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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六十一 章

 

                  潛龍復活

 

 

 

천마애(天魔崖)!

인간의 발길이 닿지않는 천고의 험지(險地). 하나, 군무현에게는 정이 들대로 든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다.

군무현, 그는 지금 천마애를 향하고 있었다.

약속대로 신기황을 천마애의 음산한 동굴에서 구해오기 위해서였다.

하하하... 어르신네! 무현이 왔습니다!”

천마애가 온통 진동되는 엄청난 목소리.

! 이백 장의 단애를 나뭇잎같이 가볍게 떨어져 내리는 인물이 있었다.

산뜻한 백의를 차려입은 신선같은 풍모의 청년.

바로 군무현이었다. 그때, 단애 밑의 한 음산한 동굴에서 격동에 찬 창노한 노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헛허... 무현! 이녀석, 기어코 돌아왔구나!”

그렇습니다. 무현이 돌아왔습니다.”

군무현은 호쾌한 음성으로 대답하며 동굴의 안으로 들어섰다.

동굴 안, 흐릿한 야명주 불빛이 적막하게 동굴 안을 비추고있었다.

동굴의 중앙, 지극음령수액에 몸을 담그고 있는 봉두난발의 괴인이 있었다.

신기황! 바로 그였다.

그는 온통 격동을 금치못하는 표정으로 군무현을 바라보았다.

어르신네!”

군무현 역시 벅찬 격동을 느끼며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원한에 불타던 어린 소년을 부모처럼 훌륭하게 길러준 친인.

어르신네, 그동안 무고하셨습니까?”

군무현은 신기황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신기황의 노안(老眼)에 축축한 물기가 고였다. 그는 대견스러운 눈으로 군무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허허... 녀석! 완벽하게 자랐구나. 천지십강(天地十强)이 무색할 강자가 되다니...!”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재회(再會), 두 노소(老少)는 오랜만에 맞는 재회의 기쁨을 마음껏 나누었다.

군무현은 정()이 어린 눈으로 신기황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르신네, 그동안 쓸쓸하셨지요?”

그 말에 신기황은 초탈한 표정으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삼십년을 이렇게 살아온 노부다. 반년의 기다림이 무어 그렇게 대수냐?”

군무현, 문득 그는 품속에서 작은 옥함을 꺼내 신기황에게 내밀었다.

만년빙지로구나!”

그렇습니다. 몇 달 빨리 구해올 수 있었는데 사정이 있어 지금에야 드리게 되었습니다!”

허허... 녀석!”

신기황은 대견함을 금치못하며 인자한 눈으로 군무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노안에서는 격동의 눈물이 소리없이 고여 흐르고 있었다.

“...!”

그 모습에 군무현은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존경의 눈으로 신기황을 응시하며 문득 힘주어 말했다.

이제 어르신네를 편히 모셔서 은혜를 갚겠습니다!”

신기황은 초탈하게 웃었다.

허허... 이 늙은이가 무슨 덕이 있어 말년에 이같은 홍복을 누리게 되는지 모르겠군!”

하나, 그의 두 눈에는 기쁨과 감탄의 빛이 번지고 있었다.

“...!”

“...!”

두 노소는 마주 앉은 채 뜨거운 눈빛을 나누었다.

진실스러운 정()이 있는 그들의 눈빛, 콰르르... 위 잉! 천마애 주위의 천애장비대진(天崖藏秘大陣)은 여전히 엄청난 굉음을 일으키며 시커먼 운무를 뿜어내고 있었다.

천마애. 이곳도 이제 영영 돌아오지 못하리라.

 

X X X

 

천중산(天中山) 자하곡(紫霞谷)!

 

천하가 모르는 중에 자하곡은 대풍운(大風雲)의 중심지가 되고 있었다.

천하무림인(天下武林人). 일만(一萬)의 정예가 자하곡을 중심으로 방대한 지역에 모여 있었다.

구류천종의 삼천정예들, 정의맹(正義盟)의 사천(四千) 의협지사들, 녹림칠십이채의 일천호걸, 독황궁(毒皇宮)의 독인(毒人) 일천 명, 그리고, 빙백궁(氷魄宮)과 대초원의 일천여파, 자하곡은 혈문에 대항하는 천하무림의 중심이 되고 있었다.

 

석양 무렵, 문득 자하곡으로 들어서는 일노일소(一老一少)가 있었다.

허허... 제법 훌륭하구나. 네 처첩들 중에는 너만한 지혜를 가진 아이가 있다니... 노부는 이제 화초나 기르면서 살아야겠다!”

노인은 창노한 웃음을 터뜨리며 흡족한 빛을 지었다.

신기황, 바로 그였다. 일소(一少)는 물론 군무현이었다.

그들은 자하천류대진을 천천히 통과했다. 그때,

지존!”

군무현을 본 구류천종도들은 황급히 오체복지했다. 이어,

가주!”

일백적룡검대의 검수들도 급히 한쪽 무릎을 꿇며 입을 모아 외쳤다.

신기황, 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허... 자하천류대진까지 완벽히 재현하였구나!”

그는 자하천류대진을 둘러보며 만면에 감탄의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자하곡의 대전 쪽에서 한 명의 청포노인이 반색을 하며 달려나왔다.

하하... 이게 누구시오?”

우람한 체구의 청포노인, 그는 신기황을 보며 만면에 격동과 기쁨의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천마황(天魔皇)! 헛허... 이게 얼마만이오?”

신기황과 천마황, 그들은 두 손을 굳게 움켜잡으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실로 얼마만의 만남인가? 그때,

상공...!”

자하곡의 대전에서 여러 명의 여인들이 걸어나왔다.

남궁혜미를 비롯하여, 자하빈과 위지사영, 극밀환후, 빙백염후 등... 한데, 그 여인들 중 한 명에게 눈길이 닿는 순간,

“...!”

군무현의 안색이 급격히 굳어졌다.

기품있는 자의미녀, 한데, 그녀가 입고 있는 자의(紫衣)는 몸에 딱 맞지않고 헐렁하게 커보였다.

바로 여인들이 아기를 가졌을 때 나온 배를 감추기 위해 입는 옷이 아닌가?

독황후(毒皇后)! 그렇다. 자의미녀는 바로 독황후였다.

일순 군무현과 독황후의 눈빛이 서로 마주쳤다.

그러자,

...!”

독황후는 얼굴을 가리며 그대로 자하전 쪽으로 달려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에 천마황이 문득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허허... 지존! 아무리 지존이라도 노부의 외손녀를 울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네!”

그러자, 자하빈이 얼른 군무현의 옷자락을 잡아 끌었다.

상공! 어서 약란 동생을 달래 주세요!”

상공, 어서요...!”

남궁혜미와 극밀환후도 군무현을 자하전 쪽으로 떠밀었다.

“...!”

군무현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주춤주춤 하더니 못이기는 척 자하전을 향해 걸어갔다.

그 모습에 신기황은 재미있다는 듯 껄껄 웃었다.

허허... 천하의 구류지존도 무서운 것이 있었군!”

하하...!”

호호호...!”

그 말에 중인들도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 군무현은 문을 닫고 자하전의 침전으로 들어섰다.

붉은 휘장이 드리워진 침상,

... ...!”

독황후가 침상에 엎드린 채 낮게 흐느끼고 있었다.

“...!”

군무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뻐근해지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독황후, 그녀가 자신의 눈앞에 있다.

몸속에 그의 작은 생명을 키우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군무현은 천천히 침상으로 다가갔다. 이어, 그는 독황후의 뒤에 걸터앉으며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약란...!”

독황후 제약란의 어깨가 일순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이윽고, 그녀는 울움을 그치고 군무현을 돌아보았다.

눈물 자국으로 얼룩진 그녀의 얼굴, 그것은 창백하고 초췌해 보였다.

그 모습에 군무현은 새삼 가슴이 뭉클해 지는 것을 느꼈다.

이어, 그는 독황후를 천천히 안아 침상에 바로 눕혔다.

“...!”

독황후는 눈을 꼭 감은 채 군무현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군무현은 그녀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진정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미안하오. 당신이... 아기를 가진 줄은 미처 몰랐었소!”

“...!”

독황후의 길고 짙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문득, 군무현은 독황후의 불룩한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독황후는 다시 한차례 몸을 떨며 가볍게 얼굴을 붉혔다.

군무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손끝을 통해 전해오는 한 생명의 꿈틀거림, 그것은 바로 자신의 생명의 일부요 그의 분신이었다.

군무현의 가슴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감회로 뒤덮였다. 그것은 새로운 삶을 맞는 듯한 벅찬 기대감. 그리고 무한한 환희의 감정이었다.

그는 독황후가 한없이 고맙게 느껴졌다.

약란... 고맙소. 정말 고맙소!”

그는 진정어린 음성으로 말하며 독황후의 몸을 끌어안았다.

...!”

독황후는 나직한 신음을 발하며 군무현의 품에 몸을 묻었다.

군무현, 그는 불룩하게 부풀어 오른 독황후의 하복부에 얼굴을 묻었다. 이어, 정성스럽게 그 부분을 애무하는 것이었다.

... ...!”

독황후는 희열의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기다려온 날인가? 그녀는 군무현의 머리를 두 팔로 꼭 껴안았다. 영원히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자하곡 내부의 넓은 전청!

십여 명의 인물들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군무현을 비롯하여, 신기황과 천마황, 현의천신, 천궁패왕 곡강, 남궁혜미, 자하빈 등이 그들이었다.

남궁혜미, 그녀는 하나의 넓고 큰 지도 앞에 앉아 있었다.

지도(地圖). 그곳에는 수백 개의 붉은 점이 군데군데 찍혀 있었다.

남궁혜미는 지도를 일견한 후 차분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남궁혜미는 지도를 일견한 후 차분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혈문은 막강한 힘으로 천하를 점령하고 있어요. 모두 팔백칠십네 곳에 분단을 세워 놓았어요. 하나, 오히려 그 때문에 그들의 힘은 너무 넓게 분산되어 불리한 상태에 놓여 있지요.”

그녀의 설명을 듣고난 신기황, 그가 눈썹을 모으며 입을 열었다.

... 의외로 쉽게 무너뜨릴 수 있겠군!”

남궁혜미는 혜지가 가득한 두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중원 전역에 퍼져있는 구류천종의 힘으로 교란시켜 놓기만 해도 단시일 내에 혈문이 벌여놓은 세력은 사상누각이 되고 말거예요. 문제는 아직도 혈문(血門)의 본부(本府)의 위치를 모른다는 점이에요!”

듣고 있던 신기황이 그녀의 뜻을 알아채고 물었다.

아이야! 네 생각은 대천성자(大天聖子)란 가짜를 이용할 생각이냐?”

남궁혜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개를 패면 주인에게로 달아나는 것이 상례지요!”

허허... 개를 팬다. 좋은 생각이다!”

신기황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손뼉을 마주쳤다.

남궁혜미, 이번에는 그녀가 군무현을 바라보았다.

상공께서는 달리 분부하실 일이 없으신지요?”

군무현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혈문의 본부를 치는 것은 구류천종의 정예와 적룡검대, 그리고 일천독인(一千毒人)으로 충분하오. 나머지 세력어 구류천종을 도와 천하에 널려있는 혈문의 분단을 철저히 괴멸시키시오!”

알겠어요!”

남궁혜미는 다소곳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신기황이 군무현을 바라보며 일렀다.

헛허... 결정이 되었으면 지체없이 시행하는 것이 병법(兵法)의 상수이니라!”

군무현은 염려말라는 듯 싱긋 웃어 보였다.

어르신네들께서는 이곳에서 쉬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순간, 신기황은 눈을 부릅뜨며 호통을 내질렀다.

이녀석아! 이 늙은이가 젊은 놈들 몇 두들겨 잡지 못할 것 같으냐?”

천마황도 호쾌한 대소를 터뜨리며 맞장구를 쳤다.

하하하...! 노부는 외손녀인 독황궁주가 몸이 무거워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 두 배로 손을 늘려야겠네!”

군무현은 하는 수 없이 빙그레 웃었다. 이어, 그는 좌중에서 몸을 일으켜 신기황과 천마황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 그럼 소생과 함께 태산(泰山) 소요장으로 가십시오!”

그 말에 신기황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오냐! 진작 그랬어야 옳았다!”

천마황도 대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 어서 떠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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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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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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