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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三 章

 

                        千二百年前美人

 

 

 

우르르... 위 잉!

엄청난 진동음과 함께 시뻘건 불길의 회오리가 지하광장을 가득 메웠다.

하나, 그 광휘는 이내 청색(靑色)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그 빛은 점점 백색(白色)을 띄기 시작했다.

신비로운 청백색의 광휘로 바뀐 것이다.

한순간, 스스스...! 지하광장을 뒤덮었던 청백색의 광휘가 안개 걷히듯 모두 사라졌다. 그러자 드러나는 광경.

군무현, 그는 지금 용암 위에 둥실 떠 있었다.

무쇠라도 녹여버리는 용암의 살인적인 열기에도 그는 조금도 뜨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부글... 부글... 바로 그의 발 아래서 엄청난 기세로 끓고 있는 용암. 하나, 그는 맹렬한 용암의 열기도 군무현의 머리카락 한올조차 태우지 못했다.

문득, 군무현은 고개를 흔들며 씁쓸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태양천화굉염신공을 구성(九成)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구나!”

!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태양천화굉염신공의 구성 성취, 직접 그것을 창안한 태양천제가 최후로 오른 경지가 바로 그것이 아니던가?

한데, 군무현은 이미 그 구성의 경지에 오른 것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중얼거렸다.

내가 아무리 태양신맥을 지녔다고는 하나 일조일석(一朝一石)에 들 수는 없지. 청백지경에는 수월하게 이르렀으나 백광지경(白光之境)에 들려면 더욱 분발해야 한다!”

이어, 스슥! 그는 가볍게 몸을 움직여 태양천제의 앞으로 내려섰다.

(이런 분이라면 사부(師父)로 모시기에 충분하다!)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존경의 눈으로 태양천제를 우러러 보았다.

노선배님! 후배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다시 들르게 되면 유체를 중원으로 모실 것입니다!”

군무현은 태양천제를 향해 공손히 구배(九拜)를 올렸다.

이어, 그는 문득 생각난 듯 중얼거렸다.

묵빙현하라고 했던가? 이런 기연을 얻게해준 그녀에게 감사해야 겠군!”

그는 고소를 지으며 옆의 석벽을 향해 다가갔다.

다음 순간, 그는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콰 쾅! 불과 삼성의 태양천화굉염신공을 사용했을 뿐이건만 그의 일장에 삼장 두께의 화강암의 석벽이 엿가락처럼 녹아버렸다.

이윽고, 군무현은 뻥 뚫려버린 전면을 향해 성큼 들어섰다.

한데, 석벽 안으로 들어서던 군무현, 일순 그는 흠칫하며 몸이 굳어졌다.

실로 엄청난 한기가 전신을 짓쳐드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태양천화굉염신공을 익힌 군무현마저도 전신이 으스스하게 떨릴 정도의 지독한 한기,

대단하군!”

군무현은 무심히 중얼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석벽 안, 그곳은 방대한 넓이의 또 다른 광장이었다.

본시, 이곳은 극히 화려한 전각의 내부였다.

한데, 놀랍게도 광장 전체는 온통 두터운 얼음으로 뒤덮여 있지 않은가?

이곳이 광한전(廣寒殿)인가?”

군무현은 주위를 둘러보며 광장의 중앙으로 다가갔다.

한데 그 순간,

!”

갑자기 군무현의 시선이 굳어졌다. 그의 두 눈은 한껏 부릅떠졌다.

광장의 한쪽, 만년빙옥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화려하고 넓은 침상이 놓여 있었다.

한데, 침상 위, 한 명의 전라여인이 잠자듯 반듯이 누워있지 않은가?

그 여인을 본 순간,

...!”

갑자기 군무현의 눈빛이 야수처럼 변하며 욕정으로 이글거렸다.

우물(尤物)!

침상 위의 여인은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더 이상 형용할 수 없는 극치의 완벽한 미()를 지닌 여인, 그녀의 얼굴은 신()이 빚어낸 걸작품 중 가장 아름다왔으며 그 몸매는 가히 뇌살적이었다.

사정없이 영혼을 뒤흔드는 신비한 마력(魔力)이 여인의 전신에서 폭발하듯 흘러나오고 있었다.

군무현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갖고 싶다!)

그는 오직 그 한 가지 생각밖에 할 수가 없었다.

온통 눈앞을 가득 채우는 현란한 여인의 나체, 군무현은 참을 수 없는 충동으로 뜨겁게 피가 끓어 오름을 느꼈다.

!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금을 통해 가장 강한 사법(邪法)에 걸려들고 만 것이다.

 

나환섭밀대법(裸幻攝密大法)!

 

상고시대 현녀(玄女)가 황제(皇帝)의 총애를 자신에게 묶어두기 위해 만든 사이한 대법, 그것은 이미 천년 이전에 실전된 것이었다.

여인을 천하무적(天下無敵)으로 만들어주는 대법(大法),

 

으으...!”

군무현은 미처 경계할 틈도 없이 나환섭밀대법(裸幻攝密大法)에 걸려들고 말았다.

사내라면 누구도 이 대법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더구나, 군무현은 극양지기가 넘쳐 흐르는 피끓는 나이의 청년이 아닌가?

 

호호호... 정랑 어서 오세요!

 

군무현의 귓전에 자극적인 여인의 교소가 들려왔다.

사내의 본능을 자극하는 끈끈한 유혹성.

... 보라! 침상 위의 나녀가 몸을 일으키며 뇌살적인 교태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

군무현은 터질듯한 본능적인 욕구에 두 눈을 부릅떴다.

그의 안색은 고통으로 이지러졌으며 부릅뜬 두 눈에는 핏발이 섰다.

그 순간, 화르르르...! 그의 몸 속에서 가공할 극양지기가 불붙듯 확 일어났다.

뜨거운 본능의 욕구가 태양천화굉염신공을 불러 일으킨 것이었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우르르... 쿠릉...! 태양천화굉염신공은 군무현이 일보를 움직일 때마다 배로 강해졌다.

마침내, 화르르... 콰 쾅! 태양천화굉염신공은 청백지경에 이르렀다.

그 가공할 열기는 광한전의 만년빙을 모조리 부수어 버렸다.

천행(天幸)이랄까?

쿠 쿵! 때마침 집채만한 얼음덩이가 군무현의 머리 위로 와르르 떨어져 내렸다.

파파팍! 얼음덩이는 군무현의 일장 위에서 박살나 흩어졌다.

하나, 파 팍! 한덩이의 얼음조각이 군무현의 어깨를 벼락같이 후려치며 녹아내렸다.

!”

극히 짧은 순간 군무현은 비명과 함께 정신을 차렸다.

(내가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그는 자신의 추태에 당황했다. 이어, 그는 눈앞의 나녀를 노려보며 분노의 표정을 지었다.

... 계집들의 몸뚱이에 정신을 잃다니...!”

그는 입술을 악물며 알몸의 미녀를 노려보았다. 하나, 이내 그의 눈빛이 다시 격렬하게 흔들렸다.

... ...!”

그의 입에서는 절로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침상 위의 나녀, 그녀가 펼치고 있는 사법(邪法)은 고금제일(古今第一)이었다.

어떠한 경우도 사내라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불가항력의 대법,

한순간,

크윽...!”

군무현은 자신의 혀를 질끈 깨물었다.

강렬한 여체의 유혹과 본능의 충동을 이겨내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골수까지 파고드는 고통이 다소의 이성을 회복시켜 주었다.

군무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스스로를 질책했다.

군무현아! 하찮은 계집의 유혹에도 벗어나지 못하면서 어찌 천하 위에 서려 하느냐?”

다음 순간, 그는 나녀의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던져진 도전을 피하지 않는 것이 적룡세가의 법()! 이 계집의 사이한 술수를 꺾어 나의 의지를 시험하리라!”

그는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눈앞의 여인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육감적이고 뇌살적인 여인의 나신, 그것은 너무도 강렬한 유혹이었다.

...!”

문득 군무현의 입가로 주르르 피가 흘러내렸다.

다시 한차례 그는 자신의 혀를 깨문 것이다.

여체의 유혹을 극복하기 위한 고통은 차라리 처절할 정도였다. 그것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으며 군무현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 겪는 가장 어려운 시련이라 할 수 있었다.

(... 당장이라도 저 몸을 안아버리고 싶다!)

충혈된 군무현의 두 눈에 강렬한 욕념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하나, 그는 끝내 한치도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이 강시같은 계집과의 싸움은 백년 면벽하는 것보다 더한 효능이 있다!)

군무현은 치미는 욕정을 간신히 억제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침상 위의 나녀, 그녀는 여전히 잠자듯 반듯이 누워 있었다. 하나, 그 모습은 군무현의 시야에 끝없는 환상과 자극적인 요기(妖氣)를 불러일으켰다.

“...!”

군무현의 몸은 그 자리에 굳어진 듯 미동도 없었다.

화르르르...! 다만 태양천화굉염신공의 극양지기만이 만상을 재로 만들어 버릴 듯 극렬하게 일어날 뿐이었다.

한데, 그때였다. 돌연 잠자듯 감겨져 있던 나녀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와 함께, 파파앗! 그녀의 두 눈에서 가공스런 백광(白光)이 소나기처럼 작렬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슥...! 침상 위의 여인은 고혹한 자태로 스르르 나신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순간,

(!)

군무현은 눈앞이 아찔해짐을 느꼈다.

눈이 빙글빙글 돌아갈 정도로 현란하고 성숙한 여체, 여인이 몸을 일으킴에 따라 앞가슴의 풍만한 유방이 자극적으로 출렁거렸다.

그녀는 강렬한 백광이 이는 시선으로 군무현을 주시했다.

“...!”

군무현은 지극히 음탕한 미소를 지으며 나녀의 알몸을 노려보았다. 하나, 자세히보면 그의 눈빛은 호수처럼 깊게 가라앉아 추호의 동요도 엿보이지 않았다.

그 눈빛을 대하는 순간, 나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한가닥 놀람의 빛이 스쳤다.

(나환섭밀대법(裸幻攝密大法)을 극()하는 사내가 있다니...!)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군무현의 한없이 고요하고 잔잔하 눈빛을 읽으며 내심 경악을 금치못했다.

(이 자는... 나환섭밀대법에 걸려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것을 터득하고 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부르르르...! 나녀의 교구가 뇌전을 맞은 듯 전율을 일으켰다.

그렇다. 군무현, 그는 놀랍게도 나녀가 펼친 나환섭밀대법을 스스로 깨우치고 있었다.

지극한 고통과 싸운 그 짧은 순간에, 알몸의 여인, 그녀는 군무현의 무서운 의지와 능력에 경악하면서도 결코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야욕은 천하(天下)보다 컸기에,

(태양천제(太陽天帝)보다 열배 더 강해질 수 있는 자다. 이자의 영혼을 나의 것으로 취한다면 나는 천년을 더 살 수 있다!)

나녀는 탐욕과 기대의 눈빛으로 군무현을 주시했다.

아아! 이 얼마나 경악할 사실인가? 대체 이 여인은 누구란 말인가?

그녀를 일컬어 세인들은 고금제일미(古今第一美)라 불렀다.

그것 말고도 그녀의 일신에 붙여진 영예로운 이름이 또 한 가지 있었다.

고금최강(古今最强)의 여고수(女高手)! 천하를 통틀어 가장 강했던 여인이 바로 그녀였다.

()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여인최고봉(女人最高峯)!

더구나, 그녀의 미모 또한 고금제일이었으니 이 얼마나 영예스러운 일인가?

하나, 인간은 태어나서 언제가 한 번은 죽는 법, 죽음은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여인, 그러나 고금최강이라 불린 이 여인은 죽음을 거부했다.

그녀는 죽음 직전에 배교의 사술(邪術)을 스스로 시전했다.

그것은 인세에 존재하는 최고의 사법이었다.

인간을 장구한 세월동안 가사상태로 잠들게 하는 비술(秘術), 그 비술로 여인은 무려 일천이백년의 세월을 가사상태로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바로 오늘. 운명(運命)이 그녀를 깨워 일으켰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군무현의 태양천화굉염신공이 그녀를 가사상태에서 깨어나게 만든 것이었다.

그녀의 명호는 빙백염후(氷魄艶后)!

천이백년 전 사람들은 그녀를 그렇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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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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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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