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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二 章

 

                      太陽天火經

 

 

 

동굴 안! 그곳은 통로며 사면 벽이며 할것없이 모두 만년빙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동굴 속을 전진하던 군무현, 문득 그는 채 십장을 들어가지 못해 흠칫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동굴의 중앙, 한 명의 인물이 투명한 얼음에 둘러싸인 채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일신에 홍포를 걸친 위맹한 인상의 노인,

“...!”

군무현은 강렬한 기광을 발하며 홍포노인의 시신 앞으로 다가섰다.

순간, 그의 두 눈이 번뜩 빛났다.

죽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

홍포노인, 그는 이미 죽었으나 너무도 생생한 모습이었다.

첫눈에 보기에도 그는 강렬한 기질이 물씬 풍겼으며 과격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뇌신(雷神)을 연상케 하는 인물,

(보아하니 중원인(中原人)인 듯 한데... 어쩌다 이런 곳에서 죽었단 말인가?)

군무현은 미간을 모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그때, 시선을 옆으로 돌리던 그는 흠칫했다. 홍포노인이 쓰러져 있는 얼음바닥, 그곳에 깎은 듯한 글씨가 패여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죽음이... 다가온다. 후일... 이 빙백마동(氷魄魔洞)의 한기에 얼어 죽지 않는 자가 이곳에 들기를 빌며... 화룡거사(火龍居士)가 적는다...!

 

화룡거사(火龍居士)!”

군무현은 경악으로 눈을 크게 떴다.

 

화룡거사(火龍居士)!

이미 백년 이전에 죽었다고 알려진 신비기인, 신분이나 출신, 무공 정도가 완전히 신비에 가려져 있어 행적 또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한데, 그런 절세기인이 천빙애의 한 빙동(氷洞)에서 빙인(氷人)으로 발견된 것이 아닌가?

군무현, 그는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으나 이 동굴 안에는 살인적인 한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가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물론 천하에서 가장 막강한 체질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군무현의 눈길이 다시 바닥으로 향했다. 화룡거사의 글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노부 화룡거사는 태양천문(太陽天門)의 제 삼십일대 전인이며 태양천문의 조사(祖師)는 태양천제(太陽天帝)라는 분의 후손이다!

 

... 태양천제(太陽天帝)!”

군무현은 눈을 크게 뜨며 경악의 외침을 터뜨렸다.

 

태양천제(太陽天帝)!

 

이 얼마나 놀라운 이름인가?

고금무적(古今無敵)의 십대고수들, 태양천제(太陽天帝)는 바로 천지십강(天地十强)의 일인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그는 천지십강 중에서도 최강(最强)으로 불리던 삼인 중의 일인 이기도 했다.

삼인(三人)의 강자, 그들을 일컬어 다음과 같이 칭했다.

 

천외삼대천(天外三大天)!

혈천종(血天宗)!

태양천제(太陽天帝)!

빙백염후(氷魄艶后)!

 

그들은 모두 천년 이전의 전설적인 인물들이었다.

태양천제는 바로 그 천외삼대천(天外三大天) 중의 일인이었다. 동시에, 그는 빙백염후(氷魄艶后)와는 상극이었다.

최강의 적()과 동시대의 공존해야 했던 불운한 영웅(英雄).

그의 글은 계속 이어졌다.

 

조사 태양천제(太陽天帝)께서는 빙백염후(氷魄艶后)와 동귀어진하셨다. 하나, 두분이 동귀어진하신 곳이 빙백궁의 주위라고만 알려졌을 뿐 누구도 두 분의 유해를 거두지는 못했다...

 

군무현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양천제와 빙백염후, 그들은 모두 일천이백년 전의 인물들이었다.

세인들의 기억 속에 이미 잊혀져간 고인들, 그들은 어느해 동시에 무림에서 사라졌다.

 

그 이후로 일맥(一脈)으로 이어져 내려오던 우리 태양신문(太陽神門)은 조사님의 유해를 거두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나... 결국 빙백궁의 방해로 인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게 되었으며 마침내는 빙백궁과 세불양립(世不兩立)의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본문과 빙백궁의 수뇌들은 매 이십년 마다 비밀리에 대결을 벌여왔다. 본 거사(居士)도 소의빙파(素衣氷婆)와 겨루다가 천빙애가 허물어져 이곳으로 추락한 것이다...

 

거기에서부터 글씨는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군무현은 시선을 집중하여 나머지 글을 읽어 내려갔다.

 

죽음이... 다가온다. 죽음을... 두려워 하는 것은 아니나, 인세(人世)에 태양일맥(太陽一脈)의 후사를 정해놓지 못한 것이... ()이 될 뿐... 이 글을 읽는 자는... 동천목(東天目) 광양동부(廣陽洞府)에 가서... 태양... 일맥의 뒤를 이어주기를...!

 

화룡거사의 글은 거기에서 끝나 있었다.

사력을 다하여 쓴 것인 듯 끝부분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했다.

다 읽고난 군무현, 그는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결국 빙백궁은 빙백염후의 후예들이 세운 문파였군!”

그는 얼음 속에 둘러싸인 채 죽어있는 화룡거사를 주시했다.

문득, 그의 얼굴에 어떤 결의의 빛이 떠올랐다.

거사의 심원을 풀어드리겠습니다. 후배가 이곳을 나가게 되면 기재(奇才)를 찾아 태양천문의 후사를 이어줄 것입니다!”

그는 화룡거사를 향해 다짐했다.

이윽고, 그는 눈을 돌려 동굴의 안쪽을 바라보았다.

동굴의 안쪽, 그곳에는 빙동 내부의 얼음들이 서로 눈부신 빛을 반사하며 신비한 광휘를 뿌리고 있었다.

그 광경은 실로 경이로웠다.

군무현은 잠시 멍하니 그 아름답고 신비한 광경을 주시했다. 이어, 그는 비로소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깨닫고는 고소를 지었다.

달리 길이 없다. 동굴을 따라갈 수밖에...!”

이어, 그는 화룡거사의 시신을 지나 동굴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굴의 통로는 끝도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렇게 천여장 정도 들어갔을까?

문득, 주위의 벽과 통로를 덮고있던 얼음이 사라졌다.

대신, 시커먼 입을 쩍 벌린 화강암의 동굴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군무현은 흠칫하며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열기가 느껴진다!)

과연, 동굴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차 훈훈한 열기가 느껴졌다.

(용암이 흐르는 길이 이 주위에 있는 듯하다!)

군무현은 눈을 빛내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그로부터 다시 천여장을 더 나아갔다.

그러자, 처음에는 훈훈하게 느껴지던 열기가 갈수록 강렬해지며 동굴 안을 뜨겁게 달구는 것이 아닌가?

한순간,

“...!”

군무현은 흠칫하며 눈썹을 모았다. 그의 전면, 시뻘건 광휘가 일렁이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지하화산(地下火山)이다!)

군무현은 내심 중얼거리며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다시 얼마쯤 더 나아가자 하나의 넓은 광장이 나타났다.

엄청난 규모의 지하광장!

그 중앙, 방원 이십장의 거대한 웅덩이가 파여져 있었다.

한데, 부글... 부글... 우르릉...! 지금 그 거대한 웅덩이는 온통 뒤집혀질 듯 진동을 일으키며 들끓고 있었다.

시뻘건 용암, 끓고 있는 것은 물론 용암이었다.

매케한 유황 연기가 온통 지하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용암의 열기는 실로 가공할 정도였다. 쇠를 녹여버릴 듯한 엄청난 열기.

하나, 군무현은 별로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몸속에는 극렬정뇌수의 극랭한 기운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광장 안으로 접근했다.

한데,

“...!”

일순 그는 흠칫하며 멈추어 섰다.

용암이 들끓고 있는 웅덩이 건너편, 누군가 정좌한 자세로 굳은 듯이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다음 순간, 스슥...! 군무현은 유황연기를 뚫고 순식간에 웅덩이 건너편으로 날아갔다.

홍포노인, 그는 이미 오래 전에 좌화한 상태였다.

하나, 그 모습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을뿐더러 지금도 살아 있는 듯 생생하게 느껴졌다.

또한, 그의 전신에서는 숨막히는 엄청난 기도가 뻗치고 있었다.

(화룡거사보다 백배 뛰어난 기도가 아닌가?)

군무현은 홍포노인을 주시하며 경악을 금치못했다.

엄청난 패도지기(覇道之氣)에 완전히 압도 당하는 기분이었다.

한동안 군무현은 홍포노인의 시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그는 홍포노인의 앞에 놓여있는 하나의 옥함을 발견했다.

미생 군무현! 결례를 범하겠습니다!”

군무현은 홍포노인의 시신을 향해 공손히 일배를 했다.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옥함을 들어 뚜껑을 열었다.

옥함 안, 한 권의 앙피지 책자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책자와 함께 하나의 검붉은 빛을 띈 륜()이 나란히 들어 있었다.

군무현은 기광을 빛내며 옥함 안의 륜을 집어들었다.

순간, 그의 안색이 일변했다.

(족히 삼백근은 나가겠군!)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륜의 무게는 실로 엄청났다. 하나, 무게에 반해 그 크기는 한 자가 채 안되는 소형(小形)이었다.

기이한 점은 또 있었다. 그것은 륜()이 분명했으되 날이 없지 않은가? 또한, 그것에서는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군무현은 기이함을 느끼며 륜을 내려놓았다.

이어, 이번에는 양피지로 된 비급을 집어들었다.

비급은 몹시 낡아 있었으며 표지에는 고전체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태양천화경(太陽天火經)!>

 

순간, 군무현의 안색이 급변했다.

... 혹시... 이분이 바로...!”

그는 경악의 표정으로 급히 비급의 겉장을 넘겼다.

그곳에는 역시 고전체로 웅휘한 필체가 적혀 있었다.

 

태양천제(太陽天帝)가 남긴다!

그 첫줄을 본 군무현, 그는 흥분과 격동을 금치못했다.

... 역시...!”

그는 가슴이 세차게 쿵쾅거림을 느꼈다.

 

태양천제(太陽天帝)!

 

그 엄청난 이름 앞에 격동하지 않을 자 누가 있겠는가?

이윽고, 군무현은 격동하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다음 글을 읽어내려 갔다.

 

中略... 빙백염후와 본제(本帝)는 피차간에 희생치 못할 중상을 입었다. 그리하여 본제는 이곳 천화부(天火府)로 왔고 빙백염후는 후면의 광한전(廣漢殿)으로 들었다. 연자(緣者)는 우선 이곳에서 본제의 유학을 익힌 뒤 광한전으로 들라. 빙백염후가 한 가지 사이한 대법(大法)을 펼쳐 놓았음을 우려해서이니라... 後略...

 

군무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사이한 대법이라고...?)

그는 내심 알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다시 태양천화경(太陽天火經)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태양천화경!

그것의 맨 앞부분에는 고금최강의 극양기공이 실려 있었다.

 

태양천화굉염신공(太陽天火轟焰新功)!

 

이것이 그 극양기공의 이름이었다.

태양(太陽)과도 같은 극양지기를 일으키는 신공!

태양천화굉염신공이 극에 이르면 일백장을 초토로 만들 수 있다. 그것은 연성 단계에 따라 처음에는 붉은 광휘를, 구성(九成)에 이르면 청백색의 신비한 광채를 발휘한다.

그리고, 십이성에 이르면 그것은 눈부신 백색광휘를 나타낸다.

십이성의 경지, 그것은 만년한철 조차 단번에 재로 만들어 버리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한다.

하나, 결코 그것은 범인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극고한 경지였다. 그것은 태양천제가 남긴 글로도 명백히 알 수 있었다.

 

본제도 청백(靑白)의 광염을 일으키는 경지밖에 이르지 못했다. 태양천화굉염신공을 백광지경(白光之境)으로 연마하기 위해서는 신체적인 특징을 요한다. 선천적으로 극양신맥(極陽神脈)을 지니고 있어야만 한다.

 

그것을 읽은 군무현, 그는 하늘이 내린 절묘한 안배에 감사함을 느꼈다.

마치 나를 위해 창안하신 신공처럼 느껴지는군!”

군무현이야말로 천지지간에서 가장 강한 극양신맥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희세의 기절맥을 소유한 군무현, 고금최강자였던 태양천제는 그를 위해 모든 것을 안배해 놓은 듯했다.

군무현은 기대와 흥분을 누르며 다음의 신공을 훑어 보았다.

 

태양천뢰폭(太陽天雷爆)!

 

태양천화굉염신공을 한군데로 집약, 일거에 쳐내는 수법이다. 태양천화굉염신공만으로도 일백 장을 초토화로 만들 수 있거늘 이를 집약하여 쳐낸다면 가히 그 위력을 상상하고도 남으리라.

 

군무현은 태양천제의 설명을 읽으며 혀를 내둘렀다.

태양천제 노선배님을 특별히 천외삼대천(天外三大天)에 두신 이유를 알것같다. 수라혈영파천무가 강하되 결코 태양천뢰폭(太陽天雷爆)과 비교될 수는 없다!”

그는 태양천제에 대해 절로 존경심이 우러났다.

이어, 그는 다시 비급으로 눈길을 돌렸다.

태양천화경 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꼽히는 무공, 가장 강한 신공절기는 바로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태양굉폭겁멸륜(太陽轟爆劫滅輪)!

 

이는 바로 옥함 속에 들어 있는 륜, 즉 태양굉폭륜(太陽轟爆輪)으로 펼치는 무공이었다.

그것은 인간의 절기가 아니었다.

()의 미증유의 힘이 천지 밖으로 쏟아지며 펼쳐지는 가공할 절기, 태양굉폭겁멸륜이 펼쳐지는 순간 천하에는 또 하나의 태양(太陽이 생기리라.

그 위력은 가히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군무현은 그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 어찌 인간이 이런 힘을 발휘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경악을 금치못하며 망연자실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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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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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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