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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七 章

 

           妖精같은 少女

 

 

 

휘이이잉! 스스스...

바람이 분다.

활화산(活火山)이라도 단숨에 얼려버릴 듯한 혹독한 한풍(寒風).

건곤일색! 사방을 둘러보아도 온통 눈부신 백색(白色) 뿐이다.

거울처럼 맑고 투명한 얼음, 그리고 눈(), 찬란한 빙설(氷雪)의 세계가 끝간데 없이 펼쳐져 있다.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황원(荒原)!

한데, 갑자기 그 황원이 뚝 끊어지며 마치 지옥(地獄)의 입구인양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천인단애가 나타났다.

그 단애의 빙벽 위, 언제부터인가 두 명의 인물이 대치하고 있었다. 절벽을 등지고 우뚝 선 인물, 그는 칠십 정도로 보이는 홍포노인이었다.

위맹한 용모에 태양처럼 강렬한 기질을 물씬 풍기는 모습, 횃불처럼 이글거리는 그의 두 눈은 그대로 두 개 불덩이와도 같았다.

홍포노인의 삼 장 앞, 그와는 정 반대의 인상을 풍기는 백의노파가 서 있었다.

단아한 용모에 기품어린 모습, 하나, 만년빙설처럼 차디찬 한기를 풍기는 싸늘한 인상이었다.

우르르릉... 콰릉!

대치한 양인 사이에는 뇌성벽력과 함께 거대한 폭발음이 솟구쳐 올랐다.

그들은 단지 서로 대치하고 있는 것만이 아니었다. 혼신의 힘을 다한 치열한 대결, 그들은 지금 보이지 않는 거창한 무형강기로 경천동지할 내공을 겨루고 있는 중이었다.

문득, 백의노파의 뒤로 하나의 거대한 궁()이 아스라이 바라보였다.

! 그것은 놀랍게도 거대한 얼음궁전(氷宮)이 아닌가?

신화(神話) 속에서나 등장함직한 신비한 거궁.

그때,

태양천뢰폭(太陽天雷爆)!”

만겁빙백류(萬劫氷魄流)!”

양인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대갈일성이 터져나왔다.

순간, 콰르르릉... 쿠쿵!

홍포노인의 전신에서 시뻘건 용암같은 강기가 쏟아졌다.

반면, 백의노파의 양 손에서는 만년빙하(萬年氷河)가 은하처럼 쏟아져 흘렀다.

()과 극의 충돌! 일순, 천지는 파멸의 구렁텅이 속으로 함몰되고 말았다.

콰자작! 콰르릉... 퍼 펑!

()과 얼음()!

영원히 융합될 수 없는 상극의 양대기공이 서로 뒤엉켜 충돌하며 가공할 굉음을 터뜨렸다.

다음 순간, 콰르릉 쿠쿠쿠...! 빙벽 전체가 끝이 안보이는 단애 아래로 부서져 내렸다.

그와 함께,

흐윽...!”

백의노파는 새카맣게 타버린 가슴을 움켜쥐고 뒤로 나뒹굴었다. 홍포노인 역시 처참하게 박살난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는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얼굴을 지켜들며 중얼거렸다.

... 결국... 태양일맥(太陽一脈)... 영원히 사라졌다...!”

초점이 흐려진 그의 두 눈은 회의로 얼룩졌으며 만면에 허탈한 표정이 어렸다.

백의노파, 그녀 역시 희생키 힘든 중상을 입었다.

만년빙설처럼 차디찬 그녀의 얼굴에도 죽음을 따르는 초탈한 표정이 떠올랐다.

화룡거사... 노신 소의빙파(素衣氷婆)... 곧 그대의 뒤를 따라갈 것 같구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이어, 그녀는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걷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신비의 얼음궁전!

그곳을 향해, 하나, 홍포노인 화룡거사(火龍拒士)! 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영원히 일어나지 못했다.

 

X X X

 

도란태산(圖蘭泰山)!

 

새외제일악(塞外第一嶽)! 사시사철 만년빙(萬年氷)을 머리에 인 그 웅자는 무한한 신령스러움을 불러 일으킨다.

도란태산의 산록. 그곳을 넘으면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대평원이 나타난다.

대초원(大草原)! 한때 천하를 위무했던 대원제국(大元帝國)이 바로 이곳에서 일어나지 않았던가?

오시(午時) 무렵, 스슥! 문득 초원의 저쪽에 한줄기 흑영이 나타났다.

그 흑영의 신법은 마치 유성이 흐르듯 경쾌하고 절륜하기 이를데 없었다.

흰 피부에 여인으로 착각할 만큼 빼어난 용모를 지닌 미청년. 바로 군무현이었다.

성길사한(成吉砂汗)! 그 대영웅(大英雄)이 태어난 곳...!”

문득, 군무현의 가슴에 대평원처럼 넓고 벅찬 포부와 장부(丈夫)의 투혼이 불끈 끓어 올랐다.

그는 실로 오랜만에 마음껏 가슴을 열었다. 그리고 힘껏 달렸다.

대평원!

사위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푸름으로 출렁거리는 끝이 없는 대초원을 향해, 얼마를 달렸을까?

군무현의 두 눈에 아득히 구름 저편에 자리한 도란태산의 웅자가 바라보였다. 그는 도란태산의 웅자와 더불어 성길사한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 장쾌한 평원을 달리며 그는 천하를 위무할 웅심(雄心)을 길렀으리라!)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벅찬 가슴을 달래었다.

영웅(英雄)! 군무현 역시 천하보다 크고 넓은 웅심을 지닌 영웅이 아닌가?

그때, 문득 초원을 달리던 군무현의 두 눈에 멀리 아름다운 호수가 들려왔다.

군무현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쉬어가야겠군!”

! 그는 망설임 없이 호수쪽으로 몸을 날렸다. 짙은 녹음이 우거져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호수.

한데,

(!)

막 호숫가에 내려서던 군무현은 그만 기겁하고 말았다. 호수의 물은 비취처럼 맑아 바닥이 투명하게 비칠 정도였다.

한데,

랄랄라...!”

그 호수 속에 한 명의 소녀가 몸을 담근 채 목욕을 하고 있지 않은가?

군무현은 기척없이 급히 녹음 사이로 몸을 숨겼다.

소녀(小女), 그녀는 깊은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처럼 맑고 경쾌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뽀얀 우유빛 나신에 물을 끼얹고 있었다.

! 천상에서 잠시 하강한 선녀(仙女)인가? 소녀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신선한 생동감이 온 몸 구석구석 깃들어 윤택하게 빛나는 아름다움.

소녀의 피부는 빙옥(氷玉)처럼 희디 희고 맑았으며 탄력있고 미끈하게 뻗은 몸매는 어둠을 박차고 솟아오르는 연어를 연상케 했다.

촤르르르... 맑고 경쾌한 물소리, 소녀는 꽃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은 채 목욕을 하고 있었다.

마치 한폭의 그림을 보듯 아름다운 정경.

“...!”

군무현은 일순 넋을 잃고 말았다.

녹음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던 그는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름답다...!)

그는 절로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그것는 전혀 사심이 깃들지 않은 순수한 감정이었다.

전라소녀. 그녀의 아름다움이 너무도 신선하고 해맑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군무현이 지켜보고 있음을 까맣게 모르는 소녀,

촤르... ...! 그녀는 물 속에 반쯤 교구를 담근 채 목욕을 하고 있었다. 너무 맑아 투명해 보이는 물빛으로 그녀의 교구는 선연하게 비쳐보였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카 아! 돌연 모골이 송연해지는 맹금(猛禽)의 울음소리가 주위를 찢어 발겼다.

순간,

!”

소녀는 안색이 급변하여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보라! 쐐 액! 그런 그녀를 향해 허공으로부터 한 마리 거대한 독응(毒應)이 순식간에 내려꽂히는 것이 아닌가?

양 날개를 편 길이가 무려 사장에 이르는 거대한 독응.

문득, 독응 위에서 호탕한 사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으하하! 하오미(河娛美) 소저!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었구려!”

독응의 등 위, 한 명의 건장한 청년이 타고 있었다.

하오미(河娛美)라 불린 전라소녀, 그녀는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며 분노의 표정을 지었다.

탑극라(塔克羅) 당신이...!”

이어, 그녀는 날렵하게 물가로 뛰어나와 가죽옷으로 황급히 앞을 가렸다.

그때, ! 청년 탑극라는 독응 뒤에서 날아내리며 그대로 하오미를 찍어갔다.

에 잇!”

하오미도 질세라 교갈을 내지르며 재빨리 교수를 휘둘렀다.

순간, 보고있던 군무현의 두 눈에 기광이 스쳤다.

(투천표형조(透天豹形爪)...! 저 소녀가 감당치 못하겠군!)

하나, 그는 선뜻 나서 손을 쓰지 않았다. 잠시 그대로 두고 보기로 한 것이다.

그때, 콰쾅! ... 두 사람의 공격이 충돌하며 거창한 폭음이 들썩 사위를 뒤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찌 익!

!”

하오미는 가죽옷이 찢어짐과 함께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그 바람에, 그녀의 아름다운 나신이 햇살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뽀얗고 동그란 어깨, 그 아래로 이제 막 봉우리를 맺어 개화(開花)를 기다리는 꽃처럼 봉긋 솟아오른 탱탱한 젖가슴이 자리하고 있었다.

잘룩한 세류요에 나이답지 않게 풍만하고 육감적인 둔부. 미끈하게 뻗어내린 두 다리...

순간, 하오미는 분노와 수치를 참지못하며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양손으로 젖가슴과 방초가 보송보송 나기 시작한 허벅지 사이를 가렸다.

하나, 그녀의 작은 두 손으로 벗은 몸을 모두 가리키는 불가능했다.

... 당신이 감히...!”

그녀는 붉은 입술을 깨물며 치욕의 표정으로 파르르 교구를 떨었다. 하나, 그녀의 그런 모습은 오히려 사내의 음심을 작극하는 귀여운 반항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탑극라는 음험한 눈빛으로 하오미의 나신을 쓸어보며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흐흣... 하소저! 나 탑극라는 오랫동안 하소저를 연모해 왔소!”

이어, 그 자는 천천히 하오미의 앞으로 다가섰다.

순간,

다가서지 말아욧!”

하오미는 고개를 흔들며 날카로운 음성으로 소리쳤다. 그녀는 이미 노출된 나신을 더욱 움츠리며 주춤 뒤로 물러섰다.

하나,

흐흐... 그대가 내게 시집을 오면 양가(兩家)가 하나가 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이오?”

탑극라는 은근한 어조로 하오미를 회유시키려 했다.

꿈꾸지 말아요!”

하오미는 그런 탑극라의 모습에 역겨움이 치민 듯 발칵 소리쳤다.

하하...! 하소저가 원치 않더라도... 흐흐... 본인은 그대를 이곳에서 내 사람으로 만들고 말겠소!”

탑극라의 눈빛은 더욱 음탕하게 물들었다. 그 자는 하오미가 화를 내면 낼수록 더욱 능글능글해졌다.

하오미는 탑극라의 말에 파르르 나신을 떨며 수치와 분노에 어쩔줄 몰라했다.

... ...!”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우수를 들어 힘껏 탑극라를 후려쳤다.

하나,

하하...!”

위 잉! 탑극라는 교묘히 장()을 마주치며 여유있게 하오미의 공격을 막아냈다.

파팍!

!”

하오미의 공세가 허무하게 무산되어 버림과 함께, 그녀는 탑극라의 수중에 오히려 교수가 잡히고 말았다.

하소저! 당신은 정말 아름답소!”

탑극라는 하오미의 봉긋한 젖가슴을 손으로 슬쩍 쓰다듬으며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친구! 그만 하시지!”

돌연 기대에 들떠있던 탑극라의 귓전으로 싸늘한 일성이 파고들었다.

순간,

누구냐?”

탑극라는 대경하며 버럭 소리쳤다.

직후,

!”

홱 돌아서는 그 자는 안면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군무현, 마치 빙인(氷人)을 연상케 하는 싸늘한 인상의 군무현이 어느새 그 자의 눈앞에 우뚝 서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탑극라는 군무현의 위압적이고 싸늘한 기도에 일순 흠칫했다.

하나, 이내 그 자는 분노의 표정을 지으며 만면에 살기를 띄웠다.

흐흐... 네놈이 감히 본인의 일을 방해하다니... 죽어랏!”

위 잉! 그 자는 막무가내로 장을 쳐들어 맹렬히 군무현을 후려쳐왔다.

군무현은 그 모습에 싸늘한 비웃음을 지었다.

하늘이 높음을 가르쳐주마!”

다음 순간, 쿠 쿵! 군무현의 좌수에서 돌연 막강한 경력이 일어났다.

! 한소리 폭음이 짓터짐과 함께,

크윽...!”

탑극라는 일 장 밖으로 거칠게 나뒹굴었다.

한데 그 순간, 크 악! 돌연 허공으로부터 탑극라의 독응이 군무현을 향해 무섭게 내리꽂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너무도 돌발적인 공세였다.

하나,

미물이 감히...!”

군무현은 눈썹을 꿈틀하며 상체를 홱 젖혔다. 그와 동시에, 콰르르릉! 그의 좌수에서 수라혈강뢰의 강한 기운이 폭발적으로 치뻗혔다.

직후, 콰 쾅! 케엑! 굉렬한 폭음이 들썩 사위를 뒤흔듬과 함께 처절한 독응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독응은 피를 뿌리며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그 모습에 군무현은 눈썹을 찌푸렸다.

(수라혈강뢰에 맞고도 즉사하지 않다니...!)

그는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두고보자!”

스슥! 안색이 시뻘겋게 변한 탑극라, 그 자가 분노에 찬 일갈과 함께 황급히 몸을 날려 달아났다.

군무현의 신위에 몸보다 혼()이 머저 십리 밖을 달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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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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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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