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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五 章

 

             九流天宗風雲

 

 

 

쿠쿠쿠 쿵...! 콰르릉... 콰쾅!

천지를 허물어 버릴 듯한 대폭음이 사위를 뒤흔들었다.

순간,

... 이럴 수가...!”

광한애(廣寒崖)가 무너진다!”

여인들의 급급한 외침성이 폭음 속을 뚫고 터져나왔다.

빙백궁의 후면에 위치한 광한애(廣寒崖).

돌연 그 거대한 얼음벽이 유리가 부서지듯 산산이 파열되고 있지 않은가?

뒤이어,

우 우!”

굉음속을 뚫고 한소리 우렁찬 장소성이 울려퍼졌다.

순간,

아 악!”

... 지독한 내공이다!”

얼음벽이 파괴되는 광경을 지켜보던 수십 명의 빙백궁의 여인들이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그때, 스스스... ! 무너진 광한애의 얼음 구덩이에서 돌연 두 줄기 인영이 불쑥 솟구쳐 올랐다.

일남일녀(一男一女), 갈가리 찢긴 흑의장포를 걸친 청년, 그리고 날아갈 듯 아름다운 구천신녀의 의복을 걸친 면사여인이었다.

스스슥! 양인은 단번에 백장을 날아 빙백궁의 여인들 앞으로 날아내렸다.

군무현과 빙백염후! 바로 그 두 사람이었다.

그들이 내려서는 순간,

... ... 네가 죽지 않았다니...!”

여인들 중 한 명이 신형을 휘청이며 불신의 눈빛으로 뒤로 물러섰다.

잔설빙(殘雪氷)!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경악과 충격으로 핼쓱하게 질린 얼굴로 군무현을 주시했다.

바로 군무현을 죽음의 함정으로 유린했던 장본인이 아닌가? 하나,

묵빙현하는 어디 있느냐?”

군무현은 지극히 무심한 어조로 잔설빙을 향해 물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묵빙현하는 자신에게 크나큰 기연을 안겨준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군무현의 눈빛은 전혀 감정을 엿볼 수 없이 잔잔했으며 지극히 무심해 보였다. 예전처럼 가슴을 찌르는 칼날같은 예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그의 몸 주위로는 어떤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도가 태산처럼 어려 있었다.

천하의 구누구도 감히 범접지 못할 장중하고 압도적인 기도,

... 이공주께서는... 구금되었소!”

잔설빙은 군무현의 압도적인 기도에 부르르 몸을 떨며 대답했다.

묵빙현하가 구금되었다고?”

군무현은 짙은 검미를 꿈틀하며 되물었다.

... 그렇습니다. 제일공주께서 하신 일입니다!”

잔설빙은 자신도 모르게 군무현에게 경어를 쓰고 있었다.

제일공주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군무현의 물음에 잔설빙은 떨리는 음성으로 순순히 대답했다.

제일공주께서는... 삼천 명의 궁도들을 이끌고 중원(中原)으로 가셨습니다!”

중원으로?”

, 천마궁(天魔宮)에서 사자(使者)가 와서 초청하여 가셨습니다!”

“...!”

군무현은 침중한 안색으로 무엇인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

(염후(艶后)의 후예가 중원을 어지럽히겠군. 염후에게는 미안하지만... 징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천기가 매우 탁하다. 중원천하가 걷잡을 수 없는 혈풍에 휘말려 들었다는 뜻이리라...!)

그의 무심한 눈빛이 일순 어둡게 흐려졌다.

그때, 잔설빙은 군무현의 무심한 옆모습을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 천빙애에서 추락할 때와 비할 바가 아니다. 이 사람은 이미 하늘이 되었다!)

그녀는 엄청난 위암감에 절로 몸을 움츠렸다.

 

빙백궁의 지하(地下),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하나의 뇌옥(牢獄)이 자리하고 있었다.

외부와 철저히 고립된 폐옥, 굵은 쇠창살이 드리워진 뇌옥 안,

흐흑... 나는 살아있을 면목이 없는 계집이야...!”

한 명의 여인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며 처연하게 오열하고 있었다.

여인의 행색은 실로 말이 아니었다. 제멋대로 풀어헤쳐져 헝클어진 머리채, 마구 구겨지고 찢겨 형편없는 옷차림, 본래 그녀가 걸친 의복은 짙은 묵의(墨衣)였다.

하나, 지금 그것은 선혈이 뒤엉켜 지저분하고 처참해 보였다.

여인의 피부는 지나칠 정도로 희었다. 훤칠한 키에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물씬 풍기는 미녀,

하나, 지금 그녀의 얼굴은 초췌하기 이를데 없었으며 그녀의 앞가슴은 강맹한 강기에 짓이겨져 피가 엉겨붙어 있었다.

흐흑... 눈이 어두워 죄없는 사람을 죽이고... 우매하여 사저가 궁규(宮規)를 어김을 막지 못했으니... ... 이 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여인의 눈물로 범벅된 얼굴에는 뼈저린 회한과 고통의 빛이 떠올랐다.

문득, 눈물 고인 그녀의 망막 위로 한 청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창백하리만치 흰 피부에 강렬하 인상을 풍기던 미청년, 단 한 번 그를 보았을 뿐인데도 그 청년의 인상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듯 여인의 뇌리속에 깊숙이 남아 있었다.

살아만 계신다면... 진정 살아만 계신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대죄(大罪)할 텐데...!”

여인은 회한과 안타까움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그르릉! 한차례 둔중한 굉음과 함께 뇌옥의 전면 석벽이 좌우로 갈라졌다.

(설빙... 그 계집이겠지!)

여인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돌아보지도 않았다.

한데, 뚜벅 뚜벅... 나직하나 묵중한 발자국 소리가 그녀의 귓전을 울렸다.

순간,

“...!”

여인은 흠칫 몸이 굳어졌다. 분명 그것은 잔설빙의 발자국 소리가 아니었다.

(... 설마...!)

그녀는 순간적으로 뜨거운 충격과 전율에 휩싸였다.

그것은 여인 특유의 직감같은 것이었다. 그녀는 한동안 굳어진 듯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뇌옥 안.

“...!”

한 명의 흑포청년이 우뚝 서 있었다.

눈처럼 흰 피부에 주사처럼 붉은 입술, 그는 무심한 눈으로 여인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순간,

... 군공자님! ... 살아 계셨군요!”

여인은 벼락을 맞은 듯 전신을 부르르 떨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빙심(氷心), 차갑게 얼어붙은 여인의 가슴이 이 순간 크나 큰 희열로 녹아내렸다.

여인, 그녀의 이름은 묵빙현하(墨氷玄霞)였다.

 

X X X

 

대벌산(大別山).

 

안휘(安徽), 하남(河南), 호북(湖北)의 경계에 위치한 대산(大山).

정오무렵, 구워어 억! 돌연 엄청난 붕명(鵬鳴)이 대별산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어, 콰콰콰... 쐐 액! 빙판같은 북천(北天)의 일각에 문득 하나의 검은 점이 나타났다.

그 점은 삽시에 폭풍같은 기세로 확산되더니 쏘아질 듯 다가왔다.

대천붕(大天鵬)! 그것은 양 날개를 활짝 편 길이가 무려 이십 장에 이르는 거대한 대천붕이었다.

대천붕의 등, 일남일녀가 앉아 있었다.

군무현과 빙백염후, 바로 그들이었다.

하하... 염후(艶后)! 어떻소? 중원천하가 손바닥만 하지 않소?”

군무현은 무척 기분이 좋은 듯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 놀라운 일이 아닌가? 언제나 무심하기만 하던 그가 이렇게 소리내여 웃을 때가 있었다니... 여인(女人)의 힘은 실로 지대한 것임이 분명했다.

군무현의 성격에 그같은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빙백염후의 영향이 절대적이라 할 수 있었다.

빙백염후는 영혼을 잃은 강시였다. 하나, 그녀는 온통 여인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숨쉬고 보고 먹고 잠을 자는 것이다.

또한, 그녀는 천하를 얼음으로 뒤덮어 버릴 수 있는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군무현의 마음을 마치 춘설(春雪)처럼 녹여버렸으니... 군무현은 그림자처럼 자신을 따르는 빙백염후에게서 훈훈한 정감을 느끽 된 것이다.

그는 웃음띤 얼굴로 호쾌하게 말했다.

가문의 원수를 갚고 천하의 혈란(血亂)이 가라앉으면 염후에게 천하를 구경시켜 주겠소!”

“...!”

그의 말을 알아듣는지 모르는지... 빙백염후의 입가에는 의미모를 한가닥 미소만 희미하게 감돌 뿐이었다.

구류곡(九流谷)!

대별산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신비절지, 구류곡은 사시사철 짙은 운무에 가려져 있었다.

한데, 구류곡의 내부. 뜻밖에도 광활한 분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 분지의 중앙, 거대한 규모의 웅장한 장원이 우뚝 자리하고 있었다.

구류천종(九流天宗)이 나 만가대유(萬家大儒)의 대()에 이르러 겁멸의 위경에 처하다니...!”

중년인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구류천종(九流天宗)!

 

정확한 연원은 알려진 바가 없다. 모든 것이 신비(神秘)에 싸여있는 절문(絶門), 그들은 정사양도(正邪兩道)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중도(中道)를 걷는 문파였다.

그들은 무림의 대사에 관해 전혀 관여치 않았다. 하나, 구류천종은 모든 분야에 이르러 손을 대고 있었다.

구류(九流)의 인물들이 모두 만상문에 속할 뿐 아니라, 만가지 분야에 구류천종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비록 그 세력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세인들은 모두 인정했다.

구류천종 조직이 천하제일(天下第一)이라는 사실을..

심지어, 천하제일의 방파로 알려진 개방조차도 그 조직력에 있어서는 구류천종의 반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만가대유(萬家大儒)라 자칭한 중년인, 그의 안면은 더욱 어두워졌다.

강남(江南)에 가 있는 호문천위대(護門天衛隊)를 소환가히는 했으나... 그 동안 진세(陣勢)로 적을 막을 수 있을지...!”

그의 중얼거림이 막 끝났을 때였다.

! 갑자기 한 명의 인영이 급히 대전 안으로 날아들었다.

... 문주님!”

그는 청수한 인상을 지닌 중년인이었다.

총관! 무슨 일이오?”

만가대유는 중년인의 다급한 태도에서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급히 물었다.

총관이라 불린 중년인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신무장영진세가 무너지려 합니다!”

만가대유는 그 말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독황궁(毒皇宮)이나 혈륭마찰(血隆魔刹)의 마도들의 힘으로는 진세를 수월히 통과하지 못했을 텐데...?”

그는 그럴리 없다는 듯 불신의 표정을 지었다.

하나, 총관은 머리를 조아리며 침중한 어조로 보고했다.

흑도십팔절(黑道十八絶) 중 흑룡천사옹(黑龍天邪翁)이 나타나 순식간에 진세의 절반을 무너뜨렸습니다!”

흑룡천사옹(黑龍天邪翁)! 그 노괴가...!”

만가대유의 안색이 일변했다.

 

흑룡천사옹(黑龍天邪翁)!

흑도제일뇌(黑道第一腦), 기문지학(奇門之學)에 능통하며 깊고 냉철한 심기를 누구도 따를 자가 없다.

백년 내 신기황(神機皇)에게 단 한 번 패했을 뿐 더 이상의 패배를 허용치 않았던 노마두, 그 자는 만인이 공인하는 천하제일지(天下第一智)였다.

 

만가대유의 안면이 충격으로 한차례 부르르 떨렸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으헤헤... 신무장영진 정도로 안전할 줄 알았느냐?”

돌연 귓전을 긁어대는 사악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차차차 창! ... 퍼 펑!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와 요란한 폭음이 잇따라 터져올랐다.

와 아!”

!”

구류천종 전체는 요란한 함성으로 뒤흔들렸다.

뒤미처,

크 악!”

아아 악!”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속속 터져나왔다.

다음 순간, ! 만가대유는 벼락을 맞은 듯 다급히 대전 밖으로 뛰쳐나갔다.

 

대전 밖!

곡구(谷口)의 진세가 무너지며 세 부류의 인물들이 질풍같이 밀려들어 오고 있었다.

호호호...! 독황(毒皇)을 시해한 중원무림에 일만혈(一萬血)의 대가를 받으리라!”

한 명의 황의면사녀가 선두에 선 채 교구를 떨치고 있었다.

위 잉! 희디흰 그녀의 옥수(玉手)가 허공에 한 번씩 선을 그을 때마다,

크악!”

케 엑!”

... ... 독황후(毒皇后)!”

구류천룡의 인물들은 피를 뿌리며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그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황의면사녀의 뒤, 한 명의 흑포노인이 따르고 있었다.

사악한 인상에 염소수염을 기른 노인, 바로 흑룡천사옹이었다.

만가대유, 그는 대전 밖의 광경에 두 눈을 찢어질 듯 부릅떴다.

그는 수하들을 향해 벼락같이 호통치며 명했다.

금붕포란(金鵬抱卵)의 진세로 막아랏! 천악단(天樂檀)은 독황후(毒皇后)를 상대하라!”

순간, 갈팡질팡하던 구류천종의 문하들은 비로소 완벽한 수비태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그들은 거대한 수비진영을 이루며 침입자를 막아갔다.

하나 그때,

크하하하...! 혈륭마찰의 보살님들이 여기 있다!”

와 아!”

곡구의 좌측으로부터 수백 명의 혈승(血僧)들이 막무가내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호호홋... 죽어랏!”

황의면사녀도 날카로운 교갈을 터뜨리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이어, 그녀는 맹렬히 소매를 흔들었다.

크으... !”

아악!”

그녀의 주위에 진세를 형성했던 오십여 명의 구류천룡의 수하들이 무더기로 쓰러졌다.

그 광경에 만가대유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황의면사녀를 노려보며 분노의 폭갈을 내질렀다.

독황후(毒皇后)! 독천황(毒天皇)께서는 천하의 안위를 걱정하던 분이거늘 그 분의 후속인 그대가 어찌 이리 잔혹하단 말인가?”

스슥! 그는 독황후의 앞으로 내려서며 격분을 금치못했다.

하나, 황의면사녀 독황후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호홋... 본후를 이렇게 만든 것은 바로 너희 중원무림이다!”

그녀는 독살스러운 교소를 터뜨리며 만가대유를 노려보았다.

다음 순간, 화르르르...! 돌연 한 무더기의 비릿한 독무(毒霧)가 만가대유의 앞으로 확 밀려들었다.

 

< 四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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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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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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