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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六 章

 

                      九流千世錄

 

 

꽈릉...!

갑작스러운 독황후의 공격에 만가대유는 황급히 쌍장을 엇비켜 내리쳤다.

그러자, 강맹한 장력이 쏟아지며 시커먼 독무는 허공으로 확 퍼지더니 다시 독황후에게로 돌아갔다.

에잇!”

츠츠츠...!

독황후는 악을 쓰며 재차 교수를 후려쳤다.

그녀의 소매 속에서 강렬한 경기가 쏟아져 나옴과 동시 독기를 휘몰아 만가대유를 휩쓸어 오는 것이었다.

직후,

콰르릉 펑!

크 윽!”

만가대유는 신형을 휘청하더니 비명과 함께 나가 떨어졌다.

! 그의 오른손, 끔찍하게도 그것은 새까맣게 변해버린 것이 아닌가?

... 독황후! 네가 천마궁(天魔宮)의 수하에 들다니... 독천황 선배님의 영명을 네가 다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느냐?”

만가대유는 두 눈을 찢어질 듯 부릅뜨며 독황후를 노려보았다. 그의 눈빛은 분노와 경악, 회의의 빛이 뒤엉켜 떠올랐다.

하나,

호홋... 그것은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너는 네 수하들이나 걱정해라!”

독황후는 독살스러운 교소를 터뜨리며 빈정거렸다.

...!”

만가대유는 굴욕과 수치감에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떨리는 눈빛으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위잉! 츠츠츠... 콰 콰쾅!

도검(刀劍)이 난무하는 가운데 장내는 온통 폭음과 요란한 파공성으로 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그 와중에,

크아악!”

케엑...!”

참담하게 꼬리를 물로 터져나오는 비명...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은 구류천종의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연신 추풍낙엽처럼 덧없이 쓰러져갔다.

그 광경을 지켜본 만가대유는 참혹한 심정을 금할길 없었다.

(... 틀렸다. 호문천위대가 오지 않는한 겁멸을 피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는 참담한 절망감에 안색이 이지러졌다.

그때,

호호... 본후는 천마궁의 수하가 아니다! 다만 원수가 중원무림임을 알려준 천마궁주(天魔宮主) 천마제군(天魔帝君)의 부탁으로 구류천종을 접수하러 온것일뿐...!”

독황후가 요악한 교소를 터뜨리며 오만한 어투로 말했다.

만가대유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 눈잉 있어도 바로 보지 못하는 계집!”

그는 분노에 치를 떨며 이를 악물었다. 독기(毒氣)는 이미 그의 오른팔 전체로 퍼져 무섭게 그의 전신을 짓눌러 오고 있었다.

독황후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득의의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 너를 죽이고 구류신환(九流神環)만 얻으면 된다!”

면사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봉목에 일순 독랄한 살기가 번득였다. 이어, 그녀는 주저없이 만가대유의 앞으로 선뜻 다가섰다.

(...!)

만가대유는 식은땀을 흘리며 휘청 물러났다. 그래서는 도저히 독황후를 대항할 힘이 없었다.

독황후! 그녀는 강한 여인이었다.

그녀의 심성은 이미 인간의 감정 따위를 내팽개친지 오래였다. 그녀는 사색이 된 만가대유를 향해 악독하게 웃어 보였다.

호호...! 각오해라!”

말과 함께, 그녀는 번쩍 교수를 들어올렸다.

“...!”

만가대유는 절망의 표정으로 질끈 눈을 감아 버렸다.

절대절명! 독황후의 교수가 막 만가대유의 천령개를 내려치려 할 때였다.

구 워어억! 돌연 거창한 붕음이 만상문 전체를 무섭게 뒤흔들었다.

순간,

!”

아니...!”

중인들은 일제히 안색이 하얗게 질리며 대경성을 발했다.

그때, 쏴 아! 천지를 휩쓸어 버릴 듯한 무서운 폭풍이 몰아쳤다.

그와 함께, 창공으로부터 한 마리 거대한 붕조의 그림자가 벼락같이 내리꽂히는 것이 아닌가?

쐐 애액! 그 기세는 실로 가공할 정도였다.

그 순간,

... 대천붕(大天鵬)!”

만가대유는 안색이 급변하며 숨넘어 가는 듯한 어조로 부르짖었다.

그는 죽음의 고통조차 망각한 채 온통 격동과 희열을 금치못하며 허공을 우러렀다. 비단 만가대유 뿐만이 아니었다.

오오... 대천붕이 나타나다니...!”

아아...!”

구류천종 전체가 격전을 멈추고 주체할 수 없는 감격과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닌가? 삽시에 장내는 물결처럼 술렁거렸다.

독황후, 그녀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 봉목을 한껏 치켜떴다.

... 저렇게 큰 붕조가 있었다니...!”

그녀는 두려운 눈빛으로 황급히 경계의 태세를 취했다.

그때, 콰아아...! 세찬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며 대천붕이 장내로 내려앉았다.

중인들은 경악의 표정으로 급급히 물러났다.

장내를 온통 선풍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대천붕은 이윽고 천천히 날개를 접었다.

그 순간, ! 대천붕의 등에서 군무현이 가볍게 뛰어 내렸다. 중인들의 시선은 일제히 군무현에게 집중되었다.

한데 그때,

... 당신은...!”

군무현의 얼굴을 본 독황후의 교구가 일순 쓰러질 듯 휘청 꺾여졌다.

그녀는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눈빛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하나, 경악의 눈빛은 이내 독랄한 살기로 바뀌었다. 군무현은 자신을 햐한 강렬한 눈빛을 느끼며 문득 시선을 돌렸다.

순간,

“...!”

“...!”

군무현과 독황후의 눈빛이 부딪혔다.

군무현은 독황후의 눈빛을 대하는 순간 가볍게 미간을 모았다.

(눈빛이 낯설지 않다!)

하나, 어디서 보았는지 잘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 순간,

죽인다!”

콰르 릉! 돌연 독황후가 한맺힌 교갈을 터뜨리며 군무현을 향해 번쩍 교수를 휘둘렀다.

그녀의 주위로 일순 시커먼 독강이 검은 파도처럼 휩쓸러 일어났다.

독문(毒門)인가?”

군무현은 힐끗 독황후를 주시하며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하나,

예의를 모르는 계집이군!”

위 잉! 냉혹한 일갈과 함께 그의 몸에서 시뻘건 극양강기가 불길처럼 확 퍼져 일어났다.

이어, 치지직...! 놀랍게도 그것은 독황후의 독강을 단숨에 녹여 버리는 것이 아닌가?

시커먼 연기와 함께 독강은 이내 사그러들었다.

()은 불()과 극성이 아닌가?

... 이런...!”

자신의 공격이 어이없이 무산된 것을 본 독황후, 그녀는 부르르 교구를 떨며 분노와 살기로 뒤범벅되었다.

다음 순간,

독종황후뢰(毒宗皇后雷)! 오독추혼독강지!”

그녀는 악에 받친 음성으로 잇달아 교갈을 내질렀다.

그와 함께, 파츠츠츠... 파파팟! 쉼쉴 틈도 없이 그녀의 독랄한 공세가 연이어 펼쳐졌다.

일시지간 장내는 비릿하고 시커먼 독무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 광경에 군무현은 마침내 분노했다.

천방지축이군!”

그는 냉혹한 안색으로 번쩍 장을 치켜들었다. 그가 맹렬히 일장을 내려치는 순간, ! 문득 대천붕의 등에서 또 한 명의 인영이 쾌속한 속도로 쏘아져 내렸다.

위 잉! 그 인영은 장내로 날아듬과 동시 투명한 옥수(玉手)를 섬전같이 휘둘렀다.

한순간, 콰쾅 짜자작...! 그녀의 교수에서 천지를 얼려버릴 듯한 극강한 극음강기가 쏟아져 나왔다.

직후, 쿠 쿵!

!”

둔중한 음향이 들썩 사위를 뒤흔듬과 함께 날카로운 여인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독황후, 그녀는 일순 튕기듯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대천붕에서 내려서며 눈부신 일격으로 독황후를 날려버린 인영, 그녀는 바로 빙백염후였다.

그것은 실로 예기치못한 갑작스런 사태였다.

그 순간,

궁주님!”

스슥! ! 독황궁의 노인들은 급급히 외치며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은 가까스로 허공에서 독황후의 몸을 받아 안았다.

... 두고 보자!”

그자들은 장내를 향해 원한의 음성으로 이를 갈며 외쳤다.

이어,

독황궁도들은 물러가랏!”

그자들 중 한 명의 노인이 신속히 지시했다.

그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휘 휘르르... 독황궁의 인물들은 물밀 듯이 만상곡을 빠져나갔다.

냉혹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주시하고 있던 군무현, 문득 그는 빙백염후를 향해 말했다.

염후, 저자들도 모조리 쫓아내시오!”

그는 혈륭마찰과 흑도십팔절(黑道十八絶) 중 천사회(天邪會)의 인물들을 가리켰다.

“...!”

그의 말에 빙백염후는 희미한 미소와 함께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순간, 휘 잉! 그녀의 빙옥같은 교수가 선을 긋듯 허공을 갈랐다.

그러자, 콰르르 릉! 천지를 얼려버릴 듯한 극렬한 한기가 전면의 마도(魔道)들을 휩쓸어갔다.

직후,

케 엑!”

크아악!”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잇달아 터져올랐다.

그 순간,

... ... 무후(武后)!”

... 달아나자!”

마도들은 사색이 되어 외치며 다투어 곡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하나,

...!”

으아 악!”

달아나던 혈륭마찰과 천사회의 인물들은 삽시에 전신이 얼어붙어 빙인(氷人)이 되어 나뒹굴었다.

그때, 빙백염후는 꽁무니가 빠져라 달아나는 나머지 마도들을 향해 재차 교수를 치켜들었다.

하나,

염후! 되었소.”

군무현이 가볍게 손을 저어 그녀를 제지했다. 그러자, 빙백염후는 마치 말 잘 듣는 어린아이처럼 순순히 손을 거두는 것이었다.

이어, 스슥...! 그녀는 유연하게 교구를 움직여 군무현의 뒤에 그림자처럼 시립했다.

바로 그때,

... 지존(至尊)!”

돌연 만가대유가 군무현의 앞에 오체복지하여 격동의 음성으로 외쳤다.

그에 이어,

지존!”

지존을 뵙습니다!”

전 마상문도들이 일제히 군무현을 향해 오체복지하는 것이 아닌가?

그 갑작스런 사태에 군무현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하여 본인을 지존(至尊)이라 하시오?”

그는 만가대유를 부축해 일으키며 의혹의 표정을 지었다.

대천붕(大天鵬)을 타고 오셨으니 구류지존(九流至尊)이 되십니다.”

만가대유는 온통 감회와 격동을 금치못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군무현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머쓱한 기분을 느끼며 문득 만가대유의 상처로 눈길을 돌렸다.

연유는 잘 모르겠으나 우선 독기(毒氣)부터 제거해야겠소!”

만가대유의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는 이미 독기가 상반신으로 완전히 퍼져 상체가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군무현, 그는 몸을 굽혀 만가대유의 맥문을 쥐었다.

그와 함께, 그는 전신에 태양천화굉염신공을 일으켰다.

우르르... 위 잉! 그의 전신은 순식간에 시뻘건 극양지기에 휩싸였다.

순간,

!”

만가대유는 온 몸이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극렬한 통증을 느끼며 입술을 악물었다.

츠츠... ... 파팟! 강맹한 극양지기는 순식간에 만가대유의 몸속으로 퍼지는 독기를 태워나갔다.

그때마다 만가대유는 엄청난 고통에 몸을 떨었다.

하나, 그는 고통 가운데서도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 역시... 지존이시다!)

짙은 감회와 격동이 고통마저 깡그리 잊게했기 때문이다.

 

구류대전(九流大殿)!

 

얼마전 만가대유가 앉아있던 바로 그 대전이었다.

대전의 중앙, 만가대유가 앉아있던 태사의에는 군무현이 앉아 있었다.

군무현의 뒤, 빙백염후가 여전히 그림자처럼 다소곳이 시립해 있었다.

그때, 문득 대전의 문이 열리며 만가대유가 대전 앞으로 들어섰다. 그는 하나의 두루마리를 손에 들고 있었다.

지존! 이것을 받으십시오!”

그는 군무현의 앞에 무릎을 꿇며 들고 있던 두루마리를 공손히 받쳐올렸다.

고맙소!”

군무현은 두루마리를 받아들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문주, 예가 과하오. 편히 앉으시오!”

감사합니다!”

그제서야 만가대유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군무현은 말없이 두루마리를 펼쳐들었다. 그곳에는 갑골문자로 다음과 같이 쓰여져 있었다.

 

<승붕래자(乘鵬來者) 즉지존야(卽至尊也)!>

<()을 타고 오는 자() 곧 지존(至尊)이다.>

 

내용인즉 이러했다.

“...!”

군무현은 안색이 일변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는 구류천종(九流天宗)의 지존이 된 것이 아닌가?

그때, 만가대유가 공손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구류천종 천오백 년 전에 세워져 오직 한 분만을 기다리며 은인자중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군무현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류천종 역사가 소림(少林)보다 깊단 말인가?)

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것은 실로 놀라운 사실이었다. 이는 무림에서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는 비사(秘事)였으니...

만가대유는 군무현의 심중을 헤아린 듯 다시 설명했다.

조사(祖師)께서는 만상자(萬像子)라는 분으로 천년을 내다보실 수 있는 분이셨습니다!”

만상자(萬像子)...!”

군무현은 의아한 음성으로 나직이 뇌까렸다. 그로서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만가대유는 계속 말을 이었다.

만상자께서는 혈천종(血天宗)의 저주가 천오백 년 후에 다시 천하를 혈풍속으로 몰아 넣으리라는 것을 예상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때 지존께서 혈천종의 저주를 막으실 기반이 되도록 은밀히 구류천종을 세우신 것입니다!”

“...!”

묵묵히 만가대유의 말을 듣고 있던 군무현은 문득 의혹이 솟구쳤다.

(천오백 년 전이라면 혈천종(血天宗)과 동시대(同時代)가 아닌가? 그렇다면... 만상자는 혈천종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만가대유를 주시했다.

만가대유는 엄숙한 신색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속하들은 일천오백 년을 한결같이 현신만을 기다려 왔습니다!”

군무현의 안색도 절로 숙연해졌다.

(천오백 년... 장구한 세월이다!)

그는 구류천종의 충성스런 일념(一念)에 감탄과 아울러 경외감이 우러났다.

그때, 만가대유는 문득 품속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 군무현에게 바쳐 올렸다.

이것이 당금 폐문의 조직을 기록한 것입니다!”

“...!”

군무현은 말없이 책자를 받아들었다.

 

<구류천세록(九流千世錄)!>

 

두꺼운 책자의 표지에는 그와 같은 글씨가 일필휘지의 서체로 쓰여져 있었다.

구류천세록의 첫장을 넘기던 군무현,

으음...!”

문득 그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과연, 그 안에는 어떤 놀라운 내용이 담겨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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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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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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