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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八 章

 

                  血門登場

 

 

 

해가 뜨기 직전, 천마궁(天魔宮)!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선 천마궁은 온통 음침한 기운으로 뒤덮여 있었다.

돌연,

케 엑!”

크아 악!”

여명의 정적을 찢으며 전율스러운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올랐다.

뒤이어, 화르르르...! 여기저기에서 엄청난 불길이 확 퍼져 올랐다.

그와 함께,

우하하하! 천마궁의 마도들아! 목을 길게 늘여랏!”

클클... 천마제군의 목은 나 천수신(千手神)의 것이다!”

순식간에 일천 명의 맹룡같은 군호들이 천마궁의 내부로 휩쓸려 들어왔다. 그 돌연한 사태에, 천마궁의 마도들은 우왕좌왕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분명 잔심염황수가 우로(右路)를 막으러 갔을 텐데...!”

... 이럴 수가...!”

그 자들은 안심하고 새벽잠에 빠져 있다가 갑작스런 급습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으 아악!”

크 윽!”

!”

그 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무조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 이놈들! 죽어랏!”

대저 안에서 사멸황(死滅皇)이 눈을 부릅뜨며 미친 듯이 뛰쳐나왔다.

그 자는 나타나자 마자 막무가내로 장을 후려쳤다.

콰르릉... ! 하나, 군웅들은 미친 듯이 날뛰는 그 자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들은 절묘한 진세를 선풍같이 휘몰며 마도들을 휩쓸어 나갔다.

그때,

우하하... 사멸황, 종남검옹이 여기있다!”

돌연 종남검옹이 사멸황의 앞을 가로막으며 앙천대소를 터뜨렸다.

그와 동시에, 파파파 파앗! 그는 수중의 검을 벼락같이 휘둘렀다.

순간,

!”

사멸황은 흠칫 몸을 피하며 찢어질 듯 눈을 부릅떴다.

천수신도 한몫 거들겠다는 듯 그들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클클... 검옹! 사멸황의 모가지를 혼자 따시겠다니... 욕심이 과하지 않소?”

츠츠... 위 잉! 그는 개세혈강륜을 급속히 회전시키며 사멸황의 오른쪽으로 짓쳐들었다.

... 이런...!”

사멸황은 낭패함을 금치못하며 전력을 다해 잠을 후려쳤다.

우 우 웅! ... 지축을 뒤흔드는 가공할 폭음이 천지사방으로 터져올랐다.

그 순간,

크윽!”

사멸황은 신형을 휘청하며 삼보 뒤로 물러났다. 하나, 종남검옹과 천수신은 옷깃 하나 흔들리지 않고 우뚝 서 있었다.그때,

아미타불...!”

혼란의 와중에 승포조차 제대로 걸치지 못한 한 명의 라마승이 전각 안에서 뛰쳐나왔다.

그 자는 시뻘건 혈포를 대충 걸친 혈륭대법사였다.

순간,

무량수불...! 혈륭도우, 장을 받으시오!”

그 자를 발견한 무당의 청옥자가 휙 몸을 날리며 외쳤다.

우 웅! 콰릉...

!”

혈륭대법사는 창졸간의 급습에 일순 움찔했다. 하나, 이내 그 자는 대노한 표정으로 번쩍 장을 쳐들었다.

손뚜껑같이 거대한 그 자의 손, 콰르르 릉! 그 자의 손이 일순 시뻘겋게 물드는가 싶더니 섬뜩한 핏빛강기가 노도같이 쏟아졌다.

그 광경에 군무현은 대경하며 외쳤다.

장문인! 맞받지 마시오!”

그 순간, ! 청옥자는 군무현의 경고에 다급히 손을 떼고 물러났다.

직후, 콰르르릉! 콰콰 쾅... 가공할 혈강이 천지를 휩쓸며 십장 방원을 완전히 박살내는 것이 아닌가?

무량수불...!”

장권 밖으로 물러난 청옥자는 그 광경에 식은땀을 흘렸다.

군무현의 경고가 없었더라면 그는 한줌의 재로 화해 흩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때, 군무현은 냉혹한 눈으로 혈륭대법사를 노려보았다.

(... 혈륭대법사! 혈륭대붕천마공(血隆大崩天魔功)이 극에 이르렀군!)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품속에서 봉황옥소를 꺼내들었다.

이어, 그는 천천히 혈륭대법사를 향해 다가갔다.

그 순간,

아미타불... 죽어랏!”

혈륭대법사는 두 눈이 시뻘겋게 변한 채 무지막지한 쌍장을 짓쳐냈다.

쿠쿠쿵! 콰르릉... 장내는 일순 혈해(血海)로 변해버린 듯 온통 시뻘건 혈강으로 뒤덮여 버렸다.

그 가운데,

천승대법음(天乘大法音)이오!”

군무현의 낮고 담담한 일성이 흘러나왔다.

직후, 삘릴리 삘 릴 리...! 지극히 부드러운 한줄기 소성이 은은하게 장내에 울려퍼졌다.

하나, 그것은 바로 만사(萬邪)의 극성인 지극히 정심한 음률이었다. 바로 천왕오대음종의 제일음종(第一音宗).

다음 순간,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크 윽!”

거대한 체구의 혈륭대법사가 오공에서 피를 뿌리며 나뒹구는 것이 아닌가?

뒤이어,

으 아악!”

크윽!”

...!”

오십장 내의 마도들이 일제히 귀를 틀어막으며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삽시에, 장내는 지옥의 참경을 무색케하는 아수라장으로 화하고 말았다.

삘 릴 리...! 부드럽고 은은한 소성.

하나, 그것은 정도인들에게는 더없이 평화롭고 잔잔한 음률로 들렸다. 그 음률을 듣고 군웅들은 새 힘을 얻고 있었다.

그때,

크 아악!”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장내를 메아리쳤다.

사멸황, 그 자가 뒤로 벌렁 나자빠지며 피보라를 뿌리고 있었다. 그런 그 자의 몸에는 세 개의 개세혈강륜이 푹 박혀있었다.

그리고, 그 자의 복부는 검기에 찢겨 쩍 갈라져 있었다.

그 자를 상대했던 종남겅옹과 천수신, 그들 역시 타격은 컸다.

으음...!”

제법이군!”

그들은 고통스럽게 안면을 일그러뜨리며 신형을 비틀거렸다.

종남검옹은 검을 쥔 호구가 터져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천수신 역시 어깨가 부서지는 중상을 입었다. 하나, 어쨌든 그들은 거마(巨魔) 사멸황을 처치한 것이다.

문득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씩 웃었다.

그때, 군무현은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았다. 거세게 치솟아 오르는 불길 속에서 치열한 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정신을 수습한 천마궁도들은 결사적으로 군웅들에게 저항하고 있었다. 워낙 숫적으로 우세한 그들은 일천명의 군웅들을 최대한으로 묶어두려 했다. 그러나, 중과부적의 대결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쪽은 천마궁도들이었다.

군웅들은 사방이 빽빽이 포위된 가운데에서도 일기당천의 기세로 연신 적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군무현은 내심 염두를 굴리며 기광을 번뜩였다.

(이제 곧 중로군과 우로군이 천마궁도들을 휘몰아 들이닥칠 것이다!)

하나 문득, 그는 검미를 모았다.

(천마제군... 그 자가 보이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군!)

과연, 천마제군은 아직도 장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군무현은 힐끗 지옥뢰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마도의 진정한 고수 삼백 명이 천마황과 함께 군무현의 신호를 기다리며 대기중이었다.

하나,

(아직은... 천마황이 나설 때가 아니다!)

내심 염두를 굴린 군무현은 다시 시선을 장내로 돌렸다.

바로 그때였다.

와 악!”

원군이다!”

천마궁도들의 사이에서 술렁거림이 일며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천마곡의 곡구, 그곳으로부터 오천명에 가까운 마도들이 밀려들어오고 있지 않은가?

천마궁도들은 비로소 안심한 듯 함성을 내지르며 원군을 환영했다. 하나, 그것을 본 군무현의 입가에는 한줄기 회심의 미소가 어렸다.

(뜻대로 되어가는군!)

다음 순간,

!”

그는 웅후한 창룡후를 터뜨리며 군웅들의 선두로 나섰다.

이어,

천붕뇌명후!”

삐 이익! 한소리 찌렁한 외침과 함께 봉황옥소로부터 머리끝을 쭈뼛 곤두서게 만드는 날카로운 소성이 터져나왔다.

순간,

크 악!”

으으으 악!”

케엑!”

용기백배하여 군웅들을 몰아붙이던 천마궁도들 중 일백 명이 순식간에 피를 토하며 거꾸러졌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수비진형(守備陣形)으로 모이시오!”

군무현은 군웅들을 향해 웅후한 음성으로 외쳤다.

그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와 아!”

!”

군웅들은 사기충천하여 함성을 내지르며 급격히 진세를 축소시켰다. 삽시에, 그들은 엄밀한 수비진형을 형성했다.

진세에 빈틈이 없음을 살핀 군무현, 그는 다시 봉황옥소를 입술에 갖다댔다.

멸절사뢰음!”

삐 익! 삘 릴 리! 귓청을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발기는 전율적인 소성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직후, 파파파팍! 위 잉! 주위 오십 장이 돌연 가공한 회오리에 휘말린 듯 미친 듯이 뒤흔들렸다.

그 가공할 충격에 오십장 내의 마도들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나뒹굴었다.

하나, 군무현은 촌각도 여유를 주지 않았다.

그는 한꺼번에 몰아쳐 마도들을 완전히 전멸시켜 버릴 듯 쉬지않고 봉황옥소를 불었다.

천승대법음!”

삘릴리 삘리... 위 잉! 츠츠츠츠읏! 가공할 음파가 방원 일백 장을 완전히 뒤덮었다.

장내는 검풍장영(劍風掌影)이 난무하는 가운데 섬뜩한 피보라가 회오리쳤다.

그때, 군무현, 그는 주위를 살피며 한 명의 인물을 찾고 있었다.

(짐작대로... 사라졌군!)

그는 대천성자의 모습을 찾았으나 그 자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한데 문득,

“...!”

그의 두 눈이 강렬하게 번득였다. 천마궁의 주위로 무수한 인영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는 것을 감지한 것이었다.

(나타났다. 혈문(血門)!)

다음 순간, 그는 군웅들을 향해 위엄있는 음성으로 지시했다.

좌로, 곡구를 확보하시오! 중로! 철갑세(鐵甲勢)의 진세로 전형하고 우로는 첨형대진(尖形大陣)으로 좌로의 전방을 지원하시오!”

군웅들은 영문을 몰랐으나 쾌속히 그의 뜻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

알겠습니다!”

스스스슥...! ! ! 그들의 동작은 쾌첩하고 기민하기 이를 데 없었다. 특히, 군웅들의 대진의 선봉을 맡은 인물은 소림, 무당, 종남, 당문에서 각각 백명씩 선발된 최정예들이었다.

그들의 지휘하에 움직이는 수천명의 군웅들은 한몸처럼 질서정연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하하하! 만박기사!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돌연 한소리 창노한 웃음소리가 천둥처럼 군무현의 귓전을 때렸다.

뒤이어,

쳐랏!”

칼로 절단하듯 싸늘한 일갈이 터져나왔다.

순간,

와 아!”

와 쳐라!”

천마곡의 사위에서 돌연 헤아릴 수조차 없는 수많은 인영들이 속출했다. 그 자들은 가공할 기세로 폭풍같이 천마곡을 휩쓸었다.

크 악!”

아악...!”

순식간에, 장내의 판도는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잇따라 터지는 돌연한 사태에 우왕좌왕하던 천마궁도들은 물론이요, 치밀한 진세를 이룬 외곽의 군웅들마저 저항 한 번 못하고 픽픽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그때,

... 태상맹주! 당신이 배신을...!”

현의천신이 두 눈을 부릅뜨며 불신의 표정을 지었다.

보라! 일단의 혈의인들을 진두지휘하여 군웅들을 짓쳐드는 인물. ! 그는 바로 정의맹의 태상맹주, 그 지고무상한 직위의 대천성자가 아닌가?

천하가 우러러 경외하며 흠모해 마지않는 기인, 그가 혈문(血門)의 주구였다니... 실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편, 천마궁의 마도들은 그들대로 엄청난 회의와 불신에 사로잡혔다.

천마궁주 천마제군(天魔帝君)! 바로 그들의 궁주가 수하들에게 직접 무자비한 살수를 가하고 있지 않은가?

크윽... ... 제군이 우리를...!”

천마제군의 손에 쓰러지는 마도들은 경악과 분노, 회의와 불신으로 눈을 부릅뜬 채 죽어갔다.

이 무슨 참변이란 말인가?

대천성자, 그 자는 앙천광소를 터뜨리며 득의의 어조로 외쳤다.

으하하하! 어리석은 놈들! 천하는 혈문의 것이다!”

그러자, 천마제군도 장내를 휘둘러보며 살기어린 음험한 괴소를 터뜨렸다.

크흐흐... 투항하라! 투항하는 자들은 잔명(殘命)이나마 보전하게 될 것이다!”

그 자들은 이미 천하 위에 군림한 종주(宗主)처럼 그 기세가 당당하고 거만하기 이를 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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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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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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