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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五 章

 

                 世外四天 登場

 

 

 

군무현, 그는 내부 깊숙한 곳에서 끓어 오르는 피보다 진한 격동을 억누르며 말했다.

일어들 나시오! 그대들을 보니 아버님을 뵌 듯 하구려!”

순간,

소가주!”

청의검수, 즉 적룡검사들은 격정을 감추지 못하며 입을 모았다. 이어, 그들은 공손한 태도로 몸을 일으켰다.

그들의 호목에도 뜨거운 물기가 차오르고 있었다.

군무현은 예의 사자(獅子)와 같은 위맹을 지닌 장한에게 눈길을 보냈다.

그대의 이름을 알고 싶구려!”

힘찬 기개가 물씬 풍기는 장한은 강직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 속하는 일백적룡검대(一百赤龍劍隊)의 대장(隊長) 천붕학(天鵬壑)입니다!”

순간,

 

천대장!”

군무현은 천붕학의 손을 굳게 마주 쥐었다. 일순 두 사람의 시선이 뜨거운 격동과 감회로 얽혀 들었다.

그리고, 눈물, 굵은 사나이의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천붕학의 감루였다.

아홉 명의 적룡검사들도 주먹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천붕학은 군무현의 비범한 신태를 만감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경망스럽게 속하는 소가주께서도 운명하신줄 알고 천하(天下)를 상대로 싸우려 했습니다!”

군무현의 조각같은 얼굴에 한 줄기 미소가 떠올랐다.

잘 참아주었소. 그대들이 있으니... 구천(九泉)의 아버님께서도 편히 눈을 감을 것이오!”

그의 음성은 어느 새 침착을 되찾고 있었다. 그는 무심하고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 소저들을 집으로 돌려 보낸 뒤 천중산(天中山) 자하곡(紫霞谷)으로 가도록 하시오!”

그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세 여인을 가리켜 보였다. 그의 말에 천붕학은 문득 의아한 기색을 지었다.

천중산(天中山)의 자하곡이라 하시면...!”

그곳에 나의 내자(內子)될 사람이 있소. 그곳으로 일백적룡검대를 이끌고 가서 힘을 기르도록 하오!”

천붕학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숙였다. 이어, 문득 그는 군무현을 바라보았다.

소가주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는 북해에 갔다올 일이 있소!”

순간, 천붕학은 흠칫 놀라며 충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런 험지에 소가주 혼자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하나, 군무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걱정마오. 여럿이 가서 될일이 아니니... 어서 출불하도록 하시오!”

그는 오히려 천붕학을 재촉했다.

천붕학은 무어라 말을 하려 했으나 입을 다물고 말았다.

(한 번 하신 말씀은 거두지 않으시는 분...!)

그는 불과 몇마디의 대화에서 군무현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그는 충정어린 눈빛으로 군무현을 주시하며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러자, 나머지 적룡검사들도 급히 세 여인들을 옆구리에 끼었다. 이어, 그들은 군무현을 향해 공손히 예를 취하며 입을 모아 말했다.

천중산에서 건안하신 모습을 뵙겠습니다!”

군무현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순간, 스슥! 스 윽! 열 명의 적룡검사들은 경쾌한 신법으로 허공을 가르며 사라져 갔다.

“...!”

군무현은 잠시 그들이 사라진 곳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혈도를 짚혀 쓰러져 있는 네 명의 라마승들, 군무현은 그들 중 우두머리인 핏빛 수염의 라마를 향해 가볍게 일지를 튕겼다.

파팟! 그러자,

...!”

핏빛 수염의 라마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발하며 정신을 차렸다.

군무현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 자를 노려 보았다.

말해라! 혈륭마찰의 주지(住持)가 이 근처에 있느냐?”

그는 혈염라마를 향해 차가운 어조로 다그쳐 물었다.

순간, 혈염라마는 공포의 표정으로 부르르 몸을 떨었다.

... ... 그렇다!”

그 자는 군무현의 냉혹한 살수에 기가 질린 듯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냐?”

군무현은 재차 싸늘하게 물었다. 그의 어조는 냉혹하고도 위압적이었다.

혈염라마는 부드득 이를 갈았다.

하나, 그 자는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으득...! 가르쳐 주마. 대법사께서... 우리의 원한을 갚아주실 것이다!”

헛소리를 듣겠다고 하지 않았다!”

군무현의 안색이 일순 서릿발처럼 차갑게 얼어 붙었다.

그의 살기어린 기세에 혈염라마는 사색이 되었다.

이곳에서... 동북(東北) 방향 이십리밖에 비마애(飛魔崖)라는 곳이 있다. 오늘밤 삼경(三更)... 대법사께서는 그곳에서... 지존(至尊)을 만나신다고 하셨다...!”

지존?”

군무현은 눈썹을 꿈틀했다. 하나, 혈염라마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 우리는 모른다. 대법사께서 아실 뿐...!”

군무현은 안색을 굳혔다. 이어,

한숨 자거라!”

파팟! 그는 혈염라마를 향해 가볍게 손을 저었다.

그러자,

...!”

혈염라마는 스르르 잠 속으로 빠져들 듯 혼절하고 말았다.

지존(至尊)이라... 설마 세외사천(世外四天)의 배후에 다른 인물이 있단 말인가?”

군무현의 안색이 침중하게 변했다.

가보면 알게 되리라!”

그는 중얼거림과 함께 몸을 돌렸다.

다음 순간, 스스슷...! 그의 신형은 유령같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수하혈잠영의 놀라운 경공이었다.

 

X X X

 

비마애(飛魔崖),

 

태원(太原)에서 사십리 떨어진 절승(絶勝), 그곳의 지형은 기이했다. 절벽의 형상이 마치 지면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비마(飛魔)와 같았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비마애였다.

(), 삼경 무렵의 칠흑같은 밤이었다. 천공에 달이 걸려 있다고는 하지만 그 빛은 극히 희미했다.

문득, 스스스...! 유령같은 한줄기 인영이 비마애 아래로 스며들었다.

군무현! 바로 그였다. 그는 비마애 아래 은밀히 몸을 숨긴 채 절벽 위를 주시했다.

비마애 위, 두 명의 인물이 앉아 있었다.

일신에 칙칙한 혈포를 걸친 노라마, 그 자는 허연 백염을 기르고 있었으며 한 손에는 주먹만한 묵주(墨珠)로 엮어진 염주를 들고 있었다.

그 자의 전신에서는 가공할 살기가 물씬 풍겨나오고 있었다. 짙은 어둠 속에서도 그 모습은 목을 조이는 섬뜩한 공포를 느끼게 했다.

또 다른 한 명의 인물, 그 자는 회포노인이었다.

그 자가 걸친 회포의 가슴 한복판, 그곳에는 끔찍하게도 죽을 사()자가 시커먼 글씨로 뚜렷이 새겨져 있었다.

또한, 그 자의 모습은 괴이하기 짝이 없었다.

그 자는 살아 있되 산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피부는 시신의 그것처럼 칙칙한 빛이 감도는 회색이었다.

게다가, 전신은 강시처럼 비쩍 말라 도저히 인간이라 할 수 없는 모습, 퀭하니 뚫린 두 눈, 그 눈을 껌벅거릴 때마다 모골이 송연한 회색 광망이 귀기스럽게 번뜩였다.

지독한 음사신공(陰邪神功)을 익힌 자임이 분명했다.

 

군무현, 그는 두 사람의 모습을 훑어보며 안색을 굳혔다.

(사천주(四天主)답다. 누구하나 만만히 볼 수 없는 강적들이다!)

그는 비마애 위의 두 인물이 이미 오기조원지경(五氣朝元之境)에 이른 극강한 내공의 소유자들임을 알아차렸다.

그것을 확인하자 그는 더욱 의구심이 솟구쳤다.

(도대체 지존이란 인물이 누구길래 저런 강자들을 오라가라 한단 말인가?)

그는 내심 염두를 굴렸다. 구름같은 의혹이 그의 가슴에 뭉클뭉클 솟구쳐 올랐다.

한데 그때, 문득 한 조각 암운이 희미하게 걸려 있는 천중(天中)의 달을 가렸다.

이어, 그 암운이 한조각 껍질처럼 벗겨질 때였다.

!”

... 지존!”

비마애 위에 좌정하고 있던 두 인물은 아연실색하며 당황성을 터뜨렸다.

보라! 언제였을까?

비마애 위, 한 명의 인물이 더 늘어나 있지 않은가?

백의몽면인, 그는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온 것인지도 모르게 두 사람의 앞에 우뚝 서 있었다.

혈포노라마와 회포노인은 그제서야 번쩍 정신을 차렸다.

이어,

혈륭마찰의 혈륭(血隆)! 삼가 지존을 뵈오이다!”

사망림(死亡林)의 사멸황(死滅皇)! 지존의 존안을 배견하오이다!”

그들은 황급히 무릎을 꿇으며 오체복지했다.

! 실로 경악할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세외사천의 두 수뇌, 그들이 눈 앞의 백의몽면인에게 취하는 태도, 그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함인가?

세외를 떨어 울리는 이천(二天)의 주인, 그들이 백의몽면인을 향해 큰 절을 올리는 것이 아닌가?

그 광경에 군무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와 함께, 그의 가슴 속에 한 가닥 섬뜩한 공포가 피어 올랐다.

(저 자가 그토록 무서운 인물이란 말인가?)

그는 불신과 회의의 시선으로 고개를 저었다. 한데 그때, 문득 백의몽면인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득였다.

! 어느새 그 자의 시선은 군무현이 은신하고 있는 쪽으로 향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팽팽한 긴장감, 갑자기 숨막힐 듯한 정적 속에 피를 말리는 긴장감이 팽배했다.

하나, 결코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제 그만 나오시지!”

백의몽면인의 입에서 일순 살기 어린 싸늘한 일성이 흘러 나왔다.

군무현은 흠칫했다.

(역시... 대단하군!)

그 순간,

어느 놈이냐?”

회포노인 사멸황(死滅皇)이 홱 몸을 돌리며 대갈을 터뜨렸다.

동시에, 쐐 액! 그 자는 뇌전같이 몸을 날려 군무현이 은신한 곳으로 덮쳐왔다.

군무현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승산이 없다!)

내심 염두를 굴린 그는 몸을 일으킴과 함께 벼락같이 쌍장을 휘둘렀다.

우웅! 꼬르릉... 일순 산악같은 경기가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뒤미처, 콰콰쾅! 양인의 공세가 서로 격돌하며 굉폭한 폭음이 짓터져 올랐다.

순간,

!”

사멸황은 그 충격에 일순 신형을 휘청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스윽! 군무현은 섬천처럼 야천(夜天)을 갈랐다. 단숨에 그는 백장 밖으로 날아갔다.

하나,

흐흣...!”

그것을 지켜보던 백의몽면인의 입에서 낮고 음침한 괴소가 흘러 나왔다.

다음 순간, 스스슥...! 어느 새 그 자의 신형은 그 자리를 떠나 군무현의 뒤를 쫓고 있었다. 실로 귀신같은 신법이었다.

군무현은 최대한의 속력을 발휘했다.

쐐 액! 그는 무섭도록 쾌속하게 질주했다.

삽시에, 그는 수라혈잠영의 경공으로 십리를 날아갔다.

하나, 일순 그는 안색이 싸늘하게 굳어지고 말았다.

스스스... 백의몽면인, 그 자가 이미 군무현의 이십 장 밖으로 추적해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대단한 경공이다!)

군무현은 귀신같은 그 자의 경공술에 혀를 내둘렀다. 이어, 그는 안색을 굳히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일전을 피할 수 없다. 혈륭대법사(血隆大法師)와 사멸황(死滅皇)만 없다면 겨룰만 하다!)

다음 순간, 그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한 차례 쓱 문질렀다. 그러자, 그의 얼음처럼 차갑고 미려한 얼굴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대신, 그는 냉혹한 장한의 얼굴로 변모한 것이 아닌가?

실로 절묘한 역용술이었다. 바로 환영투도의 기오막측한 역용술을 사용한 것이었다.

다음 순간, ! 군무현은 돌연 속도를 늦추며 허공에서 몸을 비틀었다.

이어, 그는 도리어 처음의 방향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 아닌가? 바로 백의몽면인이 쾌속한 속도로 추적해 오고 있는 정면을 향해서였다.

순간,

!”

급속히 군무현을 쫓아오던 백의몽면인, 그 자는 당황성을 터뜨렸다.

군무현의 행동이 너무도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군무현은 몸을 날리던 그 속도의 여세를 몰아 급격히 백의몽면인을 향해 쇄도해 들었다.

직후,

차 앗!”

맑고 찌렁한 대갈일성이 터짐과 함께, 콰르르 릉! 군무현의 쌍장에서 노도같은 핏빛 강류가 쏟아져 나왔다.

다음 순간, 우르르릉... 콰 쾅!

폭죽이 터지는 듯한 천붕지열의 굉음이 들썩 야천을 뒤흔들었다.

그 여파는 가히 엄청났다. 사방 이십 장이 폐허처럼 휩쓸려 온통 흙이 뒤집혀 올랐다. 바위며 거목들은 폭풍을 만난 듯이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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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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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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