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137>

다시 등선곡 내부. 세 채의 집 중 가운데 집에서면 불빛이 흘러나오고. 조진진과 야차선녀가 있는 침실 문은 닫혀있고 문이 안 달린 거실에서는 청풍과 다섯 마리 짐승이 앉고 서있다. 청풍과 수컷 곰, 수컷 너구리, 암컷 너구리, 암컷 여우는 탁자에 둘러 앉아있고 암컷 곰이 청풍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고 있다. 두 손으로 큼직한 술병을 든 채로. 청풍과 수컷 곰, 수컷 너구리는 술을 마시는 중이다. 암컷 너구리와 암컷 여우는 조신하게 앉아서 그걸 보고 있고

암컷 곰; [남정네들의 취미는 술 담그기랍니다.] 꼴꼴 청풍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웃고

암컷 곰; [이곳 등선곡에 지천으로 자라는 여러 과일 나무의 열매를 모아서 술을 담그는데...] 청풍의 술잔에서 술병을 떼고

암컷 곰; [경력이 십년 다 되어가자 이제는 제법 그럴 듯한 술이 만들어지지 뭐에요?] 술병을 청풍의 술잔에서 떼고

청풍; [이 술도 여러분이 직접 담그신 것이겠습니다.] 술잔을 들어 보이며 수컷 곰과 수컷 너구리에게 말하고. 두 놈은 이미 술을 받은 상태인데 수컷 곰의 술잔은 커다란 사발만하고 수컷 너구리의 술잔은 찻잔만큼 작다. 두 놈 앞에는 술병도 하나씩 있다.

수컷 곰; [세분 주인님 중 주취광생님의 지도로 담근 술이오.] 사발만한 술잔을 투박한 두 손으로 들면서

청풍; (수컷 곰 웅웅(雄熊)...) 자기 술잔을 두 손으로 들면서 보고

수컷 곰; [그분이 제법 마실만하다고 하셨으니 실망스럽지는 않을 거요.] 술잔을 두 손으로 들어 청풍에게 내밀고

청풍; (곰답게 우직하고 성실한 성격의 소유자다.) + [냄새가 기가 막힌 것만으로도 잘 빚어진 술이라는 걸 알겠습니다.] 챙! 자기 술잔을 수컷 곰의 술잔에 부딪히고. 수컷 너구리도 찻잔 같이 작은 술잔을 청풍의 술잔에 부딪히고

함께 원샷으로 술잔의 술을 비우는 청풍과 수컷 곰과 수컷 너구리.

암컷 여우; (내 입맛에는 쓰기만 허던데... 술이 저렇게 좋을까?) 입을 샐쭉이며 청풍이 술 마시는 걸 보고. 그러다가

힐끔 곁눈질로 암컷 너구리를 보는 암컷 여우. 암컷 너구리가 혼망 간 표정으로 청풍을 보고 있다

암컷 여우; (자리 저년...) 암컷 너구리를 흘겨보고

<인간의 젊은 사내는 처음 본 탓인지 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청풍을 보며 혼망 간 표정의 암컷 너구리를 배경으로 암컷 여우의 생각 나레이션

암컷 여우; (저러다가 제 짝인 웅리(雄貍)하고 한바탕하지?) 술 마시는 수컷 너구리를 보고. 수컷 너구리는 술을 마시면서도 암컷 너구리를 흘겨보고 있다

암컷 여우; (비록 인간처럼 생각하고 인간처럼 손발을 쓸 수 있다고는 해도 우린 여전히 여우고 너구리일 뿐이야.) 한숨

암컷 여우; (종 자체가 다른 인간의 수컷에게 관심을 보여서 뭘 어쩌자는 거야?) 코웃음 치고. 그때

청풍; [카아!] 탁! 술잔을 내려놓으며 감탄사를 터트리고. 수컷 곰과 수컷 너구리도 술잔을 입에서 떼고

청풍; [괜히 하는 말이 아니고 내가 그동안 마셔본 술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술입니다.] 엄지손가락 세워 보이고

수컷 곰; [술은 충분히 있으니 원하시는 대로 드시도록 하시오.] 암컷 곰에게 턱으로 술 따라주라는 시늉하며 말하고. 수컷 곰과 수컷 너구리는 자신들 앞에 있는 술병으로 직접 술을 잔에 따른다. 시중을 받는 건 청풍 뿐이고

청풍;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입니다.] 꼴꼴... 암컷 곰이 다시 따라주는 술을 술잔으로 받으며 웃고. 그러다가

고개 들어 문 밖을 보는 청풍

멀리 절벽 너머로 구름같은 것이 치솟고 있고

청풍; (저 연기...) 술잔을 한손으로 들고 입에 가져가며 구름이 일어나는 쪽을 보고

청풍; (등선곡과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그렇다는 건 등선곡을 에워싼 금제와는 상관이 없다는 뜻인데...) 생각할 때

수컷 곰; [저긴 독룡곡(毒龍谷)이오.] 함께 등선곡 밖에서 치솟고 있는 안개를 보면서 말하고. 자기 술잔에 자기가 술을 따르면서

청풍; [독룡곡?] 술잔에서 입을 떼며 돌아보고

수컷 곰; [등선곡의 원래 주인이 동방의 신라국(新羅國)에서 유학 왔다가 신선이 된 김가기임은 아실 거요.]

 

<그 김가기가 우화등선(羽化登仙) 하기 직전, 종남산의 깊은 땅 속에서 기어 나온 사나운 독룡(毒龍)을 한 마리 죽였다고 하는데...> 동굴에서 기어 나오는 서양의 드래곤처럼 생긴 거대한 용. 입에서 독과 불을 뿜어낸다. 머리가 사람보다 큰 거대한 드래곤이다. 그 드래곤 앞으로 빛나는 검을 든 신선같은 중년 선비가 다가온다. <건곤일척 자료집 32페이지>에 나오는 <묵장선생> 같은 복장. 신라 사람이라 복장이 우리나라 복장과 비슷하다.

<김가기에게 치명상을 입은 독룡은 등선곡 북쪽의 계곡으로 도망쳐 들어갔다가 결국 죽었다고 하오.> 피를 흘리고 입에서 독연기를 뿜어내며 어떤 계곡으로 기어가는 드래곤. 그 뒤에서 허공을 밟으며 따라오는 김가기

 

청풍; [김가기가 세상에 해를 끼치던 독한 용을 잡아 죽였다는 전설은 들은 적이 있습니다.] 끄덕일 때

수컷 곰; [문제는 그 독룡이 수만 년 동안 몸속에 축적해두었던 독기들이 독룡의 죽음과 함께 봇물처럼 흘러넘쳤다는 점이오.]

청풍; [그럼 저 연기는 혹시...]

수컷 곰; [김가기가 죽인 독룡의 사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가 주변의 흙과 바위를 태우며 내는 것이오.]

청풍; [독룡의 독이 정말 독한 모양입니다.] [김가기에게 죽었다면 육백여년의 세월이 흘렀을 텐데 아직까지도 흙과 바위를 녹이고 있는 걸 보면...]

암컷 여우; [독하지요. 독하구 말구요.] 끼어들고. 돌아보는 청풍

암컷 여우; [독룡의 독은 정말 지독해서 독심귀의님조차 독룡곡에는 오래 머물지 못하실 정도예요.] 새침하게 말하고. 암컷 너구리는 부러운 표정으로 보고

청풍; [독심귀의께서는 독룡곡을 자주 드나드신 것 같습니다.]

암컷 여우; [역명천신단...] [아니 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독을 채취하기 위해 가끔 독룡곡에 가시곤 했어요.] 약 이름을 말하다가 살짝 당황하고

청풍; (세한삼우가 만들고 있는 영약의 이름이 역명천신단이었군.) 다시 술잔을 들어 술을 마시면서 생각하고

암컷 여우; [하지만 워낙 독기가 강해서 오래 머물지도, 독룡곡의 중심부에도 접근하진 못하신다고 했어요.]

암컷 여우; [독심귀의님이 그럴 정도이니 독룡곡에 들어갔다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걸요?]

청풍; [독룡곡의 독이 그렇게 지독하다면 굳이 저쪽에는 금제를 설치할 이유가 없었겠습니다.] 지나가는 말투로 말하며 술을 마시고

암컷 여우; [등선곡 일대에서 금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유일한 곳이지만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죠.]

청풍; (좋은 정보를 얻었다.) 술 마시며 눈 번뜩이고

청풍; (세한삼우가 만들고 있는 영약을 손에 넣는다 해도 등선곡을 방호하고 있는 금제를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 고민이었는데...) 술 마시며 생각하고

[...] 그런 청풍을 흘겨보며 뭔가 생각하는 암컷 여우. 그때

<방으로 들어오너라.> 누군가의 전음이 청풍의 귀에 들리고. 흠칫! 하는 청풍

청풍; (야차선녀!) + [예 선녀님!] 대답하며 일어나고. 짐승들이 흠칫 하며 보고

청풍; [술 잘 마셨소이다.] 암컷 곰에게 포권하고. + 암컷 곰; [별 말씀을요.] 고개 숙여 답레하고. 다른 짐승들도 일어나고

서둘러 거실을 나가는 청풍

암컷 곰; [진공자님과 동행한 아가씨가 깨어난 모양이네요.] 거실을 나가 옆으로 돌아가는 청풍을 보며 말하고

수컷 곰; [서운하긴 하군. 그 아가씨가 깨어났으면 진공자도 곧 등선곡을 나가야 할 테니...] 다시 술잔을 잡으면서 말하고

암컷 곰; [그렇겠지요.] [세 분 주인님 성격에 외부의 인간을 본곡에 오래 머물게 하진 않으실 거예요.] 그릇 정리하며 말하고. 수컷 곰은 술을 마시고

울상 짓는 암컷 너구리. 그런 암컷 너구리를 힐끔 보는 암컷 여우

암컷 여우; (너구리 년... 아주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네.) 쌤통이다 하는 표정으로 웃고

수컷 곰; [웅호(雄狐)와 교대 해주러 가봐야겠어.] 탁! 술잔을 내려놓고

암컷 곰; [빨리 오라고 해요. 음식 식으니까.] 그릇 정리하며 말하고

수컷 곰; [그러리다.] 밖으로 나간다

암컷 곰; [웅호 밥상 새로 차려야하니까 좀 도와줘.] 챙긴 그릇 들고 입구쪽으로 돌아서며 두 암컷에게 말하고

암컷 여우; [알았어요 언니.] 달그락! 그릇 챙기며 대답하고. 암컷 너구리도 그릇을 챙기지만 건성이고

암컷 너구리; (진공자가 곧 떠나야한다니...) (진공자님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아직 내 마음도 내비치지 못했는데...)

암컷 너구리; (주인님들의 마음이 바뀌어서 진공자님을 좀 더 오래 등선곡에 머물도록 허락하셨으면 좋으련만...) 그릇 들고 나가며 한숨.

혼자 남아서 술을 마시며 그런 암컷 너구리를 보는 수컷 너구리의 표정이 안 좋다

 

#138>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청풍

야차선녀; [어서 와라.]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아 있다가 돌아보고. 의자는 등받이가 없는 둥근 도자기 의자다. 침대에는 조진진이 고개를 벽쪽으로 돌린 채 누워서 울고 있다. 얇은 이불로 가슴 아래를 덮고 있다.

청풍; [조소저가 정신을 차렸는지요?] 문을 닫으며 묻고

야차선녀; [조가장에서 혈교의 무리들에게 제압당한 후로는 기억이 없다는구나.] 의미심장하게 말하며 의자에서 일어나고

청풍; (조소저가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를 죽인 부분의 기억을 소거하는데 성공했구나.) 안도하며 다가가고

야차선녀; [이 청년이 네 아비 무영신투의 부탁을 받고 널 구해준 은인이다.] 침대로 다가온 청풍을 소개하고

야차선녀; [자세한 경과는 이 청년에게 듣도록 해라.] 말하며 벽에 기대놓은 지팡이를 잡고

청풍; [수고하셨습니다 선녀님.] 굽신

야차선녀; [수고는 무슨...] 돌아서고

야차선녀; [그 아이, 상심이 큰 모양이다.] 한쪽에 기대놓은 지팡이를 집어들고

야차선녀; [몸도 많이 허약해진 상태이니 잘 위로해줘라.] 끽! 문을 열고 나가며 말하고

청풍; [예...] 대답하며 야차선녀가 문을 열고 나가는 걸 보고

 

#139>

침실 밖으로 나오는 야차선녀. 한손에 지팡이를 든 것 주의

문 밖에 암컷 너구리가 서있다가 깜짝 놀라고

암컷 너구리; [선... 선녀님!] 눈치 보며 뒤로 주춤 물러선다

야차선녀; [마침 잘 왔다.] 탁! 문을 닫으며 암컷 너구리에게 말하는 야차선녀

야차선녀; [난 연단실(煉丹室)에 가있을 테니 여기 있다가 무슨 일 있으면 알리도록 해라.] 동굴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며 말하고

암컷 너구리; [예...] 공손히 대답하고

동굴 쪽으로 가는 야차선녀

암컷 너구리; (공자님이 조진진이란 여자와 단 둘이 방안에 남았어.) 울상 지으며 닫힌 방문을 보고

암컷 너구리; (설마 둘이 이상한 짓을 하는 건 아니겠지?) 두 손 부비며 초조하게 서성이고

건물의 모서리에 숨 듯이 서서 그걸 보는 수컷 너구리

수컷 너구리; (자리...) 손톱을 물어뜯고

수컷 너구리; (너 설마 인간의 사내놈에게 딴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냐?) 문 앞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서성이는 암컷 너구리를 보며

수컷 너구리; (그러다가 상처 입으면 어쩌려고...) 울상 지으며 손톱을 물어뜯는 수컷 너구리의 얼굴 크로즈 업

 

#140>

다시 방안

청풍; [몸은 좀 어떠시오 소저?] 야차선녀가 앉아있던 의자에 앉으며 묻고

청풍; [충격과 상심이 크시겠지만 영친의 희생을 생각해서라도 기운을 차리셔야 합니다.] 말하며 품속에 손을 넣고

다시 꺼낸 청풍의 손에는 두 가지 물건이 들려있다. 유령익과 열쇠

청풍; [영친께서 제게 맡기신 유품입니다.] 유령익과 열쇠를 내밀고

청풍; [영친의 복수와 조가장의 재건에 사용하십시오.] 두 가지 물건을 내밀지만

조진진; [아버지... 아버지는 어찌되셨는가요?] 청풍이 내미는 물건들을 받지 않고 돌아보지도 않으면서 입을 열고

조진진; [정말... 정말 돌아가신 건가요?] 고개 돌린 채 울고

청풍; [영친께서는...] 한숨 쉬며 물건들을 내밀었던 손을 내려놓고

청풍; [치명상을 입으신 상태에서 소저를 지키려고 혈교의 무리들을 유인해가셨습니다.]

청풍; [유감스럽지만 당시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중상을 입으셨던 터라 지금쯤은 종명(終命)하셨을 것입니다.]

조진진; [흐윽!] 와락! 벽쪽으로 돌아누우며 오열 터트리고. 청풍에게 등을 보이는 자세로

조진진; [아버지... 아버지! 죄송해요 아버지!] 몸을 웅크린 채 오열하고

청풍; (가슴이 미어지겠지.) 한숨 쉬고

<세상에 단 하나 뿐인 핏줄인 아버지가 죽었는데 자신이 그 원인을 제공한 셈이 되었으니...> 웅크린 채 오열하는 조진진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하물며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면 살아 있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청풍; (무영신투가 자신의 딸에게 죽었다는 사실을 영원히 비밀로 해야만 하는 이유다.) 오열하는 조진진을 보며 생각하는 청풍

 

#141>

깊은 밤. 산중의 어느 암자. 암자 건물에는 불이 켜져 있다

암자 앞의 마당 한쪽에 십여 명의 중 시체가 쌓여있고. 혈교의 복면인들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지휘자는 고당주. 고당주만 복면을 안쓰고 있다. 암자에는 불이 켜져 있고

휘익! 암자 앞으로 날아 내리는 세 사람. 위진천과 신행태보와 백일몽

[소교주님!] [어서 오십시오.] 인사하는 고당주와 복면인들. 고당주는 급히 앞으로 달려오면서 인사하고

위진천; [귀희가 급히 날 찾았다고?] 불 켜진 건물로 가며 고당주에게 묻고. 그 뒤를 따라오며 한쪽에 쌓여있는 중들의 시체를 보는 백일몽

고당주; [예! 드디어 조천경을 쓰실 수 있게 된 모양입니다.] 좀 흥분해서 말하며 암자로 위진천을 안내하고

위진천;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행여 오늘 밤을 넘기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말하며 암자로 가고. 암자의 문 앞에 서있던 복면인들이 급히 암자의 문을 연다

백일몽; (이 암자의 중들이로구나.) 마당 한쪽에 쌓여있는 중들의 시체를 보며 위진천을 따라가고

백일몽;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무고한 사람들을, 그것도 속세를 떠난 승려들을 학살했다.) 소리 없이 한숨 쉬며 위진천을 따라가고. 이제 암자 앞에 이르렀고

백일몽; (저렇게 거침없이 죄를 쌓아가니 응보(應報)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한숨 쉬며 앞을 보고. 복면인들이 열어준 문을 통해 불이 밝혀진 암자 안에 귀희가 탁자 앞에 앉아있는 게 보인다. 위진천은 먼저 암자로 들어가고 있고

 

#142>

암자 안의 귀희. 탁자에 놓인 구리거울, 즉 조천경을 들여다보며 무언가 주문을 외우고 있다. 두 손을 조천경 위에 활짝 펼친 채로 겨눈 자세로.

위 배경으로 위진천이 들어서고. 백일몽과 신행태보는 문 밖에 멈춰서며 들여다본다

눈을 부릅뜨는 귀희. 그러자

징! 귀희의 활짝 편 두 손이 겨누고 있는 조천경이 진동하며 빛이 조금 나더니

쩡! 조천경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천장으로 치솟는다.

귀희; [그렇지!] 흥분하며 내려다보고. 빛이 역광으로 비춰서 얼굴이 마녀처럼 보이고. 바로 그 직후

[축하해 귀희.] 짝짝 박수치는 소리가 들려 흠칫! 하는 귀희

위진천; [드디어 성공했구만.] 옆에 서서 박수 치고 있고

귀희; [어서 오세요 소교주님.] 손을 거두며 돌아보고

지징! 그러자 조천경에서 치솟던 빛도 사그라 들고

위진천; [급히 보자고 했을 때 예상을 했어.] [이제 조천경을 쓸 수 있게 된 것같구만.] 빛이 사그라드는 조천경을 보고

귀희; [다행히 오늘 밤이 새기 전에 조천경의 사용법을 생각해낼 수 있었어요.] 요염하게 웃으며 대답하고

위진천; [그럼 빨리 등선곡으로 가자구.] [밤이 길면 꿈도 많아지는 법이니...] 입구쪽으로 돌아서며 귀희를 재촉할 때

귀희; [등선곡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조천경을 시험해보고 싶군요.]

위진천; [시험? 무얼 대상으로?] 다시 돌아보고

귀희; [백일몽! 들어와라.] 조천경을 집어들며 문 밖의 백일몽에게

백일몽; (저 암캐가 왜 나를...) + [예 귀희님.] 대답하며 암자 안으로 들어오고

귀희; [네가 도와줄 일이 있다.] 다가오는 백일몽을 보고

백일몽; [그게 뭔지 하명하시지요.] 귀희의 2미터쯤 앞에 멈춰서며 두손 앞으로 모은 채 공손하게 묻고

귀희; [바로 이것이다!] 슥! 조천경을 백일몽에게 겨누고. 위진천은 흠칫! 하고

백일몽; (아차!) 기겁하며 얼굴 돌리려 하지만

귀희; [늦었다.] 쩡! 조천경에서 강한 빛이 터져 나와 백일몽의 얼굴을 비추고

백일몽; [!] 강렬한 빛에 노출되어 눈 부릅뜨며 굳어지고. 조각상처럼

[!] [!] 문 밖에서 보던 신행태보와 고당주가 경악하고

위진천; [왜 그래 귀희?] 놀라고

위진천; [조천경을 사람 대상으로도 쓸 수 있는 거야?]

귀희; [직접 확인하시지요] 징! 강한 빛을 뿜어내는 조천경으로 백일몽을 겨누며 사악하게 웃고. 이어

귀희; [백일몽! 넌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숨김없이 대답할 수밖에 없다.]

위진천; [옳거니!] [조천경의 조천신광은 섭혼술의 효력도 있구만. 인간이 꾸며낸 것은 무엇이든지 무효화 시킬 수 있으므로...] 깨닫고

<섭혼술!> 열린 문 밖에서 보고 있던 신행태보와 고당주가 겁에 질린 표정이 되고

귀희; [단순히 섭혼술 정도가 아니랍니다.] 징! 조청경에서 뿜어지는 빛을 백일몽에게 비추면서 사악하게 웃고

귀희; [조천경의 조천신광은 어떤 섭혼술보다 강력해서 인간의 혼백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게 가능해요.]

위진천; [조천경은 알수록 쓸모가 많은 물건이었구만.] 흥분할 때

귀희; [백일몽!] [네년은 절혼단백금법에 갇혔다가 빠져나왔을 때 숨긴 게 있었다.] 강렬한 눈빛으로 백일몽에게 말하고. 조천경을 백일몽에게 겨누면서

백일몽; (안... 안돼!) 빛에 얼굴이 비춰진 채 절망

귀희; [말해라! 네년이 절혼단백금법 안에서 보고도 보고하지 않은 게 무엇인지!] 징! 조천경으로 더 강한 빛을 뿜어내며 말하고. 그러자

백일몽; [철...] 억지로 입을 여는 모습. 눈에 초점이 사라진 채

귀희; [철?] [쇠가 어쨌다는 거냐?]

백일몽; (입... 입이 저절로 움직인다!) + [철... 철로 된 가면은 쓴 자를 환각 속에서 보았어요.] 비지땀을 흘리며 억지로 입을 열고

귀희; [철가면을 쓴 자를 만났다?] 흠칫! 하며 위진천을 돌아보지만

위진천; [철가면?] [금시초문인데?] 어깨 으쓱 해보이고. 위태극과 위극겸 부자는 철가면의 존재를 아직 위진천에게 말하지 않았다. 위진천은 그래서 자신이 혈왕의 후손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고

귀희; [그 철가면이 네게 무어라 했느냐?] 징! 조천경의 빛으로 백일몽을 겨누며 묻고

백일몽; [딸...] 비지땀을 흘리면서 입이 억지로 열리고

귀희; [딸?] 찡그리고

귀희; [그자가 널 딸이라고 불렀다는 거냐?]

백일몽; [예...] [철가면을 쓴 인물은 어딘가에 갇혀있었는데...]

백일몽; [저를 보자마자 딸이라고 불렀어요.] 초점이 없는 눈으로 멍한 표정 지으며

귀희; [그자의 정체를 알만한 단서는 없었느냐?]

백일몽; [그... 그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그러면서 떠올리는 장면

 

<우리... 우리 용씨일족(龍氏一族)의 핏속에 흐르는 이능(異能)이... 너로 하여금 아비를 찾아오게 만들었구나!> 울면서 말하는 철가면의 모습

 

백일몽; (나... 나를 용씨일족의 후손이라고 말한 건 숨겨야만 해!) 비지땀을 흘리고

귀희; (이년이...) 눈 치뜨고

귀희; (믿기지 않지만 조천경의 힘에 저항하고 있다.) + [숨김없이 말하지 못할까?] 쩡! 다시 조천경으로 강한 빛을 뿜어내며 말하고

백일몽; [하악!] 야하게 신음 토하며 휘청하고

귀희; [무얼 숨기려고 하느냐? 어서 다 털어놓지 못할까?]

백일몽; [철가면은... 저를 천파라고 불렀어요!] [그... 그게 전부예요.] 눈이 하얘지며 신음하고

귀희; [정말 그게 전부라는 것이냐?] 의심

백일몽; [믿... 믿어주세요.] [그... 그 이름을 들은 직후... 귀희께서 절 절혼단백금법에서 끌어내셨어요.] 벌벌 떨고

귀희; [거짓말!] 쩡! 조천경으로 더 강한 빛을 뿜어내 백일몽을 겨누고

백일몽; [아악!] 빠지직! 감전당하는 모습이 되며 비명

위진천; [귀희!] 찡그리며 말리려 하고

귀희; [네년은 아직 털어놓지 않은 게 있다! 그게 무엇이냐?] 쩡! 조천경으로 백일몽을 겨누며 윽박지를 때

백일몽; [끄윽...] 비틀하며 쓰러지려 하고

위진천; [그만 해!] 턱! 귀희의 어깨를 손으로 잡으면서 한숨 쉬고

귀희; [소교주님!] 돌아보며 찡그리고

위진천; [무슨 비밀을 숨기고 있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진술만 들어도 딱히 해가 될 만한 건 아닌 게 분명해.] 귀희의 어깨를 잡은 채 비틀거리는 백일몽을 보며

위진천; <아직 쓸모가 많이 남아있는 계집인데 망가트리면 손해잖아.> 전음으로 귀희에게 말하고

귀희; (하긴...) + [알았어요.] 한숨 쉬며 백일몽을 보고

귀희;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다.] 징! 츠으! 귀희가 백일몽을 겨눈 조천경에서 빛이 사그라 들고. 그러자

백일몽; [하악!] 비틀! 묶여있던 줄에서 풀린 것처럼 비틀하다가

털썩! 바닥에 야하게 나뒹구는 백일몽

귀희; [하지만 기억해둬라.] 거울 내리며 냉소하고

귀희; [한번 만 더 뭔가 숨기려 들면 그때는 오늘처럼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일어나고. 이어

귀희; [그만 등선곡으로 가요 소교주님!] 문쪽으로 돌아서며

위진천; [그러자구.] 억지로 웃으며 귀희를 따라가려 하고. 이어

위진천;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라 백일몽!] [귀희 딴에는 날 위해 그런 것이니...] 쓰러져 헐떡이는 백일몽을 보며 멋쩍게 말하고. 그 사이에 귀희는 암자에서 나가고 있고. 암자 밖에서 들여다보던 신행태보와 고당주가 급히 옆으로 비켜서고. 겁 막은 표정으로

위진천; [후유증이 좀 있는 것같으니 넌 여기서 쉬고 있어라.] 문쪽으로 걸어가고

위진천; [등선곡의 일에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문을 나가고. 문 밖에는 귀희와 신행태보, 고당주와 복면인들이 기다리고 있고. 이어

위진천; [가자!] 팟! 날아오르는 위진천

그 뒤를 따라서 날아가는 귀희. 신행태보, 고당주와 복면인들도 따라서 날아오르고. 이제 암자에는 아무도 없게 된다. 중들의 시체만 한쪽에 쌓여있고

귀희; (백일몽 저년...) 날아가면서 뒤를 힐끔. 열린 문을 통해 암자 안에 쓰러져 있는 백일몽의 모습이 보이고

귀희; (정말 중요한 내용은 끝내 자백하지 않은 것같은 기분이 든다.)

귀희; (저 년을 좀 더 주의 깊게 지켜봐야겠다.) 앞서 날아가는 위진천의 뒤를 따라 날아가며 생각하고

암자 내부. 홀로 야한 자세로 쓰러져 헐떡이고 있는 백일몽

백일몽; (귀희...) (네년은 오늘 일로 내 장부에 올랐다.) 이를 바득 갈며 울고

백일몽; (기필코 죽여 버리기로 정한 인간들의 이름이 올려진 사망부(死亡簿)에...) 이를 바득 갈고. 이어

백일몽; (철가면...) 철가면을 떠올리는 백일몽

백일몽; (어쩐지 그 인물이 정말 내 아버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백일몽; (난 지금까지 부모가 누군지 몰랐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었다.) 벌렁! 반듯하게 누우며 생각하고

백일몽; (철이 들었을 때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고아원이란 것을 알았는데...)

 

<여섯 살 때 고아원의 원장이었던 손대낭(孫大娘)이란 여자에 의해 혈교에 팔렸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풍만한 몸매의 여자가 누군가에게서 돈을 받으며 웃는다. 이 여자가 손대낭이고 손대낭은 사실 백일몽의 엄마다. 원래 이름은 손이교였지만 손대낭으로 개명한 채 고아원을 운영하며 딸을 길러왔다. 손대낭에게 돈을 주는 건 천법사들 중 한명인 풍모다. 십 몇 년 전이지만 용모는 변함이 없다. 얼굴이 흉터로 덮인 귀여운 소녀가 손대낭의 소매를 잡은 채 서서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런 풍모를 보고 있다. 물론 소녀는 어린 시절의 백일몽이다

<즉, 난 원래부터 혈교 교도의 후손이었던 게 아니고 외부에서 혈교로 팔려온 몸이었던 것이다.> 풍모의 손에 손목이 잡혀 끌려가면서 뒤돌아보며 우는 어린 시절의 백일몽. 손대낭이 손을 흔들며 옷소매로 눈물을 닦고 있다. 손대낭의 얼굴은 아직 보여주지 말고

<혈교에 팔려왔지만 난 여종은 되진 못했다. 기억이 없던 어린 시절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지만 내 얼굴은 흉터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겁에 질려 서있는 어린 시절의 백일몽. 흉터로 가득한 백일몽의 얼굴을 보며 혐오스런 표정을 짓는 사람들. 혈교의 인간들이다. 백일몽의 얼굴의 상처는 손대낭이 낸 것이다. 딸의 얼굴에서 혈왕일족의 특징이 나타나면 안되는 바람에 숨기기 위해서

<대신 난 무사로 길러졌다. 사실 날 손대낭에게서 사들인 천법사 풍모(風母)는 내 자질이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보고 사들였다고 한다.> 풍모에게서 무공을 배우는 어린 시절의 백일몽. 어린 시절의 백일몽이 훈련하는 것을 풍모가 앉아서 보는 모습이고

<풍모의 가르침 덕분에 난 무공 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마침내 교주와 소교주를 측근에서 보필하는 측근의 자리에 이르렀던 것이다.> 귀신 가면을 쓴 위진천에서 편지를 전하는 백일몽. 이제는 얼굴에 밀착하는 복면을 쓰고 있다

<다만 흉한 얼굴을 가리기 위해 얼굴에 늘 복면을 쓰고 지내야만 했다.> 위 장면에서 백일몽의 얼굴 크로즈 업.

 

백일몽; (지금까지 난 한 번도 내 부모가 누구고 출신내력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지 않았다.) 누워서 생각하고

백일몽; (등선곡의 금제에 빠져 철가면을 만났었지만 그가 누군지 알아볼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랬는데...) 이를 바득 갈고

백일몽; (고맙다 귀희! 네 년 덕분에 내가 누군지 간절하게 알고 싶어졌으니...) 이를 갈며 귀희를 떠올리고

백일몽; (반드시 내가 누구며 철가면이 나와 무슨 관계인지 알아내고 말겠다.)

<귀희, 네년은 열지 말아야할 재앙의 문을 연 것인지도 모른다.> 암자 안에 혼자 누워있는 백일몽의 모습 배경으로 백일몽의 생각 나레이션.

 

#143>

 

728x90

'와룡강의 작업실 > 마고천장(魔高千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고천장] 27화  (3) 2024.05.31
[마고천장] 26화  (2) 2024.05.30
[마고천장] 24화  (1) 2024.05.28
[마고천장] 23화  (0) 2024.05.27
[마고천장] 22화  (0) 2024.05.26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