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89>

신장궁이 멀리 보이는 사당. 여전히 밤

사당 내부의 신단

[!] 신단 안쪽 어둠 속에 반듯하게 누워 있다가 무언가를 깨닫는 청풍. 눈을 감고 있다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진상파의 모습

청풍; (이 여자...) 찡그리고

청풍; (아주 먼 곳에서 날 엿보고 있었다.) (술법인지 신통력인지 모를 능력으로...)

청풍; (절절한 슬픔과 연민이 느껴지는 시선이었다. 아마도 내가 겪은 참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여자일 텐데...) 애잔한 표정의 진상파를 떠올리고

<오래지 않아서 저 여자와 만날 것같은 느낌이 드는구나. 인연이로든 악연이로든...> 어둠 속에 누워있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90>

<-오일 후> 낮. 어느 도시.

<-무제궁 호남지부(湖南支部)> 어느 장원. 삼엄한 경비

[마태자의 종적이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딸칵! 반지를 탁자에 살짝 부딪히며 말하는 누군가의 손. 반지는 바로 벽세황의 뱃속에서 발견된 그 반지. 반지를 들고 탁자에 살짝 살짝 부딪히는 손의 주인은 위진천이고

신소심; [면목이 없어요 이(二)공자님!] 위진천의 앞에 서서 고개 숙이며 말하고. 장소는 화려한 거실이다.

신소심; [신장궁을 중심으로 백여 리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마태자를 찾아내진 못했어요.]

위진천; [그놈이 포위망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은?] 톡톡! 좀 무심한 표정으로 묻지만 반지로 신경질적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신소심; [본궁과 신장궁을 합쳐서 천명이 넘는 인원이 수색에 동원되었어요.]

신소심; [무공을 지닌 상태라면 몰라도 내공을 쓸 수 없게 된 마태자가 그 천라지망(天羅之網)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해요.]

위진천; [그럼 남아있는 가능성은 두 가지 뿐이겠구만.] 톡톡! 좀 더 빠르게 반지로 탁자를 두드리며

신소심; (정신 사납게 만드네.) + [세이경청(洗耳敬聽)하겠어요.] 흘낏 곁눈질로 위진천이 탁자를 두드리는 반지를 보며

위진천; [첫째, 마태자가 이미 죽어 들짐승의 뱃속으로 들어갔거나 어딘가에서 썩어가고 있을 경우!] 탁탁! 반지로 탁자를 두드리며

신소심; [그렇기를 바라지만...] 찡그리며

신소심;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그 가능성은 배제해야겠지요.] 새침하게 말하고. 곁눈질로 반지를 보며

위진천; (그년 예민하긴...) + [두번째 가능성은...] 피식 웃으며 반지로 탁자 두드리는 걸 멈추면서

위진천; [이가놈이 아직 신장궁에 숨어있을 수도 있소.]

신소심; [하지만 그자가 강물로 뛰어내린 건 제가 직접 확인한 일이에요.] 반박하지만

위진천; [그때 강물에 뛰어든 게 이가놈인 건 소저의 눈으로 직접 확인한 일이오?] 음산하게 눈 번뜩이며 묻고

신소심; [마태자가 뛰어내린 절벽 아래쪽의 강물에 무언가가 빠진 건 분명해요.] 다시 반박하지만

위진천; [다른 무언가를 강물에 던져 넣어서 강물로 뛰어든 것으로 위장했을 수도 있지 않겠소?]

신소심; [!] 깨닫고 눈 치뜬다.

신소심; (확... 확실히 그때 강물에 빠진 게 마태자가 아닐 수도 있다.) 이를 악물며 낭패. 그런 신소심의 뇌리로 강물에 무언가 빠져 물 보라가 이는 장면이 떠오르고

위진천;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야만 하오.] 거만하게

위진천; [소저는 신장궁 주위를 철저하게 수색해왔겠지만 정작 신장궁은 수색 대상에서 제하지 않았소?]

신소심; [제 불찰이에요.] 수치심에 이를 바득 갈고. 그러면서

신소심; [신장궁 내부부터 뒤졌어야 했는데...] + (그 암캐가 마태자를 숨겨주었을 수도 있다.) 황보경을 떠올린다.

위진천; [납득했다니 다행이고... 아직 늦지는 않았소.] 그런 신소심을 보며 음산하게 웃고

위진천; [이가놈이 신장궁에 숨어있다 해도 우리가 쳐놓은 천라지망 안에 들어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소.]

신소심; [당장 신장궁으로 돌아가서 이가놈을 색출하도록 하겠어요.] 이를 갈며 돌아서고

위진천; [서두를 건 없소. 이가놈이 신장궁에 잠복하고 있다면 독안에 든 쥐 신세이니...] 손을 들고. 반지를 쳐들면서 말하고. 돌아보는 신소심

위진천; [마태자를 찾기 위해서라지만 신장궁을 수색하게 될 경우 반감을 살 수 밖에 없소.] 반지를 흔들어 보이고. 그걸 보는 신소심

위진천; [하지만 이걸 가져가면 신장궁과의 긴장 관계를 다소나마 완화시켜줄 수 있을 거요.] 반지를 신소심에게 내밀고

위진천; [이 반지는...] 두 손으로 반지를 받고

위진천; [벽세황의 시신에서 수습한 유품이오.] 툭! 내민 신소심의 손에 반지를 떨궈주고

위진천; [용도는 모르겠지만...] [벽세황이 필사적으로 지키려 한 걸 보면 신장궁의 인간들에게는 상당한 가치가 있는 물건인 게 분명하오.]

신소심; [벽세황의 유품인 이걸 전해주면 신장궁의 인간들도 수색에 협조적으로 나오겠군요.] 끄덕이고

위진천; [내가 직접 신장궁에 가고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급히 처리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서 시간을 낼 수가 없소.]

위진천; [그러니 신장궁과 관련된 부분은 소저가 책임지고 마무리 지어 주셔야겠소.]

신소심; [최선을 다하겠어요.] 고개 숙이고

위진천; [내 예감은 거의 확실하게 마태자가 신장궁에 잠복해있다고 경고하고 있소.] 음산하게 눈 번득이고

위진천; [아무쪼록 이번 기회에 마태자를 제거해서 후환을 없이해주길 바라겠소.] 음산한 표정으로 보며

신소심; [명심하지요.] 포권하고. 이어

홱 몸을 돌려 방문쪽으로 가는 신소심

방문을 열고 나가는 바지를 입은 신소심의 날씬한 뒷태. 엉덩이도 바지 속에서 탱탱하고

위진천; (고것...) 입맛 다시고

위진천; (백귀의 제자만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자빠트렸을 텐데...) 방에서 나가는 신소심의 뒤태를 보며

위진천; (하긴 멀지 않았다. 무제궁까지 내 손 아귀에 들어오면 백귀의 눈치 볼 것 없이 저 년의 꿀단지도 맛 볼 수 있을 테니...) 히죽 웃고

 

#91>

역시 낮. 청풍이 숨어있는 사당. 문이 열려 있고. 사당 안에서 누군가 치성을 드리고 있다

주름 투성이의 시골 노파가 제단 앞에서 향을 피운 채 손을 비비며 연신 고개 조아린다. 제단에는 과일과 떡이 차려져 있고

노파; [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령님께 비나이다!] [역질에 걸린 손주를 보우하여 주시옵소서!] 간절하게 빌고

노파; [손주를 낳게만 해주시면 이 늙은 것의 목숨을 당장 앗아가도 여한이 없나이다.] 엎드려 절하며 애원하고

노파; [부디 가엾이 여기시고 은총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고개 들며 애원하고. 눈에서는 눈물이 그렁 그렁. 이어

소매로 눈물 닦으며 일어나는 노파

두손을 빌면서 뒷걸음질해서 나간다

소매로 눈물 닦으며 사당에서 나오는 노파

멀어진다. 헌데

 

다시 사당 내부

달칵! 떡과 과일이 올려진 제단 위쪽 판자가 위로 젖혀지며

슥! 손이 하나 나와서 제물로 바쳐진 떡 중 하나를 집는다

슥! 다시 사라지는 손

덜컥! 닫히는 판자

 

제단 내부. 어둑한 공간에 반듯하게 누워서 떡을 먹고 있는 청풍

청풍; (어느덧 닷새 째...) 떡을 먹으면서 생각하고. 코밑과 터에 수염이 거뭇거뭇해졌다. 그 때문에 얼굴이 좀 달라 보이고

청풍; (가끔 치성을 드리러 온 사람들이 놓고 간 제물 덕분에 배는 곯지 않을 수 있었다.) 떡을 먹으면서 생각하고

청풍; (그리고 닷새 동안 쉬지 않고 머릿속을 뒤진 결과 무공을 되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냈다.) 눈 번뜩

청풍; (종남산(終南山) 등선곡(登仙谷)...!)

청풍; (아버지가 남긴 기록에 의하면 십여 년 전부터 그곳에서 한 가지 절세 영약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청풍; (등선곡에 터를 잡은 세한삼우(世恨三友)라는 괴짜들이 수많은 약재들을 수집해온 것이 아버지의 주의를 끌었다고 한다.)

청풍; (거의 천여 종의 진귀한 약재들이 수집되었다고 하는데...) (아버지의 분석대로라면 세한삼우가 만드는 영약은 말 그대로 환골탈태의 효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청풍; (그 영약을 복용하면 평범한 인간도 단번에 절세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청풍; (그리고 그 정도의 고수라면 당연히 우리 천마성이나 무제궁의 이목을 끌었어야 한다.) 생각하고

청풍; (하지만 지난 십여 년 사이에 딱히 주목할만한 고수가 무림에 나타나지 않았다.)

청풍; (그렇다는 건 등선곡에서 만들어지는 영약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눈 번뜩

청풍; (등선곡에 숨어들어가서 세한삼우가 만들고 있는 영약을 차지할 수만 있다면 내 몸을 원래대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청풍; (문제는 호남성에 자리한 이곳에서 종남산까지의 거리가 이천여 리나 된다는 점이다.) 찡그리고

청풍; (무제궁의 이목에 들키지 않고 종남산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만 하는데...) 남은 떡을 입에 모두 넣으면서 생각하고

청풍; (아무래도 신장궁에 한 번 더 신세를 져야겠구나.) 무언가 생각하는 표정이 되고

 

#92>

<-신장궁> 때는 저녁 무렵. 어수선한 분위기. 남자들은 거의 없고 여자들만 불안한 표정으로 오간다

신장궁 입구에 일용직 잡부들로 보이는 사내들 수십 명이 죽 서서 심사를 받고 있다. 입구에 탁자를 놓고 앉아서 무언가 기록하는 노인. 꼬장꼬장하고 신경질적인 인상. 나중에 한번 더 나오는 캐릭터로 이름은 황보신. 황보경이 시집 올 때 데려온 대륙상단 소속의 집사다. 무사들 몇 명이 황보신 주변에 서서 잡부들을 감시하고. 심사에 통과한 잡부들은 하녀들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고 탈락한 잡부들은 풀이 죽어 돌아간다. 심사는 황보신 앞에 놓인 쇳덩이를 들어 올리는 것이다. 쇳덩이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고

낑낑 대며 쇳덩이를 드는 사내1

[으라찻!] 젖 먹던 힘을 다해 쇳덩이를 머리 위로 쳐드는 사내1

황보신; [합격!] 끄덕이며 서류에 표시를 하고

사내1; [아자!] 털썩! 신이 나서 쇳덩이를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고.

황보신; [일당은 닷 푼, 식사와 잠자리가 제공되며 계약 기간은 한 달이다.] [계약 내용에 이의 없나?] 사내1에게 묻고

사내1; [이의라뇨? 이 흉년에 써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읍할 따름입니다요.] 굽신

황보신; [데려가라.] 서류 넘기며 하녀들에게 말하고. 고개 숙이는 하녀들

하녀1; [거처로 안내하겠어요. 따라오세요.] 하녀들 중 한명이 쌀쌀 맞게 말하며 돌아서고

사내1; [감사... 감사합니다요.] 황보신과 무사들에게 굽신거리며 하녀를 따라가고

황보신; [다음!] 서류 넘기며 말하고

사내2; [예 어르신...] 줄 서있던 사내들 중 맨 앞의 사내가 급히 다가오고

황보신; [이름, 나이, 거처, 가족 관계를 차례로 진술해라.] 서류에 글을 쓰며 말하고

사내2; [이름은 노곤이굽쇼. 서른세살입니다요.] [여기서 삼십 리쯤 떨어진 누하촌 출신이고 노모와 애를 밴 마누라가 있습죠.] 긴장해서 말하고. 그걸 서류에 적는 황보신

뒤에 죽 늘어선 잡부들이 긴장한 채 그걸 보는데.

잡부들 사이에 끼어있는 청풍. 옷이 더럽고 수염과 구렛나루가 나서 원래 청풍의 모습과 좀 달라 보인다. 고개도 숙인 채 주변을 살핀다

청풍; (예상했던 대로다.) 앞을 보고

청풍; (신장궁의 사내들은 대부분 날 추격하는데 동원된 상태다.) (그 때문에 당장 일을 할 사람이 부족하다.) 허리 숙여서 쇳덩이를 집어 들려는 사내2를 보고

<특히 주문받은 물건들을 배달할 사람이 없어서 곤란한 지경에 처했다.> 쩔쩔 매며 쇳덩이를 들어올리는 사내2를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신용을 으뜸으로 여기는 신장궁인지라 어쩔 수 없이 한시적으로 일 할 잡부들이 필요해져서 모집하는 중이다.) 쩔쩔 매며 쇳덩이를 들어 올리는 사내2를 보며 생각하고

청풍; (물건 배달 나가는 잡부들 사이에 끼어서 신장궁을 떠날 수만 있으면 무제궁의 추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벌벌 떨며 쇳덩이를 드는 사내2를 보며 생각하고. 그때

두두두! 멀리서 신장궁 입구를 향해 달려오는 말

사람들 돌아보고. 청풍도 사람들 사이에 숨으며 돌아보고

말을 타고 달려오는 자는 무제궁의 무사다.

청풍; (저 복장...) 눈 번뜩. 살기

<무제궁의 인간이로군.> 두두두! 달려온 말이 청풍의 앞을 지나고. 그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무사; [실례하겠소!] 손을 들어 보이며 입구로 달려오는 말. 무사가 쳐든 손에는 <武>라 적힌 영패가 들려있다

<무제궁!> + [들... 들어가시오!] 급히 피해주는 무사와 하녀들

두두두! 신장궁 안으로 달려 들어가는 말

[무제궁에서 또 무슨 일이지?] [마태자라는 자의 종적이 발견되기라도 한 건가?] 무사들 수군 대고. 황보신은 뭔가 생각하며 보고

청풍; (무제궁의 인간이 혼자 찾아온 걸 보면 나와 관련된 일은 아닌 것같다만...) 생각하고

청풍; (어쨌든 서둘러 신장궁에서 떠나야할 것같은 예감이 드는구나.)

 

#93>

신장궁의 대청. 나이 든 무사들 몇 명이 지키고 있고

총관; [무제궁에서 인편으로 연락을 해왔습니다.] 충직해 보이는 중년인이 편지를 손에 들고 말한다. 신장궁의 총관이다. 총관 앞에는 귀수신장 벽치릉과 황보경이 나란히 앉아있고 조금 옆에 품에 딸 벽초아를 안은 뇌옥경이 앉아있다.

총관; [소궁주님의 영구(靈柩;시신을 담은 관)가 천마성을 출발했다는데...] 편지를 읽으면서 말하고

총관; [예의를 갖춰 운구하느라 이 편지보다는 며칠 늦게 본궁에 도착할 예정이라 합니다.] 편지를 들어 보이고

귀수신장; [수고 했네 총관.] 한숨

귀수신장; [자네가 마중을 나가서 세황이를 데리고 오게나.]

총관; [그리하겠습니다.] 포권하고. 그때

황보경; [혹시...] 나가려던 총관에게 묻고. 돌아보는 총관

총관; [예 주모님!] 고개 숙이고

황보경; [무제궁에서 세황이의 유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나요?]

[!] 눈 반짝이는 뇌옥경

총관; [소궁주의 유품에 대해서는 특별히 적어 보낸 게 없습니다만...] 눈치 보며

황보경; [비명에 간 것도 가엾은데 유품까지 분실되면 안돼요.] [천 조각 하나라도 빠트리지 않고 수습해오도록 하세요.] 곁눈질로 뇌옥경의 눈치를 보며 총관에게 말하고

총관; [분부 명심하겠습니다.] 포권하고

이어 나가는 총관

황보경; [가엾은 우리 세황이...] [얼마나 집에 돌아오고 싶었을까?] 소매로 눈시울 닦으며 주절거리고.

귀수신장; [마음은 아프지만 세황이 일에 너무 집착하진 마시오.] [죽은 놈은 죽은 거고 산 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소?] 한숨

황보경; [알아요.] [하지만 세황이를 떠올릴 때마다 눈물부터 쏟아지는 걸 어떻게 해요?] 비통한 척 하고

귀수신장; [불효막심한 놈 같으니...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등지기나 하고...] 황보경을 달래면서 한숨 쉬고

뇌옥경; (뜬금없이 초아 아비의 유품에 관심을 보인다?) 그런 황보경을 곁눈질로 보고

<뭔가 있다. 초아 아버지가 갖고 있었던 물건과 관련된...> 우는 척 하는 황보경을 배경으로 뇌옥경의 생각 나레이션

 

#94>

밤. 신장궁.

신장궁의 외진 곳. 잡부들의 거처. 긴 건물이 있고 문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불은 모두 꺼져 있다

어느 방. 어둠 속. 몇 명의 잡부들이 자고 있다.

그 잡부들 사이에 끼어 누워있는 청풍. 눈을 뜬 채 생각하고 있다

청풍; (무제궁은 나에 대한 추격을 절대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청풍; (나의 시체라도 발견되지 않는 한 그자들에게는 두고두고 우환이 될 것이므로...)

청풍; (내가 다시 신장궁에 돌아와 몸을 숨기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테니 당분간은 안전하다고 봐야한다.)

청풍; (하지만 무제궁의 인간들이 다시 신장궁을 뒤질 가능성도 있다.) (만일을 대비해서 조치를 취해놓고 떠나야겠다.) 슥! 조심스럽게 일어나고

청풍; (조치라고 해봐야 간단한 것이긴 하지만...) 끼익! 눈 번뜩이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간다.

 

#95>

신장궁의 후원. 역시 불이 꺼져 있고. 밤이 깊어 인적도 없다.

뇌옥경이 한번 들이닥쳤던 황보경의 거처

슥! 월동문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서는 청풍.

청풍; (여기가 귀수신장의 후처 황보경의 거처...) 월동문을 통과해서 조심스럽게 건물로 접근하는 청풍

청풍; (예상했던 대로 경비서는 자들이 없다.) 건물로 다가가며

청풍; (무사들의 거의 전부가 날 추적하는 데 동원된 때문이다.)

청풍; (덕분에 무공을 잃은 상태에서도 신장궁을 활보할 수 있게 되었는데...) + [!] 생각하다가 무언가 깨닫고

자박! 자박!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청풍의 귀에 들리고

청풍; (발자국 소리...) 슥! 건물의 그늘로 몸을 숨기며 월동문 쪽을 보는 청풍.

청풍; (나 말고도 누가 황보경에게 볼일이 있는 것인가?) 그늘 속에 숨어서 월동문 쪽을 보고. 그 직후

슥! 월동문 밖에서 고개를 내밀어 안을 살피는 여자. 바로 뇌옥경이고.

청풍; (저 여자...) 눈 번뜩이며 보고

<벽세황의 아내인 뇌옥경...> 청풍의 생각 배경으로 조심스럽게 월동문 안쪽으로 들어오는 뇌옥경

청풍; (저 여자가 무슨 일로 이 야심한 밤중에 시어머니 황보경의 거처를 기웃거리는 것일까?) 자신이 숨은 곳으로 다가오는 뇌옥경을 보며 더 깊이 숨고.

 

뇌옥경; (삼 년 전, 황보경이 아버님의 후처로 들어왔을 때부터 생긴 의구심이다.) 건물 노려보며 다가오고

뇌옥경; (출신이 천하지도 않고 용모가 볼품없는 것도 아닌 젊은 여자가 대체 무슨 이유로 칠순을 넘긴 노인의 후처로 들어왔는가 하는 점이었다.) 청풍이 숨은 곳 근처로 오며 건물을 노려보고

뇌옥경; (물론 황보경은 한번 출가했다가 남편이 급사해서 홀몸이 된 과부라는 결함은 있다.) 찡그리고

뇌옥경; (하지만 황보경은 부유하기로는 천하를 통틀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대륙상단 단장의 누이동생이다.)

뇌옥경; (게다가 서른 살도 안된 젊은 나이면서 죽을 날이 멀지 않은 노인의 후처로 들어온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뇌옥경; (분명 무언가 목적이 있을 텐데...) 청풍이 숨은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멈춰서서 건물을 노려보고

이어 떠오르는 기억. 바로 전의 장면이다.

 

황보경; [무제궁에서 세황이의 유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나요?] 거실을 나가려던 총관에게 묻고

황보경; [비명에 간 것도 가엾은데 유품까지 분실되면 안돼요.] [천 조각 하나라도 빠트리지 않고 수습해오도록 하세요.] 곁눈질로 뇌옥경의 눈치를 보며 총관에게 말하고

회상 끝

 

뇌옥경; (틀림없다!)

뇌옥경; (황보경은 초아아버지가 지니고 있던 어떤 물건을 노리고 신장궁에 들어온 게 분명하다.)

뇌옥경; (그래서 초아아버지의 유품에 관심을 보이는 것일 테고...) 청풍이 숨은 곳 근처로 오며 시선은 건물로 향하고

[!] 무언가 깨닫는 청풍

화락! 누군가 날아오는 소리가 청풍의 귀에 들리고

뇌옥경; (대체 그게 무엇이기에 창창한 인생까지 포기하고 본궁에 들어왔는지를 알아내고야 말겠다.) 슥! 생각하며 건물을 노려보는 뇌옥경의 뒤에서 한 쌍의 손이 소리없이 접근한다. 물론 청풍의 손이고

콱! 콱! 한손으로는 뇌옥경의 입을 틀어막고 다른 손으로는 뇌옥경의 허리를 끌어안는 청풍. 놀라 눈 치뜨며 비명 지르려는 뇌옥경. 그때

청풍; <쉿!> 바짝 끌어안은 뇌옥경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뇌옥경을 그늘로 끌고 들어가는 청풍. 눈 치뜨는 뇌옥경

청풍; <들키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하시오.> 슥! 뇌옥경을 끌어안은 채 건물 그늘로 뒷걸음질치며 속삭이고

[!] 뇌옥경도 무언가 깨닫고 저항을 멈추고. 직후

화악! 건물 앞에 날아 내리는 노인. 바로 저녁 무렵 신장궁 앞에서 잡부들 심사를 보던 바로 그 노인 황보신이다.

뇌옥경; (저자는...) 눈 치뜨고. 청풍이 입을 막았던 손을 내리고

<황보경이 시집 올 때 데리고 와 본궁의 집사(執事)가 된 대륙상단 출신의 늙은이 황보신(皇甫信)...> 주변 살피며 건물로 다가오는 황보신을 배경으로 뇌옥경의 생각 나레이션.

뇌옥경; (이 야심한 밤에 저자가 무슨 용무로 황보경을 찾아온 걸까?) 노려보고

뇌옥경; (설마 황보경은 저 늙은이와도 야합을 해온 것일까?) 생각할 때

이윽고 건물 앞에 이르러 주변 둘러보는 황보신. 이어

황보신; [아가씨! 노복이옵니다.] 공손하게 말하고. 그러자

[어서 와 영감!] 드륵! 창문이 열리고

황보경; [너무 늦은 시간이지?] [사람들 이목을 피하기 위해 밤에 오라고 했어.]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황보경. 짧고 얇아서 야한 가운형의 잠옷 차림이다. 머리는 뒤로 풀어내렸고

황보신; [노복은 괜잖습니다. 하명하시지요.] 공손히

뇌옥경; (저 늙은이와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니었네.) 좀 안도하고

황보경; [저녁에 총관이 세황이를 운구하기 위해 출발한 건 알고 있지?]

황보신; [예...]

황보경; [내일 배달 나가는 길에 일부러라도 운구 행렬과 만나도록 해.] [이유는 알고 있을 테고...]

황보신; [소궁주의 시체에서 <그 물건>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물건?> 앞 뒤로 나란히 선 청풍과 뇌옥경의 눈이 치떠지고

황보경; [지난 삼 년 간 신장궁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 물건>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어.] [벽가 늙은이를 지속적으로 구슬러 왔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있고...]

황보경; [물론 벽가 늙은이의 몸과 거처도 뒤져봤지만 역시 찾을 수가 없었어.]

황보경; [결국 세황이가 <그 물건>을 지닌 채 마태자에게 사로잡혔었다는 것으로 봐야만 해.] 끄덕이고

황보신; [노복의 생각도 아가씨와 같습니다.] 끄덕

황보경; [내가 구역질나는 늙은이에게 몸을 대주면서 삼년 넘게 고생해온 목적은 오직 하나!] [우리 대륙상단을 천하의 주인으로 만들어줄 <그 물건>을 얻기 위해서야.] 표독한 표정으로 말하고

<대륙상단을 천하의 주인으로 만들어준다?> <대체 <그 물건>이란 게 뭐기에...> 놀라는 청풍과 뇌옥경

청풍; (벽세황을 사로잡은 직후 몸을 수색해봤지만 딱히 주목할 만한 물건을 지니고 있진 않았었는데...)

황보경; [그러니 무슨 짓을 해서든 <그 물건>을 찾아내야만 해.] 슥! 말하며 옆의 탁자에서 얇고 길쭉한 금속을 하나 집어들고. 길이 30센티쯤 되는 일종의 자다.

황보신; [단장님께서도 아가씨의 희생을 잊지 않으실 것입니다.] 포권하고

황보경; [오라버니가 알아주길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야.] 집어든 자를 쳐들어 보이고

황보경; [철심척(鐵尋尺)이야. 쓸모가 있을 테니 가져가도록 해.] 휙! 자를 황보신에게 던지고

턱! 두 손으로 공손히 받는 황보신

뇌옥경; (철심척이라면 극히 미량의 금속이라도 탐지해낼 수 있는 본궁의 보물이잖아.) 황보신을 노려보고

황보신; [이걸 주시는 이유가...] 두 손으로 철심척을 든 채

황보경; [벽세황이 천마성에 사로잡힌 후 몸수색에서도 <그 물건>을 들키지 않았다면 이유는 단 한가지뿐이잖아.]

황보신; [사로잡히기 전에 삼켰겠습니다.] 깨닫고

청풍; (그럴듯하군.) 끄덕

청풍; (벽세황은 내게 잡히기 직전에 <그 물건>을 삼켰을 가능성이 높다. <그 물건>은 삼킬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크기일 테고...)

황보경;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서 철심척으로 세황이의 시신을 검수해보도록 해.]

황보신; [그리하겠습니다. 하오면...] 철심척을 든 채 포권하고

휙! 날아오르는 황보신

황보신은 사라지고 황보경은 무언가 생각하며 문을 닫는다

탁! 다시 닫히는 문

청풍; (혹시 있을지 모를 무제궁의 추격에 대비해 황보경의 입을 단속하려 찾아왔던 것인데...) 닫힌 창문 보며 생각하고. 여전히 뇌옥경의 허리를 한 팔로 감고 있는 자세. 뇌옥경도 닫힌 창문쪽을 보고

청풍; (생각지도 않은 비밀을 알게 되었다.) 슥! 뇌옥경의 허리를 풀며 뒤로 물러서고

청풍; (뇌옥경을 떼어 버려야하니 일단 여길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서 마무리를 짓자.) 옆으로 비키면서 월동문쪽으로 가려 하고. 헌데

콱! 자신과 떨어지는 청풍의 손목을 잡는 뇌옥경의 손

청풍; (이 여자가...) 흠칫! 하며 돌아보는데

뇌옥경; [당신이 누군지 알아!] 어둠 속에서 노려보고. 눈이 독기로 번뜩이고

뇌옥경; [마태자 이청풍!] 이를 바득 갈며 노려보고

청풍; (눈치 한번...) 쓴웃음

뇌옥경; [당신과는 할 얘기가 많아!] 슥! 청풍의 손목 잡아끌고 그늘에서 나오고

뇌옥경; [다른 인간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으면 순순히 따라와야 할 거야.] 청풍을 끌고 월동문쪽으로 가고

청풍; (어쩔 수가 없다.) 체념

청풍; (이 여자가 난동을 부리면 지금까지의 수고가 헛 게 되어버리니...) 뇌옥경에게 끌려가고

 

#96>

 

728x90

'와룡강의 작업실 > 마고천장(魔高千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고천장] 17화  (1) 2024.05.19
[마고천장] 16화  (1) 2024.05.18
[마고천장] 14화  (1) 2024.05.16
[마고천장] 13화  (0) 2024.05.15
[마고천장] 12화  (0) 2024.05.14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10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