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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무제궁> 밤

후원의 어느 건물. 잘 가꿔진 정원과 월동문이 있는 담장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건물. 건물에는 불이 꺼져 있는데. 건물 입구에 환설이 지키고 있다.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다.

방안. 어두운 침실. 침대에 누가 잠들어 있다.

비지땀을 흘리며 잠이 든 여자. 진상파. 악몽을 꾸고 있는 중이다.

이하 진상파의 꿈.

 

거의 알몸인 채 어둠속을 도망치는 진상파. 맨발이고

진상파; [학학!] 뒤돌아보며 어둠을 달리고

번쩍! 어둠속에서 빛나는 사나운 눈빛

화악! 거대한 손이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다. 털로 덮이고 손톱이 날카로운 악마의 손 같고

진상파; [아악!] 그 손에 허리가 잡히면서 비명 지르는 진상파. 진상파의 허리를 한 손으로 잡을 정도로 큰 손이고. 마치 킹콩이 여자 주인공을 움켜잡듯이

크르르! 입에서 뜨거운 김을 토하며 모습 드러내는 거인. 청풍이다. 청풍의 모습을 마귀처럼 묘사

진상파; [악!] 콱! 움켜쥔 진상파를 바닥에 눕히는 거대한 손

진상파; [안... 안돼!] 허우적대며 마귀 형상인 청풍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진상파.,

찌직! 찍! 다른 손으로 진상파의 옷을 찢어버리는 마귀 형상의 청풍

무릎 꿇은 마귀 형상의 청풍의 아랫도리에서 거대한 절구공이같은 것이 돋아나고

진상파; [흐윽!] 그걸 보며 비명. 공포

한손으로는 진상파의 허리를 쥐고 다른 손으로는 진상파의 다리 하나를 잡아 벌리는 마귀 형상의 청풍

진상파; [안돼! 안돼요!] 가랑이가 벌어지며 비명 지르는 진상파. 하지만

한손으로 자신의 절구공이만한 것을 쥐어 진상파의 가랑이에 잇대는 마귀 형상의 청풍

청풍; [크아아!] 울부짖으며 그걸 진상파의 가랑이에 끼우고

진상파; [아아아아악!] 아랫도리가 거대한 것에 궤뚫리며 비명 지르는 진상파

진상파의 꿈 장면 끝

 

[!] 문 밖에 서있다가 감았던 눈 치뜨는 환설

[아악!] 문 안쪽에서 들리는 비명

환설; [소궁주님!] 벌컥! 다급히 문을 열고 뛰어들고

[!] 방안으로 뛰어들다가 놀라는 환설

진상파; [안돼! 이러지... 이러지 말아요!] 침대에 누워 두 손으로 무언가 밀어내려는 시늉하며 허우적 대고. 하체는 움직이지 못해서 두 팔과 상체만 허우적거린다

환설; (악몽을 꾸고 계신다.) + [소궁주님!] 진상파에게 달려들고

환설; [진정하세요. 꿈일 뿐이에요.] 진상파의 어깨를 잡고 흔들고. 그러자

진상파; [환... 환설언니...] 헉헉 대며 눈을 뜨고

환설; [예! 저예요 소궁주님.] 진상파의 이마의 땀을 닦아주며

환설; [무슨 악몽을 꾸신 건가요? 가위에 눌리시기라도 한 건가요?]

진상파; [나를... 책상쪽으로 옮겨주세요.]

환설; [책상으로요?] 어리둥절하면서도 두 손으로 진상파를 안아들고

진상파; [그릴 게 있어요.] 환설에게 안겨 침대에서 내려가며

환설; [예...] 의아해하면서도 진상파를 안고 침실 한쪽으로 가고. 창가인 그곳에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다. 좀 넓직한 탁자에는 책 몇 권과 문방사우가 놓여있고

환설; (깨어나자마자 갑자기 뭘 그리신다는 건가?) 탁자 앞의 의자에 진상파를 조심스럽게 내려주고

진상파; [고마워요.] 말하면서 종이를 끌어당기고 붓을 집어든다

환설; [여기...] 잉크 병 같은 병의 뚜껑을 열어주고

병에 붓을 담그는 진상파

다시 꺼내는 붓에는 먹물이 묻어있고

심각한 표정으로 종이에 뭔가를 그리는 진상파

환설; (이건...) 진상파가 그리는 걸 보며 놀라고

 

#86>

<-일다경(一茶頃) 전> 무제궁의 다른 곳. 역시 잘 가꿔진 정원과 담장으로 둘러싸여있다. 건물에는 불이 꺼져 있고. 건물 입구에는 두 명의 표정 없는 여자가 조각상처럼 서있다. 각자 품에 휘어진 긴 칼을 품고 있다. 이 여자들은 종횡검비라는 고수들이다

[교주님께서 보내신 지령이옵니다.] 슥! 두 손으로 원통을 하나 내미는 여자의 손. 한 뼘 길이에 직경이 5센티 정도인 원통은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다. 물론 밀봉되어 있는데 중간에 횡으로 몇 개의 금이 가있다. 장소는 불이 켜지지 않아서 어둑한 침실이다

백일몽; [개봉하는 방법은 전과 동일하옵니다.] 두 손으로 원통을 내미는 백일몽의 모습

백일몽; [정해진 순서대로 각각의 부위를 돌리지 않을 경우 안쪽에 내장되어 있는 주머니 속의 황산(黃酸)이 흘러나와 내용물을 태워버릴 것이옵니다.] 여러 개의 금이 횡으로 나있는 원통을 배경으로 백일몽의 말

문설약; [수고했다 백일몽.] 침대에 누워 있다가 일어나 앉아서 대답하는 절세미녀. 원통을 보기만 하고 받지는 않는다. 얇고 야한 잠옷 차림의 이 여자는 <건곤일척> <투천환일> 등에 나온 용설약 캐릭터다. 진상파의 엄마. 혈교의 방계 출신으로 복수를 위해 칠지무제의 후처가 되었다. 원래 이름은 용설약이지만 정체를 숨기기 위해 문설약으로 성을 바꿨다. 이하 문설약으로 표기. 나이는 40대 초반이지만 관리를 잘 해서 30대로 보인다.

문설약; [지령의 내용은 나중에 확인해볼 테니 놓고 가거라.] 머리를 만지면서 원통을 힐끔 보기만 하고 받지는 않는 문설약. 그 배경으로 나레이션. <-칠지무제 진무량의 후처 문설약(文雪若)>

백일몽; [예...] 슥! 대답하며 원통을 침대 옆의 탁자에 얹어놓는다. 침대 옆에 서있다.

문설약; [천마성에서 벌어진 일의 경과는 무제궁의 인간들을 통해 보고받았다.] 백일몽이 원통을 탁자에 내려놓는 걸 보며 묻고

문설약; [그 과정에서 교주님의 존체에 해가 가해지진 않았겠지?]

백일몽; [교주님은 칠지무제와 사자천마가 격돌하기 직전에 몸을 빼신 덕분에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진 않으셨사옵니다.] 공손하게

문설약; [잘 되었구나.] [그건 그렇고...] 뜸을 들이고

문설약의 말을 기다리는 백일몽

문설약; [내가 확인해보라고 한 일은 어찌 되고 있느냐?] 그런 백일몽을 지긋이 보며

백일몽; [그것이...] 난감. 문설약의 눈치를 보며

백일몽; [부위가 부위인지라...] [확인해 볼 기회가 아직 없었사옵니다.] 문설약의 눈치를 보면서 대답하고

문설약; [쉽지 않은 주문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한숨

문설약; [하지만 본교의 존망이 걸린 일이니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서 확인해보도록 해라.] 진지하게

백일몽; [예...] 억지로 웃으며 대답

문설약; [내가 망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흘겨보고

백일몽; [망... 망상이라니요?] [제가 어찌 그런 불경한 생각을 할 수 있겠사옵니까?] 당황하며 급히 부인하고

문설약; [애써 부인할 거 없다.] [나조차도 때때로 지나친 생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니...] 찡그리고

대답하지 않는 백일몽

문설약; [너도 알고 있다시피 나 용설약(龍雪若)과 교주는 먼 친척지간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 잠시 함께 지낸 적이 있는데...]

 

<어느 봄날 나와 함께 풀밭에서 놀고 있던 교주의 아랫도리를 독사가 물어버리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었다.> 풀밭에서 뒤로 넘어지며 자지러지게 우는 5살 가량의 소년. 여름이라 얇고 짧은 바지를 입었는데 바지 속으로 뱀이 들어간 게 보인다. 뱀의 꼬리가 바지 밖으로 나왔고. 그걸 옆에서 보며 비명 지르는 서너 살 쯤 된 예쁜 소녀. 소녀는 어린 시절의 문설약이다. 멀리서 사람들이 달려온다

<어른들의 응급처치로 목숨은 구했으나 그 사고로 교주는 고환중 하나를 잃게 되었다.> 기절한 소년을 침대에 누이고 둘러서서 치료하는 사람들. 아랫도리를 벗기고 고환 하나를 잘라내는 수술을 하는 중이다. 문 밖에는 어린 시절의 문설약이 울고 있고 나이 든 노파가 위로하고 있다.

 

문설약; [본교의 후계자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사고라 그때의 일은 철저하게 기밀에 부쳐졌었다.]

문설약; [그 때문에 교주의 고환이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교도들은 모르고 있다.] 한숨 쉬고

백일몽; [외람된 질문이옵니다만...] 눈치 보며

백일몽; [공주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교주님의 진위(眞僞)에 의혹을 품게 되신 것인지요?] 조심스럽게 묻고

문설약; [교주가 고환 하나를 잃는 불행한 사건이 있은 후 난 교주와 만난 적이 없다.] 찡그리면서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어른들이 나를 본교 총단에서 멀리 떠나보낸 때문인데...> 음침한 성채를 나가는 마차. 마차의 창문을 통해 돌아보며 우는 어린 시절의 문설약. 마차에 함께 타고 있는 나이 든 하녀가 달랜다

문설약; [오히려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었다.]

문설약; [혈왕일족(血王一族)이 천마성과 무제궁의 협공을 받고 씨몰살을 당할 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있을지 모를 천마성과 무제궁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나는 문(文)씨 집안에 양녀로 들어가 신분을 세탁했었다.> 시골의 어느 집. 적당한 크기에 담장으로 둘러쳐진 안쪽에 채소밭도 있고. 그 채소밭에서 김을 매다가 돌아보는 열일곱살 쯤 된 문설약. 머리를 수건으로 가리고 있는 전형적인 시골소녀. 햇볕에 타서 가무잡잡하지만 절세미녀다. 그 채소밭으로 다가오는 역시 십대 후반쯤이던 위극겸. 늙은 농부가 안내해온다.

<헌데 내 나이 열일곱 살 되던 해에 교주가 어찌 알고 날 찾아왔었다.> 활짝 웃으며 팔 벌리는 위극겸. 당황하며 일어나는 문설약

<너무도 오랜만에 만나 교주에게서 어렸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기 힘들었지만 교주가 제시한 혈왕조사의 신물 혈왕잠(血王簪)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거실의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아서 용의 형상이 조각 된 커다란 비녀를 내밀며 밖의 기척을 살피는 위극겸. 밖에서는 농부와 농부의 아내가 음식을 장만하고 잇다. 위극겸이 내미는 비녀를 두 손으로 받으며 놀라는 문설약. 이 비녀는 <투천환일>에 나온 소품인 혈왕잠이다. 혈왕의 내단이기도 하고

 

문설약; [그후의 경과는 백일몽 너도 아는 대로다.]

문설약; [난 교주의 지시에 따라 무제궁에 하녀로 들어왔으며...] [마침내 칠지무제의 후처가 될 수 있었다.]

백일몽; [공주님께서 본교의 복수를 위해 치르신 큰 희생은 저희 교도들 모두 감격하고 있사옵니다.] 고개 숙이고

문설약; [내 피붙이들도 천마성과 무제궁에 몰살당했다.] [그 복수를 위해 무제궁에 투신한 것이니 다른 교도들에게 공치사를 들을 일은 없다.] 고개 젓고

백일몽; [예...]

문설약; [그렇긴 해도 구체적인 복수의 방법과 과정은 교주의 뜻에 의한 것이긴 한데...] 찡그리면서

문설약; [내 가슴 속에는 늘 교주가 정말 혈왕조사의 핏줄인가하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아왔다.]

문설약; [아무리 기억을 되새겨 보아도 장성한 교주에게서 어린 시절 모습을 떠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찡그리고

백일몽; [교주님의 진위를 가려줄만한 원로들은 삼십여 년 전 본교가 궤멸당할 때 모두 변을 당하시고 말았지요.]

문설약; [현재 남아있는 본교의 원로들이라고 해봐야 총단에 머물만한 신분이 아니었던 덕분에 화를 면한 몇몇에 불과하다.] 끄덕이고

문설약; [백일몽 너를 포함한 젊은 교도들은 그들의 후손들이고...]

문설약; [다시 말해서 교주의 진위를 밝힐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유일한 형편이다.]

백일몽; [공주님의 고심은 제자도 십분 이해가 가옵니다만...]

백일몽; [교주님의 고환이 하나뿐인지를 확인하는 일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옵니다.]

백일몽; [혹시 다른 방법으로 교주님의 진위를 판별할 수는 없을지요?] 눈치 보며

문설약;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백일몽; [어떤...?]

문설약; [혈왕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

백일몽; [천마, 무성과 함께 삼황에 속하는 혈왕님의 신물(信物) 아니온지요?]

문설약; [혈왕잠은 단순히 혈왕조사의 신물이 아니다.] [이건 혈왕조사의 핏줄들만이 아는 비밀인데...] 의식적으로 주변을 살피면서

문설약; <혈왕잠은 혈왕조사께서 평생 수련한 마공과 술법의 결정체다.> 고개를 백일몽쪽으로 좀 숙이며 전음으로 속삭이고

백일몽; <마... 마공과 술법의 결정체라면 혹시...> 역시 놀라며 전음으로 대답하고

문설약; <일종의 내단(內丹)인 것이다.> 다시 몸을 세우며 전음으로 말하고

백일몽; (맙소사!) 경악하고

문설약; <혈왕잠을 녹여서 마시면 혈왕조사님의 모든 능력을 그대로 구사할 수 있다는 전설이 우리 용씨일족에 전해져 내려왔었다.>

백일몽; [전혀... 제자는 혈왕잠에 그런 비밀이 있었는지 꿈에도 몰랐사옵니다.]

문설약; [혈왕잠에 얽힌 이 중대한 비밀을 말해주는 것은 네가 교주의 진위를 밝히는 데 진력해주길 바라서다.]

백일몽; [천한 제자를 믿어주시니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포권하고

문설약; [혈왕잠을 흡수하는 방법은 실전(失傳)되어 버렸다.] [그래서 지금까지 본교의 교주들 중 누구도 혈왕잠에 깃든 힘을 사용할 수는 없었는데...]

문설약; [그렇긴 해도 혈왕잠에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은 전해져 내려온다.]

백일몽; [그 방법이 혹시...]

문설약; [교주의 진위를 밝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끄덕

백일몽; (역시...)

문설약; [혈왕잠은 혈왕조사의 후손의 피를 떨굴 경우 그 부분이 투명하게 변하며 강한 빛을 뿜어낸다.]

문설약; [물론 혈왕의 핏줄이 아닌 자의 피에는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백일몽; [교주님으로 하여금 혈왕잠에 피를 묻히게 하면 교주님이 혈왕님의 후손인지 아닌지 밝혀지겠군요.]

문설약; [그렇긴 하지만 혈왕잠은 교주가 깊이 숨겨두고 있어서 사실상 쓸 수 없는 방법인데...] 말할 때

<아악!> 어디선가 들리는 비명소리

백일몽; (여자의 비명!) 깜짝 놀라며 돌아보고

문설약; [상파 목소리구나.] 역시 놀라며 침대에서 내려서려 하고. 이불을 젖히며 드러나는 몸매가 기가 막히다. 잠옷도 얇고 짧고

백일몽; [작은 공주님의 신변에 변고가 생긴 것인지요?]

문설약; [그건 아니고... 아마 악몽을 꾸고 있을 게다.] [요즘 자주 가위에 눌리기도 하니...] 급히 침대에서 내려와 한쪽에 걸려있는 겉옷을 집어들고

문설약; [교주의 지령은 확실하게 받았다. 너는 그만 총단으로 돌아가도록 해라.] 말하며 문쪽으로 가고

백일몽; [예...] 고개 숙이고

기다렸다는 듯 밖에서 문을 열어주며 고개 숙이는 두 여자. 종횡검비

문설약; [상파의 거처에는 나 혼자 다녀오겠다. 너희들은 따라올 거 없다.] 문 밖으로 나서며 말하고

[예 마님!] [분부 받들겠사옵니다,] 고개 숙이는 종횡검비

정원을 가로질러 담장에 난 월동문으로 서둘러 가는 문설약.

백일몽도 그걸 보며 건물에서 나오고

백일몽; [수고가 많아요 종횡검비(縱橫劍婢)님!] 밖으로 나오며 고개 숙이고

말없이 마주 고개 숙이는 종횡검비. 표정이 없다

백일몽; [공주님의 안위가 두 분에게 달렸다는 점을 명심해주세요.]

말없이 문을 닫는 종횡검비

백일몽; (쌀쌀 맞긴...) + [다음에 뵙도록 할게요.] 두 손을 모아 결을 지으면서 말하고. 이어

백일몽; <저는 준비 되었어요.> 전음으로 누군가에게 말하며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결을 진 채. 그러자

화악! 허공에서 깔때기같고 토네이도같은 형태의 바람이 내려오더니

화악! 백일몽의 몸을 휘감아 버리는 강한 바람

쿠오오! 깔때기같고 토네이도같은 그 바람이 다시 허공으로 올라가며 백일몽의 몸도 함께 끌려올라가고

삽시에 깔때기같은 바람에 휘감겨 하늘 멀리 사라지는 백일몽

종횡검비; [천법사(天法師)들께서 수고가 많으시네.] [풍천회류(風天回流)의 술법 덕분에 백일몽이 들키지 않고 무제궁을 드나들 수 있지.] 하늘 올려다보며 끄덕이고

종횡검비; [삼십여 년 간의 절치부심 끝에 천법사의 경지에 이른 법사들의 숫자도 어느덧 다섯이 되었다지?] [지(地)법사는 오래 전에 열 명을 넘겼고 인(人)법사를 숫자를 헤는 건 의미가 없을 정도...]

종횡검비; [본교가 옛날의 성세를 되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야.] [복수가 완성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차갑게 웃는 종횡검비

 

#87>

무제궁이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 산봉우리 위에 두 명의 남녀가 서있다. 엄청난 거구의 여자와 왜소한 노인이다. 여자는 풍만한 몸매를 지닌 중년여인이고 노인은 허리가 굽은 엄청 나이 많은 노인으로 긴 곰방대를 입에 물고 있다. <투천환일>에 나온 혈교의 천법사들인 운귀와 풍모다. 풍모가 두 손을 결을 지은 채 주문을 외우고 있고 그 옆에서 운귀가 올려다 본다

화악! 두 사람의 머리 위의 허공에 깔때기같은 바람이 휘돌고 있다, 높이가 수백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깔때기

운귀; (오는군.) 곰방대를 입에 문 채 허공을 올려다보며 생각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혈교 천법사 운귀(雲鬼)>

화악! 풍모가 일으키는 깔때기같은 바람을 타고 누군가 내려온다. 물론 백일몽이고

백일몽의 모습이 뚜렷해진다. 백일몽도 눈을 감은 채 두 손 모아 결을 지은 채로 주문을 외우고 있고

뭐라 주문을 외우며 손을 내리는 풍모

백일몽; [다녀왔어요.] 휘익! 바람을 타고 내려와 바닥에 내려서고

운귀; [수고가 많았다.] 곰방대를 입에서 빼면서

풍모; [설약공주님은 잘 계시더냐?] 쳐들고 있던 두 손을 내리면서 묻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혈교 천법사 풍모(風母)>

백일몽; [공주님은...] 말하려다가

 

문설약; [혈왕잠에 얽힌 이 중대한 비밀을 말해주는 것은 네가 교주의 진위를 밝히는 데 진력해주길 바라서다.] 문설약이 말하던 장면 떠올리는 백일몽

 

백일몽; (공주님이 교주님의 진위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계신 건 일단 나만 알고 일어야 한다.) + [작은 공주님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 계시긴 하지만 몸은 건강하세요.]

운귀; [그렇다니 다행이로구나.] 다시 곰방대를 입에 물고. 하지만

풍모; (요 년...) 약간 눈을 번뜩이며 백일몽을 보고

풍모; (대답하기 전에 잠깐 망설였었다.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뜻이다.) + 운귀; [그만 총단으로 돌아가자.] 슈우! 말하면서 곰방대로 연기를 뿜어내고

풍모; (혹시 모르니 신경 써서 지켜봐야겠다.) 화악! 운귀가 곰방대로 뿜어내는 연기가 백일몽과 백일몽을 보며 생각하는 풍모의 몸을 휘감는다

화악! 연기는 운귀의 몸도 휘감고

연기에 휘감긴 채 허공으로 떠오르는 세 사람

백일몽; (공주님의 의심이 그저 의심으로 끝나길 바랄 뿐이다. 본교를 위해서라도...) 연기에 휩싸인 채 떠오르며 멀리 보이는 무제궁을 보고

백일몽; (하지만 만에 하나 교주님이 혈왕일족의 핏줄이 아니라면...) 눈 번뜩

백일몽; (공주님이 손을 쓰실 것도 없이 내 손으로 처단해야겠지.) 살벌한 눈빛이 되어 위극겸을 떠올리고

[...!] 그런 백일몽을 보며 뭔가 생각하는 풍모

 

#88>

다시 제왕성.

진상파의 거처. 문이 열려 있고

창가의 탁자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진상파.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이고. 그걸 옆에서 보며 놀라는 환설

스윽! 슥! 진상파의 붓이 움직일 때마다 그림이 완성되어 간다. 바로 청풍의 얼굴이다. 사납고 마귀같은 표정을 짓지만 분명히 청풍의 얼굴이다.

환설; (젊은 사내...) 놀라고

<처음 보는 얼굴인데... 지독한 살기와 패기가 그림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진다.> 완성되어 가는 청풍의 초상화를 배경으로 환설의 생각 나레이션. 칮칙한 기운이 그림에서 흘러나오는 모습이고

환설; (대체 저자가 누군데 소궁주님이 이렇게 몰입하시는 걸까?) 꼴깍! 그림 그리는데 집중하는 진상파를 보며 침 삼키고. 그때

슥! 이윽고 그림에서 붓을 떼는 진상파

거리를 두고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는 진상파

환설; [처음 보는 인간입니다만...] 진상파의 눈치를 보며 말하고

진상파; [나도 직접 본 적은 없는 사내예요.] 붓을 내려놓으며. 시선은 청풍의 초상화에

환설; [혹시 그 자가...] 깨닫고

진상파; [근래 내가 꾸는 악몽 속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사내의 모습이랍니다.] 끄덕

환설; [무공을 잃은 대신 영적인 능력이 강해지신 소궁주님의 꿈속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자라면...] 흥분

진상파;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일 거예요.] 그림 보며

환설; [대체 어떤 자이기에 소궁주님의 꿈자리를 어지럽히는 궁금하군요.]

[나도 그놈이 누군지 알고 싶구나.] 드륵! 반쯤 열려있던 문을 완전히 열면서 들어서는 문설약. 놀라 돌아보는 환설. 진상파는 알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돌아보고

문설약; [신선이나 다름없는 우리 딸의 관심을 끌 정도라면 절대 평범한 인생은 아닐 테니 말이다.] 잠옷 위에 겉옷 걸치고 들어서는 도도한 자태의 문설약

환설; [주모님...] 급히 공손하게

진상파도 고개 조금 숙여 인사하긴 하지만 좀 쌀쌀 맞고

문설약; [바로 그 자냐?] 진상파에게 다가오며 진상파가 그린 그림을 보고

진상파; [신경 쓰지 마세요 어머니!] 슥! 종이를 옆으로 치우려 하고

진상파; [심란한 마음에 끄적여 본 낙서일 뿐이랍니다.] 그림을 접으려 하지만

문설약; [그런 것같지 않네.] 슥! 진상파가 접으려는 그림을 재빨리 낚아채고

진상파; [...] 찡그리지만 뭐라 하진 않고

문설약; [어디 보자.] 종이를 펴서 보며

종이에 그려진 청풍의 얼굴

문설약; [나이는 대략 약관 전후 정도...] [잘 생겼고 영특하며 유아독존인 성격이겠네.] 그림을 보며 품평하고

문설약; [비록 그림이지만 이 자가 품고 있는 야심의 크기와 살기의 지독함이 숨을 쉬기 어렵게 만드는구나.] 손이 떨리고. 눈도 좀 치떠지고

환설; (주모님은 신기(神氣)가 강하셔서 보통 사람은 보지 못하는 걸 보는 능력을 지니셨다.) 뒤로 좀 물러서서 문설약을 보며 생각하고.

환설; (그런 주모님의 평가라면 거의 틀림이 없을 것이다.) 긴장해서 보고. 하지만

진상파는 쌀쌀 맞은 표정으로 외면하고 있고

문설약; [당금 강호의 젊은 것들 중에서 이 그림처럼 강렬한 기세를 풍기는 놈이라면 결코 무명일 수는 없을 터...] 슥! 왼손으로 종이를 든 채 오른손으로 종이를 겨누고

문설약; [너의 정체가 뭔지 내 앞에 드러내줘야겠다.] 징! 종이를 겨누는 문설약의 손바닥이 진동하며 약간 빛을 내고

환설; (술법을 쓴다고 오해를 받는 주모님의 능력이 발휘되고 있다.) 긴장하면서 보고

<사물에 깃든 기억을 끌어내어 읽을 수 있으시다던가?> 징! 환설의 생각을 배경으로 문설약의 손이 겨눠진 종이가 진동하며 밝아지고

문설약; [이름... 이름...] 광기에 사로잡혀서 눈을 번뜩이며 종이를 보고

문설약; [성은 이(李)씨... 이름은... 이름은...] 찡그리고

환설; (저 사내의 성이 이씨라는 것까지는 알아내셨는데 그 다음이 어려운 모양이다.) 긴장하며 보고

문설약; [대... 대단한데?] 눈이 광기로 번뜩이고

문설약; [어마어마한 영력(靈力)을 지닌 존재들이 가호(加護)하고 있어서 이놈에 대해 더 이상은 알아내기 어려울 것 같다.] 비지땀을 흘리며 그림을 노려보고. 슈우! 그림이 아주 밝아지면서 연기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그림 뒤로 귀신같은 존재들이 일렁인다.

문설약; [게다가 이놈은...] 눈을 부릅 뜨고

문설약; [한 번 죽었었네.] 사악하게 웃고.

환설; [그... 그 그림 속의 사내가 산 사람이 아니었는지요?] 놀라서 묻고.

진상파는 소리없이 한숨을 쉬고

문설약; [원래는 죽었어야할 운수였다.] [헌데...] 그림을 들여다보며 끄덕이고.

문설약; [다른 목숨이 이놈을 대신해서 이승을 떠났구나.] 비지땀을 흘리며 그림을 든 손이 떨리더니

환설; (다른 누군가가 저 인물을 위해 죽었다?) 놀랄 때

화악! 갑자기 불이 붙는 종이

문설약; [흑!] 기겁하며 종이를 놓치고. + 환설; [주모님!] 놀랄 때

화르르! 허공에서 불이 붙으며 타오르는 종이. 진상파는 한숨 쉬며 돌아보고

화악! 종이가 불타며 일어나는 불꽃과 연기 속에 거대한 마귀같은 형상이 일어나고. 문설약을 덮치는 기세로. 마귀로 변한 청풍의 형상이다.

문설약; [안... 안돼!] 털썩! 비명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팔로 얼굴 가리고 + 환설; [흐윽!] 겁에 질려서 뒤로 주춤. 그러면서도 차고 있는 칼에 손을 가져가는데

멈칫! 문설약을 덮치려던 마귀의 형상이 멈칫! 하고

[!] [!] 놀라며 진상파를 보는 문설약과 환설

진상파; [그만 하세요.] 두 손을 모아 술법을 펼치는 자세로 결을 지은 채 한숨을 쉬고. 마귀의 형상이 그런 진상파를 돌아본다

징징! 결을 지은 진상파의 손이 진동하고

진상파; [죄를 물으려면 제게 묻도록 하세요.] [어머니는 그대가 겪은 참화의 종범(從犯;다른 사람의 범죄를 도운 자)일 뿐이니...] 슈우! 말하는 진상파의 몸이 반딧불처럼 빛나고. 그러자

화악! 진상파에게 무어라 외치며 더 커지는 마귀의 형상. 이어

화악! 문설약 대신 진상파를 덮쳐가는 마귀의 형상.

환설; [조... 조심하세요 소궁주님!] 쩡! 칼을 뽑고

문설약; [피... 피해라!] 주저앉은 채 비명

진상파는 한숨을 쉬며 결을 지었던 손을 풀면서 내린다.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모습이고. 직후

화악! 슈학! 마귀같은 형상이 진상파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감전되는 모습으로 고개 젖히며 퍼득이는 진상파

환설; [안돼!] 쩍! 칼을 휘둘러 마귀같은 형상을 베지만

슈우! 이미 모두 진상파의 몸으로 스며들어가는 마귀같은 형상. 이어

진상파; [쿨럭!] 몸을 앞으로 숙이며 피를 왈칵 토하는 진상파.

문설약; [상파야!] 비명 지르며 일어나고. + 환설; [소궁주님!] 칼을 손에 든 채 진상파에게 달려오고. 하지만

손을 들어 두 사람을 말리는 진상파. 입을 다물어 피를 삼키고. 슈우! 그런 진상파의 몸에서 아지랑이같은 것이 피어 오른다

문설약; [어찌... 어찌 된 것이냐? 그자의 살기를 흡수한 것이냐?] 무릎 걸음으로 다가가며 울먹이고. 걱정하는 모습

진상파; [걱정 마세요.] [살의에 다쳐서 병을 얻긴 하겠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랍니다.] 소매로 입을 가리며 말하고

문설약; [미안하구나. 어미가 호기심에 그자의 살기를 이곳으로 끌어들였어.] 진상파의 발치에 무릎을 꿇은 채 한손으로 진상파의 무릎을 만지며 울먹이지만

진상파; [어머니가 자책하실 이유는 없어요. 그 사람의 원한과 살의를 엿보고 구현한 것은 저 자신이니까요.] 소매로 입가의 피를 닦으며 좀 차갑게 말하고

문설약; [설마...] 깨닫고

문설약; [네 꿈에 나타나는 그자가 혹시...] 깨닫고 눈 치뜨고

진상파; [마태자 이청풍...] 입가의 피를 닦던 소매를 내리면서 한숨 쉬고

진상파; [아버지에 의해 모든 것을 잃은 천마의 마지막 후손이 바로 그랍니다.] 청풍을 떠올리며 애잔하게 웃고

<마태자 이청풍!> <맙소사!> 경악하는 문설약과 환설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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