 아직도 살아 있었다니...!)

추명염왕 등 세 마두 역시 그 노도를 알아보고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오봉도인 왕존일!

 

그자는 오십 년 전부터 귀신이 보아도 두려워했다는 일대의 마두로 천하오대기인(天下五大奇人) 중에 드는 전설적인 고수였다.

오기(五奇)는 육요(六妖), 칠절(七絶), 팔흉(八凶)보다 한 배분 위의 고인들이었다. 비록 추명염왕 등이 알아주는 거마들이긴 하지만 오기 중의 한 명인 오봉도인의 잔인함에는 많이 부족함이 있었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그가 어느 한쪽을 도우면 다른 한쪽이 참패를 면치 못할 것은 정해진 이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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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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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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