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127>

<죽어!> <빨리 죽어라!> <악귀같은 놈아!> <지옥에 떨어져라!> 다시 금제 내부. 청풍이 귀를 두 손으로 막은 채 웅크린 자세로 엎드려 있다. 그런 청풍의 목에 매달린 조진진과 주변의 수많은 시체들이 청풍을 에워싸고 저주를 퍼붓고 있다. 근처에는 위상영이 죄수들에게 강간당하고 있고

<죽는 게 네놈에게는 구원이다.> <네가 죽인 원혼들이 저승에서 네 놈을 기다리고 있다.> <위상영이란 년이 사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게 안 보이느냐?> <이게 다 네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청풍을 에워싸고 악담과 저주를 퍼붓는 시체들. 헌데

청풍; [젠장...] 귀를 막은 채 웅크리고 있던 청풍이 이를 바득 갈고

청풍; [꺼져!] 무어라 악담을 하는 시체들에게 중얼거리고.

<뻔뻔한 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것이냐?> <네놈이 지은 죄의 값을 치르거라!> 시체들이 속삭이는데

청풍; [꺼지라고 했다!] 고개 번쩍 들면서 고함을 치고. 그러자

쩌엉! 청풍의 몸에서 벼락이 일어나 허공으로 치솟고. [!] [!] 그 벼락에 맞아 소멸되는 가까운 곳의 시체들

청풍; [개... 개수작들 마라! 나... 난 천마의 후손 이청풍이다!] 이를 갈며 비틀 일어나고. 주변에서는 여전히 위상영이 강간을 당하고 있고 벼락에 직접 닿지 않은 시체들은 여전히 청풍을 에워싸고 있다. 청풍의 목을 끌어안은 조진진이 눈을 부릅뜨고 있고. 쿠오오! 일어나는 청풍의 몸 위로 거대한 마귀의 형상이 일어난다. 수십미터 크기고. 그걸 본 시체들이 겁에 질려 비틀거리며 물러난다

청풍; [죽어야한다면... 그 때와 방법은 내가 결정한다!] 지지지!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는 청풍의 몸에서 벼락이 일어나고.

청풍; [누구도... 설령 부처나 천신이라도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 쿠오오! 그런 청풍의 몸 위로 반투명한 거대한 마귀의 형상이 일어난다. 공포에 질려 물러나는 시체들. 청풍의 목을 휘감고 있던 조진진도 겁에 질려 뒤로 몸을 젖히고

 

#128>

[!] 놀라서 눈을 치뜨는 주취광생. 술을 마시던 중이고. 옆에 서있는 야차선녀도 눈을 치뜨고 있다.

쿠오오오! 안개 속에서 수십 미터 크기의 거인이 몸을 일으키는 형상이 보이고. 형상을 흐릿하지만 눈빛은 강렬하다

주취광생; [마... 마귀?] 술병을 떨구며 뒤로 주춤 물러서고. 그 옆에 서있는 야차선녀도 지팡이를 꽉 쥔 채 앞을 노려보고 있고

파삭! 술병이 주취광생 발치에 떨어져 박살이 나고

무어라 외치며 안개 속에서 몸부림치는 거대한 마귀의 형상

주취광생; [선녀! 저... 저건 대체 무슨 현상이오?] 야차선녀에게 묻고

야차선녀; [천마...] 신음하고. 비지땀을 흘리며

주취광생; [천마?] 눈 부릅

주취광생; [말씀하신 게 불교에서 말하는 천마 파순(波旬)이오?] [아니면 오백여 년 전에 세상을 뒤흔들었던 고금제일마 천마요?]

야차선녀; [물론 후자예요.]

야차선녀; [저토록 강대한 마력은... 오직 천마의 피에서만 발현될 수 있을 거예요.] 안개 속에서 몸부림치는 거대한 마귀의 형상을 보며 굳어진 얼굴로 말하고

주취광생; [그 말인즉슨... 오늘 등선곡을 찾아온 놈이 천마의 후손이다?] 눈 치뜨고

야차선녀; [누군지는 짐작도 안되지만 천마의 피를 이은 자인 것은 분명해요.] [다만...]

주취광생; [다만?]

야차선녀; [설령 천마 본인이라고 해도 절혼단백금법을 뚫고 나오진 못할 거예요.] 좀 땀을 흘리지만 웃는 야차선녀

 

#129>

쿠오오! 온몸에서 거대한 마귀같은 기운을 뿜어내며 비틀비틀 걸어가는 청풍. 눈이 백열되어 있고 이제는 등에 업고 있는 조진진의 허벅지를 움켜쥐고 있지 않다. 조진진도 다시 기절해서 청풍의 등에 축 늘어져 있고. 하지만

청풍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참상들. 천마성이 궤멸당하는 모습, 위상영이 윤간당하는 장면, 자신이 뇌공량을 죽이던 장면등등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청풍; (환각이다.) (이건 모두 술법으로 일어나는 환각일 뿐이다.) 눈에 핏발이 서고 악다문 입에서 피가 흐르며 비틀 비틀 걸어간다. 주변에서는 아수라장이 펼쳐지고 있고

청풍; (하지만 환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빠져나갈 수가 없다.) (헤매다 보니 방향 감각도 상실해서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고...) 눈에서 초점이 사라진다

바로 앞에서 아이와 엄마가 함께 칼에 맞아 몸이 갈라져 죽는 장면이 벌어지고

청풍; (더 이상...) 주르르! 악 다문 청풍의 입에서 피가 흐르고

청풍;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다. 눈을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 끔찍한 환각으로 인해 머리가 터져 나가는 것같다.)

<소성주... 청풍아!> 위상영이 죄수들에게 깔려 몸부림치며 비명을 지른다

<날 구해다오! 제발... 아아악!> 강간당하며 울부짖는 위상영

청풍; [컥!] 대량의 피를 왈칵 토하며 휘청하는 청풍

청풍; (한계...) 스륵! 앞으로 쓰러진다

청풍; (더는... 견딜 수가 없다.) 퍼억! 앞으로 고꾸라지는 청풍. 기절한 조진진도 함께 널부러지고

청풍; [미안...] 눈을 감고

청풍; [미안해 상영누나! 지켜주지 못해서...] 툭! 기절한다. 그러자

화악! 주변에서 벌어지던 참상들이 안개처럼 사라지고.

스스스! 안개만이 청풍의 몸을 휘감고 지나가는데

반짝! 안개 속에서 빛이 나고. 이어

지팡이를 쳐들고 다가오는 야차선녀. 지팡이 윗부분에서 빛이 나서 앞을 비추고. 그 뒤를 주취광생이 긴장한 표정으로 따라 온다

청풍의 옆에 이르러 멈추는 두 사람

야차선녀; [...] 청풍을 내려다보며 뭔가 생각하고

주취광생; [이놈이 천마의 핏줄이다?] 발로 툭 청풍을 차며

주취광생; [내공은 전혀 없고 제 몸 하나 가누기 어려운 놈이 천마의 후손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군.]

야차선녀; [때로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의 무게가 더 나갈 수도 있는 법이랍니다.] 슥! 몸을 숙여 지팡이를 들지 않은 손으로 청풍의 팔을 잡으려 하고

주취광생; (잘 난 척은...) + [내가 하겠소.] 콱! 먼저 청풍의 허리춤을 움켜잡고. 야차선녀는 손을 거두고

주취광생; [사내가 되어서 아녀자가 힘을 쓰게 하는 건 마음을 불편하게 하니 짐에게 맡겨주시오.] 번쩍! 청풍과 조진진의 몸을 함께 들어 올려 어깨에 턱 걸치고

주취광생; [운이 좋은 놈이로군. 선녀의 주의를 끈 덕분에 절혼단백금법 안에서 불귀고혼이 되는 횡액은 면했으니...] 한쪽 어깨에 청풍과 조진진을 걸치고 걸어가고

야차선녀; (저 아이...) 빛이 나는 지팡이를 들어서 주취광생의 앞길을 비추면서 따라가며 청풍을 보고

<나 우유라(尤乳羅)가 오랜 세월 기다려온 운명의 상대일지도 모르겠구나.>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청풍의 기절한 청풍의 얼굴 배경으로 야차선녀의 생각 나레이션

 

#130>

밤. 하늘에는 보름달. 아직 깊은 밤은 아니다. 등선곡

절벽의 굴뚝에서 여전히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고.

세 채의 돌집 중 가운데의 가장 큰 돌집에는 불이 켜져 있다. 굴뚝에서 연기도 나온다. 좌우의 돌집은 불이 꺼져 있고.

가운데 돌집의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암컷 곰. 커다란 솥에 무언가를 끓이고 있다. 수컷 너구리가 아궁이의 불을 살피고 있고

불이 꺼진 우측의 돌집

어둑한 실내. 청풍이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있다. 몸에는 새 옷이 입혀져 있고 얇은 이불이 가슴 아래를 덮고 있다. 침대 옆의 탁자에는 유령익이 개어져 있다. 상당히 크지만 얇아서 갠 부피는 얼마 안된다. 유령익 외에도 무영신투가 준 열쇠를 비롯해서 몇 가지 잡다한 물건들도 함께 놓여있다.

꿈을 꾸는 청풍. 꿈 속에서 위상영이 강간을 당하고 있다.

<상영누나...> 그 꿈을 배경으로 울고

<나를... 나같이 못난 놈을 만나지 않았으면 누나가 그런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주르르! 청풍의 감은 눈꼬리를 따라서 눈물이 흐르고. 직후

[어머 울고 있어!] [슬픈 꿈을 꾸나봐!]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고. 움찔! 하는 청풍.

[사내대장부는 못 되네.] [자고로 남자는 태어날 때와 부모가 죽을 때, 단 세 번만 울어야한다잖아.] 흥! 누군가 또 코웃음 치며 말하고

[너무 그러지마 자호(雌狐)!] [사람이 슬프면 울 수도 있는 거잖아.] 이어지는 음성

청풍; (자호... 암컷 여우?) (이상한 이름이다.) 눈 감은 채 생각하고

[늙은 주인님들만 보다가 젊은 사내는 처음 보는 거라 호감이라도 느껴지는 거니 자리(雌貍)?] 이어지는 음성

청풍; (점입가경...) (암컷 여우에 이어 암컷 너구리라니...) 어이없고

청풍; (대체 어떤 부모가 딸들에게 저런 괴상한 이름을 붙여준 것일까?) 생각할 때

[누... 누가 호감을 느낀다고 그래?] 당황한 음성이 이어지고

[난 그냥 이 사람의 표정이 너무 슬퍼보였을 뿐이라구.] 슥! 말과 함께 털로 덮인 작은 손이 청풍의 눈꼬리를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는다. 갸름하지만 털이 숭숭 나있는 손이다.

청풍; (여자 손인데 털로 덮여있다?) 생각하고

청풍;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겠다.) 눈을 뜨며 고개를 조금 돌려서 옆을 보고. 순간

쿵! 침대 옆에 서서 청풍을 보고 있다가 깜짝 놀라는 암컷 너구리와 암컷 여우. 두 암컷들은 키가 크지 않아서 머리와 가슴 부분만 보인다. 두 발로 선 키도 120센티 정도. 암컷 너구리가 손을 뻗어 청풍의 눈꼬리를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던 중이다.

[...] 고개 조금 돌린 채 두 암컷을 보는 청풍. 그러자

놀라 굳어져 있던 두 암컷. 다음 순간

[깨... 깼어!] [난 몰라!] 와다다! 후다닥! 꺄아! 비명 지르며 문쪽으로 달려가는 두 암컷. 사람처럼 두 발로 달려간다.

문으로 달려가는 두 암컷의 꼬리가 아주 풍성하다.

[엄마야!] [꺄악!] 콰당탕! 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넘어지고 엎어지며 뛰어나가는 두 암컷

청풍; (너구리와 여우가 말을 할 뿐 아니라 사람처럼 두 발로 달려 나간다?) 문 밖으로 사라지는 여우와 너구리를 보며 생각하고

청풍; (아직도 환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건가?) 찡그리고. 그때

삐쭉! 쏙! 문 밖에서 다시 고개만 내밀어서 방안을 살피는 암컷 너구리와 암컷 여우. 문의 좌우에서 얼굴만 내밀어 안쪽을 살피는 모습

손을 들어 아는 척 하며 조금 웃는 청풍. 그러자

암컷 너구리; [나... 날 보고 웃었어!] [어쩜 좋아!] 문 밖에서 좋아 죽으려 하고

암컷 여우; [퍽이나 좋겠다. 인간 수컷이 좋아해줘서...] 새침하게 코웃음을 치고. 그때

[손님이 깼느냐?] 슥! 누군가 다가오며 말하자 깜짝 놀라 돌아보는 두 암컷

주취광생; [깼으면 데리고 나와야지! 자웅(雌熊)이가 음식을 다 만들어 놓고 기다리는데...] 한 손에 술병을 들고 다가오는 주취광생

[폐하...] [그렇잖아도 데리고 가려던 참이었어요.] 급히 인사하는 두 암컷

청풍; (폐하?) 누워 있다가 놀라고

청풍; (하다하다 이제는 황제까지 등장하는 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어나고. 직후

주취광생; [미리 말해두는데...] 슥! 방안으로 들어오며 말하고

주취광생; [지금 네가 보고 듣는 것은 환각이 아니다.] 완전히 방안으로 들어오며 침대에서 내려서려는 청풍에게 말하고

청풍; (환각이 아니라지만 믿기 힘들군.) + [여긴 어딘지요?] 침대에서 내려서며 포권하고

주취광생; [알면서 묻는 것처럼 보이는군.] 음산한 표정으로 청풍을 보며 말하고. 문간에 서서

청풍; [등선곡... 등선곡 내부입니까?] 놀라고

주취광생; [궁금하며 직접 나와서 보도록 해라.] 돌아서며 말하고. 문 밖에서는 암컷 너구리와 암컷 여우가 기웃거리고 있다.

다시 문 밖으로 나가는 주취광생. 문 밖에서 훔쳐보던 두 암컷이 급히 옆으로 물러서고

청풍; (환각이 아니고 여기가 등선곡 내부란 말이지?) 침대 아래 놓인 신을 신고

청풍; (그렇다면 방금 그 인물이 세한삼우중 주취광생이겠구나.) 탁자에 놓여있던 유령익과 우영신투가 준 열쇠를 집어들고.

청풍; (늘 술에 취해 지내면서 온갖 기행을 저질러온 주취광생이 사실은 황제였다는 것인가?) 열쇠와 유령익을 품에 넣으며 문 쪽으로 가고

건물에서 나오는 청풍.

청풍이 밖으로 나오자 문 밖에 두 마리 암컷들이 서있다가 깜짝 놀라며 물러선다. 암컷 너구리는 얼굴이 발개졌고. 좀 떨어진 곳에 주취광생이 서서 병나발을 불고 있다. 시선은 등선곡 입구를 보면서

청풍; (여기가 등선곡 내부...) 놀라며 주취광생 쪽으로 가고

<저 쪽이 등선곡 입구일 테고...> 멀리 보이는 안개에 덮인 절벽 틈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그러다가

청풍; (조진진!) 조진진을 떠올리며 눈 치뜨고. 이제 주취광생 옆에 이르렀다

청풍; [소생과 함께 있던 소녀는 어찌 되었는지요?] 주취광생에게

주취광생; [참 빨리도 물어본다.] 술병을 입에서 떼며 청풍을 흘겨보고

주취광생; [깨어나자마자 계집의 안위를 확인하지 않은 걸 보면 네놈도 정이 많은 성격은 아니겠구나.] 냉소하고

청풍; [유구무언(有口無言)입니다.] 쓴웃음

주취광생; [저기서 치료를 받고 있으니 안심해라.] 가운데 있는 돌집을 가리키고. 그 돌집에서는 부엌과 방에서 함께 빛이 흘러 나온다

청풍; [저희가 여러 모로 폐를 끼쳤습니다.] 포권하고

주취광생; [부엌에 가서 자웅에게 손님이 깨어났으니 상 차리라고 전해라.] 좀 떨어진 곳에서 기웃거리고 있는 두 암컷에게 말하고.

[예 폐하!] 두 손 앞으로 모은 채 공손히 대답하는 두 암컷. 이어

도도도! 후다다닥! 종종 걸음으로 가운데 건물의 부엌으로 달려가는 두 암컷

청풍; [암컷 너구리와 암컷 여우 뿐 아니라 암컷 곰도 있는 모양입니다.] 두 암컷이 뒤를 할끔거리며 가운데 건물의 부엌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며 말하고

주취광생; [야차선녀와 독심귀의의 작품들이다.] 역시 두 암컷을 보면서

주취광생; [우리 세 사람은 평생 의식주(衣食住)를 직접 해결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시중을 들어줄 종들이 필요했지만...] 부엌으로 달려 들어가는 두 암컷을 보며

주취광생; [혐오스러운 인간들을 등선곡으로 들일 수는 없었다.]

주취광생; [대신 내가 종남산을 뒤져 잡아온 한 쌍의 어린 곰과 한 쌍의 어린 여우, 한 쌍의 어린 너구리를 종으로 부리게 되었다.] 다시 등선곡 입구 쪽을 보며 말하고

청풍; [술... 술법이로군요.] 깨닫고

주취광생; [야차선녀가 신녀문의 술법으로 놈들의 지능을 인간 수준으로 높여주었다.] 끄덕이고

주취광생; [하지만 단순히 지능이 높아진 것만으로는 원하는 대로 부리는 대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독심귀의가 세 쌍의 짐승들의 몸을 손 봐서 인간처럼 활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청풍; [세상에서 듣지 못한 기문(奇聞)입니다.]

주취광생; [내가 누군지는 아는 것 같고...] 청풍을 지긋이 보고

주취광생; [너는 누구냐?] 강렬한 시선으로 보며 묻고

청풍; [소생은...] + [!] 대꾸하려다가 눈 부릅 뜨는 청풍

쿠오오! 갑자기 주취광생의 몸이 수십 미터 크기로 변한다. 강렬한 두 눈이 불을 뿜듯 내려다보고.

청풍; (헉!) 압도당해 뒤로 주춤하며 올려다보고

청풍; (돌... 돌연 주취광생의 몸이 수십 길로 커졌다!) 식은땀. 숨이 콱 막힌 표정이고

<실제로 몸이 커진 게 아니다. 주취광생의 몸 속에 흐르는 거대한 기운이 나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쿠오오! 수십 길 크기로 변한 채 내려다보는 주취광생의 모습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청풍; (이... 이 인물 앞에 서니 마치 내가 개미처럼 작아진 기분이다.) 식은땀.

<다리는 힘이 풀려 자꾸만 무릎을 꿇으려 한다.> 청풍의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청풍; (어쩌면... 주취광생은 정말로 황제일지도 모르겠다.) (날 이렇게 압도할 수 있는 기도를 지닌 인물이라면 아버지 외에는 오직 황제... 천자(天子)뿐일 테니...) 필사적으로 무릎 꿇지 않고 버티고. 비지땀을 흘리면서. 그때

주취광생; [말.하.라!] 쩡! 천둥 치는 듯한 음성으로 말하고. 청풍을 내려다보는 눈은 불을 뿜는 것 같고 벼락이 흐르고

[!] 빠지직! 눈 부릅 뜬 청풍의 정수리로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충격

주취광생; [너.는 누.구냐?] 이어지는 천둥치는 듯한 음성

청풍; [저... 저는...] 덜덜 떨며 쥐어짜듯 말하고.

<안돼!> 청풍의 두 다리가 후들거려 무너지려 하고. 하지만

청풍; (질 수 없다!) + [진충이라는... 심마니입니다!] 눈 부릅 뜨면서 말하고

주취광생; [심.마.니?] 눈 부릅뜨며 불신의 표정

청풍; (내 몸속에도 고금제일마인 천마의 피가 흐르고 있다! 주원장의 핏줄에 결코 못지 않은...) + [그렇...습니다!] 심호흡하며 허리를 펴고

청풍; (천마의 후손인 나는 아버지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무릎을 꿇지 않는다.) + [호구지책으로 산을 타던 중... 일단의 흉악한 무리들을 만나 죽을 위기에 처했던 것입니다.] 가슴 펴며 말하고.

주취광생; (이놈...) 눈 부릅 뜨며 청풍을 노려보고

<억조창생을 다스리는 천자였던 나와 맞서서 결코 위축되지 않고 있다.> 두 눈 부릅뜨고 가슴을 편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주취광생의 생각 나레이션

주취광생; (아무래도 천마의 후손일 것이라는 야차선녀의 말이 사실일 것같다.) 슈우! 청풍을 노려보는 주취광생의 거대했던 몸이 다시 원래대로 줄어들고

주취광생; (삼황(三皇)의 피를 이은 자들만이 홍무제(洪武帝;주원장)님의 핏줄에 맞설 수 있을 테니...) + [심마니란 말이지?] 슈우! 완전히 원래 크기로 돌아와 청풍을 노려보며 말하고

주취광생; [일단 그 말을 믿어주기로 하지.] 홱 돌아서고

청풍; (살... 살았다!) 푸학! 참았던 숨을 확 토하고

주취광생; [따라와라! 네가 데려온 계집의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줄 테니...] 가운데 건물로 가면서 말하고

청풍; (조금만 더 핍박을 받았다면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 [예...] 주취광생을 따라가며 생각하고

청풍; (정황상 주취광생이 황제였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청풍; (하지만 북경에는 성화제(成化帝)라는 황제가 멀쩡하게 보위를 지키고 있는데...) + [!] 생각하다가 무언가 깨닫고 눈 부릅뜨고

청풍; (맙소사. 그렇다면 주취광생이 바로...) 흥분과 경악으로 눈 치뜨고

<이십여 년 전에 붕(崩;임금이 죽음)했다고 알려진 경종(景宗) 경태제(景泰帝)란 말인가?> 가운데 건물의 불 켜진 방으로 들어가려는 주취광생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경종 경태제! 이름이 주기각(朱祁珏)인 그는 명나라 제7대 황제다.> 스무살쯤인 젊은 시절의 주취광생이 황제의 복장을 하고 보좌에 앉아있고 그 앞에 만조백관이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주기각은 제5대 황제인 선종(宣宗) 선덕제(宣德帝)의 차남으로 태어난 터라 황제의 보좌와는 거리가 먼 인생이었다.> 위 화면에서 흥분된 표정인 경태제의 얼굴 크로즈 업

<하지만 이복형인 영종(英宗) 정통제(正統帝)가 토목보(土木堡)에서 몽고 오이라트부의 영걸 에센(也先)에게 포로가 되는 바람에 생각지도 않게 황제로 추대되었었다.> 부서진 화려한 마차 앞에 겁에 질려 쪼그려 앉아있는 이십대 초반의 젊은 청년. 정통제다. 경태제보다 소심한 인상. 황제 복장을 하고 있지만 의관이 엉망이고 주변에는 환관과 군사들의 시체가 널려있다. 정통제에게 다가오는 말 탄 몽고족 병사들. 지휘자는 살벌한 인상의 중년인이다. 그 중년인이 에센이고

<비록 엉겁결에 황제가 되었으나 주기각은 과감한 개혁과 엄정한 국정 운영으로 토목보의 변 때문에 뿌리까지 흔들리던 명나라 황실을 다시 굳건하게 세웠다.> 준엄한 표정으로 뭔가 명령하는 젊은 시절의 주취광생. 그 앞에서 만조백관이 두려움에 떨며 허리 숙이고 있고

<그러나 일 년 후, 오이라트부의 족장 에센이 정통제를 조건 없이 돌려보내면서 경태제의 입장이 미묘해졌다.> 자금성의 정문 앞에서 서로 포권하며 인사하는 경태제와 정통제. 정통제는 평민 복장을 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무릎 꿇고 울고 있고. 정통제 뒤에는 정통제가 타고온 마차가 서있다.

<경태제는 일단 이복형 정통제를 상황(上皇)으로 예우하고 황권은 내놓지 않았다.> 위 장면의 연속.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정통제와 경태제

<하지만 칠년 후, 경태제는 정통제의 측근들이 일으킨 <탈문(奪門)의 변(變)>으로 보위를 빼앗겼으며 그 해에 병으로 죽었다. 세간에는 경태제가 병사(病死)한 것이 아니라 정통제에 의해 암살당했다는 소문도 떠돌았었다.> 병사들에 의해 건물에서 끌려나오며 몸부림치는 잠옷 차림의 경태제. 근처 누각 위에서 군사들에 에워싸인 황제 차림의 정통제가 내려다보고 있다.

 

청풍; (천자의 존귀한 몸이었지만 믿었던 측근과 피붙이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제위에서 쫓겨났던 불우한 황제...) 건물로 다가가며 흥분을 금치 못하고. 주취광생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중이다

청풍; (주취광생이 바로 죽었다고 알려진 경종 경태제였구나!) 주취광생의 모습 크로즈 업

청풍; (주취광생이 전직 황제였다면 그가 영약들을 구하기 위해 수백만 냥의 재물을 동원할 수 있었던 것도 이해가 간다.) 주취광생이 열고 들어간 방문으로 다가서고

청풍; (황제만이 그 소재를 알고 있는 명나라 황실의 숨겨진 재보를 꺼내 썼겠지.) 생각하며 방문 앞에 멈춰선다. 방문 안쪽을 살피고

청풍의 시점. 건물 내부의 모습. 방안은 여자의 침실인데 침대에 잠옷 차림인 조진진이 누워있고 그 주변에 독심귀의와 야차선녀가 서서 진맥을 하고 있다. 야차선녀는 물론 지팡이는 들고 있지 않다. 지팡이는 방 한쪽에 세워져 있고. 주취광생은 문 안쪽에 서서 청풍을 돌아보고 있고

청풍; (저 인물들이 바로...) 눈 번뜩

<세한삼우의 다른 두 사람인 야차선녀와 독심귀의로구나.> 조진진을 진맥하며 뭔가 의견을 나누는 독심귀의와 야차선녀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주취광생; [들어와라.] 방문 안쪽에 서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고. 그러자

독심귀의와 야차선녀도 돌아보고

청풍; [예...] 대답하며 방으로 들어가고

청풍; (조심해야 한다.) 들어가고.

<술법에 능한 야차선녀가 자칫 내 생각을 읽을 수도 있다.> 들어오는 청풍을 보는 독심귀의와 야차선녀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청풍; [필부 진충이 두 분 신선께 인사올립니다.] 문간에 서서 포권하고

독심귀의; [신선이라...] 피식 웃고

독심귀의; [네놈, 우리가 누군지 알고 있느냐?] 음침하게 노려보고

청풍; [종남산을 타며 채약으로 벌어먹는 처지인데 어찌 등선곡의 세분 고인을 모르겠습니까?] 억지로 웃는 표정으로

독심귀의; [그놈, 산 타는 재주보다 혀 놀리는 재주가 더 탁월한 것같군.] 피식 웃을 때

야차선녀; [몸은 좀 어떠하냐?] 지긋이 보며 묻고

청풍; (조심...) + [염려해주신 덕분에 불편한 곳은 없습니다.] 포권하고

야차선녀; [다행이로구나.] [하지만...]

야차선녀; [네 동행은 그다지 상태가 좋지를 않구나.] 침대에 누운 조진진을 돌아보고

청풍; [조소저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까?] 흠칫! 하며 다가가고

야차선녀; [막혀있던 혈도를 풀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조진진을 살펴보며 끄덕이고

야차선녀; [뭔가에 충격을 받고 깨어나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것같다.]

야차선녀; [마음을 완강하게 닫아버린 탓에 내 재주로도 깨어나게 할 수가 없구나.]

청풍; [가능성을 말씀드리자면...]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청풍; [조소저는 자신의 손으로 아비를 죽이는 끔찍한 죄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마음을 닫아버린 것은 그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비를 제 손으로 죽여?] [허어...] 주취광생과 독심귀의도 놀라고. 야차선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별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청풍; [물론 조소저가 자의로 저지른 패륜은 아닙니다.] [혈교의 인간들에게 섭혼술로 조종당해서 지은 죄이지요.] 한숨 쉬고

[혈교...!] [별별 이름이 다 나오는구먼.] 주취광생과 독심귀의가 다시 놀라고

야차선녀; [자세히 얘기해봐라.] 심각

야차선녀; [저 아이가 아비를 제 손으로 죽인 과정을 알면 깨어나게 할 틈을 찾을 수도 있다.] 조진진을 돌아보고

청풍; [저도 직접 본 건 아니고...] [조소저의 아비인 무영신투 조천행이라는 분에게서 들은 사실입니다.] 자신 없는 표정으로 말하고

독심귀의; [무영신투 조천행!] [저 계집이 우내십대고수의 일인이고 경신술로 천하제일이라는 조천행의 딸이었느냐?] 놀라 눈 부릅 뜨고. 주취광생도 이마 찡그리고

청풍; [그렇습니다.] [그리고 무영신투 조대협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침통하게 말하고

[!] [!] 놀라는 세한삼우

 

#131>

 

728x90

'와룡강의 작업실 > 마고천장(魔高千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고천장] 25화  (3) 2024.05.29
[마고천장] 24화  (1) 2024.05.28
[마고천장] 22화  (0) 2024.05.26
[마고천장] 21화  (1) 2024.05.23
[마고천장] 20화  (1) 2024.05.22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