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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五 章

 

                      天神堡會合

 

 

 

천신보(天神堡)!

 

사상 유래없이 천신보는 막강한 정도무림(正道武林)의 중심(中心)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천신보의 세력은 실로 엄청났다. 일백팔십개 백도 문파에서 모여든 오천 명의 의협지사들이 당당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들이 곧 정도무림이라 해도 될 정도로 막강한 힘이었다.

 

현의천신(玄衣天神) 위지강!

천신보주인 그는 정의맹(正義盟)의 맹주이기도 했다.

적룡대제 이후 명실상부한 중원일절(中原一絶)로 숭앙받는 강자(强者). 하나, 정의맹에는 맹주의 직위보다 더 높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태상맹주(太上盟主)의 직위였다. 그 직위는 천하무림의 재생에 큰 공로를 세운 대천성자(大天聖子)에게 주어졌다.

대천성자! 그는 자신의 수하인 소요장의 기인들로만 천마궁을 유인했으며, 정파 일백 개 문파의 장문인들을 구해낸 신화적인 인물이었다.

 

신시(申時) 무렵,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문득, 천신보의 웅장한 보문을 향해 휘적휘적 다가오는 한 명의 중년문사가 있었다.

지극히 청수한 용모를 지닌 중년문사. 그는 한손에 길쭉한 책상자를 들고 있었다.

그가 나타나는 순간, 보루 위에 서 있던 중년인의 눈빛이 번뜩 빛을 발했다.

(범인이 아니다!)

그는 종남파(終南派)의 명숙인 청검신수(靑劍神手)였다.

청검신수는 급히 달려나오며 중년문사를 맞이했다.

선생께서는 어인일로 이곳까지 험한 걸음을 하셨소이까?”

그의 태도는 지극히 정중한 가운데 위엄이 담겨 있었다.

중년문사는 걸음을 멈춰서며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소생은 신기곡(神機谷)의 만박(萬搏)이라 불리는 졸부이외다!”

순간,

“...!”

천검신수의 안색이 일변했다. 그는 눈을 빛내며 빠르게 중년인을 살펴본 후 내심 중얼거렸다.

(이 인물이 바로 태상맹주께서 극찬하시던 그 기재(奇才)...!)

그는 놀라움의 눈빛을 지었다.

중년문사, 물론 그는 만박기사(萬搏奇士)로 역용한 군무현이었다. 이윽고, 청검신수는 정중히 포권하며 말했다.

만박기사(萬搏奇士)셨구려! 그렇지 않아도 태상맹주께서 여명을 누누이 말씀하셨소이다. ,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감사하오!”

군무현도 가볍게 예를 취했다. 문득, 고개를 드는 군무현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대천성자... 본인과 만난 것이 그대의 가장 큰 실수임을 깨닫게 되리라!)

그는 내심 기소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그때, 청검신수는 몸을 돌려 앞장섰다. 그는 총총한 걸음을 옮겨 군무현은 천신보 안으로 안내했다.

천신보의 보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던 군무현, 그는 내심 경탄해 마지 않았다.

(천마궁에 못지 않는군!)

천신보 안은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화려한 고루거각과 크고 작은 전각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바깥에서 볼 때 천신보의 위용은 가히 천하를 압도할 정도였다. 하나, 그 내부는 표면적인 위용보다 더 질서정연하고 엄중했다.

군무현은 그 분위기를 단번에 직감할 수 있었다.

천신보 내를 오가는 인물들도 하나같이 정기가 헌앙한 영걸들 뿐이었다. 이윽고, 청검신수는 하나의 넓은 대전 앞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었다.

 

<대정전(大正殿)!>

 

대전의 입구에는 그와같은 편액이 높게 걸려 있었다. 청검신수는 군무현을 대정전(大正殿) 안으로 안내했다.

대전 안, 수십 명의 인물들이 자리를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군무현과 청검신수가 대전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

“...!”

대전 안의 인물들의 눈길이 일제히 군무현에게로 쏠렸다. 그러자, 청검신수는 얼른 입을 열어 군무현을 좌중에 소개했다.

여러분! 귀빈께서 오셨습니다. 이분이 바로 만박기사 이십니다!”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

만박기사...!”

좌중에서 일제히 감탄성이 터져나왔다. 그들은 각기 한 분야에서 무림제일의 지존(至尊)으로 숭앙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하나같이 출중한 기품과 함께 정기(正氣)가 늠염한 모습들.

그들은 일제히 몸을 일으키며 군무현을 반겼다.

그때,

헛허... 어서 오시오! 태상맹주께 선생의 말씀을 많이 들었소이다!”

현의(玄衣)를 걸친 장대한 체구의 노인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군무현에게로 다가왔다. 순간, 군무현의 눈빛이 가볍게 흔들렸다.

(현의천신...!)

그는 내심 복잡한 심정이었다.

현의천신! 그가 누군가? 바로 적룡세가를 친 주요 인물이 아닌가?

군무현에게는 불공대천지수였다. 하나, 또한 그는 위지사영의 친부로 자신의 장인이 되기도 했으니... 군무현은 씁쓸한 고소를 머금었다.

하나, 그는 내심의 감정을 내색지 않고 정중한 태도로 현의천신을 향해 포권했다.

만박기사, 맹주께 인사드리오이다!”

허허...! 원로에 노고가 많았소. , 이리로 앉으시오!”

현의천신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군무현을 좌중의 상좌로 안내했다. 물론, 그를 귀빈으로 대우하여 상좌에 앉힌 이유도 있었다.

하나, 군무현은 실상 신기황의 제자로서 배분으로 치자면 이곳에서도 제일 높은 것이다.

상좌를 그에게 내줌은 마땅한 일이었다.

고맙소이다!”

군무현은 가볍게 예를 표한 후 상좌에 앉았다.

현의천신도 곧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이어, 그는 만면에 기쁜 빛을 띄우며 입을 열었다.

허허... 선생께 여러분의 명숙들을 소개해 드리겠소.”

그는 군무현에게 천의맹 내의 명숙들을 차례로 소개해 나갔다.

군무현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인물은 한 명의 금포노인이었다.

금붕천왕(金鵬天王)! 바로 그였다.

중인들과는 달리 그의 안색은 왠지 몹시 어두어 보였다. 군무현에 의해 허공에서 떨어져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금지옥엽 금붕옥녀(金鵬玉女) 때문이었다.

그녀의 상세는 점점 악화되어 갈뿐 도무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금붕천왕, 그가 아무리 잔악한 심성을 지녔다고는 하나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지극했다. 그는 비록 몸은 좌중에 있었으나 마음은 오직 금붕옥녀의 생각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얼굴에 수심의 표정이 절로 나타나 보이는 것이었다.

군무현은 눈길을 돌려 다시 좌중의 인물들을 살펴보았다.

금붕천왕 외에 그가 알고있는 인물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소림(少林)의 방장인 광법선사(廣法禪師)를 비롯하여, 무당장문인 청옥자(靑玉子), 종남(終南)의 장문인 종남검옹(終南劍翁), 당문(唐門)의 가주(家主)인 천수신(千手神) 당가정(唐家正) ...

그리고, 장하용왕(長河龍王)과 쾌도문(快刀門)의 도천왕(刀天王)도 자리하고 있었다.

현의천신은 장내의 인물들을 거의 다 소개하고 난 후 이번에는 한 명의 중년미부를 가리켰다.

이분은 중원제일여협(中原第一女俠)이신 쇄심선자(碎心仙子)이시오!”

그녀를 일견한 순간, 군무현의 안색이 가볍게 굳어졌다.

쇄심선자(碎心仙子)!

그녀가 누군가? 쫓기던 군무현에게 파옥쇄심수(破玉碎心手)를 쳐내어 위경에 빠뜨리게 했던 여인이 아닌가?

그녀야말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원수였다. 그때, 문득쇄심선자가 기이한 눈빛으로 군무현을 주시하며 말했다.

선생의 눈빛이 왠지 눈에 익은 것 같군요!”

그 말에 군무현은 내심 흠칫했다. 하나, 그는 극히 태연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눈매가 비슷한 사람은 많은 법이지요!”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온화하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하나, 군무현의 내심은 차갑게 식고 있었다.

그때,

허허... 만박기사께서 오셨다고!”

문득 가벼운 너털웃음이 들리며 한 명의 노인이 대전 안으로 들어섰다.

석풍도골의 수려한 풍모에 인자하고 온후하기 그지없는 백의노인, 그가 들어서는 순간,

태상맹주! 어서 오십시오!”

좌중의 인물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키며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백의노인, 그가 바로 정의맹 최고의 직위를 지닌 대천성자였다.

소요장의 기인, 군무현의 눈빛이 짧은 순간 예리하게 빛났다.

(음모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자...!)

그는 대천성자의 모습을 빠르게 훑어본 후 극히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는 대천성자를 향해 정중히 예를 위해 보였다.

허허... 신수가 훤해지셨군. 탕마대전(蕩魔大戰)이 임박한 때에 자네가 찾아와 주니 노부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든든한 심정일세!”

대천성자는 만면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덥석 군무현의 손을 움켜쥐었다. 그런 그의 눈빛은 인자하고 부드럽기 그지없었으며 그 태도는 만인이 존경할 정도로 정대하고 품위가 넘쳤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무서운 인물...!)

군무현은 그런 대천성자를 주시하며 내심 차갑게 중얼거렸다. 하나, 그는 전혀 내색지 않고 겸손한 음성으로 말했다.

미거한 재간이나마 천하가 안정되는데 도움이 된다면 소생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정심한 가운데 굳은 의지가 담긴 그의 어조, 그것은 만인이 신뢰할 수 있는 어떤 기이한 힘이 담겨 있었다.

대천성자는 그 말에 크게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허허... 고맙네. 앉게나!”

군무현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인 후 다시 자리에 앉았다.

대천성자는 좌중을 둘러본 후 군무현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헛허... 그대가 올줄 알고 군사(軍師)의 자리를 비워두었지. 어떤가? 맡아 줄 수 있겠나?”

그는 모든 것을 다 예비해 놓고 좌중의 의견까지도 합일시켜 놓은 뒤 군무현의 의사를 묻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군무현으로서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그는 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의지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소생에게 과분한 직위이나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겸손한 가운데 당당한 자신감이 서린 어조, 그런 그를 좌중의 인물들은 이미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대천성자, 그 역시 몹시 흔쾌한 표정으로 힘주어 말했다.

허허... 되었네. 이제 정의맹은 천마궁에 쾌승할 것이 분명하네!”

“...!”

“...!”

중인들은 그 말에 안색을 활짝 펴며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이윽고, 군무현은 가볍게 검미를 모으며 입을 열었다.

천마궁의 공략 계획이 임박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 말의 현의천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렇소이다. 군사(軍師)! 앞으로 열흘 후, 본맹은 천마궁을 칠것이오!”

그의 어투는 자연스럽게 바뀌어 있었다.

군사(軍師). 군무현을 군사로 부르기에 서슴치 않은 것이었다.

(열흘 후라...!)

군무현은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중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군무현에게 집중되었다.

새롭게 군사로 추대한 그에 대한 기대와 신뢰의 눈빛으로.

문득, 군무현은 강렬한 신광을 빛내며 자신있게 입을 열었다.

열흘 동안... 정의맹의 지휘권을 소생에게 맡겨주십시오. 지금보다 두 배 강하게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

그의 말에 각 문파의 수뇌들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뛰어난 재질을 지닌 기재라고는 하지만 그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한데, 군무현이 장담한 것은 그 능력 이상의 것이 아닌가!

하나, 대천성자, 그는 일점의 불신이 빛도 표시하지 않았다.

그는 의아할 정도로 군무현을 믿는 것 같았다.

허허... 신기황의 제자이니 어련하겠는가? 노부는 그대의 재질을 크게 기대해 보겠네!”

감사합니다!”

군무현은 자신에 찬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때, 현의천신이 문득 안색을 바꾸며 군무현에게 권했다.

먼길을 오시느라 피곤하실텐데 오늘은 쉬도록 하는 것이 좋겠소.”

군무현은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소이다!”

그 말에 현의천신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군무현에게 말했다.

, 노부를 따라오시오!”

고맙소이다!”

군무현은 좌중의 중인들에게 가볍게 포권을 해보였다. 이어, 그는 현의천신을 따라 천천히 대전을 나섰다.

군무현의 거처는 천신보 후원의 조용한 전각이었다.

아담하고 정갈하게 꾸며진 전각, 그 앞에는 잘 가꾸어진 화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현의천신은 특별히 군무현에게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가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두 명의 시녀마저 거처에 두게 했다.

군무현, 그는 탁자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금방 식사를 끝내고 차를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문득 문 밖에서 시녀의 공손한 음성이 들려왔다.

군사님! 금붕도의 금붕천왕께서 오셨습니다!”

군무현은 단박에 알아차렸다.

(금붕천왕... 금붕옥녀 때문에 왔나보군!)

그는 달갑지 않은 심정이었으나 금붕천왕을 맞아들여야 했다.

안으로 모셔라!”

그는 밖을 향해 말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드르륵... 방문이 열리며 잠시 후 수척한 얼굴의 금붕천왕이 들어왔다.

야심한 시각에 찾아뵈어 폐가 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구려!”

그는 다소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니오이다. , 앉으시지요!”

군무현은 담담한 신색으로 손을 저었다.

이윽고, 두 사람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군무혀은 금붕천왕의 시색을 살피며 먼저 말을 꺼냈다.

도주께서는 우환이 있으신 듯 한데...!”

금붕천왕은 그제서야 잔뜩 수심의 표정을 띄우며 입을 열었다.

사실은... 그 때문에 군사를 찾아뵌 것이오. 이 늙은이게는 딸 아이가 한명 있소. 한데 얼마전 강적에게 크게 부상을 당하여 지금까지 인사불성의 상태에 빠져있소!”

말을 하는 그의 눈빛은 절박한 빛으로 물들었다. 그는 한가닥 기대의 눈빛으로 군무현을 주시하며 말했다.

신기황께서는 기절(奇絶)이시자 의절(醫絶)이셨음을 알고 있소이다. 군사께서 그 아이를 좀 돌보아 주셨으면 하고...!”

그는 말끝을 흐렸다. 하나, 그의 눈빛 속에는 절실한 기대의 빛이 떠올랐다.

“...!”

그 눈빛을 접한 군무현,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눈앞에 앉아있는 인물, 그는 자신의 원수다. 하나, 원수이기 이전에 같은 인간으로서 그는 동정을 느꼈다.

(어찌 되었건...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무엇보다 숭고한 것이니...!)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문득 그는 창 밖으로 시선을 던져 천색을 살폈다.

(삼경(三更)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삼경이라니...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단 말인가?

이윽고, 군무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려운 일이나 영애(令愛)의 상세를 한 번 보아드리겟소!”

순간, 금붕천왕의 안색이 금방 환하게 밝아졌다.

군사! 이 은혜를...!”

하나, 군무현은 손을 내저었다.

아직 영애를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이니 도주의 과례를 감당할 수 없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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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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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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