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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직접 만든 무공

 

 

 

대성은 몇 년 만에 꿈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꿈속에서 지난날을 다시 만났다.

그날도 자기가 만든 무공 구결에 따라 영소와 함께 바람의 검을 익혔다.

돌을 던지고, 받고, 피하고, 피하면서 달려들고 하는 것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 영소는 대체 이게 무슨 바람의 검이냐며,

 

made a sacastic remark 빈정거렸다.

 

영소가 아는 바람의 검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 보였다.

그러나 대성의 방법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효과가 좋았다.

먼저 냇가에서 주워온 조약돌을 한 무더기 쌓아놓았다.

그것들을 던져서 담벼락에 그려진 여러 개의 과녁을 맞추는 것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섯 발자국 거리에서 오른손으로 던졌고, 왼손으로도 했다.

여섯 발자국, 일곱 발자국 순으로 점차 거리를 늘렸다.

던지는 방법도 매우 다양하게 했다.

두 손으로 번갈아 던지는 연습도 했다.

 

"바람을 던진다고 생각하면서, 바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바람 풍!"

 

대성은 진지하게 돌을 던졌다.

영소는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그랬는데 대성이 던지는 돌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갔다.

담벽에 부딪힐 때마다 불꽃이 튀는 것을 본 영소도 진지해졌다.

영소가 흥미를 보인 이유는 두 가지였다.

대성의 말도 안되는 수련 방법이 정말 바람의 검이 될지 안될지는 모른다.

그래도 돌을 던지고 맞추는 놀이가 매우 재미있고 멋있어 보였다.

그게 첫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 이유는 지기 싫어하는 영소의 성격 때문이었다.

던지는 힘은 분명히 영소가 더 세다.

그런데 돌이 날아가는 힘은 대성 쪽이 더 강했다.

신기하기도 해서 따라하게 되었고 함께 하게 되었다.

 

그 시절의 대성은 유쾌했고 온통 재미난 장난질로 머릿속에 꽉 차 있었다.

풍림원에는 내공심법 같은 것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내공을 연마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청 등은 신기막측한 무공을 펼쳤다.

내막은 이종무의 딸인 영소도 몰랐다.

풍림원 사람들은 둘로 나뉘어져 있었다.

갑자기 풍림원의 무공을 펼칠 수 있게 되거나, 구결을 알아도 전혀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것이다.

무공을 쓸 수 있게 되는 건 순전히 운에 달린 것처럼 여겨졌다.

그런 연유로 무공을 열심히 익히거나 치열하게 내외공을 연마하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무공을 익히라고 독려하는 분위기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연병장은 말 그대로 연병장이지 연무장이 아니었다.

여러 명이 무리를 지어서 군사들처럼 행진을 하고 진법을 연습하는 곳이었다.

대성이 자기 방법대로 돌을 던지며 바람의 검을 연마하는 게 특별했다.

영소는 대성의 수련을 보면서 신기해했다.

던지는 돌마다 날아가는 모양이며 부딪히는 힘이 달라곤 했다.

궁금해하는 영소에게 대성이 비밀을 말해줬다.

 

"돌들이 바람한테 내 마음을 전해주는 거야."

 

귀에 대고 속삭여서 매우 간지러웠다.

 

"바람들은 돌이 어떻게 날아가는지를 보여주며 나한테 답을 해줘."

 

조금 심상치 않은 말이 바로 뒤따랐기에 대성을 밀치지 않았다.

대성의 말에 도리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뻥까고 있네."

 

그래도 초를 쳐서 대성이 기고만장해지는 걸 예방했다.

그러나 영소도 돌을 던지면서 점차로 대성의 말을 이해했다.

바람의 검을 펼치려면 바람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지 하는 생각도 했다.

대성에게 물었다.

 

"How could you know that 어떻게 알았어?“

 

돌아온 대답은 어이가 없었다.

 

"난 소리를 잘 들어.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바람이 말한 거야. 돌을 던지면 바람하고 말을 많이 하는 게 되잖아."

 

 

어떤 말은 그럴싸하게 들렸고 어떤 말은 터무니없었다.

어쨌든 영소는 바람을 들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돌 던지기를 시작한 후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영소가 대성보다 돌을 더 잘 던졌다.

근골의 차이인지 자질의 차이인지, 그것도 아니면 뭐든 항상 배우는 데 길이 들어 있었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영소는 뭘 해도 금방 배웠고 대성보다 잘 했다.

대성은 그 때문에 영소가 자기를 깔본다고 생각하고 한 치도 양보하려 들지 않았다.

그 생각이 영 틀린 것도 아니었다.

대성이 생각한 대로 돌이 잘 던져지지 않으면 영소는 몇 마디 들은 후에 금방 해냈다.

그런 다음 종종 대성의 성미를 건드렸다.

 

"Go for it 도전해봐. 그것도 못해?"

"하고 있잖아!"

 

대성이 골을 내면 영소는 더 발끈했다.

 

"뭘 그걸 갖고 화를 내. 쪼잔하게."

 

그러면 대성은 진짜 화가 났다.

영소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못된 계집애다.

대성이 아주 토라졌을 때는 은근히 잘 대해준다.

그렇게 마음을 풀어주는 것도 제가 불편해서지 대성을 위해서가 아니다.

이 일로 대성이 대사형 조성일한테 고자질 한 적이 있었다.

대사형은 한심하다는 듯이 조언을 해주었다.

 

"여자한테 뭘 기대해? 잘해주는 것만 기억하고 뒤에 아들 하나 낳아주면 고마워하는 거야."

"It’s not fair 불공평해요."

 

대성이 항변하니 대사형은 혀를 찼다.

 

"그 정도도 못하게 하면 여자들은 어떻게 살겠어? 남자들이 마음대로 하는 세상인데 자기 바라보는 남자한테라도 그래야 공평하지 않아?"

 

대사형 조성일은 가끔 이렇게 놀랄 만한 식견을 보여주어 대성의 존경을 받았다.

특히 여자의 그런 면이 남자의 마음을 크게 만들어준다는 말에 대성은 크게 공감했다.

 

"다툴 때마다 네 마음이 아픈 건 영소 때문이 아니라 네 마음이 좁고 작아서야. 그런 신호를 받았으면 재빨리 추스려서 마음을 더 넉넉하게 키워야지."

 

그런 충고들을 듣고 나면 며칠 동안은 좀 넉넉한 마음으로 영소를 대했다.

하지만 영소는 그런 것도 가소로운지 대성을 더 긁었다.

결국 대성은 전과 마찬가지로 영소와 다투곤 했다.

둘째 사형 연청은 대성과 영소 사이를 "옥신각신" 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해 줬다.

 

돌을 던질 때 양손만 쓰는 게 아니었다.

어깨와 이마, 가슴, 무릎, 발등 등 어디로든 다 했다.

땅에 떨어진 것을 발로 차는 것도 했고, 이마에 대고 던지기도 했다.

처음에는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자꾸 반복하니 나름의 도리가 서고 모양도 그럴싸하게 갖춰졌다.

한 가지 기술이 익숙해지면 돌을 날리는 힘 전부가 더 강해졌다.

돌은 일곱 걸음 밖에서 배로 튕겨도 담벽에 부딪힐 때 불꽃을 일으켰다.

어른들이 손으로 던져도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다.

재주는 재주였고 보기에도 절묘했다.

풍림원의 장로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대성과 영소를 보면서 신기해했다.

대성의 구결에 회의적이던 연청도 틈이 나면 구경하곤 했다.

 

"그게 되기는 되네."

 

연청이 재미있어 하면서 물었을 때였다.

 

"바람하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다 돼요."

 

대성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연청은 대성이 하는 말을 어린아이 소리로 치부했다.

바람과 이야기한다니.

터무니없는 소리다.

돌이 던진 것보다 강하게 날아가는 데는 대성이 설명하지 못하는 다른 이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연청의 생각으로는 그런 건 바람보다 자기 몸과의 대화가 먼저 가능하다.

 

돌을 마음대로 던질 수 있게 되기까지는 일년이 넘게 걸렸다.

물론 대성이 그랬다는 뜻이다.

영소는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대성보다 훨씬 잘했다.

그 다음 단계는 돌을 받는 거였다.

던질 때와 반대로 먼 거리에서 시작했다.

대성이 돌을 던지면 영소가 받고 영소가 던지면 대성이 받았다.

이쪽으로 던지면 이쪽으로 달려가서 받고, 저쪽으로 던지면 저쪽으로 달려가서 받았다.

조금씩 거리를 좁혀서 받는 재주를 단련했다.

역시 손 뿐만 아니라 발과 온 몸을 다 동원해서 받았다.

벽에 부딪히면 불꽃을 튕길 정도로 빠른 돌들을 대성과 영소는 몸으로 받을 수 있었다.

돌을 받을 때 몸은 바람이 되었다.

먼저 연습했던 손이 바람이 되었고, 나중에는 등도 바람이 되었다.

다섯 걸음 밖에서 던진 돌을 대성이 등으로 아무 충격없이 받았을 때였다.

 

"There we go. 잘했어!"

 

영소는 긴장하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환호했다.

대성은 영소가 돌을 던질 때마다 휙 돌아서 등으로 받아 보이면서 우쭐거렸다.

못된 영소는 맞아 봐라는 식으로 있는 힘을 다해서 던지곤 했다.

대성이 던질 차례에서는 힘을 다하지 않았다.

대성보다 잘하는 영소는 아주 쉽게 대성의 돌을 받아냈다.

이마로도 받아내고, 발뒤꿈치로 잘 받았다.

돌을 받아낼 줄 알게 된 후부터 연습한 것은 돌을 주고받는 것이었다.

하나의 돌을 마주보고서 한 사람이 던지면 다른 사람이 받아서 되던지는 것이었다.

몸의 어디로 던질지는 정하지 않고 어디로 받을지도 정하지 않았다.

돌은 영소와 대성 사이에 번갯불처럼 빠르게 오갔다.

먼 거리에서 점점 거리를 좁히며 돌을 주고 받았다.

때로는 서로의 위치가 바뀌고 몸이 교차되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 다음 연습은 달려가면서 날아오는 돌을 받아서 던지는 것이었다.

오래지 않아 그것마저도 훌륭히 잘 할 수 있었다.

그 때쯤 몸은 정말 바람이 된 듯 날쌨다.

바람이 절로 읽혔으며 바람이 하는 말을 온전하게 들을 수 있었다.

대성은 아예 눈을 감고 바람이 하는 말만 들으면서 영소를 향해 돌진했다.

영소가 던진 돌을 모두 받아내며 영소의 코앞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

손에 검을 들면 그게 바로 바람의 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되었다.

영소는 눈을 뜨고는 대성보다 잘했지만 눈을 감고는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다 잘하고 딱 한 가지만 대성보다 못한다.

 

"I’m not cut off for this 난 여기엔 소질이 없나봐."

 

그런 주제에 영소는 얄밉게도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어쨌든 마침내 대성이 영소를 이긴 셈이었다.

바람의 검 원래 구결대로 해서는 결코 이룰 수 없었던 것을 자기의 방식으로 해낸 날이었다.

 

"It’s very big day today, important day 오늘은 매우 중요한 날이야."

 

영소가 진심으로 대성을 축하해줬다.

 

"이제 어디 나가서 맞아 죽지는 않겠다."

 

재수없는 소리가 덧붙어서 기분을 조금 잡치기는 했다.

 

"내일부터는 단검으로 할 거야."

 

대성은 영소의 말을 깔아뭉갰다.

그날이 의미 깊은 날이기는 했다.

 

저녁 무렵이었다.

영소도 돌아가고 혼자 연습하고 있는 중에 대성은 바람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에 어떤 형식이 느껴져서 귀를 기울였다.

그랬는데 바람소리에서 잡소리가 점점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어라."

 

대성은 이상한 기분에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 세상이 일그러졌다.

눈앞이 물에 비친 산 그림자처럼 흔들리며 다른 것이 얼핏 보였다.

대성은 그때 처음으로 기절했고 이름을 묻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The dream lasts for 3 years 그 꿈은 삼년 동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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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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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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