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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七 章

 

                   大劫風

 

 

 

연무장(鍊武場)!

천신보의 중앙에 설치된 드넓은 연무장이었다.

풍지면(風之變)!”

군무현은 낭랑하게 외치며 붉은 깃발을 번쩍 쳐들었다.

순간,

!”

수천 명의 군협들이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신속히 진세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태을세현(太乙世現)! 풍뢰자명(風雷自鳴)!”

연이어 군무현의 위엄있는 외침이 연무장을 울려퍼졌다.

그에 따라, 스스슥...! 츠츠 위 잉! 군협들이 이룬 진세는 무궁무진한 변화를 일으켰다.

? 그것은 실로 일대장관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한편, 연무장의 뒤쪽, 정도의 명숙들이 모여 연무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헛허... 과연 신기황 노선배의 제자답군!”

허허허...! 군사가 호언한대로 열흘이 못되어 정의지력(正義之力)은 두배 강해졌소이다!”

하하... 어찌 두배 뿐이겠습니까? 이대로라면 천마궁과의 대전은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허허허...!”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수천 명의 군웅들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군무현, 그의 신()적인 자질을 두고 그들은 한결같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군사 만박기사! 그는 곧 천신보의 태양(太陽)이었다.

그때, 중인들과 조금 떨어진 곳, 한 명의 금의미녀가 넋나간 듯 망연히 선 채 군무현의 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핏기가 없는 핼쓱한 얼굴, 깊고 큰 눈망울이 쓸쓸한 느낌을 준다.

금붕옥녀!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원래 오만하고 도도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하나, 자신의 병을 치료해준 군무현을 알고부터 그녀의 성격은 갑자기 변화되었다.

아직 병색이 완연히 가시지 않은 그녀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사랑(), 그것을 느낀 여심(女心)은 안타깝고 고통스러웠다.

연무장 근처네은 또 한명의 인물이 우뚝 서 있었다.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음침하게 군무현을 노려보는 인물, 그는 바로 대천성자였다.

 

대정전(大正殿)!

 

여러명의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 지금은 천지가 잠든 깊은 밤이었다.

... 아니.. 이 밤중에 출동하자는 말씀이시오?”

현의천신은 난색을 지으며 군무현을 바라보았다.

비단 그 뿐만이 아니었다. 대정전 안에 모여있는 명숙들은 한결같이 난색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군무현, 그는 이 깊은 밤을 틈타 천마궁의 공격을 감행하자는 것이 아닌가?

하나, 그의 계획은 치밀했다.

천마궁에서는 이틀 후에 본맹이 대공세를 펼칠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오. 적이 기다리고 있을 때 공격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소이다!”

군무현의 논리정연한 말에 중인들은 그제서야 납득이 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군무현은 완벽한 공격태세를 추진해 나갔다.

이제 여러분께 임무를 맡기겠소!”

분부를 내리시오!”

현의천신이 신광을 빛내며 힘있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군무현은 좌중의 인물들을 둘러보며 빈틈없는 작전 계획을 설명해 나갔다.

삼로(三路)로 나누어 천마궁에 육박해야 하오이다. 좌로(左路)는 맹주께서 일천 정예를 이끌고 치십시오. 가능한 급속히 진출하여 중로(中路)가 천마궁의 방어를 분쇄할 교두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오이다!”

현의천신은 그의 말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이다!”

군무현은 이번에는 대천성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중로(中路)는 태상맹주께서 정예 삼천으로 치십시오. 천마궁의 강력한 방어가 있을 것이니 쾌()보다 실()을 취하셔야 할것입니다!”

허허... 알겠네!”

대천성자는 염려말라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군무현,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해야할 일도 좌중에게 설명했다.

우로(右路)는 소생이 직접 진출할 것이오. 수성(守城)은 금붕도주께서 맡아주시오!”

알겠소이다!”

금붕천왕도 힘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가 군무현을 대하는 눈빛은 신뢰와 진정으로 가득차 있었다.

군무현은 중인들에게 재촉했다.

지체할 수 없소이다. 즉시 출발하도록 하시오!”

그의 말이 떨어진 순간, ! ! 대전 안의 인물들은 일제히 몸을 날려 밖으로 사라졌다.

삽시에, 대전 안에는 금붕천왕 부녀(父女)와 군무현만이 남게 되었다.

문득, 군무현은 신비한 눈빛으로 금붕천왕을 바라보았다.

소생이 부탁한대로 해주십시오!”

허허허... 걱정마시오. 다행히 이 아이가 기문진학에 능통하니 군사께서 주신 진도(陣圖)대로 천신보를 감출 것이오!”

금붕천왕은 염려말라는 듯 자신있게 대답했다.

군무현은 믿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어,

그럼...!”

스스슥... 그는 연기처럼 대전 밖으로 빠져나갔다.

금붕옥녀, 그녀는 망연한 시선으로 군무현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금붕천왕은 내심 안타까운 듯 중얼거렸다.

(()아가 군사에게 단단히 빠졌군... 하긴 나이가 다소 많은 것이 흠이지만 짝을 찾을 수 없느 신랑감이지!)

하나, 설레설레 고개를 젓는 금붕천왕.

두 부녀는 그렇게 한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정의맹에서 조금 떨어진 험로(險路)! 한 명의 백의노인이 우뚝 서 있었다.

흐흐흣... 이대로라면 천마궁이 일방적으로 당한다. 그렇게 되면 곤란하지...!”

그 자는 음험하게 웃으며 한 마리 전서구를 허공으로 날렸다.

! 전서구는 날개를 펴며 쏜살같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백의노인, 그 자는 남자가 넘는 백염을 드리운 얼굴에 청수하고 인자한 인상이었다. 하나, 지금 그 자의 두 눈은 사악하게 빛나고 있었다.

흐흐... 그 애송이가 주력을 노부에게 맡겼으니... 천마궁과 정의맹을 동귀어진 시키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다!”

음험한 중얼거림을 마친 순간, 스슥... 그 자는 유령같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한데, 백의노인이 사라지고난 직후, 한그루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 명의 문사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대천성자... 역시...!”

그는 침중한 중얼거림을 흘리며 백의노인, 대천성자가 사라진 방향을 주시했다.

바로 그때, 푸드득...! 문득 한 마리 천리신응이 문사의 어깨로 날아내렸다.

일순 중년문사의 무심한 두 눈이 번뜩 빛났다.

천리신응! 그것의 발목에는 하나의 작은 헝겊이 메어져 있었다.

중년문사, 물론 그는 만박기사로 행세하고 있는 군무현이었다. 군무현은 급히 헝겊을 뜯어보았다.

 

<소요장에서 삼천명의 절정고수들이 떠났음. 하나같이 극()에 이른 마공을 익힌 자들. 절강 방면에서도 일천(一千)의 신비고수들이 움직였음. 혈문(血門)의 인물들로 추측됨. 목적지는 안휘(安徽)의 구궁산(九宮山).

신응(神鷹).>

 

“...!”

군무현은 안색을 굳히며 헝겊조각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그러자, 푸시시... 헝겊조각은 이내 그의 손 안에서 한줌 재로 화해 흩어졌다.

다음 순간, 스슥...! 군무현의 모습은 유성(流星)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X X X

 

구궁산(九宮山)!

무림최대의 마궁(魔宮) 천마궁(天魔宮)이 자리하고 있는 곳.

구궁산 서남쪽의 산봉, 뿌옇게 터오는 여명을 등지고 수많은 인영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수는 천명, 하나, 마치 한 명이 움직이는 듯 그들의 동작은 일사불란하고 기민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은 각기 다른 복장을 하고 있었으며 승(), (), () 등 여러 부류의 인물들이 섞여 있었다.

그들의 선두, 스슥... 한 명의 중년문사가 바람같은 신법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한 마리 청학(靑鶴)을 연상케하는 고고하고 기품있는 모습.

문득, 중년문사는 좌우의 인물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천마궁까지는 삼십리 남았소이다!”

그는 하룻밤을 쉬지않고 달려오면서도 숨 한 번 거칠게 내쉬지 않는 기인(奇人)이었다.

한데, 그들 일행이 막 작은 산봉을 넘어섰을 때였다.

죽어랏!”

와 랏!”

돌연 엄청난 함성이 산봉을 뒤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파파파앗! ! ... 위잉! 광풍폭우가 몰아치듯 엄청난 공세와 함께 수백, 수천의 암기가 허공을 뒤덮었다.

! 그것은 모두 중년문사 한 사람을 겨눈 것이 아닌가?

일촉즉발! 도저히 피할 엄두조차 내지못할 급작스런 사태였다.

하나,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핫하... 이제야 나타나셨군!”

중년문사는 오히려 낭랑한 웃음을 터뜨리며 여유있게 슬쩍 몸을 회전시켰다.

그러자, 파파파팍! 타다다닥...! 수백, 수천 개의 빛발치듯 날아든 암기는 무형의 벽에 부딪힌 듯 그대로 튕겨나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바로 그 순간, 츠츠츠읏! 쐐액! 암기의 공세가 무산됨과 함께 네줄기 혈영이 번뜩 튀어나와 중인들을 찔러 왔다.

하나 그때,

크크읏! 개세혈강륜을 아느냐?”

중인들의 대열에서 한 명의 노인이 불쑥 튀어나오며 시뻘건 혈륜을 발출했다.

우 잉! 츠츠츠... 일순 허공은 온통 시뻘건 핏빛 혈기로 뒤덮였다.

직후,

!”

...!”

네명의 암습자들은 대경실색하며 다급성을 토했다.

다음 순간,

크 악!”

아악!”

처절한 비명이 허공을 회오리치며 터져나왔다.

혈륜(血輪). 그것은 결코 보통의 륜이 아니었다.

과거 혈영천종의 수라혈강마저 파해시켰던 호신강기 파해전문의 암기였다.

그때,

우하하...! 종남천류검(終南天流劍)을 아느냐?”

또 다른 한 명의 노인이 중인들의 대열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파파파 파앗!

으악!”

케 엑!”

크윽...!”

그의 손에서 번갯불같은 검기가 십장을 쭉 뻗어나오며 순식간에 이십 명의 혈의인들을 두도강내고 말았다.

무량수불... 태청파옥강살이 이것이다!”

누더기를 걸친 도인도 질세라 앞으로 나섰다.

파파파팍! 콰르르릉... 그의 손에서 만년한철도 단번에 박살낼 엄청난 강기가 쏟아져 나왔다.

으으윽...!”

크 악!”

뒤이어 터져나온 것은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

눈깜짝할 순간, 오십여 명의 암습자들이 완전히 독살당하고 말았다.

갑자기 주위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장내에 제멋대로 널브러진 시신들, 미명속에서 이 한바탕 혈전은 실로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끝나 버렸다.

문득,

쯧쯧... 불쌍한 자들...!”

중년문사는 주위의 시신들을 둘러보며 혀를 찼다.

군무현 바로 그였다.

그의 주위로 여러명의 인물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바로 변장을 한 천수신, 종남검옹, 청옥자, 광법선사 등이었다.

실상, 정의맹의 최정예들은 모두 군무현의 우로군(右路君)에 있었다.

좌로군과 중로군은 천마궁의 이목을 분산시키기 위한 방편에 불과했다.

군무현의 계획은 실로 치밀했다. 문득, 그는 사파(四派)의 장문인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천마궁의 지리는 잘 알고 계시겠지요?”

그 말에 천수신이 염려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클클... 물론이오. 천마제군 그놈이 먹여주는 밥을 몇끼 얻어먹다 보니 천마궁의 지리에는 훤하게 익숙해 버렸소!”

천수신, 그는 천마대전 때 천마궁에 갇혔던 일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좋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가능한 천마궁을 쑥밭으로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크게 소란을 피워야 좌로군과 우로군을 막으러간 마도들이 허둥지둥 회군하게 될것입니다!”

그의 말에 종남검옹은 만면에 찬탄을 금치못하는 표정이었다.

허허... 정말 절묘하외다. 그 자들이 돌아왔을때는 이미 천마궁이 함락되어 있을 것이고 돌아오던 자들도 협살당하여 전멸하고 말것이 아니오?”

군무현은 그 말에 그저 빙그레 웃어 보였다. 모든 일에 겸손한 그는 중인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았다.

이윽고,

, 갑시다!”

군무현은 앞장서며 힘있는 어조로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스스슥... ! ! 일천 명의 인물들은 다시 일사불란하게 몸을 움직였다.

그들은 비조처럼 구궁산의 북쪽을 향해 치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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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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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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