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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九 章

 

                   鳳凰玉簫奇緣

 

 

 

오빠!”

하오미는 활짝 웃는 얼굴로 뛸 듯이 기뻐하며 군무현ㅇ게 다가왔다.

군무현은 묵묵히 적룡검을 검집에 꽂았다. 그때, 그의 주위로 만수족의 인물들이 우르르 몰려 들었다.

그들의 눈빛은 경외지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돌연히 나타나 그들이 상대치 못하는 독응들의 무리를 단숨에 물리쳐준 군무현, 그를 천신(天神)으로 우러러 보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그때, 하오미가 문득 군무현의 옷자락을 가볍게 끌며 말했다.

인사하세요. 이분이 소녀의 아버님 이세요!”

그녀는 백발노인, 즉 하고타(河古陀)를 소개시켰다.

군무현이오이다!”

군무현은 포권하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하고타는 감격스러운 눈으로 군무현을 주시하며 감사를 표했다.

하고타라 하오. 폐족(弊族)의 위난을 구해주셔서 무어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무르겠구려!”

불의(不義)를 보면 징계하는 것이 도리이오. 예를 거두십시오!”

군무현은 대수롭지 않은 듯 무감정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냉담했으나 정중하고 겸손했다.

하오미는 두 사람이 인사를 주고받자 이번에는 예의 미소부를 소개했다.

이분이 소녀의 새언니에요!”

군무현은 무심히 미소부를 바라보았다. 나이는 이십 육칠세 정도, 첫눈에 확 띄는 빼어난 미인이었다.

원래 그녀는 당대 족장이던 하오랍의 부인이었다. 하나, 하오랍이 불의의 사고로 타계하자 어린 딸과 함께 독수공방하고 있는 처지였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크고 아름다운 두 눈에는 짙은 우수의 빛이 촉촉히 젖어 있었다.

미소부는 군무현을 향해 다소곳이 예를 취했다.

천녀의 딸 아이를 구해주셨으니 이 은혜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그녀는 행여 놓칠세라 꼭 품어 안은 어린 아이를 바라보며 진정으로 감사의 빛을 보였다.

군무현은 고개를 저었다.

은혜라 할 수 없는 일이오. 본인은 부인의 예를 받을 수 없소!”

순간, 미소부는 무형강기에 의해 굽혔던 허리가 펴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하고타가 온통 기쁨에 넘치는 음성으로 수하들을 향해 외쳤다.

, 무엇을 하느냐? 우리 만수족을 구해주신 대은인을 위해 성대한 잔치를 벌여야 하지 않겠느냐? 어서 준비하도록 하라!”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와아!”

만수족의 인물들은 일제히 환성을 터뜨렸다.

군무현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과분한 대가를 원치 않는 성격이었다.

하오미는 기쁨의 미소를 듬뿍 머금은 채 군무현을 올려다 보았다.

하나, 애석하게도 군무현의 표정은 무심했다.

시종일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얼굴, 하나, 그런 그의 얼굴은 분명히 매력적이었다.

“...!”

하오미의 작은 가슴이 문득 쿵쾅거리며 고동치기 시작함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둥 둥! 흥겨운 북소리가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구고 있었다.

초경(初更), 때는 밤이었으나 만수곡은 대낮같이 밝은 불빛으로 흥청거리고 있었다. 큰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만수곡 내에서도 가장 호화롭고 웅대하게 지어진 가옥(家屋)! 바로 족장 하고타의 집이었다.

지금 그곳에서는 한창 대연회가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타다다닥...! 활활 장작불이 어둠을 밝히며 기세좋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 일렁거리는 불빛을 따라 돌며 몽고 여인들이 기이한 복장으로 토착의 가무(歌舞)를 펼치고 있었다.

... ...! 북소리는 장단을 맞추듯 더욱 높아지고 여인들의 춤은 보기만 해도 흥에 겹다.

연회석의 상좌, 군무현과 하고타가 성대한 음식상을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한데, 군무현의 안색은 묘하게 변해 있었다.

... ... 아빠...!”

서투른 발음으로 그를 당혹하게 만드는 어린 아이 때문이었다.

이제 세 살난 귀여운 여아(女兒), 바로 하오미의 오빠인 하오랍과 그의 미망인 나하연(羅河燕) 사이의 유일한 혈육인 소란(素蘭)은 연회가 시작될 때부터 군무현에게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사귀지도 않았는데 처음 본 그를 아빠라 부르기를 서슴치 않으며 계속 군무현을 당혹케 만드는 것이 아닌가?

소란은 엄마인 나하연으로부터 늘 들어왔다.

 

아빠는 어디 멀리 가셨단다. 곧 돌아오실거야!

 

그런 말을 들어왔기 때문이리라.

군무현을 아빠로 알고 응석을 부리는 것은, 소란은 군무현의 무릎에 앉아 앙증맞은 손가락을 들어 무엇인가를 가리켰다.

아빠... 저기... ... !”

군무현, 그는 소란의 티없이 귀엽고 맑은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끌리고 있었다. 하나, 실로 그로서는 난처한 입장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 하고타가 턱밑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소란아! 이제 그만 할아버지에게로 오너라!”

그는 소란을 향해 자애롭게 팔을 벌려 보였다. 하나, 소란은 앙증맞게도 군무현의 가슴에 바싹 매달리며 막무가내로 도리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싫어... 싫어... 아빠가 좋아...!”

그 모습은 깜찍하고 귀엽기 이를데 없었다.

군무현은 내심 고소를 지었으나 희미하게 웃었다.

놓아두십시오. 소생이 함께 놀아 주지요!”

하고타는 그 말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허허... 이거 너무 폐를 끼치는 듯하오!”

말은 그렇게 했으나 그는 몹시 흡족한 기분이었다. 손녀인 소란이 군무현을 따르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던 것이다.

연회는 차츰 무르익어갔다.

그와 함께, 밤도 깊어가고 있었다.

 

오빠! 안녕히 주무세요.”

하오미는 군무현을 침실로 안내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녀는 다소곳이 물러갔다.

군무현은 다소 술기운이 올라 있었다. 기분 좋을 정도로 적당히 취한 그는 오랜만에 마음이 훈훈했다.

오늘밤은 아무런 상념없이 깊이 잠들 수 있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침실로 들어섰다.

한데, 막 침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던 군무현, 그는 흠칫 몸이 굳어졌다.

(누군가 있다!)

그는 술기운이 확 깨는 느낌이었다. 정갈하게 정돈된 방 안, 한쪽에 붉은 비단휘장이 드리워진 침상이 놓여 있었다.

한데, 한 명의 여인이 등을 돌린 채 침상에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그대는... 누구요?”

군무현은 멈칫하며 무심한 어조로 물었다. 하나, 그의 물음에 대한 답은 없었다.

대신, 여인은 상반신을 살짝 일으켜 침상 머리맡의 촛불을 훅 불어 껐다.

순간, 군무현은 여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나하연...!)

그는 흠칫 놀라며 내심 중얼거렸다.

여인(女人), 놀랍게도 그녀는 바로 나하연, 하고타의 며느리가 아닌가?

군무현은 눈썹을 찌푸리며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부인! 대체 무슨 짓이오?”

그의 어조는 냉담했으며 그 속에는 은은한 불쾌감마저 깃들어 있었다.

하나, 나하연은 침착하고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버님께서... 은공의 잠자리 시중을 들라는 분부를 내리셨어요!”

군무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잠자리 시중이라니... 가당치 않소!”

그는 짙은 눈썹을 꿈틀하며 말했다. 순간, 나하연의 흰 어깨가 어둠 속에서 파르르 떨리는 듯했다.

하나, 그녀는 다시 조용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귀객(貴客)에게 수청을 드는 것은 이곳의 법도이니... 책망하지 말아 주세요!”

그녀의 설득력있는 침착한 어조에도 군무현은 용납지 않았다. 그는 홱 몸을 그대로 방을 나가려 했다.

한데, 그때였다.

오빠! 언니와 하룻밤 주무세요!”

문득 군무현의 귓전으로 하오미의 나직한 전음이 파고들었다.

“...!”

군무현은 그 소리에 움찔 몸을 멈추었다.

하오미는 그런 그를 설득하려는 듯 말을 이었다.

오랍 오빠는 저희 부족의 후사를 이을 아들을 낳지 못하고 타계하셨어요. 아버지께서는 오빠의 아기를 새언니가 가졌으면 하는 뜻에서예요!”

군무현은 안색이 굳어졌다. 하나, 하오미는 그의 내심을 꿰뚫어 보는 듯 분명한 어조로 일침을 가하듯 말했다.

오빠가 방을 나오시면 새언니는 수치심에 못이겨 자진하고 말거예요!”

“...!”

그 말에 군무현은 흠칫했다.

그는 힐끗 침상으로 시선을 던졌다. 과연, 나하연의 머리맡에는 한 자루의 날카로운 비수가 놓여 있었다.

그것을 보자 군무현은 당혹한 심정이 되었다. 그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였다. 실로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어쩔줄 몰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나, 이내 그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별다른 도리가 없군. 나로 인해 한 여인이 희생되는 것은 원치 않으니...!)

그는 씁쓸한 고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결심한 듯 몸을 되돌려 자신의 의복을 벗어던졌다.

삽시에 나신이 된 군무현, 그는 말없이 침상으로 올라갔다.

“...!”

군무현의 몸이 닿자 나하연은 교구를 부르르 떨엇다.

순간, 군무현은 흠칫했다.

(알몸이 아닌가?)

놀랍게도 나하연은 실오라기 한올 걸치지 않은 나신이었다.

뭉클하고 뜨거운 여체의 감촉이 그대로 군무현의 가슴에 닿아왔다.

여체를 접하는 순간, 군무현은 잠들어 있던 본능적인 욕망이 불끈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

문득, 그는 부드럽게 감겨오는 여체를 힘주어 끌어안았다.

풍만하고 농염하기 이를데 없는 여체가 그의 가슴에 가득 안겨오며 후끈한 욕념의 불길을 지폈다.

나하연, 그녀는 이미 음양(陰陽)의 이치를 아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군무현의 몇번 손길에 쉽사리 달아올랐다.

군무현도 여체를 향한 뜨거운 몰입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이 순간만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뜨겁고 끈끈한 여체의 늪속으로 정신없이 파묻혀 갔다. 갑자기, 침상이 격렬한 흔들림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 대초원의 상쾌한 아침이었다.

군무현은 단정히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나하연이 다소곳한 태도로 서 있었다.

그녀는 마치 군무현의 아내처럼 정성껏 식사 시중을 들고 있었다.

문득, 군무현은 수저를 놓으며 생각난 듯 나하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부인, 이곳에 혹시 소()나 적()이 있소?”

나하연은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이어, 그녀는 조용한 걸음걸이로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나하연은 하나의 옥함을 받쳐들고 들어왔다.

대원(大元)이 중원에 있을 때 우연히 천첩의 집안으로 흘러들어온 것이에요!”

그녀는 말과 함께 옥함을 군무현에게 내밀었다.

“...!”

군무현은 말없이 옥함을 받아들었다.

이어, ! 그는 옥함의 뚜껑을 열었다.

순간,

...!”

그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새어나왔다.

옥함 안! 오색창연한 한 자루의 옥소(玉簫)가 들어 있었다.

표면에 정교한 봉황(鳳凰)의 형상이 새겨진 그것은 한눈에 진귀한 명품임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하나, 그것은 겉보기보다 백배 더 엄청난 것이었다.

군무현은 격동과 희열의 눈빛을 지었다.

봉황옥소(鳳凰玉簫)...! 춘추시대(春秋時代)의 명기(名器)를 직접 보게되다니...!”

그의 무심하기만 하던 두 눈에 경이와 기쁨의 빛이 역력하게 떠올랐다.

군무현, 그는 천하의 음종(音宗)인 천음황(天音皇)의 음공(音功)을 얻었다.

하나, 천음황의 천미신소(天微神簫)는 그가 암습당하는 와중에 실전되고 말았다.

희대의 음공을 얻었으나 마땅한 악기가 없어 그 위력을 시험해 볼 수 없던 참이었다.

이것이면 천응족(天鷹族)의 맹금들을 몰살시킬 수 있으리라!”

군무현은 봉황옥소를 쓰다듬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 말에 나하연은 눈을 빛내며 기대의 표정을 지었다.

독응을 제거하시려는 생각이신지요?”

군무현은 대답 대신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나하연의 눈에는 그런 군무현이 도란태산보다 더 높게만 보였다.

 

만수곡이 내려다 보이는 하나의 산봉 위!

문득,

나타났어요!”

하오미가 긴장된 음성으로 나직이 외쳤다.

군무현과 하오미, 그들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산봉 위에 앉아 있었다.

지금 하오미의 봉목은 크게 떠져 있었다.

보라! 실로 엄청난 광경이었다.

도란태산의 험봉 위로 수천마리의 맹금들이 쏜살같이 만수곡을 향해 내리 꽂히고 있지 않은가?

하오미는 그 광경을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지켜보며 말했다.

어제 당한 분풀이를 하려고 자신들의 모든 맹금들을 총동원한 모양이에요!”

잘 되었군!”

군무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천천히 봉황옥소를 입에 물었다.

삘리리... 삘리...! 봉황옥소에서 이루 형언할 수 없는 환상적인 소성이 그윽하게 울려퍼졌다.

그 선율은 삽시에 도란태산을 가득 메웠다.

그 순간, 이변이 벌어졌다.

어엇! 왜들 멈추느냐? 일거에 만수곡을 휩쓸어라!”

한 마리 거대한 독응 위에 버티고 앉아있던 천응족의 족장 탑달극라, 그 자는 당황하여 눈을 부릅뜨며 맹금들을 향해 호통을 내질렀다.

봉황옥소의 소성을 들을 천응족의 맹금들이 더 이상 전진하지 않고 주춤주춤 물러섰기 때문이었다.

그때, 삘릴리... 삘리...! 부드러운 소성이 갑자기 살벌하게 변하더니 천공을 찢어 발겼다.

직후, 실로 무서운 결과가 벌어졌다.

캬 아! 크아... 크윽!

허공을 날던 독웅들이 미친 듯이 울부짖음을 토하며 거품을 물었다.

그와 함께,

... 새들이 미쳤다.”

크악!”

맹금을 부리던 인물들 또한 비명을 내지르며 나가 떨어졌다.

돌연, 맹금들은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크 악! 카오...!

서로 물고 찢고 사나운 부리로 살점을 쪼아대는 맹금들, 그 광경은 실로 처참할 정도였다.

그 바람에, 맹금의 등에 타고있던 천응족의 인물들은 급박한 비명과 함께 밑으로 추락했다.

그들 역시 맹금의 부리에 사정없이 물려 끔찍한 상처를 입은 채.

실로 그것은 삽시에 벌어진 돌연한 사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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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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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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