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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二 章

 

                      萬年氷芝

 

 

 

군무현이 비급이 쌓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만년한옥으로 만들어진 탁자 위, 수십 권의 비급이 쌓여 있었다. 군무현은 그 중 가장 첫 번째 비급을 집어 들었다.

 

<자하신경(紫霞神經)!>

 

낡은 양피지 비급의 표지에는 갑골문자로 그와같이 적혀 있었다.

(자하선인(紫霞仙人)의 일신무학이 담긴 것이군!)

군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비급의 두깨는 무려 다섯치나 되었다. 또한, 그것은 다음과 같이 몇가지 종류로 분류되어 있었다.

 

기환편(奇幻扁)!

형의편(刑意扁)!

연기편(鍊氣扁)!

 

군무현은 먼저 세 번째의 연기편(鍊氣扁)을 들추었다.

 

자하천류신공(紫霞天流神功)!

 

그것은 고금제일(古今第一)의 호신강기였다.

그것을 완전히 연성하면 진기가 끊임없이 흐르는 물과 같이 된다. 아무리 지고무상한 패도신공으로 가겨해도 충격을 받지 않을뿐더러 흐르는 물(流水)같이 비켜 보낼 수 있다.

 

자하폭류기강!

 

자하천류신공이 극고한 호신기공임에 반하여 이는 무적의 공격강기였다. 적이 쳐보내는 기공을 받아 그 다섯배의 힘으로 되돌려 보내는 반탄기공, 그 위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마치 하늘에서 폭포가 쏟아지듯 폭발적인 위세를 발휘한다. 따라서, 적의 공세가 강하면 강할수록 되돌려 보내는 힘도 더욱 강해진다.

 

군무현은 대충 자하신경(紫霞神經)을 살펴본 후 그것을 덮었다.

(고금제일의 호신무공... 혜미에게 익히게 하면 좋겠구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심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문득 시선을 돌렸다. 정신없이 약재를 분류하는데 여념이 없는 남궁혜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은 무척 아름다웠다. 문득, 군문현의 얼굴한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

그의 싸늘한 가슴에 한 줄기 훈풍이 불어왔다.

두텁게 쌓아 올린 철저한 혼자만의 마음벽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궁혜미, 그녀는 분주히 손을 움직이며 마음이 한껏 들떠 있었다.

(이 정도의 약재라면 초절정고수 삼천 명은 기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그 분은 고금무적의 수하들을 거느리게된는 것이다...)

그녀의 지혜롭고 영롱한 눈빛은 이 순간 더욱 밝게 반짝이고 있었다.

늘 그늘이 드리워져 우울해 보이던 그녀의 얼굴, 하나 지금 그녀의 얼굴에는 기대와 설렘, 기쁨의 빛이 어우러져 햇살같은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언제부터였던가? 남궁혜미는 스스로를 잊어버렸다.

모든 것은 군무현, 그 한 사람에 의해 좌우되었다. 부지불식간에 그녀는 모든 것을 군무현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군무현, 그가 곧 그녀의 자신이었으며 기쁨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때, 군무현은 자하신경을 내려놓고 두 번째 비급을 집어 들고 있었다.

 

제천무극경(帝天無極經)!

 

웅후할 뿐 아니라 감히 범접지 못할 위엄과 증후한 기도가 서린 필체, 지극히 귀족적인 서체라고나 할까?

그 비급의 제목을 본 순간, 군무현은 내심 경악하며 부르짖었다.

(제천무극경(帝天武極經)! 황궁이대천경(皇宮二大天經) 중 하나가 아닌가?)

무림(武林)과 달리 황실(皇室)에는 독특한 무공이 있었다.

그 중 최강의 것은 두 가지로 손꼽힌다. 바로 금령(金靈)과 무극(無極)이 그것이다.

금령(金靈)의 무공, 그것은 황실제일인(皇室第一人)으로 불리는 금령천존(金靈天尊)이 얻었다.

그리고, 무극(武極)이 기공이 담긴 제천무극경(帝天武極經)!

그것은 환영투도가 황궁에 잠입하여 훔쳐낸 것이었다.

환영투도는 천하제일의 신투가 아니었던가?

하나, 그런 그도 제천무극경을 훔쳐내는데는 죽음의 위험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황실제일인인 금령천존(金靈天尊)에게 발각당해 죽을 고비를 넘긴 것이다.

 

(환노(幻老)와 아버님을 인연짓게한 비급...!)

군무현은 문득 환영투도의 얼굴을 떠올리며 내심 중얼거렸다.

그 생각에 이르자 가슴 뭉클한 감회가 솟구쳤다.

이어, 그는 제천무극경을 펼쳐들었다. 그것에는 시선을 끄는 여러 가지 무공들이 집약되어 있었다.

 

제천무극진력(帝天武極眞力)!

제천심극인(帝天心極印)!

무극제황대천검(武極帝皇大天劍)...!

 

그밖에, 제천무극경에는 열두가지의 광고절금의 무공이 수록되어 있었다.

군무현은 그것들을 대략 훑어본 후 제천무극경을 덮었다. 이어, 그는 다음의 비급을 손에 들었다.

 

환영만보록(幻影萬寶錄)!

 

! 그것은 바로 환영투도가 남긴 비급이 아닌가?

(환노(幻老)가 남긴 것...!)

군무현은 뭉클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어, 그는 마음을 경건하게 가지며 환영만보록(幻影萬寶錄)을 펼쳐들었다.

첫장을 넘기자 눈에 익은 환영투도의 필체가 들어왔다.

 

<환영만보록을 무현(武玄) 소주(少主)님께 드립니다!>

 

그 글을 본 순간 군무현은 콧등이 시큰해짐을 느꼈다.

환영투도, 그는 적룡세가의 몰락 이전에 이미 자신의 모든 것을 군무현에게 남길 생각이었던 것이다.

 

환영만보록!

그 속에는 환영문(幻影門)이라는 신비공령문(神秘空靈門)의 절기가 들어있었다.

 

환영투도의 사문(師門)인 환영문(幻影門)!

환영문의 절기는 실로 기오막측했다.

특히, 잠행술(潛行術), 은신술(隱身術), 투도술 등은 가히 제일(第一)이었다.

환영투도, 그는 자질이 부족하여 환영문의 절기를 육성(六成)밖에 터득하지 못했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방면에서는 당대제일로 불리웠다. 그만큼 환영문의 절기는 놀라운 것이었다.

환영문의 절기는 환영만보록의 삼할 정도를 차지했다.

한데, 나머지 부분을 펼친 군무현, 그는 그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만보제종편(萬寶帝宗篇)!

 

나머지 부분은 그 같은 내용으로 메꾸어져 있었다.

아아!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것은 바로 천하의 기진이보(奇眞異寶) 삼만 가지의 위치를 적은 것이 아닌가?

 

천하(天下)의 재물이 곧 환영문(幻影門)의 것이다!

 

그렇게 장담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만보제종편에는 기진이보가 비장되어 있는 현위치 뿐만 아니라, 금맥(金脈), 은맥(銀脈) 등의 광맥이 뻗혀 있는 곳, 천하영약들이 자라는 곳이나 그에 대한 치밀한 설명 등 갖가지 방면에 대한 정보가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었다.

한 마디로 그것은 만보(萬寶)의 지침서인 것이다.

(정말 대단하군...!)

군무현은 절로 혀를 내둘렀다.

그와 함께, 그는 한 가지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만년빙지(萬年氷芝)가 있는 곳을 살펴보자!)

이어, 그는 눈을 빛내며 만보제종편의 내용을 살펴 보기 시작했다.

한 순간,

“...!”

군무현의 두 눈이 번뜩 기광을 발했다. 과연 만년빙지(萬年氷芝)에 관한 내용을 발견한 것이 아닌가?

 

만년빙지(萬年氷芝)!

북해(北海) 빙백궁(氷魄宮)에 일곱 뿌리가 있다. 한 뿌리만으로도 능히 탈태환골(脫胎煥骨), 금강지체(金剛之體)를 이룰 수 있다는 극음성약(極陰聖藥)이다. 그렇기 때문에 빙백궁에서는 이것을 목숨같이 아끼고 있다...

(북해(北海) 빙백궁(氷魄宮)...!)

군무현은 신광을 빛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눈에 모종의 결심의 빛이 떠올랐다.

 

북해(北海) 빙백궁(氷魄宮)!

 

세외사천(世外四天) 중 북천(北天)에 속하는 문파였다.

특이하게도, 빙백궁은 전 궁도들이 여인(女人)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어 비밀에 싸여 있는 문파였다.

세외제일신비문파(世外第一神秘門派)!

빙백궁을 가리켜 무림인들은 그렇게 부르고 있다.

 

X X X

 

이얍!”

치기가 채 가시지 않은 소년의 힘찬 함성이 주위를 울렸다.

이어, 콰르릉 콰쾅!

천붕지열의 굉음이 천지를 뒤집어 엎을 듯 터져 올랐다.

순간, 거창한 강기가 방원 십 장을 뒤덮었다.

자하곡(紫霞谷)의 중앙, 한 명의 단삼소년이 맹렬히 강기를 떨치고 있었다.

이제 십사오세 정도 되었을까? 영준한 용모에 균형잡힌 체격이 소영웅(少英雄)의 출중한 모습을 연상케 했다.

단삼소년, 그는 바로 남궁준하였다.

남궁준하의 곁에는 군무현이 우뚝 선 채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군무현, 그는 일신에 흑색경장을 가뿐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용모와 썩 잘 어울렸다.

짙은 흑색경장은 그의 창백한 얼굴을 더욱 희고 돋보이게 만들었다.

군무현은 잠시 손을 멈춘 남궁준하를 바라보며 엄격한 어조로 말했다.

제천무극대진력(帝天武極大眞力)은 되었다. 무극제황대천검(武極帝皇大天劍)을 펼쳐 보아라!”

!”

남궁준하는 호쾌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이어, 그는 자세를 바로잡더니 벼락같이 손을 움직였다.

파파팟! 츠츠츠... 그의 허리에서 순간 낙뢰같은 검기가 작렬했다.

그의 수중에 들린 병기, 그것은 설악(雪嶽)이라는 이름이 붙은 단금쇄옥(斷金碎玉)의 춘추명기(春秋名器)였다.

한 순간, 우르릉... 쐐 액! 설악의 웅장하고도 장쾌한 검세가 십 장 방원을 완전히 뒤덮었다.

“...!”

군무현은 그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하나, 그는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영리한 녀석이다. 후일 남궁세가를 천하제일세가(天下第一勢家)로 이끌어 올리리라!)

남궁준하의 오성과 재능은 실로 뛰어났다. 군무현이 감탄할 정도로...

한데, 군무현이 내심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문득, 사르르... 비단자락 끌리는 소리와 함께 한 줄기 향긋한 체향(體香)이 일었다.

이어, 한 명의 아름답고 기품있는 미소부(美少婦)가 나타났다.

남궁혜미 그녀가 아닌가?

그녀는 아직 십칠세밖에 되지 않은 소녀였다.

풋과일처럼 싱싱하고 청순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모습.

한데, 지금 남궁혜미는 부인(婦人)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그녀가 군무현의 첩실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아름다웠다.

우아하고 기품있는 자태가 또 다른 그녀의 매력을 발견하게 만들었다.

남궁혜미는 사뿐사뿐 교족을 떼어 군무현의 뒤로 다가섰다.

이어, 그녀는 남궁준하를 지켜보고 있는 군무현의 뒤에 다소곳이 시립했다.

혜미...!”

군무현은 그녀임을 느꼈는지 나직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남궁혜미는 듬뿍 정감이 실린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식사하실 시간이에요!”

군무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한창 무공수련에 열중인 남궁준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준하! 식사 후에 계속한다!”

그 말에 남궁준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형님 먼저 가십시오! 소제는 더 있다 가겠습니다!”

군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남궁혜미는 다소곳이 그를 뒤따르다가 문득 남궁준하에게 일렀다.

늦지 않도록 오너라!”

그 말에 남궁혜미는 눈을 찡긋하며 웃어 보였다.

헤헤... 누님! 형님과 단란한 시간 보내십시오!”

그의 의미있는 표정으로 그렇게 전음을 보내는 것이 아닌가?

남궁혜미는 그의 짓궂은 말에 옥용을 붉혔다.

하나, 그녀는 이내 달콤한 표정을 지으며 군무현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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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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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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